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GAME RAW novel - Chapter 735
734화
98. Playing Ahead (3)
ㅁ 2쿼터 4 : 03
SPURS 38 : 35 JAZZ
On Court
San Antonio Spurs
PG : No. 09 토니 파커 (6-2)
PG : No. 36 마르커스 스마트(6-4)
SG : No. 20 마누 지노빌리 (6-6)
SF/SG : No. 14 브랜든 잉그램 (6-9)
PF / C : No. 12 라마커스 알드리지 (6-11)
VS
Utah Jazz
PG : No. 03 리키 루비오(6-4)
SG : No. 05 로드니 후드(6-7)
SG/SF : No. 06 조 존슨(6-7)
SF/PF : No. 02 조 잉글스(6-8)
PF / C : No. 33 엑페 우도(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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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체인가요?”
“네.”
교체를 알리곤 진행석에 앉아 경기를 지켜본다. 코트위에서는 아주 재미있는 상황 이 펼쳐지고 있는 중이었는데, 6-7(201 CM)의 로드니 후드를 6-4(193CM)의 마르커스 스마트가 철저하게 봉쇄하고 있다.
리키 루비오의 기지가 빛을 발휘하며 유타가 0-5 Run을 만들어내긴 했지만, 기가 막혔던 패스 두 개가 없었더라면 재즈가 이렇게까지 추격을 하진 못했을 것이다.
‘걔는 아마 알고 있을 건데.’
스마트의 플레이를 지켜보고 있노라면, 수비에 대한 본능이 얼마나 대단한 지를 깨달을 수 있다. 조 잉글스와 내가 나누었던 ‘ Playing Ahead ’ 와는 조금 다른 것으로, 저 사내는 머리가 아닌 말 그대로의 본능적 인 감각으로 공격수의 모든 것을 예측해낸다.
어떠한 방식으로 크로스오버를 할지, 언제쯤 패스를 보낼 것인지.
훈련 도중 스마트와 적이 되고나면, 난 가장 먼저 내 눈을 쳐다보지 못하도록 만든다. 그의 눈에만 따로 확대기능이 있는 것 도 아닐 텐데, 어쩔 때는 스마트가 낸 눈에 비춰지는 풍경을 확인해 등 뒤의 상황을 파 악하는 것 같은 착각을 느낀다.
‘스크린이야, Dude.’
미묘한 차이이지만, 분명 스마트가 먼저 움직였다.
그리고 난 뒤,
“스크리-인!!”
동료들의 콜-플레이가 이어진다.
대체 어떻게 알 수 있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스마트는 분명 스크린이 올 것을 예상해 엉덩이를 미리 옮겨뒀다. 심지어 그 방향 마저도 알고 있었다. 가끔은 버스나 비행기 안에서 대화를 나누며, 난 이런 장면들에 대해 질문을 던지곤 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스마트에게서 나오는 대답은, [ ” 잘 모르겠는데. 사실 난 몇 분 전의 플레이도 다 기억하지 못해. 대체 그걸 어떻게 다 아는 건데? ” ]였다.
날 믿어라. 그것은 결코 겸손을 떨거나 부끄러워 대충 하는 말이 아니었다. 정말로 스마트는 몇 포제션 전에 어떠한 식으로 플레이가 펼쳐졌는지를 알지 못했다.
‘그래도 상관없어.’
저 정도의 집중력이라면, 굳이 플레이의 장면을 기억할 필요는 없다. 물론 기억한다면 더 다양한 방식으로 농구를 바라보게 되겠지만, 현재도 저 사내는 훌륭한 농구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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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브 알버트)
“STEAL!! By Marcus Smart!! 대단히 훌륭한 수비였습니다. 로드니 후드의 바운 드 패스 타이밍을 절묘하게 맞췄죠. 계속 기세를 올려갈 수 있었던 재즈에겐 안타까운 실책입니다.”
(크리스 웨버)
“스마트의 이런 플레이를 보는 것은 결코 보기 드문 장면이 아닙니다. 아마도 리그에서 가장 수비를 잘하는 백코트 자원 중 하 나일 겁니다. 자신보다 4인치 작은 선수에 서부터, 반대로 자신보다 4인치 큰 선수까지도 수비할 수 있죠. 이런 선수는 결코 흔 치 않습니다. 만약 이 사내가 수비에서 신을 내기 시작하면, 그건 굉장히 큰 골칫거리가 되죠.”
