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332
332화
‘배트맨.’
나는 거대한 화염에 휩싸여 적들이 아우성치는 성벽 위를 봤다. 어떤 면에서는 불필요한 희생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 폐하!]‘동아줄을 던져주라고 해.’
저렇게 다 죽일 필요는 없다.
배트맨이 성벽 높은 곳에서 기름을 부은 날개틀 바구니로 날아갔고 명령을 받은 조종사들이 일제히 줄을 내려주자마자 노예 전사들과 여전사들은 살기 위해 줄에 매달렸다.
쿠우웅! 쿠우웅!
성벽 위가 불타는 순간 설인들은 거대한 통나무를 이용해 성문을 부쉈다.
바자작! 콰콰아앙!
“우가바아아!”
“성문이 열렸다!”
전사 하나가 소리쳤다.
“야크 전차 돌격!”
“돌격하라!”
‘배트맨! 너는 끼옥과 함께 오초희를 쫓아라.’
오초희가 아무리 빨라도 날개를 가진 존재보다 빠를 수는 없다.
‘제대로 된 추격전이 시작되겠군.’
[서쪽으로 도망치고 있사옵니다.]역시 내 예상 그대로다.
“전랑대는 나를 따른다.”
두두두! 두두두!
나는 자신의 성을 버리고 도망치는 오초희를 헌팅 하기 위해 20기의 전랑대와 함께 추격을 시작했다.
* * *
다다닥! 다다닥!
땅속에서일어서의 급작스러운 공격에 분노했던 오초희는 땅속에서일어서가 총공격을 감행하는 모습을 보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을 쳤다.
지금까지 자신을 따르던 존재들의 비명을 들으면서 오직 자신만 살아남기 위해 서쪽으로 빠르게 도망쳤다. 배트맨과 끼옥이 창공에서 오초희가 도주하는 모습을 감시하며 쫓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를 땅속에서일어서와 전랑대가 쫓았다.
“망할 새끼, 개 같은 새끼! 절대,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
오초희는 정신없이 도망을 치면서도 성질을 박박 냈다.
“망할 새끼가 있던 곳이 어디지?”
도망을 치면서도 복수를 생각하는 오초희였다.
오초희는 도망치는 이 순간 땅속에서일어서가 이빨호랑이 부족을 멸망시켰다고 보고한 전사를 떠올렸다.
“악어머리 부족이었어.”
오초희가 뛰면서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그 순간 지금까지 자신을 보호했던 절벽에 막히고 말았다.
박박박! 박박박!
절벽에 진로가 막히자마자 오초희는 절벽을 손톱으로 찍으며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바드득!
“피, 피눈물을 흘리게 해주마.”
오초희는 절벽을 기어오르며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오초희는 빠르게 절벽 위로 올라섰다. 그리고 저 멀리 굽이굽이 돌아 흐르는 강을 노려봤다.
‘강을 따라간다. 강 쪽으로 도망쳐서 다 죽여 버리고 떠날 것이다.’
바드득!
다시 한번 분노를 뿜어내는 오초희였다.
‘엥? 방향을 틀었네.’
하늘 위에서 보던 배트맨이 오초희가 도망치는 방향이 바뀐 것을 보고 바로 땅속에서일어서에게 보고했다.
* * *
다다닥! 다다닥!
나는 외길인 절벽 낭떠러지를 빠르게 달려 빠져나가고 있다. 이미 오초희가 도망쳤고 성안은 여기저기가 불타고 있다. 다른 전사와 노예들은 오초희까지 도망을 쳤기에 전투 의지를 상실했을 것이다.
‘아버지라면 충분히 수습하시겠지.’
제대로 된 고을 하나를 점령한 것 같다. 이제 이곳에서 식량 생산에 집중할 것이다. 물론 광역필드 때문에 길어지고 있는 겨울이 가고 봄이 와야 하겠지만 말이다.
“최대한 빨리 이곳을 벗어난다.”
다다닥! 다다닥!
나는 달리면서 소리쳤다.
이달투들워프들이 우렁차게 소리쳤다.
[도주하는 방향이 바뀌었습니다요.]그때 도망친 오초희를 쫓고 있는 배트맨이 초음파 소통을 시도해 왔다.
‘어디로?’
나도 모르게 인상이 찡그려졌다.
그리고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설마 망할 것이…….’
순간 나는 오초희가 빈집털이하려고 방향을 틀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피해 죽자고 도망치고 있는 오초희지만 그 망할 것도 레벨이 높은 헌터다.
혼자서도 충분히 내 임시 수도성을 박살 낼 정도의 힘은 있을 것이다.
[강 쪽으로 뛰어가고 있습니다요. 엄청 빠릅니다요.]나는 오초희가 손톱으로 가파른 절벽을 기어오르는 것까지 봤다. 정말 필사의 탈출이라고 할 만했다. 그리고 그 망할 것의 손톱이 무기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짐작했다.
‘강?’
강을 따라가면 내 임시 수도성이 나온다.
“이 망할 년이!”
나도 모르게 분노가 치밀었다.
“강 쪽으로 간다!”
두두두! 두두두!
오초희를 추격하기 위해서 20기의 전랑대가 죽을힘을 다해 강 쪽으로 달렸다.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
* * *
거의 하루를 달렸지만 오초희와의 간격을 빠르게 좁히지 못하고 있었다.
‘정말 대단하군.’
제대로 민첩을 특화한 것 같다. 하지만 이대로 시간이 갈수록 거리는 좁혀질 것이다.
