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600
600화. 별종들의 반격
“어젯밤에 천무학관과 청룡학관 강사들이 한판 붙었다면서요?”
“뭐? 그게 정말이오?”
“청룡신협이 객잔을 다 부숴 놓았다고 하더군. 아주 난리도 아니었다더이다.”
“음? 내가 듣기로는 천무학관 강사가 먼저 와서 행패를 부렸다던데?”
“허어! 어느 쪽이든 내 눈으로 직접 봐야 했는데!”
소문이 빠르게 퍼졌다.
아침 일찍 자리를 잡은 관중들은 간밤에 있었던 백수룡과 천무결의 충돌을 주전부리 삼아 떠들고 있었다.
여러 사람의 입을 통해 퍼진 소문은 어느새 청룡학관과 천무학관의 강사들이 패싸움을 했다는 식으로까지 번져 있었는데, 두 학관 중 어느 곳도 소문에 대해서 해명하지 않았다.
“…….”
“…….”
소문의 주인공인 청룡학관과 천무학관 강사들의 분위기는 조용했다.
하지만 지난 이틀과 분명하게 달라진 부분이 있었으니.
그들 사이에 흐르는 싸늘한 공기가 겨울 날씨의 찬바람 때문만이 아니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더 이상 없었다.
“시비는 저 자식이 먼저 걸었는데. 왜 욕은 우리가 먹어야 돼요?”
투덜거리며 천무결을 노려보는 신연호의 모습에, 백수룡이 진정하라며 어깨를 두드렸다.
“괜히 엮이지 마. 위험한 놈이야.”
“그래 봤자 지가 어쩔 건데요? 천무제 도중에 암습이라도 하겠어요?”
“필요하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놈일걸.”
꿀꺽-
백수룡의 진심이 담긴 농담에 신연호가 마른침을 삼켰다. 주변에 있던 다른 강사들도 긴장한 표정이었다.
지난밤, 천하의 백수룡이 그렇게까지 동요하는 모습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것이었으니까.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백수룡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이었다. 오히려 지난밤보다 훨씬 더 여유로워 보였다.
“그냥 신경 꺼. 한동안은 건드리지 않을 테니까.”
천무결의 목적은 오직 혈마를 죽이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 할 놈이지만, 반대로 목적과 관계가 없다면 움직이지 않을 자였다.
‘오히려 이쪽에서 묻고 싶군. 혈마를 소멸시킬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나?’
백수룡은 지난밤의 대화를 통해서 천무결의 목적을 보다 명확하게 이해했다.
천무결이 원하는 혈마의 죽음은 단순히 육체를 죽이는 것이 아니다.
윤회를 반복하며 새로운 몸으로 환생하는 혈마의 존재를 완전히 소멸시키는 것, 그것이야말로 천무결의 진정한 숙원이었다.
“……순순히 알려 줄 리가 없겠지.”
놈은 자신을 유심히 관찰하고 지켜볼 뿐, 믿지는 않는다. 그것이 당연했다. 자신 또한 마찬가지였으니까.
백수룡의 시선이 천무결을 향했다. 천무결도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백수룡.”
그 순간 남궁수가 백수룡의 앞을 가로막지 않았더라면, 두 사람의 눈싸움은 한동안 계속되었을 것이다.
남궁수는 듣기만 해도 서늘해지는 목소리로 후배 강사를 나무랐다.
“어째서 잠깐이라도 눈을 떼면 사고를 치는 거지?”
“소문 못 들었어? 저쪽에서 먼저 시비 걸었다는 거.”
“그걸 변명이라고…….”
남궁수는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눈치였지만, 이내 백수룡의 여유로운 표정을 보곤 미간을 깊게 모았다.
전날보다 한결 편안해 보이는 그 얼굴에 대고, 남궁수는 준비해 온 잔소리를 하지 못했다.
“……곧 경기가 시작된다. 강사로서 해야 할 일에 집중하도록.”
“예예, 알겠습니다. 남궁수 선생님.”
어깨를 으쓱인 백수룡은 천무결에게서 관심을 끄고 주위를 둘러봤다.
