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herworldly dark-haired alien RAW novel - Chapter (845)
〈 845화 〉검은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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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는 이제 없다! 그러니 안심해라, 기사! 너는 구출된 거야!!”
“구출이라니…! 나는 이 암흑 속에…!”
지금 정신이 혼미한 상태인 것으로 판단된다.
뒤졌다가 다시 살았는데 당연히 카오스한 기분에 빠질 수밖에 없기는 하다. 세상 누가 죽었다 깨어나는 경험을 또 해보겠는가. 그래서 이럴 경우에는 뭔 지랄을 해도 소용이 없다.
계속해서 몰아치듯이 물어봐야 할 뿐!
“지랄 말고 너는 누구고 어디에서 온 것이냐!!! 신분을 밝혀라, 기사!!”
“모른다…! 기억나지 않아…! 나는 분명 그 전장에서…! 카학!”
“가장 중요한 부분을 기억하지 못하면 어떡하니, 이 씨발 살인마 새끼야!!”
“살인!! 으아아아악!!”
ㅡ들썩! 들썩!
ㅡ들썩! 들썩!
어디서 흥분을 했는지 데스 나이트가 갑자기 발작을 하면서 허리를 미친 듯이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발작과도 같은 발버둥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지금 팔다리가 없어서 그냥 허공에 좆질을 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렇듯 죽기 직전의 생명체는 필연적으로 번식하는 것을 갈망하기 마련이다.
생명과 죽음은 이어진 것이다.
죽음은 삶을 갈망하며, 삶은 곧 죽음을 불러온다. 어쩌면 데스 나이트는 이러한 교훈을 알려주기 위해 내 앞에 나타난 것이 아니었을까.
“우리의 깃발은!! 깃발은 어디 있지!!”
“뭐라고?”
여하튼 한참동안 허공에 좆질을 해대던 데스 나이트가 뭔가를 다급하게 외쳐댔다.
“기습을 당했다! 적들이 옆구리를 치고 들어왔어!! 돌아가면 아내와 함께 축제를 즐기려고 했는데! 이 사악한 네크로맨서! 그가 우리를 가두었다!!! 풀어줘! 어서 후퇴해야 해!! 측면 기습이다!!! 나를 구속하지 마!! 깃발을 탈취당했다…! 무기를 버려선 안 돼! 아아! 나의 아내와 함께 그곳으로!!”
“이런 미친 새끼!!”
존나 정신 사나운 말.
그것은 광인 특유의 두서없고 지리멸렬한 말을 마구잡이로 쏟아내는 엉망진창의 화법이었다. 이 새끼 완전히 돌아버렸다. 제정신도 아니고, 기억도 불분명하고 존나게 뒤섞여 있다.
심문은 불가능한 것인가?
정녕 알아낼 수 있는 것이 없는 건가?
ㅡ콰앙!
답답해진 나는 주먹으로 놈의 명치를 한번 강타했다.
“궈어어어억!!”
그러자 마치 거위 같은 소리를 토해낸 그가 이성의 편린이 조금은 엿보이는 듯한 어조로 천천히 말했다.
“하아… 이곳은 대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좋다! 가전제품이든 데스 나이트든 뭐든 때려야 말을 듣는 것이다!
“진정해라. 너는 구출되었으니까. 천천히 말해.”
“사람의 목소리…! 크윽…! 머릿속이…!”
“좋아. 천천히. 아는 것을 말해라. 지금 너는 제정신을 되찾았어.”
“제정신…? 아아! 내가 이성을 되찾는 시간은 길지 않다…! 그러기 전에 빨리…!”
“너는 어디서 왔지?”
“모른다! 위치를 몰라! 나는 어딘지 모르는 곳에 갇혀 있었다! 마치 검은 호수에 들어간 것처럼 기억이 불분명해…! 그렇지만 알 수 있다! 나는 여기까지 도망쳐 오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죽였어…!! 크흑!”
그것은 다급한 살인의 고백이었다.
“어째서 그들을 죽였지!! 대답해라!!”
“먹지 않으면 육체가 무너지고 만다…!”
이런 식인귀 새끼!!
“사악한 네크로맨서가 나에게 그러한 본능을 주입했어!! 그곳에는 나와 같은 자들이 많이 있었다!!! 깃발을 되찾아야 하는데!”
