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 of the Soulless Unholy RAW novel - Chapter 105
104. 나이트 크롤러 6
“거기 나가 여자! 이름이 뭐지?”
“남자 네 이름은?”
나가들도 샤티와 아자딘의 이름을 물어보았다.
“이 여자의 이름은 샤티고….”
아자딘은 그리 말하며 은근히 샤티에게 압력을 넣었다. 샤티를 안아 들고 있는 몸통을 팔로 강하게 조인 것이다.
그 순간 샤티는 자신이 아자딘을 뱀의 꼬리와 몸통으로 졸라 죽이려 했다는 게 얼마나 헛된 망상인지 깨달았다. 오히려 아자딘이 조르니까 그녀의 몸이 터져나갈 것 같다.
‘무슨 인간 놈의 힘이! 이 온혈동물 무섭네!’
샤티는 할 수 없이 아자딘이 백작 성을 습격했을 때 죽은 동료 술자의 이름을 댔다.
“그는 카펠라예요.”
“카펠라와 샤티…라면.”
“살라스마 백작에게 갔던 친구들이군?! 역시 맞아!”
“대체 무슨 일이지? 저 뒤에서 화살을 쏘던 놈들은 뭐야?”
“그것보다 중요한 건 이걸….”
아자딘은 바닥에 장검을 내려놓았다. 물론 샤티를 붙잡고있는 손에 숨기고 있는 단도는 내려놓지 않았다. 대신 그는 바닥에 장검을 내려놓고 빈손으로 품에서 신왕진서 사본을 꺼냈다.
스스로 빛을 발하는 백색 종이를 본 순간 나가들이 감탄했다.
“신왕진서!”
“신왕진서 사본이로군!”
“네. 이걸 전해드리려고 하는데.”
아자딘은 나가들의 이목이 신왕진서 사본에 쏠린 사이 살짝 고개를 숙였다.
“모두 피해요!”
샤티가 고함을 빽 질러 경고했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쐐액!
아자딘은 나가들에게 화살을 던졌다.
깜짝 놀란 나가 청년들이 방비를 취했지만 아자딘 가까이에 있던 이는 그대로 화살에 머리를 꿰뚫리고 말았다. 뒤늦게 방패를 들어 화살을 막아낸 이도 화살이 방패를 뚫고 들어와 얼굴에 박히는 걸 막을 수 없었다.
“크악!”
푸른색 화살이었다. 아자딘은 황제의 전령 75령인 네프티에게서 획득한 청강전을 사용해 나가들의 방패를 뚫고 그들에게 상처를 입힌 것이다.
이미 한 번 사용해서 화살촉이 좀 둔해져 있을 텐데도 청강전은 방패를 종잇장처럼 뚫고 들어가 나가 청년들의 얼굴을 깊게 찔러 버렸다.
“캬악!”
샤티가 손톱을 세우고 이빨을 드러냈지만 아자딘이 손에 감춰둔 단도를 휘둘러 샤티의 입을 후려갈겼다.
-빠각!
샤티의 송곳니가 부러지며 피가 튀었다. 인간보다 덩치가 큰 나가가 아자딘의 공격을 버티지 못하고 나가떨어진 것이다.
“윽!”
오크 강령술사, 스콧 맥그린은 이미 아자딘을 의심하고 있었기에 빠르게 대비했다.
“구울!”
구울이라 하는 사악한 정령이 깃들어 변이된 인간의 시체가 네발짐승처럼 뛰어 아자딘에게 덤벼들었다. 하지만 아자딘이 바닥에 내려놓았던 장검을 잡고 휘두르자 구울이 옆으로 튕겨 날아가 버린다.
‘말도 안 돼!’
스콧은 휠체어를 뒤로 물렸다. 강령마법으로 조작되는 휠체어가 미친 듯 미끄러지며 뒤로 물러난다. 그리고 언데드들을 방벽으로 세워서 적의 돌진을 막는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장검이 일직선으로 스콧을 향해 날아왔다. 아자딘이 투검을 펼쳐 검을 그에게 던진 것이다. 손으로 던진 검이 무슨 발리스타의 철창처럼 날아오는 게 기세가 흉흉하다. 맞는다면 그대로 등짝까지 뚫고 나올 것이다.
‘아! 젠장!’
스콧이 다루고 있는 언데드들이 몸으로 막으려고 하지만 공격이 너무 빨라서 언데드들의 운동성으로는 막을 수가 없었다.
그때 스콧의 그림자에서 그림자 악마가 튀어나왔다.
[카악!]나이트 크롤러였다. 이 거대한 그림자 악령은 손톱을 휘둘러 아자딘의 투검을 쳐냈다.
“이런.”
아자딘은 이번에도 완벽한 공격을 막아낸 나이트 크롤러에게 경악했다.
‘보통 강령술사라면 처음 화살 공격에 이미 죽었을 텐데, 그때도 살고 이번에도 살다니. 저 그림자 악령이 신경 쓰이는데? 처음 봤을 때부터 느꼈지만 저건 진짜 강력한 마물이다. 어쩐다?’
