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GAME RAW novel - Chapter 554
553화
Special Ep. 5 – Born to be Winning (4)
2016년 7월 18일. 샌안토니오, 텍사스. AT&T 센터 파크 웨이. AT&T 센터.
비시즌 중에 열리는 스퍼스의 미팅분위 기는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편안한 차림 새의 남자들이 여럿 모인 회의실에는 텅텅 비어있는 피자박스와 각종 음료수 병이 널 브러져 있다.
두 시가 조금 넘어서야 늦은 점심을 해결 한 남자들의 얼굴에는 알 듯 모를 듯 한 약 간의 피로감과 엿보였지만, 이번 시즌 로스터 구성에 관한 전반적인 토대를 완성한 상 황이라 뿌듯한 미소가 입가에 자리를 틀었다.
“하아- 일단, 하나는 해결이군. 그나저나, 폽?”
“??”
“대체 저건 어디에서 들고 온 겁니까?”
드래프트 다음 날부터 곧장 스퍼스에 합 류한 올리버 루카스는 빠르게 자신의 입지를 다져가는 중이었다. 시카고 불스에서 거의 하는 일이 없다던 악성 루머를 빠르게 불식시킴과 동시에, 돋보이는 건 단순히 얼
굴만이 아니라는 걸 입증한 것이다.
풍문(風聞)을 통해 이를 잘 알고 있었던 포포비치는 올리버의 질문을 듣자마자, R.C 뷰포드가 앉아있는 방향을 흘끗 돌아보았다.
그러자 피식하고 웃어 보인 뷰포드가 이른 아침에 있었던 일을 말해주었다.
모든 것의 시작은 빵을 집어들 때 울린 한 통의 전화로 부터였다.
[ ” 날라야 할 물건이 있네. ” ]
[ ” 사이즈가 얼마나 되죠? ” ]
[ ” 픽-업 트럭이 있었으면 좋겠군. ” ]
집에 검은색의 픽-업 트럭이 한 대 있지 않느냐는 말을 하려던 뷰포드는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하며 스태프 하나를 포포비치의 집으로 보내주겠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약 한 시간 뒤의 주차장에서, 뷰포드는 자신이 보낸 스태프와 포포비치를 만났다.
“…요즘 세상에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는 다는 게 그토록 어려웠던 일인가요?”
“익숙해져야 할 거야, 올리버. Welcome to the Spurs.”
포포비치가 가져오고 싶어 했던 물건은 자신의 집 거실에 놓여 있던 화이트 보드였다.
“흥-! 이제 날 완전히 늙은이 취급 하는 건가? 그럼 은퇴하도록 내버려 두던가!”
“제발요, 폽. 당신에게서 농구를 빼앗아 가면 뭐가 남죠?”
“여행을 다닐 수 있는 시간.”
“하-! 그 여행이라는 게 보나마나, 유럽을 다니며 농구를 보는 것 아니에요?”
아무렇지도 않게 농담을 주고받고는 있었지만, RC 뷰포드는 언젠가 포포비치가 확실하게 이 질문에 대답을 하면 그를 놓아 줘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매 번 지금과 같은 농담을 할 때마다 두근거렸다.
프랜차이즈를 지탱했던 이들을 떠나보내는 일은 절대로 익숙해 질 수 없는 일이었고, 무엇보다 포포비치가 없이 팀을 이끄는 자신을 상상하는 건 무리였다.
만약 폽이 은퇴를 한다면, 자신도 일선에서 물러설 거라고 생각하는 R.C 뷰포드였다.
‘내게도 다음이 필요하겠어.’
처음으로 본인의 다음(NEXT)이라는 걸 생각하던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단장은 손 목에 채워진 시계를 한 번 흘끔 쳐다보곤 박수와 함께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점심식사 후에 가진 휴식시간도 모두 끝 났으니, 멈췄던 바퀴를 다시 굴릴 때다.
뷰포드는 가장 먼저, 포포비치에게 한 번 더 질문을 던졌다.
“정말로 그로 괜찮은 거죠?”
“물론이지. 이건 이미 작년부터 생각해 왔던 것이지 않나.”
