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261
260화. 뭔가 이상한데?
웅성웅성.
이른 아침부터 백룡장 주변으로 많은 인파가 모여들었다. 사람들은 굳게 닫힌 대문을 바라보며 수군거렸다.
“어젯밤에 누가 담을 넘었다면서?”
“또 도둑이 든 거요?”
“이번엔 도둑이 아닌 것 같소. 전에 들어갔던 도둑들은 전부 호된 꼴을 당하고 쫓겨났는데, 어제는 잠잠했거든. 게다가 늦게까지 불이 켜져 있었소이다.”
“언뜻 말소리도 들리던데…….”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자리를 지킨 이들도 적지 않았다.
모두가 청룡신협을 보러 온 사람들이었다.
개중에는 열흘이 넘도록 기다린 사람들도 있었다.
“간밤에 청룡신협이 돌아온 것 아니오?”
누군가의 말에 군중들이 눈을 반짝였다.
특히 며칠씩 기다려온 무인들은 당장이라도 쳐들어갈 기세였다.
“간밤에 나도 인기척을 느꼈소이다! 주인이 돌아온 게 맞는 것 같은데…….”
“돌아왔으면 당장 나와 볼 것이지. 안에서 뭘 하는 게야?”
“손님들을 밖에 세워 두는 건 예의가 아니지!”
“우리 같은 하수들은 눈에 보이지도 않나 보군. 신협이라 치켜세워 주니 오만하기 짝이 없지 않은가!”
사람들 사이에 불만이 팽배해졌다.
그들 중 청룡신협에게 초대받아서 온 손님은 아무도 없었지만, 그들은 당연히 청룡신협이 자신들을 맞이하러 나와야 한다는 태도였다.
“더는 못 기다리겠군. 힘으로라도 열고 들어가야겠소이다!”
“나도 같이 갑시다!”
성격 급한 무인들이 정문으로 몰려갈 때였다.
“문이 열린다!”
굳게 닫혀 있던 백룡장의 정문이 좌우로 열렸다.
그리고 그 안에서 푸른 장포를 입은 관옥 같은 얼굴의 청년이 걸어 나왔다.
청년이 누구인지는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알고 있었다.
“청룡신협이다!”
“왜 이제야 문을 여는 게요!”
“허어. 드디어 무림십존의 귀한 존안을 뵙는군.”
벌써부터 청룡신협을 무림십존이라 부르는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그 말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감탄이나 존경이 아닌 조롱에 가까웠다.
제아무리 백수룡이 남궁세가에서 혈교의 장로를 베어 남궁세가를 구했다 해도, 그것만으로 십존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나를 꺾고 실력을 검증받아야 할 것이다!’
청룡신협에게 도전하러 온 무인들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그들 중 일부는 벌써부터 백수룡을 꺾고 명성을 날릴 생각으로 들떠 있었다.
“백수룡입니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는 가운데, 백수룡이 절도 있게 포권을 취하며 입을 열었다.
“우선 백룡장을 찾아와 주신 분들께 사과의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남궁세가에서 입은 내상과 여행의 여독이 아직 남아 있는 탓에, 지난밤에는 피치 못하게 조용히 집으로 돌아와 휴식을 취했습니다.”
백수룡의 얼굴은 창백했다.
이곳에 모인 모두가 남궁세가의 일을 알고 있었기에, 거짓말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렇다면야 뭐…….”
“끄응…….”
일부는 불만스러운 표정이었으나, 대체로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청룡신협은 이제 천하에 명성을 떨치는 고수.
저런 고수가 예의를 깎듯이 지키며 잘못을 사과하는 일은 쉽게 볼 수 없었다.
‘분위기가 좀 수그러들었군.’
백수룡은 자신을 낮추고 상대를 높이면서 성난 민심을 달랬다. 그러곤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띠며 말을 이었다.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땅히 여기 계신 모든 손님들을 안으로 모셔야 하겠으나…….”