그런데 정작 그 마물을 다루는 오크의 얼굴이 녹색으로 진하게 물드는 게 아닌가? 갑자기 그림자 악마가 오크의 머리통을 붙잡더니 번쩍 집어 들었다.
[외상은 끝이다! 스콧 맥그린! 이제 대가를 지불해야 할 시간이다!]“아, 안 돼!”
오크 강령술사가 주문을 외우려 했지만 그림자 악마가 입을 벌려 그를 통째로 집어삼켰다.
그런데….
“응?”
보고 있던 아자딘은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했다.
[크하하하하!]그림자 악마의 몸이 짙어지고 있었다.
‘아 그렇군. 술자를 몸에 흡수해서 자신이 이 세계에 현현하기 위한 마력원으로 쓰고 있는 거군.’
아자딘은 그림자 악마의 몸에 흡수된 오크가 마력 공급원이 되었음을 깨닫고 혀를 찼다.
소환이나 초환 마법은 장시간 유지하려면 정식으로 이쪽 세계에 속한 자의 희생과 헌신이 필요하다. 저 그림자 악마는 악령이면서 또한 악마 같은 존재라서 이쪽 세계에 오래 있기 위해서는 매개로 살아 있는 술자가 필요했다. 아마도 계약을 들어주다가 대가가 쌓이면 저렇게 술자를 잡아먹는 것이리라.
[자아! 절망해도 좋다! 인간!]술자를 집어삼켜 힘을 얻은 그림자 악마로부터 짙은 어둠이 뿜어져 나와 주위 언데드들을 휘감았다.
“캬아아악!”
“크아아!”
그림자가 언데드들을 휘감더니 그들의 갑옷이 되고 근육이 되었다.
아자딘은 그런 그림자 악마의 거대한 모습을 보고 잽싸게 몸을 돌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어차피 저런 강력한 악령형 괴물은 오래 유지되지도 않는다. 굳이 여기서 저걸 상대하느라 힘을 빼느니 도주하는 게 낫다.
‘나가들이 여기서 무슨 짓을 하는지 알아내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굳이 힘을 뺄 이유는 없지. 부상도 아직 다 낫지 않았는데.’
아자딘이 도주하자 나가들 역시 도주하기 시작했다. 아자딘이 얼굴에 화살을 꽂은 나가들은 그 정도로는 죽지 않았다. 나가는 뇌수를 헤집어 놓지 않으면 쉽게 죽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단도에 이빨이 부러진 샤티도 일어나서 열심히 달려온다.
“헉! 아, 아자흐딘!”
샤티가 아자딘의 이름을 옛 아라가사 식의 발음으로 불렀다. 부러진 이빨 사이로 발음이 새서 그런 것이지만 아자딘은 자신의 이름이 불린 것에 충격을 받았다.
그때 뒤쫓아 오던 그림자 악마가 아자딘보다 느려서 뒤처진 나가를 덮치려 한다.
“쳇!”
아자딘은 단도를 뒤로 던져 나이트 크롤러의 심장부를 노렸다. 그 심장에는 방금까지 나이트 크롤러를 다루던 오크 강령술사가 있을 터. 과연 나이트 크롤러가 과민반응하며 단도를 막아내었다.
“다들 찢어져서 달려!”
아자딘은 나가들에게도 도망치라고 하고 자신도 달려나갔다. 그러자 샤티는 아자딘을 뒤따라 달리고, 다른 나가들은 아자딘을 피해 멀찍이 간다. 발 빠른 아자딘과 거리가 벌어지자, 나가들이 주문을 시전했다.
“아!”
아자딘의 앞에서 억센 덩굴풀들이 자라났다. 종아리 높이의 덩굴풀들이지만 가시가 나 있고 옷감이나 피부를 찢으며 달라붙게 되어 있어서 훌륭한 장애물이 된다.
‘아니 이것들이 해보자는 건가? 서로 방해하면 내가 더 잘해! 이 자식들아!’
아자딘은 가시덩굴풀을 피해 방향을 틀었다.
나이트 크롤러는 아자딘을 추격해 오지만 그림자를 뒤집어쓴 언데드들은 나가들을 쫓는다.
“큭!”
“이런!”
아자딘에게 부상을 입은 나가들이 언데드들에 포위되어 버렸다. 그들은 별생각 없이 평소의 언데드라고 생각하고 커다란 만곡도를 빼 들고 언데드들을 후려쳤지만….
-캉!
좀비의 몸에서 쇳소리가 났다.
“어?!”
“큰일!”
검은 그림자의 갑옷이 쇳소리를 내며 칼날을 튕겨냈다. 검은 갑옷을 두른 언데드들이 나가들에게 달려들어 난전이 벌어졌다.
‘뭐 저건 언데드들에게 맡겨도 되겠군. 그럼 문제는….’
아자딘은 자신을 뒤쫓아 오는 샤티와 그녀의 뒤에 쇄도하는 나이트 크롤러를 바라보았다.
