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Inquisition Sword RAW novel - Chapter 846
846회. 솔직히 그보다 못하십니다
송중문은 연가무관 출신의 금린대 대원이다.
와룡검객이 임시 대주로 오자 금린대 내에서 그의 입지도 덩달아 올라갔다.
하지만 그것도 며칠 가지 않았다.
구명현이 다시 금린대 대주로 복귀하고, 와룡검객이 이름뿐인 고문으로 밀려나자 송중문도 추락했다.
심지어 구명현의 사람들에게 눈총까지 받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사람 마음이라는 게 묘하다.
송중문은 본래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보는지 관심도 없던 사람이다.
하지만 밀물처럼 몰려왔던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자 공허했다. 혈기 왕성한 이십 대라 더 그랬는지 모른다.
그는 와룡검객이 임시 대주로 지낼 때처럼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싶었다.
그러던 중 하늘이 도왔는지 다시 와룡검객이 화제의 중심에 섰다.
한동안 기죽어 지내던 송중문이 다시 자신감을 되찾았음은 물론이다.
허겁지겁 식사를 마친 송중문은 와룡검객의 맞은편으로 슬그머니 자리를 옮겼다.
“대사부님. 식사하셨습니까?”
“그래. 너는 먹었느냐?”
“예.”
연무백은 이내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송중문의 재능이 뛰어났지만 기재 소리를 들을 정도는 아니었다.
사실 제자의 숫자가 많았다면 그의 이름도 기억하지 못했을 것이다.
“대사부님?”
송중문의 부름에 연무백이 그를 돌아보았다.
“남천 대협이 대사부님의 동생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와 대사부님이 같은 무공을 익혔다고 들었습니다. 그게 사실입니까?”
“엄밀히 말해 그렇다고 볼 수 있다.”
그러자 송중문의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물론 칠파일문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연가무관이 시골 무관임을 생각할 때 대단한 일이었다.
무려 천하십대고수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사람과 같은 무공을 익힌 것이니까.
“대사부님, 남천 대협이 구름을 타고 다닌다는 소문은 사실인가요?”
송중문의 질문에 연무백은 피식 웃었다.
연적하에 대한 수많은 소문 중 그게 가장 뜬금없는 것 같았다.
“글쎄다. 내가 본 게 아니라서 그에 대해서는 해 줄 말이 없구나.”
“남천 대협이 구름을 타고 다닌 게 사실이면, 우리도 언젠가는 그럴 수 있겠지요?”
연무백은 송중문이 너무 나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들뜬 제자에게 찬물을 끼얹고 싶지 않아 가타부타 말하지 않았다.
한편으로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그런 게 가능하다면 말이다.
송중문의 말을 들은 금린대 호위들이 한마디씩 툭툭 던졌다.
“부럽다. 같은 무공을 배웠다면 언젠가 가능할지도 모르겠네.”
“아무리 그래도 구름을 타고 다니는 건 아니지 않나?”
“소문에 불과할 뿐이야.”
“고문님이라면 언젠가 가능할지도…….”
소문에 불과하다며 의미를 두지 않으려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체로 호의적이었다.
연무백과 직접적으로 관계된 일이기에 조심하다 보니 그럴 수밖에 없다.
그때 구명현이 냉소를 쳤다.
“흥! 가능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사람이 구름을 타고 날아다닌다고? 삼인성호(三人成虎, 거짓말도 여럿이 하면 사실처럼 된다)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라니까. 뻔뻔해도 정도가 있어야지. 말도 안 되는 소리로 얼굴에 금칠을 해 주는데 못 들은 척하면 되나.”
식당의 분위기가 싸해졌다.
뒷말은 분명히 연무백을 겨냥하고 한 소리였다.
연무백이 들고 있던 찻잔을 내려놓고 구명현에게 고개를 돌렸다.
“구 대주. 지금 나에게 한 소리요?”
“꼭 고문님 들으라고 한 말은 아닙니다. 허튼 말에 부화뇌동하는 사람들에게 한 소리지요.”
“얼굴에 금칠을 당했다는 사람은 나를 두고 한 말 같은데. 아니라고 잡아떼려는 거요?”
“글쎄요. 누굴 콕 찍어 말하지 않았는데 왜 그렇게 느끼셨을까?”
