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854
1855화 시공을 탈출했던 것이오?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야!
엽현은 이미 자신의 한계를 잘 알고 있었다. 눈앞의 태일생수 정도의 강자는 아무리 혈맥지력을 동원한다 하더라도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이는 극복할 수 없는 실력의 차이였다.
물론, 억울해할 필요는 없었다.
상대는 최소 백만 년 이상을 수련해 온 괴물이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엽현은 다시 한번 자신을 극한까지 밀어붙이고 싶었다.
싸우자!
엽현이 두 눈을 번쩍 뜬 순간, 그의 눈동자가 혈해처럼 붉게 물들었다.
엽현은 맹렬히 오른발을 굴렀다.
쾅-!
발이 닿은 곳으로부터 공간이 무너져 내렸다.
순간, 엽현은 한 줄기 붉은 검광으로 변해 자리에서 사라졌다. 순식간에 태일생수 머리 위에 나타난 엽현은 맹렬히 검을 휘둘렀다.
발검정생사, 구백구십 회 중첩!
검이 떨어진 순간, 검명이 성공을 찢어발길 듯 날카롭게 울려 퍼졌다.
전력을 다한 일검!
엽현은 한 줌의 힘도 남기지 않고 검에 쏟아부은 상태였다.
상대는 어디까지나 신고계 최강자였으니까!
엽현의 정면 태일생수는 엽현의 검을 보면서도 평온한 모습을 유지했다. 그렇게 검이 대략 십여 촌 앞까지 도달했을 때, 태일생수의 모습이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쉭-!
청현검은 지체 없이 태일생수의 몸을 꿰뚫었다.
하지만 태일생수는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이었다.
이때, 태일생수가 씩 웃으며 엽현의 복부에 일권을 꽂아 넣었다.
쾅-!
엽현의 신형이 만 장을 날아갔다. 이 와중에 몸 군데군데가 터져 나갔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엽현을 가격한 태일생수의 주먹 또한 난도질당한 상태였다.
검체!
엽현의 육신은 어느새 검체로 바뀐 상태였다.
전투를 지켜보던 고명과 정지, 그리고 소안은 속으로 경악을 금치 못했다.
태일생수 역시 놀란 눈으로 엽현을 쳐다보았다.
태일생수는 마지막 순간, 원래 있던 공간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시공으로 이동한 상태였다.
엽현의 검이 무력했던 이유는 태일생수와 엽현이 같은 공간에 있지 않은 까닭이었다. 다만, 태일생수는 여전히 엽현을 공격할 수 있었다.
이는 경지의 차이가 만든 불공평함이었다.
태일생수가 진심으로 임한다면, 엽현은 절대 그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방금 전에도, 무방비로 주먹에 가격당한 엽현은 사망에 이르진 않더라도 최소한 중상을 당했어야 정상이었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하게 엽현은 그리 큰 피해를 입지 않은 반면, 오히려 태일생수가 더욱 심각한 부상을 입고 말았다.
세 사람은 엽현의 육신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이윽고, 이들은 엽현의 피부가 실보다도 더 가는 검기들로 뒤덮여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저건 도대체 무슨 체질이지?
고명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호기심을 드러냈다.
소안 역시 엽현의 모습을 보고는 마음속으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엽현의 체질이 검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위력이 이렇게나 대단할 줄은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정지는 속으로 욕지거리를 뱉고 있었다. 저 남자는 도대체 얼마나 많은 패를 숨겨 놓고 있는 걸까?
엽현의 정면, 태일생수는 넋을 잃은 표정으로 오른팔을 응시하고 있었다. 주먹은 이미 잘려나간 상태였고, 오른팔 또한 전체가 사정없이 난도질당해 흰 뼈를 드러내고 있었다.
이때, 태일생수가 웃으며 말했다.
“정말로 의외라고 하지 않을 수가 없구나. 너의 실력이라면 신고성역 젊은 무인 사이에서는 감히 무적이라 할 수 있을 정도다.”
