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herworldly dark-haired alien RAW novel - Chapter (731)
〈 731화 〉팔라딘 김캇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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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에 있던 하녀가 차를 내왔고, 나는 영주와 간단히 인사를 한 뒤에 그의 맞은편 소파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차는 홍차였다.
맛은 뭐 시발 내가 차 맛을 자세히 아는 건 아니라서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분간은 못 했다. 그래서 대충 존나 맛있다고 아가리를 털다가 본론으로 들어갔다.
“대신전에서 이렇게 팔라딘님을 직접 보내주시니 정말 감사하기 그지없소. 그래서, 이렇게 오셨다는 것은…”
“이번 일에 대해서 영주님과 협의를 하기 위함입니다.”
“협의라.”
이번 일을 어떻게 해 나갈지 협의를 해야만 한다.
“우선 확인할 것이 있습니다만, 영주님. 대신전 측에 교회 건축과 헌금을 대가로 도움을 요청하신 것이 맞습니까?”
“맞소. 아주 정확하게 알고 오셨군.”
영주는 자신 있게 대답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편지에도 써놨다시피 현재 병력을 막 움직일 수가 없는 상태요. 거기에 이 근처에서 제법 이름을 날리던 용병대마저 박살 나서 다른 용병들도 의뢰를 거부하고 있는 상태고.”
ㅡ홀짝.
목이 탄다는 듯이 홍차를 홀짝인 그의 부연설명이 이어졌다.
“…내 소유의 마을 쪽에서 실종자의 발생이나 처참한 시체가 발견되는 사건이 늘어나고 있소이다. 모험가들도 두 손 두 발을 다 든 상태인데… 알다시피 그리 큰 영지가 아니라서 기사가 없소이다. 내 개인 호위는 있어도.”
왕실에는 왕국기사단이 있지만, 대부분의 귀족은 `기사단`이라고 칭할만한 집단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일단 월급만 해도 존나 비싸니까.
끽해야 몇 명 정도 개인적으로 고용하고 있을 뿐이다.
이스반트 영주조차 기사단을 보유하지는 않았다.
이 영주님은 개인적으로 고용한 기사도 없다는 모양이다. 사실 있어도 지금 타이밍에 써먹기는 곤란했을 것이고.
“하지만 그 개인 호위를 써먹을 만한 일은 아니지.”
“확실히 그렇겠군요.”
이것저것 생각해본 결과 지금 영지 내 병력이나 상황으로는 사건 해결이 불가능하고 판단하고, 차라리 그냥 이번 기회에 교회랑 친교를 좀 다져보고자 SOS콜을 한 것이다.
“그리고… 나는 예전부터 놋쇠성천사회의 교리에 관심이 아주 많았소. 팔라딘님께서 이번 일을 잘 해결해 주신다면 얼마든지 조건을 이행할 것이오.”
“예. 잘 알겠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성녀님께서 저를 파견 보내신 이유는 영주님의 뜻을 확인하고, 그 뜻이 아직 유효하다면 일을 받아들이고, 해결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영주는 내가 일만 해결해준다고 하면 얼마든지 자기가 건 조건을 이행해 준다고 호언장담을 했다. 뭐, 그렇다면 믿어도 된다. 나한테 구라를 친다는 것은 성녀님한테 구라를 친다는 것과 동일한 의미니까.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은 아니다.
말 그대로 약속한 대로 움직이는 사람.
사실 이런 작은 영지에서 교회를 상대로 구라를 깔 일은 없다.
“영주님이 본교의 발전을 위해 힘을 써주신다고 하셨으니, 성녀님의 팔라딘으로서 마땅히 도와드려야지요.”
“허어… 한시름이 놓이는군. 정말 고맙소.”
내가 말하자, 그제서야 마음의 짐이 덜어졌다는 듯이 영주가 소파에 몸을 기대었다.
“흐흐흐, 다 영주님께서 덕이 많으신 것입니다.”
“하하하, 그리 띄워주시니 부끄럽군.”
잠시 몸을 기대고 있던 그가, 갑자기 눈을 빛내면서 나를 보며 물었다.
“헌데… 팔라딘께서는… 미르케샤 출신이오?”
“보시다시피 그렇습니다. 놋쇠성천사회는 세간에 퍼진 인식보다는 개인의 됨됨이를 따지는 편인지라. 야만인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등용이 되었지요.”
특이하기는 할 것이다.
