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307
1307화 뒷배경에 대해서 알고 있나?
장내에 정적이 흘렀다.
엽현 역시 윤회왕을 보며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윤회왕이 윤회를 부탁하다니.
심지어 선도윤회(善道輪迴)를 하게 해달라는 청탁까지 할 줄이야!
엽현이 고민 끝에 대답했다.
“어르신, 제가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간단하다. 일단 윤회신인(輪迴神印)을 꺼내 보거라.”
윤회왕의 말에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그의 미간 사이에서 윤회신기가 흘러나왔다.
윤회신기를 마주하자, 윤회왕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친구여, 나는 먼저 간다네!”
짧은 인사와 함께 윤회왕이 엽현을 바라보았다.
“사용법은 간단하다. 영기를 주입해 신기를 발동한 다음, 선도통로를 개방하면 된다.”
“한번 해 보겠습니다.”
엽현은 들은 대로 윤회신인과 교감을 시도했다. 그러자 윤회신인이 덜덜 떨기 시작하더니, 한 줄기 찬란한 푸른빛을 뿜어냈다.
빛이 멈춘 곳에는 하나의 통로가 만들어졌다.
선도(善道)!
윤회왕이 엽현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처음이라 익숙하지 않을 텐데, 꾸준히 사용하다 보면 금방 터득하게 될 것이다. 기타 사용방법에 대해서는 옆에 있는 아음 소저에게 물어보면 된다.”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윤회왕은 녹색 문 안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쾅-!
순간, 굉음과 함께 윤회왕도, 녹색 문도 완전히 사라졌다.
윤회신인을 갈무리한 엽현은 아음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이렇게 환생이 끝난 것이오?”
“그렇다고 봐야지.”
“기억은?”
“완전히 소멸된다.”
이 말에 엽현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하지만 그는 맹파탕을 마신 적이 없지 않소?”
“후후, 네가 보았던 것은 윤회왕의 분신일 뿐이다. 무사히 사람으로 환생할 수 있을지조차 의문인데, 기억까지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흠… 그렇군. 참, 앞으로 친구 중에 누군가 죽는 일이 생기면 이 윤회신인으로 살려내는 것이 가능하오?”
“이론상으로는 그렇지만 가능하면 그러지 않는 걸 권한다.”
“어째서 말이오?”
아음이 웃으며 대답했다.
“윤회신인은 윤회의 질서를 관장하는 신물로 만인 앞에 공명정대함을 추구한다. 함부로 규칙을 어기려 한다면 떠나버릴 수도 있다는 이야기지. 혹시 가능하다 하더라도 육신만 사망한 상태, 즉, 영혼이 완벽히 보존돼 있어야 한다. 죽을 당시 영혼이 이미 소멸했거나 큰 결함이 생긴 상태라면 무슨 수를 써도 윤회시킬 수 없다.”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인지 알겠소.”
“그럼 윤회신인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배워 볼 테냐?”
“물론이오!”
“그럼 반나절 정도 이곳에서 머물다 가기로 하지. 그 정도면 사용법을 숙지하기에 충분하다.”
“고맙소, 아음 낭자!”
엽현은 곧장 자리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아음이 손가락으로 엽현의 미간을 가리키자, 많은 양의 정보가 엽현에게로 쏟아져 들어왔다.
윤회신술(輪迴神術)!
윤회신술의 뿌리는 윤회대도다. 이 또한 삼천도술(三千道術)의 한 자리를 차지한다.
그렇기 때문에, 도경무학과 직접 비교는 할 수 없지만, 그에 준하는 강대한 특징을 지니고 있었다.
첫째, 윤회대도를 받아들인 당사자는 곧장 증도경 절정에 이를 수 있다.
둘째, 윤회신술을 활용해 선악윤회도(善惡輪迴道)를 열 수 있다. 일단 선악윤회도가 열리면 제아무리 증도경 강자라 할지라도 반항할 수 없다. 심지어 시전자의 실력에 따라 윤회신술의 상한 역시 무한대에 수렴한다.
이론상으로는 어떤 존재라도 강제로 윤회시킬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윤회대도는 큰 타격을 입고서 상당 부분 붕괴된 상태였다. 그 영이 아직 남아 있긴 하지만, 그날의 충격으로 깊은 잠에 빠져든 상황.