(마브 알버트)
“그렉 포포비치도 이를 인정하는 이야기를 최근에 했습니다. 팀에서 가장 분위기를 잘 이끌고 오는 것이 이 남자라고 말했었죠. 공격적인 능력에서는 다소 아쉽지만, 그 이상의 장점이 있다고 말입니다. 실제로 슈팅은 영 좋지 못해요, 39% 필드골에 31%의 3점 슛 성공률입니다. 경기당 31분을 뛰 며, 득점도 8.7점에 머물러 있죠. 하지만, 이 걸로는 이 사내의 진짜 값어치를 판별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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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가끔, 포포비치가 스마트의 슈팅 성공률이 5%만 올라왔으면 한다고 말을 할 때가 있었다. 어떠한 경기에서는 상대팀이 아예 스마트에게 슈팅을 줄 생각을 하고, 아예 그를 버려 둘 때가 있으니까 말이다.
현재는 어찌어찌 이를 잘 풀어내고 있지만, 사실 우리의 공격이 애를 먹는 순간은 어김없이 스마트가 와이드 오픈 슈팅을 넣어주지 못할 때였다. 재비어와 T존스가 다 행히도 나란히 37%대의 3점 슛 성공률을 보여준다는 게, 그의 슈팅 부재를 만회해 주고 있는 거다.
연승을 달리는 와중에도. 여전히 리그 1 위를 고수하는 중임에도, 발전할 수 있는 부분이 남아있다는 게 우리에겐 큰 동기부여이다.
“비었어-!! 쏴-!!”
“…”
또 한 번 오픈 기회를 맞이한 스마트만큼 이나, 슈팅을 던지는 것에 있어서 망설일 이유가 없다는 포포비치의 말이 도움이 된 사 내도 드물다. 보통은 낮은 성공률을 지닌 사내가 마지막 슈팅을 던진다는 것은 상대 수비의 의도가 적중한 가장 커다란 예시였다.
하지만 오늘 날 스퍼스에서는 절대로, 이 것이 상대의 의도대로 넘어간 플레이가 되 지 않는다. 진실은 조금 다른 곳에 있지만, 우리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
철썩-!!
[ ” THREEEEEEEEEEEEE-!!! ” ]
오히려 가끔 이렇게 슈팅이 들어가는 순간이면, 어김없이 팀의 에너지 레벨은 몇 단 계나 뛰어오른다. 어떠한 순간에는 급격히 뛰어오르는 게 다소 과한 느낌이 들 때도 있지만, 코트 위에 선 다섯 명의 이름을 모두 확인하고 나면 안심하게 된다.
지금만 하더라도, 토니-마누-알드리지가 스마트와 브랜든 잉그램을 백업해주고 있다. 오히려 저 세 사람은 젊은 에너지 덩어 리들이 자신의 할 일을 대신해줘서 고마워 하고 있을 거다.
‘훗. 틀림없이 그럴 걸?’
요즘 토니와 마누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가, ‘ 공짜 월급 ’ 이라고 한다면 과연 믿겠는가? 물론 토니는 복귀 후 18분 안팎의 출전 시간을 가져가고 있긴 하지만, 트레이드 후 클로징 라인업이 필요한 순간에 에너지를 집중할 수 있게 된 마누는 정말로 행복해 보인다.
그렇다고 저 두 사내가 팀에 필요하지 않다는 건 또 아니다. 전에 폴 조지에게 말을 했었던 것처럼, 현재의 스퍼스는 토니와 마 누의 팀이다.
문화와 정신, 플레이, 코트 안팎에서의 태도에 이르는 모든 부분에서 저 두 사람이 없다면 팀은 몇 배나 더 허전해 질 것이다. 그리고 이런 허전함은 이른 시기에, 우리의 플레이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점은, 여전히 토니와 마누가 선수로써도 높은 레벨에 자리하 고 있다는 점이다.
‘ 안이해.’
마누를 상대로 자신감이 넘쳤을 조 존슨의 기분은 잘 알겠지만, 저렇게 무작정 힘으로만 밀어붙이기에는 불혹의 저 남자는 너무나도 좋은 선수였다.
