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k Heaven examination RAW novel - chapter (7)
7화. 일대제자 이벽 (2)
훙! 훙!
“야. 미리 말해두는데, 어디 한두 군데 부러지더라도 네가 자초했으니 원망하지 마라?”
목검을 허공에 휘둘러대며 장석두가 으르렁댔다. 이벽은 목검을 허리춤에 가져다 대었다.
“괜찮다. 신경 쓰지 않으니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공격해보도록.”
흘끗, 이벽은 등 뒤의 왕수련을 돌아보았다. 불안과 초조함으로 떨리는 눈빛.
백문이 불여일견. 가르침에 앞서 검로를 직접 보여줄 수 있는 마침 좋은 기회가 생겼다.
후웅!
“이 새끼가! 어딜 눈깔을 돌려?!”
그때, 장석두의 검이 기습적으로 움직였다. 다짜고짜 이벽의 어깨를 향해 내려찍어진다.
탁!
“기세는 나쁘지 않군.”
비스듬히 올려진 이벽의 검. 맞부딪힌 장석두의 검이 기세를 잃고 미끄러지듯 빗겨나갔다.
“어?”
“허나 정직하게 휘두른 검에 가만히 맞아주는 상대는 없다.”
장석두의 얼굴이 멍해졌다.
맨땅을 두드린 자신의 검과 이벽을 두어 번 번갈아서 쳐다보다가, 이내 표정이 다시 험악해진다.
“이, 이 새끼가?!”
후웅, 탁, 탁!
장석두의 공격이 재차 이어진다.
이벽은 하나하나 검을 부딪쳤다.
확실히 근력은 나쁘지 않다. 자세 역시 나쁘지 않아 삼재검을 퍽 성실히 익힌 듯하다.
좀 더 어린 나이부터 내공심법과 함께 제대로 무공을 배웠다면 그럭저럭 성취를 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퍼억!
“컥!”
이벽의 검이 장석두의 옆구리를 두드렸다. 옆구리를 붙잡은 채 비척비척 물러서는 장석두.
“수비가 텅 비었군.”
장석두의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
“진검이 오고 가는 실전이라면 맷집을 믿고 공격에만 몰두하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다.”
“크악! 입 좀 닥쳐 새꺄!”
안색을 붉힌 장석두가 재차 달려들었다.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듯, 일검 일검을 신중하게 펼쳐내기 시작했다.
타악! 탁!
이벽은 두어 번 흘려내었다.
그러나 동작이 경직된 만큼 빈틈도 크게 벌어졌다. 이벽은 장석두의 오금을 두드렸다.
퍼억!
쿠당탕!
그 순간, 장석두의 몸이 제힘을 이기지 못하고 기울어졌고 볼썽사납게 땅 위를 뒹굴었다.
“힘에만 의존하는 건 더욱 어리석은 짓이다. 통제를 벗어난 힘은 오히려 자기 자신을 잡아먹지.”
“…….”
그리고 정적이 감돌았다.
“서, 석두 형이 졌어? 순식간에?”
“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왜?”
벌떡
“크아악!!! 지긴 누가 져!!!”
악을 내지르며 장석두가 다시 몸을 일으켰다. 짐짓 아무렇지 않은 듯 칼끝으로 이벽을 겨눈다.
“너, 너 이 새끼.”
“…….”
“그래… 요상한 검술 좀 할 줄 안다 이거지? 그까짓 게 대수야? 앙?! 외부인 따위한테 내가 질 줄 알아?!”
오기로 가득 찬 눈빛.
그러나 떨림을 숨길 수는 없다.
기세에서 밀리는 걸 어떻게든 오기로 메꾸려는 것. 그 마음가짐 자체를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저 소년은 왜 그렇게까지 자신을 적대하는가였다.
탓!
“크아아아아!”
기합을 내지르며 달려든다.
마구잡이로 휘두르기 시작했다.