팀 던컨의 은퇴가 결정된 이 후, 스퍼스의 남자들은 어떻게 하면 그의 공백을 최소화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왔다. 팀에는 물론 알드리지라는 올스타 레벨의 빅맨이 존재 했지만, 그 혼자서 시즌을 감당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스퍼스는 티미가 가진 재능들을 여러 가지 부분으로 나눠 퍼즐조각을 맞추는 것처럼 인사이드진을 꾸리고자 했다.
다만 한 가지 문제점은 본래 이들이 생각
했던 계획들이 완전히 망가져버린 상태가 되었다는 점이었다. 이는 두 명의 남자가 팀을 떠나면서 발생했다.
“우린 2주 전에 데이비드를 놓쳤지. 그리고 이틀 전에는 보반도 떠나보냈어. 하려는 말은 잘 알지만 꺼내지 않는 편이 좋네, 스콧.”
“후후. 어떻게 내가 말을 할 거라고 생각 해요?”
“그건 자네가 틈만 나면 날 골탕 먹이려는 괘씸한 심보를 가졌기 때문이지.”
“봤죠? 폽은 이렇게나 절 잘 안다니까요?”
감동했다는 듯 *1는 스콧 레이든의 이야기가 폽의 심기를 어지럽혔지만, 일단 한 번은 참기로 결정을 내렸다. 어쨌든 자신의 잘못이 있는 건 분명했으니까 말이다.
지난 7월 7일, 세르비아 출신의 인사이더 인 보반 마르야노비치가 3년간 총 2,100만 달러를 받는 계약 조건으로 디트로이트로 이적했다. 한 시즌 전인 2015-16 시즌을 앞두고 자유계약 형식으로 스퍼스에 합류 한 보반은 지난 시즌 깜짝 스타 중의 하나였다.
28살이라는 늦깎이에 NBA에 데뷔를 했지만, 7-3(약 221 CM)의 커다란 신장으로 출전을 할 때마다 인상적인 인사이드 장악 능력을 선보였었다.
54경기에 출전해 10분이 채 안 되는 평
균 9.4분을 뛰며, 5.5득점과 3.6리바운드라는 제법 인상적인 숫자를 만들어낸 것이다. 36분 환산 기록으로 21.0득점과 13.7리바운드라는 엄청난 기록이 나오는 생산력이었다.
그리고 이런 보반의 모습에 매력을 느낀 디트로이트 피스톤즈가 7월 5일, 보반의 에이전트에게 전화를 걸어 계약을 제시했다.
[ ” 보반! 우린 기회를 잡았어! ” ]
2006년부터 프로 생활을 시작한 보반이 10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옮긴 팀은 총 8개였다. 거의 매년 유니폼이 바뀌었다는 뜻이었고, 계속 되는 이적 속에서 높은 연봉을 보장받는 일은 좀처럼 이뤄지지 않았다.
연간 700만 달러라는 커다란 돈 앞에 환
호하는 에이전트를 보며, 보반은 뭔가가 잘못되고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그는 곧장 포포비치에게 전화를 걸어 이렇게 말했다.
[ ” 디트로이트에서 제안을 받았어요. 하 지만 전 그걸 거절하려고 합니다. 왜냐하면 당신과 함께 농구를 하고 싶으니까요. 전 스퍼스가 좋아요. ” ]
처음에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포포비치는 기뻐하며 내년 스퍼스가 300만 달러를 보장해 줄 수 있을 거라고 대답을 했다. 그 러다 디트로이트의 계약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고, 그들이 보장한 액수를 듣게 되었다.
3년간 총 2,100만 달러라는 걸 알게 된 포포비치는 곧장 태도를 바꿔 말했다.
[ ” 이보게, 보반. 300만 달러와 2100만 달러는 차원이 다른 금액이야. ” ]
포포비치는 보반이 디트로이트의 제안을 수락하길 바랐다. 하지만 그는 계속해서 스퍼스에 남겠다고 말을 했고, 결국 폽은 개 인 시간을 내어 보반을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결국, 보반은 자신이 디트로이트 로 향해야만 한다는 걸 깨달았다.
[ ” 그러니 당장 여기에서 나가게. 가서 기회를 잡으란 말이야. ” ]
포포비치는 처음부터 보반을 좋아했다. 그와 함께 훈련을 한 첫 번째 날에 보반이 얼마나 성실한지, 그리고 농구에 얼마나 많은 애정을 쏟고 있는 지를 알아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실은 그를 떠나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차마 그럴 수 없었다. 디트로 이트의 제안은 보반의 인생에서 가장 큰 기 회였고, 누가 보더라도 그것을 잡아야만 했기 때문이다. 포포비치는 자신의 팀을 강하’ 게 만들기 위해, 보반이 희생하길 원하지 않았다.
