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10
10화
‘무슨 수로 광물을 녹여, 젠장!’
겨우 돌칼 하나를 갈 정도인데 청동기나 철기를 떠올리고 있다니 어이가 없는 순간이었다.
“……칼이나 갈자.”
역사고 나발이고 지금은 다 필요 없다. 오직 들개의 가죽을 벗길 수 있을 정도로 날카로운 돌칼을 만드는 것이 급했다.
그리고 가죽을 벗기고 불도 피워야 할 것 같다. 그래야 들개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으니까.
그러니 잡생각을 할 여유가 없다. 이대로 잡생각을 하다간 배가 고파 죽을 것 같으니까.
슥슥 석석! 슥슥슥!
그렇게 30분 이상 돌칼의 날을 갈다가 어느 정도 갈렸나 들어 봤을 때였다.
-무기 제작 스킬 생성이 생성되었습니다.
갑작스레 스킬 생성 메시지가 떴고, 나는 바로 눈앞에 보이는 반투명한 홀로그램을 봤다.
-?
종족 : 헌터(현생 인류)
레벨 : 5
생명력 : 350
근력 : 5(+2)
민첩 : 5
마력 : 10
지혜 : 107(+3)
명성 : 201
무기 제작 스킬 생성과 함께 지혜 스탯이 상승해서 플러스가 됐다.
“현 상태 유지.”
내 명령어에 저 반투명한 홀로그램 스탯 창이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고 계속 보이게 되었다.
“이것도 지난 어비스랑 똑같네.”
내가 무엇인가를 하면 스킬이 생성된다. 물론 처음 생기는 스킬들은 대단한 것이 없고 평범하다 못해 미흡하지만, 그 스킬들을 반복하여 숙달하다 보면 새로운 스킬들이 생성이 되고, 점점 더 강한 스킬로 발전한다.
“가죽을 벗기면!”
아마도 도축 스킬이 생길 거다.
그렇게 중얼거리며 들개의 가죽을 벗기기 시작했다.
찌익~ 찌이익!
고사리 같은 손이 새빨갛게 달아오를 정도로 힘이 들어갔다. 그리고 1시간 넘게 낑낑거리며 들개의 가죽과 사투를 벌였지만 고작 한쪽 다리의 가죽만 벗겨 낼 수 있었고, 수십 번이 넘게 칼질을 해서 간신히 허연 뼈가 보일 정도로 큼지막한 살점을 자를 수 있었다.
뼈가 보이자 바로 있는 힘껏 발길질해 들개의 다리뼈를 꺾었다.
빠지직!
처음에는 안간힘을 써도 들개의 뼈를 부러뜨리지 못했다. 하지만 저 고기를 먹어야겠다는 일념 하나로 끝내 들개의 다리뼈를 부러뜨리고, 들개의 몸통에서 허벅다리를 분리할 수 있었다.
이 작업을 끝내자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젠장! 몸이 약해서 뭐 하나 쉬운 게 없네!”
짜증밖에 나는 것이 없다. 지난 어비스에서는 수도(手刀)로 달려오는 소의 뿔을 내려쳐 부러뜨렸다는 그 사람처럼 미노타우로스의 뿔도 쉽게 뽑아내거나 두 동강을 냈는데, 지금은 고작 뼈를 부러뜨리는 것만으로도 기력이 바닥이 나는 형편없는 몸이 되었다.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다.”
그때 생각해 봐야 아무 일도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발골 스킬 생성이 생성되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메시지가 떴다.
-근력 : 5(+3)
발골 스킬을 얻었기 때문에 근력 스탯이 +3이 됐다. 미션을 수행할 때마다, 그리고 상대하기 벅찬 존재를 소멸시킬 때마다 기본 스탯이 아닌 괄호 속의 + 수치가 상승한다. 그래서 똑같은 레벨이라고 해도 +스탯 수치에 따라 강함의 차이가 극명하게 차이가 났다.
“그리고 발골 스킬은…….”
주로 칼을 이용하기 때문인지 검술 스킬과 연결이 된다.
* * *
어둡던 동굴 내부가 모닥불의 불길로 밝아졌다. 덕분에 이 동굴이 공동묘지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지금 모닥불 위에는 들개의 두 눈깔과 허벅다리에서 잘라 낸 살점들이 나무 꼬챙이에 끼워져 개기름을 흘리며 노릇노릇하게 구워지고 있었다.
고기를 먹기 위해 거의 3시간 동안 비지땀을 흘렸고, 그 결과 드디어 뭔가를 먹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맙소사, 가죽 벗기는 게 진짜 일이 됐네.’
예전 같으면 1분이면 오크 정도 크기의 몬스터의 가죽은 가볍게 벗겼을 거다. 그리고 발골의 난도질 스킬을 이용해 동물이나 몬스터의 뼈에서 살점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발골을 했겠지만 지금은 그 작업이 너무나 어렵다.
