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 Life Returner RAW novel - Chapter 120
2 화
“권성일이고 마흔 쪼까 넘었다. 그 짝은?”
“권성일.”
“그래. 그게 내 이름인디,여기서 이 라지 말고 일단 안전한 곳으로 가는 게 어따? 사람들하고 같이 있는 게 싫 다믄 없는 곳으로 들어가자는 거여.”
“계속 따라올 거요?”
“안 돼?”
“말릴 생각은 없지만,사람들하고 같 이 있는 게 안전하다는 거요.”
등에 메고 있는 커다란 배낭,조금도 흐트러짐이 없는 자세. 그리고 무엇보 다도 성일은 선후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아 보였다.
백골부대 수색대대라고 하면 국내 군 부대 중에서도 알아주는 곳인데, 학사 장교가 아닌 직업 군인으로서의 이규범 중위보다도 강인한 눈빛이었 다.
성일은 선후의 그 눈빛에 대고 말했 다.
자신의 가슴을 맨주먹으로 가볍게 두드리면서.
“여기가 그 짝을 따라가야 한다고 시 키는디?”
“마음대로. 다만 나를 따라오면 높은 확률로 죽게 된다는 걸 명심해 두시 오.”
성일의 동공이 흔들렸다.
“까짓것. 이래저래 미쳐 버린 세상 같은디 어찌 되든 되겄지.”
직접 확인한 공간은 성일이 인지하 고 있던 것보다 좁았다. 전 면적이래 봐야 한 블록 정도가 끝이 었다.
이후부터는 깜깜한 어둠에 가려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마치 자를 대고 줄을 그어 놓은 듯 완벽한 영역 분리 였다.
어둠의 경계면에 선 성일은 그 너머 로 차마 팔을 뻗지 못하고 뚫어져라 노려보기만했다.
그러다가 똑같이 경계면을 마주하고 있는 선후를 쳐 다보았다.
‘아따 쫄려 죽겠구만. 이 젊은 친구 는 대체 뭐하다 온 자숙이래.’
“뭘 기다리고 있는 거여?”
성일이 물었으나 선후는 대답이 없 었다.
그때 둘의 뒤쪽 먼발치에서 사람들 이 건물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머리가 터져 죽은 시체가 있는 부근 을 의도적으로 피한 채,이규범 중위 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새로 규합되고 있는 광경이었다.
잠시 후였다.
성일이 흠칫 놀라며 갑자기 떠오른 메시지를 쳐다보았다.
마침 성일의 시선이 경계 너머의 어 둠을 향해 있던 중이라,거기서 떠오 른 것처럼 보이는 메시지가 보다 공포 스럽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 절 두려워하지 마세요. 저는 여러분을 위한 마음 뿐이랍니다. (。久6。) ]“이 …… 이봐. 그 짝에게도 떴지?”
그러면서 성일은 주위를 두리번거 렸 다.
[ 집중해 주세요. 본 무대의 참가자 100 인,아니 한 명이 낙오하였으니 99인 이지 요? 지금 막 99인 모든 분들께서 각성을 했습니다. 기본 시스템을 숙지 하셨다고 판단하고 다음 단계로 돌입 하겠습니다. 준비 되셨나요? ]성일은 민망하지만 그런 걸 따질 여
유가 없었다. 선후와 어깨가 닿을 만 큼 거리를 좁혔다.
저만치 떨어진 곳에서 또 다시 난리 가 났기 때문이었다.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작은 악마가 사람들이 운집해 있는 공간에서 나타 난 것이 난리의 원인이었다.
성일이 서 있는 곳과는 200미터쯤 떨어진 거리에서였다.
“개…… 잡놈이 나타났어. 뭘 기다리 는지 모르겠는디,일단은 우리도 자리 를 피해야……
차마 거기까지 들릴세라,성일은 낮 은 목소리로 말했다가 입을 다물었다.
[ 각성 보상을 이용하여 방어에 성공 하 세요. 저 인도관은 여러분들을 믿습니다! 아참,시작의 장은 여러분들을 위해서 준 비된 곳이에요. 무턱대고 몬스터를 들여보 내는 건 초행길에 잔혹한 짓이겠지요? 그 래서 전투를 준비 할 수 있는 시간을 드리 기로 하였답니다. 감사히 받아 주세요. 그 럼 1막 1장을 시작 합니다. ] [ 퀘스트 ‘웨이브’가 발생 하였습니다. ] [ 웨이브까지: 23시간 59분 59초 ] [ 웨이브까지: 23시간 59분 58초 ]“이,이봐!”
성일이 황급히 외쳤다.
그러나 선후는 그에게 눈길 한번 주 지 않았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다. 지독한 어 둠만이 가득한 곳으로 바로 발을 내딛 는 것이었다.
호기롭게 선후를 따라온 것,거기까 지가 성일의 한계였다.
성일은 선후가 사라져 버린 어둠 너 머로 쫓아 들어갈 수가 없었다.
저기에 무엇이 있는 줄 알고?
모르긴 몰라도,몬스터가 득실거릴 거라는 추정 정도는 할 수 있었다.
뉴스 속에서 봤던 그것들은 꿈에서 도 나올까 봐 두려운,진짜 괴물들이 었다.
성일은 어둠 속으로 완전히 사라진 선후를 향해 외쳤다.
진짜 저 안으로 들어가 버릴 줄은 몰 랐다.
“나 돌아간다? 미안혀!”
대답은 없었다.
성일은 하는 수 없이 사람들이 다시 운집하고 있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는 걸어가는 도중에 상태 창을 계 속 띄워 봤다.