종합하자면, 윤회신인은 단순히 본능만이 남아 있는 상태로, 대도의 영이 다시 깨어나기 전까지는 제한된 기능을 수행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윤회신술 위력은 평범한 무인이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특히, 원혼들을 상대로는 천적이라 할 만큼 그 억제력이 대단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특징은 면역이었다. 윤회신인을 지니고 있으면 윤회와 관련된 비술이나 무학에 면역되는 것이었다.
엽현은 곧장 증도경에 이르는 선택은 하지 않았다. 이런 방식으로 경지를 끌어 올리게 되면 부작용이 뒤따른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윤회신인은 결국 자아를 가진 신물이다.
설령 이를 이용해 증도경에 도달했다 해도, 어느 날 윤회신인이 사라지게 된다면 증도의 경지 역시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만다.
그러니 윤회신인의 힘을 이용하기는 하되 의지하는 것은 금물이었다.
한편, 이 시각.
엽지명은 조용히 대전 밖으로 나왔다. 돌계단에 걸터앉은 그녀는 양손으로 턱을 괸 채로 잿빛 하늘을 응시하기 시작했다.
깊은 생각에 잠긴 이때, 아음이 엽지명 곁에 털썩 앉더니 웃으며 말을 건넸다.
“대연인, 아직도 날 경계하는군.”
“흥, 경계는 무슨… 어차피 네 능력으로는 저 녀석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해. 물론… 나도 마찬가지지만.”
엽지명의 퉁명스러운 대답에 아음이 미소를 지었다.
“저 아이의 배후를 말하는 건가?”
“알긴 아는군.”
“후후…….”
이때 엽지명이 아음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어떻게 내 천안을 피할 수 있는 거지? 참 이상하단 말이야…….”
“하하, 그건 아직 네 실력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네 눈을 피할 수 없었을 거다.”
“그건 그렇고 왜 엽현을 쫓아다니는 거야?”
“그러는 너는? 무슨 목적으로 그와 함께하는 거지?”
아음이 반문하자 엽지명이 미간을 찌푸렸다.
“대충 눈치챘으면서 뭘 또 묻는 건지.”
“후후, 역시 도경 때문이었군. 놈과 함께 있으면 도경을 찾는 게 한결 수월할 테니까.”
엽지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도경…….”
“왜? 네게도 한 권 있나?”
이 말에 아음이 웃음을 터트렸다.
“틀렸다. 도경 전권이 한 번에 나타난다면 모를까, 그러지 않고서야 내게 큰 도움이 되진 않는다.”
도경 전권!
“도경을 모두 모으는 게 가능한 건지 모르겠군.”
“이승에서의 도경 쟁탈전이 그만큼 치열하다는 건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지.”
“후후, 흥미롭군.”
“…….”
이때 아음이 웃으며 주제를 바꿨다.
“듣자 하니, 도석이 엽현에게 있다던데… 사실인가?”
이 말에 엽지명이 아음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이제 보니 도석을 목적으로 접근한 거였군!”
“하하, 오해는 하지 마. 삼생과 나는 좋은 친구 사이니까.”
“뭐… 뭐? 친구?”
이때 아음이 주변을 두리번거린 후, 목소리를 낮췄다.
“원래 삼생이도 같이 있는 줄 알고 접근한 거였다. 아쉽게도 그 아이는 여기 없지만, 대신 저 엽현이란 사내에게 강한 호기심이 들었지. 액난지인을 달고서도 아직 살아있는 남자라니. 도대체 그 배후가 얼마나 강하기에 가능한 걸까?”
“…….”
“사실 오유계에 대단한 강자가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오유계의 천도라던가… 혹시 만나 본 적 있나?”
엽지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만난 적 있다.”
“그럼 얼마나 강한지도 알고 있나?”
엽지명은 이번에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알아내지 못했다.”
이 말에 아음이 의외라는 듯 눈을 깜빡였다.
“뭐? 너조차 알아볼 수 없다는 건가?”
“그래. 그 여자, 절대 만만한 상대가 아니야.”
엽지명의 마음속에서 막념은 본신의 실력이든, 지혜든 세상에서 가장 두려운 존재였다.
엽지명의 이러한 반응에 아음은 오히려 호기심을 보였다.
