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63
62화. 지금 바로 문의하세요!‘이게 현실일 리 없어.’
장부를 보는 내 눈동자가 격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복만춘이 그런 내 눈치를 보며 말했다.
“여길 보시면 아시겠지만…….”
그가 장부를 펼친 순간 생겨난 수많은 숫자의 향연.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이해하고,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그냥 넘어가고.
그래서 결국 결론은 이거다.
“……먹고 죽으려 해도 없습니다. 여윳돈이 하나도 없어요.”
탕!
나는 어이가 없어서 손바닥으로 탁자를 내리쳤다.
“이게 말이 됩니까? 제가 물려받은 재산이 한두 푼도 아니고. 그 많은 돈이 다 없어졌다고요?”
허 노인에게 물려받은 그 많은 유산.
원래는 내 돈이 아니지만, 청천에게 유언장과 그 권리를 넘겨받았으므로 이제는 피 같은 내 돈이었다.
그런데 지금, 복만춘은 나의 그 피 같은 돈이 거덜 났다고 말하고 있었다.
‘혹시 이 인간이 중간에서 횡령을…….’
복만춘을 바라보는 내 눈이 가늘어지자, 오랜 낭인 생활로 눈치 하나는 기가 막힌 복만춘이 펄쩍 뛰었다.
“맹세코 제가 해먹은 게 아닙니다! 다 사업에 투자해서 그런 겁니다. 전에 공자님도 여러 사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라고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전에 그런 말을 하긴 했습니다만, 그래도 이건 말이 안 되잖아요.”
“공자님. 한번 잘 생각해 보십시오.”
복만춘은 억울함을 가득 담아 항변했다.
“허 노야가 살아 계시던 시절에 가장 큰 수입원이었던 고리대금업을 접고, 기루도 돈 되는 청루는 다 접고, 그 외에도 불법적인 일은 다 접었습니다. 이제 돈이 어디서 나오겠습니까?”
“…….”
“저희한테 남은 건 이제 객점, 반점, 주루, 대장간, 세금 아끼려고 이름만 만들어 둔 상단과 표국 같은 정상적인 사업뿐이란 말입니다. 원래 주력 사업이 아니었던 것들이라 다 확장해야 하고요. 이건 동의하시죠?”
“으음. 뭐.”
듣다 보니 맞는 말이라 나는 팔짱을 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복만춘이 서류 몇 장을 가져와 내 앞에서 팔랑팔랑 흔들었다.
“이것 보십시오. 최근에도 잠룡반점이라고 터 좋은 곳에 나온 가게 매물 하나를 사들였고, 청룡학관 앞에 커다란 장원도 하나 샀고, 대장간 새롭게 꾸리는 데는 돈이 또 오죽 많이 들었습니까? 그 위 노인이란 양반. 실력은 좋은데 더럽게 비싼 장비만 사더만요!”
“……그분이 좀 그렇긴 하죠.”
뛰어난 장인일수록 좋은 도구를 써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던 위지열을 떠올리자, 절로 한숨이 새어 나왔다.
복만춘이 그거 보라며 기세등등하게 말했다.
“이 상황에서 여윳돈이요? 벌려 놓은 게 많아서 오히려 투자를 받아야 할 지경입니다.”
“설마…….”
“걱정 마십시오. 제가 공자님께 허락도 받지 않고 빚져서 사업할 만큼 막돼먹은 놈은 아닙니다.”
그 뻔뻔한 대답에 나는 한숨을 내쉬며 그를 바라봤다.
“그런 것 치고는 곳간을 아주 탈탈 터셨는데요.”
“공자님. 제 처와 자식에게 맹세코 이 중에 손해 볼 투자는 단 하나도 없습니다.”
복만춘이 내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공자님. 전 자신 있습니다. 이곳에서의 사업이 확실하게 자리를 잡으면 상단도 제대로 꾸려서 상행을 나가고, 또 믿을 만한 친구들을 불러 표국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물론 공자님께서 허락하지 않으신다면 하지 않겠습니다.”
목이 타는지 앞에 놓인 차를 꿀꺽꿀꺽 마신 복만춘이 말을 이었다.
