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cromancer before awakening RAW novel - Chapter 177
178화. 신입 테스트(2)
강사후의 손에 그락크놀이 뻥튀기처럼 날아가자 개입하려던 지도 헌터들이 깜짝 놀랐다.
땅에 발을 박듯이 멈춰선 지도 헌터들이 얼빠진 표정으로 강사후를 바라보았다.
“뭐, 뭐야, 저 신입? 어떻게 그락크놀을 공격 한 번에?”
“바람 계열 스킬인가? 저 정도면 못해도 A급인데.”
갑작스러운 강사후의 개입에 놀란 건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고성윤의 실력을 보고자 그락크놀을 도발하여 끌고 왔던 신입 헌터와, 뒤에서 구경하고 있던 신입 헌터들도 깜짝 놀랐다.
“뭐야, 저 새끼는?! 테스트 내내 찌그러져 있더니만 갑자기?!”
“방금 전 스킬 뭐였지? 누구 본 사람 있어?”
일격파천을 본 고등급 신입 헌터들이 웅성거렸다.
자신들도 A급, S급으로 각성한 만큼 누구보다 강한 스킬이 있다고 자부하였지만, 방금 본 스킬은 느낌이 달랐다.
모습 자체는 자신들의 것과 조금 떨어지거나 동등한 정도로 보였으나, 놀랍게도 그 스킬 한 번에 그락크놀이 대거 폭사하며 죽었다.
자신들의 스킬로도 한 번에 죽이기 힘들었던 그락크놀이 떼거리로 죽자 그들의 눈에 경악이 떠올랐다.
하지만 정작 그 모든 소란을 일으킨 강사후는 자신에게 겁을 먹은 그락크놀도 무시한 채 고성윤을 바라보고 있었다.
“잘 보셨습니까?”
강사후의 물음에 멍하니 앞을 보고 있던 고성윤이 퍼뜩 정신을 차렸다.
“네? 네! 보았습니다!”
“뭔가 달라진 게 있었습니까? 시스템창이 떠오르거나 하진 않고요?”
이어진 물음에 눈을 굴리던 고성윤이 깜짝 놀랐다.
그의 말대로 자신이 인식하지도 못한 사이에 시스템창이 떠올라 있었다.
“아! 이, 있어요!”
“뭐라고 써 있나요?”
“스킬 습득 조건 중 하나가 해방 되었습니다, 라고 떠올라 있습니다. 그런데, 그 뒤에 스킬 해방조건이 부족합니다, 라는 시스템창도 함께 떠 있어요.”
조건 해방과 스킬 해방이라.
완벽하게 자신의 추측과 맞아떨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원리는 자신의 예상과 일치하는 것을 확인한 강사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혹시, 몬스터와 전투하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까?”
“네, 처음입니다….”
홀린 듯이 묻는 족족 대답해 주던 고성윤이 돌연 깜짝 놀랐다.
헌터가 되기 위한 공부를 하면서 배운 내용 중 하나가 떠올랐다.
언제, 어디에서, 어떤 상황에서 만날지 모르는 상대에게 자신의 밑천인 시스템 내용부터 경험까지 줄줄이 읊어주다니!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고성윤의 경계심이 섞인 눈으로 강사후를 바라보았다.
“도, 도와주신 건 고맙지만 이 이상은 말하지 않겠습니다!”
“아.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평소 질문하면 꼬박꼬박 대답을 들었던 습관대로 고성윤을 대했다는 걸 깨달은 강사후가 말을 멈추었다.
지금, 자신은 사후세계 길드의 길드장인 강사후가 아니라, 드래곤 길드의 신입 헌터 강후사.
더군다나 새로이 익힌 네크로맨서 마법으로 얼굴과 체형, 목소리까지 변환시킨 만큼, 고성윤 입장에서는 처음 보는 사람일 뿐이었다.
“실례했군요. 그럼, 사냥을 계속 하도록 하지요.”
의심받기 전에 몸을 움직인 강사후가 힘을 조절하며 그락크놀에게 달려갔다.
딴에는 ‘이 정도면 얼추 B급으로 보이겠지’라고 생각하며 취한 행동이었지만, 그 바람 같은 움직임에 다시 한번 주위에서 놀라움이 터져 나왔다.
“저 군더더기 없는 움직임! 홀로 떨어진 그락크놀을 노리는 노련함! 저거, 중고 신입인가?!”
“이제야 이해가 되는군. 그럼 그렇지. 아까 그 스킬은 아무리 S급이라고 하더라도 저레벨 숙련자가 쓸 수 있는 위력은 아니었어.”
“드래곤 길드에서 보석을 발굴했군!”
지도 헌터들이 자기들끼리 추측하며 말하자 조용히 그들의 대화를 경청하고 있던 신입 헌터들이 깨달음을 얻은 표정을 지었다.
“그, 그럼 그렇지. 이름도 들어본 적 없는 놈이 저렇게 잘 싸울 리가 없잖아.”
“근데 잘 싸우는 거 맞나? 그냥 운 좋게 좋은 스킬 얻은 거 아냐….”
