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Inquisition Sword RAW novel - Chapter 1295
1295회. 나의 거처에서 보물을 취하라
강철 골렘의 신비한 조립 과정에 대해 한참 듣던 엘리오가 문득 물었다.
“그런데 강철 골렘은 지금까지 모두 몇 개나 발굴이 됐습니까?”
그건 비밀 중에 비밀인지라 노튼 셔우드 자작은 잠시 멈칫했다.
하지만 상대가 동맹인 북부의 기사라는 걸 떠올린 그는 감추지 않았다.
“다른 광산은 모르겠습니다만, 페르돔 광산에서는 일곱 기를 발굴했습니다.”
“다른 광산에서도 발굴이 됐나요?”
“쉐이드, 마스다르, 보스타니아의 광산에서 발굴됐습니다. 보스타니아의 경우 용병 길드에게서 광산 관리 권한을 구매했습니다.”
“용병 길드의 광산에서 강철 골렘이 발견됐나 보군요?”
“그렇습니다. 보스타니아에 본부를 두고 있던 용병 길드라 빠른 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었습니다.”
“용병 길드가 순순히 광산을 팔았나요?”
“어차피 강철 골렘은 사적 거래가 금지되었으니 왕국에 광산을 넘기는 편이 낫습니다. 보스타니아 왕국에서 거금을 지불해 잡음 없이 거래가 진행됐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럼 지금까지 세 곳의 광산에서 강철 골렘이 나온 건가요?”
“그렇습니다.”
“다른 광산들에서 나올 가능성도 있나요?”
“그건 아마 어려울 겁니다.”
“왜죠?”
“강철 골렘도 수정 광맥처럼 강철 파츠의 광맥이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그 광맥이 산 허리에 있는 세 개의 광산밖에 없습니다. 정상으로 올라갈수록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럼 제국이 광산 개발에 뛰어들어도 상관없잖아요?”
그건 왜 ‘허가제’와 ‘신고제’로 제국과 갈등을 빚다가 전쟁까지 일으키냐는 질문이었다.
“강철 파츠의 광맥에 대해 완전히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산 정상의 광산에서 발굴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으니…….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는 것이지요.”
“제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자신이 있을 만큼 발굴했나 보군요?”
“세 개 광산 중에 페르돔 광산의 규모가 가장 작습니다. 보스타니아 광산이 중형이고, 마스다르 광산은 대형이지요.”
“가장 작은 페르돔 광산에서 일곱 기가 발굴되었으면 다른 광산들은 그보다 많겠네요?”
“모르긴 해도 보스타니아 광산에서 열 기는 발굴됐을 겁니다. 마스다르 광산은 그보다 많을 테고요.”
순간 파비안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와아! 겁나게 많네요.”
그 정도면 남부 왕국에서 북부 왕국의 도움 없이 전쟁을 벌일 만도 했다.
듣고 있던 루나 마일러스가 의미심장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페르돔 광산의 강철 골렘도 자작이 말한 것보다 많을 거예요. 지금도 강철 파츠가 계속 발굴되고 있으니까. 내 말이 틀렸나요?”
예리한 그녀의 지적에 노튼 셔우드 자작은 어색하게 웃으며 답했다.
“하하, 물론 한두 기 정도 차이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성녀님도 말씀하셨다시피 강철 파츠가 계속 출토되고 있는 터라.”
말을 마친 노튼 셔우드 자작은 엘리오 라고아 백작의 눈치를 살폈다.
어쩌다 밑바닥까지 다 까 보였으니 이제 그만 땅 위로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갱도에서 나가기를 바라는 사람은 그만이 아니었다.
파비안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말했다.
“라고아 백작님, 이제 볼 건 다 본 것 같은데 그만 나가시죠?”
“너 얼굴이 왜 그래?”
“피곤해서 그렇습니다.”
“소드 익스퍼트를 바라보는 사람이 뭘 했다고 피곤해?”
“어비스의 공기가 좀 무겁지 않습니까. 땅 밑은 더 무거운 것 같습니다.”
그러자 엘리오가 루나 마일러스에게 시선을 돌렸다.
“성녀 누님. 저게 맞는 말이에요? 땅 밑 공기가 더 무거워요?”
“심리적으로 그렇게 느끼는 거야.”
“들었냐? 더 무겁기는 개뿔.”
“심리적이든 아니든 이곳에 더 볼일이 없으면 나가야죠. 여기서 살 겁니까?”
울컥한 파비안이 언성을 높였다.
순간 노튼 셔우드 자작이 놀란 눈으로 클라우드 남작을 보았다.