“공자님이 물려받으신 유산. 정말 많은 돈입니다. 중원전장에 맡기고 이자만 받아도 평생을 풍족하게 살 수 있겠지요. 공자님은 원하시는 게 그런 거라면 다 팔아치우겠습니다. 원금은 지금도 충분히 회수할 수 있으니까요.”
“…….”
나는 복만춘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확실히 이 양반에겐 사업가로서 기질이 있었다.
그는 현재의 작은 이익보다는 미래의 큰 이익을 위해, 아낌없이 현재에 투자했다.
‘돈 떼먹고 도망갈 사람도 아니고.’
함께 낭인 시장을 다녀온 이후로, 나는 그의 사람 됨됨이를 믿고 내가 물려받은 유산과 사업체의 관리를 모두 맡겼다.
‘그게 이런 결과로 돌아와서 조금 당황스럽긴 하지만…….’
복만춘의 눈빛은 상인으로서 성공하겠다는 야망으로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짧은 침묵 끝에, 생각을 정리한 내가 물었다.
“복 총관. 그래서, 사업이 흑자로 돌아서려면 얼마나 걸릴 것 같습니까?”
내 말에 복만춘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맺혔다.
“투자금을 모두 회수하는 데 일 년! 그때부터는 돈방석에 앉을 일만 남았습니다!”
일 년이라.
당장은 조금 곤란하겠지만, 그 이후의 벌어들일 수익을 생각하면 충분히 감수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이대로 진행하세요. 앞으로도 복 총관만 믿고 맡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절대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그리고 준비 중이라는 상단과 표국 말입니다.”
“예!”
“이참에 이름도 새로 짓죠.”
“생각해 두신 이름이 있습니까?”
나는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상단은 백룡상단. 표국은 백룡표국으로 하죠.”
백룡학관 설립은 물 건너 건너갔지만, 상단과 표국에 같은 이름을 붙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백룡상단이라……. 언젠가 중원 최고의 상단이 될 것 같은 이름이군요.”
복만춘도 그 이름이 마음에 쏙 드는지 껄껄 웃었다.
* * *
“그래서 여차여차해서…… 내가 지금 돈 나올 구석이 다 막혀 버렸거든?”
“……음?”
“설마…….”
내가 사 준 술과 고기를 열심히 먹고 마시며 이야기를 듣고 있던 악연호의 명일오의 표정이 굳었고, 불안감이 스며들었다.
얘들아. 그래 봤자 늦었단다.
“그래서 말인데.”
스윽.
나는 두 녀석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어깨동무를 하며 빙긋 웃었다.
“니들 돈 좀 가진 거 있냐?”
“콜록! 콜록! 당신 건달이야?!”
“갑자기 왜 술을 사 주나 했더니…… 수금하려고 그런 거였습니까?”
악연호는 술을 마시다 사레가 들렸고, 명일오는 먹던 안주를 내려놓으며 황당하단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부탁 좀 하자. 다음 달에 월봉 나오면 갚을게.”
“아니, 우리가 돈이 어디 있어요?”
“저, 저희도 요즘 형편이 별로 안 좋아서…….”
두 녀석 엉덩이를 떼고 슬금슬금 물러나려 했지만, 나는 둘의 어깨를 움켜쥔 손에 꽉 힘을 주었다.
그리고 날카롭게 눈을 빛내며 두 녀석의 전낭을 바라봤다.
“왜들 이러실까. 한 명은 오대세가 부럽지 않은 산동악가의 자제에, 명가장은 표국도 운영하는 알부자라며?”
자주 어울려 다니면서, 나는 둘의 집안 형편과 주머니 사정에 대해서도 빠삭하게 알게 되었다.
잠시 후, 전낭이 깃털처럼 가벼워진 두 녀석이 울상을 지었다.
“흑흑. 당신은 인간도 아니야…….”
“뜯어먹을 게 없어서 신입 강사 월봉 그 쥐꼬리만 한 걸…….”
나는 두둑해진 전낭을 툭툭 두드리며 둘에게 활짝 웃어 주었다.
