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rthern Swordsmith RAW novel - Chapter 83
2.
“황호대도진을 펼쳐라!”
모태경의 외침이 터짐과 동시에 이백 명의 황호장사들은 박도를 들고 무당이십팔검을 포위했다. 그리곤 열 명씩 한조가 되어 공격했다.
그 과정이 위로부터 들이쳐 내려옴과 동시였다.
짐승가죽옷을 입은 그들은 짐승 같았다.
산의 지형과 수목을 이용하는 그들의 공격은 위협적이었다.
“무당의 잡놈들을 모조리 베어죽여라! 대력황호채를 넘본 놈들을 용서치 마라!”
커다란 창을 쳐들며 소리치는 모태경의 모습은 정말로 위압 그 자체였다. 그의 외침과 지시를 따라 움직이는 황호장사들은 산귀신들에 다름 아니었다.
박도를 휘두르며 주변의 나무와 바위 등을 이용해 치고 빠지고 굴러 엎드리는 등, 그야말로 현실적이고 이 상황에 가장 알맞은 공격을 했다.
“이놈들!”
미친 듯이 박도를 휘둘러대는 산적들을 향해 태운자는 검을 후렸다.
분노와 당황의 검이다.
이렇게 빨리 적들이 다가올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아니, 종적이 드러났으니 그건 당연한 일이지만, 적들이 오기 보다는 자신들의 다가감이 더 빠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산적들은 기습하듯이 다가왔고, 지금 이 공격진법은 그야말로 당황스럽다.
“태극검진으로 대응하라!”
사제들에게 소리치며 태운자는 치고 들어오는 산적을 베었다. 하지만 그뿐이다. 그 순간 나무 옆과 바위 뒤에서 나오는 박도를 막고 물러나야 했다. 놈들을 베어 넘기는 순간 또 다른 놈들이 튀어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난잡하고 돼먹지 않은 진법을!’
화가 치밀지만 부인할 수 없이 효과적인 공격이다.
대력황호채 산적들은 자신들에게 가장 알맞은, 저희들이 최대한 이용할 수 있는 이 산의 지형지물을 이용해서 공격진법을 만든 것이다.
지금 접전을 벌이고 있는 이지점뿐 아니라, 이산의 다른 곳에서도 같은 상황을 만들 능력이 이들에겐 있다.
그만큼 이 황호대도진이란 것을 고련했다는 소리가 된다.
‘녹림도들 따위가!’
그렇게 외치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이젠 그렇다는 걸 안다.
이들은 단번에 산채로 쳐들어가 수괴의 목을 베어버리면 흩어질 오합지졸들이 아니다.
잘 훈련된 병사들이다. 처음부터 그러한 경각심으로 임했어야 한다.
아니, 그런 마음을 안 먹었던 것은 아니다.
십팔나한이 이들에게 당했다면, 분명 그러한 능력을 가진 자들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들과 부딪치고 싶었던 것이다. 녹림십팔채 본산에서 나온 자들일 거라고 추측되는 고수들이다. 하지만 그들은 정면승부를 한 것이 아니다.
그들은 기습과 함정으로 광법대사와 십팔나한을 공격한 것이다.
그랬기에 태현자 등은 원통한 최후를 맞았다.
바로 그 기습을 한자들에게 응징을 가하고 싶었다.
정면승부라면, 오히려 이쪽에서 쳐들어가는 상황이라면 될 거라고 판단했다.
원율사숙의 허락을 구하지 않은 이유가 그것이다.
떨어져 있는 상황이 오히려 그 결정을 내리게 해줬다.
면전이었다면 당연히 꾸지람을 들었을 것이다.
종적이 발각된 기호지세의 상황을 알리고 먼저 움직인 것으로 하는 모양새의 결정이다.
그 근간에는 태현자와 그 제자들에 대한 복수와 십팔나한을 해친 자들에 대한 강한 승부욕이다.
물론 그 모든 것들의 원천에는 가장 큰 것이 있다.
감히 무당을 공격한 자들에 대한 응징이다. 무엇보다도 그것이 가장 크다.
그런데 그 지엄함을 알려줘야 할 산적들의 대응과 기세가 무섭다.
이건 정말이지 오판이다.
‘검진이 소용없는 상황!’