아직도 미르케샤 유목민 부족들과 마찰을 일으키고 있는 영지가 있다고 하니까. 그들의 영역과 맞닿아 있는 곳에서는 전투가 종종 일어나고는 한다.
“뭔가 신경 쓰이는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아니, 그런 건 아니오. 미르케샤 출신이라고 하니까 호감이 생겨서 그런 거요. 과연 강인해 보이시는군.”
“호감 말입니까?”
“선친께서는 유목민들의 땅에서 발견된 광산 점령전에 참전했다가 병을 얻었소. 그다지 좋은 사람은 아니었는데, 그 병세 때문에 결국 시름시름 앓다가 타계를 해버리셨지. 유목민들이 사용하던 독 때문에 약화가 된 탓이었소.”
아니 그럼 씨발아 호감이 아니라 비호감이 생겨야지.
제정신이냐?
“아니, 그런데 호감이 생긴다는 말입니까?”
“하하하. 팔라딘님이 내 선친에 대해서 몰라서 하는 말이오. 절대로 좋은 사람이 아니었소이다. 그래서 선친께서 작고하신 뒤로 유목민들에 대한 인식이 썩 좋아졌더랬지.”
남의 아빠에 대해서 뭐라고 말을 할 수는 없었기에 그냥 적당히 대답을 했다.
뭐 물려받을 재산도 있겠다, 아빠가 망나니였으면 죽기를 바랬을 수도 있다.
아무튼 이야기를 돌려서.
“교회건립에 대한 협의는 제가 일을 해결하고 나서 대신전에 보고를 한 뒤에 진행하게 될 것입니다. 괜찮겠습니까?”
“알겠소.”
이걸로 교회 건립에 대한 이야기는 대충 끝났다.
영주는 그것을 증명해주겠다는 듯이 미리 준비해둔 확인 문서 여러 장을 내게 건네줬다. 전부 영주의 인장이 찍힌 물건이었다.
문서를 제대로 확인한 뒤에 품에 집어 넣었다.
“영주님. 그 괴물이라는 놈의 정보가 있습니까?”
“아아. 최대한 모아보기는 모아 봤소.”
그것에 대한 문서 역시 그가 넘겨줬다.
“처음에는 농촌 마을 쪽에서 강력 사건이 비정상적으로 폭증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 이 일을 인지했소.”
영주의 얼굴은 진지했다.
“마을이 조금 외진 곳에 있고, 주변 산이나 숲에 몬스터가 있다고는 해도 이런 식으로 피해가 크게 발생하는 것은 정상이 아니오. 이쪽 지역에는 농부들을 대량 학살할만한 몬스터들이 남아있지 않으니까. 기껏해야 외부에서 흘러들어온 떠돌이 몬스터들이 굶주림을 이기지 못하고 나그네들을 습격하는 정도가 끝이오.”
평소에 몬스터에 의한 피해가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최근에는 비정상적으로 강력 사건이 폭증했다고 한다.
“당연히 처음에는 모험가 길드 쪽에서 먼저 조사를 실시했소. 그런데 여기서 사상자가 다수 발생한 거요.”
이 지역과 이스반트쪽은 모험가 체계가 살짝 다른 것 같았다. 그쪽이야 일도 넘쳐나고 좆거지들도 넘쳐나니 모험가 직종의 병신 농도가 아주 높다지만, 이쪽은 아니다.
“해결도 안 되고, 강력 사건도 계속 일어나는데 병사를 섣불리 움직일 수가 없는 상황이라… 근처에서 이름을 좀 날리고 있는 버클렌 용병대한테 의뢰를 넣었소. 그런데 개박살이 났다더군.”
이름난 용병대라고는 하지만, 상당히 소규모라고 한다.
그래도 나름 명성이 있는데 죄다 박살이 났단다.
“그 용병대의 생존자가 하나 있었는데, 그의 증언에 의하면, 은빛 털을 지닌 괴물 같은 것이 용병들을 죄다 도륙했다고 하더군. 자기는 난생 그런 괴물을 처음 봤다고 했소. 거기에 너무 충격을 받아서 기억도 제대로 못 하고 있는 상태였지.”
은빛 털?
은색 털을 지닌 몬스터가 있었나?
그냥 하얀색이랑 착각을 한 것일까? 그러면 사스콰치인가? 지난 겨울에 상대했던 사스콰치를 떠올려 보았다. 등이 굽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보다 머리 세 개 쯤은 더 큰 근육질의 괴수. 일반 주민이라면 사스콰치 혼자서 대량 학살을 할 수도 있겠지만, 용병대라면 글쎄.
