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584
584화 내가 호구로 보이냐?
공간의 재편성!
아월의 지도아래 엽현은 조금씩 공간도칙 없이 공간을 재편성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아직 전투에 적용하기에는 다소 부족하긴 했지만.
그래도 이제 첫발을 내디딘 것치고는 괄목할만한 성과였다.
엽현은 공간의 선을 이리저리 옮겨 각양 각종의 변형된 공간을 만들어냈다.
뿐만 아니라, 공간을 절단해 공간 안에 있는 물질을 분해할 수도 있게 되었다.
이것의 살상력은 엽현조차 깜짝 놀랄 정도로 엄청난 것이었다.
공간절할술(空間切割術).
이는 사실 상고시대의 비술 중 하나였다. 이 고대의 비술이 억겁의 세월이 흐른 지금 엽현에 의해 다시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엽현은 검종의 뒷산에 틀어박혀 미친 듯이 수련에 집중했다.
* * *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신무성에는 조금씩 무인들과 몇몇 세력들이 들어오고 있었다.
이는 강구와 백지가 불철주야 힘을 쏟은 결과물이었다.
하지만 무인이 늘어나는 속도는 생각만큼 빠르지 않았다. 이는 아직 질서문이 신무성을 노리고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수많은 자들이 신맥이 흐르는 신무성에 들어오고 싶어 하면서도 우선은 관망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던 어느 날.
당청이 당족의 이름으로 신무성에서 사업을 하겠다고 공표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당족의 신무성 진출이라는 놀라운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당족 같이 거대한 세력이 어찌해서 신무성으로 진출하는 것일까?
과연 그 저의가 무엇일까?
사람들이 저마다 이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을 때, 이번에는 요족이 신무성에 진출했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요족까지?
이에 혼돈우주는 다시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당족과 요족이 신무성과 연합을 하려 한다!
이와 같은 소문은 바람을 타고 삽시간에 우주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뒤에서 눈치만 보고 있던 무인과 세력들은 앞다투어 신무성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신무성 이주에 대한 열기는 점점 더 뜨거워졌다.
얼마 가지 않아 성은 예전에 비해 훨씬 많은 교류가 이뤄졌다. 신무성은 점점 활기를 띠고 있었다.
신무성도 부흥을 위해 전향적인 정책을 펼쳤다.
지금까지 신무성은 외부에 ‘일부 개방’만 허용했지만, 이제는 완전히 개방하는 쪽으로 정책을 선회하게 된 것이다.
신무성에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임차료를 지불해야만 했다. 임차료를 지불해야 함에도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도 점점 치열해졌다.
몇몇 목이 좋은 지역에 대해서는 강구가 직접 경매에 부쳤다.
이들 지역은 경매 시작과 동시에 무섭게 팔려나갔다.
신무성은 폐허가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제2의 부흥기를 맞게 된 것이다.
무원과 검종 무인들 사이의 관계도 매우 좋았다. 생사를 건 전투를 함께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한 가지 의아한 점은 신무성이 이렇게 발전하는 상황에서 질서문은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 * *
검종 뒷산.
엽현은 여전히 공간에 대한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아월의 가르침 덕분인지 공간 이해와 장악력은 그야말로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괄목할만한 점은 이 기간 동안은 단 한 번도 공간도칙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월의 말에 따르면 혼자의 힘으로 공간을 완벽히 장악했을 때야말로 공간도칙의 능력을 극대화 시킬 수 있다고 했다.
게다가 이렇게 해야만이 도칙을 발동했을 때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로부터 이 주일이 지난 어느 날.
산 정상에는 조용히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는 엽현과 그를 지켜보는 아월이 있었다.
두 사람 외에도 장내에는 엽령도 자리에 함께했다.
엽령은 이미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했을 뿐만 아니라, 매일같이 아월과 수련을 하고 있었다.
아월은 엽령이 마음에 들었는지 그녀의 부족한 점에 대해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엽령 역시 기대에 부응하듯 하루가 다르게 실력이 성장하고 있었다.
바로 이때, 엽현의 앞 공간이 날카로운 칼로 잘린 것처럼 가늘게 찢어졌다.
