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GAME RAW novel - Chapter 843
842화
111. Claim to the Top (14)
2018년 3월 26일. 워싱턴 D.C, D.C. 10 다니엘 프렌치 사우스 웨스트. 한국 전쟁 참전 용사 기념관(Washington D.C, D.C. 10 Daniel French SW. Korean War Veteran Memorial).
아버지께서 말하시길, 모든 일에는 전부 때가 있는 법이란다 아들아. 나는 그것이 그저, 도전하기에는 용기가 부족해진 한 평
범한 어른이 하는 상투적인 말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문득 드는 생각은, 언제나처럼 아버지가 옳았다는 거다.
내가 NBA에 데뷔한 2016년과 작년. 나는 분명 이곳을 찾을 기회가 있었다. 하지 만 어쩐지 쉽게 발걸음이 들지 않았었고, 왜 그랬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기는 하다.
“아마도 신께서 지금이 적당한 시기라고 여기신 걸 거예요.”
“하하. 크리스챤이신가요?”
“대대로 그랬죠.”
정오가 되기 전에 워싱턴에 도착한 우리는 저녁을 먹기 전까지는 자유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동료들 중 절반은 호텔에 남기 로 결정을 내렸고, 몇몇은 코칭스태프 및 수행원들과 함께 시내로 나가 시간을 보내 기로 했다.
그리고 나 역시도 스마트와 머레이로부터 쇼핑을 제안 받았지만, 난 고개를 가로 저으며 오늘은 혼자서 시간을 보내고 싶다 고 대답했다. 친구들은 날 이해해줬고, 그렇게 나는 홀로 택시를 타고 이동해 이곳 한국 전쟁 참전 용사 기념관의 앞에 내려섰다.
헌데 어떻게 알았는지, 이곳에는 이미 날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큐레이터 인 티나 롤랜드(Tina Rolland)와 한국 대 사관의 임영준(Young-Jun Yim)씨였다.
그래서 나란히 기념관을 거닐며,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혹시 가족 중에 한국전쟁에 참여하 분이 계신가요?”
“증조할아버지가 그러셨죠. 당신은요?”
“저도 그래요. 저는 단 한 번도 뵌 적이 없지만요.”
“오, 이런. 설마 혹시?”
“아뇨. 건강하게 살아 돌아 오셨어요. 그런데 미국에 온 지 6개월 만에 병으로 돌아 가셨죠. 참 웃기지 않아요? 전쟁 통에서 기 껏 살아왔는데, 병으로 세상을 떠나셨으니까요.”
이런 대화는 늘 어렵다.
“네, 아이러니죠. 안 그래요?”
그저 이렇게, 최대한 화자의 분위기에 맞춰 언어와 태도의 무게를 조절할 뿐이다.
어쨌거나 티나는 굉장히 밝은 인상을 주는 여성이었는데, D.C에서 태어나 인생의 전부를 이 자그마한 자치구에서 보냈다고 한다.
“흐음- 저 분은 그렇게 말이 많지 않으시네요.”
이제 화제는 대사관에서 온 임영준씨에게로 넘어간다. 첫 만남에서만 환하게 서로 인사를 나눴을 뿐, 이후에는 줄곧 이렇게 멀찍이에 서서 우리의 뒤를 따르기만 했다. 쉽게 친해지기 어려운 사람이란 것은 분명 했고, 첫인상도 아마 직업적인 가식일 것만 같았다.
그나저나,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곳이다. 괜히 D.C의 관광명소로 불리는 건 아닌 듯 했다. 15분만 서있어도 300이 넘는 사람들을 볼 거라던 말이 옳았다.
이곳에는 연세가 지긋이 든 노부부부터 시작해, 견학을 온 것이 틀림없는 중학생에 이르기까지 정말로 다양한 연령대의 이들이 모여 있었다. 물론 곳곳에 노숙자들이 누워 있는 광경도 보였는데, 그 때마다 어 김없이 치안경찰들이 그들을 바깥으로 내몰았다.