무엇보다 지역상으로도, 기후상으로도 말이 안 된다. 사스콰치일 확률도 있지만, 내 생각에는 다른 몬스터일 것 같다.
“흐음… 용병이면 그래도 산전수전 다 겪었을 텐데, 그렇게 박살이 났다는 말이로군요.”
“그렇소. 병력을 뺄 수 없는 이유 중에 하나요.”
“하긴. 놈을 잡아도 병사들이 죽으면 곤란하겠지요.”
“바로 그거요.”
고개를 끄덕인 영주가 지도를 하나 꺼내서 건네줬다.
“여기, 피해 상황을 기록해 놓은 지도요. 추적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오. 거기, 빨간색으로 동그라미를 쳐둔 부분이 용병대가 몰살당한 장소요.”
“감사합니다.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과연 영주답게 기본적인 일 처리는 다 해둔 상태였다.
군대만 움직일 수 있다면 진작 다 해결을 했겠지. 아무리 용병대가 강해도 수가 엄청 많은 것은 아니었다. 소규모 용병대라고 했으니까.
영주군이 다 나섰다면 해결을 했을 것이 분명하다. 물론 피해는 다수 생겼겠지만 말이다.
“그럼 일 처리를 한 다음에 찾아뵙도록 하지요. 뭐가 됐든, 그 `은빛 털`을 지닌 괴물의 대가리를 뽑아 오겠습니다.”
그 새끼만 잡아 죽이면 되는 일이다.
“오오, 정말 믿음직스럽구려!”
영주가 무릎을 탁 치면서 기쁨을 표출했다.
“그런데 막상 듣고 보니까 팔라딘님의 정확한 실력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오만… 아. 이상한 뜻은 아니오. 순전히 팔라딘님이 얼마나 강한 전사인지 궁금증이 생겼을 뿐이오.”
내가 얼마나 강한지 궁금한 것인가?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실력을 보여주실 수 있겠소?”
어렵지 않다.
“영주님. 혹시 날붙이 같은 것을 가지고 있으십니까?”
“지금 편지칼은 있소만… 설마?”
나는 바로 편지칼을 받아 들고 진지하게 자세를 잡았다. 자세를 잡은 다음에는 무엇을 해야 하겠는가? 체내의 마나를 외부로 분출시켜서.
ㅡ츠팟!
검기를 만들어낸다.
“소, 소드 오러!!!”
작은 편지칼에 푸른색의 검기가 휘감겼다. 그것을 본 영주가 눈을 크게 뜨면서 놀라 소리쳤다. 검기 사용자는 흔한 것이 아니다. 귀족이라도 놀라울 것이다.
“엄청난 실력자셨군…! 금방 해결되겠소!”
“흐흐흐, 당연한 일입니다.”
ㅡ츠즛.
바로 검기를 꺼트리고 편지칼을 돌려주었다.
“그럼 영주님. 금방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알겠소!”
그렇게 당부의 말을 몇 마디 더 들은 다음에 영주성을 나섰다. 나가려고 하니까 하인이 다가와서 아까 성에 들어가기 전에 제출했던 뷔갈을 들고 왔다.
바로 허리에 착용하고 여관으로 향했다.
가서 짐만 챙겨서 바로 출발해야겠다.
어차피 아직 아침이고. 사건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보면 적어도 그 괴물이 이 일대를 벗어나지 않았다는 뜻이 된다.
소규모 용병대 하나를 몰살하지 못해서 도망자를 남겼다?
나였으면 그런 짓 안 한다.
괴물이 일부러 안 했을 리는 없고, 아마 실수를 하거나 실력이 딸렸던 것이겠지. 그 정도 새끼라면 내가 충분히 잡아먹을 수 있다.
아무튼 오늘은 탐색을 한다손 쳐도 놈을 발견만 한다면 그 자리에서 절단을 낼 자신이 있다.
그렇게 여관에 도착했다. 구태여 짐을 다 들고갈 필요는 없겠지. 식료품만 챙기고 수통의 물을 다 채운 다음에 숙박 기간을 연장하고 나왔다.
목적지는 그 용병대가 몰살을 당했다는 숲이었다.
* * *
숲의 이름은 그냥 `어둠 숲`이라고 간단하게 불리는 모양이다.
