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herworldly dark-haired alien RAW novel - Chapter (1424)
〈 1424화 〉밀려오는 어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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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계속 놀리고 있으니 엘리제의 두 눈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슬슬 주변에 사람도 없겠다, 본격적으로 내게 화를 낼 생각인 모양이었다. 타인의 시선을 정말 많이 신경 쓰는 엘리제답다.
그렇다면 이제 이쯤에서 끊어야지.
더 하면 진짜 화낼지도 모른다.
근방에 사람이 진짜로 없어졌을 때가 제일 위험하다. 더 이상 나의 체통을 지켜줄 필요가 없다고 여긴 엘리제는 내게 반역할 것이다…!
“알았어, 알았어! 엘리제! 이제 장난 안 칠게! 미안해!”
“근처에 사람이 없어지자마자 그러는 것입니까!”
와.
어떻게 바로 눈치챘지.
이게 말이 되냐?
이 천마신 천마왕 김캇트의 사고를 읽었다고?
“마치 마음을 간파당한 것처럼 당황하지 마십시오! 제가 성도님의 속셈을 모를 줄 아십니까!”
“나에 대해서 너무 잘 아는군.”
“당연한 일입니다! 성도님의 그런 해괴한 장난이 어떠한 논리구조로 실행되는지 이미 분석을 마친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나에 대해서…!
그렇게까지 분석을 실행한 것이냐!
“거기까지 날 분석하다니…! 엘리제! 대체 나를 무엇으로 여기는 것이냐!”
“그야 당연히!!!”
크게 소리치던 엘리제가 돌연.
“아앗!”
깜짝 놀라 소리치더니 내 시선을 피했다. 대체…! 엘리제! 날 뭐라고 생각하고 있길래 그렇게 당황하는 것이냐!
이윽고 엘리제가 작게 말했다.
“디, 디바인 프렌드로 여기는…”
“디바인 프렌드…?”
삐빅.
“장난은 그만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알았어! 알았어!”
순간 흘러나온 차가운 목소리에 나는 완벽하게 항복했다. 디바인 프렌드라고 말하면 내가 또 발작을 할까 봐 걱정을 한 것이었군. 진짜 눈치가 너무 좋다니까. 이번에도 고장 난 안드로이드를 불러오는 것에 실패했다.
뭐. 됐다.
충분히 즐거웠고.
“으, 으흠. 진정되셨다니 다행입니다.”
“그래. 진정 좀 되네. 실컷 즐겼지.”
“저는 그 말에 화를 내고 싶습니다!”
“한 번만 봐줘.”
“이런…!”
엘리제는 불타오르려고 했지만 차마 그러지는 못하는 것인지 심호흡을 실시했다. 나는 그런 엘리제와 함께 거리를 걸었다.
“아무튼… 성도님.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것입니다.”
“음?”
“정말 무한히 감사합니다. 모든 것이 다 성도님께서 힘을 써주신 덕분입니다. 성도님이 없었다면 이 세상은 파괴가 되었겠지요. 암흑의 거인이 쪼개졌다는 소문 역시 파다합니다.”
“아. 그거. 간단했지.”
키만 해도 존나 컸으니 본 사람들이 제법 있을 것이다.
“정말인가 보군요. 역시. 성도님이십니다.”
“흐흐흐, 그래. 그게 바로 나지. 마음껏 감사해라. 근데 나도 감사하고 있어.”
“예?”
“지금 이 혼란스러운 시기에 사람들을 위해 힘을 써주는 모든 존재들에게. 나는 감사하고 있다. 내가 막을 수 있는 건 큰 것뿐이야. 자잘한 것까지 다 막을 수는 없지. 그래서 나는 그게 아주 고마워.”
진심이다.
그런 그들이 바로 퓨전유교를 행하는 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엘리제는 광명성십자회의 교리를 따르지만, 결국 그것 역시 내가 봤을 때 퓨전유교였다.
