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verpowered Sword RAW novel - chapter 64
구스타프가 한 번 베어쳐서 흐름을 제압하면, 제롬은 열 번 휘둘러서 틈을 만든다.
흔들리지 않는 바위와 끊임없이 휘 몰아치는 파도.
극과 극의 전투방식이 정면으로 격 돌하면서 보는 사람들의 눈을 어지 럽게 만들었다. B랭크 이상의 강자 들만이 그 검합을 정확하게 따라갈 수 있을 정도였다.
“실력이 꽤 늘었구나, 제롬!”
구스타프가 사납게 웃으면서 검을 휘둘렀다.
싸움으로 잔뜩 끓어오른 피가 정신 을 고양시킨다. 강철처럼 광택을 띤 회백색 오러가 클레이모어를 집어삼 켰다.
그의 오러속성은 ‘강철(Steel)’.
공격력과 방어력을 겸비한 땅의 특 화속성이다.
“내려다보지 마라, 이 개자식아!”
그 칭찬을 모욕으로 받은 제롬이 부르짖었다.
물의 특화속성 증 하나인 ‘파도’가 그의 쌍검을 군청색으로 물들이자, 주인의 분노가 그 힘을 증폭시킨다.
조금 전보다 몇 배나 강렬해진 검 격이 맞부딪쳤다.
꽈아아아앙!
횡베기와 X자베기의 격돌.
둘 사이에서 터진 충격파가 공터를 휩쓸고, 저도 모르게 몇 걸음 나가 있었던 구경꾼들을 밀어냈다.
조금만 더 가까웠으면 살갗이 찢어 졌으리라.
“크읏!”
그리고 그 격돌에서 밀린 것은 제 롬이 었다.
양쪽 손아귀가 다 터졌는지, 쌍검
을 쥔 손의 팔뚝으로 붉은 피가 주 르르 흘러내리고 있었다.
경악을 숨기지 못한 그가 발작적으 로 소리쳤다.
“말도 안 돼! 네 어미는 오우거랑 붙어먹기라도 한 거냐!”
“그 아가리는 정말로 죽어야만 닥 칠 모양이로군!”
모욕적인 말에 분노한 구스타프가 검을 겨누었다. 우세하긴 했지만, 그 가 압도한 것은 아니었다.
평정심을 잃어버리면 이 형세가 뒤 집힐지도 몰랐다.
그는 여전히 제롬에게 화가 나있었
지만, 한편으로는 그 성장에 감탄하 고 있었다. 몇 달만에 바로 등 뒤까 지 쫓아오다니, 스스로를 끝없이 채 찍질했을 게 분명했다.
“왜 싸움을 걸었는지는 몰라도 이 정도로 하지. 안 그러면 둘 중 하나 는 죽어야만 끝날 거다.”
“그래! 그 하나가 바로 네놈이다!”
구스타프와 달리 제롬은 할 마음이 가득했다.
정말로 생사투를 할 각오로 온 것 인지, 살기등등한 기세가 줄어들 줄 모르고 계속 부풀어올랐다.
그와 반대로 그 눈빛은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설마 이 정도로 했는데도 밀릴 줄 은 몰랐다. 내가 널 많이 얕봤군. 지 금부터는 전력으로 가겠다.”
“뭐라고?”
구스타프는 그 말에 진심으로 놀랐 다.
아직도 숨겨놓은 힘이 있다니? 냉 정하게 생각해보면 허세일 게 틀림 없었지만, 제롬의 눈은 진지했다.
그때 였다.
“•••음?”
기분 탓이었을까. 구스타프가 본
놈의 눈동자가 붉은빛으로 물든 것 같았다. 순간적인, 그래서 확신할 수 없는 변화가 몇 초만에 일어났다.
지켜보던 사람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바로 그 직후에, 놈이 움직였다.
쩌어엉!
군청색의 벼락 두 줄기가 작렬했 다.
반사적으로 대검을 세운 구스타프 의 몸이 쭉 밀려났다. 그 속도와 위 력 모두가 조금 전과는 격이 다르 다.
잔상마저 쭉 늘어나면서 제롬의 스
피드를 쫓질 못한다.
이 장소에서 그의 공격을 제대로 파악한 것은〈안법〉을 쓴 레온분이 었다.
‘움직임은 좀 엉성하지만, 저건 카 렌급의 속도야…!’
