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k Heaven examination RAW novel - chapter (379)
387화. 뜻밖의 가세 (2)
타앙, 쐐애애액.
이벽은 월향을 뒤쫓았다. 허나.
천하제일의 경신공을 지니고 있던 취풍신개, 혹은 혈마의 시신에 몸을 맡긴 채 달아나는 속도를 쉬이 따라잡을 수는 없었다.
휘오오오오오.
또한 아슬아슬한 순간마다.
권왕의 권풍이 번번이 이벽의 경로를 가로막으며 빈틈을 만들었고, 그때마다 혈마는 다시 거리를 벌렸다.
“…쳇.”
제갈소미가 혀를 찼다.
술자인 월향이 정말로 위기에 처하자 권왕은 본격적으로 이벽을 견제하기 시작했으며.
노림수를 읽혀버린 시점에서 더는 어설픈 수작으로는 권왕의 시선을 붙들어들 수 없다.
이내 모종의 각오를 마친 제갈소미가 앞으로 나서려 했다.
타아앙.
허나 그 순간 등 뒤에 있던 거구의 인영이 땅을 박차며 제갈소미의 옆을 스쳤다.
물론, 혁대웅이었다.
“…이런 미친! 곰탱이 갑자기 뭐 하는 짓이야! 죽고 싶어 환장했어?! 당장 물러서!”
당황한 제갈소미가 외쳤다. 허나.
“싫어! 사저가 물러서!”
혁대웅은 외려 한 발 나아갔다.
타아앙, 제갈소미 또한 황급히 뒤를 따랐다. 두 사람의 신형이 나란히 황보혁을 향해 쏘아졌다.
쐐애애액.
“거봐! 사저, 지금 황보혁이랑 직접 붙어서 싸울 생각이잖아! 그럴 거면 내가 하지 왜 사저가 해!”
“야, 이 빡대가리야! 이 판국에 손발이 안 맞아서 어떡해?! 나 아직 숨겨둔 한 수가 있다고! 안 죽어!”
“나도 있어! 아직 미완성이지만! 아무튼 사저가 저거랑 맞짱을 뜨느니 내가 하는 게 무조건 나아!”
“…아, 이 미련 곰탱이 새끼가!”
어쨌거나.
두 사람과 권왕 사이의 거리는 삽시간에 좁혀졌고, 그러자 권왕의 시신 또한 반응을 보였다.
타아앙.
허나 그 ‘반응’은.
주먹이 아니라 외려 발에서 뻗어졌다. 다음 순간, 땅을 박차며 날아드는 두 사람으로부터 거리를 벌린 것이다.
움찔.
찰나의 순간 제갈소미의 눈이 흔들렸다. 허나 이내 권왕이 신형이 향하는 방향을 파악했다.
“…이런 망할, 진짜!”
타앙, 쐐애액.
땅을 박찬 권왕의 신형은.
태극혜검을 통해 이진천의 시신을 묶어두고 있는 검존의 등 뒤를 향하고 있었다.
타아앙.
그 즉시 제갈소미 또한 방향을 틀었다. 말할 것도 없이, 검존이 쓰러지고 이진천이 풀려나 버리면 그 시점에서 더는 일말의 승산조차 없다.
사라락.
화산의 보법, 암향표가 뻗어졌다.
걸음걸음 매화가 흩날렸고 다음 순간, 제갈소미는 검존의 등 뒤를 가로막고 섰다.
다행히도.
그녀의 경신공은 권왕보다 한발 앞서 있었다. 아니, 그러나 그것은 ‘다행’이라 말하기에는 조금 이르렀다.
휘오오오오.
말인즉슨.
용권풍이 압축된 천하제일의 일권이 제갈소미를 향해 쏘아지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었다.
“으아아아악! 빌어먹을!”
후우우욱, 콰아아아아앙.
쾌속함에서 제갈소미에게 뒤처져버린 혁대웅이 창을 움켜쥐었다. 황급히 극척의 초식을 내뻗었다.
비틀.
허나 그 충격은 역시.
권왕의 신형을 잠시 흔들리게 했을 뿐 걸음을 막거나 공격을 무마시킬 수는 없었다.
“…사저!”
한편 혈마의 뒤를 쫓고 있던 이벽 또한 그 충격파를 감지하고서 시선을 돌렸다.