우격다짐으로 스텝을 밟아가던 조 존슨의 발밑으로 농구공이 흐르고, 그것을 집어 든 것은 당연히(?) 마르커스 스마트다. 이를 확인하는 동안 시야의 오른쪽 끝을 스쳐 지난 검은색 유니폼을 입은 이에게서 커다란 목소리가 들려오고, 농구공을 따라 시선을 이동한다.
그리고 농구공이 도착한 지점에는 어느 새 골밑까지 움직인 토니 파커가 있다.
철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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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브 알버트)
“스퍼스의 속공이 다시 한 번 유타 재즈에게 비수를 박아 넣습니다. 43 : 35, 다시 8점 차로 거리를 벌리는 샌안토니오 스퍼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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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진행석의 주위로 선수들이 그득 해졌다. T존스와 조던 벨이 내 옆으로 나란히 앉아있었고, 재즈의 진영에서도 도노번 미첼과 데릭 페이버스가 걸어 나오는 중이었다. 분명 4분이 조금 못되어서 자리에 앉았는데, 시간은 5분을 훌쩍 지나있다.
마찬가지로 교체를 알린 도노번 미첼이 자리에 털썩 주저앉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나는 새삼 그의 육체에 순수한 감탄을 표했다. 마치 종아리와도 같은 전완근이라든 가, 어지간한 포워드와 비교해도 전혀 뒤지 지 않는 몸통의 두께가 인상적이다.
저러한 부분들은 NBA 경기를 지켜보는 팬들이, 아주 흔히 간과할 수 있는 부분 중에 하나였다. 그렇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저런 육체가 결국, 특정한 동작을 함에 있어서 플레이를 더욱 수월하게 만들어준다는 것을 말이다.
신체적인 조건은 이제 더 이상 절대적인 것이 아니게 되었지만, 여전히 일종의 옵션으로써 그 효율성에 대한 부분은 여전히 중요했다.
삐익-!
‘하아- 이제 드디어.’
이번에는 마누를 상대로 슈팅 파울을 유 도한 조 존슨이 앤드원을 얻어내지 못한 것에 아쉬워하는 동안, 난 진행석에서 폴짝 내려와 비로소 코트에 발을 내딛었다.
“Damn, 방금 전은 파울이 아니었는데.”
“그러게요.”
“좀 더 영혼을 담을 순 없어?”
“거짓말을 못하는 성격인데 어쩌겠어요?”
자유투라인을 걷다 돌아서 마누를 향해 목소리를 높이자, 그는 괘씸한 녀석이라는 듯 고개를 가로저으며 손을 내저었다. 1쿼터 10분경부터 2쿼터 초반, 그리고 3쿼터 후반부터 4쿼터 초반. 경우에 따라서는 2,4 쿼터의 클로징 라인업까지.
이것이 현재 마누 지노빌리에게 주어진 가장 주된 역할이었고, 트레이드 후 경기당 평균 13분 정도를 뛰며 9득점 2어시스트 47%의 3점 슛 성공률이라는 말도 안 될 만 큼의 효율을 매 시합에서 보여주고 있다.
‘편히 쉬세요, 노친네들 같으니라고.’
내가 쉬는 동안 오히려 1점을 더 벌려준 베테랑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리바운드 위치에서 조 존슨의 자유투를 기다린다.
철썩-!
43 : 37, 6점 차.
이것이 내 2쿼터 출발점에서의 점수였다.
++++
□ 하프타임
SPURS 56 : 51 JAZZ
하마터면 최악이 될 뻔했던 2쿼터였지만, 1분을 남겨두고 맹활약을 펼친 알드리지로 인해 간신히 본전을 찾는 선에서 마무리를 할 수 있었다. 1쿼터 내내 내게 당한 것에 작심했던 것인지, 조 잉글스는 2쿼터에 날 상당히 많이 괴롭혔다.
많은 자신감을 가지고 출전했던 첫 번째 공격 포제션에서 3점 슛을 성공시킨 것이 전부였을 뿐, 2쿼터만 놓고 보았을 때 내 스스로에게 매긴 점수는 아무리 잘 봐줘도 20점이다.
‘휴우- 역시 쉽지 않네.’
사실 유타도 딱히 본인들의 경기력에 만 족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단순히 스코어에 뒤쳐졌기 때문만이 아닌, 그들 또한 평소의 게임플랜대로 풀어나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도노번 미첼이 16점을 기록했지만, 외의 선수들이 제대로 이를 뒷받침 해내지 못했다.