구명현은 말을 빙글빙글 돌렸지만 그가 시비를 걸고 있다는 건 누구라도 알 수 있었다.
차를 마시던 상인들은 슬금슬금 식당을 떠났다.
금린대원들은 그래도 무인이라고 호기심 어린 눈으로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금린대 대주와 고문.
그 이전에 이건 구 금린대 대주와 임시 금린대 대주의 묵은 감정싸움이었다
연무백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해도 남들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한편으로 그것은 의천문과 연가무관 출신 간의 서열 다툼이기도 했다.
구명현이 서늘한 눈으로 연무백을 응시했다.
와룡검객의 검술은 빠르고 정확했지만 의천문의 검술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는 의천문의 검술이 연가무관보다 뛰어나다고 믿었다.
의천문의 검술이 약했다면 칠파일문의 일원으로 강호를 지배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연무백, 너는 의천문의 검술에 맞설 담력이 있느냐?’
구명현이 결기 어린 눈으로 연무백을 보았다.
연무백은 잠시 망설였다.
상행 도중 호위대 책임자와의 싸움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실책인 까닭이다.
하지만 답은 정해져 있었다.
이 도전을 피하면 싸워 보지도 못하고 패배자 소리를 듣게 될 터였다.
쓴웃음을 짓던 연무백이 말했다.
“구 대주. 싸우고 싶으면 싸우고 싶다고 하시오. 소인배들처럼 말을 빙빙 돌리지 말고.”
그러자 구명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문님이 멀쩡한 나를 소인배로 만드시니 싸우지 않을 수가 없겠군.”
구명현은 끝까지 연무백의 책임으로 돌렸다.
호위대 대주와 고문의 싸움이니 뒷일을 생각해 변명거리를 만들어 둔 것이다.
이윽고 검을 뽑아 든 두 사람은 천천히 상대와 거리를 좁혀 나갔다.
곧이어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검을 뻗었다.
차차차창-!
각각 금린대 대주와 고문의 신분인 지라 생사대결보다는 비무에 가까웠다.
비무에 강한 사람이 있고, 실전에 강한 사람이 있다.
구명현이 전자라면 연무백은 후자였다.
본래대로라면 구명현은 연무백의 상대가 되지 못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의천문의 오행검과 팔극검이 빠르고 화려하게 연무백을 몰아세웠다.
훨훨 날아다니는 구명현에 비해 연무백의 움직임은 누가 봐도 평이했다.
구명현이 제 실력 이상을 발휘한 데는 이유가 있다.
그는 연무백이 자신에게 살수를 쓰지 못함을 알기에, 의천문에서 연마한 검술을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연무백은 그런 구명현의 공세를 우직하게 다 받아 냈다.
때때로 구명현에게 빈틈이 보였지만 그렇다고 검을 들이밀지는 않았다.
그랬다가는 구명현이 치명상을 입을 게 뻔해서다.
만약 연무백이 구명현보다 월등히 뛰어난 고수였다면 손쉽게 제압했을 것이다.
그러나 구명현보다 한 수 정도 위인 연무백은 상처없이 상대를 제압할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구명현의 동작은 절제되지 못하고 점점 과격해졌다.
그만큼 허점도 더 커져 갔다.
쿠당탕- 쿵쾅-!
구명현이 탁자 두 개를 연이어 박살 내자 연무백은 싸움을 끝내야겠다고 생각했다.
뜻을 정하자 기운이 왕성하게 일어났다.
돌연 연무백의 검이 구명현의 검을 쳐 내고, 계속 뻗어 나가 구명현의 어깨를 찍었다.
채앵-! 푹.
위로 들려 있던 구명현의 팔이 한 순간 툭 떨어졌다.
뒤이어 그가 애지중지하던 검이 바닥을 구르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
철그렁-.
순간 구명현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그는 다 이긴 싸움을 한순간의 방심으로 날려 먹었다고 생각했다.
***
삼월 초이튿날.
하남성.
개봉.
해거름 무렵, 마침내 금인상방의 상단이 개봉에 도착했다.
등원용 대행수는 연적하를 위해 개봉에서 가장 크고 화려한 객점에 방을 얻어 주었다.
“대협. 물건을 매매하는 데 열흘 정도 걸릴 예정입니다. 그때까지 편하게 쉬시면 됩니다.”