천무제 셋째날 대회 준비가 한창이었고, 관중석에서는 사람들이 들어오고 있었다.
백수룡은 품 안에 들어 있는 청룡패를 만지작거리며 관중석을 크게 둘러봤다.
천무제가 끝난 후에, 친우들과 함께 스승님을 찾아가겠습니다.
사곤이 저기 어디선가 천무제를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다른 옛 제자들도 함께.
믿기 힘든 일이었다. 밤새 청룡패를 만지작거리면서 수십 번도 넘게 의심했을 정도로.
청룡패에 새겨진 글씨는 필첩으로 보았던 사곤의 필체가 맞았다.
마치 자신이라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획에 녹림십팔식의 묘리마저 담겨 있으니, 조작되거나 거짓일 리 없었다.
친우들을 만나러 혈교로 떠난 사곤이, 그 아이들을 모두 이곳까지 데려온 것이다.
백수룡에겐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천무제가 끝나면…….”
자신을 찾아오겠다고 했다.
그 말은 즉, 자신들을 먼저 찾지 말라는 뜻이었다.
동시에, 지켜보고 있을 테니 천무제에 최선을 다하라는 응원이기도 했다. 백수룡은 그렇게 이해했다.
“그래. 실망시키지 않으마.”
백수룡은 관중석을 둘러보며 씨익 웃었다.
수많은 기파가 뒤섞여 있었다. 옛 제자들의 성취라면 자신의 기감을 피하는 것도 가능할 터.
물론 작정하고 찾고자 하면 찾을 수도 있겠지만…… 백수룡은 그러지 않기로 했다.
어디쯤에서 보고 있을지 모르지만, 부디 구경하기 좋은 자리에서 지켜보고 있길 바랐다. 맛있는 주전부리라도 나누어 먹으면서.
“곧 시작하겠네요. 소영이도 긴장하지 않고 잘해야 할 텐데…….”
백수룡 옆으로 다가온 명일오가 당사자들보다 긴장한 얼굴로 말했다.
오늘 대결할 종목은 학생들이 만든 기관진식으로 겨루는 종목이었다.
기관진식은 예상치 못한 위험을 동반할 수 있는 만큼, 각 학관에서 기관진식에 해박한 강사들이 특별감독관으로 참여했다.
“잘할 거다. 누구 못지않게 열심히 준비했으니까.”
백수룡은 학생들과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 제갈소영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말했다.
얼핏 보면 학생들과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앳된 모습이었다.
하지만 학구열과 성실함은 동기들 중에서도 알아주는 녀석이었다.
꾸준히, 그리고 묵묵히.
백수룡과 남궁수 다음으로 야근을 많이 할 정도였으니, 입관 초기에 제갈세가의 금지옥엽이라고 편견을 가졌던 강사들도 이제는 모두가 제갈소영을 인정했다.
“기관진식 연구회! 지금까지 연구의 성과를 보여 줘라!”
“다른 학관한테는 져도 천무학관한테는 절대 지면 안 된다!”
청룡학관 학생들이 대회에 나선 선후배들을 힘껏 응원했다.
전날의 소문이 학생들마저 불붙게 한 모양인지, 천무학관 학생들을 노려보는 눈빛들에 경쟁심이 가득했다.
천무학관 학생들은 청룡학관처럼 노골적으로 응원을 하지는 않았지만, 얼굴에 불쾌한 기색들이 역력했다.
그 모습을 본 신연호가 명일오에게 물었다.
“오늘 대회 나간 애들. 소영이가 맡고 있는 동아리 학생들이죠?”
기관진식 연구회, 줄여서 기관연은 청룡학관의 많은 동아리 중에서도 별종들의 모임이었다.
무공을 익힌 또래의 학생들 대부분은 머리 아프고 복잡한 진법이나 기관진식, 무림사보다는 무공에 관심을 가졌으니까.
제갈소영이 그런 학생들이 모인 동아리를 담당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맞아. 소영이 저 녀석, 일이 아무리 바빠도 동아리 모임에는 빠지지 않고 나가더라. 자기가 좋아서 가르치는 거라면서.”