이는 공간을 재구성한 것으로, 그 방식이나 위력 면에 있어서 외력과는 큰 차이가 존재했다.
이를 본 아월이 엽현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럭저럭 쓸 만한 정도는 됐군! 이제 공간도칙을 사용해도 좋겠어.”
아월이 가볍게 손가락을 튕기자 공간도칙이 엽현의 앞으로 날아들었다.
이때 엽현이 아월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월, 내가 느끼기에 공간도칙을 이용하든 안 하든 크게 차이는 없을 것 같다.”
자신감!
엽현은 공간에 대한 스스로의 조예가 이미 충분히 깊어졌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에 따라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붙은 것이었다.
“흥! 자신감이 있다는 건 좋은 일이기도 하지만, 과신은 독이란 걸 모르는군!”
“하하, 그럼 오늘만 특별히 공간도칙을 사용해 보도록 하지!”
엽현은 곧장 공간도칙을 사용하고자 했다. 이때, 엽현이 문득 동작을 멈추고 아월을 쳐다보았다.
“근데 이거 어떻게 쓰는 거지?”
“…멍청이! 현기를 주입해!”
“아하!”
엽현은 곧장 공간도칙에 자신의 현기를 주입했다. 그러자 도칙이 순식간에 한 줄기 백광으로 변해 엽현의 미간으로 쏙 들어왔다.
이때 그의 귀에 들려오는 아월의 목소리.
“이제 공간을 느껴봐!”
그 말에 엽현이 천천히 두 눈을 감았다. 순간 엽현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왜냐하면 주변의 공간 일체를 이전보다 몇 배 이상 더 선명하게 느낄 수 있던 것이다!
게다가 주변 공간 역시 매우 친근하게 느껴졌다.
친근감.
이는 지금까지는 없었던 느낌이었다.
“이제 공간을 임의로 조종해 봐!”
엽현이 황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공간을 조작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의 앞쪽에 있는 공간 구조가 믿을 수 없이 빠른 속도로 재구성됐다.
이는 혼자 시도했을 때 보다 열 배 이상은 빠른 속도였다.
뿐만 아니라, 진행 과정 중에 막힘도 전혀 없었다.
이는 엽현에게 매우 기묘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이번에는 공간을 나누기 시작했다. 그가 머릿속으로 이 개념을 떠올린 순간, 그의 얼굴 앞 백 장 내의 공간에 순식간에 수백 개의 균열이 일었다.
공간절할(空間切割)이었다.
엽현이 눈앞의 광경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을 때, 아월의 음성이 들려왔다.
“너는 또한 공간으로 장벽을 세울 수도 있다.”
그 말을 듣자 엽현이 오른손을 앞으로 쭉 내밀며 허공을 움켜쥐었다. 그러자 그의 눈앞의 공간이 층층이 수축되더니 순식간에 공간의 장벽이 형성됐다. 엽현은 장벽의 두터움을 보고는 다시 한번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는 제 아무리 증도경 강자가 오더라도 쉽사리 부술 수 없을 정도였다.
물론 이는 공간도칙의 덕택에 가능한 것이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라면 공간이 이와 같은 효용을 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다시 말해, 공간도칙이 보조하고 있었기에 공간이 이같이 강해질 수 있었다.
“느낌이 어떠냐?”
멍하니 있던 엽현이 아월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아월… 이 공간도칙… 정말 강해!”
“강하다고?”
아월이 참지 못하고 피식 웃었다.
“이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공간의 심오하고 무궁무진한 세계를 제대로 아는 존재는 몇 되지 않지. 만약 네가 공간을 완전히 장악한다면 이 성역의 공간, 더 나아가 사유계 전체의 공간을 바꾸는 것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
엽현이 당황해하고 있을 때, 아월이 다시 무덤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물론 그런 수준에 이르려면 족히 일만 년은 필요할 것이다. 그러니 애당초 포기하는 게 좋아. 너는 결코 일만 년을 살 수 없을 테니까.”
“왜? 왜 나는 그때까지 살 수 없다는 거야?”
“왜냐고? 그야… 계옥탑이 완전히 정신을 차리게 되면 너는 반드시 죽을 테니까.”
