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468
468화. 할 수 있냐고?
눈을 부릅뜬 백수룡이 속으로 창룡신검에게 물었다.
‘혈마의 술법이라고?’
사도가 보는 앞에서 창룡신검과 대화를 나눈다고 그녀의 정체를 들키진 않겠지만, 혈마와 관련된 일이니만큼 무엇이든 조심하는 것이 나았다.
[……지독하구나. 어찌 산 자의 심장에 술법을 새긴단 말인가. 그 고통이 얼마나 끔찍했을지…….]창룡신검의 감정이 고스란히 백수룡에게 전해졌다. 그녀가 이토록 슬퍼하고 분노하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사도의 운명도 너처럼 전혀 보이지 않더라니, 그 이유가 저것 때문이었구나. 역천의 술법이 운명을 옭아매었기 때문이었어. 혈마, 그 괴력난신은 얼마나 끔찍한 존재란 말인가.]우우우웅!
창룡신검의 검신이 신령스러운 기운을 뿜어내며 진동했다. 그러자 사도는 미간을 좁히며 인상을 썼다. 본능적으로 불쾌감을 느낀 것처럼 보였다.
쿵!
사도는 앞으로 한 걸음 내디디며 무게중심을 앞쪽에 두었다. 백수룡에게도 익숙한, 공격을 시작하기 직전의 움직임이었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시간이 많지 않았다. 백수룡은 역천신공을 끌어올리며 창룡신검에게 물었다.
‘저 술법. 구체적으로 어떤 작용을 하는 건데?’
[흘러나오는 기운을 조금 더 살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구나. 하지만 추측하기로는…….]창룡신검은 말문을 흐렸지만, 백수룡은 듣지 않아도 충분히 혈마의 의도를 짐작해 볼 수 있었다.
‘자신에게 영원히 충성하게 만드는 술법이거나, 이미 걸려 있는 금제를 강하게 만드는 종류겠지.’
[……아마 그럴 것이다.]훗날 사도들의 무공이 아무리 강해져도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말이다.
백수룡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어쩐지 이상했어.’
지금의 사사도, 사호는 과거 맹사부의 경지를 뛰어넘었다. 아마 다른 제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아무리 어린 시절에 지속적으로 당한 금제와 세뇌가 강렬했다고 한들, 사람의 한계를 몇 번이나 초월한 절세고수가 거기서 전혀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은 부자연스러웠다.
하지만 혈마처럼 초월적인 존재의 개입이 있었다면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이었다.
후욱-!
순간 거센 바람이 끼쳐 왔다. 백수룡의 시야를 가득 채우는 거대한 주먹. 사도는 상대의 기파가 흔들리는 빈틈조차 놓치지 않았다.
쩌어어어엉!
천둥과 같은 굉음이 터지며 백수룡의 신형이 뒤로 주르륵 밀렸다. 공격을 비껴낸 무기가 창룡신검이 아니었다면 방금 공격으로 부러졌을 것이다.
사도는 백수룡이 호흡을 되찾을 시간을 주지 않았다. 한 번 잡은 승기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무지막지한 공격을 퍼부었다.
콰콰콰콰쾅!
여전히 무시무시한 신위였다. 일격 일격에 담긴 힘은 오히려 더 강해진 것 같았다. 마치 화풀이라도 하는 것 같았다.
‘큭…….’
백수룡은 폭우처럼 쏟아지는 사도의 공격을 막아 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한순간이라도 놓치면 온몸이 으스러질 터였다.
역천신공을 발휘해도 상성의 우위를 점할 수 없는 상대였다. 사도가 익힌 무공이 혈교의 마공이 아닌, 녹림투왕의 신공이기 때문이었다.
쿠구구궁……!
두 사람이 맞붙어 싸우는 지면이 거듭된 충격으로 점점 가라앉았다. 백수룡이 이를 악물며 창룡신검에게 물었다.
‘심장에 새겨진 술법을 없앨 수는 없어?’
[……잠시라도 직접 접촉한다면 시도해 볼 수 있겠지만…….]창룡신검이 뒷말을 흐렸다. 백수룡은 채찍처럼 휘둘러 치는 사도의 각법을 옆으로 쳐내며 물었다.
‘직접 접촉한다는 게 무슨 뜻이야? 어떻게 하면 되는데?’
결국, 망설임 끝에 창룡신검이 말했다.
[……잠시라도 사도의 심장에 나를 닿게 한다면, 그곳에 새겨진 술법을 없앨 수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우뚝 멈춰선 백수룡의 머리 위로, 방금 전에 튕겨 냈던 사도의 발끝이 도끼처럼 수직으로 떨어졌다.
쐐애액!
백수룡은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몸을 크게 회전시키며 뒷발을 올려 찼다. 사도와 똑같은 각법으로 맞선 것이다.