신입 헌터들이 지도 헌터처럼 전투에 집중하지 않고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그들의 방심을 감지한 그락크놀이 허점을 노리며 손에 쥐고 있던 도끼, 창 등을 집어던졌다.
아무리 몬스터에 대한 정보가 쌓이고 그만큼 상대하는 방법이 알려졌다고 하나, 그건 어디까지나 정석적인 방법으로 상대할 때 쉬운 것일 뿐이었다.
게다가 보통 스킬은 공격특화면 공격형 스킬만, 방어특화면 방어형 스킬만 얻었기에 방심하고 있던 신입 헌터들이 날아오는 무기에 놀라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그들의 머리와 사지를 찢을 듯이 날아오던 무기들은 중간에 개입한 강사후가 휘두른 마나를 두른 손에 모조리 잡혀 힘없이 땅에 떨어졌다.
“집중하시죠.”
그락크놀의 무기를 막아준 강사후가 신입 헌터들을 보며 짤막하게 경고하였다.
애당초 그들과 큰 접점도 없고, 얼굴을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니만큼 아무런 감정이 없는 목소리였다.
하지만 그 목소리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있는 기세에 눌린 신입 헌터들은 새파래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반응을 보기도 전에, 강사후가 바람처럼 사라졌다.
“…호, 혹시 육체 강화 스킬도 있는 거 아닐까?”
아까 전, 강사후를 운 좋게 강한 스킬을 얻은 행운아로 치부한 신입 헌터가 애써 현실을 부정하며 말했으나 아무도 그의 말에 귀 기울여 주지 않았다.
강사후의 경고에 정신을 차린 신입 헌터들이 전투에 합류하였다.
이미 강사후의 참전으로 분위기가 기운 상태였기에 그락크놀와의 전투는 손쉽게 진행되었다.
넋이 나간 신입 헌터들을 대신하여 전투를 주도하던 강사후가 그들이 참전하는 것을 기점으로 조금씩 발을 빼었다.
전투에서 빠진 강사후가 다시 본래의 목표인 고성윤에게 정신을 집중하였다.
강사후의 일격파천을 보고도 그것을 스킬로 얻지는 못하였지만, 무언가 깨달은 점이 있는지, 그의 움직임은 아까 전보다 미묘하게 달라져 있었다.
“어때, 길드장. 답은 좀 얻었나?”
강사후가 전투에 참여하여 고성윤을 살펴보는 동안, 편히 테스트를 진행하도록 지도 헌터를 잡아두고 있던 배덕호가 슬쩍 물었다.
고성윤의 움직임에 시선을 떼지 않은 채 강사후가 대답했다.
“네, 추측이 완전히 틀린 건 아닌 것으로 보이나… 그렇다고 맞아 떨어지지도 않군요.”
“반쪽자리 답이라는 건가. 뭐,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사전에 강사후의 추측에 대해 귀띔 들었던 배덕호가 아쉬운 듯이 입맛을 다셨다.
그 역시 바티칸에서 이유 모를 조건을 충족했다는 내용의 시스템창과 함께 새로운 스킬을 얻은 경험이 있었다.
게다가 아직 스킬을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만큼, 배덕호 역시 강사후의 추측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
“뭐, 내 경우에는 저 신입처럼 능력의 모체를 만난 것은 아니니 상황이 다르지만.”
“이제 남은 미습득 스킬은 하나지 않습니까? 스킬이 4개나 있으시고, 하나같이 뛰어난 스킬이니 너무 조급해하시지 않아도 될 거라 생각합니다.”
“하긴. 우리 길드장은 스킬이 단 2개밖에 없는데 그렇게 세잖나? 조직원들은 그 대장을 닮는 법이지.”
배덕호가 웃으며 강사후가 단 2개 스킬, 영혼기 제작과 능흡의 권능만 있다는 것을 짚으며 웃었다.
물론 그 말은 진심이 아니었다.
비록 강사후 스스로 갖고 있는 직업 스킬은 2개가 맞았으나, 현재 강사후는 갖고 있는 것을 모두 사용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 스킬을 갖고 있었다.
물론, 그 사실을 짚으며 웃어넘기려는 배덕호에게 무안을 줄 정도로 강사후의 사회성이 부족하지는 않았다.
“어깨가 무겁군요. 더욱 정진하도록 하겠습니다.
“…아, 아냐. 그 이상 정진하지 말아줘.”
배덕호가 정색하며 고개를 저었다.
안 그래도 강사후는 주기적인 대규모 위령제에서 바쳐지는 스킬을 능흡의 권능으로 흡수하여 너무나 많은 스킬을 얻을 수 있었다.
거기에, 몬스터와의 연결을 통해 그들의 스킬까지 사용하며, 그를 이용하여 신체능력까지 단련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더 정진한다?
배덕호는 자신을 포함한 다른 사람들의 멘탈을 걱정하며 진심으로 그를 말렸다.
강사후가 배덕호의 진심 어린 넉살에 작게 웃을 때, 신입 헌터들이 보스 몬스터 헌팅을 마쳤다.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보스 몬스터를 본 강사후가 습관적으로 스킬, 영혼기 제작을 사용하려다 간신히 멈추었다.