아이의 몸이기 때문일 것이다.
내 생존에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이 연약한 육체다. 그리고 이 몸 때문에 생성된 공격 스킬도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여튼 잘 먹고 잘 커야겠네.”
그래야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레벨 업을 통해 신체를 최강 전사의 몸으로 재구성시키고 이번 어비스의 목표인 킬 더 갓을 이뤄 낼 것이다.
“그건 그렇고 왜 요리 스킬은 안 뜨지?”
단순히 굽는 것은 요리가 아닌 모양이다. 하지만 중요하지는 않다.
지금 당장 주린 배를 채울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눈깔은 익은 것 같네.”
꼬챙이에 끼워져서 익고 있는 눈깔을 집어 들었다.
“후후! 후우!”
지글지글 잘 익었기에 후후 불며 개 눈깔을 입에 넣고 씹었다.
물컹!
씹자마자 물컹한 식감이 느껴지더니 비릿한 냄새가 느껴졌다.
처음 내가 지난 어비스에 소환이 되었을 때라면 토해 버렸을 거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속된 말로 이제는 산전수전 공중전을 넘어서 원시전까지 치르고 있으니까.
꿀꺽!
눈을 질끈 감고 씹어 삼켰다. 그리고 노릇하게 구워진 고기 꼬치를 모닥불에서 꺼내 후후 불며 뜯어 먹었다.
“역시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니까.”
그렇게 배를 채우자 머리가 복잡해졌다. 우선 고민스러운 것은 내가 여기에 그대로 있어도 되냐는 거다.
물론 늑대발톱과 큰바위 그리고 주술사는 어쩔 수 없이 나를 묻었지만 이곳은 다시 깨어난 아이를 산 채로 다시 묻는 원시인들이 있는 곳이다.
“이 상태로 저 밖에 나가면?”
험악한 원시 야생에 그대로 놓인다는 거다.
아마 동굴 밖으로 나가면 몬스터나 다름이 없는 수많은 육식동물이 우글거리고 있을 거다.
방금은 운이 좋아 들개를 죽였다지만 밖에 나갔다가 들개 떼라도 만난다면 얼마 도망치지 못하고 잡아먹힐 것이 분명했다.
거기다가 지금은 밤이다.
밤이 되면 더 사나운 맹수들이 활동을 할 때고 나는 어쩔 수 없이 약하기 때문에 놈들의 먹잇감이 될게 분명했다.
“검치호라도 만나게 된다면…….”
나도 모르게 검치호까지 떠올렸고 소름이 돋아 온몸이 부르르 떨렸다.
TV에서 봤다.
원시시대에서 먹이사슬의 정점에 있는 것은 인간이 아니라 검치호라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만약 이 동굴에서 나갔다가 놈한테 걸리면 나는 한입거리도 안 된다. 그러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결국, 여기가 제일 안전하겠네.”
우선은 날이 밝을 때까지 이대로 있는 것이 가장 현명한 판단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열 살은 됐으려나 모르겠네. 하여튼 회춘 제대로 했다.”
배가 부르니 여유를 찾게 됐고 나도 모르게 농담이 나왔다. 그리고 조금 졸리기 시작했다.
“좀 춥네.”
분명 겨울은 아닌 것 같은데 한기가 느껴졌다. 동굴 속이라 그런지 모닥불을 피워놨지만 모닥불을 쬐고 있는 앞부분만 따뜻함이 느껴질 뿐이다.
“모닥불 옆에서 자도 입 돌아가겠다.”
원래 저번 어비스에서도 나는 내 몸을 끔찍하게 챙기는 스타일이었다.
남이 나를 챙겨 주지 않으니 내가 나를 챙겨야 한다는 생각에 무엇이든 내가 우선이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빠른 속도로 강해졌고, 모두가 나를 우선시했다.
그래서 강한 것이 진리라는 것을 터득했다.
남들에게 동정을 구하는 것보다 악으로 버티며 강해지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렇게 강해져야 버틸 수 있고 내일의 해를 볼 수 있었다.
“자긴 자야 하는데…….”
그냥은 잘 수 없을 것 같다.
헌터로 각성을 했지만 이 몸은 여전히 나약한 상태니까.
그리고 이 순간 나도 모르게 떠올린 것은 온돌이었다. 그리고 이 동굴에서 내 나름의 원시적인 온돌을 만들어내는 방법이 떠올랐다.
‘지혜 스탯의 효과다.’
이런 것은 좋은 것 같다.
“그래, 그럼…… 온돌을 만들어 볼까.”
나는 바로 모닥불에 큼지막한 돌들을 집어넣었다.
‘무덤과 요람은 같은 거니까.’
피식 웃으며 고개를 돌려 내 무덤을 봤다. 이렇게 자기 무덤을 보고 웃는 사람은 세상천지에 나밖에 없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