엽현이 입가의 피를 닦아내며 물었다.
“조금 전 이곳의 시공을 탈출했던 것이오?”
태일생수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그 상태로 지속할 수 있는 시간은 매우 짧을 것이오. 그렇지 않소?”
“후후, 그렇다면 어쩔 테냐?”
“…다시 붙어 봅시다!”
짧은 외침과 함께, 엽현이 자리에서 사라졌다.
이 순간, 태일생수의 모습이 다시 반쯤 투명해졌다.
재차 시공을 벗어나려는 것이었다.
바로 이때, 엽현의 검이 떨어졌다.
하지만 태일생수의 표정은 방금 전과는 확연히 달랐다.
태일생수가 갑자기 발을 구르며 순식간에 천 장 멀리까지 뒷걸음질 쳤다.
이 모습에 고명 등 세 사람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엽현이 태일생수를 물러나게 했다?
하지만 태일생수는 시공으로부터 탈출하는 능력이 있지 않은가?
설마 엽현도 똑같은 수법을 사용한 걸까?
멀리, 태일생수가 놀란 표정으로 엽현을 향해 소리쳤다.
“너, 너… 어떻게 한 것이냐!”
그의 시선은 이내 엽현이 쥐고 있는 청현검으로 향했다.
“그래! 그 검! 그 검 때문이로구나!”
엽현은 물끄러미 청현검을 바라보았다. 이때의 그의 표정은 다소 복잡했다.
자신이 청아가 만든 검을 아직도 과소평가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청현검에는 시공을 뛰어넘을 수 있는 기능도 있었다.
청아가 당시 검을 넘겨줄 때, 많은 기능이 있다고 하긴 했으나, 이런 강력한 기능까지 있을 줄은 엽현은 전혀 생각지 못했었다.
이 밖에도 숨겨진 기능이 더 있는 것이 분명했다!
청현검은 한 마디로 만능의 검이었다!
이때, 태일생수가 소리쳤다.
“그 검을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시공을 탈피할 수 있다니!”
태일생수의 표정은 이미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진 상태였다.
엽현이 눈을 들어 태일생수를 바라보았다.
“무슨 문제라도 있소?”
순간, 태일생수의 눈빛에 살기가 감돌았다.
“나는 무려 삼십만 년이란 세월을 투자해 겨우 시공을 초월하게 되었다! 그런데 너는 그 검을 소유하고 있는 것만으로 그것이 가능하니, 이게 무슨 경우란 말이냐!”
엽현이 눈썹을 치켜세웠다.
“삼십만 년? 시공을 벗어난다는 게 그렇게나 어려운 일이오?”
“믿지 못하겠으면 검 없이 시도해 보면 될 것 아니냐!”
엽현은 곧장 청현검을 집어넣었다.
하지만 어떻게 해도 방금 전처럼 시공에서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에 엽현은 다소 멋쩍어졌다.
“흥! 보거라! 그 검이 없으면 네 놈은 아무것도 아니다!”
엽현은 다시 청현검을 소환했다. 이 순간, 그의 모습이 우주 공간에서 사라졌다.
이를 목격하자, 태일생수의 표정이 극단적으로 일그러졌다.
잠시 후, 다시 원래의 공간에 모습을 드러낸 엽현이 태일생수를 향해 말했다.
“이렇게 간단한 걸 삼십만 년이나 수련하다니… 나처럼 검 한 자루만 있으면 간단한 일을…… 참, 그대에겐 이런 검을 만들어 줄 여동생이 없나 보구려? 참으로 미안하게 됐소!”
“…….”
엽현의 이 말은 비록 보이지는 않았으나 날카로운 검처럼 태일생수의 자존심을 후벼 팠다.
이는 태일생수의 삼십만 년 동안의 노력을 부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정지가 참지 못하고 소안을 향해 말했다.