사방에서 치고 들어오는 박도를 튕겨내고 산적들을 베느라 태운자는 정신이 없었다.
그렇기는 다른 사제들 역시 마찬가지다.
평지도 아니고 비탈진 산자락이다. 경사가 급하진 않다고 해도 움직임을 제한하는 수많은 나무들과 잡목과 수풀과 바위들, 이모든 것이 장애물이 된다.
반대로 산적들에겐 유리함이다. 저들이 펼치는 공격진법 자체가 그렇다.
‘이대로는 힘만 소모할 뿐이다!’
어금니를 악물고 적들의 공격을 받아치며 사방을 훑어본 태운자는 사제들에게 외쳤다.
“나무들을 베어라! 공간을 확보해라!”
태극검진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을 만들라는 이야기다. 그 말뜻을 무당이십팔검은 알아들었다. 개개인의 무공수준이야 비교할 것도 없이 월등하지만, 적들의 숫자는 이백이나 되고 지금상황은 그 우월함이 무용하다.
“원시천존! 무당의 지엄함으로 응징하리라!”
검을 양손으로 잡아 미간 앞에 세웠던 태운자는 한순간 검결 지은 손을 풀어내며 검을 뻗었다.
그 벼락같은 일 검은 때마침 튀어 나오며 박도를 휘두르던 황호장사의 칼 잡은 어깨를 가르고 나갔다. 그가 은신했던 아름드리 소나무도 갈랐다.
시릿한 빛을 머금은 검은 연이어 횡을 그었다.
횡소천군(橫掃千軍).
검기를 머금은 검이 원을 그리며 산적들과 나무들을 연이어 베어 넘겼다. 벼락같은 그 검격은 무당 유운신법의 위력이 더해져 위력을 발휘했다. 이제까지의 당황을 버리고, 그야말로 정말 목숨을 건 검이기에 그렇다.
태운자의 사력을 다한 반격과 마찬가지로 다른 무당이십팔검도 무서운 검격을 토해냈다. 어느 정도나마 몸을 사리던 생각들을 털어낸 그들의 검은 나무와 수풀들과 함께 산적들을 베어 넘겼다. 상황은 급반전했다.
“뭐하는 거야! 말코 놈들을 죽여 버리란 말이다!”
분노를 드러내며 거력신창 모태경이 신형을 날렸다.
칠 척 거한이 제 수하산적들의 머리를 뛰어넘어 도약하는 모습은 비호의 도약 같았다.
허공에서 떨어지며 수직으로 내리치는 그의 커다란 창은 천신의 도끼 같았다.
무당이십팔검의 일인, 태여자가 눈을 치뜨며 그 공격을 검으로 받아냈다.
파앙, 하는 엄청난 소리가 났다.
창과 검이 부딪친 결과라고는 생각할 수 없이 커다랗고 육중한 소리다.
두 사람의 내력이 충돌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태여자는 휘어진 검을 잡고 비틀비틀 물러났다.
그 물러남을 쫓아서 모태경이 커다란 창을 휘돌리며 나갔다.
시린 창날이 일직선으로 튀어나왔다.
“죽어라!”
외침과 함께 터지는 커다란 창, 별호처럼 거력을 담은 창이 벼락처럼 폭발해 나왔다.
그 무시무시한 공격을 본 순간 태운자는 사력을 다해 달려갔다.
유운신법을 극성으로 펼쳐 산적의 머리를 밟아 으스러뜨리고 몸을 날렸다.
모태경을 향해 비상한 그 몸으로부터 송곳처럼 검이 뻗어나갔다.
태여자를 향해 창을 지르던 모태경은 그 자리에서 돌았다.
뻗어내던 창 자루를 흔들어 어깨위로 올리더니 창과 같이 휘돌았다.
그 휘도는 궤적의 끝, 대도를 붙인 것 같은 창날이 돌아 올라와 태운자의 검과 충돌했다.
검과 창이 충돌하며 터트리는 불꽃과 폭음을 보고 들은 목계백은 시린 안광을 발산했다.
대력황호채의 부채주 모태경이란 자의 무공이 생각보다 고강했기 때문이다.
저 정도라면 능히 무당이십팔검의 수좌인 태운자와 자웅을 결 할 만 하다.