미국의 수도인 이곳 D.C가 범죄율과 노 숙자의 비율이 많기로는 미국에서도 손꼽
힌단 사실이 재미있지 않은가? 어쨌든 사 실이 그러했다.
“매일 평균 세 개정도의 학교에서 견학을 와요.”
“그렇게나 많은 가요?”
“네. 한국전쟁은 뭐랄까. 우리 커뮤니티 에는 대단히 뜻 깊은 것이었어요. 그러니까, 이 나라에 말이죠. 물론 큰 비극이란 사실은 변함이 없지만요. 하지만 우리는 우릴 위해 먼 곳에서 싸우고 희생 된 이들을 기리 고 있고, 한국인들은 이에 감사하고 있죠. 이 기념관으로 인해 두 개의 거대한 커뮤니 티가 묶이는 거예요.”
티나는 말했다. D.C에 거주하는 한인 커 유니티에서 봉사활동을 자처해 매일같이
로테이션을 돌며 이곳에 청소를 나와 있다는 사실과 그들이 종종 어린 학생들에게 이 곳이 기리고 있는 희생된 젊은 군인들이 얼마나 존경스러운지를 말해주고 있다고 말이다.
이 때 이야기를 듣고 있던 임영준씨가 끼 어들어, 전쟁 후에 한국정부가 매년 이곳에 화환을 보내고 있다는 것을 알려줬다. 지금은 매주 월요일마다, 우리나라를 위해 희생 한 이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화환을 보내고 있다고 말해줬다.
그러고 보니, 입구근처에서 본 화환에 한 글이 적혀 있었던 것 같기도 했다. 그 땐 잘못 본 것이니 했었는데, 그건 결코 아닌 듯 싶었다.
“그리고 여기에 보이죠?”
“정말 유명한 문구네요. 종종 들었죠.”
자유는 거저 주어지지 않는다(Freedom is not free).
이는 미국인들이 나라를 위해 전쟁에서 희생된 이들을 잊지 않고자 만들어낸 관용 구였다.
“저는 제 나라를 사랑해요. 물론 완벽하 지도 않고 지금의 정부는 정말로 최악이긴 하지만, 이 나라가 세워지기까지는 정말로 많은 이들의 희생이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우리에겐 그것을 잊지 않고자 하는 정신이 있어요.”
“…그렇군요.”
인디언이나 그런 이야기를 지금 한다면, 난 정말 배배꼬인 사람일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티나는 이 나라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했다. 민주당의 텃밭이었던 이 곳에 공화당 정부가 들어섰다는 전형적인 태도를 보여주기도 했고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건, 지금 우리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주제가 숭고한 희생과 관련이 있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내가 여길 찾은 이유는 아직 테이블에 오르지 않았다.
“당신은요? 당신은 한국을 사랑하나요?”
사랑하느냐고? 물론이다. 여전히 이 애국 심을 정의할 수도 없는데다 특히나 미국인 들이 가진 애국심과는 더더욱 비교하기 어려웠지만, 내 나름대로 모국을 사랑한다 생
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대답을 하려던 찰나,
“크흠! 저기, 민혁씨.”
“??”
등 뒤에서 임영준씨가 날 불러 세웠다. 뒤를 돌아보자, 이제는 그만 자신이 대사관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라고 말을 해왔다. 양해를 구하고 돌아가면 될 것이지 굳이 이렇게 말을 하는 이유가 있나 싶었는데, 그는 갑자기 함께 온 수행원에게 자신의 휴 대폰을 건넸다.
그리고는 가고 있는 곳이 바로 한국 대 사관에서 보낸 또 다른 화환이 전시 된 자 리였다. 이제는 더 따라갈 수 없으니, 사진
이나 한 방 찍어달라는. 바로 그런 의도였던 것이다.
“하아- 제가 우리나라를 사랑하느냐고 물었죠?”
난 한국인을 좋아한다. 하지만 그것이 집 단이 되고, 특히나 관료주의적인 것이 되었을 때에는 잘 모르겠다. 경우야 다르지만, 나 역시도 관료주의의 희생양이라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지금도 수많은 유망주들이 그 앞에서 좌절하고 또 농구를 포기한다.