지금은 신분을 숨기려 가명까지 사용하고 있는데, 영혼기 제작을 사용하면 모든 노력이 무의미하였다.
게이트가 클리어되었습니다.
클리어 보상으로 2,50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게이트 클리어 보상으로 2,500포인트를 받은 배덕호가 씨익 웃었다.
“크으, 쏠쏠하네. 이참에 나도 지도 헌터 활동 좀 해볼까. 이렇게 포인트 모으는 것도 큰 도움이 되는데.”
다른 지도 헌터들을 바라보며 배덕호가 입맛을 다시자 강사후가 의아해 하였다.
“구매하시고 싶은 물건이라도 있으신 겁니까?”
“뭐, 주희 양이 우리 길드로 오면서 질 좋은 물건을 만들어 주는 게 좋긴 한데. 포션이나 고등급 마법이 걸려 있는 아티팩트는 상점을 이용해야만 하니까.”
소서리스가 세계에 존재를 드러낸 이후, 그녀들의 연구로 인해 모노리스의 비밀은 세상에 공개된 후였다.
상점 기능에 한 단계 더 높은 경지로 각성할 수 있다는 전직 시스템이 세상에 밝혀진 이후, 치열한 모노리스 확보 경쟁이 이루어졌었다.
게다가 그 상점에서 그동안 사용방법을 알 수 없었던 게이트 클리어 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지자, 세계적으로 게이트 헌팅 경쟁이 높아졌다.
포인트에 관계없이, 오래도록 게이트를 헌팅했던 강사후는 포인트가 차고 넘치도록 많았지만, 다른 헌터들은 항상 포인트에 목말라 하였다.
결국 B등급 이상의 인류의 존망을 위협하는 게이트가 아닌 이상 세계 헌터 협회에서 만든 규칙에 따라 정당히 경쟁하여 게이트를 선점해야 했다.
그건 배덕호 역시 다르지 않았기 때문에, 배덕호 역시 포인트가 아쉬운 상황이었다.
“그런 문제가 있었군요. 다음에 게이트를 헌팅할 일이 있으면 저랑 함께 가시죠.”
다른 사람도 아니고 배덕호가 게이트가 모자라 고민이었을 줄은 몰랐던 강사후가 제안하였다.
생각해 보니, 소환수들이 모두 진화하고 강해지면서 단독으로 게이트를 빠르게 헌팅하는 방식을 사용하느라 다른 길드원들을 챙기지 못했었다.
“오, 정말인가? 좋아, 좋아! 길드장과같이 가는 거라면 든든하지!”
배덕호가 새끼손가락을 내밀자 강사후가 쓰게 웃으며 마주 손가락을 걸었다.
밖으로 나가는 게이트를 통과하니, 그들보다 앞서 나온 신입 헌터들이 한시연 앞에 줄을 선 채 서 있었다.
이미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강사후와 배덕호는 슬쩍 뒤로 돌아서 줄에 서지 않고 빠져나갔다.
이미 한시연으로부터 지시를 받았는지, 지도 헌터들이 둘을 이상한 눈으로 볼지언정 잡지 않았다.
잠시 눈이 마주친 한시연에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눈인사를 한 강사후와 배덕호가 뒤로 사라졌다.
“뭐야? 아까 그 이상한 녀석 어디 갔어?”
“우리랑 같은 드래곤 길드라고 하지 않았어?”
강사후의 눈에 띄는 활약을 기억하고 있던 신입들이 그를 찾았으나 보이지 않자 한시연에게 질문하였다.
“감독님! 아직 게이트에서 나오지 않은 사람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무슨 말이죠?”
한시연이 짐짓 모르는 척 묻자, 신입 헌터들이 답답해하였다.
“아까 테스트에 입장한 신입 수가 40명이지 않았습니까? 지금은 38명뿐이고요.”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군요. 처음부터 테스트를 진행하는 인원은 38명이었습니다만.”
“아니, 그게 무슨….”
내심 강사후에게 경쟁심을 불태우고 있던 신입 헌터가 다시 따지려 할 때.
멀지 않은 곳에서 돌연 한 마리 가고일이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이 보였다.
멀찍이서 한시연이 고생하는 것을 본 강사후가 보란 듯이 소환한 가고일을 타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지구상에 가고일이라는 B급 몬스터를 타고 움직일 수 있는 헌터는 이 세상에 단 한 명뿐인 것을 아는 만큼, 모두가 입을 떡 벌리며 가고일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벌어진 입을 보며 내심 웃음을 참은 한시연이 장난스럽게 말하였다.
“입장 인원은 분명 38명이었습니다. 뭐, 여기 보면… 강후사, 배호덕이라는 분의 이름이 지워져 있습니다만. 전산오류는 흔히 있는 일이죠.”
그녀의 말을 들은 신입 헌터들의 머리로 그 이름이 떠올랐다.
강후사. 배호덕.
“…꺄아아악!”
“우와아아악!”
신입 헌터들 사이에서 다양한 뜻을 내포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