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 bi hwan The hunter salesman RAW novel - Chapter 56
56화 회사 나가더니 더 좋아졌네 >
코발 엔지니어와 SPOV. 매직아트와 철유전.
네 곳의 NAHS 입찰 신청이 마무리되었다.
오비환이 신경 쓸 곳은 매직아트뿐, 나머지는 알아서 굴러가고 있었다.
노길용은 오비환에게서 받은 흑철로, 단 일주 일만에 샘플을 만드는 신속함을 보였다.
“너무 좋아 봐야 가격만 올라가. 그 정도면 적당할 거야.”
시커먼 색의 금속. 화려하진 않지만 날카로운 예기를 머금은 검날이 빛을 받아 반짝거린다.
오비환은 종이를 허공에 날려 대충 검을 휘둘렀다.
서걱. 서걱.
공기의 저항을 가르고 4등분 된 종이가 바닥에 떨어진다. 검에 욕심이 없는 오비환조차도 탐날 정도로 흑철검은 매력적이었다.
“선물이야. 두 개 만들었는데, 그건 자네가 가지라고.”
“그럼 혹시, 이거 다른 사람에게 줘도 되겠습니까?”
“누굴 주던, 팔아서 엿으로 바꿔먹든. 그야 자네가 알아서 할 일이지.”
“감사합니다.”
“내가 감사하지. 자네한테 고마워해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구먼. 말년에 진귀한 재료로 원 없이 검을 만들고 있으니 말일세.”
“이거 더 부담되는데요. 아 참.”
오비환은 일전에 랜턴 라콘을 얻을 당시 손에 넣은 철문을 떠올렸다.
아공간 룸콘이 분석하길. 유니크 등급의 문으로 재질은 이름은 오라핀의 철문이라 했다.
오랜 세월 녹슬지 않은 걸 보면, 일반 철이 아닌 건 분명하지 않은가? 혼자서는 알 방법이 없기에 오비환은 노길용에게 보여줄 생각이었다.
“잠시 거기에 서 계십시오.”
“또 뭘 꺼내게?”
노길용이 오비환의 아공간 룸콘을 주시했다.
그의 곧 기대 섞인 눈을 크게 부릅떴다.
쿵!
사무실 바닥에 내려앉은 육중한 철문. 소리에 놀란 직원들이 달려오고, 이내 기겁한 표정을 지었다.
노길용이 손짓해서 돌려보내고, 뚫어지게 철문을 살펴봤다. 그리고는 망치를 가져와 여기저기 두드려 본다.
“철은 철인데. 뭐를 섞었는지 알 수가 없네. 다마스쿠스 강철인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닌 것 같고. 대체 어디에 달린 문을 떼어온 거야?”
“어느 던전의 폐광산에 있던 겁니다. 굉장히 오래된 것 같은데, 전혀 녹슬지 않아서 가져왔습니다.”
“이거 흥미롭구먼. 안에 뭘 섞었는지, 녹여보면 알 수 있으려나. 이거 나 주는 거지?”
“계약서는 곧 팩스로 보내겠습니다.”
“그냥 주는 법이 없구만.”
오비환은 자신을 노려보는 노길용의 시선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
“바쁘실 텐데, 이건 천천히 알아보세요. 급한 건 아니니까.”
“알았네. 그나저나… 이것 좀 옮겨 봐.”
다시 아공간에 집어넣고, 노길용의 공장 구석에 가져다 놓았다.
*
초월상사 사무실.
오비환은 거래처 현황과 매출자료를 살폈다.
매월 고정적으로 발생하는 매출은 인건비와 기타 부대비용을 감당할 만큼 충분했다.
하지만 초월상사를 확장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매월 순이익이 최소 억 단위는 되어야 할 텐데.’
그래야 자본을 축적하고 다음 사업을 도모하지 않겠는가. 오비환의 개인 주머니도 그렇고 초월상사도 총알을 끌어모아야 했다. 그걸 위해 NAHS에 심혈을 기울인 것이기도 하고.
다음은 인력 문제다.
초월상사는 자신이 들어온 이후로 직원 두 명이 늘었다.
반면 오장길드는? 이건 뭐, 가족 같은 길드가 아니라 진짜 가족이 아닐까 의심스러울 정도다.
‘내가 들어간 게 용할 정도야.’
전직 화룡길드의 뿌리들이 땅속에 박힌 채, 가지 뻗을 생각들을 안 하고 있다.
‘길드의 성장을 이끌 방법이 뭐가 있을까.’
그렇다고 마구잡이로 인원을 늘릴 수도 없고.
아무래도 조은유와 상의를 해봐야겠다.
노트에 이런저런 생각들을 정리할 때.
핸드폰이 진동했다.
‘내방?’
한동안 바라보던 오비환이 도학진을 불렀다.
그런데 문자를 못 받은 모양이었다.
“선배, 전 그런 문자 안 왔는데요……”
“그냐? 흠. 내가 가보지 뭐. 넌 일 보고 있어.”
“알겠어요.”
도학진이 풀죽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비록 3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퇴직금은 6백이 넘어간다.
반드시 받아야 했다.