나는 퓨전유교를 행하는 자들을 좋아해.
“…그 말을. 조금 위엄있게. 공개석상에서 하신다면 모두가 감동할 것입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그들에겐 내 인정이 필요 없다. 이미 이 세상으로부터 인정받은 존재들이니까. 이 내가 다시 할 필요가 있나? 쓸데없는 짓이야.”
천마 김캇트가 봤을 때 구태여 다시 할 필요가 없는 일이다.
“아…!”
그러나 엘리제는 마치 큰 깨달음을 얻은 것처럼 반응했다.
“그런 것이었군요! 그렇습니다! 그들은 이미 모두에게 인정받은 것입니다! 성도님의 말씀대로입니다!”
“흐흐흐, 당연히 내 말대로지. 내가 괜히 신이겠냐?”
“역시 보는 시야 자체가 초월적입니다!”
그럼 당연하지.
내가 누구인데.
아무튼 엘리제랑 걷고 있으니 무슨 공사현장에 닿게 되었다. 보아하니 주변에서 공사를 참 많이 하는 모양이었는데, 수많은 인부들이 성벽을 보수하는 중이었다.
“공사를 하네?”
“아. 그렇습니다. 현재 도시에선 저런 토목공사가 한창이지요.”
대수롭지 않게 말하자 엘리제가 마치 가이드처럼 설명해줬다.
“주로 벽을 보수하는 일인데, 아주 필수적인 일입니다.”
“그렇긴 하겠지.”
웃통을 깐 노동자들이 공사를 실시한다.
곳곳에서 창을 든 병사들이 분대를 이루어서 움직이는 중이고, 저쪽을 보니 문서를 든 마법사와 사제가 공사현장을 가리키면서 뭐라뭐라 말을 하고 있는 상태였다. 뭐 이런 때이니 성벽 보수에 열을 올릴 만하지.
참으로 긍정적인 모습이다.
무언가를 만들고 짓는다는 것은.
결국 희망을 쌓아올리는 일이다.
저 성벽으로 적들을 막을 수 있으리라고 믿기 때문에 열심히 일을 하는 것이다. 그래. 아직 사람들은 희망을 잃지 않았다. 아주 건전하게 미래로 나아갈 생각을 하고 있다.
감동이로군.
전부 내가 이런 광경을 만든 것이다.
정말이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기쁘다.
“성도님?”
“어. 듣고 있어.”
“알다시피 노동자들도 병사들도 대부분이 다 피난민 출신입니다.”
“어. 맞어. 그렇다고 들었다.”
대충 그렇다고 카디아한테 보고를 들었다.
성직자들이 피난민들 규합해서 그렇게 운용을 하고 있다고.
“식량 문제가 크지 않았던바, 저렇게 인부집단과 군대를 조직할 수가 있게 되었지요. 그렇기 때문에 도시를 방어할 수 있는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언데드와 알 수 없는 괴물들이 쳐들어오고 있는 중이지만, 저희들은 이렇게 그 사악한 존재들을 성공적으로 방어하고 있습니다!”
엘리제는 정말 감동이 벅차오른다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렇게 피난민들이 힘을 합쳐 미래를 위해 일하고 있는 모습이 아주 감동적인 모양이었다.
“흐흐흐, 그런가. 아주 잘하고 있네.”
“후훗, 그렇습니다. 흩어져 있던 도시가 하나로 결집되었으나, 큰 갈등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모두가 각각의 역할을 분담해 일하고 있는 중이지요. 순조롭습니다.”
그렇다니 다행이로군.
아리야, 고맙다!!!
네가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의 웃음을 지켜냈다!!!
저럴 수 있는 것도 사실 다 식량이 있기 때문이야! 밥이 없으면 죄다 분열되기 마련이다. 사람이란 것은 그런 존재니까.