조 잉글스도 수비에 지나치게 신경 쓴 탓 에, 공격 스탯은 터무니없이(3PTS / 2AST / 2REB) 나빴다. 막판 1분을 제외한 알드리지의 컨디션이 최악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퀸 스나이더는 앞서나가지 못한 것이 아쉬웠을 거다.
결국 서로에게 만족스럽지 않은 상태에 서, 전반전이 종료가 되었다는 거다. 이제 승부의 추는 3쿼터에, 누가 재빨리 잘못 된 부분을 수습하느냐이다.
그리고 전반전에 확인한 상대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 준비도 누가 더 잘 되어있느냐 역시 중요한 요소였다.
“휴우우우우우우-”
“너무 신경 쓰지 마. 넌 결국 길을 찾아 낼 거잖아?”
“하하. 고마워요.”
늘 이렇게 기분이 조금 쳐져있을 때면, 토니와 마누 중 한 사람이 가장 먼저 내게 달려와 힘을 불어넣어줬다. 남들이 보기에는 어떨는지 잘 모르겠지만, 정말로 이런 칭찬은 매우 커다란 도움이 되곤 했다.
단순히 한 숨을 돌리는 정도에 불과했지만, 이 ‘ 단순하고 불과한 ’ 아주 사소한 쉼 표 하나가 다시 또 몇 발을 더 앞으로 내딛 게 만들어 준다. 이럴 때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저 두 사람은 정말로 굉장하다.
본인의 경기를 준비하기만도 충분히 바 쁠 텐데, 라커룸 전체를 살펴가며 동료들의 사소한 부분까지도 놓치지 않는다.
‘우린 괜찮을 거야.’
그래서 난 이 두 사람을 볼 때마다, 아주 커다란 힘을 얻는다.
승리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새롭게 가지 게 되는 거다.
‘좋아, 그럼.’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평소와 전혀 다를 것이 없는 이 동작이 특별한 의미를 지니게 된 것도, 방금 전에 토니가 건네 준 한 마디 때문이었다.
“기분이 좋아 보이네. 아까까지만 해도 우울해 하더니.”
“하하. 그렇게 보였어요? 그냥 조금 생각 한 거죠.”
“다행이네. 안 그래도 몇몇 부분들을 지 적해 줄 예정이었어. 준비는 됐지?”
“물론이죠.”
평소처럼 한스 워싱턴은 거리낌 없이 나의 아픈 부분들을 짚어줬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떠한 선택을 했어야 하는지, 수비에서 무엇이 잘못 되었는지를 듣는 시간은 하프 타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에 하나였다.
나 이외에도 선수들 중 상당수가 마찬가 지의 일을 함께하고 있다. 평소 연습과 대화를 통해 커다란 전술적 토대가 잡혀있는 만큼, 이런 방식으로 개개인의 플레이를 수정해 다시 팀-플레이에 연계시키는 작업은 실수를 줄일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었다.
약 3분 정도의 짧은 비디오 분석이 끝난 뒤, 이번에는 마지막 순간에 대화를 할 결정을 내린 포포비치가 우리들을 한곳에 불 러 모았다.
“매우 루즈한 시합이다. 유타가 우리의 개성을 코트 위에서 완전히 지워버렸기 때문이지. 1쿼터 중간에 잠깐 반짝였던 것과 몇몇 장면들을 제외하면, 우린 트레이드 후 가장 낮은 레벨로 플레이하고 있어.”
“…”
“이제는 나가서, 그것을 수정할 시간이다. 저들을 거칠게 밀어붙여. 더 좋은 기회를 만들고, 늘 주위의 동료를 살펴라! 볼을 손에 쥔 이의 시야에 들어가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만 해. 그러려면 절대로 발을 멈춰서는 안 되지! 기회가 왔을 때 슈팅을 아끼지 말아야하지만, 늘 나보다 더 좋은 기회를 쥔 선수가 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도록! 하나, 둘, 셋에 수비야. 다시 수비부 터, 모두 시작하자. 하나, 둘, 셋!”
“DEFENSE!!”
이제는 다시 코트로 나설 때였다. 라커룸 앞 복도에서 다시 한 번 선수들을 모은 마 누는 계속해서 연승을 이어나가자며, 의욕을 고취시켰다. 이겨도 이겨도, 아무리 많이 이기더라도 절대로 만족이 되지는 않을 거 라면서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그는 이 말을 덧붙였다.