삼재검이고 뭐고, 거기에는 더 이상 초식 따위는 없다. 제압하는 건 손바닥을 뒤집듯 쉬운 일이지만.
탕! 타앙!
무작위로 쏟아지는 장석두의 검 사이사이로 이벽의 검이 정교하게 스며들기 시작했다.
선우세가의 청강검식은 발검식의 직, 쾌, 강, 그리고 회검식의 곡, 변, 유 중에서 매 순간 적절한 무리를 선택하여 연계를 이어가는 것에 요체가 있다.
허나 무리를 논하기 이전에 발검과 회검의 검로 자체를 제대로 닦아놓지 않으면 입문조차 불가능하다.
청강수련검식은 바로 그 과정에 해당한다.
상중하, 좌중우.
나에게서 상대에게로 이르는 아홉 개의 출발점.
어떤 상황에서 어떤 방향으로든 자유자재로 검을 뻗고 회수한다.
검과 검의 얽힘에 따라 올바른 경로는 시시각각 달라진다.
허나 그 흐름을 읽어낼 수만 있다면 남은 것은 강물 위에 검을 얹을 뿐이다.
타악! 탁! 탁!
“제길!! 제기라아아아알!!!”
정확한 순간 정확한 위치에 검이 있다면, 상대의 눈먼 검에 맞을 일 따위는 없다.
“이쯤에서 물러설 생각은 없나?”
“허억! 헉, 닥쳐! 헉, 제발!! 헉, 허억, 한대만! 허억, 쫌!! 맞으라고 이 새꺄!!!”
마침내 장석두의 호흡이 눈에 띄게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전히 물러설 생각은 없는 듯했다.
그렇다면.
푹!
이벽의 칼끝이 장석두의 명치를 찔렀다. 컥, 하는 답답한 소리와 함께 장석두의 움직임이 멎었다.
“큭, 크읍, 컥…….”
배를 움켜쥐고 뒷걸음질을 했다. 털썩, 무릎이 풀리고 땅 위에 무너져내렸다.
“웁, 커헉, 우웨엑!”
뱃속을 게워내기 시작했다.
잠시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이벽은 검을 거두었다. 이 정도면 되겠지.
주변을 둘러보자 아이들이 약속이나 한 것처럼 황급히 이벽의 시선을 피했다.
어깨를 으쓱하는 혁대웅. 그새 어디로 갔는지 모습이 보이지 않는 제갈소미.
이벽은 돌아서려 했다.
그러나.
벌떡
“크아아아아!!! 죽여버리겠어!!”
기어코 장석두는 다시 일어났다.
이성을 잃은 듯, 성난 멧돼지처럼 이벽을 향해 달려들었다.
‘난처하군.’
다치게 하고 싶진 않다. 그러나 그러지 않고선 물러서게 할 방도가 없다.
어쩔 수 없지.
이벽은 다시 검을 쥐었다.
탓!
그러나 그때, 누군가가 이벽의 앞을 막아섰다. 두 팔을 벌리고서 장석두를 가로막았다.
“야, 장석두! 이제 그만 좀 해!!”
“수, 수련아…….”
“뭐야?! 대체 왜 그러는 거야! 누가 봐도 네가 진 거잖아! 억지 좀 부리지 마! 그러다 진짜로 다치면 어떡할 건데!”
“…아, 아니, 난.”
“미련하고 한심해! 진짜 싫어!!”
툭, 장석두의 손에서 목검이 떨어졌다. 넋이 나간 듯한 얼굴이 주변을 한 바퀴 둘러보다 울상이 된다.
“제, 제기랄!! 빌어먹을!!!”
타다닷!
장석두는 급기야 대문 바깥으로 뛰쳐나갔다.
* * *
“잘~하는 짓이다.”
제갈소미가 말했다.
장석두와의 비무 아닌 비무가 끝난 이후, 이벽은 반나절 내내 왕수련을 상대로 검의 기초를 가르쳤다.