“저, 저게… 사람이 할 말이야? 저렇게 재수 없을 수가 있어?”
“음… 확실히 도가 지나쳤어.”
“동맹이고 뭐고 당장이라도 후드려 패 주고 싶은 기분이야!”
“…….”
한편, 태일생수는 분노가 극에 달해 있었다.
고작 약관에 불과한 사내에게 모욕을 당한 것이 너무나도 수치스러웠던 것이다.
태일생수의 기분과는 상관없이 엽현은 말을 이어갔다.
“그래서 여동생이 있는 게 중요한 거요. 보시오. 그대가 삼십만 년 동안 수련한 결과도 여동생 하나만 있으면 뚝딱 해결되지 않소?”
이때, 듣고 있던 정지가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태일생수! 왜 멍청이처럼 저딴 말을 듣고 있소! 저 주둥이 좀 어떻게 해 보시오! 아니면 가만히 서서 기가 막혀 죽고 싶은 거요?”
고명 역시 거들고 나섰다.
“그 말이 맞소! 말 상대할 것 없이 당장 놈을 때려죽이시오!”
“죽여라!”
순간, 장내의 모두가 엽현의 적으로 돌아섰다.
고명은 정말이지 참을 수가 없었다.
잘난 여동생 하나 있는 게 그렇게 대단한 건가?
이때, 고명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잘난 여동생이 있는 건 정말로 중요한 일이었다.
엽현의 말마따나 삼십만 년의 수련도 공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으니까!
“제기랄!”
고명은 참지 못하고 욕지거리를 뱉었다.
엽현은 검 한 자루에 의지해서 태일생수를 상대하고 있었다. 만약 청현검이 아니었더라면 엽현은 이곳에 있는 그 누구의 상대도 되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특히, 태일생수가 삼십만 년의 시간을 투자해 완성한 시공탈출 같은 것은 엽현의 실력으로는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다.
하지만 엽현은 그것이 가능했다.
단지, 저 괴상한 검을 들고 있다는 것만으로.
고명은 정말이지 분통이 터져 죽을 것만 같았다.
세상에 저런 사기꾼이 또 있을까?
이때, 태일생수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엽현, 인정하마! 그 검을 만든 사람은 정말 대단하다! 하지만 대단한 건 검을 만든 사람이지 그게 너와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이냐?”
엽현이 태일생수를 똑바로 쳐다보며 대답했다.
“왜냐하면 내가 그 아이의 오빠니까!”
“그래! 너는 그녀의 오빠지 그녀가 아니지 않느냐!”
“그렇지 않소! 우리 남매는 한 몸이나 마찬가지요! 동생의 실력은 즉 나의 실력인 것이오!”
“…….”
태일생수의 안색이 삽시간에 잿빛으로 물들었다.
“체면 따위는 엿 바꿔먹은 것이냐?”
“체면?”
엽현이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태일생수, 남자가 무슨 잔말이 그리 많소? 다시 본론으로 돌아갑시다!”
말을 마치기 무섭게, 엽현이 자리에서 사라졌다.
쉭-!
한 줄기 혈광이 태일의 눈앞에서 어른거렸다.
이에 태일생수는 흉악한 표정으로 한 발을 디디며 통렬한 일권을 작렬시켰다.
쾅-!
순간, 성공 전체가 요동치면서, 검광이 폭발했다. 엽현은 이 힘에 밀려 뒤로 날아갔으나, 이 과정 중에서 그의 신형이 현존 우주의 시공으로부터 완전히 사라졌다. 이와 동시에, 태일생수가 내뿜은 강대한 기운도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왜냐하면 엽현은 이미 이 우주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이를 보자, 태일생수의 안색이 심각하게 어두워졌다.
그는 단지 잠시 동안 시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것이었지만, 엽현은 아무래도 시간의 제한이 없는 듯했다.