김남홍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오비환이 향한 곳은 나루상사.
퇴직 후 3개월 만이었다.
빌딩 인포 여직원은 그대로다. 오비환은 그녀를 지나쳐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영업관리팀은 8층. 관리팀장에게 가려 할 때, 영업본부장 표창기가 다가왔다.
“빨리도 왔구만.”
오비환은 개기름 좔좔 흐르는 표창기의 얼굴을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사내 권력에 필사적인 인간. 영업팀을 주물럭거리며 제 잇속만 차리는 능구렁이 같은 자였다.
“본부장님이 저 불렀습니까?”
“일단 회의실로 가자고.”
익숙한 영업관리팀 여직원이 커피를 내오고, 오비환은 테이블을 두고 표창기와 마주 앉았다.
“거래처 잔고 차액 있던 거 몰랐어? 퇴직금 못 받는 거 예상 못 했냐고.”
“전혀 예상 못 했는데요?”
표창기가 혀를 차며 입을 열었다.
“선배 영업사원 중에 퇴직금 받은 애들이 몇이나 돼? 말해 봐.”
“말 돌리지 마시고 퇴직금 줄 겁니까, 안 줄 겁니까.”
“이거 웃긴 놈이네. C급 달았다고 세상이 다 네 거야? 너만 헌터인 줄 알아?”
표창기는 C급 헌터. 영업 1팀으로 시작해서 임원까지 올라간 자다. 그의 눈에 오비환은 한낱 풋내기에 불과했다.
“흥분하셨네요. 그러다 한 대 치겠습니다.”
“뭐?”
기가 막힌 표정을 지은 표창기는 한숨을 깊이 내쉬며 말을 이었다.
“일단 퇴직금 얘기는 됐고. 너, 티오륨 어디서 났어. 우리가 몇 개월 전부터 길드 싹 쓸어서 얻은 게 겨우 200kg인데. 갑자기 어디서 그 많은 양을 얻었냐고?”
“그걸 제가 말해야 합니까?”
“다른 회사가 개입했지? 아니고선 말이 안 되거든. 그리고 이 정보를 초월상사 같은 듣보잡 쓰레기 회사가 알 리도 없고.”
퇴직금 준다길래 의아했는데, 요는 티오륨과 관련한 분풀이였다. 퇴직금이 자기 돈도 아닌데, 이렇게 나올 이유가 없으니 말이다.
오비환이 짜증 섞인 표정을 지었다.
“지금 그 얘기 하려고 저 불렀습니까?”
“도학진이 그 새끼도 네 밑으로 기어들어 갔다며? 무슨 꿍꿍이야.”
“꿍꿍이는 무슨. 회사가 뭣 같아서 제가 데려왔습니다.”
“이 자식이!”
“말 조심하시죠.”
탁!
오비환이 테이블을 손으로 내리쳤다.
이놈의 회사는 도저히 정이 안 가는 곳이다.
표창기를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다른 말 말고 저랑 도학진 퇴직금이나 주시죠.”
“헌터나 돼서 고작 노동청에 신고해? 넌 인마, 헌터들의 수치야. 직접 받아낼 자신도 없으면서.”
오비환은 끓어오르는 분노에 주먹을 움켜쥐었다. 하지만 표창기의 눈빛을 본 순간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능구렁이가 이렇듯 막무가내로 나올 인간이었나?’
자꾸 도발하는 걸 보면, 먼저 손쓰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보였다. 일반 회사에서 난동 부리면 헌터 관리국에서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테니까. 진짜 이런 의도였다면, 개가 웃을 일이었다.
“표 본부장님.”
오비환이 얼굴을 가까이 가져다 대며 말을 이었다.
“제가 주먹 쓰길 기다리는 겁니까?”
“왜, 그 정도로 열 받아? 능력도 없어서 회사 못 버틴 놈이 무슨 낯짝으로 퇴직금을 찾아. 양심도 없어?”
표창기가 비웃음을 날리고, 오비환이 서늘한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
“착각하시나 본데. 사무실에 처 앉아서 감 떨어진 실력으로 저를 감당이나 할 수 있겠습니까?”
“뭐…?”
“주먹도 상대가 되야 쓰지. 톡 건들면 구급차에 실려가겠구만.”
“이 자식이!”
“적당히 하시죠.”
오비환이 피식하며 몸을 일으켰다.
“회의실은 개뿔. 직접 회계팀으로 가야겠구만.”
그러면서 몸을 돌려 회의실 문을 열었다.
“너 거기 안 서?”
표창기가 노려보며 외치지만, 오비환은 귀를 후벼 파며 밖으로 나왔다. 회의실 안에서 울려 퍼진 소리 탓에 직원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에게 쏠렸다.
어차피 자신을 부른 건 노동청에서 압박이 있었다는 것. 게다가 헌터협회는 이런 일에 꽤 적극적이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오늘은 도학진과 자신의 퇴직금을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받을 생각이었다.
그때 영업 1팀 헌터들이 오비환을 막아섰다.
D급 최기원을 포함해 E급 셋이었다.