어떻게 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 만, 제롬은 A랭크의 영역에 발을 들 여놓았다. 아직 B랭크 최상위에 불 과한 구스타프가 다 감당할 수 있는 속도가 아니었다.
우세하던 판이 단숨에 뒤집혔다.
안 그래도 스피드는 제롬이 우세했 는데, 그 우위가 몇 배로 불어나니
감당이 안 됐다.
파칫!
대검에 빗겨맞은 칼날이 구스타프 의 어깨를 도려냈다.
아 =7 … ”
아니, 어깨만이 아니다. 그 찰나를 놓치지 않고 스쳐지나간 검격의 수 가 셋.
특히 허벅지와 옆구리에서 흐르는 피가 상당했다.
구스타프의 몸 곳곳에서 피가 튀 고, 상처가 새겨진다. 방어태세로 돌 아섰음에도 제자리를 지켜내는 것조 차 힘들다. 그의 발밑에는 어느새
피웅덩이가 고이기 시작했다.
항복할 틈도 안 준다. 죽일 생각밖 에 없는 연쇄공격이 그를 조금씩 깎 아내고 있었다.
“ 대장!”
참다못한 한센이 그 안에 난입하려 고 했으나,
“어허, 결투에 제3자가 함부로 끼 어들면 쓰나.”
제롬의 부하들,〈늑대이빨〉용병단 이 그를 가로막았다.
여차하면 싸울 생각인지 무기도 다 들고 있었다. 인원수는 그들과 별 차이가 없는 넷.
〈강철의 발톱〉처럼 한 명 한 명이 B랭크인 정예다. 명분이 상대편에 있는데다가 힘 자체도 비등비등하니, 한센을 비롯한 용병들은 이를 갈면 서도 함부로 움직이지 못했다.
그리고 상황은 점점 구스타프에게 불리해졌다.
촤악!
비스듬하게 내리친 검에 선혈이 솟 구친다.
급소는 피했지만, 꽤 깊이 베였다.
현기증에 몸을 비틀거린 구스타프 가 자세를 잡자, 그 꼴을 본 제롬이 비웃으면서 칼날을 털어냈다.
“크하하하하! 다시 한 번 잘난듯이 말해보人지! 지금이라도 두 무릎을 꿇고 빌겠다면 살려줄 수도 있다 고?”
“ 네놈…!”
“그렇게 노려보면 뭐 어쩔 건데? 네 발밑부터 살펴보라고. 양동이 하 나 분량은 흘러나온 거 같은데, 얼 마나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냐? 응?”
구스타프를 조롱하는 제롬의 두 눈 이 붉게 번들거렸다.
짙은 피 냄새가 코를 간지럽히고, 생명력이 잔뜩 담겨있는 선혈을 보
고 있자니 그 본성이 깨어나려한다. 잔잔하던 호흡이 크게 거칠어진다. 군청색 오러가 희미하게 붉은색으
로 물드는 순간,
엘시드가 그 위화감을 즉시 알아차
리고 말했다.
[날 높이 쳐들고서 오러의 빛을 뿜어내라. 지금 당장!]
레온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
지시를 따랐다.
허리춤에서 봅혀나온 검이 하늘을 향해서 치켜세워지자, 그 주위에 있
던 사람들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 를 보았다.
결투에 집중하고 있는 두 명만은 예외였지만, 〈늑대이발〉과 〈강철의 발톱〉용병단도 마찬가지였다. 모두 가 그를 바라보며 의문을 품었을 때, 레온이 힘을 불어넣었다.
번쩍!
정화의 빛과 융합시킨 ‘태양’의 오 러가 온 사방으로 따스한 빛을 부려 냈다. 눈이 멀 정도로 강한 빛은 아 니었으나, 더러운 것을 지워내고 밤 의 어둠을 밀어낼 정도는 됐다.
〈오러웨폰〉과는 다른 방향으로 성
립한 유형화였다.
보통 사람에게는 따뜻한 빛에 불과 하나, 엘시드의 조언이니 뭔가 의미 가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 엇?!’
아니나 다를까.
“끄아아아아악;”
“탄다! 내 몸이 불타고 있어어어!”
“뜨, 뜨거워! 뜨거워어어억!”