콰아앙-!
충돌의 여파로 밀려난 백수룡은 그 힘에 저항하지 않고 거리를 벌렸다. 사도는 잠시라도 여유를 주지 않겠다는 듯 곧장 따라붙었다.
콰앙! 콰콰콰쾅!
한 호흡에도 수십 번씩 일어나는 파멸적인 충돌의 여파에 휘말려, 끊어진 붉은 머리카락이 종종 허공에 흩날렸다.
‘저 녀석의 심장을 찌르라고?’
백수룡의 표정이 고통스럽게 일그러졌다. 그의 감정이 고스란히 검파를 타고 전달됐기에, 창룡신검은 그 어떤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러나, 백수룡은 더 이상 최악의 가능성을 외면하지 않았다. 오히려 창룡신검에게 다시 물었다.
‘술법을 없애면 어떻게 되는데?’
[……확신할 수는 없지만, 지금보다는 혈마가 사도에게 끼치는 영향이 줄어들 것이다. 어쩌면…… 오랫동안 영혼을 옭아맨 금제에서 벗어날 수도 있겠지.]확신이 아닌, 가정일 뿐이었다.
아주 작은 가능성.
하지만 백수룡에게는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이야기였다.
“……그런 이야기는 먼저 했어야지.”
쩌어어엉-!
지금까지와는 다른 반발력에, 사도가 공격을 멈추고 잠시 물러났다. 갑자기 백수룡의 눈빛이 달라진 것이다.
“…….”
혈마안이 보석처럼 빛나고 있었다. 사도를 바라보는 표정은 여전히 굳어 있었지만, 그 눈에는 새로운 각오가 빛나고 있었다.
창룡신검이 우려가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할 수 있겠느냐? 조금만 실수해도 네 제자의 심장이 꿰뚫릴지 모른다.]그녀는 백수룡이 옛 제자들에게 가지는 감정을 알고 있었다.
만약 조금이라도 실수를 해서, 사도의 심장이 그대로 꿰뚫린다면…….
과연 백수룡이 그 결과를 감당할 수 있을까.
“할 수 있겠냐고?”
백수룡의 눈에서 불꽃이 활활 타올랐다. 창룡신검이 무엇을 걱정하는지 알고 있었다.
찰나에도 움직임에 수십 번의 변화를 줄 수 있는 절세고수를 상대로 얼마나 위험천만한 계획인지도.
하지만 옛 제자를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유일한 방법을 찾았는데, 그걸 외면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설령 성공 확률이 희박하다 하더라도.
“어떻게든 해내야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그것뿐이라면.”
화아아아악!
백수룡의 기세가 완전히 달라졌다. 각오가 변화를 가져왔다. 넝마가 된 장포가 완전히 터져 나갔다.
백수룡의 신형이 일순간 사라졌다가 사도 앞에 나타났다. 창룡신검에 시뻘건 강기를 두른 채였다. 사도는 피하지 않고 주먹을 휘둘렀다.
쩌어어엉……!
사도의 공격을 받아 낸 백수룡이 옛 제자와 눈을 똑바로 맞췄다. 맞닿은 주먹과 검이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사호.”
“…….”
백수룡의 말에 사사도의 눈썹이 떨렸다. 그것이 전부였다. 예전부터 감정표현을 거의 하지 않는 녀석이었으니까.
백수룡은 수많은 상처로 가득한 사도의 몸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 목소리는 낮고 깊었다.
“아프지 않을 리 없는데, 비명은커녕 신음 한 번 내지 않는구나.”
“…….”
대답은 들을 수 없었다. 사도는 백수룡을 밀어내고 다시 주먹을 휘둘렀다. 가공할 파괴력이 담긴 공격이었다.
스악!
주먹이 백수룡의 옆얼굴을 스치며 날카롭게 베인 듯한 상처를 만들었다. 흘러내린 핏물이 백수룡의 뺨을 타고 뚝뚝 떨어졌다.
“……처음부터 그렇지는 않았지. 아파도 참으라고. 고통에 익숙해지라고. 쓰러진 너를 더 가혹하게 매질하며, 그렇게 가르쳤지.”
“…….”
십 년이라는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자신에게 반항하지 않았던 무디고 순한 녀석.
애초에 혈교에 어울리지 않는 성격을 가진 아이였다. 그래서 더욱 괴로웠을 텐데, 당시에는 유약하다며 더 거칠게 몰아붙였다.
촤아아악!
사도의 발길질이 백수룡의 어깨를 스쳤다. 살점이 찢어지고 핏물이 튀었다.
그러나 표정이 일그러지는 것은 백수룡이 아닌 사도였다. 사파의 종주들에게 둘러싸여 있었을 때도 차분했던 사도의 눈동자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날 알아보겠느냐?”
“…….”