아니 어쩌면 더 강할지도 모른다.
그 강함이란 저 타고난 신체로부터 나오는 신력과, 무식하기까지 한 용감함이다.
‘양측의 후발대가 움직이기 전에.’
이제 이 접전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전력에 손상을 줄 때가 됐다.
그러기 위해서 이렇게 스며든 것이다.
원율도장과 광인대사는 흑호단과 함께 곧 나타날 것이고, 그것을 기다린 대력황호채의 채주가 기습을 할 것이다. 채주가 안 보이는 이유가 그것이다.
산적들은 병력을 분산기동하고 있다.
‘무엇을 보여줄 것이냐?’
산적들의 대응에 기대를 하면서 목계백은 교묘하게 움직였다.
산적들이 움직이는 틈에 끼어서, 황호대도진이라는 것을 함께 펼치는 척하며, 무당이십팔검들에게로 다가갔다.
때마침 산적하나가 무식하게 튀어나갔다.
그와 동시에 전후좌우 사방에서 다른 산적들도 움직였다.
그들 사이에 끼어들어갔다.
무당이십팔검의 일인은 위력적인 검공으로 공격들을 물리쳤다. 오히려 더 강한 기세로 산적들을 향해 움직였다. 그의 검이 태극의 묘리로 뻗어 나와 앞선 산적의 가슴을 갈랐다.
그 순간 목계백은 쓰러졌다. 하지만 교묘하고 공교롭게도 무당도사의 다리를 박도로 벴다.
전혀 예상치 못한 상처를 입은 무당이십팔검의 일인은 절뚝거리며 물러났다. 그가 파탄을 보인 그 순간 산적들, 황호장사들은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상처 입은 호랑이에게 달려드는 늑대들같이, 산적들은 그야말로 악착같이 공격을 했다. 그들을 베어 넘기던 도사는 급기야 넘어지고 말았다.
순식간에 결말이 났다.
시체에 걸려 쓰러진 무당이십팔검의 일인은 토막 난 핏덩어리로 변했다.
그의 몸을 내려진 수십 개의 박도는 다른 먹이를 찾아 돌아갔다.
그 사이에서 얼굴에 피를 바르고 흙을 문지른 목계백은 다시 산적들과 함께 또 다른 무당이십팔검을 공격했다.
이 교묘한 공격은 비금도 정벌에서 본 것이다. 해남검을 쓰던 암살자의 수법이다.
그 암살자를 생각한 순간 목계백은 미간을 좁혔다.
그들에 대한 의문을 풀지 못했기 때문이다.
혁리세가의 사주를 받은 것이 분명한 해남검을 쓰던 암살자들, 그들이 누구이며 혁리세가와는 무슨 관계인지 알아내지 못했다.
항주에서의 급박했던 상황에 몰두해 저지른 실수가 이것이다.
‘혁리장천을 죽이기 전에 물었어야 했어.’
물론 그자가 말했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지만, 적어도 그 가문의 누군가를 통해서 알아냈어야 했다. 몰락한 해남파의 검을 쓰는 자들이 혁리세가와 무슨 관계인지, 그들이 해남파의 생존자들인지, 해남파를 몰락시킨 장본인들 중의 하나가 혁리세가라는 것을 알면서도 관계를 맺는 것인지, 혁리세가가 해남파의 생존자들이나 후인들을 속여 이용했던 것인지.
‘실수를 했어. 아직도 완숙하지 못 하다는 증거지.’
완숙, 그것은 멀다.
당연하다. 용악대연무도 이제 겨우 육성을 성취한 수준이다.
가야할 길은 멀다.
무공의 완성도 완성이지만, 해결해야 할 대상들은 중원천하 자체다.
그런 대상을 두고 싸우는 길이 수월 할 수 없다.
머릿속에 들어차는 상념들을 털어내고 목계백은 접전에 임했다. 지금 이순간은 대력황호채의 산적들 중 하나가 되어서, 교묘한 칼질을 날렸다.
* * *
몰살한 산적들의 분채를 지나간 원율도장과 광인대사는 고개 돌려 일행들의 모습을 확인했다. 무천당주 허일관을 비롯한 좌우부당주와 이백의 혹호단 일대, 일백의 혹호단 이대가 정연한 모습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보조를 맞추기 위해 걸음을 멈춘 두 사람 중 원율도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원시천존, 목계백이 보이질 않았습니다.”
