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25
25
사람들은 결과를 안 봐.
팬들은 트리플즈, 동갑즈로 부르는 아위의 3인방이 한창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들의 컨셉은 마피아. 제복과 코트를 멋지게 차려입고 지시에 따라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오빠 멋있어요!”
마이킷의 김철민과 박세온이 걸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사진작가도, 스태프들도 다들 유쾌한 분위기라 아무도 그들을 제지하지 않았다.
왜냐면 앞선 마이킷의 경찰 컨셉 촬영에서도 3인방이 엄청 놀렸었기 때문이다.
김철민과 박세온의 계속되는 약 올림에 김주영이 표정 관리를 못 하고 얼굴을 찌푸렸는데, 사진작가는 도리어 예민한 게 잘 표현됐다고 좋아했다.
“그래도 너네 덕분에 화보도 찍는다.”
마이킷의 리더 정지수가 이주혁의 옆에서 그들을 관전하고 있었다.
“우리 덕분은 아니지.”
“너네들이 마피아 하자고 안 했으면 우리 여기 없었을걸.”
“너네가 잘했었잖아.”
“애들이 부처라고 부른다며? 이유 알겠다. 찰떡이네.”
정지수가 하하 웃었다. 마이킷과 아위가 빠르게 친해질 수 있었던 건 서로의 나이가 똑같았기 때문이었다.
“연락하고 지내면 좋을 텐데, 너네도 폰 없지?”
“어. 이번에 컴백하고 받으면 좋겠는데.”
서로 음방 1위를 하지 못해서, 개인적으로 연락할 수 없었다.
정지수는 이번 컴백도 자신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가 되물었다.
“너네도 아림픽 나가지?”
“그럴걸. 임진각도 갔는데.”
아림픽은 아이돌 올림픽으로, M사에서 명절마다 아이돌끼리 모여 스포츠대회를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부상도 잦은데 나오는 팀도 많고 분량은 쥐꼬리만 해서 팬들은 싫어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였다.
그렇다고 안 나올 수도 없는 게, 거기 연출이 M사 음악방송 피디였다.
“아이돌 래퍼는?”
“글쎄… 진혁이가 나가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난 잘 모르겠다.”
이주혁이 곤란한 듯 웃었다.
N-net에선 기성 래퍼들 나와서 서바이벌 찍고 고등학생들 나와서 서바이벌 찍는 것도 모자라 아이돌 래퍼끼리 경연하는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었다.
“너넨 강제는 아닌가 봐? 우린 세온이 나간대.”
“그래? 우린 대표님이 서바이벌을 극혐 하시거든. 우리 선택에 맡긴다던데.”
“부럽다. 솔직히 그런 프로그램 피 말리잖아.”
정지수가 한숨을 쉬었다.
“이제 단체 사진 찍을게요!”
스태프의 말에 정지수와 이주혁이 벽에 등을 뗐다. 이주혁은 이걸 어떻게 위로할까 고민하다가 결국 나중에 단톡방이나 만들자고 전했다. 정지수는 그 말을 듣고 웃었다.
***
“나 아이돌 래퍼 나가 보려고.”
“헐.”
박진혁의 말에 조태웅이 먹고 있던 초코 과자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그짓말.”
“아냐 방금 매니저 형한테 한다고 했어.”
“괜찮겠어요, 형?”
이안의 말에서 걱정이 뚝뚝 떨어졌다. 그는 악몽의 프.아를 참여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더 염려되었다.
가뜩이나 아이돌 래퍼에 대한 시선도 안 좋은데 경연 프로그램이다.
출연해서 사소한 실수만 해도 온 커뮤니티에 박제돼서 조리돌림당할 게 뻔했다.
“괜찮아. 나 눈치 없잖아.”
그 걱정을 박진혁이 모를 리 없었다. 그는 이안의 머리를 거칠게 쓰다듬었다.
상대가 다 아이돌인데 디스전 잘못했다간 완전 나가리다. 눈치 없는 거랑 욕먹는 거랑 무슨 상관관계인지.
‘과거에도 진혁이형이 거기 나갔었어?’
[어. 그래도 실력 좋았어. 분량도 많이 받고.]‘진짜?’
하긴 수록곡 작사를 박진혁이 했었는데, 가사도 꽤 괜찮게 썼었다. 랩 실력이야 말할 것도 없이 잘했다.
[어. 상위권 갔어. 2위였나? 3위였나?]진의 말에 이안이 의자에 등을 편안히 기댔다. 하지만 다른 멤버들은 걱정이 앞서고 있었다.
