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305
305화
“여기.”
“고맙다.”
지점장은 거산에게 부싯돌을 받자마자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미소를 보였다.
그리고 바로 땅속에서일어서가 표시해 준 곳 여기저기에 꽤 큰 모닥불이 피워졌다.
“녹기 시작했다. 땅을 파라.”
지점장의 외침에 이달투드워프들이 달려들어서 땅을 파기 시작했고 이 모습을 본 이달투드워프4가 인상을 찡그렸다.
“왜 그래?”
“나는 오늘도 죽어라 나무 삽을 만들어야 한다. 내일은 이달투드워프들을 더 데리고 와야겠다.”
“그러네.”
거산은 그저 피식 웃을 뿐이다. 그리고 이렇게까지 땅속에서일어서에게 충성을 다하는 존재들에 대해 놀라움을 다시 한 번 느꼈다.
* * *
레드의 용성 앞 넓은 벌판.
크아악!
몬스터들의 비명이 여기저기 울려 퍼지고 있고 레드는 현란한 검술 실력을 이용해 파란빛이 감도는 얼음과 함께 나타난 몬스터들을 척살하고 있었다. 그리고 레드의 전사들 역시 하얀 말의 지휘를 받으며 몬스터들을 쓰러트리고 있었다.
그들의 전투방식이 달라진 것이 있다면 땅속에서일어서가 개미 던전을 공략할 때처럼 방패병과 장창병으로 구분이 되어 있다는 것이다. 또한 횃불을 든 전사들도 꽤 많이 있고 레드와 전투병들이 몬스터를 쓰러트릴 때마다 죽은 몬스터의 사체를 불태우고 있다는 거였다.
“장작을 피워라. 더 불을 크게 피워라.”
이것은 레드의 지시였다. 불이 피워진 곳으로는 더 이상 파란빛이 감도는 얼음이 살아 있는 생물처럼 전진하지 못했다.
그래서 용성 안쪽에서는 용벽 바로 뒤에 장작불을 피우고 있었다.
‘장작이 더 필요하겠어.’
결국 몬스터들과 의문의 힘에 의해 살아 움직이고 있는 얼음들을 막아내는 것은 뜨거운 화염이었다.
서걱!
크아악!
또 한 번 레드의 장검이 빛을 뿜어내며 몬스터의 목을 베어냈고 몬스터는 바로 바닥에 쓰러졌다가 푸른빛을 뿜어내면서 다시 꿈틀거렸다.
지지직! 지지직!
크아아악!
화화화! 화화!
죽은 몬스터의 사체가 불에 무척이나 약했다. 그리고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몬스터의 사체는 불이 붙자마자 활활 타올라 재가 되어 사라졌다. 그렇게 몇 시간의 전투를 통해 얼음계곡 몬스터들의 1차 습격을 레드는 막아냈다.
“다 죽였다!”
“레드 폐하 만세!”
전사들이 레드를 칭송하듯 함성을 질렀고 용벽 위에서 레드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던 여와도 그제야 안심을 했다.
그리고 이 순간 뻗어 나오기만 하던 푸른빛의 얼음들이 퇴각하듯 뒤로 꽤 멀리 물러났다.
‘더 강력한 화염이 있어야 해.’
레드는 얼음이 녹아버린 땅을 보며 속으로 뇌까렸다. 그리고 어비스에서 봤던 스몰웜이 떠올랐다.
‘놈들의 피만 있으면…….’
푸른빛의 얼음과 몬스터들을 끝장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레드였다.
“고생하셨습니다.”
하얀 말이 달려와 레드에게 말했다.
“나무 장작이 더 필요하다.”
“알겠습니다. 이미 장작을 더 구하고 있습니다.”
“내가 저 아래의 땅을 지키는 수호신이 되고 있구나.”
용벽을 기준으로 만년설산 쪽은 온통 얼음으로 뒤덮여 있지만 레드의 용벽 뒤는 겨울이기는 하지만 사방이 얼음으로 뒤덮여 있지는 않았다. 그리고 레드의 투쟁은 어떤 면에서는 땅속에서일어서를 돕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예?”
“아무것도 아니다.”
