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62
61화.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드르렁~ 피유우…… 드르렁~ 피유우…….”
침상에 대자로 뻗은 헌원강이 우렁차게 코를 골았다.
퉁퉁 부은 얼굴과 쌍코피가 터진 모습은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그래도 어디 다친 곳은 없네.’
헌원강의 가장 큰 재능 중 하나는 타고난 강골이라는 점이다.
남들은 며칠씩 몸살을 앓을 무식한 수련을 매일 하면서도 다음 날이면 훌훌 떨치고 일어났다.
가히 경이적인 체력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음냐……. 팽사혁……. 너 이 새끼……. 조금만 기다려라…….”
“조금? 멀었다, 이 자식아.”
나는 잠꼬대를 하는 헌원강의 몸 상태를 확인한 후 옆방으로 이동했다.
바로 옆방에서는 위지천이 새우처럼 몸을 말고 새근새근 얌전히 잠들어 있었다.
“쿠울…….”
열다섯이지만, 잠든 얼굴은 열 살짜리 소년처럼 앳되었다.
처음 만났을 때는 정신이 반쯤 나간 검귀였지만, 지금의 위지천은 또래 아이들보다 훨씬 더 순수한 소년이었다.
‘하긴, 이 녀석은 주화입마에 빠졌을 때도 순수하긴 했지.’
그 순수한 얼굴로 무덤 옆에서 산새를 찢어 죽이고 토끼를 씹어 먹긴 했지만 말이다.
“엄마…….”
위지천이 잠꼬대를 하며 품 안의 검을 꽉 끌어안았다.
나는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헌원강과 달리 위지천은 체격이 작고 팔다리가 가늘었다.
아직 성장기라 충분히 더 클 여지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보통의 체격 정도일 것이다.
‘검을 다루기에 나쁜 근골은 아니지만, 아주 좋다고도 할 수 없어.’
위지천은 천재다.
하지만 이 소년의 재능은 신체가 아니라 오성(悟性)에 있었다.
비록 가짜였다고는 해도, 그 어려운 무극검을 혼자서 상당히 높은 수준까지 익힐 정도로 뛰어난 이해력과 집중력.
무엇보다 이 소년은 검을 좋아한다.
-검객은 검을 좋아해야 한다.
-그야 당연한 거 아닙니까?
-당연하다 생각하느냐? 대부분의 검객은 검을 무공을 펼치는데 필요한 도구로, 살인을 위한 날붙이로만 여긴다. 그들은 검을 이용할 뿐, 좋아하지 않는다.
-검을 좋아해야 한다는 게 구체적으로 무슨 뜻입니까? 마음가짐에 대한 조언입니까?
-검은 검이다.
-저기요, 검존 사부. 제가 지금 선문답을 하자는 게 아니라…….
-검은 검일 뿐. 검을 이해하고 싶다면 매일 검을 들여다보도록 해라.
-아니이…….
선문답으로 사람 복장을 터지게 해 놓고는 조용히 애검을 쓰다듬던 검존 사부의 얼굴이 떠올랐다.
검존 사부가 그렇게 아끼던 애검은, 주인이 죽을 때 함께 부러졌다.
“엄마……. 아빠…….”
악몽이라도 꾸는지, 위지천은 작은 몸을 움찔거리며 품 안의 검을 꽉 끌어안았다. 창백한 이마에 식은땀이 배어 있었다.
‘아직 주화입마의 후유증이 남았나.’
사람들 앞에서는 애써 밝은 척하지만, 위지천은 주화입마에서 벗어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다.
체력적인 부분에서는 거의 회복이 되었지만, 정신적인 부분은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이다.
“으, 으으, 무서워…….”
나는 악몽으로 창백해진 위지천의 이마에 손을 올렸다.
약간의 내공을 흘려 넣어 몸에 온기를 불어넣자, 위지천의 표정도 조금씩 편안해졌다.
“괜찮다. 괜찮아.”
“아빠……. 가지 마…….”
“안 간다. 아빠 아무 데도 안 가.”
한 손은 이마에, 한 손은 배에 올려놓고 천천히 쓸어 주자 위지천은 서서히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나 참. 팔자에도 없는 애 키우는 기분이군.’
위지천이 깊게 잠든 것을 확인한 후,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달이 휘영청 밝은 밤.
장원을 한 바퀴 돌며 이런저런 생각에 잠겼다.
‘광마와 검존. 헌원강과 위지천이라.’
둘 다 천재라고 불릴 수 있는 재능을 가지고 있지만, 자세히 보면 전혀 다른 유형이었다.
헌원강은 한 번 본 초식은 대부분 따라 할 수 있는 우월한 신체 능력과 좋은 눈, 강철 같은 체력을 타고났다.
때문에 녀석에겐 직선적이고 파괴적인 수라혈천도법이 딱이었다.
반면 위지천은 어려운 무공을 이해하고 습득하는 오성, 집중력, 검에 대한 몰입이 뛰어났다.