백수룡은 주변을 둘러보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이른 아침인데도 백룡장 주변으로 몰려온 사람들이 백여 명 가까이 되었다.
게다가 청룡신협이 왔다는 소문이 퍼졌는지, 그 숫자는 점점 늘어나는 중이었다.
“안에 손님을 모실 공간이 마땅치 않고, 대접할 것도 부족한 형편입니다.”
“설마 이 앞에서 며칠을 기다렸는데 그냥 가라는 것이오!”
성격 급한 무인 하나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백수룡은 고개를 저었다.
“그런 말씀이 아닙니다. 한 번에 많은 손님을 다 수용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지요. 그렇다고 땡볕 아래에서 기다리시게 하는 것도 죄송한 일입니다.”
손님들을 염려하는 백수룡의 표정과 목소리에는 진정성이 있었다. 누구도 그것을 연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저는 짧은 시간이라도 한 분 한 분과 진정성 있는 대화를 나누고 싶습니다.”
“오오……!”
“보기 드문 대협의 풍모가 아닌가.”
“풍문으로는 젊은 나이에 고수가 되어 오만하다고 들었거늘.”
많은 무인들이 청룡신협에게 감탄했다.
문전박대당하거나 쫓겨날 각오까지 했건만, 백수룡은 기꺼이 모두에게 시간을 내주겠다 말하고 있었다.
‘거의 다 넘어왔군.’
무림에 무기를 잘 쓰는 고수는 많을지 몰라도, 혀를 잘 쓰는 고수는 많지 않았다. 대부분은 고집이 세고 자존심이 강했다.
하지만 백수룡은 달랐다.
오랫동안 다른 사람을 가르치고 설득해 온 강사의 입심이 이 자리에서도 빛을 발했다.
“그래서, 제 나름대로 최선의 방법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가장 먼저 오신 분이 누구십니까?”
“접니다.”
한쪽에서 개방도로 보이는 거지 청년이 손을 들었다. 땟국물이 흐르는 손은 남들보다 두 배는 크고 두꺼웠다.
그를 알아본 군중들이 수군거렸다.
“저자는 대력수 왕손이 아닌가?”
“강서분타의 분타주? 그럼 방주의 제자…….”
“뭐 놀랄 일이라고. 청룡신협의 이름이 천하에 울리는데, 응당 분타주 정도는 와야지.”
졸지에 모두의 시선을 받게 되었지만, 왕손은 태연하게 두꺼운 손가락으로 코를 후볐다. 콧구멍도 무척 큰 청년이었다.
“왕손 분타주께서는 뒤에 오신 분들의 순서를 기억하십니까?
백수룡의 질문에, 왕손은 잠시 생각해 보곤 대답했다.
“제 뒤로 서른 명 정도는 기억하고 있습니다만…….”
왕손은 더럽고 둔하게 생긴 외모와 달리, 기억력이 좋고 총명한 사내였다. 한 성의 분타주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었다.
왕손은 개방 방주의 제자 중 한 명이기도 했는데, 무림의 배분은 높은데도 불구하고 백수룡에게 말을 높였다.
‘상대는 차기 무림십존으로 언급되는 초고수다. 잘 보여 둬서 나쁠 것이 없어.’
히죽.
왕손이 누런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나름대로 호감을 드러낸 것이었는데, 처음으로 백수룡의 미소가 깨질 뻔했다. 코를 후빈 손가락을 입에 넣고 쪽쪽 빨고 있었던 것이다.
“……서른 명이나 기억하신다니 잘되었군요. 저를 좀 도와주시겠습니까?”
“뭘 도와드리면 되겠습니까?”
“얘들아.”
백수룡의 뒤에서 제자들이 나타났다. 두 손에 종이뭉치를 잔뜩 들고 있었다.
“오신 순서대로 번호표를 나눠 드리겠습니다. 가까운 객잔에서 쉬고 계시면, 제 제자들이 가서 순번대로 모셔 오겠습니다. 굳이 힘들게 이곳에서 기다리실 필요가 없습니다.”