헌터도 사람이니 체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거리 차이가 얼마나 나지?’
[거의 다 쫓았습니다요. 한 시간 정도의 차이인 것 같습니다요.]백색 늑대를 혀를 쭉 내밀고 달리고 있다. 이들도 쉬지 않고 달리고 있기에 지친 것이다.
“멈춰라!”
내 외침에 전랑대 전원이 그 자리에 멈췄다.
헥헥헥! 헥헥헥!
백색 늑대들이 혀를 쭉 내밀고 숨을 헐떡거렸다.
“왜 그러십니까?”
단단히의 표정도 무척이나 어두웠다. 시간이 없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백색 늑대들에게 활력 회복제를 먹여야겠다.”
이달투드워프들은 내가 지급한 활력 회복제를 두어 병씩 가지고 있다.
“남은 것이 있으면 각자 마셔.”
이달투드워프들 역시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나도 내가 가진 활력 회복제의 뚜껑을 따서 마셨다.
순간 몸속에서 뜨거운 힘이 느껴졌다. 그리고 활력 회복제를 마신 백색 늑대들의 눈빛도 달라졌다.
‘이제는 거리를 더 빠르게 좁힐 수 있다.’
“다시 쫓는다.”
우린 그렇게 다시 강을 따라 도망치는 오초희를 추격하기 위해 달렸다.
‘죽인다. 내가 꼭 죽인다.’
내 가족을 위협에 빠트릴 생각 자체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오초희는 죽어 마땅하다.
누구도 내 혈족과 백성을 건드릴 수 없다.
그것이 바로 왕이 된 나의 임무고 사명이니까.
* * *
“헉헉헉, 헉헉헉!”
정말 오초희는 미친년처럼 쉬지 않고 달렸다. 머리는 산발이 됐고 숨이 넘어갈 정도로 헐떡였다.
쿠우웅!
그때 더는 뛰지 못하고 오초희가 슬라이딩하듯 쓰러졌다.
후우우우! 후우우우!
오초희가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그리고 하늘을 보다가 인상을 찡그렸다.
“저 박쥐 새끼는…….”
배트맨을 본 것이다. 배트맨이 쫓아오고 있다는 것은 땅속에서일어서가 추격해 오고 있다는 것이다.
“쉴, 쉴 때가 아니야.”
바드득!
오초희는 어금니를 꽉 깨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다닥! 다다닥!
오초희는 다시 뛰기 시작했다.
아우우우-!
그때 뒤에서 백색 늑대들의 울부짖는 소리가 메아리쳤고 땅속에서일어서가 거의 근접한 거리까지 쫓아왔다는 생각이 들어 온몸이 부르르 떨렸다.
“망, 망했다.”
하지만 오초희는 뛰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다다다! 다다닥!
“저기다.”
단단히가 도망치는 오초희를 발견하고 소리를 질렀다. 물론 땅속에서일어서도 오초희를 보고 있었다.
“포위해서 막아라.”
땅속에서일어서의 명령에 20기의 전랑대가 두 방향으로 흩어져서 오초희의 앞을 막았다.
아우우우-!
백색 늑대들이 울부짖었다. 마치 이제야 겨우 따라잡았다는 환호성을 지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 * *
백색 늑대의 등에서 뛰어내린 이달투드워프들은 방패를 들고 오초희를 겹겹이 에워쌌다.
으르렁! 으으으응!
백색 늑대들이 오초희를 중심으로 맴돌며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냈다. 오초희 역시 갑작스럽게 공격해 올 것을 대비하기 위해 목을 움츠리며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졸라 빠르네.”
나는 백색 늑대의 등에서 뛰어내려 오초희에게 다가섰다.
‘완전히 지쳐 있군.’
망할 것의 입술은 바짝 말라서 타들어 가는 것처럼 보였고 얼굴은 이미 흙먼지투성이다. 간신히 서서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잖아!”
오초희가 내게 앙칼지게 소리를 질렀다.
“나는 다 포기하고 도망치고 있어. 너는 식량을 가졌으니까 이럴 필요는 없잖아.”
“강 쪽으로 뛰어왔지?”
“그, 그래서?”
“도망을 치른 상황에서도 내 혈족들을 죽이겠다는 결심을 한 거지.”
“아, 아니야.”
“그러니 너처럼 표독스러운 것은 죽어야 해. 네가 살면 후환이 되니까.”
내 말에 오초희는 절망적인 눈빛을 보였다.
“난, 난 그냥 도망을 친 거야!”
오초희는 내게 절규하듯 소리쳤지만 나는 망할 것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 지난 어비스에서도 오초희를 죽일 수 있는 상황에서 살려준 헌터들은 나중에 피눈물을 흘렸었다.
나는 다시 오초희를 매섭게 노려보며 천부의 검을 꺼냈다. 그리고 악령의 방패까지 꺼내 들었다.
“악령출격!”
나는 바로 치우를 소환했다.
검은 기운을 가진 연기가 빠르게 치우로 변했다. 치우가 내 앞에 당당히 서는 그 순간 오초희는 고개를 떨구었다.
[또 무엇을 베면 되는가?]“주인, 달빛을 베어본 적이 있는가? 이런 소리를 또 하려고 그러지?”
[엥, 할 때는 모르겠는데 내가 들으니 좀 그렇군.]치우가 인상을 찡그렸다.
“그러니까 닭살 돋으니까 앞으로는 하지 말라고.”
나는 이제 여유를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