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120
119화. 혈교의 방식 (4)콰직!
백수룡에게 가장 먼저 달려든 마인이 코뼈가 함몰된 채로 뒤로 날아갔다.
평범한 사람 같았으면 의식을 잃어도 이상하지 않을 일격.
그러나 마인은 곧바로 허공에서 자세를 뒤집으며 바닥에 착지했다.
“크아아아!”
포효하며 곧장 다시 달려드는 마인.
그 모습을 본 백수룡이 낮게 침음했다.
불과 얼마 전에 비슷한 형상을 한 마인을 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흑혈마공이군.”
조막생이 죽기 전에 사용했던, 몸 안의 선천지기를 끌어와 수명을 대가로 힘을 얻는 극악한 마공.
한눈에 봐도 저들의 경지는 조막생이 익혔던 것보다 더 깊어 보였다.
‘흑혈마공마저 안다고?’
백수룡의 중얼거림을 들은 소살귀의 눈이 커졌다.
그들이 흑혈마공을 익힌 것은 극비 중의 극비였다.
귀혈대 서른 명 중에서도 흑혈마공을 익힌 것은 이 자리에 있는 열 명의 정예 무사들 뿐.
그 외에는 흑혈마공의 존재조차 모른다.
‘도대체 저자는 누구란 말인가!’
소살귀의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더 이상 거상웅이나 금룡상단은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수십 년간 숨어 지낸 혈교의 비밀을 아는 자.
어쩌면 저자로 인해 혈교의 대계가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황당무계한 상상마저 들었다.
“놈을 죽이지 마라!”
소살귀가 소리치자, 마인화한 수하들이 그를 힐긋 돌아보며 으르렁거렸다.
마인이 되었지만 그들은 대주의 명령에 여전히 복종했다.
마공을 익힘과 동시에, 대주의 명령에 절대적으로 복종하도록 세뇌받았기 때문이다.
소살귀는 부하들에게 더 이상 존대조차 하지 않았다.
“놈을 살려서 데려와라. 내가 직접 심문하겠다.”
결코 보여선 안 될 마공까지 사용했으니, 여기서 모두 죽거나 어떻게든 혈로를 뚫어 본교로 도망치거나 둘 중 하나였다.
소살귀의 입가에 사나운 미소가 맺혔다.
“팔다리는 뜯어내도 좋다. 목숨만 붙여서 데려와.”
그 순간, 마인들은 일제히 포효를 터트리며 백수룡에게 달려들었다.
“크아아아!”
“크아아아!”
마인들의 몸에서 무시무시한 마기가 터져 나왔다.
선천지기를 대가로 뽑아낸 잿빛 기운이 귀신이나 악령처럼 일렁였다.
그 끔찍한 모습에 놀란 호위무사장이 담벼락 위에서 소리쳤다.
“대협! 도움이 필요하십니까?”
그러나 백수룡에게선 놀라울 정도로 차분한 대답이 돌아왔다.
“괜찮습니다. 혹시라도 도망치는 놈이 있으면 잠시만 발을 묶어 주세요.”
대답한 백수룡은 마인들을 향해 한 걸음 내디뎠다.
후우웅!
선두에서 덤벼든 마인이 도끼를 휘둘렀다. 강맹한 기운이 깃든 도끼는 바위조차 단숨에 쪼개 버릴 듯 흉악해 보였다.
백수룡은 굳이 정면에서 그 공격을 받아내지 않았다.
스윽.
옆으로 한 걸음 움직인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도끼날이 공기를 찢으며 옆으로 지나갔다. 스스로의 힘에 못 이긴 마인이 휘청이며 백수룡의 곁을 지나쳤다.
“하나.”
스치듯 마인의 옆을 지나치며, 백수룡은 월영을 뽑아 벼락처럼 휘둘렀다.
그 궤적을 따라 붉은 검기가 피어났고, 백수룡은 그 궤적을 따라 걸었다.
촤아아악!
등 뒤에 있던 마인 하나가 상반신과 하반신이 분리된 채 쓰러졌다.
그 피가 자신에게 튀기 전에, 백수룡은 오른발을 축으로 삼아 반 바퀴 빙글 돌았다.
휘익!
창끝이 다가와 방금까지 백수룡이 서 있던 공간을 찔렀다. 백수룡은 어깨를 스쳐 지나간 창대를 붙잡아 자신 쪽으로 당겼다.
“크아아악!”
중심을 잃고 끌려온 마인이 뒤늦게 창을 놓고 덤벼들려 했지만, 월영의 검극이 이미 그의 경동맥을 스친 뒤였다.
푸화아아악!
“꺼억……!”
백수룡은 목을 부여잡고 무너지는 마인을 방패 삼아 전진했다.
검과 도가 마인의 시체를 세 조각으로 나누는 순간, 그는 적들의 사각으로 움직였다.
유령처럼 스르륵 움직인 백수룡이 마인 둘의 등 뒤를 점했다.
“뒤다!”
소살귀가 외쳤지만 이미 늦었다.
백수룡이 내디딘 왼발의 진각이 바닥을 깨부쉈다.