“정말 아름다운 광경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모두가 힘든 이때. 사람들은 협력을 하면서 미래를 도모하고 있습니다. 너무나도 밝은 광경이지 않습니까? 세상에 끔찍한 어둠이 드리워졌지만 이토록 찬란한 이들이 모여 있는 상황이지요.”
나는 웃으며 말하는 엘리제의 말을 들어줬다.
“성도님이 하늘을 밝혀주시며 빛을 흩뿌려주는 이때. 지상의 빛을 모아 새로이 밝히는 것은 바로 저런 사람들입니다. 정말… 가슴이 벅차오르는군요. 저희는 모든 것을 이겨낼 것입니다.”
지금 이렇게 말하는 엘리제는 몹시 즐거워 보였다.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는 중이다. 선한 사람 특유의 미소를 지으면서 이렇게 말하고 있으니, 주변마저 밝아지는 듯했다.
“기뻐 보이는구나, 엘리제.”
“아름다움을 앞에 두고 어찌 기뻐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아름답다라.”
“예. 아름다운… 아.”
그때.
엘리제가 무언가를 깨달았다는 것처럼 날 보았다.
“성도님!”
“음? 왜.”
“문득 생각난 것인데… 보여드리고 싶은 곳이 있습니다.”
“보여주고 싶은 곳이라고?”
“예.”
뭘 보여주고 싶다는 것이지?
흥미가 동한 내가 되물으려던 찰나.
ㅡ덥석.
“가시지요!”
엘리제가 화사하게 웃으면서 내 손목을 잡아끌기 시작했다.
“뭐야. 어디로 가는데?”
“가서 알려드리겠습니다!”
“흐흐흐, 그래.”
그렇게 나는 내 손목을 잡아끄는 엘리제를 따라갔다. 정말이지 힘도 장사다. 저렇게 화사하게 웃으면서 뭘 보여주겠다고 하는 걸 보니 몹시 기대가 되었다.
분명.
엘리제는.
자신의 전리품을 보여줄 생각일 것이다. 언데드와 괴물들의 두개골. 심장 따위를 정성껏 모아 보물 상자 안에 소중하게 보관해둔 엘리제가 내게 그것을 보여주려고 한다. 괜스레 마음이 벅차오르는군.
어릴 적 키우던 고양이가 집 밖으로 뛰쳐나갔을 때가 떠오른다. 도망친 줄 알고 침울해 했으나, 이틀이 지난 뒤에 고양이는 돌아왔다. 그것도 입에 시궁쥐를 문 채. 그것을 내게 선물한 고양이는 너무나도 기특해 보였다.
물론 중간에 난입한 아버지가 빗자루를 휘두르면서 감히 우리 집을 저주하냐며 길길이 날뛰었을 때는 정말이지 절망밖에 없었다. 그 뒤로 고양이가 다시 돌아오는 일은 영원히 없었다. 그리고 아버지는 시궁쥐의 시체를 나보고 치우라고 했다.
아무튼 그렇게 엘리제를 따라가고 있으니.
ㅡ터억.
엘리제가 멈춰 섰다.
“성도님. 바로 이곳입니다.”
눈앞에 펼쳐져 있는 것은.
사악한 존재들의 시체들로 이루어진 산.
“도시 유일의 꽃밭이지요.”
이 아니라.
만개한 꽃밭으로 가득 차 있는 노상 정원이었다.
“꽃?”
머지?
살육으로 쌓이고 피로 절여진 전리품의 에덴동산이 아니라 화사한 꽃밭이라고? 두 눈을 씻고 앞을 보았다. 화사한 꽃들이 종류별로 피어난 정원이었다. 그것도 제법 관리가 잘 된.
이런 힘든 상황인데 이렇게 꽃이 가꾸어져 있다니?
몹시 신기했다.
“아름답지 않습니까?”
엘리제가 미소를 지은 채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화원… 화원을 등진 채 날 바라보는 엘리제를 보면서, 나는 꽃과 엘리제가 굉장히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 아름답네… 근데 이것들 다 뭐냐? 어떻게 이런 화원이?”