“우린 진짜 빌어먹도록 좋은 팀이야.”
“훗.”
지금의 이건 폽이 늘, 우리의 자신감이 바닥을 칠 때면 해주던 말이었다.
“좋아, Let’s Go!!”
마누가 박수를 치며 돌아서자, 머레이가 빠르게 동료들을 앞질러 가장 앞으로 달려 나갔다. 그 뒤를 재비어와 스마트가 뒤따랐고, 언제나 그렇듯 가장 마지막은 나다.
천천히 걸어 통로의 밖으로 나서자, 우연을 가장하고 싶었던 것이 분명한 어떤 사내가 내 곁으로 다가와 말을 걸어왔다. 그는 뜻밖이라는 듯한 표정으로, 후반전에는 조금 살살 뛰어달라며 엄살을 표했다.
“우리가 이렇게 여기서 대화를 나눠도 되었던가요?”
“응? 난 그냥, 잠깐 저길 다녀오던 참이야.”
“…”
재즈의 단장, 데니스 린지가 가리킨 곳에는 내게도 익숙한 유타의 지역 언론인 이 자리하고 있었다. 경기 도중 단장이 언론사와 인터뷰를 나눈 다는 것 자체가 매우 드문 일인데다, 그는 굳이 원정팀 통로 근처에서 기자들을 만날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내가 우연을 가장했다고 말하고 있는 거다. 전이라면 몰랐겠지만, NBA에서 어느 정도 경험이 쌓여가는 지금은 이것이 매우 특수한 상황이라는 걸 알고 있다.
“그저 내가 하고픈 말은, 자네의 플레이를 보는 것이 정말로 좋다는 걸세.”
“하-! 그거 고맙네요. 어쩐지 문장 자체 로 들리진 않지만요.”
“후훗. 그럼, 행운을 비네.”
행운 따위는 필요하지 않다고 말을 하고 싶었지만, 난 굳이 더 이상 이야기를 잇지 않았다. 그저 몸을 돌려 걸어가, 스태프에게서 패스를 받아들어 코너 3점을 하나 집 어던질 뿐이었다. 탑에서 날아든 농구공 때문에 림을 가르진 못했지만, 아무래도 상관 없다.
방금 데니스 린지와 나눈 대화는 나보다는 그에게 더 많은 의미를 담고 있었다. 당연한 부분이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저 남자는 굳이 이런 피곤한 자리를 만들지 않았을 거다.
내가 그가 아니어서 100% 보장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유타의 단장은 이렇게 말을 하고 싶었을 거다. 드디어 비로소, 지난 드래프트에서의 실책을 만회할 수 있었다고 말이다. 비록 팀 성적은 만족스럽지 않겠지만, 이 팀은 분명 더 좋아질 수 있었다.
도노번 미첼이라는 이번 드래프티 중 가장 뛰어난 재능과 함께.
‘그렇게라도 합리화를 하고 싶었겠지.’
올리버를 통해서 늘 느끼는 것이지만, 단 장들의 세계는 정말로 알다가도 모를 것이었다. 전혀 중요하지 않은 부분에 목숨을 거는가 하면, 자존심이라는 것을 놓아두는 핀트도 일반적인 경우와는 살짝 어긋나 있다.
도노번 미첼 16. 나 10.
데니스 린지가 이런 숫자들을 가슴 속에 다 넣어두곤 양분해 계산하며 속으로 희희 낙락하고 있을 거라 생각하니, 어쩐지 배알 이 조금 꼴리기 시작했다.
‘어쩌나, 난 조금 소심한데 말이야.’
철썩-!
나는 분명 상처를 입었다.
유타의 단장인 데니스 린지로부터.
경기력을 끌어올릴 핑계거리가 필요했던 내게는 우연을 가장해 등장한 그는 딱 좋은 먹잇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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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 3쿼터 0 : 00
유타의 선공으로 시작 된 3쿼터 분위기는 아무래도 조금 어수선했다. 시합 도중 코트가 가장 산만해질 순간인 하프타임이 끝난 바로 직후였기 때문이다. 꽉 찼던 관 중석 상당수가 비어있었고, 하나둘 통로로 입장한 이들이 사방에서 서성였다.