사도는 전력을 다해서 백수룡을 떨쳐냈다. 그리고 두 주먹으로 땅을 내리쳤다.
콰아아아아앙!
지반이 무너지며, 백수룡이 그 아래로 휩쓸려 들었다. 사도 역시 그 안으로 뛰어들었다. 시커먼 어둠 속에서도 보석처럼 빛나는 적안을 찾아내 무작정 주먹을 휘둘렀다.
콰아앙! 콰앙! 콰콰콰콰쾅!
알아보지 못할 리 없었다.
상대의 얼굴도, 목소리도, 정체도 중요하지 않았다.
그에게서 십 년이나 무공을 배웠다.
그 어떤 것보다 확실한 증명은 서로가 펼치는 무공이었다.
천하를 오시하는 무공의 근간을 가르친 사람이었다.
처음에는 혼란스러웠지만, 사도 역시 이제는 확신하게 되었다.
아니, 확신할 수밖에 없었다.
이 사내는…… 옛 스승이다.
으어어어어어!
망가진 성대에서 거칠게 갈라진 괴성이 터져 나왔다. 사사도의 눈에 핏발이 어렸다. 어떤 상황에서도 침착하고 냉정했던 감정, 그 밑바닥에 깔려 있던 복잡한 응어리가 한순간에 터져 버렸다.
“……역시, 감정이 말살된 건 아니었구나.”
감추는 것에 지나치게 능숙해졌을 뿐이다. 본인들 스스로도 그렇게 믿을 정도로.
백수룡은 무지막지한 기세로 달려드는 사사도를 바라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일부러 옛 제자의 마음 깊이 새겨진 과거를 건드렸다. 이성을 잃고 흥분하도록 유도했다. 그리고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사과는 나중에 하마. 일단은 무슨 짓을 해서라도 너를 쓰러뜨려야겠다.”
흥분한 사사도가 광인처럼 날뛰었다. 백수룡은 그 주먹을 피하고, 발길질을 쳐 내며 전진했다. 창룡신검을 제자의 가슴에 밀어 넣을 기회를 노렸다.
물론 사사도는 이성을 잃은 상태에서도 강했다. 결코 쉽게 급소를 내어줄 상대가 아니었다.
가능한 모든 것을 이용해야 했다. 상대의 무공, 성격, 습관 따위를 모두 고려한 치밀한 심리전이 필요했다.
그리고 뼈를 내주고 심장을 취하는 방법을 쓴다면…….
“얼마나 늘었나 보자.”
백수룡은 보란 듯이 창룡신검을 바닥에 던졌다. 적수공권으로 붙어 보자는 것처럼 사도를 도발하며 간격을 좁혔다. 사도는 마다하지 않고 주먹을 휘둘렀다.
콰앙! 콰콰콰쾅!
백수룡은 쏟아지는 공격을 버텨 내며 무모하리만치 간격을 좁혔다. 그리고 기어이 사도를 덥석 끌어안는 데 성공했다.
“……!”
순간 당황한 사도의 눈동자가 커졌지만, 이내 눈빛에 살기가 흘렀다.
신체 조건과 힘은 사도가 압도적으로 우위였다. 사도는 그대로 백수룡의 뼈를 부술 기세로 끌어당겨 압박했다. 갈비뼈에 금이 가며 우드득, 하는 소리가 났다.
그 순간, 백수룡의 전신에서 새하얀 냉기가 흘러나왔다.
쩌저저적……!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고 숨겨 두었던 빙백신공이었다. 아주 잠깐이지만 사도의 몸을 둔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말했지. 무슨 짓을 해서라도 쓰러뜨리겠다고.”
백수룡은 옛 제자의 귓가에 대고 힘겹게 속삭였다. 그러곤 더 꽉 끌어안으며 눈을 감았다.
“잠깐만 참거라.”
그 순간, 뒤쪽에 던져 두었던 창룡신검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너, 설마……!]경악이 어린 창룡신검의 목소리는 이어지지 못했다. 그보다 더 빠르게 검이 공간을 격하고 날아갔다.
이기어검(以氣馭劍)이었다.
푸욱-!
창룡신검의 칼날이 백수룡의 등을 그대로 관통해, 사도의 가슴까지 파고들었다.
“……!”
검이 가슴으로 파고드는 순간, 사도는 백수룡을 강하게 밀쳐내며 물러났다.
자신의 검에 관통당한 백수룡의 입가에서 핏물이 울컥울컥 흘러내렸다. 그가 힘겹게 비틀거리며 사도를 바라봤다.
“……닿았나?”
그 순간, 흉신악살처럼 일그러진 얼굴로 백수룡에게 다가가던 사도가 걸음을 멈추고 주저앉았다.
그아아아악!
사도가 자신의 머리를 붙잡고 고통에 찬 괴성을 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