돈이 없으면 청소년대표가 될 수 없고 심 지어는 선발로 뛰기조차 어려운 문화가 남 아있는 것이 바로 현재의 대한민국 농구계의 현실이었으니 말이다.
“I LOVE MY COUNTRY!!”
익살맞은 표정으로 엄지를 한껏 치켜세 우는 날 보며, 티나는 이해했다는 듯 입을 가리곤 웃어보였다. 이어 형식적인 엄지척을 요구하는 수행원의 말에 따라, 이제는 제법 자연스러워진 가짜미소를 지으며 카 메라의 앞에 섰다.
찰칵대는 소리가 끝나자마자, 악수를 건 넨 임영준씨는 내일 경기에서 잘 뛰라는 말 한 마디 없이 휑하니 사라졌다. 그들로써는 목적(?)을 전부 이룬 셈일 테니까.
“휴우- 그럼, 이제.”
이것이 서운하지 않다면 거짓이겠지만, 나는 한편으로는 생각보다 저들이 빨리 떠 나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저들의 앞에서 본론을 꺼내들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그래서 난 티나에게로 돌아가며, 곧장 이야기를 시작코자 했다.
“비즈니스에 관한 이야기를 좀 해볼까요?”
“??”
나는 내 나름대로 한국을 위해 살아가고자 한다. 누구의 도움을 받기도 싫었고, 특히나 숟가락을 얹으며 생색을 내는 짓은 눈 뜨고는 못 봐줄 것만 같았다. 이 모든 것들은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것이지만, 동시에 나라를 위한 것이기도 했으면 했다.
의아해하는 티나에게 난 몇 개월 전에 읽은 뉴스를 말해주었다. 한국 전쟁 참전 용사 기념관의 이사장인 윌리엄 웨버 (Wiliam Webber)는 추모의 벽 건립을 위해 모금활동을 펼치는 중이었다. 이들이 책 정한 필요예산은 1500만 달러 정도며, 난 그 중 상당수를 기부코자 한다.
물론 구체적인 액수나 계획은 에이전시와 상의를 해서 이뤄지게 될 것이다. 지금은 그저 내가 의사가 있음을 알리는 단계에 불과하며, 이 후의 일은 데이비드가 관리를 할거다.
“오, 이런 세상에나. 정말 저희에겐 뜻깊은 일이에요!”
내 이야기를 들은 티나는 날 끌어안으며, 감격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근데 왜 이렇게까지 하시려는 거죠? 저 희야 고맙지만, 굳이 할 필요도 없는 일이잖아요? 그러니까…”
“네. 당신의 말은 그거죠.”
차라리 그 돈을 불우한 이웃을 위해, 이 곳 미국이란 땅에서 표류 중인 한국인들을 위해 사용하는 편이 더 낫지 않겠느냐는 것 말이다.
티나는 내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음. 그건 말이죠, 티나.”
“??”
“God’s Plan. 신이 모든 것을 잘 계획했기 때문이죠.”
더 큰 의문을 품게 된 티나에게 연락처를 넘겨두며, 난 그렇게 기념관을 떠났다.
++++
2018년 3월 27일. 워싱턴 D.C, D.C. 601 F 스트리트 노스 웨스트. 캐피탈 원 아레나 (Washinton D.C, D.C. 601 F Street NW. Capital One Arena).
□ 경기시작 2시간 전
SPURS : WIZARDS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버라이존 센터 (Verizon Center)였던 이곳의 이름은 구장의 명명권을 세계적인 금융회사가 가져감으로써 캐피탈 원 아레나가 되었다. 바뀐
것이라곤 경기장 외벽에 새겨진 문구와 몇 몇 페인팅이 전부였지만, 어쨌든 새롭다는 기분은 내고 있다.
하지만 오늘 라커룸에서 울려 퍼지고 있는 목소리는 명명권의 변경이 아닌, 워싱턴 D.C와 관련 된 재미있는 도시전설에 관한 것이었다.