이 생각이 들자, 태일생수는 무척이나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자신이 수십만 년 동안 수련해서 성취한 것을 엽현은 거저 얻은 것이나 다름 없었던 것이다!
태일생수의 눈가에 살의가 번뜩이고, 그의 신형이 우주에서 사라졌다. 이윽고, 태일생수는 엽현과 같은 시공에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이때, 엽현이 돌연 오른손을 뻗었다.
쉭-!
찰나의 순간, 한 줄기 검광이 어둠 속에서 번뜩였다.
태일생수 역시 그대로 주먹을 내질렀다.
쾅-!
검광이 그 자리에서 산산조각이 나 사라졌다.
바로 이때, 엽현이 태일생수 바로 앞에 나타났고, 뒤이어 한 줄기 검광이 번뜩였다.
발검정생사!
태일생수는 결코 방심할 수 없었다. 비록 엽현과는 큰 실력 차이가 있었지만, 엽현이 쥐고 있는 검은 그렇지 않은 탓이었다.
엽현의 검이 떨어진 순간, 태일생수의 오른손이 돌연 불길에 휩싸였다. 태일생수는 주저 없이 불꽃이 튀는 주먹을 내질렀다.
콰쾅-!
시공간이 뒤틀리는 동시에 검광이 터져 나갔고, 엽현은 뒤로 주르륵 밀려났다.
태일생수가 여세를 몰아 공격하려는 이때, 그가 갑자기 멈칫하며 눈살을 찌푸렸다. 갑작스레 주변에 신비한 기운이 등장했기 때문이었다.
이 기운을 느낀 순간, 태일생수는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황급히 원래 있던 우주로 돌아가 버렸다.
이것이 바로 그가 이 미지의 시공에 오래 머무를 수 없는 이유였다.
조금이라도 지체하면 조금 전의 그 신비한 기운이 공격해 오기 때문이었다.
이때, 태일생수가 엽현이 있던 자리를 응시했다. 엽현은 여전히 그 미지의 시공에 위치하고 있었다. 이때의 엽현은 태일생수를 노리던 신비한 기운에 포위된 상태였다.
이 모습을 본 태일생수는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엽현! 이게 바로 무지함의 말로라는 것이다!”
태일생수는 무척이나 즐거웠다.
엽현은 그야말로 스스로를 구렁텅이에 몰아넣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저 신비한 힘은 태일생수조차 감히 대적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런 거대한 힘을 과연 엽현이 버텨낼 수 있을까?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엽현 역시 사방에서 밀려드는 신비한 기운을 느끼고서 안색이 어두워진 상태였다. 이는 절대적으로 그가 인식할 수 있는 힘의 경계를 벗어난 것이었다.
즉, 그의 실력으로는 대항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러는 사이 엽현은 철저히 봉쇄되어 빠져나갈 길이 보이지 않았다.
바로 이때, 그 신비한 기운이 마치 뭔가를 발견한 듯 썰물처럼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이에 최후의 항전을 준비하던 엽현은 어리둥절해졌다.
엽현 뿐만 아니라, 여유 있게 지켜보고 있던 태일생수 역시 불신이 가득한 표정으로 눈을 깜빡였다.
“이, 이게 도대체 어떻게…….”
그의 시선은 다시 엽현이 들고 있는 청현검으로 향했다.
“그 검! 이번에도 네놈의 그 검 때문이란 말이냐!”
엽현이 손안의 청현검을 바라보았다. 이 검이 또다시 신통력을 발휘한 것일까?
아무래도 좋았다. 어쨌든 살아남았다는 게 중요한 것이니까.
엽현은 문득 웃는 얼굴로 태일생수를 바라보았다.
“이것 보시오. 잘난 여동생 하나 있으니 얼마나 좋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그대 부모에게 가서 하나 낳아 달라 하시오! 하하하!”
“…….”
태일생수는 피를 토하기 직전까지 화가 치밀어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