“알았어요. 열흘 후에 봐요.”
“예, 돌아갈 날이 정해지면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등원용은 허리가 부러지도록 수그려 인사한 후에 종종걸음으로 떠나갔다.
대행수를 보내고 한동안 말이 없던 연적하가 입을 열었다.
“심 노인.”
“예.”
“나 무한에 다녀올 동안 술만 마시지 말고, 개봉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녀 봐. 보통 놈들이 아니니까 분명히 정체를 아는 사람도 있을 거야.”
“알겠습니다. 맡겨 주십쇼.”
“그리고 풍 형님의 집이 류사촌에 있다고 했나?”
“그렇습니다. 마협하(马频河)를 건너면 바로 보이는 마을이니 다른 곳으로 가지 마십쇼. 정 모르겠으면 사람들에게 물어보시고요.”
심통은 연적하가 길눈이 어둡다는 걸 알기에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알아. 알아. 내가 바보인 줄 알아?”
툴툴거리던 연적하가 문득 물었다.
“지금쯤이면 풍 형님도 슬슬 집으로 갈 시간이지? 그런데 마협하가 어디에 있었더라?”
“아이고. 앓느니 죽지요. 그냥 제가 류사촌까지 모셔다드리겠습니다. 따라오십쇼.”
고개를 설레설레 젓던 심통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냥 내버려 두었다가는 열흘 내내 류사촌만 찾아다닐 것 같아서다.
연적하를 데리고 가던 심통이 말했다.
“그런데 공자님. 그런 길눈으로 무한까지 잘 찾아가실 수 있겠습니까?”
“그런 길눈? 날 뭐로 보고 그런 소리를 해? 내가 무한에 한두 번 가 본 줄 알아? 남쪽으로 쭉 내려가면 무한이잖아. 그 정도도 모를까 봐.”
“남쪽으로 가는 건 맞는데요. 무한이 어디쯤에 있는지 아시냐 이겁니다.”
“가다 보면 나온다니까.”
“역시! 정확한 위치를 모르시는 거네요?”
연적하에 대해 정통한 심통은 그가 무한의 위치를 모른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연적하는 좀처럼 그런 자신을 인정하지 않았다.
“몇 번 가 봤다니까 그러네. 그러는 심 노인은 정확한 위치를 설명할 수 있어?”
“에, 그게……. 못하겠네요.”
그제야 심통은 자신의 질문이 조금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다.
“거봐. 그냥 가다 보면 아는 거지 그걸 어떻게 설명해?”
“노파심에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헤매지 말고 바로바로 볼일만 보고 오십쇼. 기껏 고생하고 약속한 돈을 못 받으면 안 되잖습니까?”
상방은 계약에 있어서는 철저하다.
성도에서 개봉까지 왕복하기로 했으니 그걸 어기면 잔금도 안 줄 게 뻔했다.
“헤맬 일 없어. 전에 십두마병 잡으러 다닐 때 갔었잖아. 내 기억력을 무시하는 거야?”
“공자님의 기억력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길눈이 어두운 걸 알아서 그러는 겁니다. 공자님의 길눈을 무공의 경지로 치면 시정잡배만도 못하지 않습니까.”
“뭐? 시정잡배만도 못해? 내가 그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솔직히 그보다 못하십니다.”
단호한 심통의 말에 연적하는 반박하지 못하고 입술만 삐죽였다.
다른 건 몰라도 길눈에 대해서만큼은 자신이 없어서다.
술술 외워지는 무공 구결과 달리 동서남북의 방향은 왜 그렇게 헷갈리는지 모르겠다.
한참을 앞만 보고 걸어가던 심통이 작은 강 앞에서 멈춰 섰다.
“여기가 마협하입니다. 강 건너편에 보이는 저 마을이 류사촌이고요.”
“됐어. 이제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심 노인은 가서 일 봐.”
“예, 늦으면 등원용이 잔소리를 할 테니 너무 늦지 않게 오셔야 합니다.”
“알았다고. 몇 번을 말해?”
투덜거리던 연적하가 훌쩍 몸을 띄워 마협하를 건너갔다.
연적하가 강 건너편으로 사라진 뒤에도 한동안 심통은 강가를 떠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