더구나 당시만 하더라도, 팀에는 데이비드 웨스트가 남아 있었다. 보반이 없는 것은 아쉽지만, 알드리지와 웨스트가 있다면 충분히 중심을 잡을 수 있을 거라 믿었다.
허나 그로부터 이틀 뒤, 데이비드 웨스트는 스퍼스를 떠나 서부 컨퍼런스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인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와 FA 계약을 체결했다.
에이전트는 물론이고 선수 본인과도 분 위기가 줄곧 좋았던 터라, 이번 계약은 스퍼스에 상당히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만약 보반과 웨스트의 전후관계가 바뀌었더라면, 포포비치는 그렇게나 쉽게 보반을 놓아 주진 못했을 거다.
물론 결국에는 어떻게 해서라도 보반이 디트로이트의 제안을 받도록 했겠지만 말이다. 스퍼스의 프런트는 이를 가지고 포포비치를 놀려다는 중이었다.
보반을 떠나보냈기 때문에, 스퍼스의 인 사이드가 순식간에 텅텅 비어버렸다고 말이다. 실제로 현재, 확정 된 빅맨은 알드리지와 파우 가솔 둘 뿐이다.
짓궂은 스콧 레이든의 표정을 바라보던
포포비치가 욱신거리기 시작한 관자놀이를 누르며, 뷰포드를 향해 말한다.
“하아- 이런. 아무튼, 이번 결정은 반드시 필요한 거야. 그러니, 전화를 걸게.”
“…제나?”
스피커폰을 켠 뷰포드가 내선을 통해 제 나의 이름을 부르자, 그녀는 미리 전달받았던 번호로 즉각 전화를 건다. 잠시 뒤 통화 가 이어졌다는 목소리가 들려왔고, 연결을 요청한 스퍼스의 단장은 잠깐 휴지를 두었다가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그는 생각했다. 현재 팀에 속해 있지 않은 선수의 에이전트와 대화를 나누는 일은 언제나 불유쾌한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포포비치의 말처럼, 이번 결정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다.
“헤이, 마이크. 우리가 졌어요. 당신의 제 안을 받아들이죠.”
“결국 이렇게 될 줄 알았죠, RC. 당신이 급할 줄 알았다고요.”
“…”
순간 회의실에 모인 사람들 중 절반 이상의 얼굴에, 씁쓸한 표정이 스쳐갔다.
지금 R.C 뷰포드가 통화를 하고 있는 것은 스퍼스가 새롭게 계약하고자 하는 남자의 에이전트였다. 그의 이름은 마이크 실버 맨 (Mike Sil verman)으로, 딱히 사람들에게 호감을 주는 유형은 아니었다.
“그럼 됐네요. 당신들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건 연간 300만 달러가 전부죠. 원래는 더 나은 계약조건이 있지만, 드웨인이 스퍼스의 유니폼을 입고 싶어 해요. 그렉 포포비치와 함께하면 본인이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고 믿죠. 혹시 폽도 옆에 있어요?”
“…”
자신과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한다는 걸 눈치 챈 그렉 포포비치가 질색을 하며 손을 내저었다. 그러자 또 한 번 피식하고 웃어 보인 뷰포드가 애석하게도 폽은 서머리그 경기를 확인하느라 다른 곳에 있다는 식으로 대답했다.
정말로 아쉬워하는 마이크 실버맨이 포포비치를 만나게 될 날을 고대하고 있다고 말하며, 데드먼의 계약 두 번째 해의 옵션 이 선수가 사용하는 것임을 다시 한 번 확 인했다.
본래는 스퍼스가 2년차 때 팀 옵션이 포 함된 계약조건을 내세웠지만, 마이크 실버 맨이 이를 거부하며 일이 길어진 상황이었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현재 급한 것은 스퍼스가 맞았던 것이다. 이메일로 계약 서를 주고받기로 결정한 두 사람은 조만간 샌안토니오에서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한다.
딸깍-
“난 그 때 빼주게.”