허나 그때 이미 권왕의 주먹은 제갈소미를 뻗어지고 있었으며, 무슨 짓을 한들 그 공격을 무마하기에는 늦고 말았음을 직감했다.
“…훗.”
그리고 제갈소미는 창백하게 웃었다. 사라락, 검끝에 매화가 피어올랐다.
후욱, 탓.
허나 그때였다.
돌연 바람이 스쳤고, 다음 순간 정체불명의 인영이 다시 제갈소미의 앞을 가로막았다.
“……!”
제갈소미의 눈이 흔들렸다.
대뜸 자신의 앞을 가로막은 이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전혀 짐작조차 가지 않았으며, 그 이상 무언가를 생각할 여유조차 없었다.
허나 어찌 되었건 ‘적’이 아님은 분명했으며 그와 동시에 한 가지 직감이 스쳤다.
‘…강하다!’
후욱, 휘오오오오오.
마침내 권왕의 주먹이 뻗어졌다.
일권의 크기로 응축된 용권풍이 제갈소미의 앞을 가로막은 인영을 향해 쏘아졌다.
타앙.
그러자 그 순간.
인영의 오른발과 함께 우측 반신이 앞으로 뻗어졌다. 어깨 위로 금빛이 번쩍였고, 이내 그 빛은 오른손으로 모여들었다.
“하앗―!”
청아한 기합이 울려 퍼졌다.
주먹과 주먹이 맞부딪혔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 * *
콰아아아아아아아앙, 후우우욱.
굉음과 함께.
충격파가 비무대 위를 휩쓸었다.
휘청.
또한 그 충격파는 바로 뒤의 제갈소미를 휘청이게 하는 것은 물론, 먼발치의 혁대웅과 이벽에게마저 압력을 전달했다.
그리고.
치이이이이이.
주먹과 주먹이 맞닿은 곳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말인즉슨, 권왕의 주먹을 정면에서 맞상대하고도 인영은 단 한 걸음도 밀려나지 않은 것이다.
“…….”
찰나의 침묵이 스쳤다.
이내 이벽은 인영의 일 권이 뻗어지던 모양새가 놀랍도록 눈에 익다는 것을 깨달았다.
‘…언 소저.’
그것은.
무림으로 다시 돌아온 이래 줄곧 그 행방을 알고 싶었으나, 동시에 찾아볼 수 없었던 이름이었다.
타앗, 쐐애애액.
허나 그때.
이벽은 그 틈을 타 다시금 거리를 벌리는 혈마의 기척을 감지했다. 상념을 끊어낸 이벽이 그 즉시 땅을 박차며 뒤를 쫓았다.
휘청.
“…으윽.”
그리고.
작은 신음과 함께 인영의 몸이 흔들렸다. 권왕의 주먹을 정면으로 맞서고도 아무런 충격이 없을 수는 없는 것이다.
후우우우우욱.
그리고 그 틈을 타.
권왕이 다시 주먹을 뻗으려 했다.
“…위험해요! 비켜!”
제갈소미가 나서려 했다. 허나.
후우우욱.
이번에도 그럴 필요는 없었다.
권왕의 주먹보다 먼저, 인영의 왼 주먹이 다시금 권왕의 복부를 파고든 것이다.
우우우웅, 콰아아아아아앙.
그리고 그 즉시.
권왕의 몸이 이 장가량 뒤로 밀려났다. 심지어 밀려나는 와중에도 그 복부 한복판에는 ‘금빛 주먹’의 형상이 서려 있었다.
‘…백보신권!’
제갈소미의 눈이 흔들렸다.
“아야야…….”
그리고 권왕을 날려 보낸 이가 가볍게 손목을 털었다. 인영의 정체는 놀랍도록 젊은 여인이었다.
타아앙.
“누, 누구세요?”
이내 지척까지 다가선 혁대웅이 물었다. 물론, 제갈소미 또한 다르지 않은 심정이었다.
“그게… 좀 복잡하네요. 아하하. 상황이 상황이니 일단은 소림의 제자…라고 할게요. 적은 아니니까 부디 믿어주세요.”
언미희가 답했다.
‘…좋아.’
