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Advent (Descent of the Demon God) RAW novel - Chapter (125)
“쯧쯧, 쓸데없는 능력이로군.”
천여운이 한심스럽다는 듯이 흡수한 능력을 되새겼다.
교인들이 세뇌에 비슷한 능력에 걸렸다고 여겨서 아나스를 죽이기 위해 핵을 빨리 흡수한 것이었는데, 하등 쓸모없게 느껴졌다.
누군가를 유혹하는 스킬이 천여운에게 좋아보일 리가 만무했다.
어찌 되었든 아나스의 몸이 소멸하면서 교인들의 매혹도 풀렸다.
‘엇?……내 팔이 어째서?’
정신이 돌아온 천유장은 자신의 부러진 팔을 보면서 영문을 몰라 했다.
그것은 다른 자들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땅바닥에 머리와 가슴 부분만 조금 튀어나와서 박혀 있던 교인들은 지금 자신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
“뭐, 뭐야?”
“우리가 어째서 여기에?”
사실 그들은 마지막에 있었던 일을 기억했다.
은발의 여인이 자신들을 유혹하려 했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그 이후로 기억이 완전히 사라져서 차마 입밖으로 그것들을 꺼낼 수가 없었다.
“선조님!”
천여운을 발견한 천유장이 자신의 팔목을 붙잡고서 다가왔다.
이에 천여운이 그에게 영문을 물어보려했다.
“선조님 어찌…”
-콰콰콰쾅!
그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큰 굉음 소리가 연달아 터졌다.
그곳을 바라보니 용천 그룹 부지 내에 있던 한 건물이 반파되는 것이 보였다.
다행히 연무장이 있던 건물이라 사람이 없는 곳이었지만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에 어처구니가 없어했다.
“대체 무슨…”
“이곳에서 교인들을 지키고 있어라.”
“네?”
반문하는 그를 두고서 천여운이 반파되고 있는 건물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한편 그곳에서는 격렬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쾅!
거대한 불꽃의 덩어리가 건물에 작렬했다.
그 사이를 뚫고서 전신에 검은 핏줄이 돋아 있는 근육질의 마족 헤일이 튀어나왔다.
“큭!”
헤일의 입에서 짜증이 튀어나왔다.
‘다 된 밥에 재를 뿌리다니.’
샤케나만 상대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압도적인 힘으로 그녀를 밀어붙였다.
그런데 문란영이 도중에 참전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하압!”
문란영이 그를 향해 장법을 펼쳤다.
그러자 헤일의 몸이 검붉은 색으로 변하며 단단해졌다.
그의 두 가지 능력 중 하나인 경화(硬化)였다.
-깡!
체내까지 전부 단단하게 바꾸는데 이렇게 하지 않으면 문란영이 펼치는 발경(發勁)의 수법에 핵을 당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경화를 펼칠 때를 귀신같이 노리는 이가 있었으니,
-스륵!
‘이년!’
샤케나였다.
페이징 능력으로 보랏빛으로 반투명해진 그녀가 경화를 펼치는 순간에 핵을 노려왔다.
이럴 때는 어쩔 수 없이 경화를 풀고 전격을 일으켜야 했다.
-파치치치칙!
“쳇!”
전격에 그녀가 몸을 틀어 피했다.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서 문란영이 헤일의 가슴에 장법으로 발경을 먹였다.
-팡!
“끄헉!”
헤일의 입에서 비명과 함께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이게 문제였다.
두 여자의 합공은 그와 상성이 좋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그는 자신의 능력 두 가지를 동시에 사용할 수 없었기에 그때마다 능력을 바꿔가면서 대처해야 했는데, 그러기에는 그녀들도 전투 능력이 뛰어났다.
“빌어먹을 년들이!”
고통을 참고서 헤일이 다급히 문란영을 향해 발차기를 날렸다.
-퍽!
이를 막아냈지만 엄청난 괴력에 문란영의 신형이 허공에서 십 미터 바깥으로 튕겨나갔다.
문란영은 도중에 진기로 허공을 박차며 더 날아가는 것을 방비했다.
‘조금만 더 하면 제압할 수 있겠어.’
그녀는 충분히 승산을 느꼈다.
내경을 막아내는 경화 능력이 성가셨지만, 샤케나가 적절하게 빈틈을 노려주면서 그에게 타격을 입힐 수 있었다.
이런 판단을 내린 것은 그녀만이 아니었다.
‘안 되겠다. 이러다 당하겠어.’
헤일은 더 이상 싸웠다가 자신이 죽을 지도 모른다고 여겼다.
그런 마음을 먹은 순간부터 전의는 사라졌다.
차라리 도망가는 것이 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지만,
그분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이대로 돌아간다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어쩌면 먹힐지도 몰랐다.
‘빌어먹을 것들! 좋다. 그렇다면 차라리 네놈들을 전부 데려가주마.’
뭔가를 결심했는지 헤일의 눈빛에 독기를 머금었다.
-빠득!
헤일이 이를 꽉 깨물었다.