“하하하.”
전화가 끊기기가 무섭게, 포포비치가 R.C를 향해 말을 했다. 스태프들의 사이에서 웃음소리가 이어지고, 이로써 계약 하나를 성사하게 된 이들은 빠르게도 다음의 이야기를 진행해 보기로 결정을 내렸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스퍼스는 인사이드를 보강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 이것 또한 포포비치가 원하는 부분이었고, 기왕이면 데이비드 웨스트와’ 비슷한 남자가 필요했다.
베테랑임과 동시에 미들레인지와 스크린에서 장점을 지닐 수 있는 6피트 9인치 사이즈의 빅맨 말이다. 워낙에 구체적이었던 지라,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그리 많지 않았다.
“저기요, 폽.”
“응?”
“정말로 그로 괜찮은 거죠?”
“…”
R.C 뷰포드가 자신에게 같은 질문을 두 번 하는 것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일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포포비치는 뭔가 이상하 다는 걸 깨닫고, 방향을 조금 바꿔보기로 결정했다. 그러자 그는 곧바로 한 가지를 깨닫게 되었다.
현재 RC 뷰포드가 괜찮으냐고 물어 본 ‘ 그 ’는 드웨인 데드먼이나, 지금 전화를 할 데이비드 리도 아닌 결혼준비로 바쁜 한 남자였던 것이다.
그래서 포포비치는 자세를 고쳐 잡고 앉 아, 진지한 표정과 목소리로 대답했다. 영문을 몰라하는 다른 이들이 눈만 껌뻑이며 이를 바라보고 있다.
“그래. 난 그렇게 믿고 있네.”
“…좋아요, 그럼. 이번에는 다른 곳에 전 화를 걸죠.”
딸깍-
“제나? 이번에도 부탁해.”
“그러죠.”
현재 그렉 포포비치가 확정 지은 2016-17 시즌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15인 로스터는 9자리만 차있는 상황이었다. 전에 도 한 번 폽의 화이트보드를 본 적이 있었던 뷰포드는 자리가 바뀐 한 남자의 이름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정말로 그로 괜찮으냐고 두 번이나 물어 봤던 건, 바로 저 남자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이번 시즌의 스몰 포워드 자리 보강은 없다.
조나단 시몬스와 김민혁이 슈팅가드에서 파워포워드에 이르는 넓은 영역의 백업자 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본래는 FA 시장에서 베테랑 윙플레이어를 영입하려고 했었지만, 오늘 포포비치는 그것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샌안토니오 스퍼스에서 가장 영향력이 강한 남자가 한 말이었으니 만큼, 서열 2위 (?)인 R.C 뷰포드는 그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서머리그를 통해,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는 스퍼스의 주사위가 던져진 것이다.
“R.C? 연결 됐어요.”
“고맙네.”
딸깍-
물론 주사위의 숫자가 어떻게 나올는지는 아직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
2016년 7월 23일. 샌안토니오, 텍사스. AT&T 센터 파크 웨이. AT&T 센터.
영입이 확정되어 발표가 끝난 드웨인 데 드먼에 이어, 데이비드 웨스트가 했던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베테랑 빅맨의 영입도 얼 추 마무리가 되어가고 있었다. 별다른 일만 없다면, 메디컬 테스트가 완료 되는대로 발 표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계속해서 팀을 구성하는 작업에 몰두하 고 있는 포포비치는 일단 11명의 자리가 채 워졌다 판단하곤 남은자리를 채우는 일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일단은 세 자리는 거의 확정인 거죠?”
“더 나은 제안이 있다면 듣겠네.”
“아뇨. 제 생각에도 이것이 최선인 것 같아요.”
두 명의 FA를 영입하는 것으로써, 샌안 토니오 스퍼스가 활용할 수 있는 익셉션 (Exception)은 전부 활용이 되었다. 따라서 트레이드가 아닌 이상, 팀이 전력을 보강할 수 있는 방법은 비보장 계약을 계속해서 채 워 넣는 것이었다.
토니 파커-마르커스 스마트-대니 그린다누 지노빌리-조나단 시몬스-카와이 레너드-라마커스 알드리지—파우 가솔.