깊고 큰 숲인데, 워낙에 울창하고 어두워서 그렇게 불린단다. 특징을 하나 뽑아 보자면 여기에는 숲을 관통하는 길이 하나 나 있는데, 상인이나 나그네들이 무리를 지어서 횡단을 하기는 한다고 한다.
ㅡ…
물론, 지금 그 숲에 인기척이라곤 단 하나도 없었다.
당연히 용병대가 몰살을 당했다는데 이딴 길을 쓸 용자는 없다. 있었어도 이미 다 뒤졌겠지.
아무튼 이 큰 숲을 중심으로 그 사면에 마을이 있다는데, 그 마을들의 피해가 상당히 크다는 모양이다. 아마 정황상 이 숲에 숨어든 괴물이 요리조리 움직이면서 살인사건을 저지르고 다니는 것이겠지.
“개 씨발련 같으니라고.”
일단 지도에 표시된 쪽, 그러니까 용병대가 몰살을 당했다고 한 곳 근처로 찾아가 보려고 했다. 지도에 표시를 해놨다지만 정확한 것은 아니다.
생존자의 증언을 바탕으로 표시한 것이라고 주석이 적혀 있었으니까.
ㅡ저벅저벅.
숲은 기이하게도 고요했다.
공기도 차갑고 습하다.
어제 비가 내렸으니까.
이런 어둑어둑하고 불길해 보이는 숲 길을 혼자서 거닐고 있음에도 별로 두려움이 생기거나 하지는 않는다.
“흐흐흐.”
지금 내 손에 들려있는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니라 나의 진정한 친구이자 성검인 활인검. 뷔갈이었으니까. 믿음직한 전우. 그리고 절친한 소꿉친구가 함께 하는데 두려울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끼에에에에에엨…!!!”
오히려 파괴적인 욕구에 사로잡히는 듯한 느낌이다…! 마을 주민들을 해치고 있는 분충은 팔라딘이 용서하지 않아요!!!!!!!!
ㅡ화르륵!
벌써부터 몸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그 끝을 알 수 없는 투지와 분노가 발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발바닥을 타고 올라오고 있다.
ㅡ레후…!
숨이 뜨겁다. 마차 아가리에서 화염이 뿜어져 나오는 것처럼 느껴진다.
정신이 고양되고, 감각이 확장된다.
요동치는 마나가 나의 육체를 강인하게 만든다…!
“데쟈아아아앗…!”
최근에 마음껏 칼질을 할 일이 없어서 이런 것이냐? 확실히 저번에 리자드맨들을 도륙했을 때 이후로 내 모든 것을 터트리고 싸운 적이 없었다. 억눌리고 있었던 욕구의 달성이 눈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뭔가를 죽이고 싶다는 비인간적인 파괴 욕구가 나의 심장 속에 채워지고 있었음을 자각했다…!
그리 사방을 주시하면서 숲 속을 주파하고 있으니, 뭔가가 눈에 들어왔다.
저건가?
가까이 다가가 보니 시쳇더미가 한 아름이었다. 보니까 이 새끼들이 몰살을 당했다던 용병들인가 보다.
“머여 시발.”
시체들은 거의 뭐 벌써 죄다 백골이 되어 있었다. 깊은 숲에 방치된 채 시간이 흘렀으니 당연한 일이다.
근데 장비를 누가 가져간 흔적이 없었다.
괴물에 대한 소문 때문에 아무도 안 온 건가?
생각보다 똑똑한 사람들이 사는 동네였던 모양이다. 이스반트나 크라스하임 근처였다면 괴물이고 나발이고 이 고인들의 장비를 챙겨서 한몫 잡으려고 목숨을 내던지고 달려들 무뢰배들이 한트럭일텐데 말이다.
역시 변방이랑은 사람들 성향 자체가 다르구만.
“흐음.”
그런데… 장비들의 상태가 다 이상하다.
“…어떤 씹새끼가 이래놨지?”
용병들의 갑옷, 그러니까 철판으로 된 흉갑이 죄다 세 갈래로 `찢겨져` 있었던 것이다. 마치 뭔가 거대한 손톱을 지닌 새끼가 산혼철조로 찢어놨다는 것처럼.
거기에 해골들의 상태도 영 아니었다.
죄다 박살이 나거나 깨지고 찢어져 있다.
괴력을 소유하고, 날카로운 손톱을 지닌 몬스터?
그리고 은빛 털의?
뭐가 있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