레드는 이렇게 버티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광역필드의 중심으로 가서 광역필드를 클리어 하는 것만이 이 겨울을 끝내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용성을 두고 떠날 수도 없는 레드였다.
‘혼자서는 불가능해.’
처음 자신이 광역필드를 찾았을 때 그때라면 혼자서도 광역필드 클리어가 가능했을지도 몰랐으나 현재로는 불가능할 거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땅속에서일어서인 헌터 최강욱이 떠올라 인상을 찡그렸다.
‘내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 * *
화화화! 화화화!
천막 안에는 모닥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고 천막 안은 이미 냉기가 사라진 상태로 후끈할 정도로 열기가 느껴졌다. 신하들은 모두 천막 안에 모여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날이 저물었으니 사냥은 내일부터 한다.”
나는 그렇게 말하고 단단히를 봤다.
“오늘 밤 안으로 어떻게든 뗏목을 만들어 놓겠습니다.”
단단히는 눈빛만으로도 내가 자신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눈빛이다.
“그렇게 해.”
사실 따지고 보면 고래 사냥을 위해서 준비할 것은 거의 없다.
바다를 항해할 배와 고래를 잡을 작살과 작살에 박힌 고래를 끌어당길 줄만 있으면 충분했다.
‘생각은 쉽지.’
얼지 않는 먼바다까지 나가려면 노를 저어야 하고 그걸 대신하기 위해 현무를 뗏목에 연결해야 했다.
“작살은?”
내 말에 이빨이 고개를 돌려서 일꾼 조장 하나를 봤다.
“폐하께서 준비한 작살을 보시고자 하신다. 어서 작살을 가지고 와라.”
일꾼 조장이 공룡의 뼈로 깎은 날카로운 작살을 가지고 내 앞에 공손히 놨다.
“여기 있습니다. 폐하!”
“가죽 줄은 단단하게 묶었겠지?”
지천에 깔린 나무 넝쿨로 만들 수도 있었지만 고래는 큰 짐승이고 그러니 힘이 셀 거라는 생각에 가죽으로 엮어서 끈을 만들었다.
‘무게가 상당하겠군.’
결국 저 작살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은 몇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사들은 어렵고 결국…….’
이달투드워프 중 하나가 고래잡이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곳은 왕국의 부두가 되어 번창할 것이다.
“보시겠습니까?”
“됐다. 단단히에게 배운 대로 준비했다면 철저하게 준비했겠지.”
내 말에 단단히가 미소를 보였다.
‘하여튼 나 말고는 못 던지겠어.’
이것이 바로 고래 사냥을 직접 나온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작살도 크지만 작살에 연결된 가죽끈 역시 묵직한 것이 꽤 무게감이 느껴졌다.
‘현무를 대체할 존재들이 필요했다.’
공군까지 만들었는데 해군을 못 만들 것은 없다. 내가 없을 때 지속적으로 고래를 사냥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다부터 강까지 쭉 연결되어 있다.’
육로로 이동하는 것보다 강이라는 수로로 이동하는 것이 최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 생각을 현실로 만들고 빠른 이동과 각 지역에서 확보된 물자들을 이동시키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해군을 창설하는 것이 적합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결국 테이밍이다. 그리고 여기서 내가 무엇을 테이밍해서 해군의 추진체로 쓸 것인가가 중요했다.
‘물개? 아니지.’
바로 현무다. 그리고 현무와 비슷한 것을 찾는다면 원시 바다거북밖에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싱싱한 자연산 물개 고기를 먹어야겠다.”
나는 이미 물개를 양식 아닌 양식을 하고 있다. 이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고 왕국에 단백질을 제공하는 바다 목장이 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물개의 교배기라서 그런지 꽤 많은 물개가 해안가 사방에 깔려 있었다.
“이미 전사들이 일꾼들을 데리고 물개를 잡고 있습니다.”
늑대발톱이 내게 말했다.
“일꾼들에게도 부족함 없이 먹이도록 해라.”
* * *
지지직! 지지직!
‘고기 참 잘 익는다.’
꽤 넓은 돌판 위에는 얇게 자른 물개 고기가 지글지글 익고 있었다. 넓은 돌판 아래에는 모닥불이 피워져 있었다. 그 모닥불의 열기로 돌판은 이미 벌겋게 달궈져 있었다.