총 8명에 이번 시즌 지명한 신인인 김민혁과 디죤테 머레이를 집어넣으면 총 10자 리가 되었다. 그리고 여기에 드웨인 데드먼 과 두 번째 FA 영입이 될 데이비드 리를 포 함하면, 15인 로스터 중에서 12자리가 채 워졌다.
포포비치는 일단은 14인 로스터가 되기를 원했고, 2명의 정식 선수와 최소한 두셋의 보험을 두고자 했다.
여기에서 보험이란, 샌안토니오 스퍼스 산하의 D-리그 팀인 오스틴 스퍼스와 계약 했으면 하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이들은 언 제든 콜-업이 되어, 10일 계약을 통해 NBA 무대에서 뛸 수 있다. 이는 로스터의 유연성을 엄청나게 높여주는 일이었다.
“브린은 재능이 있어요.”
“더럽게 수비를 못하기도 하지.”
“뭐, 그거야 어떻게든 할 수 있지 않아요? 아무튼, 저는 당신이 팀에 슈팅을 계속 해서 집어넣으려고 하는 게 마음에 들어요.”
“…”만족감을 표시하는 윌 하디를 바라보던 포포비치가 제임스 보레고와 에토레 메시 나를 향해서도 마찬가지의 생각이냐는 눈 빛을 보냈다.
“크흠, 저도 윌과 같은 생각이에요. 우린 좀 더 바깥에서 슈팅을 던져야 해요. 그게 단순히 유행이기 때문이 아니라, 실제로 효 율적이라는 게 입증되었기 때문이죠.”
“망할 스티브 녀석이 날 힘들게 만들고 있어.”
” 하하.”
오랜 회의를 통해, 포포비치는 브린 포브 스와 라이언 아르시디아코노, 그리고 데이비드 베르탕스를 최종적으로 팀에 남기기 로 결정을 내렸다.
어떠한 팀에 최종적으로 자리를 잡을 지는 프리-시즌이 끝나고서야 결정이 되겠지만, 일단은 비보장 계약을 제안해 계속해서 팀과 동행을 시킬 생각이었다. 다만 서머리 그에서 좋았던 캐디 럴레인과 좀처럼 성장 폭이 없는 리비오 쟝-샤를은 고민이었다.
똑똑똑-
“폽?”
회의실의 문이 열리고, 별도의 업무를 모 두 끝낸 R.C 뷰포드가 들어섰다. 그러자 포포비치는 스태프들을 향해 말했다.
“내일 또 이야기를 하지. 오늘은 모두 수
고했네.”
“당신도요, 폽. “,” 좋은 밤 되세요.”
잠깐 동안의 부산함이 스쳐지나간 회의 실 안에, 이제는 두 남자만이 남게 되었다.
“일은 전부 해결했나?”
“거의요. 유달리 바쁜 여름이네요, 올 해는. ”
“바쁜 건 좋지. 다가올 추운 겨울을 잘 대비하고 있다는 증거니까.”
“네, 그렇죠. 그래도 확실히, 하아-”
힘겹게 의자에 앉는 R.C 뷰포드의 얼굴은 많이 피곤해 보였다. 그렇지만 포포비치는 분명, 그가 행복해 하고 있을 거라고 믿었다. 과거에 단장직을 겸임했기에, 운영에 관한 부분도 잘 알고 있는 폽이다.
김민혁의 합류로 인해 을 비롯한 한국계 기업들의 후원문의가 줄을 잇는다고 들었다. 의 중계권을 따내기 위한 협 상도 치열하다.
만약 이런 부분들이 대략적으로 결정이 되고 나면, 아시아 시장 진출을 노리는 미 국이나 혹은 해외 각지의 기업들이 2차로 스퍼스에게 후원을 하려고 할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은 결국, 돈과 관련 된 부분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는 과연 알고 있을까요?”
“응?”
“본인이 우릴 매우 바쁘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에요.”
“…”
뷰포드는 작년의 이 맘 때를 떠올려보라 고 말하고 있었다.
“그 때도 분명히 우린 선수 보강을 위해 많은 미팅을 했었죠. 그리고 제 기억이 틀림 없다면, 모든 미팅자리에는 제가 있었어요.”
“그랬던 것도 같군.”
“하지만 그게 정말로 좋은 일이었을까요? 당신도 잘 알잖아요, 폽. 우리 프랜차이 즈는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어요. 전 마지막 가진 힘을 쥐어짜내는 거라고 생각했죠. 아 마 3년? 그쯤이면, 힘이 다할 거라고 생각했죠.”
