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197
197화
“허, 허억! 아이고 놀래라…….”
이달투드워프1을 비롯한 이달두드워프들은 꽤 오래 캭을 봤는데도 저렇게 놀란다.
“왜 그러십니까? 캭 님!”
툭툭!
캭은 자기가 잡아온 산돼지를 앞발로 툭툭 친 후에 자기 앞발을 들어 모닥불을 가리켰다.
“예?”
캬오옹!
내가 보기에는 저 산돼지를 이달투드워프에게 구워 달라는 것 같다.
인제 보니 고기가 모자랄 것 같아서 잡아온 것이 아니다. 자기가 혼자서 먹겠다고 잡아온 거다. 그리고 사람처럼 구워 먹겠다고 저렇게 이달투드워프1에게 시키는 것이다.
“구우라는 겁니까요?”
캬옹!
캭이 사람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날카로운 송곳니로 죽은 산돼지의 앞다리 한쪽을 물어뜯어 이달투드워프1의 앞에 놨다.
“제게 주시는 겁니까?”
이달투드워프1은 캭이 무서운지 반말을 하지 못했다. 아니, 내 혈족 말고는 누구도 캭에게 함부로 말하지 못했다. 어찌 보면 캭은 우리 부족 수호신처럼 여겨졌다.
땅에는 캭, 하늘에는 끼옥.
하늘 부족은 그렇지 않았지만 다른 부족에는 보편적으로 뿌리내린 토테미즘 때문에 그런지 희귀하고 강한 짐승을 신처럼 모시는 문화가 모두에게 익숙한 것 같았다.
캬옹.
캭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재촉하는 듯 안광을 형형히 빛냈다.
“예, 알겠습니다. 고기를 굽겠습니다.”
보통 야생짐승은 날고기를 먹는다. 그런데 캭은 요즘 부쩍 구운 고기를 탐하고 있다.
‘아이고, 저러다가 사람 되겠네.’
피식 웃음이 나왔다. 캭이 잡아온 산돼지를 나누면 고기는 부족하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죽은 산돼지 옆에서 끼옥이 산돼지의 눈깔을 파먹고 있다.
‘그래, 저게 진짜 동물이지.’
어쩌면 캭은 점점 자신의 야성을 잃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조금 심난한 기분도 들었다.
끼끼! 끼끼!
그때 손에 무화과를 하나 든 손오공이 이달투드워프1에게 다가가 무화과를 내밀었다.
캭을 보고 그대로 보고 배운 거다. 손오공은 마치 과일과 고기를 바꾸자는 듯한 동작을 취했다.
캬악!
그때 캭이 자기가 먼저라는 듯 손오공을 자기 앞발로 툭 치려고 앞발을 뻗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새끼 원숭이 손오공이 캭의 앞발을 가볍게 피했다. 그리고 캭의 뻗은 앞발을 타고 올라가 캭의 콧잔등을 작은 손으로 후려치고는 점프해 물러나 씩 웃었다.
‘와, 겁도 없다. 역시 내 펫이네.’
새끼 원숭이 손오공 역시 내게 테이밍을 당한 녀석이다. 녀석의 목적은 끼끼부대 대장이고, 그 끼끼부대는 계절마다 열리는 과일을 우리에게 택배 서비스를 해줄 착한 녀석들이다. 스스로 과일을 따는 것보다 따다 바치게 하는 것이 당연히 훨씬 즐거운 일이다.
캬아아악!
그때 콧잔등을 맞은 캭이 울부짖었고, 잔치를 즐기던 내 부족 사람들이 놀라 캭을 보다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괜찮아~ 괜찮아~ 아무것도 아니야. 계속 놀아.”
내 말에 캭이 저 버릇없는 놈을 그냥 두지 말라는 듯 그릉거리며 나를 봤다.
“예, 알겠습니다. 족장님!”
“이게 술이라고 했지? 술술 넘어가네, 술술!”
“하하하! 이걸 마시니까 기분이 좋다. 어서 더 마시자고.”
부족민들은 캭이 낸 소리라는 것을 알아차리자 다시 고기와 술을 먹으며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이어갔다.
“네가 참아. 아직 애다, 애!”
캭을 보며 손오공은 아직 새끼니 그냥 봐주라는 투로 말했다.
캬옹…….
끼끼! 끼끼!
그리고 손오공은 캭이 제대로 공격하면 자기는 한 입 거리도 안 된다는 것을 아는지 내 뒤로 왔다가 내 옆에 앉아 있는 연꽃의 무릎 위에 살짝 앉았다.
‘녀석, 어디가 제일 안전한지 아네. 머리가 좋아.’
