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herworldly dark-haired alien RAW novel - Chapter (1100)
〈 1100화 〉크라스하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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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흐흐, 들을 거는 이미 다 들은 상태로군. 엘리제. 그 말대로 나는 대악마 안드로말리우스를 처단하고 이 땅의 정의를 바로 세웠다.”
이거 괜히 엘리제한테 으스댈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기분이 급격하게 좋아지기 시작한다. 나는 거만함을 내비치면서 나의 유능함을 어필했다.
그 누가 4인 파티로 대악마를 잡아 죽이겠는가…!
물론 뭐 판데모니움에는 대악마들이 다수 있다지만 이렇게 4명이서 그런 강력한 놈을 도살한다는 것은 몹시 어려운 일이다. 그것도 모자라서 안드로말리우스는 내게 굴복하여 내 부하가 되는 기염을 토했다.
“몹시 어려운 일이었지만, 내가 하지 못할 일은 아니었지.”
“역시…! 그야말로 성도님은 모든 성직자들의 귀감입니다!!!”
ㅡ벌떡!
엘리제가 감격한 어조로 소리치면서 일어났다.
“대악마를 영구히 처단하다니! 이로써 우리들 세상에 팽배해 있는 강대한 위협 중 하나가 사라진 셈입니다! 그것도 성도님의 손에 의해!”
“물론이지!”
“성도님의 활약으로 하여금 제 인생 최대의 감격이 연이어 갱신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더욱 갱신될 테니 더 크게 감격할 준비를 실시해라!”
“알겠습니다!”
엘리제는 이제 거의 눈을 반짝반짝 빛내고 있었다.
근데 그때 마지막으로 봤을 때 이후로 딱히 변한 점은 없는 것 같았다. 이제 키가 더 안 크는 것인가?
“저희들이 그 수많은 악마들을 상대로 고전할 때 성도님은 대악마를 처치하신 겁니다! 그러나, 저는 이미 믿고 있었습니다. 무슨 사악한 일이 일어나도 성도님이 해결하리라는 것을!”
“엘리제. 그런 건 믿는 게 아니야.”
나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 엘리제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무슨…?”
내 말에 엘리제가 의문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믿는 게 아니라. 당연한 거다.”
“당연한 것?”
“그래! 엘리제! 믿을 필요조차 없는 일이다! 내게는 몹시 당연한 일이니까! 사람은 물을 마실 수 있다고 믿으니까 마시는 게 아니라! 물을 마시는 게 당연한 거니까 마시는 거다!!!”
“오, 올바른 말씀입니다!”
엘리제는 마치 머리 뒤에서 꽃이 활짝 핀 것 같은 화사한 태도로 소리쳤다.
“사람은 물을 마실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마시는 게 아니라… 마시는 게 당연하니까 마시는 것! 그게 바로 성도님이 정의를 행하는 행동원리였던 것입니다! 그리하는 게 당연하기에 하는 것!”
잘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그게 내 행동 원리였던 모양이다.
“말 그대로 당연한 협행! 이 세상에는 영웅과 용사의 운명을 타고난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바로 그것이 성도님인 것입니다!
“이런 이런.”
나는 고개를 저었다.
“엘리제. 운명을 믿나?”
“운명 말씀이십니까?”
“정해진 것 따위는 아무것도 없다.”
이건 운명이 아니야!
“그저 스스로 나아갈 뿐!!!”
내가 만들어낸 것이다!
이미 여기까지 해낸 내가 못할 일 따위는 하나도 없다! 나는 내 모든 것을 의심치 않아! 이건 운명 따위가 아니라, 내가 만들어낸 나의 길이다!
그것이 바로 천마의 패도.
“그런…!”
나는 엘리제가 나를 믿는 것 이상으로 나를 믿는다. 나는 이미 나 개인을 숭배하고 있었다. 스스로가 스스로를 존경하면서 숭배하는 경지. 이것은 고대 중국의 도교에서 말하는 선인들이나 다름없는 경지였다.
“이게 바로.”