“…”
“우린 늙었어요. 당신도 그리고 나도.”
하지만 올 시즌은 조금 달랐다. 스퍼스에서 그 누구보다 오래도록 일을 해 온 포포비치는 이 프랜차이즈에 활력이 약동하고 있다는 걸 확인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것은 현장이 아닌, 내부의 프런트로부터 오는 것이었다.
우승만이 목표가 되는 현장과는 달리, 프런트는 우승과 수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쫓는다. 그래서 현장을 운영하는 스태 프들 보다 훨씬 더 많은 인력을 요구하는 것이다.
포포비치는 이야기 했다. 절대로 좋은 선수와 좋은 감독을 데려다 놓는 것만으로는 우승을 할 수 없는 것이 바로 농구라고.
“이보게, R.C.”
“네?”
“얼마나 걸릴 것 같나?”
프런트에서 약동하고 있는 활력이 현장에 전해지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과연 얼마나 될는지가 궁금했던 포포비치다.
“우린 자네들이 필요해. 그리고 자네들도 우리가 필요하지. 이런 긍정적인 열기를 공 유하는 것이야 말로, 시즌을 운영하는 부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일이야.”
“네. 언젠가는 당신이 이런 말도 했었죠.”
손에 쥘 수 없는 무형(無形)의 것들 중에 서, 오프시즌동안에 만들어 둔 프랜차이즈의 분위기와 직원들의 의지가 결정짓는 승리는 대략적으로 10승 안팎이 된다고 말이다.
처음에는 이것을 도통 이해 할 수 없었던 R.C 뷰포드였지만, 이제는 그 누구보다 포포비치의 의견에 공감을 하고 있었다. 저 바깥에 있는 사람들은 절대로 알 수 없는 부분들, 심지어 종사자인 본인도 의구심을 품었던 부분이 정말로 팀 승리에 영향을 끼 쳤다.
“제 생각에는 시즌이 시작되기 전에는 모두가 비슷할 거예요.”
“그거 좋군.”
너무 이르지도, 그렇다고 너무 늦지도 않은 딱 좋은 타이밍이기에 포포비치는 만족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약간의 침묵 뒤, 다시 R.C 뷰포드가 물었다.
“그래서요?”
“응?”
“그는 알고 있을까요?”
동시에 뷰포드는 궁금증이 일었다. 김민혁에 관해서는 이제 어지간한 부분은 전부 알고 있다고 믿고 있는 그다. 하지만 여전히 윌리 팔라치오가 어째서 이 청년에게 그렇게까지 매료되었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
그저 윌리가 만들어낸 분위기와 과거에 그가 이룩했던 업적이 더해져, ‘ 샌안토니오 스퍼스는 김민혁을 필요로 한다. ’는 생각에 휩싸였던 것뿐일 수도 있었다.
패티 밀스와 카일 앤더슨이라는 스퍼스의 핵심 자원 두 명을 희생해가며 얻은 결과물이다. 그렇기에 반드시 김민혁의 성공은 필요한 부분이었다. 다행히도 서머리그를 통해, 김민혁은 자신이 재능을 가졌음을 증명했다.
다만 R.C 뷰포드에겐 여전히 설명이 조금 부족한 느낌이었다.
윌리는 이제 더 이상 스퍼스에 관한 대화를 하지 않으려고 하고, 그렇다면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건 바로 여기에 있는 그렉 포포비치뿐이었다.
그리고 이내, 포포비치는 대답했다.
“이보게, R.C.”
“?”
다만 그 대답이 뷰포드가 예상한 것과는 조금 다른 식으로 시작이 되었지만 말이다.
“이 바닥에는 승리자가 되기 위해 태어 난 남자들이 존재해왔어.”
“…조던의 이야깁니까?”
“대표적인 예가 그렇다고 할 수 있지.”
승리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매일 밤 코트 위에서 트리플-더블을 하는 것? 아니면 평균 30득점을 기록함과 동 시에 상대 주요 공격수를 락-다운 시킬 수 있는 완벽함?