그러자 흰 자까지도 검게 물들었던 그의 눈동자가 붉게 물들어갔다.
그를 향해 쇄도하고 있던 샤케나의 표정이 굳어졌다.
‘저건?’
저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녀는 알고 있었다.
샤케나가 다급히 능공허도를 펼치며 날아오는 문란영을 향해 소리쳤다.
“언니! 도망쳐요! 놈이 자폭하려 해요!”
“자폭?”
불룩불룩 튀어나온 헤일의 핏줄 역시도 붉게 물들고 있었다.
그것은 마력의 중심부라 할 수 있는 핵을 폭주시키면서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보통 마족들은 이것을 할 수 없지만 각성자들은 핵을 폭주시켜 자폭을 함으로서 거대한 폭발을 일으킬 수 있었다.
“그럼 더 막아야 해!”
샤케나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문란영이 헤일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자폭이 어느 정도 위력일지는 몰라도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교인들이 샤케나에 의해 땅에 몸이 박혀 있었다.
그들을 죽게 내버려둘 수 없었다.
‘무형장!’
그녀가 무형장을 일으켜 불길한 기운을 내뿜는 헤일을 감싸서 폭발을 억눌려보려 했다.
무형장에 억눌리는 헤일이 입 꼬리를 올리며 중얼거렸다.
“늦었다. 인간 계집.”
이와 동시에 폭주한 헤일의 마력이 폭발을 일으켰다.
-파파파파파!
그의 몸에서 엄청난 기운이 폭사되면서 문란영의 신형이 되려 튕겨나갔다.
날아가는 그녀를 샤케나가 붙잡았다.
“도망가라고 했잖아요.”
-스르르르!
문란영을 끌어안은 그녀가 페이징 능력을 일으켰다.
마력의 폭주로 일어난 폭발은 일종의 물리적인 에너지 현상이라 페이징 능력으로 투과시킬 수 있었다.
다만 주변은 그렇지 못했다.
-콰콰콰콰쾅!
헤일을 중심으로 주변의 모든 것이 파괴되려 했다.
‘안 돼!’
바로 그 순간이었다.
-우우우웅!
헤일의 주변의 사방으로 공간이 일그러지며 회전했다.
그러더니 마치 블랙홀이라도 생긴 것처럼 그곳에 강한 인력이 발생되며 폭발의 기운이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슈우우우우!
이로 인해 폭발이 바깥으로 전혀 새어나가지 못했다.
폭주를 일으키는 헤일의 두 눈이 커졌다.
‘이건 대체?’
알 수 없는 현상에 어리둥절해하고 있는데 그의 앞쪽으로 누군가 나타났다.
‘이, 이놈은?’
그는 바로 천여운이었다.
마력의 폭주로 그의 근방은 폭발의 여파가 가장 심했는데, 천여운의 주변에는 심후한 진기가 이를 가볍게 막아내고 있었다.
“하다하다 별짓을 다하는군.”
천여운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다가왔다.
그를 중심으로 부채꼴로 폭발이 뒤로 흘려지며 회전하는 공간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놈은 대체?’
어이없어 하고 있는데 천여운이 그의 가까이로 다가와 손을 머리에 짚었다.
그 순간 엄청난 한기가 헤일의 몸을 파고들었다.
-쩌저저저저적!
“어어억!”
그의 전신이 하얗게 얼어붙으면서 폭발이 이내 멎어버리고 말았다.
폭발은 고작 10미터 채도 퍼져나가지 못했다.
완전히 얼어붙어서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헤일의 가슴으로 천여운의 손이 꿰뚫었다.
-콰드득!
뚫은 가슴 속에서 부풀어 있는 핵을 움켜쥐었다.
“뜨겁군.”
-치이이이익!
마력이 폭주한 핵은 매우 뜨거웠다.
천여운이 진기로 손바닥을 보호하고 있는데도 그 열기가 전해질 정도였다.
“이 상태에서도 흡수가 되려나.”
천여운이 핵을 뽑아내서 팔목의 흑철 보호대에 가져다댔다.
-우우웅!
보호대의 형태를 하고 있는 천마검이 공명을 일으켰다.
그러더니 이내 부풀어 있던 핵이 조금씩 가라앉으며 이내 보호대에 스며들었다.
그와 동시에 머릿속에 정보가 밀려들어왔다.
“하!”
이를 지켜보고 있던 샤케나와 문란영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언니…..주인님 정말 인간 맞죠?”
폭주하여 자폭하는 마족의 최후를 이런 식으로 막아낸 것은 처음 본다.
그런데 그보다도 한 가지 걸리는 것이 있었다.
‘저 철갑 보호대는 대체 뭐지? 또 핵을 흡수했어.’
지난번 마족 카일의 핵을 흡수한 이후로 또 다시 보게 되었는데 너무도 기이한 현상이었다.
만약 이번에도 마족 헤일의 능력을 흡수한다면 저 철갑은 보통 보물이 아니었다.
* * *
같은 시각.