나는 이미 감동해 무릎을 꿇은 엘리제에게 손을 내밀면서 말했다.
“너의 디바인 프렌드다, 엘리제.”
“성도님과의 인연만큼 소중한 것은 없을 것입니다…! 만세!”
“만세!!!”
ㅡ덥석!
나는 그대로 엘리제의 손을 꽉 잡았다.
“그리고 이걸 봐라!”
“아앗! 성도님!!”
ㅡ파앗!
그대로 땅을 박차면서, 나는 엘리제의 손을 꽉 잡은 채 미친 듯이 회전했다.
ㅡ팽그르르!
그 맹렬한 회전에 엘리제의 발이 들리면서 응접실 내부에 놓인 가구들이 덜컥거린다.
“뭔가 잘 말씀하시나 싶었더니 갑자기 또 이런 돌발 행동을!! 그만! 그만두십시오! 실내에선 정숙입니다!”
“난 이제 이런 것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옛날부터 하시던 것이지 않습니까!”
“흐하하하하하!!”
그대로 땅을 박차 점프한 나는 엘리제의 허리를 한 손으로 끌어안은 채 공중에서 드릴처럼 회전을 하면서 미사일처럼 쏘아져 벽에 발을 딛은 다음, 천장을 내달리며 질주했다.
ㅡ쌔앵!
“성도님 진정하십시오! 천장을 달리는 것은 금지입니다, 금지!”
“잘 봐라 엘리제!!!”
“대체 뭘 보라고 하시는 건지 알 수 없습니다!”
그렇게 엘리제를 놓아준 나는 내가 행할 수 있는 모든 기행을 펼쳐 보이면서 상승한 경지를 엘리제에게 제대로 맛보여줬다.
공중에서 기묘한 회전을 행하거나 몸을 비트는 것. 이것은 몸과 기예를 극한까지 단련한 자들조차 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극단적인 과잉행동은 개인의 초인성을 증명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었다.
ㅡ파파팟!
나는 물구나무를 선 채 오직 오른손의 검지 손가락만을 이용해 나의 모든 무게를 지탱하면서 응접질 내부를 콩콩 뛰며 질주했다.
“성도님 제발! 그만하십시오! 이곳은 저의 교단의 응접실입니다!”
슬슬 된 것 같다.
“그래. 실내에서는 좀 조용히 있어야지. 아무튼. 잘 봤어?”
“일단 다 보기는 했지만, 성도님이 그걸 잘 봤느냐고 물어보는 저의를 모르겠습니다.”
“나의 초인성을 보여주고 싶었을 뿐이다.”
“그런 광적인 과잉행동으로 표출하지 않으셔도 이미 평소의 행동으로 초인성을 느끼고 있습니다!”
“알았어, 알았어. 일단 실내니까 조용히 하자.”
“이, 이런!”
엘리제가 자리에 앉았다.
“후우. 성도님은 여전히도 변하신 것이 아무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변한 것은 내 힘뿐이다. 나는 여태까지 그래 왔듯이 나의 정의를 관철하면서 나아가고 있는 중이니까.”
나 역시 자리에 다시 착석했다.
“역시… 정말 존경스럽고 또 존경스러운 마음가짐입니다. 바로 성도님처럼 올바른 마음가짐을 지닌 자들이 모여, 이 세상을 낙원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낙원이라.”
광명성십자회의 교리지.
“판데모니움의 사악한 악마들을 모조리 구축하고, 이교도들을 몰살한다면 이 세상은…!”
“말고도 이계의 강적들도 있으니 말이다.”
“이계의 강적이라… 확실히.”
적들이 너무 많은 세상이다.
“아무튼 성도님… 그것.”
“음?”
“그걸…”
돌연 얼굴을 붉힌 엘리제가 몸을 꼼지락 대면서 머리를 푹 숙이더니, 나를 조심스럽게 올려다보면서 입을 열었다.
“그… 성도님. 그걸 듣고 싶습니다.”
“뭐를?”
“안드로말리우스를… 참살한 이야기를.”
“아니 뭘 부끄러워해.”