“부담 없이 해야 할 텐데…….”
“현무학관이 만든 기관진식을 상대로 반 각만 버텨도 잘하는 거지.”
대부분의 강사들이 비슷한 생각을 하는 듯했다.
제갈소영과 경기에 나선 학생들을 응원하고 있지만, 이번 종목에는 참가 자체에 의의를 둔 모습.
출전 명단만 봐도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이틀간 대활약을 펼친 청룡오망이나, 무공이 뛰어난 후기지수는 단 한명도 없었으니까.
그러나 유일하게 백수룡만이 묘한 미소를 지었다.
“한번 지켜보자. 저 범생이들이 뭔가 일을 낼지도 모르잖아?”
“형님. 어제도 물어봤지만 혼자만 뭐 아는 거 있죠?”
그때, 오대학관의 관주들 사이에서 눈썹과 머리카락이 새하얀 신선 같은 풍모를 지닌 노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백수룡이 현천신녀를 만나기 위해 현무학관에 방문했을 때 조우한 인물이었다. 상서로운 바람이 그의 풍성한 무복을 가볍게 떠오르게 했다.
“현무학관의 관주 대리 종리목이라 합니다.”
종리목은 천하제일술법사로 알려진 현천신녀의 수제자이자, 절세고수와 대적할 수 있다고 알려진 몇 안 되는 고강한 술법사 중 한 명이었다.
스승인 현천신녀의 그늘에 가려져 있을 뿐, 술법으로 천하를 논할 수 있는 술법의 대가였다.
술법의 힘을 실은 종리목의 목소리가 장내에 부드럽게 울려 퍼졌다.
“잠시 후 시작될 기관진식 대결에 대하여 설명하겠습니다.”
오늘만큼은 현무학관을 제외한 다른 학관들이 도전자의 입장에 있었다. 천무학관도 거기서 예외는 아니었다.
“규칙은 간단합니다. 현무학관 학생들이 만든 기관진식을 다른 학관의 학생들이 해체하거나 부수고 나오면 됩니다.”
종리목이 가볍게 눈짓을 주자, 현무학관의 학생들이 가져온 도구들을 사용해 기관진식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없었던 비무대 위에 나무판자와 쇳조각, 말뚝과 밧줄 등을 사용해 빠르게 기관진식을 완성해 나갔다. 종종 진언을 읊거나 괴황지에 부적을 써서 여기저기 붙이는 모습도 보였다.
관중들은 그 신기한 광경에 눈을 휘둥그레 뜨고 바라봤다.
“기관진식이 원래 저렇게 뚝딱 만들 수 있는 것이오?”
“모르는 소리. 간단한 기관진식만 해도 인부들을 불러다 몇 날 며칠은 고심해야 만들 수 있소이다. 저건 술법으로 시간을 단축한 것으로 봐야지.”
“허어! 괴력난신이 따로 없구나.”
“현무학관이 괜히 천무제에 참가하는 줄 아셨소? 천하에서 가장 뛰어난 술법의 기재들이 모인 곳일세!”
약 일각이 지났을 무렵, 반경 삼십 장 가량의 기관진식이 완성되었다.
물속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진식 내부가 투명하면서도 일렁거렸는데, 그 신비로운 광경에 관중들 사이에서 감탄성이 연달아 나왔다.
학생들이 만든 기관진식을 살펴본 종리목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기관진식을 가장 먼저 돌파하고 나오거나 오래 견디는 학관이 저희와 겨룰 기회를 얻게 될 것입니다.”
얼핏 들으면 오만하기 짝이 없는 말.
그러나 오대학관의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천하제일의 술법사인 현천신녀가 주인으로 머무는 곳이자, 외부와 최소한의 교류만을 유지한 채 극도로 폐쇄적인 곳이 현무학관이었다.
왕후장상의 자식이라도 인연이 닿지 않으면 문조차 넘을 수 없으며, 무공 위주인 다른 학관과 달리 술법과 기관진식 등을 주로 공부한다.
그만큼 압도적인 분야였기에, 충분히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었다.