〈늑대이발〉의 용병들이 땅을 구르 면서 몸부림치고 있었다. 제 피부가 뜯겨나갈 정도로 세게 긁어대는 자, 땅을 구르면서 빛이 닿지 않는 곳으
로 도망치려는 자. 멀쩡한 겉모습과 달리 전신에 불이라도 옮겨붙은 듯 한 반응이었다.
다른 사람이 볼 때는 지랄발광이나 다름없었다.
게다가 그 영향을 받은 것은 제롬 도 마찬가지였다.
“크으으으으….,,
온몸에서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제롬은 붉게 물든 눈으로 레온 쪽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덤빌 힘조차도 없는지 곧 쓰러져서 움찔거렸다.
달군 철판에 올려놓은 지렁이 같은
모습이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그 일을 벌였던 레온조차 당황스러 워서 말을 더듬었다.
엘시드가 시키는대로 했을 뿐, 뭐 가 어떻게 된 건지는 그도 잘 몰랐 기 때문이었다.
어째서 빛에 닿았을 분인 용병들이 발작을 일으켰는지.
A랭크에 들어선 제롬이 몇 초만에 무력화되었는지.
수많은 의문점이 그의 머릿속을 스 쳐지나갔다.
[뭘 그렇게 고민하고 있나.]그런데 엘시드는 별 거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이놈들, 전부 담피르(Dhampir)다. 그러니까 네 오러와 내 성력 앞에서 찌그러진 거야.]“담피르? 그게 뭔데.”
[뱀파이어와 인간의 경계선에 있는 자. 한 마디로 반푼이들이지. 햇빛 아래에서도 생활할 수 있지만 크게 약화되고, 밤의 어둠 속에서 몇 배 로 강해지는 놈들이다. 저 떡대를 압도했던 것도 그 덕분이겠지.]레온은 그 뜬금없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담피르라니, 그럼 흡혈귀랑 연관된 놈들이야?’
[그럴 가능성이 높겠지.]‘거 참, 술자리에서 한 이야기가 바 로 굴러들어오네.’
일단 상황정리를 할 필요성이 있어 보였다.
난데없이 발작하다가 쓰러진 제롬 과〈늑대이빨〉용병단, 그 외에도 많이 다친 구스타프의 치료도 문제 였다.
아닌 밤중에 할 일만 많아진 레온 이 한숨부터 푹 쉬었다.
“레온, 이 상황은 대체….”
중상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상 태로 다가온 구스타프가 설명을 요 구했다. 레온은 사실대로 다 말해주 려다가, 눈동자가 반쯤 풀려있는 걸 보고 마음을 바꿨다.
이야기가 너무 길어지면 도중에 쓰 러질 게 분명했다.
지금은 이 상황을 빨리 정리하는 쪽이 더 중요하다.
“흡혈귀입니다.”
“뭐라고?!”
반사적으로 큰소리를 친 그의 봄뚱 이에서 상처가 벌어졌다. 출혈은 물 론이고 통증 또한 상당할 텐데, 구 스타프는 단단히 굳은 표정으로 그 말을 경청했다.
레온이 허튼소리를 할 인물은 아니 라고 믿는 것이다.
〈강철의 발톱〉역시도 마찬가지였 다. 그들은〈늑대이발〉을 둘러싸고 그 신병을 확보한 채, 구스타프의
몸에 붕대와 약을 발라주면서 귀를 기울였다.
“제 오러에 반응하는 모습은 다들 보셨죠? ‘태양’의 오러에 그 정도로 거부반응을 나타내는 종족은 하나분 입니다.”
“아니, 그래도 흡혈귀라니.”
“하멜도 아까 말했잖아요? 제롬은 대장보다 몇 수 아래인데 오늘 시비 를 건 게 이상하다고. 게다가 그가 발휘했던 능력은 A랭크에 필적했어 요. 지난번에 봤을 때에는 대장보다 약했던 자가 갑자기 A랭크급의 강자 가 됐다? 수상하죠.”
물론 레온은 그 사실을 직접 깨달 은 게 아니라 엘시드가 한 조언에 따랐을 분이지만.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또 나름대로 일리가 있었다.
용병들의 실력은 하루아침에 늘지 않는다.
출신성분이 귀한 편이 아니기에, 그들은 오랜 경험과 고된 단련으로 한 걸음씩 진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제롬의 저 성장세는 너무 빠 르다못해 이질적일 정도였다.
