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herworldly dark-haired alien RAW novel - Chapter (66)
〈 66화 〉[외전] F급 모험가 김캇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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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부랑자고,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신원불명의 지구인인 나는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일을 하면서도 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으며, 설령 나를 속여 한푼도 주지 않더라도 그것은 그들에게 전혀 나쁜 짓이 아니었다. 도덕은 없다. 이 세상에는 도덕이 없었다. 그리하여 이성이 없었고, 그렇기에 사나우며 척박했다. 이세계란 그런 곳이었다.
언제나 눈을 뜨면 평소와 같은 아침이 찾아 올 것이라 생각한다. 이것이 환상이라고, 현실이 아니라고, 누군가가 그리 속삭여주며 나를 꿈에서 꺼내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저 그렇게 웅크려 절망에 빠져 있다면 역시 누군가가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 줄 것이라고 소망한다. 당연히 누군가가 나를 구원해 줄 것이다. 어딘가의 착한 사람이 이런 내게 손을 내밀어 줄 것이다. 사람이라면 사람을 돕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나는 그리 믿었고, 또 믿었으며 마지막까지 믿었다.
그러나, 구원은 없다.
지옥에는 구원이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옥이 아니던가.
“아, 존나 추워!”
레나랑 위니아 이 씨발년들이 돈을 안줘서 오늘은 강제 노숙행이다. 춥고 배고프고 몸도 쓰리니 무슨 엿먹을 오만가지 잡생각이 다 들었다. 너무나도 슬픈 것은 나의 억울함을 하소연할 곳이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다.
기온은 떨어져 가는데 돈을 못 받아서 오늘은 마구간에서도 못잔다. 이런 날을 대비해서 저금을 했어야 하는데, 내게는 저금한 돈이 단 한푼도 없었다. 돈을 제대로 받았으면 당연히 수중에는 몇푼 정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게 가능할리가? 애새끼들 죄다 내 돈 삥땅처먹던데? 머리가 검은게 죄냐? 뭐? 바바리안은 인간의 말을 못 알아들어? 차라리 왕은 인간의 마음을 모른다고 해라! 그럼 반란하는거 다 이해해 줄게! 씨발년들. 내 언젠가 다 죽인다.
아무튼 노숙이다. 나는 아까 전까지 고블린의 대가리를 담아두고 있던 피칠갑이 된 자루 속에 들어가 잠을 청하기로 했다. 이 자루는 내가 가진 물건중에 가장 가치 있는 물건이었다. 쓰레기장에서 주워 온 물건이지만, 이런식으로 물건도 담을 수 있고, 추울때는 침낭처럼 쓸 수도 있었다. 언제나 피범벅이 되어 있는 것이 문제긴 했지만, 그런것을 전혀 신경쓰지 않게 된지도 제법 되었다.
나는 자루를 들고 적당한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부랑자와 노숙자에게도 법도가 있고 도리가 있기에, 상대방의 영역을 침입해선 안된다. 그것을 잘 재고, 눈치껏 행동해야 한다. 안그러면 살육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거리에서 거지가 하나 죽어나가는 것은 그리 큰일도 아니었기에 그 누구도 신경쓰지 않았지만.
그다지 명당이라고 할 수 없는곳, 어둡고, 습하고, 주변에 물이 항상 고여있어 아무도 자리잡지 않는 이곳에 바로 내 자리였다. 거지에서 F급 모험가로 전직을 했건만, 달라진 것은 딱히 없었다. F급이나 거지나 똑같은 것이다. 진정한 모험가는 E급부터 시작이다.
그리 지쳐 눈을 감는다. 한기가 골수까지 스며드는것 같다. 춥다, 배고프다. 좆같다. 이 부정적인 감정들을 억눌러야만 잠을 잘 수 있었다. 하루 과제중에 가장 어려운 것이었다.
집에, 집에 돌아가고 싶다.
어머니, 나의 어머니. 아버지, 나의 아버지. 그 따뜻했던 나의 집, 나의 고향으로 저는 돌아가고 싶습니다.
뼈가 사무쳐 아파온다. 부모님들의 얼굴을 보고 싶었고, 도시의 매캐한 공기가 그리웠으며, 기름이 흘러 넘치는 싸구려 패스트 푸드를 먹고 싶었다. 이제 손을 뻗음에도 닿을 수 없음이라, 그것들이 너무 찬란하게 아른거려왔다…
그러나 아무것도 없다.
ㅡ성냥팔이 소녀가 본 환영처럼.
이곳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나도, 그곳도.