“1791년. 조지 워싱턴 대통령은…”
“Damn, 진짜 저런 땐 영락없는 지루한 대학 교수님 아냐?”
“그래. 내 말이.”
제임스 보레고는 평소에도 박학다식했지만, 특히나 미국의 역사와 관련 된 부분에는 빠삭한 분이었다. 나야 이제 고작 몇 번 되지 않았지만, D.C에 올 때마다 이 이야기를 들었던 토니나 마누는 벌써부터 귀에 이 어폰을 꽂은 상태다.
중요한 건, 다른 사람은 절대로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거다. 좋건 싫건, 우린 어쩔 수 없이 제임스 보레고가 들려주는 D.C 도시 계획의 비화(?)를 경청해야만 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대학 때 그렇게 열심히 역사를 듣는 것은 아니었는데 말이다.
WSU시절에도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던 것은 늘 역사였고, 덕분에 난 미국인들보다 더 많은 과거의 일들을 알게 되었다.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려면 그 문화가 생겨난 과 정을 이해하는 게 가장 좋을 거라던, 주위
의 조언을 충실히 따랐기 때문이다.
어쨌든 제임스 보레고가 말하려는 건 바로 이거다.
1791년, 미국의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 싱턴 (George Washington)은 D.C의 도시 계획을 프랑스 식민지군(軍)출신의 건축가 겸 공학자인 피에르 샤를 랑팡(Pierre Charles L’Enfant)에게 맡겼다. 그는 식민 전쟁 당시, 최초로 도착한 프랑스 군의 군 사 공학자였다.
랑팡은 그렇게 조지 워싱턴의 명령을 받아 곧바로 도시계획에 착수했으며, 바로크 방식의 도시계획을 토대로 삼아 수도와 건 물의 배치를 그려나갔다. 하지만 이건 정말로 재미없는 부분이니, 그냥 넘어가도록 하
고.
재미있는 부분은 바로 D.C 주소표기의 유래였다. 현재 D.C는 대각선의 간선도로 에는 주(州)의 이름을 붙인다. 예를 들어, 매사추세츠 애비뉴. 메릴랜드 애비뉴처럼 말이다.
그리고 종축(HW)의 도로에는 숫자를 붙이고, 황축(SW)의 도로에는 알파벳을 붙였다. 그런 중요한 건, 횡축 도로에 단 하나. J가 제외되어 있다는 게 흥미로운 점이었다.
“존 제이. 랑팡은 존 제이를 아주 싫어했지.”
바로 그렇다. 지금 보레고가 하는 말에서 드러나듯, 워싱턴의 도시 계획자는 자신이 개인적으로 존 제이(John Jay)를 싫어한단 이유로 J를 아예 도로명에서 제외해버렸다.
이것을 통해 깨달을 수 있는 사실은.
“제 아무리 나랏일이어도.”
개인의 복수심은 늘 무시무시하다는 것이었다.
“또 시작인가?”
“God-!! 겨우 살았네!”
“다 들리네, 마르커스!”
구세주의 등장에 환호하는 스마트를 향해, 제임스 보레고가 손을 뻗으며 다음에는 절대로 자신의 부인이 만든 스니커두들 (Snickerdoodles)을 가져다 주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러자 금세, 스마트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미국 어린아이들이 가장 먼저 접하는 간식이라고도 할 수 있는 스니커두들은 촉촉 하면서도 쫄깃한 속살에 바삭한 표면. 그리고 그 위에 시나몬과 설탕을 뿌린 쿠키의 일종이다.
“좋아! 모두, 주목!”
그리고 우리 모두는 메간 보레고(Megan Borrego)의 스니커두들을 매우 좋아했다.
“너희들도 봤겠지만, 오늘도 존 월은 없다!”