젊은 나이에 소드 익스퍼트를 앞두고 있다는 것도 그렇지만, 백작이자 그랜드 마스터에게 소리를 내지르다니?
‘남작이라고 쉽게 볼 놈이 아니구나.’
노튼 셔우드 자작은 새삼스러운 눈으로 클라우드 남작을 살폈다.
파비안이 역정을 내자 엘리오가 찔끔한 얼굴로 말했다.
“누가 산다고 했냐? 나가야지. 노튼 자작.”
“예?”
“마지막으로 강철 파츠들이 조립되는 공장이나 보러 갑시다. 앞장서요.”
“그곳은 진짜 왕명에 의해 출입이 금지된 구역입니다.”
“진짜라고 했어요? 그럼 아까는 거짓말을 한 거예요?”
“아, 아닙니다. 왕명에 의해 광산 내부도 출입이 금지됐습니다.”
“그럼 됐잖아요. 뭐가 문제예요?”
엘리오의 반문에 노튼 셔우드 자작이 황당한 얼굴로 눈을 끔뻑였다.
“무슨 말씀이신지?”
“광산 내부도 왕명에 의해 출입이 금지됐는데 둘러보고 있잖아요. 공장도 지금처럼 조용히 둘러보고 가자 이 말입니다.”
“아, 저어, 그게…….”
광산에서 강철 파츠를 보여 주는 것과 강철 골렘을 보여 주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였다.
그건 상대가 아무리 북부의 그랜드 마스터라 해도 들어주기 어려운 부탁이었다.
하지만 엘리오가 누군가.
본래 뒷일을 걱정하지 않는 그에게 왕명은 옆집 아저씨의 당부와도 같았다.
“노튼 자작, 내가 보겠다고 하면 막을 자신은 있어요? 자신 있으면 안 된다고 해도 돼요. 단, 그에 따른 피해에 대해서 나는 책임 안 집니다.”
협박도 이런 협박이 없다.
궁지에 몰린 노튼 셔우드 자작은 저도 모르게 입술을 물어뜯었다.
뭘 어떻게 했는지 화끈하더니 입안 가득 피 맛이 느껴졌다.
고민은 길지 않았다.
무엇보다 페르돔 광산의 총병들로는 그랜드 마스터를 막을 수 없다.
애초에 고민할 거리도 못 됐다.
“보여 드리겠습니다. 대신에…… 하나만 약속해 주십쇼.”
“뭔데요?”
“페르돔 광산 공장에서 본 것을 외부에 발설하지 말아 주십쇼.”
“그건 좀 어려울 것 같고, 페르돔 광산이라는 말만 하지 않으면 되잖아요?”
“예. 라고아 백작님께서 페르돔 광산에서 강철 골렘을 봤다는 말이 나돌면…… 제가 중벌을 받게 될 겁니다. 그러니 부디 저의 입장을 헤아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알았어요. 거 뭐 어려운 일이라고. 페르돔 광산이라는 말은 뺄게요.”
“감사합니다. 그럼, 지금 바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노튼 셔우드 자작이 홀가분한 얼굴로 앞장섰다.
플래시 불빛을 따라 엘리오 일행은 좁은 갱도를 부지런히 걸었다.
삼십 분쯤 뒤 갱도를 빠져나온 노튼 셔우드 자작은 엘리오 일행을 마을 외곽의 건물로 안내했다.
처음 마을을 둘러볼 때 자재 창고라고 했던 건물이었다.
노튼 셔우드 자작은 조립 공장 앞에서 잠깐 한숨을 흘렸다.
왕명까지 어기고 남부 왕국 최고의 비밀을 공개하려니 가슴이 답답한 것이다.
엘리오는 짐짓 모른 척 주위를 둘러보기만 했다.
몇 차례 한숨을 내쉬던 노튼 셔우드 자작은 마지못해 자물쇠를 풀었다.
이윽고 그가 조립 공장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엘리오 일행이 우르르 그의 뒤를 따라갔다.
노튼 셔우드 자작은 엘리오 일행이 들어오자 행여나 누가 볼세라 서둘러 공장 문을 닫았다.
내부는 창고라고 해도 될 정도로 단촐했다.
그도 그럴 것이 뭔가를 제작하는 공장이 아니라, 단순히 발굴된 강철 파츠를 한데 모아서 조립만 하는 장소인 까닭이다.
한쪽 벽에 완성된 강철 골렘 한 기가 위풍당당하게 서 있고, 그 주변으로 강철 골렘의 몸통, 팔, 다리 등이 흩어져 있었다.
엘리오가 손가락으로 강철 골렘을 가리켜 보였다.