“…”
누적된 피로가 고마웠다. 어쩐지 나른해져 졸음이 쏟아졌다. 졸음과 함께 눈물이 쏟아지니, 별빛 또한 나의 마음을 알아 함께 쏟아져 내렸다. 고맙지만 반짝이지는 말아라, 나는 지금부터 잘테니.
***
“기상창.”
잠에서 깨어나 일어나는 것은 마치 죽었다가 깨어났다는 듯이 굉장히 어색하고 괴로웠고 끔찍한 것이었다. 죽음 뒤의 소생에 이르면 대부분의 인간들은 환희에 빠지겠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죽었던 육체의 감각이 선명하게 남아있었으니까. 억지로 죽은 몸에 영혼을 쑤셔 박아 넣은듯한 불쾌감이었다.
나는 내가 아닌것 같은 채로 일어섰다. 미쳐버리겠다. 돌아버리겠다. 눈을 떠도 아직 이세계다. 도대체 무슨 트리거였을까. 뜬금없이 무슨 조건을 만족해서 오게 됐다면, 역시 비슷한 느낌으로 돌아갈 수 있어야 옳을 것이다.
그러나 그리 되지 않는다.
우울한 마음으로 나는 움직였다.
목적지는 도시의 쓰레기장이었다. 어제 같은 사냥보조및 짐꾼 업무는 모험가 길드 앞에서 파티를 만들고 가는 일이고, 오늘 하려고 생각한 일은 쓰레기장 청소였다. 도시에는 끊임없이 쓰레기가 발생하며, 이것을 치울 사람은 언제나 필요했다.
어제 맞은 통수가 아직도 얼얼하니, 길드 쪽으로는 갈 생각도 들지 않아서 나의 다리는 자비없이 쓰레기장 쪽으로 향한다. 일당은 싸지만 폭행을 당하진 않을 것이다. 물론 길드에 실적을 올릴 수도 없겠지만…
“사람 많네…”
새벽 인력 시장을 방불케 하는 쓰레기장은 과연. 나같이 남루한 차림을 한 떼꾸정물의 노동자들이 서성이고 있었다. 직원이 출근을 하면 우리들을 선별해 데려갈 것이다.
“싯팔 거 아침만 좀 처먹고 하면 좋을 것은데.”
돈이 없었다.
해가 뜰려고 하니 깔끔한 차림의 수염이 많이 난 직원이 나왔다.
“여기, 오늘 일 할 사람은 이쪽으로 줄을 서시오.”
부랑자들이 슬금슬금 줄을 만들기 시작한다. 하나, 둘. 셋. 눈치있게 네번째 자리에 선 나는 앞에 서 있는 유감스러운 분위기의 세명을 보며 오늘은 일을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을 한다고 왔지만, 당연히 모두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쪽은 팔이 한쪽이 없군. 그러면 일을 할 수는 없겠어.”
“그게 무슨 소리야! 나도 이런 일쯤은 할 수 있다고!”
“소리를 질러? 당장 안 꺼지면 남은 한 팔도 뽑아버리는 수가 있어.”
“…큭!”
내 앞에 있던 외팔이가 빡구를 먹었다. 불쌍한 놈. 저런 애들은 뭐 먹고 사는지 걱정되기는 하는데, 딱 그뿐이다. 이 세상에서 내가 제일 걱정이다. 아무튼 사지 멀쩡한 내 신체에 감사해지는 아침이었다.
“바바리안인가? 도시까지 들어와서 힘들게 사는군. 힘 좀 쓰게 생겼으니 합격.”
“감사합니다.”
“다음.”
그렇게 일을 받을 수가 있었다.
선별된 인원들과 함께 작업장으로 이동을 했다. 그곳은 의미 그대로의 쓰레기장이었다. 도시의 쓰레기들이 모이고, 우리 같은 쓰레기 역시 모인다. 이곳에 쓰레기가 아닌 것이 없었다.
“와, 존나 많네. 냄새도 개 애져, 씨이팔.”
지금부터 할 일이 저것들을 치우는 것이었다. 1차적으로 도시 쓰레지장에 모인 쓰레기들을 성벽의 바깥인 미개척 지대 쪽에 버린다. 크라스하임은 미개척 지대와 바로 맞닿아 있는 곳이라 쓰레기를 이런 식으로 처리했다.
삽을 받은 나는 구루마에 쓰레기들을 퍼 담았다. 쓰레기를 꽉꽉 채워서 감독관의 눈치를 보면서 바깥으로 난 작은 통로로 나가 버리고 오면 되는 것이다.
“흐읍!”