“너와 같은 자들? 설마 더 있는 것인가!”
놈은 마치 데스 나이트들이 더 있다고 암시를 하는 것처럼 말했다. 하기사 이 새끼 말마따나 이런 존재들을 제조하는 네크로맨서가 있다면 더 있기는 할 것이다!
강한 데스 나이트였다. 이런 것을 전력으로 삼기 위해서 연구나 실험을 하고 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놈들은 그런 짓거리를 한두 번 해본 것이 아니었으니까.
“이해할 수 없다…!! 아내가 기다리고 있는 도시가 없어!!! 나는 도망쳤다! 집으로 가야 해! 통제가 희미해진 틈을 타서 놈들 중 일부를 죽이고 도망쳤어!!! 하지만 내 영혼은 이미 속박되었다…! 측면 기습을 당해서 깃발을 탈취당하고 말았어…! 지휘에 혼선이 있었다…! 어서 후퇴해야 해! 우리가 무너지면 본대가 당한다! 전령이여! 전령은 어디 있는가!”
말이 너무 미친놈 같아서 제대로 된 해석은 불가능했으나, 요점만을 뽑아보자면 이 기사는 전쟁 중에 전사한 듯한 느낌이었고, 네크로맨서에게서 어찌저찌 탈출을 했다는 모양이다.
사악한 사술이 불안정하게 작용한 것인가?
그래서 이따금씩 이성을 되찾는 것?
중간 과정은 모르겠다. 어쨌건 전사한 이 기사의 시체를 주웠든, 영혼을 불러냈던지 해서 이것을 되살리기 위해 실험을 하다가… 결국 탈출을 허용하고 만 것이로군.
“나는 구속된 채 온갖 사악한 실험과 주문에 노출되었다. 뼈에서 살이 돋는 광경을 몇 번이고 보았지…! 다른 자들은 미쳐버렸다…!! 뇌와 뇌를 봉합한다고 해서 인격을 뒤섞을 수는 없어! 살을 잇고 척추를 교체해도 영혼은 못 찾는다! 그래서 그들과 함께 도망칠 수는 없었다! 내 잘못이 아니야! 깃발을 탈취당했다! 명령을 내려주시오, 장군!!”
“대체 너에게 깃발이란 뭐냐…!”
그는 깃발에 극도로 집착하면서 말을 쏟아 내었다. 살아있을 적에 기수였나? 아무튼 역시나 알아듣기 힘든 말이었지만, 이 데스 나이트가 되살아나는 과정에서 어떤 꼴을 당했을지는 눈에 선명하게 보이는 듯했다.
“그리고!!!”
ㅡ번쩍!
바로 그때, 데스 나이트의 몸체가 이제 막 잡힌 물고기처럼 풀쩍 튀어 올랐다. 발작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육체든 이성이든 전부 붕괴하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 해골의 마법사!!!!!”
“뭣…!”
붕괴 속에, 겁에 질린듯한 데스 나이트가 해골의 마법사를 언급했다…!
“그가 영혼을…!!!”
“…!”
중요한 단서다. 나는 즉시 귀를 기울이면서 녀석의 말에 집중했다. 무슨 미친놈 같은 말이 튀어나온다고 한들 제대로 기억하고 문서에 기록해서 보존을 해야만 할 테니까!
“측면을 기습당하고 깃발을 탈취당했다!!”
“야이 씹새야 깃발 말고 해골의 마법사 그거 뭐냐고!!!!”
대체 누가 측면을 기습했는데 씨발!!!!
“까학!!”
ㅡ추욱.
내 외침이 무색하게 발작을 마친 데스 나이트가 시꺼먼 피를 토해내고는 추욱 늘어졌다. 이 개새끼 이거! 제정신이냐!!!
“아오 씨발!! 이 깃발에 미친 새끼!!”
심장도 안 뛰고, 호흡도 하지 않는다.
더이상 증언을 들을 수는 없는 것인가? 바로 리샤를 바라보니, 심각한 얼굴로 손가락을 뻗은 그녀가 다시 흑마법을 부렸다.
ㅡ…
그러나… 데스 나이트가 다시 움직이는 일은 없었다.