광주의 야경이 보이는 화려한 오피스텔.
와인을 마시며 바깥을 쳐다보고 있던 그림자 속 사내의 인상이 굳어졌다.
세 마족들의 핵에 연결되어 있던 그의 심령이 끊겼다.
‘어처구니가 없군.’
혹시나 하는 마음에 동족 포식을 한 강제 각성한 두 일족도 보냈다.
세 명이라면 아무리 강한 인간이라도 당연히 처리할 수 있을 거라 여겼는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결과가 일어났다.
‘인간이 후작급의 마족 두 명을 없앴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후작급이라면 무림인으로 친다면 생사경의 고수조차 상대할 수 있는 존재였다.
게다가 둘이라면 그런 생사경 고수조차 쉽게 처리할 수 있는 전력이었다.
강해봐야 오대고수급이거나 그보다 조금 강한 정도로 상정했는데 그것이 완전히 빗나가버렸다.
-왕이시여.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
그때 허공에서 작게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창 앞에 서있던 사내가 와인을 들이키고서 말했다.
“그 인간 놈에게 보냈던 일족들이 전부 죽었다.”
-네? 그럴 리가 있습니까? 각성자를 둘이나 보냈는데 말입니까?
“그래.”
잠시 침묵이 흘렀다.
이윽고 허공에서 다시 목소리가 흘렸다.
-왕이시여. 심경은 이해하지만 중요한 시기에 혹여 일족을 더 잃으면 문제가 되지 않겠습니까? 차라리 다른 방법을 써보시는 게 어떻습니까?
“다른 방법?”
-3대 제한 구역에 그것을 움직여 보시죠.
3대 제한 구역(Three Restricted Area)
통칭 TRA라 불리는 곳으로 중원 내에서 지역 자체가 완전히 격리 폐쇄 조치가 된 곳이다.
정부에서마저도 손을 놓은 금지(禁地)라 불린다.
사내가 인상을 쓰면서 말했다.
“그건 아직 써먹을 패가 아니다.”
-어차피 무림협회의 이미지가 좋지 않은 시기입니다. 차라리 놈을 이용해서 그것과 부딪치게 하고서 저희가 어부지리를 취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어부지리를 취한다라…..”
-그것은 저희 삼종(三宗)도 버거운 존재.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그런 게 아닙니다. 놈은 반드시 죽겠지만 만의 하나의 확률로 놈이 살아난다면 큰 부상은 피하기는 힘들 겁니다. 그때 계획을 당겨서 처리하신 후에 공적을 오신 그룹으로 돌린다면 무림협회의 이미지도 만회가 가능할 겁니다.
“흠.”
그 말에 사내가 와인잔을 만지작거리더니, 이내 테이블 위로 걸어가 위에 올려 있던 플랙시블 스마트폰을 들어 터치를 했다.
몇 번의 전화벨이 울리고 난 후에 누군가가 전화를 받았다.
그러자 사내가 친근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네. 왕 위원님. 접니다.”
* * *
부회장 사무실.
그곳의 접대실에는 킹사이즈의 침대만한 고치가 있었다.
마치 유충이 번데기로 변할 때와 같은 이 흰색 고치 안에는 마족 데오가 회복 중이었다.
그런 고치 앞에 누군가 성큼성큼 걸어왔다.
그는 천여운이었다.
천여운이 자신의 뒤를 따라온 샤케나에게 물었다.
“회복되려면 얼마나 남았지?”
그 말에 샤케나가 고치에 손바닥을 갖다 대고서 눈을 감고서 마력의 태동을 느꼈다.
그리고는 말했다.
“음…..하루나 이틀 정도만 있으면 완전히 회복될 것 같아요.”
“어느 정도 회복은 되었나?”
“핵을 담고 있는 가슴 부위는 회복이 되었을 거고 아마 지금 마력을 안정화하는 단계…”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천여운이 고치를 수도로 갈랐다.
-촥! 쩌억!
고치가 갈라지면서 그 안에서 알몸으로 새우처럼 몸을 웅크리고 있던 마족 데오가 양수와 같은 끈적거리는 액체와 함께 굴러 떨어졌다.
데오는 깨지 않고서 죽은 듯이 눈을 감고 있었다.
샤케나가 놀라서 물었다.
“주인님. 아직 회복이 다 되지 않았는데….”
“필요 없다.”
천여운이 바닥에 쓰러져 있는 마족 데오의 가슴 정중앙에 날카로운 예기를 불어넣었다.
그러자 깨어날 것 같지 않던 데오가 비명을 지르며 눈을 떴다.
“으악!”
-꽉!
그런 그의 목을 천여운이 움켜쥐었다.
날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데오가 영문을 몰라서 물었다.
“가, 갑자기 왜?”
“네놈의 전 두목. 지금 어디에 있어?”
“두목?”
“그 동족 포식을 했다는 배신자 놈 말이다.”
“….그걸 어째서?”
그의 물음에 천여운이 살기 어린 싸늘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지금 당장 없애야 겠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