“언제 한번 만날 수 있으면 좋겠군!”
이번에는 엽지명이 물었다.
“그럼 저승에서 가장 강한 자는 누구지?”
“음… 그건 답하기가 꽤 곤란하군.”
이에 엽지명은 질문을 바꿨다.
“가장 강한 축에 속하는 자들을 나열해 봐.”
“하하, 그렇게 말한다면 할 말이 있겠군. 아무래도 첫 번째로 언급할 대상은 저승의 주인이 되겠지. 그의 경지는 이미 수만 년 전에 증도지상(證道之上)에 달했다고 하지. 그리고 지금은… 아는 자가 아무도 없다.”
엽지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계속.”
“두 번째로 꼽을 사람은 바로 남장보살(南藏菩薩)이다. 신념과 의지, 그리고 불심을 겸비한 진정한 신승(神僧)으로 추앙받는 존재지. 마찬가지로 그의 실력 역시 수수께끼일 뿐이다. 왜냐하면, 만 년 전에 있었던 ‘그 사건’ 이후로 출수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 둘이 끝인가?”
“아직 두 명 더 남았다. 그중 한 명은 죽을 때까지 가장 무거운 형벌을 받겠노라고 공언한 후, 제 발로 십팔층 지옥에 들어갔지. 문제는 이 사람의 수명이 최소 십만 년은 남았다는 거다. 게다가 육신이 죽고 난 뒤에도 영혼은 남게 되니… 만약 자신과의 약속을 깨지 않으면 이십만 년, 혹은 그 이상을 연옥에서 썩게 되는 것이지.”
“그럴 바에야 자결을 선택하는 것이 낫지 않나?”
아음이 고개를 저었다.
“이미 그렇게 쉬운 방법으로 죽을 마음이 없다고 선언했다. 그런 식으로는 자신의 죄를 씻을 수 없다면서.”
엽지명이 미간을 찌푸렸다.
“도대체 무슨 잘못을 했기에 그렇게 자신을 몰아붙이는 거지?”
“글쎄. 남장보살 외에 진실을 아는 이는 없다.”
“그렇군. 그럼 나머지 한 사람은 누구지?”
아음이 웃으며 대답했다.
“도정의 청명도군(青冥道君)을 빼놓을 수 없지. 하지만 그의 실력 역시 마찬가지로 아는 이가 극히 드물다. 왜냐하면, 좀처럼 출수하는 걸 볼 수가 없으니까.”
“그렇다면 앞서 말한 자들 모두 대도의 호도자들인 건가?”
아음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히 말하면 질서자(秩序者)의 호도자들이지.”
“흠… 그것참 이상하군. 그들이 버티고 있는데 어떻게 삼천대도 중 절반 이상이 붕괴할 수가 없던 거지? 혹시 내부에 무슨 문제라도 있었던 건가?”
아음이 이번에는 고개를 저었다.
“내부의 문제야 언제나 있는 것이지만, 큰일 앞에서는 언제나 단합하는 모습을 보이기 마련이다. 특히나 그것이 새 질서의 창조자, 즉, 파도자일 경우에는.”
파도자!
아음이 뭔가 떠올린 듯 피식 웃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대연인, 혹시 파도자를 본 적 있나?”
“듣기만 했지 직접 본 적은 없다.”
“하하, 어쩐지….”
엽지명이 가볍게 눈살을 찌푸렸다.
“그게 무슨 뜻이지?”
이에 아음이 먼 곳을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그들은 막고 싶지 않았던 게 아니었다. 막을 방법이 없었던 거지. 그들은 개개인이 모두 천지를 뒤집어 놓을 만한 강자들이었다. 특히나, 그들 중 어떤 이들은 가장 강력한 열 개의 대도를 무너뜨릴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있었지. 그러니 제아무리 날고 기는 호도자들이라도 버거웠을 수밖에!”
이때 아음이 대전을 향해 조심스레 고개를 돌렸다.
“저 녀석의 배후라는 존재 역시 파도자인 것 같은데… 내 말이 맞지?”
“모른다. 나도 본 적이 없어서.”
이에 아음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내 생각이 맞을 거다. 문제는 어느 정도 급의 파도자냐는 것인데… 만약 평범한 파도자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