난해하지만 깊이가 있는 무극검이 위지천에게 잘 어울리는 이유다.
‘지금은 위지천이 더 강하지만.’
아직은 둘 중 위지천이 더 강하지만, 헌원강이 수라혈천도를 본격적으로 배우면 그 차이는 빠르게 좁혀질 것이다.
헌원강이 익힌 반쪽짜리 진천도는 수라혈천도를 익히는 데 훌륭한 밑거름이 될 것이고, 여기에 녀석의 집념과 체력을 생각하면 엄청난 속도로 발전할 테니까.
게다가 위지천이라는 경쟁자의 존재까지.
수련에 엄청난 상승효과를 가져올 것이 틀림없었다.
물론 위지천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둘 다 얼마나 강해질지…… 상상도 안 되는군.”
어느새 내 입가에는 즐거운 미소가 맺혔다.
내 손으로 기른 제자들이 천무제를 휘젓고 다닐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짜릿했다.
물론 이 상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 죽도록 굴릴 생각이었다.
그게 스승인 나의 역할이니까.
‘그러려면 나도 더 강해져야겠지.’
이 두 천재 녀석들을 제대로 가르치려면, 나도 지금보다 더 강해질 필요가 있었다.
나는 천천히 걸으며 계속 생각했다.
‘외공은 녹림십팔식을 매일 수련하니 문제없어. 문제는 역시 역천신공의 성취를 높이는 건데…….’
역천신공은 성취에 따라 소성(小成), 중성(中成), 대성(大成)으로 구분한다.
현재 나는 역천신공의 3성의 성취를 이루며 완전한 소성을 이루었고, 이제 중성으로 넘어가려는 기로에 있었다.
“……영약을 더 구해야겠어.”
4성을 넘어 역천신공이 중성의 초입에 들면 할 수 있는 일이 훨씬 더 많아진다.
하지만 그만큼 많은 양의 영약이 필요했다.
최소한 중성의 끝자락까지는 영약이 계속 필요한 것이 역천신공이었다.
‘돈이 엄청나게 깨지겠군. 조만간 복만춘을 만나야겠어.’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할 때였다.
나는 등 뒤에서 살금살금 다가오는 인기척을 느끼고 뒤를 돌아봤다.
“어르신? 늦으셨네요.”
“허허. 등 뒤에서 놀라게 해 주려고 했는데……. 역시 들켰나.”
위지열이 멋쩍은 표정으로 뒤통수를 긁적였다.
멸망한 혈교의 팔대 가문 중 하나인 위지가의 가주.
하지만 지금은 그냥 사람 좋고 덩치 큰 노인이었다.
위지열의 몸에서 아직 다 식히지 못한 열기가 느껴졌다.
“대장간에서 오시는 길입니까?”
“허허. 요즘은 거기서 거의 산다네. 오랜만에 제대로 된 대장간에서 쇠를 만지니 주체할 수가 있어야지.”
청천이 마련해 준 위장 신분으로 이 도시에 들어온 후, 위지열은 내(허천의 이름으로 된) 사업체 중 한곳인 대장간을 맡아 일하고 있었다.
“쉬엄쉬엄하세요. 연세도 있으신데.”
“노력은 해 보겠네. 천이는 어떤가?”
“피곤한지 일찍 잠들었습니다. 제가 데려온 녀석과 종일 대련을 했거든요.”
“아, 청룡학관의 선배가 온다고 한 날이 오늘이었군. 다투지 않고 잘 지내야 할 텐데…….”
“걱정하지 마세요. 처음에는 천이가 들러붙었는데, 나중에는 선배 녀석이 징그러울 정도로 들러붙더라고요.”
우리는 웃으며 잠시 서로의 근황을 이야기했다.
오랜만에 본 위지열의 얼굴은 무척 밝아 보였다.
“요즘은 정말 행복하다네. 다 자네 덕분이야.”
위지천의 주화입마를 고쳐 준 이후로, 위지열은 나를 평생의 은인으로 여기고 있었다.
“하나뿐인 손주를 구해 준 것도 모자라, 우리에게 새로운 신분을 주고. 게다가 내 평생의 염원까지 이루게 해 주었으니……. 자네에게 받은 은혜는 죽을 때까지 갚아도 모자랄 게야.”
“그럼 오래오래 사셔야겠네요. 그래야 은혜도 오래 갚으실 거 아니에요?”
내 진심 섞인 농담에 위지열은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내 어깨를 쳤다.
“허허허! 그게 또 그렇군! 아암! 내 자네를 위해서라도 아주 오래 살아야겠어!”
“그, 그렇죠.”
“허허허허!”
퍽퍽퍽!
친근하다는 듯 내 어깨를 퍽퍽 때리는 손맛이 매우 맵다.
뭔 노인네 손바닥이 솥뚜껑만 해서는…….
급하게 화제를 돌리지 않으면 내일 아침에는 어깨를 못 움직일 것 같아서, 나는 슬쩍 어깨를 빼며 마침 생각난 것을 물었다.