물론 이 모든 것들은 때때로 팀을 승리로 이끌 수도 있겠지만, 결국 NBA에서 말하는 진짜 승리란 마지막 순간에 가장 높은 자리에 선다는 걸 의미했다. 100번에 가까운 전 투에서 대부분 이기고도, 정작 전쟁에서 패 배를 경험하게 되는 게 이곳의 일반적인 풍 경이다.
“그것은 바로 집착일세, RC.”
“집착…이요?”
“그래. 다만 이건 간절히 쫓는 것과는 조금 다른 의미야. 어느 순간엔가 본능적으로 승리라는 것에 집착하게 된다는 거지. 자신의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고 말이야.”
“…이해가 되지 않아요.”
뷰포드가 인상을 찡그리며 고개를 가로 젓자, 폽이 피식하고 미소를 짓는다.
“훗. 티미는 타고난 리더였지. 그렇지만 타고난 승리자는 아니었어. 그와 마찬가지 로, 코비도 타고난 노력파였던 거야.”
“그도 승리자가 아니란 겁니까?”
“그래. 샤퀼도 노비도, 르브론은 더더욱 아냐. 다만 워리어스에는 딱 한명, 승리자 가 존재하지.”
한 명이라는 말에, 뷰포드는 잽싸게 그 남자의 이름을 입에 올렸다.
“커리 말입니까?”
하지만 포포보치는 이번에도 고개를 가
로저으며, 그가 틀렸다 말하고 있었다.
“스티브.”
“에?”
“스티브 커. 그는 타고난 승리자야. 승자 가 되기 위해서 태어났고, 이제는 자신도 그렇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지. 그래서 워리어스가 무서운 거야. 비록 지난 달 클리블랜드에 무릎을 꿇었지만, 난 그들이 얼마나 더 강해질 지를 상상하면 자다가도 놀랄 지경일세.”
“…”
침묵하는 뷰포드를 보며, 포포비치가 천 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이 모습을 지켜보던 뷰포드는 어쩐지 이 장면을 오랫동안 기억하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오래도 록 움직이지 않았던 거대한 석상(石像)이 몸에 달라붙은 덩굴이며 이끼를 털어낸다는 느낌이 들었다.
애초에 석상에 움직인다는 것 자체가 말 이 안 된다는 걸 잘 알고 있었지만, 과연 이 남자가 어디를 향해 걸어갈는지가 궁금해서 참을 수 없었다.
과거에 그가 걸어왔던 길은 영광과 황금으로 가득했던 길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승리 뒤로 조금 쉬어간다는 게, 영원한 휴식으로 이어질 것 같아 불안불안한 눈으로 바 라봤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지금 뷰포드는 다시 움직이려는 포포비치를 마주하고 있었다.
또 그는 생각했다. 이 세상 그 누구보다 포포비치만큼 타고난 승리자가 될 수는 없을 거라고 말이다.
그리고 마침내, 포포비치는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녀석은 승리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야. 최소한 내가 서머리그를 통해 지켜본 바로는 그러하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녀석이 자신의 할 일을 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일세. 그렇다면…”
“그가 우리를 다시, 또 높은 곳으로 이끌 어줄 거라는 말입니까?”
“어쩌면. 이곳에 정해진 것은 없어. 자네 도 그걸 잘 알지 않나.”
R.C 뷰포드는 어쩐지 가슴이 벅차올라 참을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윌리 팔라치오가 발견하고, 그렉 포포비치가 자신에게 설명해준 부분은 자신을 젊은 시절로 되돌려, 익숙해져 동시에 지루해 진 이 세계를 완전히 바꿔버릴 수도 있는 것이었다. 그는 새롭게 합류한 이 루키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은 없는지를 고민하며 물었다.
“그럼, 이제 전 뭘 해야 하죠?”
그러자 포포비치가 대답했다.
“그야 간단하지. 내일 있을 결혼식 때 줄 선물을 제대로 챙기게. 그리고 전화라도 걸 어 축하한다고 말해줘.”
“…그게 끝입니까?”
“최소한 내일 할 일은. 그리고 R.C.”
“그건 틀림없이 자네에게도 좋은 출발이 될 걸세.”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포포비치의 말에, 뷰포드는 확신했다. 이제 이 프랜 차이즈가 진정한 의미에서 새롭게 약동하게 되었다고 말이다.
모든 것은 승리를 하기 위해 태어났다는 남자, 그 남자 하나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