“형 진짜 지금이라도 안 늦었어요.”
“대표님이 안 해도 뭐라 안 한다고 했잖아요.”
아위는 특이하게도 멤버 전부가 웹서핑을 잘했다. 심지어는 파랑새 계정까지 만들어서 팬들 계정을 눈팅하기도 했다. 그렇기에 더욱 걱정이었다. 괜한 소리도 심각하게 받아들일까 봐.
“아냐 나 진짜로 하고 싶어.”
박진혁은 드물게 진지한 표정이었다.
“주혁이 곡 작업도 잘되고 태웅이랑 이안이는 연기도 하고, 현이랑 주영이도 유튜브로 유입 많이 된다며. 서담인 케이블 엠씨 들어가지?”
“엠씨래 봤자 단발성인데요. 형도 곡 작업하잖아요.”
“어쨌든. 너네 다 살길 찾아가는데 나만 노는 것도 좀 그렇더라고.”
다들 한자리씩 이름 알리는데 자기만 못 해서 하는 거라고 말이 나올 줄 알았는데 뭔가 뉘앙스가 이상했다.
“나중에 둘기 되려면 나도 지금부터 뭘 준비해 놔야 하잖아?”
“아 형!”
“장난인 거 알지?”
“우린 완전 심각했거든요?”
“억!”
빙구같이 웃는 박진혁의 얼굴에 박서담이 쿠션을 던졌다. 박진혁이 뒤로 넘어가 과장된 리액션으로 화답했다.
‘말은 저렇게 해도 결국은 그룹 알리려고 하는 거겠지.’
이안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는 박진혁이 힘들어하면 옆에서 위로해 줘야겠다 생각했다.
박서담의 선빵에 베개 싸움이 시작되려는 찰나, 매니저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얘들아 너네 예능 잡혔다.”
다들 끼요오옷 소리를 질렀다.
* * *
K사 연말 무대를 담당했던 김현식 피디가 새 프로그램을 론칭한다.
일단 파일럿 포맷으로 간을 보겠지만 방송 시간이 무려 명절 저녁 시간대였다.
프로그램 이름은 ‘전설과 함께’, 시대를 주름잡던 레전드 가수들과 현세대 가수들이 짝을 지어 무대를 한다.
그리고 시청자 투표와 방청 투표를 합산해 우승자를 뽑는 경연 형태의 방송이었다.
“김희상 선생님이 우릴 지목했어요?”
원래는 만나서 짝을 짓는 과정도 방송에 나올 예정이었으나, 김희상이 아위랑 같이 안 할 거면 안 나온다고 통보를 했다고 한다.
“어, 너넨 와일드카드로 나가. 죽여주지?”
“너네 방송 끝나고 뭘 했길래 그 김희상 선생님이 직접 지목을 했니?”
당연히 회사 입장에서는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나중에는 대표까지 들어와서 주접을 떨었다.
“이안이가 노래로 거기 사람들 다 발라 버렸잖아요.”
“저흰 그냥 인사만 열심히 했는데요.”
크으으으! 대표는 국밥 한술 뜬 것마냥 속 시원한 리액션을 했다.
“잘했다 잘했어. 김희상 선생님에 너네 실력이라면 우승도 충분할 거야.”
“대표님 부담 너무 주시는 거 아니에요?”
맘에 없는 소리였다. 김희상이란 치트키를 쓰고 우승 안 하긴 어렵지.
멤버들을 기쁘게 한 또 다른 소식이 있었다.
“그리고 방송은 각자 집에서 봐라. 설날은 휴가야.”
“우와악!”
모두가 벌떡 일어나 소리를 지르자, 복도를 지나가던 회사 직원이 깜짝 놀라 회의실 안을 바라봤다.
‘아직 신인이잖아.’
[넌 어떡하냐?]‘집까지 가긴 애매하잖아. 그냥 숙소에서 쉬어야지 뭐.’
괜히 분위기 흐리긴 싫어서 이안은 조용히 있었다. 매니저가 이안에게 손짓을 했다. 이안은 매니저를 따라 복도로 나왔다.
“너 단편 드라마 잡혔다.”
“저요? 태웅이는요?”
“걔는 웹드 들어가.”
[회사가 일을 잘 물어오네.]진의 말에 이안이 작게 끄덕였다. 그는 매니저가 내민 대본을 훑어보았다.
K사 드라마 스페셜, ‘당신의 소리를 듣고 싶어’ 어디서 많이 들어 본 것 같은데? 이안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너만 오케이 하면 바로 확정이거든? 오늘 안에 결정해.”