이제 완전히 죽어버린 것인가? 에너지가 없다면 그럴 수 있다. 그리고 뭐 우리가 뒤진 놈을 다시 살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심호흡을 한 나는 극렬한 분노를 가라앉히면서 마음의 안정을 되찾았다.
그래도 몇 가지는 알아낸 것이 있으니까.
“애미 씨부랄.”
“일단 해부를 한 번 해보자꾸나.”
그래, 일단 해부도 해야지.
놈의 내장을 뒤지다 보면 사악한 마술의 흔적을 발견할 수도 있을 테니까. 나는 바로 쪼그려 앉으려고 하는 리샤의 어깨를 붙잡았다.
“잠깐만. 리샤. 뭐 폭발하거나 저주를 쏘아낼지도 몰라.”
“본녀도 알고 있느니라.”
ㅡ지이잉.
리샤가 흑마법을 전개하고는 데스 나이트의 복부를 가르기 시작했다.
“아으으… 너무 징그러워요…!”
“이 새낀 대체 뭐랑 전쟁을 한 거지?”
힐데가 기겁을 했고, 카린은 그쪽으로 관심을 보였다. 아쉽게도 갑옷에 문양 같은 것은 없어서 특정은 불가능했다.
“전쟁터에서 시체를 파내기라도 한 건가?”
“그랬을 수도 있겠는데… 알 수는 없지.”
나는 무겁게 대답했다.
현재로썬 알 수 없다.
“하아. 그런 그렇구 이건 진짜 깜둥이보다 더 심하네.”
“뭐?”
“아냐, 암것두.”
“싱겁기는.”
데스 나이트의 광기는 진짜였다.
“아무튼 캇트. 돌아가면 제대로 얘기해 줘야 해?”
“알았어. 그래도 지금은 리샤 하는 것에 집중하자.”
일단은 이것부터 구경을 해야 한다.
ㅡ뒤적뒤적.
데스 나이트의 복부와 가슴팍의 살과 가죽을 완전히 절개한 리샤가 자그마한 시꺼먼 손아귀를 소환해서 내장을 헤집고 정리하기 시작했다.
“끔찍하군요. 이게 바로 언데드…”
“생명의 기운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요.”
리즈 누나와 아리가 말한다. 우리는 지금 시체에 둘러앉아서 리샤가 하는 것을 바라보고 있는 중이었다.
ㅡ주물주물.
ㅡ쯔어어억.
검은 손아귀가 적출해낸 시꺼먼 내장을 눈밭에 늘어놓는다.
제국주의 시대 벨기에인들도 콩고인들은 피부가 검은색이니 내장도 당연히 검은색일 것이라는 논리 하에 그것을 증명해 보고자 죄 없는 콩고인들을 죽여 내장을 전부 뽑아내고는 했었다. 하지만 정상적인 사람의 내장이 검은색일 리가 있나. 자신들의 가설이 틀렸다는 것이 증명된 벨기에인들은 분노했고, 세상 어딘가에는 분명 검은 내장이 있을 것이라고 억지를 부려대면서 콩고인들을 계속 사냥했다. 이 과정에서 `콩고인들 내장 뽑아내기 대회` 라는 스포츠도 창조해서 지들끼리 경쟁도 하고 수상도 하고 사악한 개지랄을 떨었다는 것은 역사를 공부했다면 누구나 아는 유명한 이야기다.
여하튼.
이 적출된 내장들은 죄다 시꺼먼 색이었고, 내장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사악한 목적으로 창조된 인공적인 장기들로 보였다. 나도 사람을 제법 많이 죽여봐서 내장과 해부학에는 정통한 지식을 지니고 있다.
그런 내가 감히 말하건대 이건 절대로 정상이 아니었다.
“내장이 너무 이상한데?”
“응… 그러네요. 이게 대체 뭐죠?”
카린의 말에 리즈 누나가 고개를 끄덕였고.
“이건 인간의 내장이 아니야.”
클라우디가 동조했다.
“확실히 정상적인 내장은 아닌 것 같구나.”
“언데드니까. 필요에 따라서 기능에 맞는 내장을 만들어서 이식한 거겠지.”
내 추측을 늘어놓으니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언데드들은 `정상적인` 섭식이나 호흡을 할 필요가 없으니 내장이 좆망해 있어도 아무래도 상관없다.