오후가 되어 왕수련과 아이들이 돌아간 이후에는 혁대웅과 함께 물을 긷고 나무를 했다.
그리고 텃밭으로 나가 밭일에 대해서도 대강의 가르침을 받았다.
그리고 저녁.
유난히 침묵이 감돌던 밥상머리에서, 밥공기를 비운 제갈소미가 마침내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무슨 의미지?”
“아유, 칭찬이지. 장하다, 우리 막내. 수업 첫날부터 촌장댁 아들내미를 개처럼 패버리다니, 아주 그냥 화정촌 여포 납셨지? 앙?”
“…….”
“아하하! 뭐, 그래도 벽이를 탓할 수만은 없잖아? 석두가 자초한 거고. 솔직히 난 어렴풋이 이런 일이 일어날 것 같긴 했어.”
“하아, 못살아, 진짜. 당장 내일부터 촌장님 얼굴을 어떻게 보냐고!”
“에이, 촌장님이 어떤 분인데 애들끼리 치고받은 거 갖고 신경이나 쓰시겠어?”
짐짓 너스레를 떠는 혁대웅.
그리고 이벽에게 시선을 돌렸다.
“벽아, 석두가 그래도 근본적으로 나쁜 애는 아니니까. 너무 고깝게 생각하지는 않았으면 해. 다만.”
문득 혁대웅이 쓴웃음을 지었다.
“좀 걱정되긴 하네. 패배한 것도 서러운데 하필 수련이 앞에서 그렇게 비참하게…….”
“그래, 맞아. 수련이.”
휙, 제갈소미의 샐쭉한 시선이 마찬가지로 이벽을 향했다.
“진짜 큰일 난 건 수련이야.”
“아하하, 그것도 그렇네.”
“아주 하루 종일 저 빌어먹을 막내놈한테서 눈을 못 떼던데? 기를 쓰고 한 번이라도 더 관심을 끌어보려고…….”
“수련이도 벌써 열넷이니까.”
“하긴, 평생을 산골 촌놈들만 보다가 이런 매끈한 도련님을 보면 퍽 신선하겠지. 게다가 어이쿠, 검술까지 강하니 오죽하겠어?”
“무슨 소릴 하는 거지?”
이벽이 물었다.
대화를 따라갈 수 없다.
왕수련이라면, 빈말로라도 검에 재능이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웠지만, 열의만큼은 높이 살 만했다.
청강수련검식은커녕 하루 종일 기초자세를 다듬는 데에 그쳤으나, 의지가 있다면 누구에게나 자신의 검로가 있는 법이다.
“아아아, 우리 수련이 어떡해…….”
폭, 제갈소미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다. 그러다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안 되겠어.”
“…사저?”
“이벽, 너 너무 괘씸해. 그러니까 내가 수련이가 앞으로 겪게 될 아픔을 미리 너한테 안겨줘야겠어.”
“무슨 말이지?”
“비무하자고. 당장 따라 나와. 이번에는 그리 쉽게 당하진 않을 거야.”
“…좋다.”
이벽은 냉큼 자리에서 일어났다.
맥락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비무라면 줄곧 바라던 바다. 그녀의 비도술을 제대로 겪어보고 싶다.
그러나 그때.
“사저, 내가 하면 안 될까?”
혁대웅이 끼어들었다.
“아하하, 솔직히 말야. 벽이의 검무를 봤을 때부터… 아니, 첫날 사저랑 싸우는 걸 봤을 때부터 나도 계속 근질근질했거든.”
머쓱한 얼굴로 혁대웅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새삼스럽지만, 머리 두 개는 더 얹은 듯 거대한 체구가 이벽을 내려다봤다.
언제나처럼 표정은 온화하다. 그러나 눈빛 한가운데에선 숨길 수 없는 호승심이 느껴졌다.
“…쳇. 그래.”
혁대웅과 이벽을 번갈아 보던 제갈소미가 가볍게 혀를 찼다.