광인대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미타불. 산적들만 있었지요.”
그랬다. 지나온 분채와 초소들에 목계백의 시신은 보이지 않았다.
무당이십팔검과 그를 함께 보낸 이유는 제거다. 그런데 그게 성공했는지를 알 수 없다.
지금 상황을 보면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무당이십팔검이 도륙하고 지나온 산적들의 은신처엔 산적들의 시신만이 있을 뿐이다.
그게 의미하는 바는 두 가지다.
무당이십팔검이 목계백을 도모 할 사이도 없이 산적들과 조우했다는 것, 그래서 지금 함께 움직이고 있을 가능성, 그다음은 그를 제거하고자 했지만 실패했을 경우, 그가 무당이십팔검으로부터 떨어져 나가 혼자서 움직이고 있는 경우다. 후자라면 그는 이제 반격을 시도 할 것이다.
“정확한 상황을 알기 위해서라도 무당이십팔검과 빨리 만나야겠습니다.”
“원시천존, 그래야지요.”
두 사람은 그 순간 위로부터 들려오는 함성소리를 들었다.
시선을 돌리고 눈썹을 세운 두 사람은 바로 움직였다. 함성이 들린 곳을 향해 절륜한 경공을 펼치며 질주했다. 그 모습을 흑호단이 바라봤다.
함성소리로 상황을 파악한 것은 원율도장과 광인대사만이 아니었다. 무천당주 허일관과 좌우부당주를 비롯한 흑호단 전체도 접전이 시작됐음을 알았다. 허일관의 명령이 떨어지고 흑호단 전체가 달리기 시작했다.
비격은 산위로 달려 올라가며 이를 악물었다. 흑호단의 훈련을 이제 막 시작했는데 이런 출정을 나왔기 때문이다. 그 마음으로 흑호단에게 외쳤다.
“훈련받은 것을 잊지 마라! 명령에 따르고 동료와 자신을 믿으면 승리는 우리 것이다!”
흑호단 이대는 긴장과 두려움 속에서도 투기어린 눈빛들을 뿜었다.
* * *
접전이 벌어지고 있는 완만한 비탈, 대력황호채 산적들이 ‘사타구니’라고 부르는 곳을 모태산은 시린 눈으로 응시했다.
저곳을 그렇게 부르는 이유는 계집이 다리를 벌린 것 같은 지형이기 때문이다.
완만한 기울기의 비탈이 아래로 갈수록 넓어지며, 위로는 빽빽한 수풀들이 음모처럼 집중해 있기 때문이다. 바로 그곳으로 놈들의 본대가 달려오고 있었다.
‘태경이가 잘해 주고 있구나.’
아우 모태경이 이끄는 이백의 황호장사들은 제몫을 해내고 있었다.
무당이십팔검을 사타구니의 지형을 이용해 효과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정말 놀랍게도 벌써 여덟 명의 무당도사놈들이 쓰러졌다. 무당이십팔검의 전력 삼분지 일을 해치운 것이다. 남은 놈들은 점점 더 궁지로 몰리는 형국이다.
그 순간 또 한명의 무당도사가 쓰러졌다.
그런데 그를 벤 자가 누군지 분명치 않았다.
혼전 중에 우연히 칼을 맞은 게 분명하긴 한데, 그 부상이 원인이 되어 결국 죽어버리는 게 맞는데, 어째 좀 미심쩍은 상황이다.
행운이 맞긴 한데, 이렇게까지 잘 싸우리라곤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응? 저놈?’
황호장사들 뒤로 물러나는 한 명이 보였다. 분명 지금 막 무당도사에게 같이 덤벼들어 박도를 휘두른 놈 중 하나다. 피 칠갑한 얼굴인데도 용감히 싸우는 놈이다. 그런데 놈의 움직임이 묘하게 신경에 거슬린다.
와아아!
그 순간 아래로부터 밀고 올라오는 흑호단의 함성소리를 향해 모태산은 시선을 돌렸다.
그 순간 기묘한 움직임을 보이는 수하 한 놈의 생각은 잊었다.
이제 때가 됐기 때문이다. 이 접전의 승부를 결정짓는 때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