연꽃 옆이 누구에게나 제일 안전한 곳이다. 연꽃을 지켜줄 내가 있으니까.
“우쭈쭈~ 고기가 먹고 싶었어?”
연꽃은 손오공이 무척이나 귀여운 모양이다.
끼끼! 끼끼!
“그럼 이걸 먹어.”
연꽃이 손오공에게 작게 자른 고기 한 점을 건넸다. 손오공은 기쁜지 연꽃의 팔에 자기 얼굴을 비볐다가 쪼르륵 연꽃의 어깨를 타고 올라갔다. 그리고 이를 잡겠다는 듯 연꽃의 머리카락을 손질하기 시작했다.
“나, 가려워 없어.”
끼끼?
“잘 씻으면 없단다.”
끼끼! 끼끼!
손오공은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캭은 그런 손오공이 얄밉다는 듯이 여전히 째려보고 있었지만 손오공이 달라붙은 상대가 연꽃이기에 손을 대지도 못하고 으르렁거리기만 했다. 그리고 손오공은 연꽃을 등에 업고는 아무것도 무섭지 않은 사람처럼 혀를 쭉 내밀어 캭을 약 올렸다.
‘이거 견원지간이 아니라 호원지간이 되겠네.’
물론 손오공이 어리기에 캭이 봐주고 있다는 것을 나도 알고 있다. 흐뭇한 광경이었다. 그렇게 잔치는 풍성하고 화기애애하고 들떴다. 모르긴 몰라도 내가 푼 술은 남자를 좀 야릇하게 만드는 것 같다.
아아아~ 아아아~
대나무 수풀 저편에서는 벌써 사랑을 꽃피우는 것들이 있었고,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이달투드워프들은 넋이 나간 사람처럼 수풀 너머를 멍하니 바라만 봤다.
‘조만간 날을 잡기는 해야겠다. 이번엔 정말로.’
저들에게도 짝이 필요할 때가 된 것 같다. 미션도 떴으니까.
내 충성스러운 이달투드워프들을 위해서라도 이빨호랑이 부족은 멸족시켜야 할 것 같다.
문제는 여자들인데 그녀들을 끌고 온다면 온전히 내 부족민이 될 수 있을지가 의문이라면 의문이었다. 게다가 지금 내가 마음먹은 생각은 내 외할아버지가 진행하고 있는 강제적인 부족 팽창 전략과 다를 것이 없었다.
‘나 참, 고민스럽네…….’
고민스러울 뿐이다. 나는 악어머리 부족의 행태를 사상누각이라고 정의했다. 그런데 내가 그 길로 향할 생각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나, 쉬야 좀.”
그때 제비꽃이 늑대발톱에게 속삭이는 소리가 내 귀에 들렸다. 술 때문에 얼굴이 살짝 붉었다.
레벨 업을 거듭한 후 내 피지컬은 더 상승했다. 올빼미의 이능을 강탈해서 그렇기도 하지만 더 잘 보였고, 또 청각에 대한 이능은 강탈한 적이 없는데 더 잘 들렸다. 이런 점들 때문에 헌터는 끝도 없이 강함을 열망하는 조금은 한심한 존재가 되는 것 같다.
“같이 가줄까?”
“호호, 다 늙어서 숲에 가서 뭐하게요?”
“아들 하나 더 낳으면 되지.”
“어머, 좋은 제안이지만 아들은 하나면 됐네요.”
제비꽃은 늑대발톱의 귀에 속삭이며 눈으로는 제일 높은 곳에서 부족민들을 내려다보고 있는 나를 향해 미소를 머금었다.
“저 다녀올게요.”
“멀리 가지 마.”
“왜요?”
“보고 싶거든.”
“오늘이 무슨 날인가 봐?”
참 보기 민망할 정도로 젊고 아름답게 사는 한 쌍이었다. 그렇게 제비꽃이 대나무 숲으로 향하는 순간 가시꽃도 차가운 시선으로 주위를 살피며 일어났다.
‘뭐지?’
불길한 예감에 나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 가게?”
연꽃이 내게 물었다.
“고기를 너무 먹었나 보네. 배가 아파!”
“호호호! 많이 먹더라. 다녀와.”
“응.”
불길한 예감이 들었지만 연꽃에게 웃어주고 가시꽃이 사라진 곳으로 천천히 걸었다.
* * *
제비꽃이 가죽옷을 추스르며 볼일을 보려고 할 때 뒤에서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는 것을 느꼈다. 제비꽃은 순간적으로 앞으로 굴러 빠르게 자리를 피했다.
“뭐하는 거야!”