“그럼 순서를 정하겠습니다.”
각 학관의 대표들이 시행한 제비뽑기 후, 백호, 주작, 천무, 청룡학관 순으로 현무학관의 기관진식에 도전하게 되었다.
“하아압!”
기합을 넣으며 호기롭게 기관진식에 들어간 백호학관 학생들이 초반부터 쩔쩔매는 가운데, 다른 학생들은 긴장된 표정으로 자신들의 순서를 기다렸다.
특별감독관으로 참여한 제갈소영은 학생들만큼이나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오랜만이구나. 소영아. 아니, 이제는 제갈소영 강사라고 불러야 하나.”
“석 선생님!”
깡마른 체구에 애체를 코끝에 걸쳐 쓴 사내가 다가오며 말을 걸자, 제갈소영은 밝아진 표정으로 두 손을 모아 올려 스승에게 깍듯이 인사했다.
그는 천무학관 강사 석일승이었다.
천무학관에서 제갈소영이 많은 가르침을 받은 스승 중 한 명으로, 냉소적이고 거침없는 입담 탓에 학생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많은 강사였다.
담당하는 과목은 비주류 과목인 무림사와 기관진식, 진법의 이해 등이었다.
석일승은 코끝에 걸친 애체를 손가락으로 들어 올리며 말했다.
“언젠가 너를 강사로 만나게 될 줄은 알았다만, 이렇게 빠를 줄은 몰랐군.”
“잘 지내셨어요? 선생님은 여전히 지적이고 멋있으세요!”
“녀석. 사회생활을 시작하더니 아부하는 솜씨만 늘었나.”
특유의 냉소적인 웃음을 지은 석일승은 옛 제자의 곁에 나란히 섰다. 그들은 잠시 근황을 주고받았다.
백호학관 학생들은 결국 일각을 견디지 못하고 기권했다. 무공으로 기관진식을 깨기 위해 노력했지만, 별다른 소득 없이 지쳐 버린 탓이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석일승은 나직한 어조로 충고했다. 제자를 바라보지도 않은 채였다.
“너무 열심히 하지 마라.”
“……예?”
“어차피 경험을 쌓은 후에 천무학관으로 이직하려고 청룡학관에 입사한 것이 아니냐. 괜히 미움받아서 좋을 것이 없다는 뜻이다.”
제갈소영에게선 대답이 없었다. 석일승은 답답하다는 듯 작게 혀를 찼다. 지극히 현실적인 조언이 이어졌다.
“관주님이야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사람이지만, 그 아래에 있는 실무자들은 속이 좁은 자들이다. 그들은 청룡학관에 망신을 당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 불똥이 괜히 네게 튈까 봐 하는 말이야. 강사로서 앞으로 쌓아 갈 경력을 생각해야지.”
“…….”
“청룡학관은…… 그래.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제 잘난 맛에 사는 천무학관의 콧대를 눌러 줘서 즐거운 부분도 있다. 하지만 잠시일 뿐이야.”
석일승의 시선은 기관진식을 돌파하려고 애쓰는 주작학관 학생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백호학관보다는 조금 나았지만 비슷한 수준이었다.
기관진식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 없이, 적당히 무공으로 돌파하려는 의도가 뻔히 보였다.
저래서야 탈출도 파훼도 불가능했다. 기껏해야 일각 정도를 버티는 것이 한계일 것이다.
석일승은 심드렁한 눈으로 제갈소영을 돌아보며 말했다.
“그러니 충고하마. 너무 열심히 하지 말고 적당히 몸을 사려라. 우리 같은 비주류 과목을 가르치는 강사들에겐 기회도 자리도 흔히 생기지 않는 법이니.”
석일승의 냉소적인 미소에는 자기 자신에 대한 경멸도 담겨 있었다.
과거 제갈소영은 그런 모습도 지식인이 가질 수 있는 비판적인 면모 같아 멋지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선생님.”
결국 주작학관도 기권을 선언하고, 천무학관의 차례가 되었다. 제갈소영이 석일승을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그럼 저랑 내기 하나 하실래요?”