“확실히 요즘 같은 때에는 어울리지 않는 화원이지요. 하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가꾸는 사람들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왜냐하면 꽃은… 무언가를 축하하고 기념하는 데 있어 최고의 물품이지 않습니까?”
다시 돌아선 엘리제가 손을 뻗어 꽃잎을 어루만졌다.
“아마도 정원을 가꾼 사람들은 그런 축하와 기념을 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희망을 잃지 않은 것이지요.”
희망이라.
“희망. 희망입니다. 이 화원은 원래 귀족의 정원이었다는 모양인데, 담은 허물어 성벽 보수의 재료로 들어간 것 같습니다. 너무나 아름다운 미담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ㅡ저벅.
나는 엘리제에게 다가가 꽃을 더 가까운 곳에서 보았다. 아리 덕분에 나도 꽃에 일가견이 있다. 이 꽃들은 아주 관리가 잘 된 것이었다.
“아름답네. 꽃밭도. 그리고 엘리제의 마음도.”
가슴이 웅장해질 정도다.
삐빕.
“제, 제 마음 말입니까?”
“그래. 네 마음은 이 화원만큼이나 아름답다.”
“…그렇습니까.”
그 말에 엘리제가 다시 얼굴을 붉혔다.
“향이 좋구나. 꽃밭의.”
“…!”
실제로 향이 좋았다.
힐링이 되는군.
“…”
엘리제도 꽃을 구경하는데 심취했는지 고개를 숙인 채 입을 닫았다. 그렇게 나도 꽃을 보고 있으니.
ㅡ스윽.
엘리제가 고개를 들었다.
“엘리제?”
“여, 여전히도… 하늘에는 저 어둠이 걸려 있는 상태지만.”
하늘을 보았다.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어둠.
한낮의 하늘의 그 절반을 가리고 있는 리치의 어둠. 그것이 보인다. 모든 사람들을 두렵게 만드는 불길한 징조.
“성도님께서 저것을 해결할 것이 분명하다고. 모두가 그렇게 믿습니다. 성도님은 희망입니다. 모두의 희망.”
시뻘게진 엘리제가 진지한 어조로 그리 말했다.
“흐흐흐, 그 얘기 너무 많이 들었는데?”
“계속 들으십시오. 천 번을 말해도 모자란 칭송입니다. 아무튼… 성도님께서 이번 일을 해결하신다면…”
“해결한다면?”
“…”
말끝을 흐린 엘리제가 다시 고개를 숙였다.
정말이지 언제 봐도 부끄럼쟁이다. 마음을 표현하는 게 조금 서툰 아이지. 뭐 그게 엘리제의 귀여운 점이다. 나는 엘리제의 극렬한 칭송을 들을 준비를 하면서 미소를 지었다.
“사, 사… 사…”
음?
“사, 사… 그, 그러니까… 사, 사, 사, 사…”
“예?”
돌연 엘리제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의미를 알 수 없는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사, 사실… 그… 성도님을…”
“엘리제?”
“서, 성도님과… 다, 다시… 만나게… 된다면… 하, 하고 싶었던 말이…”
뭐야.
렉걸렸냐?
극단적으로 긴장한 엘리제가 말을 더듬으면서 무언가 문장을 만들려고 했다…!
“엘리제? 침착하고. 후. 하. 후. 하.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거다. 자, 따라 해. 후.”
“후, 후.”
“하.”
“하, 하아…”
“후. 하. 후. 하.”
“후, 후우… 하… 아니! 성도님! 방해하지 마십시오!!!”
내 통제에 따라 라마즈 호흡법을 실시하던 엘리제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면서 나를 꾸짖었다!
“뭐? 엘리제? 내가 무슨 방해를 했다고 그래?”
“지금 그러는 것이 방해입니다!!!”
대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