“그 이야기를 듣는 것만을 고대하고 있었습니다…!”
“흐흐흐, 역시. 그럼 해줘야지.”
나는 안드로말리우스를 만나고 죽인 이야기를 상세히 설명해줬다.
포위망 내부를 수색하다가 악마로 된 시체 의자 위에 앉은 안드로말리우스를 조우한 것부터 시작해서, 놈이 갑작스럽게 발작하며 덤벼들었고, 마침내 싸워 이긴 것까지 전부.
“크윽…!”
엘리제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금니를 꽉 깨문 채 투지를 내뿜었다.
“그리고! 성도님! 그다음 이야기가 있는 것으로 압니다!”
“대악마의 영혼을 탈취하려던 녀석들이 있었지.”
“그 이교도들!!! 이미 저희는 그것까지 다 알고 있습니다!”
정보 공유가 된 상태니, 내가 보고한 것에 대해선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엘리제도 다 알고 있겠지.
“그래. 그것도 심각한 일이지. 놈들은 장거리 게이트 마법을 사용했고, 대악마가 죽은 즉시 그 현장으로 데스나이트들을 끌고 쳐들어왔다.”
나는 담담하게 사실 그대로를 전했다.
“그 병력의 수는 자그마치 백이 넘었어. 데스나이트랑 구울이랑 이교도들이랑 다 합쳐서 그만큼 됐지.”
“그렇게 많은 수라니!”
머리를 부여잡으면서 경악하는 엘리제.
이거 반응이 너무 좋다.
“물론 내 손에 걸리면 죄다 다진 고기가 될 뿐이다. 나는 놈들을 모조리 갈아버리고 그 사악한 음모를 저지했다. 아, 근데 엘리제. 니가 듣기로 배후가 뭐라고 그랬지?”
“이교도들의 우두머리라고 들었습니다!”
일단 리치에 대한 것은 그저 우리들의 추측인 존재인지라 그렇게 보고를 했었다.
“엘리제. 그 이교도 우두머리의 정체는 리치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엘리제한테는 우리의 추측을 말해줘도 상관이 없다.
“리치 말입니까!”
“그래. 리치다. 그것도 고대 리치지.”
“고대 리치라니!!! 그게 대체 무슨!!!”
엘리제는 크게 경악했다.
“저번에 들었을 때는 그것이 추측이라고 말을 해주셨습니다만…!”
저번에 한번 말을 했었다.
“그래. 저번에 탐색단이랑 해서 만났을 때 그렇게 이야기했었지? 근데 그때는 정황증거였고. 이번에는 내가 놈이랑 직접 이야기를 했다.”
“직접!!!”
“엘리제. 리치에 대해서 어디까지 알고 있어?”
“그… 스스로를 언데드화 시킨 사악한 마법사라고 알고 있습니다. 극도로 강한 힘을 지녔고, 또한 네크로맨서의 극의라고 할 수 있는 존재… 서, 설마! 그렇다면 언데드들이 나타난 이유는!”
그래. 여태까지 언데드들이 발생했던 이유는 전부 그 리치가 배후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리치의 휘하에는 네크로맨서들이 다수 존재한다. 이교도들과 네크로맨서가 협력한 것이 아니었다.
둘 다 리치의 부하다.
근데 리치가 직접 그런 허접한 언데드를 양산했을 리는 없으니, 그 아래에 네크로맨서가 다수 있을 확률이 높다. 말하자면 자기 부하들의 숙련도를 높인다던가, 뭔가의 실험을 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나는 엘리제에게 이번에 놈과 대화했던 것까지 다 말해줬다.
“그 리치가 전부 조종하던 것이다. 나는 여태까지 일을 하면서 그런 추측을 만들어냈지.”
“성도님의 추측이라면 틀릴 일이 없습니다!”
거의 무한한 신뢰를 보내오는 엘리제.
“아무튼 그 고대 리치가 이 세상에 잠들어있는 고대의 던전들. 그 안에 봉인되어 있는 존재들의 힘을 훔치려고 하고 있다. 이번에 악마사태를 일으킨 것 역시 놈의 소행이었지. 놈은 대악마의 영혼도 노리고 있었거든.”