“그게 공평하겠네. 그럼 누님께선 이번에는 관전이나 할 테니 어디 한 번 사제 둘이서 찐하게 치고 받아봐.”
드륵, 방문을 열고 나간 제갈소미가 마루에 걸터앉았다. 바깥의 연무장을 향해 턱짓했다.
“벽아, 괜찮지?”
“물론. 문제없다.”
한 번도 혁대웅의 무공을 견식한 적은 없다. 하지만 제갈소미와 비슷한 수준의 실력이라면…….
두 사람은 연무장으로 나왔다. 이벽은 거치대에서 목검을 집어 들었다.
그러나 혁대웅은 아니었다.
훙훙훙!
혁대웅은 한쪽에 눕혀져 있던 나무 봉을 집어 들었다. 6척에 이르는 커다란 봉이 거대한 손안에서 가볍게 회전한다.
“네 앞에서 검을 쓰는 멍청한 짓을 하진 않을게. 나는 창을 주로 쓰거든.”
씩 웃는 혁대웅.
척, 봉 끝이 이벽을 향했다.
“…….”
흥미롭다.
이벽 역시 창술을 배우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기초적인 수준에 불과했다.
또한 창술의 고수와 달리 비무를 해본 기억도 없다. 따라서 가진 무공을 숨길 여력은 없다.
이벽은 발검 자세를 취했다.
혁대웅의 자세를 유심히 살핀다.
양손을 벌려 넓은 간격으로 봉을 쥔 채 그 끝은 비스듬히 땅을 향했다. 섣부른 빈틈은 없다.
“그럼 시작하자.”
이벽은 고개를 끄덕였다.
탓, 그 즉시 땅을 박찼다.
봉과 검은 공격 범위가 다르다. 검으로 봉을 상대한다면, 좌우간 파고드는 것이 상식이다.
쐐액!
당연하다는 듯 봉이 뻗어졌다.
탁! 이벽의 검이 봉과 부딪혔다. 순간 목검이 갈대처럼 쉽사리 튕겨 나갔다.
“…….”
무겁다. 단 한 번 부딪힌 것만으로 팔이 뻐근하다. 그러나 느긋하게 생각할 시간은 없다.
깊게 파고든 봉대가 후려쳐졌다.
타앙!
검과 봉이 다시 부딪혔다.
그리고 이번에는 어느 쪽으로도 밀려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벽은 내심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렇게나 휘두른 창이건만, 발검식 강의 묘리를 제대로 실어서야 겨우 동수를 이루었다.
“그럼, 제대로 갈게.”
혁대웅의 담담한 목소리. 그리고 그의 봉끝이 한쪽으로 슥 밀려났다.
훙훙훙!
그대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위아래를 점하며 원을 그렸다.
탓, 이벽은 한 발자국 물러섰다.
회전 속에서는 마치 절벽의 폭포수와 같은 위압감이 느껴졌다. 빨려들어 가선 안 된다.
그러나 봉을 상대로 더 물러설 수도 없다. 판단을 마친 순간 이벽은 하체에 단단히 힘을 주었다.
물 샐 틈을 찾아야 한다.
없으면 손수 만들어내야 한다.
탕! 탕탕!
발검, 그리고 회검.
제자리에서 청강검식의 여섯 가지 무리가 흐르는 강물처럼 빗발치기 시작했다.
훙훙훙, 타앙!
“으아악, 이거 뭐야! 와하하! 엄청 헷갈려! 사저는 대체 이걸 어떻게 상대한 거야?!”
혁대웅의 입에서 흥분에 찬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회전하는 봉 사이사이로 이벽의 검이 혁대웅의 몸을 두드렸다.
하지만 얕았다.
검을 타고 손끝으로 느껴지는 혁대웅의 육체는 마치 강철 같았다.
내공 없이는 무슨 초식을 쓴들 제대로 된 타격을 줄 수 없을 것 같다.
오히려 잠깐이라도 방심을 하면.
타앙!
“…….”