“…”
“하지만 이건 원정이고, 우리가 48시간 전에 또 다른 원정경기를 치렀다는 점을 기억하도록! 컨디셔닝은 이런 상황에서 늘 변수가 된다! 연습 때 감각이 좋다고 해서 너무 들뜨지 마! 원정은 홈 보다 몇 배나 더 힘들고, 여기엔 정말로 우리를 방해하는 요 소들이 많으니까! 또 누가 선물을 받았나? Huh?”
이따금씩 원정지에서 신경전들이 이어진 다는 것은 이미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 만 나는 과연 이것을 신경전으로 규정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위저즈의 단장인 어니 그룬필드(Ernie Grunfield)는 오늘 원정 팀의 라커룸에 초콜릿을 가져다 뒀다.
그 위에는 시합이 끝난 뒤에 먹으라는 귀 여운 메모도 붙어 있었는데, 이를 확인한 포포비치가 초콜릿을 몽땅 수거해 쓰레기통에 밀어 넣어 버렸다. 딱히 과민반응이라 기 보단, 그렇게 할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는 점이 중요했다.
과거 ABA 시절에는 원정팀에서 제공한 음식을 먹고 식중독을 일으킨 사례도 있었고, 원정지에서도 피자를 즐겨 먹었던 바클리와 같은 경우에도 홈-팀의 열성팬 주인이 잘못 된 열정을 발휘함으로써 고역을 치르 기도 했었다.
우리가 각박한 것이 아니라, 이 세계가 워낙에 기상천외하다고 표현하는 편이 옳았다. 다만 호의를 거절한 걸 티낼 수는 없는지라, 쓰레기통에 씌워둔 봉투는 우리가 샌안토니오로 들고 돌아갈 생각이었다.
행여 남았을지도 모를 초콜릿 수거까지 모두 끝낸 포포비치가 나중에 다시 이야기를 하겠다며, 코칭스태프들과 함께 감독실로 들어선다.
이제야 비로소, 준비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좋아, 그럼. 누가 나랑 같이 갈래??”
“나! 뻐근해서 힘 좀 써야 되겠어.”
“벌써 다 빼놓고, 나중엔 빌빌대려고?”
“뭐?! 지금 이 근육들 전부 보여? 이것들은 절대로 지치지 않거든!!”
르브론 제임스의 경기 전 루틴이 공개된 이 후로, 더욱 많은 이들이 경기 전에 웨이 트트레이닝 룸을 찾는 것을 즐기게 되었다. 실제로 상당한 숫자의 선수들은 르브론이
하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관리를 하고자, 정보를 캐고 돌아다니기도 한다.
매년 여름 르브론과 함께 훈련할 수 있는 기회를 아주 특별하게 여기며, 한 때 르브론을 담당했던 사람들은 가장 먼저 비싼 값에 새로운 이에게 고용된다.
“넌 오늘도 안 가?”
“예압. 알면서 매번 왜 그렇게 묻는 거야?”
“뭐, 그냥. 어쨌든 먼저 간다?”
“그래. 어서 가 봐.”
하지만 난 경기 전에는 어지간하면 웨이 트는 자제하는 편이었다. 오히려 코트로 나가 요가와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사이클
머신에 올라 심박동과 체온을 한껏 끌어올 리는 편이 경기력에 더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렇다고 내가 웨이트의 비중이 다른 이에 비해 부족하냐면, 그건 절대로 또 아니다. 1년 중 웨이트트레이닝 룸에 틀어박힌 시간으로만 따지자면, 내가 스퍼스의 선수 들 중 최상위권에 들 것이 확실하다고 자부 한다.
다만 시합 전 어깨의 근육을 당기게 만들 어 두는 것이, 슈팅의 감각을 크게 떨어트 리기에 하지 않는 것뿐이었다. 러스만 하더 라도 올 시즌, 어깨뽕을 얻은 대신 자유투를 잃어버렸다.
삼각근 및 회전근의 발달은 슈팅이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
‘좋아. 그럼, 어디.’