“그럴 리가!”
아월은 차갑게 웃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때 엽현에게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먼저 치면 되잖아? 내가 탑을 먼저 제거하면 되는 거 아냐?”
“…….”
아월이 무언가 말하려는 순간, 엽현 앞에 계옥탑이 나타나더니 그대로 엽현의 몸통을 들이박았다.
그대로 바닥에 고꾸라진 엽현.
그러나 그는 이내 벌떡 일어나 도망치기 시작했다.
“이봐! 농담이었어! 우리 사이가 이렇게 좋은데 너를 왜 죽이겠어!”
하지만 계옥탑은 계속해서 그의 뒤를 바짝 쫓으며 궁둥이를 두들겨댔고, 엽령은 입을 가리며 웃기 바빴다.
그런데 이때, 갑자기 엽령의 머리 위에 그림자 하나가 나타나더니, 그대로 엽령을 향해 수직으로 떨어져 내렸다.
이를 본 아월이 분을 이기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
“이 몸이 버티고 있는데 출수를 하다니! 네놈 눈엔 내가 호구로 보이더냐!”
아월의 음성이 떨어진 순간, 그녀가 자리에서 사라졌다.
쾅-!
뒤이어 둔탁한 타격음과 함께 엽령을 공격하려던 그림자가 수백 장 밖으로 날아가 버렸다. 바로 이때, 그림자가 주위의 공간이 순간 수축되더니 순식간에 그림자를 가두는 감옥으로 변형됐다.
감옥에 갇힌 상대는 정체 모를 흑의인이었다.
엽현이 흑의인 앞에 나타나자, 흑의인이 흉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엽현, 내가 비록…….”
이때, 엽현이 검을 들어 올렸다.
쉭-!
검광이 번뜩임과 함께 흑의인의 목이 날아갔다.
바닥에 떨어진 흑의인의 얼굴에선 죽기 전, 두려움의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말이 많으면 명이 짧다는 걸 모르는군.”
“누가 보냈는지는 물어봐야 하지 않느냐?”
엽현이 검을 회수하며 고개를 저었다.
“별로 중요하지 않아.”
“어째서?”
“누가 보냈든 간에, 오는 놈들은 다 죽여 버리면 그만이니까.”
엽현의 말에 아월이 잠시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기 시작했다.
“내가 뭔가 발견한 게 있는데, 네게 알려줘야 할지 모르겠군.”
“음? 그게 뭔데?”
엽현이 묻자 아월이 엽현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아마도 지금부터 너를 찾아오는 자들은 사유계 뿐만 아니라, 오유계의 존재일 가능성이 있다.”
“오유계? 그들이 왜…….”
“당연히 계옥탑 때문이지.”
“계옥탑?”
아월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갔다.
“너는 탑의 정확한 용도를 알고 있느냐?”
엽현이 고개를 저었다.
“비록 지금은 멍청해 보이긴 하지만, 무인이라면 누구라도 탐할 수밖에 없는 것이 계옥탑이다. 그 이유는 바로…….”
“바로…?”
“안 가르쳐 주지! 크하하하!”
“…….”
아월은 당황해하는 엽현을 남겨둔 채, 엽령과 계옥탑으로 돌아갔다.
그녀는 직접 엽령을 수련시킬 생각이었던 것이다.
잠시 후, 충격에서 벗어난 엽현은 계속해서 공간도칙을 연구해 나갔다. 연구하면 연구할수록 공간도칙은 매우 두려운 존재였다.
설령 도경 급의 보물과 비교한대도 상대가 되지 않을 만큼 대단한 힘을 지니고 있던 것이다.
만약 잘만 사용한다면 하늘을 가르고 땅을 부수는 위력을 발하리라!
엽현에게는 아직 몽지도칙이 있었지만, 엽현은 일단 공간도칙에 전념하기로 했다.
욕심이 많으면 제대로 소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엽현은 통보상회에 부탁해 검 몇 자루를 요청한 상태였다.
현재 엽현의 유일한 약점은 바로 전투력에 비해 낮은 경지였다.
이제 슬슬 그 약점을 극복할 시기가 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