제비꽃이 자신을 공격한 가시꽃을 노려봤다. 그녀의 손에는 엉성하긴 하지만 땅속에서일어서의 방식 그대로 뼈를 갈아 만든 뼈송곳이 들려 있었다.
“저도 어쩔 수 없어요.”
“죽고 싶은 것이냐? 감히 내게 이빨을 보였단 말이지?”
제비꽃이 매섭게 가시꽃을 노려봤다.
“제비꽃 님을 죽이지 못하면 제 아들 차돌이 죽어요. 아시잖아요. 제비꽃 님의 아버지이신 족장님이 얼마나…… 잔인한 사람인지.”
“네가 아버지의 귀라는 것을 이제야 말하는군.”
제비꽃은 신중하게 바닥에 떨어진 돌을 집어 들었다.
“제비꽃 님은 저를 이길 수 없어요.”
“과연 그럴까?”
“같은 훈련을 받았지만 저는 젊고, 제비꽃 님은 이제 늙었죠. 이얍!”
그 말과 함께 가시꽃이 제비꽃을 향해 덤벼들며 뼈송곳을 힘껏 찔렀고 제비꽃은 아슬아슬하게 몸을 피했다.
하지만 가시꽃은 깊이 들어간 뼈송곳을 다시 칼처럼 잡고 크게 휘둘렀고, 그것을 피하려 뒷걸음질을 친 제비꽃이 돌을 밟고 넘어졌다. 술이 깊게 돌아 몸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으윽!”
“제비꽃 님, 미안해요. 하지만 저도 어쩔 수 없어요. 엄마인걸요.”
“이……이……!”
기분 탓이라고 생각하고 움직였지만 이내 대나무 숲에서 요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한달음에 뛰어간 나는 쓰러져 있는 제비꽃과 제비꽃을 노려보고 있는 가시꽃의 뒷모습을 볼 수 있었다.
“미안해요. 이얍-!”
가시꽃이 뼈송곳을 고쳐 쥐었을 때 나는 미친 듯이 뛰어 가시꽃의 목을 움켜쥐었다. 타이밍이 맞아 떨어진 것은 천운이었다.
“커억!”
“네년이 감히!”
나도 모르게 살기를 뿜어냈고, 내 손아귀에 목이 잡힌 가시꽃이 컥컥거렸다. 이 상태로 조금만 더 힘을 주면 가시꽃은 죽는다. 나는 치솟는 울분으로 손에 힘을 더했다.
“죽이지 마세요, 족장!”
가시꽃의 목에 핏줄이 보랏빛으로 솟아오를 때 제비꽃이 소리를 질렀다. 나는 얼이 빠져 고개를 돌렸다. 제비꽃은 한스러운 목소리로 내게 읍소했다.
“죽이지 마세요. 가시꽃은 죄가 없어요.”
“어머니를 죽이려고 했습니다!”
“그래도. 모든 건 단지 아버지 때문입니다.”
제비꽃이 진심이라는 것이 느껴져 나는 손아귀의 힘을 풀었다.
“커……컥, 허억, 헉, 쿨럭.”
바닥에 쓰러진 가시꽃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기침을 토했다.
‘죽여야 하는데…….’
끄나풀이기에 원래도 죽이려 했지만 이제는 그런 계산 문제가 아니었다. 감히 제비꽃을 죽이려 했기에 반드시 죽이고 싶었다. 내 가족을 건드리는 것은 그것이 놈이든 년이든, 몬스터든, 아니, 신이라도 용서치 않을 것이다. 아무래도 분노가 가시지 않았다.
“흐윽, 흑, 흐읏!”
위기의 순간 여자의 눈물은 진실보다 거짓일 때가 많다. 하지만 가시꽃이 흙바닥에 뒹굴면서 내는 구슬픈 울음소리는 뭔가 신경이 쓰였다.
“일단 무슨 사정이 있는지 들어보세요, 족장.”
“……알겠습니다, 어머니는 돌아가 계세요.”
내가 제비꽃을 어머니라고 말하자 울던 가시꽃이 놀라 나를 봤다. 아버지와 나 그리고 어머니만 알고 있는 출생에 대한 비밀을 가시꽃도 알게 되는 순간이다.
“족장!”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단호하게 말했기에 제비꽃은 내 앞에 납작 엎드린 가시꽃을 잠시 측은히 바라보다 부락으로 걸음을 옮겼다.
“나를 설득하지 못하면 너는 내 손에 죽을 것이다.”
어쩌면 처음부터 이런 일이 생기지 않게 미리 내 손으로 가시꽃을 처리했어야 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가시꽃은 아무 말 없이 눈물만 떨굴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