“……내기?”
“청룡학관과 천무학관. 누가 이번 종목에서 더 높은 순위로 끝마칠까요? 전 청룡학관에 걸게요.”
“……어디서 못된 것만 배워 왔군. 생전 도박 같은 건 할 줄 모르던 녀석이.”
석일승은 황당하다는 듯 헛웃음을 짓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나는 천무학관이 이긴다에 걸지. 판돈으로는 뭘 걸 테냐?”
“제가 이기면 내년에 청룡학관으로 이직하세요.”
“……뭐?”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과목을 신설하고 늘려 볼 생각이거든요. 무림사와 기관진식, 진법, 그리고 술법 과목도 신설할 거예요.”
“너, 무슨 소리를…….”
“이미 차기 관주님 허락도 받았어요. 능력 있는 강사만 있으면 돼요. 석 선생님 같은 분이요.”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제갈소영의 눈이 초롱초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멍하니 입을 벌린 석일승의 애체가 미끄러져 코끝에 겨우 걸렸다.
“진심인 게냐?”
“아까 비주류라고 하셨죠? 맞아요. 저희의 담당 과목은 비주류죠. 하지만 그렇다고 그 학문이 쓸모없다는 건 아니잖아요?”
제갈소영의 목소리에는 확신과 자신감이 넘쳤다.
석일승이 기억하는 성실하고 꿋꿋하지만, 자신감이 다소 부족하고 소심했던 학생이 아니었다.
“……구파일방과 명문세가에는 저마다 기관진식과 진법을 연구하는 조직이 있다. 그 제자들과 자식들은 어려서부터 기초교육을 받지. 천무학관이 매년 이 종목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둔 이유다. 누구보다 잘 알지 않더냐. 그런데도 청룡학관이 이긴다는 말이냐?”
석일승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천무학관 학생들은 앞선 두 학관과 달리 기관진식에 들어가서도 당황하지 않았다.
그들은 뛰어난 무공과 가문에서 교육받은 기관진식에 대한 지식을 활용해 생문을 찾았고, 시간이 제법 걸렸지만 무사히 돌파하는 데 성공했다.
와아아아아!
천무학관 학생들을 향해 함성과 박수가 쏟아졌지만, 제갈소영은 개의치 않았다.
자신들의 차례가 다가온 청룡학관 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청룡학관 학생들 대부분이 명문가 출신은 아니지만…… 가르침이 부족하진 않아요.”
“부족하지 않다고?”
제갈소영의 시선은 잠시 백수룡을 향했다. 알 듯 말 듯한 미소를 짓고 있는 그와, 그의 허리춤에 걸려 있는 창룡신검을.
-소영아. 천하제일의 술법사이자 기관진식의 대가에게 과외 한번 받아 볼래?
-네?
청룡학관이 살막의 습격을 받고 난 이후였다.
어느 날 백수룡이 창룡신검에 깃들어 있는 현천신녀를 소개해 주었다. 그 정체를 처음 알았을 땐 기절할 것처럼 놀랐었다.
-기관진식 분야에서 두각을 보이지 않던 청룡학관이 깜짝 놀랄 만한 실력을 보여 준다면, 현무학관의 아이들에게도 좋은 자극이 될 것 같구나.
현천신녀는 그렇게 말한 후, 귀한 가르침을 조금씩 베풀어 주었다.
그날 이후, 제갈소영이 틈틈이 현천신녀에게 가르침을 받고 동아리 학생들에게 전수했다.
학생들은 정말로 열심히 했다. 이제 그 노력이 보답받아야 할 시간이었다.
“무공보다 다른 것을 좋아하는 학생들을 학관에선 별종이라고 하지만……. 저희 같은 별종들도 청룡학관의 우승에 일조하겠다는 마음은 똑같거든요.”
“……허.”
제갈소영은 자신이 가르친 학생들을 자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봤다.
“보세요. 이제 저 별종들의 반격이 시작될 테니까.”
기관진식에 들어서자마자, 청룡학관 학생들은 지금까지의 그 누구보다 빠른 속도로 기관진식을 해체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