나는 익고 있는 물개 고기를 잠시 보다가 해가 지고 있는 바다를 바라봤다.
‘오늘은 풍족하게 먹이고 나는 테이밍을 위한 헌팅을 나간다.’
나는 물개 고기로 배를 채우고 있는 전사들을 비롯한 내 백성들을 봤다.
‘일꾼들까지 행복해하는군.’
그럼 된 것이다.
“잘 익네.”
나는 대나무 젓가락을 이용해 물개 로스구이 한 점을 집어서 돌판 옆에 놓은 소금에 찍었다.
“먹을 만하겠네.”
잘 익었으니 그리 비리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입에 넣고 씹는 순간 약간 누린내가 났다. 그렇다고 못 먹을 정도는 아니었다.
‘나도 원시인 다 됐군. 하하하.’
나는 내 천막 안에 모여 있는 신하들을 봤다. 제일 말석에 흑수가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흑수!”
흑수가 내 부름에 무릎을 꿇은 상태에서 조심스럽게 나를 봤다.
“이리 와서 같이 먹자.”
내 말에 내 신하들이 놀라 나를 봤다. 내 옆에서 같이 겸상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늑대발톱과 이빨 그리고 큰바위가 전부다.
물론 가끔 단단히도 같이 겸상을 해서 먹기는 하지만 그건 아주 예외다.
거산이나 사초도 지금까지 나와 겸상을 해서 먹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 내가 흑수를 부르고 있으니 다른 전사 조장들이 놀랍다는 눈빛을 보였다. 물론 늑대발톱을 비롯한 혈족들 역시 조금은 놀랍다는 눈빛이다.
“폐, 폐하.”
“어서 와서 앉아라.”
내 말에 이빨이 나를 유심히 봤다가 큰바위를 봤다. 그리고 무슨 의도에서 내가 이러는지 아는 눈빛이다.
“어, 어찌 제가 감히…….”
“폐하께서 부르신다. 어서 와서 앉지 않고 뭐해.”
이빨까지 재촉하니 흑수는 바로 내 앞으로 와서 무릎을 꿇고 앉았다. 사실 백성들은 이빨을 가장 두려워한다.
본의 아니게 이빨이 치안을 유지하는 역할을 하게 됐고 그에 따라서 죄를 짓거나 분란을 일으키는 백성들을 벌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백성들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보면 나보다 더 무서운 존재가 이빨일 것이다. 그다음으로 늑대발톱을 무서워하고 아이처럼 천진난만한 큰바위와는 친구처럼 지내는 경향이 있었다.
“먹고 싶은 만큼 먹어라.”
흑수는 황송하다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감사하옵니다.”
“먹으면서 기억해라. 네가 내게 이런 대우를 받는 것은 네가 큰바위의 손발이 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흑수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겠다는 눈빛을 보였다.
“저는 항상 큰바위 님의 손과 발이 되겠습니다.”
흑수가 잠시 고기를 먹느라 정신이 팔린 큰바위를 보다가 내게 말했다.
“너는 일을 아주 잘하고 있다. 그래서 내가 매우 흡족하다.”
“감사하옵니다.”
“그래서 너에게 성을 내리마.”
“성, 성을 주신다고 하셨습니까?”
흑수가 놀라 내게 되물었다.
조선 왕국에서 성을 가진 사람은 몇 없다. 따지고 본다면 이빨도 성이 없다.
“그 전에 앞서서!”
나는 이빨을 봤다.
“이빨. 그대도 성이 없군.”
이빨에게 먼저 성을 내려야 할 것 같다.
이빨은 나를 만감이 교차하는 눈빛을 보였다. 그리고 그의 눈빛에서는 약간의 서운함이 느껴졌다.
‘실수했군.’
나는 이빨의 눈빛을 보며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혈족들은 성이 없다. 백성들이 이름만 가진 것과 또 다른 의미다. 그래서 이빨이 저런 눈빛을 보이는 거였다. 이빨은 지금 자신이 내 혈족이 아니라 백성 중 하나라고 받아들이고 있는 거였다.
하지만 이미 성을 내린다고 했다.
번복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