“무슨 양아치들도 아니고. 멀쩡한 회사에서 단체로 뭣 하는 거지.”
“쳇. 이제 갓 C급 단 주제에, 세상이 우습냐?”
최기원의 말에 오비환이 그의 얼굴에 가까이 다가갔다.
“너는 우스워.”
“이 자식이……”
“쪽수로 병신 짓거리하는 것 보니까, 영업 1팀 전부가 우습다.”
‘하나만 걸려라.’
오비환이 개중 안면이 있는 김철기를 쳐다봤다.
올림픽 공원에서 마주친 노민철. 장원범을 때린 그놈의 친구였다.
“특히 너.”
“이이, 개새끼!”
눈가가 푸들거릴 만한 도발에 김철기가 주먹을 뻗는다. 회심의 미소를 지은 오비환은 피하는 대신 얼굴로 방어했다.
퍽!
살짝 머리가 휘청거릴 뿐. 오비환이 피식거렸다.
“쳤지?”
“기, 김철기. 너 미쳤냐….?”
김철기가 당황한 표정을 짓고, 이를 본 최기원 역시 식겁한 표정을 지었다.
압박만 하려 했는데 이 병신같은 놈이 기어코 주먹을 뻗었다. 상대에게 빌미만 제공한 셈이 아닌가.
아니나 다를까. 오비환이 움직였다.
휘우웅. 퍽!
날아간 김철기가 파티션 하나를 박살 내며 바닥에 쓰러졌다. 최기원과 영업 1팀은 침을 꿀꺽 삼키고, 회의실에서 나온 표창기는 김철기를 보며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저 병신이 왜 덤비고 지랄이야.’
어차피 퇴직금은 줘야하는 상황이다. 일전에 티오륨 사건 때문에 화좀 돋구려고 한 것 뿐인데, 멍청한게 주먹을 먼저 날렸으니.
표창기는 얼굴을 찌푸린 채 회계팀으로 향했다.
“나랑 도학진. 퇴직금 정산 전까지 안 갑니다. 일단 헌터인권부서에 전화는 해둘게요.”
오비환은 자신을 지켜보는 시선들을 느끼며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나루상사에서 12,350,200원이 입금되었습니다.]퇴직금이 들어온 걸 확인하고. 도학진에게도 입금했다는 소리를 듣고서야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띵동.
1층에 도착. 로비를 지나칠 때였다.
“오비환?”
고개를 돌려보니 오피스룩의 사원증을 걸고 있는 여인이다.
‘하필 만나도…’
한때 좋아했던 소이연을 만났다.
입사 동기였지만, 고백도 못 한 채 마음을 접어야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내가 얘를 왜 좋아했을까.’
지금은 아무런 감정도 안 느껴지는데.
아무튼, 인사는 해야지.
“오랜만이네.”
“그러게. 회사 나가더니 더 좋아졌네?”
특유의 팔짱 낀 자세로 소이연은 오비환을 빠르게 스캔했다.
‘조금은 멋있어졌는데?’
예전에는 키만 컸었는데, 지금은 몸도 좋아진 것 같다. 슈트발이 제대로였다.
더구나 정장 두 벌로 5년을 버틴다며 동기들 사이에 유명했는데, 하나 더 산 모양이다.
못 보던 정장이었다.
“헌터가 역시 좋긴 한가 보다.”
“뭐 똑같지.”
“그래? 너 내 남자친구 알지?”
왜 모르겠냐. 헌터 아니면 남자 취급도 안 하던 소이연이다. 당시에 E급 헌터랑 사귄다며, 오비환을 포함해 동기생들을 개무시했었다.
자신은 똥차 보다 벤츠가 좋다나.
“나 걔랑 헤어졌어.”
그래서 어쩌라고. 오비환이 소이연을 지나치며 말을 내뱉었다.
“나도 똥차엔 관심 없다.”
“뭐….?!”
나루상사 빌딩을 벗어나자마자, 도학진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왜?”
– 선배! 혹시 나루상사가서 누구 때렸어요?
“응? 미쳤냐. 왜 퇴직금 들어왔어?”
– 예, 선배! 방금 들어왔어요. 와, 진짜 선배가 가면 다 해결되는구나.
“시끄럽고. 너 어디야, 거래처 잘 돌고 있어?”
– 방금 김 팀장 같았어요. 와 소름 돋는 것 봐.
“와 나도 소름이다. 내 입에서 그 말이 튀어나오네.”
*
11월. 회사 네 곳의 입찰 신청 결과.
전부 1차에 평가에 합격했다.
남은 건 12월 있을 최종 평가.
“이번엔 국내 아티팩트도 해 볼 만 하겠어.”
장흥도와의 세 번째 만남. 오비환에게 술을 건네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매직아트 크래프터를 얼른 만나고 싶구먼. 낙찰 심사위원이라 그럴 수도 없고. 새해엔 꼭 소개해 줘야 해.”
“저야 영광이지요.”
작금의 인맥 관리가 새해엔 빛을 발하길 바라며. 헌터 관리국의 장흥도와는 정윤솔 없이도 만날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대망의 12월.
NAHS 입찰 결과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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