제갈소미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자초지종이야 어찌 되었건 또 한 명의 아군이 나타났으며, 심지어는 권왕을 맞상대할 수 있을 정도의 강자였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 이 순간, 세 사람이 무엇보다 절실히 필요로 하던 역할이었다.
파직, 파지지지직.
“아아, 아아아아아!”
허나 그때였다.
하늘 저편에서 섬뜩한 신음이 울려 퍼졌다. 찰나의 순간, 일행의 시선이 위를 향했다.
파지직, 파지지지직.
어느새.
시커멓게 물든 태극의 영역은 간신히 형상만을 유지하고 있었으며, 검은 불꽃은 당장이라도 그 틈새로 범람할 것만 같았다.
송영영은 마침내.
최후의 통제력을 잃어가고 있다.
“…송 소저?”
언미희의 표정이 흔들렸다.
우우우웅.
그리고 어깨 위로 금빛 서광이 일어났다. 언미희는 기감을 통해 시커먼 불꽃이 의미하는 바를 본능적으로 이해했다.
“야, 이벽―!”
또한 그 즉시 제갈소미가 외쳤다. 이벽이 시선을 돌린 순간, 손끝으로 하늘 위를 가리켰다.
“작전 변경이다. 당장 가! 더 늦으면 구할 목숨이 외려 적의 수괴가 되는 꼴 보게 생겼다!”
“……!”
“여긴 이제 괜찮아! 네가 없어도 충분히 안 죽고 버틸 만한―”
후우욱, 타앙.
그 즉시 이벽이 날아들었다. 지척에 착지한 이벽의 시선이 찰나의 순간, 언미희를 향했다.
“언 소저.”
“…아하하.”
오 년여의 시간.
이벽은 얼핏 알아보기 어려울 만큼 성장한 언미희를 마주했다. 허나 웃는 얼굴만큼은 그리 달라지지 않았다.
많은 할 말들이 스쳤다. 허나.
“다녀오겠소. 나중에 이야기하지.”
“…네, 다녀오세요, 공자.”
타아앙.
그 즉시 이벽이 날아올랐다.
하늘의 송영영을 향해 쏘아졌다.
“……?”
찰나의 순간 제갈소미의 표정에 작은 의문이 스쳤다. 허나 이내 시선을 달리했다.
타아아앙.
두 손에 권풍을 휘감은 채 쇄도하는 권왕을 목도했다. 허나 그 방향은 역시 자신들이 아니라 이벽을 노리고 있다.
“저기, 소저. 초면에 죄송하지만, 말도 안 되게 단련되신 것 같은데 권왕을 좀 부탁드려도―”
“아, 네, 그럼요!”
타아앙.
제갈소미의 말이 끝나기도 전 언미희가 땅을 박찼다. 금빛 신형이 선을 그리며 쏘아졌다.
“곰탱이. 너도 날아, 얼른.”
“…왜, 왜?”
“잔말 말고! 꼬맹이 지키라고!”
타아아앙.
이내 혁대웅 또한 땅을 박찼다.
표정 위로 의문이 스쳤으나 곧 그 이유는 명백해졌다. 어느새 혈마 또한 이벽을 향해 쇄도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하, 그런 뜻이구나?”
이내 혁대웅이 이채를 발했다.
후우우우욱, 사라락.
물레바퀴가 나뭇잎으로 흩어졌다.
후우우욱, 후우우욱.
그리고 창끝에서 극척의 초식이 뻗어졌고, 그림자가 십여 갈래로 분화하며 날아드는 혈마의 주변을 두드렸다.
콰아아아아앙, 콰아앙.
혁대웅은 스스로가 혈마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음을 이미 잘 알고 있었다. 허나.
뒤를 쫓는 것이 아닌 등 뒤를 지키는 입장이라면, 그리고 발목을 묶는 것으로 충분하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덥석.
혁대웅은 창을 움켜쥐었다.
콰아아아아앙, 콰아아앙.
“하아아아압―!!”
무력감을 떨쳐내듯, 여러 갈래로 나뉘어진 극척의 초식이 폭포처럼 일대를 휩쓸었다.
콰아아아아앙.
혈마의 몸이 춤을 추듯 허공에서 마구잡이로 흔들렸다. 또한 다행히도 제갈소미의 예상대로였다.
‘…그렇다는 건.’