“그, 그렇게나 심각한 음모가 있었다니…!”
엘리제는 이제 곧 운석이 떨어진다는 뉴스 속보를 들은 것처럼 허리를 숙여 탁자에 턱을 붙이면서 머리를 부여잡았다.
“성도님!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리고 그 리치의 정체는 대체 무엇입니까! 대화를 하면서 뭔가 알아낸 것은…!”
그건.
“나도 모른다.”
아직 밝혀내지 못했다.
“엘리제. 나는 거기까지만 알아냈을 뿐이다. 나머진 조사가 더 필요해. 놈이 자신의 정체를 말해준 것도 아니니까.”
“크으… 아쉽습니다! 하지만 성도님이라면 반드시 밝혀낼 수 있을 것입니다! 저도 도울 수 있는 만큼 돕도록 하겠습니다!”
“흐흐흐, 그럼 더할 나위가 없지.”
광명성십자회 측도 이 일에 대해서 깊게 파고들게 될 것이다.
“아무튼 정리하자면 우리가 여태까지 잡아왔던 그 이교도들의 배후에는 리치가 있다. 이건 추측이었지만 이제 확실해졌어. 그리고 놈은 지금 이 세상의 혼란을 원하고 있어. 그리고 그 혼란 속에서 뭔가의 사악한 수단을 이용하여 자신의 힘을 키울 생각을 품고 있지.”
그걸 막아야 한다.
“앞으로는 그걸 저지해야 해.”
“그렇습니다!”
“대악마의 영혼을 얻겠다고 판데모니움과 이 세상을 연결한 놈이다. 그런 놈이 더 심각하고 끔찍한 일을 벌이리라는 것은 너무 당연한 말이야.”
“반드시 그럴 것입니다! 그런 사악한 존재는!”
엘리제는 무한한 적의를 내비치면서 사명감에 찬 표정을 지었다. 그래, 성직자들 말고 이 난관을 헤쳐갈 사람들이 또 누가 있겠나.
여하튼 나는 그런 식으로 엘리제에게 이번 사태에 대한 일 같은 것들을 설명해 주면서, 근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아, 그리고 발키리 나타났다는 이야기는 알지?”
“아앗! 생각해보니 그것도 있었군요! 소식은 들었습니다!”
“이게 또 내 자랑을 해야겠구만!”
“서, 설마! 성도님께서 발키리도!!!”
“설마가 사람 잡는다더니 바로 그 짝이로군.”
이어서 나는 폭주한 발키리와의 일전에 대한 것도 엘리제에게 전부 다 설명을 해줬다. 근데 내가 거기에 개입되었다는 것은 모르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래도 내가 메인으로 상을 받았는데 몰랐나?
이거 거리가 멀어서 정보가 다 전달되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후우… 그래도 발키리와 대적을 하게 되었다니. 비록 타락한 발키리라고는 하지만 씁쓸한 감정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분명 그 발키리도 예전에는 악을 멸하는 천사로서 전장을 휩쓸었을 것입니다.”
“아마도 그랬겠지. 안타까운 일이야.”
존나 쎄긴 했다.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성도님께서 없으셨다면 대체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 상상조차 가질 않습니다… 역시 타고난 용사 그 자체로군요. 전부 성도님이 있었기에 피해를 예방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바로 그거지.”
이미 이 세상은 나 없이는 안 굴러간다.
그렇게 엘리제와 대화를 나누던 순간이었다.
“성도님.”
“음?”
돌연 엘리제의 목소리가 가라앉는 듯싶더니.
“그런데… 한 가지 중요한 할 말이 있습니다만.”
“어. 뭔데.”
“왜 편지는 안 보내신 겁니까?”
내 얼굴을 바라보면서 그리 말하는 것이 아닌가.
“뭐라고?”
태도가 급변했다.
“편지를 말하는 겁니다.”
역시…! 이걸 신경 쓰고 있었던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