“에이 말이 결정이지, 저 아직 신인인데 작품을 왜 가려요.”
“아냐, 나도 대본 보니까 좀 어렵겠더라고. 대표님도 너 선택에 맡기랬어.”
읽어 보고 결정해. 매니저가 이안의 어깨를 두드렸다.
이안은 곧바로 빈 연습실로 들어가 대본을 차근차근 읽어 보았다.
“쉽지 않겠는데….”
이안이 맡은 역은 청각장애인이었다. 수어도 따로 익힐 시간이 필요한데다가 대사가 없는 연기는 더 신경 쓸 게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기만 잘한다면 단기간에 연기력을 입증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했다.
드라마는 복학생인 유라가 청각장애인의 대필 도우미를 하면서 서로 사랑에 빠지는 줄거리였다.
[이건… 좀 계륵일 수도 있겠다.]‘왜? 대본은 괜찮은데.’
잘 못 표현하면 그들에 대한 실례가 되겠지만, 대본에는 오히려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사회적 편견들을 꼬집어 주면서, 인식을 개선하려는 목적이 담겨 있었다.
[대본도 괜찮고 K사가 오랜만에 힘줘서 잘 밀어주기도 해. 나중에 유명해지는 작감들 다 이 출신이고….]‘그건 알아.’
올해 K사 드라마 스페셜은 방영되는 단막극 전부가 엄청난 화제를 몰고 온다. 대본이 너무 좋아서 한 극은 장편으로 다시 제작되기도 한다.
그리고 다양한 배우를 섭외하는데, 무려 톱스타도 출연한다. 그 때문에 시청률도 전보다 훨씬 잘 나온다.
이안이 이걸 왜 기억하냐면, 김용민 때 거절했던 시나리오도 있었기 때문이다. 김용민이 거절한다? 그럼 백 프로 성공한다.
[근데 이 작품은 누가 논란거리를 만들거든.]네티즌의 교무실로 유명한 N판에서 진짜 청각장애 배우 지망생이 글을 올린다.
K사 드라마 스페셜에 캐스팅됐는데 갑자기 나오지 말래요.
저는 배우 지망생입니다. 청각장애를 갖고 있고요.
청각장애인이 주인공이래서 이건 딱 내 역이다 싶어서 지원했고 캐스팅까지 됐는데 촬영 이틀 전에 갑자기 나오지 말라고 통보받았어요.
알고 보니 제 자리에 아이돌이 들어가 있더라고요.
‘판춘문예였나 봐?’
[어. 최종 캐스팅 단계에서 탈락했는데, 그 이후로 자기 자리에 아이돌 들어갔다고 피해망상 오지게 하다가 판에다 올린 거지. 너네 다 ㅈ돼 봐라 하고.]업계에서 아이돌 배우에 대한 인식이 약간 달라졌다지만, 일반인들은 아직도 편견을 갖고 보긴 했다. 특히 배우 지망생들이 그랬다.
‘계륵은 맞네.’
이안이 대본을 다시 한번 훑어보았다. 논란을 감내하고 들어갈 만큼 매력적인 시나리오였다.
[그리고 글쓴이는 글삭하고 잠적해. 왜인지 알아? 걔는 장애인도 아니었거든.]‘무슨 그런 미친 새끼가.’
이안이 답답해서 한숨을 크게 내뱉었다.
[나중에 다 해결됐다지만, 논란거리가 있다는 것부터 문제라는 거야.]‘그래도 이건 할 거야. 시나리오가 좋잖아.’
[사람들은 결과를 안 봐. 너도 알잖아.]이안이 대본을 넘기다가 멈칫했다.
[나중에 다 결백하다고 결론이 나도, 이미 첫 논란거리가 걔네한텐 정답이거든.]한 배우가 사기꾼이라고 논란이 된다고 치자, 배우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해도 사람들은 믿지 않는다. 중립을 지킨다고 가마니한다는 사람들이 있어도 소수다.
사실은 그 배우가 사기꾼한테 당한 피해자라고 밝혀져도, 사람들은 이미 그 배우가 사기꾼이라고 낙인찍어 버린 상태인 거다.
[전생에도 여기 들어갔던 아이돌 악플 세례 오지게 받았지. 결과 다 나오고 몇 년 지나도 장애인 자리 뺏고 인생 재밌냐고 악플 달리거든. 팬들이 아등바등 정정해 줘도 그거 읽는 놈이 처음부터 그런 댓글을 쓰겠어?]‘참… 어렵네.’
이안이 대본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들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