오히려 효율을 따진다면 네크로맨서의 취향대로 커스터마이징이 된 내장을 쑤셔 박는 것이 더 낫겠지. 언데드에게 있어서 내장이란 생체 기관이 아니라 그냥 부품일 뿐이니까.
“근육도 기이하고… 뼈조차도 굉장히 흥미롭다고 할 수 있겠느니라. 굉장히 오래된 뼈인 것 같은데… 호오. 속을 이런 것들로 채워 넣었다니…”
리샤는 네크로맨서와 관련이 없는 여자였으나, 큰 흥미를 보이면서 계속 내장을 적출했다. 물론 우리들 중 그 누구도 이 미친 내장들의 용도에 대해서 감히 짐작할 수가 없었다.
그것은 저주와 사술. 그리고 편집증적인 광기에서 비롯된 비인간적인 산물이었으니까.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들은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ㅡ멈칫.
그리고 바로 그때였다.
“이건…”
“…”
“…”
리샤가 부리던 검은색 손아귀가, 몸통 깊숙한 곳에서 기이한 물체 같은 것들을 꺼내기 시작한 것이다.
무슨 빛나는 검은색의 장신구 같은 것도 있었고, 뭔 작은 조각상 비슷한 것이랑 기하학적인 무늬가 들어간 주먹만한 크기의 주사위 같은 것들도 있었다.
이것들은 대체?
“아티펙트인가? 리샤언니. 그거 뭔지 알겠어요?”
“대체 뭘까요…?”
“현재 어떠한 종류의 힘과 마력 같은 것이… 전혀 느껴지지가 않느니라.”
위니아와 힐데의 의문에 리샤도 제대로 된 해답을 주지는 못했다.
내가 봐도 존나 수상한 물건들이긴 하다. 저게 아마 데스 나이트의 동력원이나 정신 속박? 그리고 몸의 붕괴를 막는? 뭐 그런 용도로 내장안에 집어넣은 것이겠지. 재미로 넣지는 않았을 것이니 분명 용도가 있을 터였다.
“아마 지금 힘을 다 써서 그런 거겠지. 나랑 좀 박터지게 싸웠거든.”
“그럴 확률이 높느니라. 아무튼 이것은 챙겨두는 편이…”
“그래, 챙겨 둬야지. 일단 집에서 연구 잠깐 하고 교회에 제출해도 되지?”
“허락해 주는게냐?”
“허락이이고 뭐고. 일단 리샤가 우선이니까.”
“후후후, 고맙구나. 그럼 이것은 챙겨두도록 하겠느니라.”
어차피 보고서도 써야 하니까.
리샤 먼저 보게 하고 그다음에 성녀님한테 주면 된다.
그리 작업이 속행되었다.
리샤가 소환한 손이 마침내 데스 나이트의 뱃속을 전부 다 비워냈다. 놈의 두개골 역시 절개를 해보았는데, 안에는 언제 한 번 본 적이 있었던 검은색의 오브가 들어 있었다.
역시 힘이 다했는지 뭔가의 마력을 풍기지는 않았다.
거기에 좀 깨져 있었고.
그렇게 모든 것을 끄집어 냈을 때였다.
ㅡ주르륵.
ㅡ즈르륵.
“어머, 녹아내리고 있네요?”
“…”
데스 나이트의 육체가 빠르게 붕괴하기 시작하면서 시꺼먼 진물로 화했다. 뽑아냈던 내장들도 마찬가지였다. 남은 것이라고는 무기물로 이루어진 시꺼먼 갑옷과 이 사악하고 부정한 물품들뿐이었다.
이로서 고통받던 영혼인 데스 나이트는 완전하게 죽음으로 돌아갔다. 놈은 수많은 살인사건을 저질렀다. 당연히 죽어 마땅한 녀석이었다.
그래도 네크로맨서에게 개지랄을 당했다는 것은… 동정심이 생기는군. 나는 머릿속으로 심문을 하면서 알아냈던 사실들을 최대한 정확하게 복기하면서 정리를 해보았다.
놈이 나타난 것은 최근.
그렇다면 카르가 왕국 어딘가에서 제조되었을 확률이 높다. 그 이교도 놈들의 본거지가 어딘가에 분명히 존재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해골의 마법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