“저건 완성된 강철 골렘인가요?”
“그렇습니다. 쉐이드 왕국에서 가지러 오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럼 여덟 개가 되는 건가요?”
엘리오가 확인하듯 묻자 노튼 셔우드 자작이 계면쩍은 얼굴로 답했다.
“예. 본국에서 아직 정식 등록을 하지 않았기에 숫자에는 포함하지 않았습니다.”
“저거 하나 완성하는 데 얼마나 걸려요?”
“그건 대중이 없습니다. 빠른 건 한 달 만에 완성된 것도 있습니다만, 늦으면 기약이 없습니다. 이곳에 있는 미완성의 강철 파츠들 중엔 광산 개발과 역사가 같은 것도 있습니다.”
“허! 그건 왜 그런 거예요?”
“맞는 부품이 아직 발굴되지 않았거나, 처음부터 예비 파츠였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아하. 그런데 혹시 저 강철 골렘을 누가 제작했는지 알아요?”
“고대 신화에 의하면 타이탄 족이 자기들의 형상을 본떠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자기들 형상요?”
엘리오가 황당한 눈으로 완성된 강철 골렘을 올려다보았다.
강철 골렘의 키는 십 미터가 넘어갔다.
“타이탄 족은 고대의 거인족으로 마나 프트라스님의 충실한 종이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물론 지금은 고대사에만 남아 있지만요.”
“마나 프트라스님의 종이 만든 강철 골렘이 페트라 산에 묻혀 있다는 거네요? 그럼 우샤스 운드라(금사)는 뭐죠? 왜 사람들이 어비스에서 발견한 걸 ‘우샤스 운드라의 보물’이라고 말하는 거예요?”
“그건 툼스톤에 있는 노천 광산의 위치를 우샤스 운드라님께서 가르쳐 주셨기 때문입니다.”
“어비스 입구가 있는 그 노천 광산요?”
“그렇습니다. 야사에 의하면 과거 한 신앙심 깊은 용병에게 현몽하여 ‘나의 거처에서 보물을 취하라’고 했다 합니다. 그곳이 바로 노천 광산입니다.”
“우샤스 운드라를 믿는 용병이었나요?”
“예. 남부 왕국에서는 샤스트라 파라크티님 못지않게 우샤스 운드라를 믿는 신자들이 많습니다.”
말을 하면서 노튼 셔우드 자작은 성녀의 눈치를 힐끔 살폈다.
그도 그럴 게 샤스트라 파라크티는 상위의 신인 반면 우샤스 운드라는 하위의 신인 까닭이다.
뭔가 생각하던 엘리오는 무심코 하워드와 크레아를 돌아보았다.
그들은 각각 제국 아카데미와 남부 왕국 아카데미를 다녔음에도 불구하고 노튼 자작만큼 어비스에 대해 알지 못했다.
우샤스 운드라와 어비스의 관계에 대해서도 자신만큼이나 무지했다.
파비안이 다닌 북부의 아카데미야 빙벽과 타메이온을 우선시하니 그렇다 쳐도, 두 사람은 좀 너무하다 싶다.
따가운 눈초리에 하워드 솔론 남작과 크레아가 변명처럼 말했다.
“제국 아카데미는 폭 넓게 가르치는 대신에 깊이가 좀 부족합니다.”
“저는 아드리아 왕립 아카데미에 다닐 때 어비스를 전문적으로 연구하신 분이 사망하셔서. 대략적인 것밖에 배우지 못했어요.”
뚱한 얼굴로 듣고 있던 엘리오가 루나 마일러스에게 물었다.
“왜 어비스에 타이탄의 강철 골렘이 묻혀 있는 걸까요? 그리고 우샤스 운드라는 왜 사람들에게 어비스의 통로를 가르쳐 주었을까요?”
그러자 루나 마일러스가 담담한 어조로 답했다.
“첫 번째 질문의 답은 아마도 잊혀진 고대사 속에 있을 거야. 그리고 두 번째 질문의 답은……. 어쩌면 우샤스 운드라는, 물론 과거 한때겠지만, 마나 프트라스의 심부름꾼이었을 거야.”
“예에?”
엘리오가 깜짝 놀란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우샤스 운드라가 마나 프트라스와 관계되었으리라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다.
“너라면 알 텐데. 신들의 관계도 인간과 비슷하다는 것을. 어비스가 발견된 뒤로 수천 년이 지났으니 그동안 관계도 변했을 테지. 하지만 처음에는 우샤스 운드라도 주신인 마나 프트라스의 일을 거들어 주었던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