대신에 나는 훈련할 복장을 갖춰 입고 복도를 내달려, 단숨에 코트까지 뛰어 들어갔다. 경기를 치를 준비 중인 코트에서만 느 껴지는 특유의 분위기가 오늘도 내 기분을 좋게 만든다. 한껏 숨을 들이 마시고 내뱉는 일은 스스로가 이 곳에 동화되는 의식의 일부였다.
그렇게 한창 준비를 하고 있을 무렵, 설렁설렁 걸어 나오고 있는 한 남자가 이죽대 며 이쪽을 쳐다보는 것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려보니, 마키프 모리스가 날 빤히 쳐다보는 중이었다.
“WHAT?!?!”
“내가 뭘?! 너 은근히 성질이 더럽다니까. 그거 알지?!”
“하-! 그래, 퍽이나. 너만 하려고!”
도착은 진즉에 했기는 하지만, 이렇게 마 키프의 환영(?)을 한 몸에 받고 있으려니 내가 D.C에 와있는 것이 실감됐다. 등을 돌려, 윌 세브닝이 깔아둔 매트에 몸을 뉘여 천장을 바라본다.
미묘하게 바뀐 캐피탈 원 아레나의 천장 이 거슬렸지만, 뭐.
‘허전할 뻔 했잖아. 안 그래?’
Von Voyage.
마키프의 성질머리는 내가 원정지에 왔 다는 환영인사 중 하나였다.
* * *
□ 경기시작 전
SPURS : WIZARDS
On Court
San Antonio Spurs
PG : No. 36 마르커스 스마트(6-4)
SF/SG : No. 24 폴 조지(6—8)
SF/SG : No. 14 브랜든 잉그램 (6-9)
SF/PF : No. 22 김민혁 (6-9)
PF / C : No. 12 라마커스 알드리지 (6-11)
VS
Washington Wizards
PG/SG : No. 31 토마스 사토란스키 (6-7)
SG : No. 03 브래들리 빌(6-5)
SF/PF : No. 22 오토 포토(6-8)
PF / SF : No. 05 마키프 모리스(6-10)
C : No. 13 마신 고탓(6-11)
.
.
현재 NBA 트레이드의 마감시간(데드라 인)이 몇 시인지 알고 있는가? 흔히 유럽축 구계가 늦은 시각까지 이적 시장을 열어두는 것과 비교해, NBA의 트레이드 마감시간은 다소 이른 오후 세시에 이뤄진다. 이 후에는 어떠한 방법으로도 트레이드를 성립 시킬 수 없다.
그리고 이런 상태가 되기까지, 가장 혁혁 한(?)공을 끼친 남자가 바로 워싱턴 위저즈의 감독인 스캇 브룩스다. 이 이야기는 조금 뒤에 다시 이어가기로 하자.
“자네 오늘 단단히 틀어 막힌다고 장담 하지.”
“하하. 그래요? 우- 그거 무서운데요?”
“허헛-! 이 친구도 참. 내 말이 농담처럼 느껴지나?”
“오, 이런. 아니었어요? 미안해요, 스캇. 제가 요즘 눈치가 영…”
나는 예전부터, 스캇 브룩스가 좋은 사람
이란 이야기를 듣곤 했다. 워싱턴에 충성심을 발휘하고 있는 존 월 역시도, 자신의 이런 결정에는 감독의 존재가 매우 큰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인정했을 정도니까 말이다.
그리고 지난 올스타주간 때에도 나는 브래디 빌로부터 스캇 브룩스가 정말로 함께 하기에 좋은 감독이란 이야기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곤 했었다.
“내 말은, 진짜라니까. 마키프가 자넬 엄청나게 분석했어.”
“정말요? 예전에는 안 그랬거요?”
“뭐, 그야. 부지런한 녀석은 아니었으니까. 어쨌든…”
어쨌든 오늘은 아니라는 거다.
스캇 브룩스의 말에 따르자면, 마키프는 최근 며칠 동안 비디오분석실에 틀어박혀 나의 플레이 영상을 돌려보고, 돌려보고, 또 돌려봤다고 한다.
“그거 정말 큰 감동인데요?”
“하-! 이 친구, 믿지 않는군!”