“오오……!”
“그런 방법이!”
감탄한 군중들이 무릎을 쳤다.
백수룡의 말대로 하면 더 이상 땡볕 아래에서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다들 온 순서대로 줄을 서서 번호표를 받았다. 개방 분타주인 왕손이 순서를 확인해 주었기에, 새치기나 잡음 또한 거의 없었다.
“가까운 곳에 백룡객잔이라고 있습니다. 되도록 한곳에 계셔야 제자들이 모셔오기 쉬우니, 웬만하면 그 주변에서 머물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백수룡은 자연스럽게 백룡상단이 운영하는 객잔을 손님들에게 추천했다.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다른 이유로 반발하는 자들은 있었다.
“어중이떠중이를 다 손님으로 받아 주겠다는 거요? 어느 세월에 기다리란 말인가.”
싸늘한 목소리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저벅, 저벅.
긴 검상이 왼쪽 뺨을 가로지르는, 오만하고 강인한 인상의 사내가 인파를 헤치고 앞으로 나섰다.
“조가검문의 조연일이라 하오. 청룡신협에게 비무를 신청하기 위해 천릿길을 마다하지 않고 달려왔소이다.”
“추혼검객!”
“섬서에서 마두를 단칼에 베었다는?”
추혼검객의 명성을 들어 본 구경꾼들이 웅성거렸다.
조연일은 군문 출신으로 일가를 이룬 조가검문의 후계자로, 무공을 완성하겠다는 일념 아래 삼 년째 천하를 주유하며 비무행 중인 고수였다.
군중들의 경탄 어린 시선에 조연일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갔다. 하지만 이내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앞으로 나섰다.
스르릉.
검을 반쯤 뽑은 추혼검객이 백수룡을 바라봤다. 길이 잘든 검날이 시퍼렇게 번뜩였다.
“청룡신협에게 비무를 신청하는 바요. 내 검은 철저히 실전으로 갈고 닦은 검이니, 그대가 피하지만 않는다면 승부가 나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치는 않을 것이오.”
추혼검객의 입가에 오만한 웃음이 걸렸다.
그는 백수룡과 싸워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
삼 년 동안 숱한 실전을 치르면서 검을 갈고닦았고, 이제는 그 기예가 극에 달했다고 자부했다.
남은 것은 이름 높은 고수를 상대로 무공을 증명하는 것뿐이었다.
‘이 기생오라비같이 생긴 자가 무림십존이라고? 내가 그 허명을 벗겨 주지.’
추혼검객뿐만이 아니었다.
줄을 서서 번호표를 받는 것에 불만을 가지고 있던 고수들이 전부 앞으로 나섰다.
“여기도 있소이다!”
“나도 청룡신협에게 도전하기 위해 왔소!”
“내 창이 두렵지 않다면 청룡신협은 비무를 피하지 마시오.”
하나같이 기파가 남다른 고수들이었다.
어디에 가서도 인정받는, 그래서 기다리는 일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이기도 했다.
하지만 백수룡의 대답은 단호했다.
“이러시면 공평성에 문제가 생깁니다. 도착한 순서대로 번호표를 받아 주시기 바랍니다.”
“비무를 피하기 위해서 핑계를 대는 것은 아니고?”
조연일의 말에 고수들 사이에서 조소가 흘렀다. 백수룡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저걸 콱…….’
생각 같아서는 묵사발을 내고 싶었으나, 보는 눈이 많아서 그러기도 힘들었다.
다행히 백수룡에겐 든든한 원군이 있었다.
“도저히 건방진 작태를 두고 볼 수가 없군.”
조연일보다 훨씬 더 날카롭고 싸늘한 목소리가 공기를 냉각시켰다.
“건방진 작태라고? 주둥이를 함부로 놀리는 자가 누구냐!”
흥분한 조연일의 외침에, 백수룡의 뒤편에서 남궁수가 걸어 나와 백수룡과 나란히 섰다.
“본인은 대남궁세가의 삼남이자, 청룡학관의 일타강사인 남궁수요.”