어깨에 피로가 누적된다.
문득 이벽은 깨달았다. 그저 묵직하기만 한 것이 아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혁대웅의 봉은 점점 더 무거워지고 있다.
“…회전의 묘리.”
강철같은 육체.
극강의 힘. 그리고 체력까지.
시간을 끌면 끌수록 불리해지는 건 이벽이다. 이벽은 침착하게 몰아붙이는 한편, 각오를 다졌다.
위험부담을 피할 수 없다.
다음번의 기회를 노린다.
그대로 십여 합 정도가 더 오고 갔다. 혁대웅의 가슴팍에 눈에 띄는 빈틈이 벌어진 순간, 이벽의 눈이 번뜩였다.
쐐액, 발검식이 파고들었다.
“광참(廣斬)!”
그러나 이벽이 치고 들어가는 그때, 기다렸다는 듯 혁대웅에게서 기합이 터져 나왔다.
후우웅, 탕!
회전력을 실은 봉이 기울어졌다.
부채꼴처럼 퍼지며 전방위를 크게 휩쓸고 지나갔다. 이벽의 공격이 깃털처럼 튕겨 나갔다.
…발검을 예측했던 건가.
“극척(極刺)!”
그리고 다음 순간, 반 바퀴를 회전한 창의 반대쪽 끝이 이벽에게로 날카롭게 찌르고 들어왔다.
탁! 탁! 탁!
위기의 순간, 이벽은 서둘러 검을 회수했다.
회검식 유의 묘리를 실었다. 봉의 경로를 감싸며 부드러움으로 강함을 눌렀다.
그러나 급하게 펼친 회검식으로는 봉의 기세는 쉽사리 꺾이지 않았다.
세 번의 타격 끝에서야 방향이 아주 조금 틀어졌다. 한 끗 차이로 이벽의 어깨 위를 스쳤다.
후웅!
“어, 어라?”
귓가를 스치는 묵직한 바람. 그리고 혁대웅의 몸이 제힘에 휩쓸려 경직되었다.
이벽의 간담이 서늘해졌다.
하지만 기회다. 어쩌면 마지막.
이벽은 황급히 몸을 숙였다. 봉의 아래쪽으로 파고들었다. 발검식 쾌가 빠르게 쏘아졌다.
툭!
검 끝이 혁대웅의 목젖에 닿았다.
연무장에 짧은 정적이 감돌았다.
“아하하! 이런, 져버렸네.”
“…….”
“사실은 내 나름대로 네 무공에 대해 꽤 생각해봤거든. 하지만 생각대로는 안 되는구나.”
“…아니, 그저 운이 좋았다.”
머리를 긁적이는 혁대웅.
이벽은 솔직하게 감탄했다.
청강검식은 비교적 역사가 짧은 선우세가가 지금의 세를 이룰 수 있게 한 무공이다.
그러나 발검식과 회검식으로 이루어진 초식의 특성상, 한 가지 약점을 내포하고 있기도 했다.
그것은 ‘순서의 강제’였다.
발검식과 회검식.
즉, 뻗어지지 않은 검은 회수될 수 없고, 회수되지 않은 검은 뻗어질 수 없다.
물론 이를 보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이 있었고, 보법을 통한 거리 조절로써 어느 정도 극복된 약점이기도 했다.
그러나 혁대웅과 같이 위치를 굳건하게 지키며 거리를 압도하는 상대에게는 한계가 있다.
이벽은 혁대웅을 바라보았다.
직접 부딪혀 본 것도 아니다. 고작 한두 번 옆에서 지켜본 것만으로 약점을 짐작하기에까지 이른 건가.
…곰이 아니다.
섬찟할 만큼 날카로운 재능.
“저기, 벽아. 혹시 지쳤니? 괜찮으면 딱 한 번만 더해볼래? 응?”
“자, 잠깐!”
그때 제갈소미가 끼어들었다.
“못 참겠다! 나도 할래! 교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