“아뇨, 믿어요. 제가 단단히 마음의 준비를 해야 되겠는데요?”
끝까지 내가 농담을 한다고 믿는 브룩스였지만, 지금의 이 말은 진심이었다. 왜냐하면 일반적으로 감독이 상대팀의 선수에게 이런 정보를 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건 그만큼 마키프의 노력과 기세가 날 제어하
기에 충분하다고 판단을 했기 때문에서 나온 결정이었다.
정보를 줬는데도 내가 부진하다면, 본인 스스로도 물론이거니와 무엇보다 마키프의 기세를 크게 끌어 올릴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는 말이란, 지금의 이런 상황을 두고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브룩스의 경고에 감사함을 표하며, 난 유니폼을 끌어 올리며 앞으로 걸어갔다. 앞서 선택했던 농구공에 문제가 생기는 바람에, 경기의 시작이 2분 정도 지연 된 거다.
“헤이, 마키프!! 그거 알아요?”
“?”
“처음 제가 볼을 잡으면, 오른쪽으로 한 번 드리블을 하고 슛을 쏠 거라는 거.”
“뭐라고? 그게 무슨 개소린데?”
“말했잖아요. 정보를 주는 거라고요. 그래야 공평해 지니까요.”
“????”
“꼭 기억해요. 오른쪽 드리블. 그리고 슛이니까.”
하지만 여기에서 하나, 스캇 브룩스가 간과한 사실이 있다.
‘내가 오늘 퍽 느낌이 좋거든.’
그것은 바로 내가, 지독한 기분파이기도 하다는 것.
팁-오프로 경기가 시작되고, 일단은 우리의 수비로 먼저 진행이 된다. 패스를 넘긴 사토란스키는 브래디 빌에게 리드를 하도 록 양보했고, 나는 매치업 상대인 오토 포 터를 따라 움직여 윅-사이드의 코너에 자 리를 잡았다.
‘지금은 아냐.’
그리고.
‘지금도 아니고.’
다시 한 번 쉼표를 찍는다.
그리고 다시,
‘NOW!!’
난 총알처럼 달려 나가, 엘보우에서 볼을 쥔 마신 고탓의 뒤로 다가갔다.
“더블-팀!!”
“?”
고탓의 포지셔닝은 양쪽 코너의 윙-플레이어가 아닌, 브래들리 빌과의 핸드-오프 플레이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나의 접근을 조금 뒤늦게 캐치를 해냈 고 움찔한 그가 발을 움직여 패스를 보내려 고 한 순간, 주심의 휘슬이 곧바로 이어졌다.
트레블링-콜과 함께 공격권의 전환을 알 리는 마크 데이비스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곧장 손뼉을 크게 두들겼다. 요즘 들어 이런 헬핑에 재미를 들리고 있는 중인데, 조 금만 더 나아가면 뭔가 커다란 맥을 짚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다만 너무 그것에, 서두르지 않으려는 게 내 솔직한 생각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공격. 난 마키프와 대면 한다.
볼이 손에 쥐어지고,
“기억하죠?”
“Shut Up.”
난 이것이 신경전이라 믿는 마키프가 귀 엽게만 느껴졌다.
“맘대로 해요, 그럼.”
분명 내가 말한 것은 전부 진심이었는데 말이다.
왼쪽 허벅지 위 트리플-쓰렛의 위치에서 팔을 아래로 스윙하며 오른쪽 드리블.
투웅-, 그리고 캐치.
.
.
(빌 랜드)
“Butter! 오늘도 가볍게 2득점으로 출발 하는 킴과 샌안토니오 스퍼스입니다. 출발 이 아주 좋네요, 션. 안 그래요?”
.
.
떨어진 농구공을 허탈하게 바라보는 마 키프의 뒤통수를 향해,
“말했죠? 거짓말이 아니라니까요?”
“…”
그래. 이 보다 더 완벽할 수 없는 출발이다.
* * *
ㅁ One Game(Documentary About Kim)
스테이시 On 김민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