농담 같겠지만, NBA에서 뛰게 되면 이러한 3쿼터 분위기에 적응을 해야만 한다는 교육을 받게 된다. 따로 훈련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미리 경고를 하고 그에 익숙해지기를 기다리는 수밖엔 없다는 게 함정이다.
나는 과연 신인인 도노번 미첼이, 이런 분위기에 벌써 완전히 익숙해졌을 지가 궁금 했다. 워낙에 어리바리했던 난 시간이 지나 서야 지나간 줄도 모르고 이를 느끼게 되었지만, 예민한 이들은 3쿼터에 경기력이 급 락해버리는 원인이 된다.
3쿼터 첫 유타의 공격, 리키 루비오가 도노번 미첼에게 패스를 보내고 이내 셋업을 통해 아이솔레이션을 위한 포지셔닝이 된다.
‘Come On, 제이브. 넌 할 수 있어.’
미첼을 잘 억제했다고 해야 할 지, 아니라고 해야 할지. 재비어와 머레이가 번갈 아가며 이 유타의 신인을 수비했지만, 경기의 내용만큼이나 찝찝한 무언가가 남아 있다.
대체 그 정체는 무엇일까?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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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브 알버트)
“도노번 미첼이 3쿼터 유타의 첫 득점을 기록하는군요. 18점째입니다. 평소에도 훌륭했지만 다소 기복이 있었는데, 오늘은 매 우 꾸준한 집중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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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팅을 성공시킨 후 수비 진영으로 돌아 가기 전, 도노번 미첼은 분명히 날 흘끗 쳐 다봤었다. 절대로 착각이 아니다.
‘하- 그러네.’
1 : 1이 아니었다. 이게 무슨 뜻이냐면, 내가 신경 써야 할 상대가 조 잉글스 하나 만이 아니었다는 거다. 모멘텀처럼 경기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무형의 무언가를 우리에게 유리한 부분으로 가져오기 위해 서는 단순히 조 잉글스만 상대해서는 안 될 것 같았다.
물론 내가 직접 도노번 미첼과 1: 1을 펼치겠다는 건 결코 아니다. 애석하게도, 난 재비어나 머레이처럼 그를 잘 막아낼 수 없다. 실제로 전반전에서도 조 잉글스가 의도 적으로 스위치를 시켜 미첼이 날 상대로 공격을 하도록 만들었다.
내 기억이 옳다면, 그런 포제션은 6번 정도가 있었고 그 중 절반에서는 도노번 미첼에게 실점을 허용했다. 나름대로 잘 막아섰 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농구에서 50%란 자유투를 제외하면 상당히 높은 성공률이다.
‘너무 얌전했다는 거네, 내가.’
문득 생각이 든 것이지만, 경기시작 전 굳이 조 잉글스가 도노번 미첼을 돌려보내 며 나와 대화를 나눈 것은 단순히 ‘ Playing Ahead ’에 대한 교감을 주고받기 때문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저 영리한 사 내는 팀의 신인을 지키려고 했던 것이다.
내가 거기에 정신이 팔려, 유타를 제대로 공략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너무 앞서나간 생각이라 말하기엔, 조 잉글스는 그만큼 영 리한 사내였다.
“24분. 그리고 19초네요.”
“??”
“이만하면 성공했죠. 안 그래요?”
“..하하. 눈치 챘구나?”
역시나, 조 잉글스는 내가 자신을 상대로 자존심을 발휘하길 바랐던 것 같다.
루디 고베어가 없는 현 상황에서는 도노번 미첼이 유타를 승리로 이끌 수 있는 가장 큰 모멘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사내였다.
“이런! 난 사실 네게 10분 정도는 더 늦게 알아채 주길 바랐어.”
“대체 언제 이런 계산을 했죠?”
“어제. 네가 내게만 집중해주길 바랐지.”
그러니까 이건 마치, 방금 전 하프타임 때 토니가 내게 해주었던 말과 똑같았다. 베테랑으로써, 젊은 선수를 위해 해야 할 당연한 일들을 했다는 거다.
하지만 결코 이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여우 같으니라고.’
아무래도 지금부터, 난 관심을 조금 다른 방향으로 돌려야만 할 것 같았다.
그리고 분명 조 잉글스는 이에 대해서도 대비를 했을 것이다.
‘Playing Ahead.’
지금 부터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이 단 어를 해석해 볼 필요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