“……!”
훤칠한 두 사내가 나란히 서자 한 폭의 그림이 완성됐다. 구경꾼들에 섞인 여인들 사이에서 절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아무리 남궁세가의 아들이라 해도 지금은 도를 넘는 언행이 아닌가.”
조연일이 이를 까드득 갈며 남궁수를 노려봤다.
그러나 남궁수는 웬 개가 짖냐는 듯 코웃음을 쳤다.
“당신들은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오. 무릇 예의와 법도를 아는 자라면, 불청객임에도 시간을 내어 맞이하겠다는 주인의 배려에 감사해야 할 것이오. 헌데 당신들은 기다려 달라 부탁하는 주인에게 칼부터 뽑아 들었소. 하는 짓으론 강도와 다를 게 무엇이지?”
“…….”
남궁수의 일침에 조연일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다른 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어째서 이 일에 끼어드는 것이오?”
“백수룡 강사가 청룡학관 소속이기 때문이오. 못난 후배가 핍박당하는 걸 두고 볼 수는 없지.”
“야. 누가 못난…….”
“또한 남궁세가의 은인이기도 하지.”
남궁수는 백수룡의 속삭임을 무시하고 앞으로 나섰다. 그가 서슬 퍼런 눈으로 무인들을 노려봤다.
“이래도 횡포를 부리고 싶다면, 내 검부터 상대해야 할 것이오.”
남궁수와 눈이 마주친 무인들이 시선을 피했다.
비록 최근에 혈사를 겪었으나, 천하제일세가의 명성은 아직 건재했다.
게다가 주변의 여론도 남궁수의 편이었다.
“옳소! 차례를 지키시오!”
“무공이 세다고 새치기하는 것은 너무하지!”
조연일은 난감한 상황이 되었다.
남궁수와 검을 나누는 건 두렵지 않았으나, 그로 인해 자신의 평판이 떨어지는 것은 두려웠다.
‘빌어먹을…….’
결국 추혼검객 조연일은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성급했군. 번호표를 받고 기다리겠소.”
조연일은 백수룡을 잠시 노려보다가 물러나서 줄을 섰다. 다른 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잠시 후, 번호표를 받은 그들은 백룡객잔으로 향했다.
* * *
“불쾌하군.”
조연일은 독한 화주를 한입에 삼켰다. 몇 시진 전에 망신당한 일이 아직도 뇌리에서 잊히지 않았다.
자신은 다른 어중이떠중이와 달랐다.
청룡신협을 만나려고 온 자들 대부분은 알랑방귀나 뀌러 온 날파리에 불과했다.
‘그런 자들과 무인으로서 검을 겨루러 온 내가 어찌 같단 말인가!’
뿌드득!
다시 생각해도 이가 갈렸다. 조연일은 독한 화주를 더 들이켰다.
‘흥. 여론은 내가 청룡신협을 꺾으면 변하게 될 터. 결국 무인은 무공으로 증명하는 것이다.’
며칠 후 새로운 초고수의 탄생으로 시끄러워질 무림을 상상하며, 조연일은 화를 다스렸다.
하지만 술값을 알고 나서 다시 화가 치밀었다.
그가 살기 어린 눈으로 점소이를 노려보며 말했다.
“뭐가 이렇게 비싸지?”
“예? 저희는 원래 가격이 이렇습니다만…….”
“다른 객잔보다 곱절은 비싼 것 같은데.”
“아이고, 무사님! 억울합니다요!”
아무리 봐도 바가지를 씌우는 것 같은데…….
하지만 조연일도 더 이상 따지지는 못했다.
주변에 보는 눈이 많았다.
무림인이란 체면 때문에 목숨도 거는 자들이었다.
조가검문의 후계자인 자신이, 고작 돈 몇 푼 때문에 점소이에게 해코지를 했다는 소문이 날 수는 없었다.
‘청룡신협이 설마 일부러 비싼 곳을 추천했나? 아니, 그렇다고 그자에게 이득이 돌아갈 리도 없는데…….’