콰앙!
양옆으로 피하려 했던 각각 검과 도를 사용하는 마인들이 그 충격에 비틀거렸다.
그들의 사이로 파고든 백수룡은 납검했던 월영을 발검하며 단숨에 둘을 베었다.
“셋. 넷.”
털썩. 털썩.
무너지는 시체들을 뒤로하고 백수룡은 허공을 몸을 띄웠다.
휘리릭!
허공에서 몸을 비틀어 날아오는 장풍을 피하고, 옆으로 손을 뻗어 심장을 노린 비수를 낚아챘다.
한 바퀴 더 몸을 회전하며, 그 힘에 내공을 더해 비도를 주인에게 돌려주었다.
푹!
이마에 비도가 박힌 마인이 맥없이 고꾸라졌다. 자신이 당한 것조차 인지하지 못한 듯, 눈을 부릅뜬 모습이었다.
“다섯.”
““크아아아!””
“이제야 한꺼번에 덤비기로 한 거냐?”
앞, 뒤, 좌우, 그리고 위.
다섯 마인이 동시에 백수룡을 덮쳤다.
그들의 몸에서 흘러나온 잿빛 마기가 하나로 뒤엉켜 기괴한 괴물의 형상을 만들었다.
흑혈마공의 기운끼리 공명해 상승작용을 일으킨 것이다.
‘이건…… 만만치 않겠군.’
백수룡은 표정이 진지하게 굳히며 자세를 낮췄다.
그의 눈은 마인들의 움직임을 세밀하게 관찰했고, 그물처럼 펼쳐진 기감이 기의 흐름을 읽었다.
“……찾았다.”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 활로를 찾아낸 백수룡의 입매가 슬며시 올라갔다. 즉시 과감하게 보법을 밟았다.
스윽.
한 걸음을 내딛자 간격이 좁혀지고 시야가 뒤바뀐다.
순간 시간이 느려지는 기분이 들며, 마인들의 얼굴이 하나하나 세세하게 보였다.
분노에 가득 찬 마인.
고통스러움에 몸부림치는 마인.
괴소를 흘리며, 동시에 두 눈에서 피눈물을 멈추지 못하는 마인.
모두 구제 못 할 악인들이었지만, 한편으로는 그들을 동정했다.
“부디 다음 생엔 좋은 곳에서 태어나라.”
터엉!
백수룡은 땅을 박차고 허공으로 높게 몸을 띄웠다.
순간 그의 움직임을 놓친 마인들이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
몸으로는 미처 백수룡을 쫓아가지 못하고, 눈동자만 움직여서 겨우 쫓았다.
흐린 달빛을 등진 백수룡이 검무를 추기 시작했다.
녹림십팔식으로 단련된 신체는 인간이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움직임마저 가능하게 하고.
빙월신녀의 보법은 땅과 하늘 어디에서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만든다.
광마의 흉맹함이 깃든 기운이 공포를 모른다던 마인들을 심령을 짓누르고.
무극검의 묘리가 깃든 검이 달을 베어낼 듯 예리하게 빛난다.
역천신공이 그 모든 무공을 아울러 하나로 엮어낸다.
-촤아악!
한줄기 벼락처럼 휘둘러진 월영이 허공에 떠 있던 마인을 두 쪽으로 갈랐다.
그리고 잠시 하늘을 향해 멈춰선 월영의 검극에, 달빛이 닿아 명멸했다.
“아름답다…….”
담장 위에서 마인들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경계하고 있던 호위무사들은 본연의 임무마저 잊고, 넋을 잃고 검무를 지켜보았다.
그러나 정작 백수룡은 무표정한 얼굴로 검을 휘두를 뿐이었다.
촤아아악!
두 개의 머리통이 동시에 허공에 떠올랐다.
간신히 뒤로 몸을 피한 두 마인이 거미줄에 걸린 나비가 발버둥 치듯, 모든 내공을 끌어올리며 저항했다.
““끄아아아아!””
그들의 몸에서 흑혈마공의 마기가 뭉클뭉클 쏟아져 나와 주변을 잠식했다. 그럴수록 마인들의 몸은 목내이처럼 말라 갔다.
““죽어라!””
마인들은 마지막 선천지기까지 쥐어짜며 덤벼들었다. 동귀어진을 각오한 필살의 공격.
하지만 부질없었다.
스스스슷.
안개처럼 흘러나온 흑혈마공의 마기가 산산이 흩어지고, 그 사이로 뻗어 나온 검이 두 마인을 수십 조각으로 베었다.
푸화아아악!
온몸에서 피를 쏟으며 쓰러지는 마인들을 뒤로하고, 백수룡은 월영을 검집에 집어넣었다.
“후우…….”
백수룡이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는 순간이었다.
찌이익!
급히 고개를 젖혀 피했으나, 얼굴의 살점이 한 움큼 찢겨나갔다.
“역시……. 넌 거이산이 아니었군!”
“…….”
인피면구를 움켜쥔 소살귀가 맹수처럼 으르렁거렸다.