“그런데 혈마검을 능가하는 검을 만드는 작업에는 진척이 좀 있습니까?”
“…….”
그 순간, 거짓말처럼 위지열의 손이 멈췄다.
위지열은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으음. 안 그래도 그걸로 할 말이 좀 있네.”
나는 혈교 최고의 대장장이였던 위지열에게 운철을 맡기며 혈마검을 능가하는 검을 만들어 달라 의뢰했고, 위지열은 그 의뢰에 착수한 상태였다.
‘그런데 왜 표정이 안 좋지?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건가?’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표정이 밝았던 위지열은 슬금슬금 내 눈치를 보며 말했다.
“이런 말 하기 미안하네만……. 크흠. 돈이 좀 많이 들 것 같네.”
생각보다 별것 아닌 이유라,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얼마나 필요하신데요?”
“안 그래도 자네가 오면 주려고 정리해서 적어 왔네. 필요한 장비와 재료들이 좀 많아.”
위지열은 품을 뒤져, 필요한 물품이 적힌 목록을 내게 건네주었다.
그 안에는 필요한 물건들의 목록과 가격이 적혀 있었다.
……별것 아닌 게 아니다.
“이, 이렇게나 많이 필요합니까? 대체 뭐가 이렇게 비싸요?”
“……일단 운철만으로는 검을 만들 수가 없네. 양도 부족하고, 기본적으로 현철과 다른 여러 철을 섞어 합금으로 만들어야 검의 강도가 훨씬 높아진다네. 그리고 여러 종류의 철을 다루려면 장비도 여럿 필요하고…….”
“저기, 어르신은 혈교 최고의 야장이시잖습니까? 허름한 대장간에서도 명검을 만들어 내는 장인…….”
내 말에 위지열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장인은 뭐, 검도 맨손으로 만드는 줄 아나? 최고의 검을 만들려면 최고의 재료와 환경이 갖춰져야 하는 게 당연하지 않나. 오히려 장인일수록 장비에 까다로운 법이야!”
“…….”
“믿어 주게. 이것들만 구해다 주면 내 반드시 혈마검을 뛰어넘는 보검을 만들어 줄 테니…….”
“…….”
내가 대답을 하지 않고 한숨만 내쉬자, 위지열의 표정이 시무룩해졌다.
“역시 너무 많은가……? 알았네. 그럼 여기서 몇 개는 뺄 테니…… 꼭 필요한 것들만…….”
“아닙니다. 이왕 만드는 거.”
그 작아진 모습에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최고를 만들기 위해선 최고의 재료와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는 건, 나도 동의하는 바였으니까.
“여기 있는 것들. 다 마련해 드리겠습니다.”
“고, 고맙네! 그리고 미안하네…….”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미안하실 것 없습니다. 저 부자거든요.”
그런 줄 알았지.
이때까지만 해도 난 내가 부자인 줄 알았다.
* * *
다음 날, 나는 인피면구를 쓰고 복만춘을 찾아갔다.
“공자님. 어서 오십시오.”
“복 총관님. 오랜만입니다.”
오랜만에 만난 복만춘은 예전보다 살이 많이 찐 듯 보였다.
예전에는 험악한 인상에 베일 듯한, 말 그대로 낭인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면, 지금은 그냥 인상 험악한 배 나온 아저씨였다.
내 시선을 느낀 복만춘이 헛기침을 하며 변명을 했다.
급히 손으로 배를 가리면서.
“요즘 바빠서 운동을 통 못 했더니…….”
무림인이 운동을 못 한다고 말할 정도면 문제가 좀 많은 거 아닌가.
잠시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복만춘은 내 호위무사가 아니라 여러 사업을 대신 굴려주고 돈을 벌어다 주는 총관이었기에 신경 쓸 일은 아니었다.
나는 그에게 위지열에게 받아온 물건 목록을 내밀었다.
“이것들을 좀 부탁할까 해서요.”
목록에 적힌 물건과 가격을 본 복만춘의 표정이 순식간에 흐려졌다.
“하나같이 비싼 물건들이군요.”
“이번에 대장간을 좀 확장했으면 합니다. 아시겠지만 새로 오신 위 노인이 실력은 좋잖아요?”
“아, 예……. 시간이 좀 걸려도 괜찮겠습니까?”
“되도록 빨리해 주실수록 좋죠.”
복만춘의 표정이 썩 좋지 않았지만, 나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다음 용건을 꺼냈다.
“그리고 전처럼 영약도 좀 알아봐 주세요. 이번에는 양을 좀 많이…….”
“저, 공자님.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표정을 굳힌 복만춘이 갑자기 장부를 꺼내 내 앞으로 내밀었다.
“장부는 갑자기 왜…….”
“돈이 없습니다.”
“……그게 무슨 소립니까?”
나는 남창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고리대금업자였던 허 노인의 재산을 물려받았다.
그런데 돈이 없다니?
“정확히 말하면 있었는데요, 없어졌습니다.”
복만춘이 내 앞에 장부를 펼치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