그 즉시 제갈소미는 시선을 돌렸다. 저만치에 홀로 서 있는 월향의 신형을 발견했다. 허나.
휘이이이.
다시 그녀는.
죽적을 불고 있었다.
화아아아아악.
“…커어억!”
그리고 그와 동시에 등 뒤의 검존이 다시 고통스런 신음을 토해냈다. 제갈소미는 뒤를 확인했다.
스으으으으.
어느새 도자기처럼 금이 간 태극혜검의 영역 안쪽에서 스승의 모습을 한 ‘그것’은 가만히 서 있었다.
사라락, 사락.
허나 그 주변으로는.
마치 백골처럼 빛이 바랜 새하얀 매화가 흩날리고 있었다. 꾸욱, 제갈소미가 입술을 깨물었다.
* * *
후욱.
이벽의 신형이 솟구쳤다.
새처럼 날아오른 몸이 송영영의 태극을 그대로 지나쳤다. 그리고 다음 순간, 이벽은 송영영을 ‘발 아래’에 두었다.
파직, 파지지직.
태극혜검의 영역은.
붕괴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역태극의 묘리건 무엇이건, 그 벽을 뚫고 들어가는 데에는 더 이상 그리 큰 힘이 필요하지조차 않을 듯했다.
허나 그 말인즉슨.
그러한 태극을 붙들고 있는 송영영의 의지가 한계에 다다랐다는 뜻이기도 했다.
결국 문제는.
그 너머의 검은 불꽃이었다.
‘…마기(魔氣).’
이내 이벽은 생각했다.
조금 전, 만류일원진 속에서 권왕의 숨통을 끊어버린 후, 예의 검은 불꽃이 처음으로 그녀의 주변을 서리기 시작했다.
허나 그 직후, 송영영은.
몇 번의 발검을 통해 주변의 불꽃을 ‘베어버림’으로써, 잠깐이나마 그 기세를 주춤하게 했다.
말인즉슨.
‘특수한 종류’의 검이라면, 그와 같은 불꽃을 베는 것조차 불가능하지 않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이벽은 다시.
낙검의 기예를 떠올렸다.
더는 의지로 통제할 수 없을 만큼 불이 붙어버렸다면, 그녀로 하여금 ‘통제력’을 되찾을 수 있을 때까지 대신 베어주면 그만이다.
물론, 지나치게 단순한 생각임은 알고 있었다. 허나 마땅한 해결책도, 시간도 없다면 부딪힘을 통해 알아가는 수밖에 없다.
다시 이벽은.
시커먼 불꽃을 내려다보았다. 그것은 마치 끝이 보이지 않는 절벽처럼 보이기도 했다.
허나 물론.
자의 혹은 타의가 되었건, 절벽으로 떨어지는 경험이라면 더 이상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다.
사라라락, 사락.
이내 이벽의 주변으로 나뭇잎이 휘몰아쳤고 서로 다른 여섯 종류의 기예를 품기 시작했다.
낙검을 떠올리는 것은.
또한 그리 어렵지 않았다.
조금 전, 권왕을 상대로 시도하려 했으나 송영영의 개입에 의해 필요를 잃고 사그라들었던 기예의 감각이 금세 되돌아왔다.
사락, 사라락.
이내 여섯 장의 나뭇잎이 하나로 겹쳐졌고 메마른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쿠우우우우웅.
“…큭!”
허나 그 순간, 서로 공존할 수 없는 여섯 개의 묘리가 충돌하며 이벽의 몸 안을 압박했다.
피시식, 피시시식.
상처의 딱지가 으스러지고.
출혈이 분수처럼 새어 나왔다.
그 순간, 이벽은 눈을 감았다. 서로를 배척하는 여섯 개의 힘을 창공비검의 묘리로써 아울렀다.
이내 압력은 서서히.
몸에서 검으로 옮아갔다.
우우우우웅.
그리고 마침내 모든 압력이 사라진 순간 다시 눈을 떴다. 자신의 손에 쥐어진 ‘시커먼 무언가’를 바라보았다.
“…….”
그것은 마치.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검을 들고 있는 기분이었다. 허나 상념에 빠져있을 시간은 없다.
다시 아래를 향했다.
청강유엽검식(淸江流葉劍式).
낙검(落劍).
이내 칠흑 같은 검이.
불꽃을 향해 추락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