“도, 도와줘!”
샤티가 아자딘에게 요청했다.
“뭐? 제정신이냐?”
방금 전에 배신해서 습격했던 주제에 도와 달라고?
아자딘은 샤티의 뻔뻔함에 당황해했지만 무슨 생각에서인지 마음을 고쳐먹고 허리에 감고 있던 월각궁을 풀어 활줄을 걸었다.
“야, 언데드!”
아자딘은 활통에서 자신이 젝트에게 발사했었던 흑강전을 꺼내 활시위에 걸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신왕진서 사본을 꺼내서 그 페이지를 화살에 둘둘 말았다.
“자, 언데드! 절망해도 좋다!”
아자딘이 흑강전을 날렸다. 아자딘의 활에서 발사된 화살은 무서운 기세로 날아가 나이트 크롤러의 심장, 오크 강령술사를 노렸다.
-퍼억!
나이트 크롤러가 팔을 들어 막았지만 이번에 발사한 흑강전은 단숨에 나이트 크롤러의 팔을 부숴 버리더니 안을 파고 들어 몸통에까지 명중했다.
[크핫!?]나이트 크롤러가 당황할 정도의 위력이었다. 아자딘의 화살은 나이트 크롤러의 팔을 부수고 들어가 심장에 명중했다.
-퍼억!
나이트 크롤러가 뒷걸음질 치다 주저앉았다.
“카흑!?”
그 심장 안에서 오크 강령술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으억….”
“좋아. 통하는군.”
아자딘은 또 다른 신왕진서 사본의 페이지를 꺼내 손에 쥐고 나이트 크롤러에게 달려들었다.
[멍청하긴! 신왕진서로 그냥 때리겠다고? 마도서로 나를?]나이트 크롤러는 즉시 주위의 어둠을 흡수해 날아가 버린 팔을 복구하고 가슴 밖으로 튀어나오려 하는 오크 강령술사를 다시 묻으려 했다.
하지만 아자딘은 망토를 휘둘러 오크 강령술사가 있는 곳을 덮는 것과 동시에 일장을 날렸다.
-청천의 뇌명! 카자스 해서!
원래는 충격을 넓게 퍼뜨려서 벌레 떼나 쥐 떼 등을 상대할 때 쓰는 수법이지만 신왕진서 사본을 겹치고 때리니 백색 마력의 힘이 실려 어둠을 휩쓸어 버렸다.
“오크!”
아자딘이 손을 뻗어 나이트 크롤러의 가슴에 파묻혀 있던 오크 강령술사의 팔을 잡고 그를 끄집어내었다.
“너도 힘을 써! 근육은 뒀다 뭐해!”
“큭 근육 찌는데….”
오크 강령술사는 그리 말하면서도 아자딘의 손을 잡고 몸에 힘을 주어 나이트 크롤러의 몸에서 탈출했다.
“크읍!”
오크가 몸에서 빠져나가자 마력원을 잃은 나이트 크롤러는 급속히 약해지기 시작했다.
“어서 추방해!”
아자딘이 오크에게 명하자 오크가 수인을 맺고 주문을 시전했다.
“계, 계약의 대가는 치렀다! 돌아가라! 나이트 크롤러!”
그러자 나이트 크롤러로부터 무수한 악령들의 비명이 들리기 시작했다.
[꺄아아아!] [싫어!] [이, 이걸로 끝이 아니다!]나이트 크롤러가 분노하며 팔을 휘둘러 아자딘과 오크 강령술사를 노렸지만 아자딘은 오크 강령술사의 뒷덜미를 잡고 몸을 날려 그 공격을 피해냈다.
마지막 발악을 한 나이트 크롤러가 흐릿해지며 점차 사라지자 언데드들도 마력공급이 끊겼는지 그 몸을 두르던 검은 갑옷과 근육이 사라졌다. 아니 그것만이 아닌지 아예 강령술이 풀려 일반 시체로 돌아가고 말았다.
나가들은 그 틈에 잽싸게 언데드의 포위를 뛰어넘어 도망쳤다.
“두, 두고 보자!”
“배신자!”
그들은 샤티를 향해 이를 갈고 도주하기 시작했다.
“윽, 아, 아닌데!”
샤티로서는 억울해 환장할 노릇이었다. 저들을 구하기 위해서 그녀는 그녀의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수를 썼고 심지어는 아자딘에게 뛰어들었다가 이빨도 부러졌다. 하지만 나가들이 보기에 그녀는 결국 동족을 배신한 범죄자로 보일 뿐이었다.
‘이왕 이리된 거 차라리 아자딘이 저들을 활로 쏴 버리면….’
그런 생각을 한 샤티지만 아자딘은 나가들이 도망가건 말건 오크 강령술사를 잡아둘 생각인 것 같았다.
“아이고, 하필이면 지금 활통에 화살이 떨어졌네. 화살만 있었어도.”
아자딘이 딴청을 피우며 오크를 일으켜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