아쉽게도, 방금 그가 할퀸 얼굴은 거이산의 얼굴 형태를 한 인피면구였다. 그의 수투에는 피 한 방울 묻어 있지 않았다.
“대체 넌 누구냐!”
이미 흑혈마공을 극성까지 끌어올린 듯, 소살귀는 온몸의 핏줄이 불거지고 눈동자가 붉게 충혈된 모습이었다.
“꼴에 대주라고 제법이네.”
피식 웃은 백수룡은 얼굴에 달라붙어 덜렁거리는 인피면구를 뜯어냈다. 아직 흑혈마공의 안개가 주위를 뒤덮고 있어, 한동안은 금룡장의 무사들에게 얼굴을 보일 염려는 없었다.
찌이익.
그의 얼굴이 드러나자, 소살귀가 눈을 부릅떴다.
“너, 넌 백……!”
“그 이상 말하면 죽는다.”
“!!”
단숨에 심장을 관통할 듯한 살기를 느끼고, 소살귀는 저도 모르게 입을 다물었다.
대신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백수룡!’
소살귀가 백수룡을 두 눈으로 직접 본 적은 없었지만, 용모파기라면 본 적이 있었다.
그는 뒷걸음질을 치며 중얼거렸다.
“어떻게 네가…….”
소살귀는 백수룡에게 죽은 마인들보다도 월등한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그럼에도, 소살귀는 자신에게 승산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조금 전에 협공을 했어도 이길 수 없었다.’
그래서 단 한 번의 기습을 노렸다.
마지막 부하가 죽을 때까지 기척을 죽이고 기다렸다가, 상대가 방심한 잠깐의 순간에 모든 것을 걸 생각이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백수룡에 검무에 압도당했다. 그래서 감히 덤벼들지 못했다.
“빌어먹을…….”
으드득.
소살귀는 이를 악물었다.
귀혈대의 대주가 된 이후 이런 굴욕과 공포는 처음이었다.
그렇다고 도망갈 수도 없었다.
이토록 임무에 처참하게 실패한 자신을, 혈교가 살려 둘 리 없으니까.
이제는 악밖에 남지 않은 소살귀가 소리쳤다.
“넌 대체 뭐냐! 뭔데 우리에 대해서 다 알고 있는 거냔 말이다!”
“맞춰 봐.”
백수룡이 그를 향해 걸어가며 가볍게 검을 휘둘렀다.
콰콰콰콰쾅!
거이산의 처소가 무너지고 먼지구름이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바깥의 시선으로부터 잠시 모습을 가리기 위해서였다.
“네가 뭔가를 알아낼 거라곤 기대도 안 하지만.”
소살귀를 향해 걸어가며, 백수룡은 역천신공을 극성으로 끌어올리며 혈마안을 발동했다.
“시간이 없으니 빨리 끝내자고.”
키이이잉!
이미 적안이 된 백수룡의 두 눈에서, 용암처럼 시뻘건 기운이 줄기줄기 뿜어져 나왔다.
그의 입가에 사악한 미소가 맺혔다.
“어디, 대주급은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한번 볼까.”
그런데 그 순간, 백수룡도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으, 으으…….”
혈마안을 바라본 소살귀가 몸을 덜덜덜 떨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린 것이다.
“……뭐 하는 짓이지? 설마 살려 달라고 비는 건가?”
백수룡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혈교의 대주급 고수가 이토록 비굴하게 굴다니, 도저히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속임수인가?’
처음에는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소살귀가 그대로 오체투지를 하더니, 반쯤 풀린 눈으로 조심스레 그를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지, 지존이시여…….”
“…….”
혈마안에 노출된 순간, 소살귀는 그대로 정신이 반쯤 나가 버렸다.
그 모습을 본 백수룡은 한 가지 가능성을 떠올릴 수 있었다.
‘설마 역천신공 때문에?’
네 사부와 함께 뇌옥을 탈출했던 날, 마뇌와 혈교의 수많은 고수들이 자신을 보며 덜덜 떨던 모습이 떠올랐다.
역천신공은 혈교 무공의 정점.
교도들이 혈마에게 본능적인 두려움을 느끼는 이유이기도 했다.
백수룡은 황급히 기막을 쳐서 소리가 바깥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했다.
소살귀가 몸을 덜덜 떨며 말했다.
“혈마앙복, 혈세천하, 귀혈대주가 존엄하신 지존을 뵙습니다…….”
“…….”
소살귀가 처한 극한의 상황과 심적으로 받은 충격, 여기에 상대를 두려움에 빠뜨리는 혈마안의 모용이 어우러져 발생한 일이었다.
‘역천신공의 경지가 낮았을 때는 이 정도는 아니더니……. 중성을 넘어서니 효과가 생기는군.’
아무튼 의도한 건 아니지만, 덕분에 일이 쉽게 풀릴 것 같았다.
덥석!
백수룡은 손을 뻗어 소살귀의 목을 움켜쥐었다. 소살귀는 반항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혈교에 대해 아는 걸 모두 말해라.”
“존명…….”
눈이 게게 풀린 소살귀의 입에서, 혈교에 관한 정보가 풀려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