외지에서 온 손님들은 몰랐다.
백룡객잔이 백룡상단이 운영하는 객잔이라는 것과 그들이 도착하기 전에 음식과 술 가격이 두 배로 올랐다는 것을 말이다.
‘뭔가 이상한데.’
이상한 것은 그게 다가 아니었다.
백룡객잔으로 웬 상인들이 들어오더니 좌판을 펼쳤다.
“싱싱한 영물의 내단이 있습니다. 날이면 날마다 오는 내단이 아닙니다!”
“내단이라고? 한번 봅시다.”
영물의 내단이라는 말에 무인들이 하나둘 모여 앉았다.
상인들이 호언장담한 대로 아주 싱싱한, 상등품의 영물 내단이었다.
내공이 부족한 무인들의 눈이 돌아갔다.
“내가 사겠소!”
“아니, 나한테 파시오!”
결과적으로 상인들이 가져온 내단은 경쟁이 붙어서 시세보다 훨씬 비싼 값에 팔려나갔다.
‘완전히 바가지가 아닌가!’
전낭을 탈탈 털어 내단을 산 무인들은 만족스러워 보였다. 하지만 내일도 같은 생각일까?
조연일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한 시진에 두어 번씩, 청룡신협의 제자들이 번호표를 들고 찾아왔다.
“삼십이 번 고객님, 아니 손님 계십니까!”
“여기 있소! 드디어 내 차례로군!”
자리에서 일어난 자는 조연일처럼 백수룡에게 도전하겠다고 나섰던 무인이었다.
“내 청룡신협의 검이 얼마나 예리한지 보고 오겠소!”
보무도 당당히 나선 그는 반 시진쯤 지나서 돌아왔다.
결과는 물어볼 것도 없었다.
들어올 때는 고개를 푹 숙이고 들어왔으니까.
“……부끄럽게도 다섯 합 만에 무기가 부러졌소.”
“다섯 합에? 청룡신협의 무위가 그리 고강하단 말이오?”
“자자, 한잔 마시고 자세히 좀 얘기해 보시구려.”
주변의 재촉에 무인이 입을 열었다. 조연일도 안 듣는 척하면서 귀를 기울였다.
“검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소이다. 정신없이 막다 보니 검이 뚝, 하고 부러져 버렸소.”
“이보시오. 검이 부러졌다면서, 들고 있는 검은 무엇이오? 새것 같은데.”
“아, 이건…….”
무인은 새것임이 분명한 검을 소중히 품에 안았다.
“청룡신협이 검을 부러뜨려 미안하다며 근방에서 가장 솜씨가 좋은 철방을 추천해 주었소. 위지철방이라고, 거기서 이 녀석을 만났지. 흐흐흐.”
마음에 쏙 드는 듯, 무인은 새 검을 품에 안고 흐뭇하게 웃었다.
“보기 드문 명검이오. 전 재산을 털어서 겨우 마련할 수 있었지.”
검 하나를 사는데 전 재산을 털었다고?
하필 청룡신협이 검을 부러뜨려서?
그것도 좀 이상하지 않나?
‘이상해. 하나같이 전부 이상한데…….’
조연일의 머릿속이 복잡해질 때였다.
“칠십오 번 손님! 여기 계신가요?”
허리춤에 검을 맨 앳된 소년이 객잔으로 들어오더니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드디어 내 차례로군.”
조연일이 자신의 번호표를 확인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칠십오 번. 예상했던 것보다 호명이 빨랐다.
“지금 바로 가면 되나?”
“앗, 아니요. 지금 가셔도 한 시진은 기다리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럼 왜 벌써 왔지?”
“사실은…… 시간이 괜찮으시면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어서요.”
“부탁?”
소년은 초롱초롱한 눈으로 조연일과 그의 검을 번갈아 바라봤다.
“아까부터 지켜봤는데……. 비무를 신청해도 될까요?”
그 소년의 이름은 위지천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