“자자. 오늘은 다 내가 살 테니까 실컷 먹어. 술이랑 안주 더 시켜 줄까?”
“시켜 주긴 뭘 시켜 줘! 이거 다 우리 돈으로 사는 거잖아!”
“……아버님이 친구 한번 잘못 사귀면 패가망신한다고 신신당부하셨을 때, 그때 잘 들었어야 했는데…….”
한동안 신세 한탄을 하던 두 녀석은 결국 술과 안주를 추가로 더 시켰다.
이왕 주머니도 다 털린 것, 코가 삐뚤어지도록 먹고 마시겠다는 의지였다.
“……니들, 내일도 출근해야 되는데 이래도 되는 거야?”
슬쩍 그런 의문을 제기해 보았지만, 이미 부어라 마셔라 시작한 둘에게는 안 들리는 모양이었다.
“아 몰라 몰라~”
“출근? 이거나 먹으라지!”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이 녀석들은 내일 하루 내내 숙취로 고생하고, 선임 강사한테 죽도록 깨지면서 오늘의 술자리를 후회할 것이다.
그리고 내일이면 또 술을 마시러 나오겠지.
“으하하하! 오늘 먹고 죽자!”
“형님! 제갈 소저도 부릅시다!”
나는 흐뭇한 시선으로 고주망태가 되어 가는 두 녀석을 바라봤다.
“으이구……. 어디서 이런 등신들만 모였을까…….”
잠시 후, 야근을 끝내고 합류한 제갈소영은 늘 그렇듯 처음에는 얌전히 술을 마시다가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병나발을 불었다.
순식간에 몇 병을 비운 그녀는 얼굴이 빨개지더니, 갑자기 자신의 선임 강사인 남궁수의 욕을 하기 시작했다.
“진짜 미친놈이라니까요!”
……다들 직장에서 울화가 많이 쌓인 모양이다.
어쨌든, 나는 제갈소영에게도 금전적으로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니까 이러저러해서…….”
“돈이…… 없어요……?”
대충 내 사연을 들은 제갈소영은 울먹이며(대체 왜?)
“이거 얼마 안 되지만 보태세요…….”
하고 자기 전낭을 통째로 넘겨주었다.
물론 양심과 상식이 있는 사람인 나는 취한 사람의 전낭을 통째로 꿀꺽하는 몰상식한 짓은 하지 않았다.
딱 절반만 챙기고 돌려줬다.
“소저. 이건 넣어 두시오.”
“……돈? 와! 저 용돈 주시는 거예요? 헤헤. 감사함니다…….”
전낭을 두 손으로 공손히 받으며 고개를 꾸벅 숙이는 빨개진 얼굴. 양심이 쿡쿡 찔려서 절로 헛기침이 나왔다.
“……흠흠. 지금 말해 봤자 기억도 못 하겠지만, 소저한테 빌린 돈은 꼭 갚겠소.”
“헤헤! 감사함니당!”
“잠깐만! 그럼 우리 돈은?”
“사소한 건 넘어가자.”
“으하하하! 더 마셔!”
그렇게 술판은 점점 개판이 되어 갔고, 그만큼 내 전낭은 두꺼워졌다.
하지만 마냥 좋아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이걸로는 한참 모자란데.’
세 사람에게 빌린(?) 돈이 제법 되기는 하지만, 이 돈으로 지금 내게 필요한 수준의 영약을 사는 건 불가능했다.
게다가 위지열이 필요하다고 요청한 장비와 재료들도 사야 한다.
‘돈 벌 곳은 없는데 나갈 곳만 많군.’
허 노인에게 물려받은 유산은 사업 확장을 위한 투자금으로 다 사용 중이고, 강사 월봉은 아직 받아 보지도 못했다. 사실 신입이라 얼마 되지도 않는다.
내가 지금 가진 거라고는 커다란 장원과 몸뚱이, 돈도 안 내고 내 집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두 제자뿐이었다.
“어휴.”
“왜 그러게 한숨이에요?”
“돈 빠져나갈 구멍은 많은데 돈 들어올 구멍은 없어서 그런다.”