썩은 냄새가 진동을 한다. 별의 별 것들이 죄다 버려져 있었다. 플라스틱 같은 것들이 없다는 걸 빼면 현대와 그리 다르지도 않아 보였다. 특히 마탑에서 나왔다는 쓰레기들이 제일 앰창이었다. 온갖 몬스터의 썩은 육편이나 알 수 없는 악취를 내는 것들이 산더미였다.
“후우!”
그리 수레를 가득 채우고 그것을 잡아 끌었다. 기회를 보면서 쉬엄쉬엄 할 수는 없다. 뺑끼치다 걸리는 순간 일당이고 나발이고 바로 꺼지라고 할 테니까.
나는 성실하게 일했다.
“용무.”
“이것 좀 내다 버리고 오겠습니다.”
경비병은 피곤한 눈으로 통로를 나서는 나를 잡아 세웠다. 그는 형식적으로 수레를 살폈다. 물론 만지지도 않고, 가까이서 보지도 않았다. 냄새나는 것들을 살피고 싶진 않을테니까.
그는 정말 편해보였다. 나도 장래엔 경비병이 되고 싶다.
“아.. 씨발… 힘들다…”
아침도 안먹고 점심 휴식시간조차 없이 일을 했다. 슬슬 진이 다 빠지려고 한다. 태양이 하늘의 한가운데에 떠 있으니, 몹시 더웠고 냄새도 심해지는 것만 같다. 이러다 독가스 같은 걸로 뒤질까봐 걱정이었다. 혹시 모른다. 뒤지면 집으로 돌아가질지.
“씨발 말도 안되는 소리지.”
그렇게 인고의 시간을 감내하며 무한히 삽질을 하고 있었을때, 뭔가가 눈에 들어왔다.
“어라, 이건.”
흥미가 생긴 나는 손으로 그것을 잡아 뽑았다. 그것은 손잡이였다.
“칼?”
주륵, 하고 쓰레기 더미에서 뽑혀 나온 것은 녹이 슨 낡은 숏소드였다. 그것은 칼집도 없이 버려진 것으로 보였다. 녹을 벗기면 쓸만한 칼이 되겠지만, 내게 그런 기술은 없었다.
“음…”
그런데 생각보다 제법 괜찮아 보였다. 녹은 많이 슬었지만 이도 많이 안나갔고, 깨지거나 파손된 부분도 없었다. 왠지 쓸만할 것 같다는 생각에 나는 그것을 챙기기로 했다.
허리에 무기라도 있으면 그나마 가오가 살 것이다. 맨손으로 다니는 거랑 무장을 하고 다니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을 테니까. 모르긴 몰라도 이거에 찔리면 파상풍에 걸려 뒤지지 않을까 싶다.
나는 칼을 등에 둘러멘 자루에 담을까 하다가, 그냥 허리에 거는게 나을 것 같아서 근처에서 끈을 주워 허리에 감아 그곳에 칼을 걸었다.
아무튼 시간은 결국 흘렀다. 아침부터 저녘까지 쉬는 시간 하나 없이 오질나게 쓰레기를 퍼담아 밖으로 버리고 오니, 어느덧 황혼이 내려 앉은 시간이었다.
“노동자들은 이쪽으로 오시게.”
감독관이 인부들을 불렀다. 그는 인부들의 수를 세고 한명당 3쿠퍼씩의 임금을 지불했다. 구리로 된 동전을 받는 손에 감격이 서렸다. 그 좆같은 일을 다하고 고작 3쿠퍼였다. 그러나 이것이 있으면 밥을 먹을 수도 있고, 지붕이 있는 곳에서 잘 수가 있었다. 원한다면 한번 정도는 씻을 수도 있는 것이다.
안 울고 베기겠는가. 지금 온몸에서 좆같은 냄새가 나서 불쾌한 와중에도 기분 만큼은 좋았다. 이게 어제 레나랑 위니아 그 두년한테 5쿠퍼를 다 받았으면 이 정도는 아니었을텐데.
증오심이 차올랐다.
쓰레기장을 나섰다. 주변은 일을 마치고 돌아 오는 것으로 보이는 모험가들로 북적였다. 그들은 갑옷을 입거나 좋아보이는 칼로 무장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나도 부러웠다. 나도 적어도 저 수준까지만 된다면 이리 비참하게 살지는 않을 것이었다.
나는 주눅이 든 채로 구석길로 걸었다.
“저 거지새끼 냄새 존나 나네.”
“저거 바바리안 아니야?”
“어? 맞네? 야, 너 이리 와 봐.”
그러나 시비가 또 걸려왔다. 상대방이 두명이나 되는 것을 본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전력질주(全力疾走)로 도망쳤다. 여기서 잘못 걸리면 오늘 하루 겨우 벌은 일당을 빼앗길 수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