“그런가. 그 말대로라면 나도 짐작 되는 게 있다.”
상반신의 절반 이상을 붕대질한 구 스타프가 말했다.
“결투 도증에 놈의 두 눈동자가 붉 게 빛났다. 한순간이라서 잘못 본 거라고 생각했다만, 아무래도 진짜였 나보군.”
그가 한 증언은 여러모로 결정타였 다.
레온의 말과 그 말대로 벌어졌던 현상, 대장의 증언까지 다 갖춰지자 용병들은 모든 의혹을 지워버렸다.
한센이 제 발밑에 쓰러져있는 놈을 툭툭 차면서 말했다.
“레온, 그러면 이놈들을 어떻게 처
리하는 게 좋을까?”
“확실하게 하려면 일단 자백부터 받아내야죠. 다른 곳으로 옮겨서 구 속해놓는 건 어때요?”
“…안 쓰는 예비창고가 하나 있었 지. 그쪽으로 가자고.”
그 말을 마지막으로〈강철의 발톱〉 이 재빨리 움직였다.
이해할 수 없는 결말에 웅성거리는 구경꾼들을 해산시키고, 제롬과 부하 들의 손발을 묶어서 등에 짊어진다.
예비창고는 그렇게 먼 곳이 아니었 다.
‘산양의 노래’ 주점에서 걸어서 5
분, 인기척이 없는 장소에 허름한 석조건물 하나가 세워져있었다. 레온 일행은 그 안에〈늑대이빨〉용병대 를 가둬놓고서 숨을 돌렸다.
제롬 한 사람도 아니고 용병대 전 체가 담피르로 변했으니, 개인의 일 탈이라고 보기 어려운 사태였다.
“도대체 무슨 짓을 저지르고 다녔 던 건지….”
구스타프는 착잡한 표정으로 의자 에 묶여있는 제롬 일행을 바라보았 다. 안 좋은 관계라도 해도 동업자, 몇 년이나 얼굴을 본 사이였다.〈스 캐빈저〉같은 이명이 붙었더라도 그 실력은 분명히 B랭크의 상위권에 적
합했다.
같은 의뢰를 받았을 때는 툴툴거리 면서도 서로의 등을 지킨 적도 있었 으니, 심경이 더욱 복잡했다.
레온은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속으 로 생각했다.
‘엘시드, 담피르에 대해서 알고 있 는 걸 가르쳐줘.’
[그래.]
엘시드는 그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 이 대답했다.
[담피르는 뱀파이어의 피를 재료로 한 시약을 복용한 자를 말한다. 아 까도 말했듯이 낮에는 크게 약해지
고, 밤에는 크게 강해지지. 뱀파이어 수준은 아니지만, 재생력도 발현하 고, 은제 무기와 접촉하면 화상을 입는다. 흡혈능력은 없어서 송곳니가 보통 사람들과 똑같고, 흑마법도 못 쓴다. 어설픈 혼종이지.]
‘반푼이라고 한 게 괜한 말이 아니 었네.’
[뭐, 한밤중에 상대하기는 좀 까다 로운 것도 사실이다. 네가 성검과 ‘태양’의 오러를 지녔기에 쉽게 요리 한 거지.]아닌 게 아니라 그 말대로였다.
B랭크 최상위권의 구스타프조차 제
롬이 본색을 드러내자 몇 분만에 낭 떠러지 끝까지 몰려야했다.
담피르는 단순히 밤에 신체능력만 좀 오르는 게 아니라, 그 생명력과 역량 모두가 폭발적으로 증폭된다. 오러의 출력이나 밀도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레온이 순수하게 기량으로 그와 맞섰더라면 3분도 못 버텼을 가능성이 컸다.
“으으음… ”
그때, 의자에 묶어놓은 제롬이 두 눈을 껌뻑거렸다.
성검의 빛에 지져졌던 게 꽤나 고 통스러웠는지, 그 얼굴은 여전히 일
그러트린 상태였다.
깨어나자마자 전방위를 한 번 두리 번거린 제롬은 곧 상황을 파악했는 지,〈강철의 발톱〉용병대를 한 명 한 명 노려보면서 이를 갈아붙였다.
“네놈들, 이게 뭔 개짓거리야! 지금 당장 나와 내 부하들을 풀어놓지 못 해! 룰 위반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