돈 걱정에 내가 한숨을 푹푹 내쉬자, 술기운에 얼굴이 벌게진 명일오가 턱을 긁적이며 말했다.
“형님. 그렇게 돈이 급하면 개인 과외라도 해 보는 건 어떻습니까? 시간 내기가 힘들긴 하겠지만…….”
“개인 과외?”
내가 그런 단어를 처음 들어 본다는 표정으로 쳐다보자, 명일오가 설마 그것도 모르냐며 황당해했다.
“말 그대로, 개인 대 개인으로 무공 지도를 해 주고 수업료를 받는 거 말이에요. 청룡학관 강사라는 감투도 있으니 배우려는 사람은 꽤 많을 텐데.”
“어? 그러고 보니 한 달만 있으면 청룡학관 입관 시험이잖아요. 입시 준비반은 딱 지금 대목일걸요?”
탁자에 반쯤 엎어져 있던 악연호도 고개를 들어 한마디 보탰다.
“오호라……!”
왜 진작 그런 생각을 못 했지?
나는 명일오에게 개인 과외에 관한 내용을 더 자세히 물어보았다.
“너는 과외 해 봤냐? 보통 어떻게 하는데?”
대답은 제갈소영에게서 들려왔다.
술기운에 그녀의 목소리가 살짝 꼬부라졌다.
“보통 일주일에 두우 번, 한 시진 정도 수업을 해요오. 수업료는 회당 받기도 하구, 한 달에 한 번 받기도 하구요. 전 별로 추천하징 않치만…….”
“추천하지 않는 이유라도 있습니까?”
제갈소영이 뚱하게 입술을 내밀며 말했다.
“개인 과외는요. 거의 고관대작이나 부잣집 애들이 많이 하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애들이 쫌…….”
“버릇이 없다?”
“네에. 저도 천무학관 다닐 때 몇 번 해 봤는데…….”
나는 제갈소영의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에 잠겼다.
개인 과외를 하는 것 자체는 별로 어렵지 않다.
문제는 그걸로 충분한 돈을 벌 수 있느냐인데…….
나는 솔직하게 물었다.
“과외비는 얼마나 받습니까?”
“다 달라요. 이쪽 업계는 강사마다 대우가 천차만별이라 평균은 의미가…….”
“나도 평균이 궁금하진 않아요.”
업계 최고 대우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한 것이다.
“남궁수 정도라면?”
내가 갑자기 남궁수를 언급하자 제갈소영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남궁수는 그녀의 선임 강사이기도 하지만, 청룡학관 유일의 일타강사였다.
당연히 과외 몸값도 제일 높을 것이다.
“남궁 오라버니 정도면…… 한 명당 한 달에 은자 삼백 냥 이상도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삼백 냥?”
내 눈이 커졌다.
은자 백 냥이면 평범한 가족이 일 년은 먹고살 수 있는 돈이다.
삼백 냥이면 그 세 배.
한 달 동안 일주일에 두 번씩 무공 좀 봐주는 거로 그만한 돈을 번다고?
나는 남궁수의 냉막한 얼굴을 떠올리며 혀를 찼다.
“허. 물욕 없는 얼굴을 해서는 돈독이 제대로 오른 놈이었네.”
어쨌든 잘 됐다.
역천신공의 성취를 올리는 데 필요한 영약, 대장간에 필요한 장비와 재료들을 사는 데 필요한 돈을 어떻게 벌어야 할지 고민이었는데.
내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맺혔다.
“과외비를 그 정도로 받으면, 원하는 만큼 충분히 벌 수 있겠네.”
“저 형님. 방금 제갈 소저도 말했지만 신입 강사는 돈이 별로…….”
“무슨 소리야?”
나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세 사람을 바라봤다.
“난 당연히 남궁수보다 많이 받을 생각인데.”
“예?”
“그게 말이 된다고…….”
“신입 강사한테 누가 그런 큰돈을 내요!”
뜨악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세 사람.
나는 그들을 향해 씩 웃어 주었다.
“돈? 낼 수밖에 없게 만들면 되지.”
다음 날 아침, 나는 두 제자와 함께 도시를 돌아다니며 곳곳에 전단지를 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