직감적으로 퀘스트 창과 연동된다는
것도 느낄 수 있어서,잠시나마 두려 움이 잊혀질 정도의 신기한 경험이었 다.
규범이 성일을 향해 다가왔다.
“권성일 씨. 단독 행동하면 안 됩니 다. 잘 아실 만한 분께서 왜 그러십니 까. 그리고 다른 한 분도 같이 계시던 데 그분은?”
성 일은 뒤쪽을 가리 켰다.
규범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성일의 어깨 너머로 향했다.
그렇지 않아도 저쪽이나,사방 면 끝 쪽에 계속 신경이 쓰였다. 기이한 현 상이 펼쳐져 있다.
어둠이 장벽처럼 버티고 서 있어,더 너머의 시야를 가로막고 있었다. 절대 접근하지 말라는 경고처럼 느껴지기 도 했다.
“저길들어갔다는 겁니까?”
규범이 혀를 내둘렀다.
“데려오면 좋겠는디 안 되겄소?”
“아는 사람입니까?”
“그런 게 아니고 우리한테 꼭 필요한 친구 같아서.”
‘아직까지도 울고 짜고 있는 것들보 다는 훨씬!’
성일은 여전히 들려오는 그 소리들 이 짜증 났다.
사실 선후를 따라나섰던 이유 하나 가,좁은 건물 안에 가득했던 흐느끼 는소리였었다.
남자고 여자고 성별과 관계없이 말 이다.
“권성일 씨는 사람들과 합류해서,우 리 군의 통제에 따라 주십시오.”
“군인 양반은?”
그때 규범의 눈동자가 오른쪽 위로 살짝 움직였다. 시선 그쪽 끝에 걸쳐 있던 알림 창에선,계속 시간이 줄어 들고 있었다.
규범은 대답 대신 뒤쪽으로 두 사람 을 불렀다.
성일은 규범이 예비군 한 명을 데리 고 경계면 쪽으로 향하는 것까지 바라 보다가 사람들과 합류했다.
“이 짝 그룹은 마음에 안 드는디
“소대장님.”
규범을 부르는 명칭이 소대장으로 바뀌었다.
“설마 들어가 보려는 건 아니시죠? 딱 봐도 위험하지 않습니까. 하지 마 세요.”
예비군이 사색이 된 얼굴로 뒷걸음 질 치며 말했다.
규범도 어둠 너머로 진입할 목적 따 위는 애초부터 없었다.
가까이 다가가면 뭔가 보일지도 모 른다는 생각이 었는데, 그런 것도 없었 다.
그냥 깜깜하게 꽉 막히기만 한 것이, 멀리서 볼 때보다 더 오싹했다.
규범은 총부리 끝만 집어넣어 보았 다.
바로 코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인 데도 어둠을 관통한 부분부터는 육안 으로 확인이 불가능했다.
‘여길 들어갔다니…… 무슨 생각으 로?’
규범이 가진 보통의 상식으로는 이 해할 수가 없었다.
하물며 어둠과 계속 마주하고 있는 것부터 가 못할 노릇이 었다.
규범은 즉각 빼낸 총부리에 이상이 없다는 것까지 확인한 후,몸을 돌렸 다.
그제야 규범과 같이 왔던 예비군은 안심하는 얼굴이 되었다.
“소대장님. 이번 퀘스트 있잖습니까. 이거 디펜스 게임하고 대충 비슷하지 않습니까? 웨이브란 명칭도 그렇고,
준비 시간을 주는 것도 그렇고.”
“디펜스게임이 뭔데?”
“안 해 보셨습니까?”
“컴퓨터 게임인가?”
예비군은 규범에게 디펜스 게임에 대해 열심히 설명했다.
“자네 설명대로라면…… 다행이군.”
1차 웨이브,2차 웨이브. 그렇게 마 지막 웨이브까지 점점 강해지는 공격 에 대항해야 하는 컴퓨터 게임과는 달 랐다.
규범이 퀘스트 창을 수차례 확인해 도 추가적인 공격을 다루는 문구는 적 시되어 있지 않았다.
그러니까 한 번의 웨이브만 막아 내 면 퀘스트 성공과 함께 포인트 및 보 상을 받게 되는 것인데,문제는 공격 의 시작점에 있었다.
‘저기에서 나올 것 같단 말이지.’
아무래도 도로가 이정표처럼 보였 다. 일자로 쭉 뻗어있되 북쪽과 동서 양측은 건물들로 막혀 있고,남쪽만이 유일한 통로였다.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는 청년이 향 한 방향 말이다.
규범은 할 일을 결정했다.
사라진 청년을 제외하고 나면 자신 을 포함해 98인이다.
그 중 50세 이하의 남성들을 모두 전 투 인력으로 편성하고,보상으로 뜬 아이템들을 수거하여 전투 인력들을 무장시키는 것이다.
노인들과 여자들은 전력에서 제외한 다.
스킬이라는 초능력을 보상으로 받은 이들도 개중에 있지만,규범은 그들을 전투 인력으로 편성하는 것이 오히려 전력을 약화시키게 될 거라고 판단했 다.
사람이 죽어 나가는 전투가 될 거 다. 피와 살이 튀는 실제 전투.
‘기초적인 훈련조차 받지 못한 자들
은 도리어 방해가 되지.’
다만 전투 인력들을 보조할 수 있는 스킬을 가진 이들은 후방에서 지원을 하게끔 하는 것으로,편성을 마치는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한 규범은 자신의 가 슴 쪽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가 각성 보상으로 받은 건 인장이 었다.
인장을 받을 때 느꼈던 감각이 있었 고,그것을 실험해 볼 생각이었다.
“가만히 서 있어 봐.”
[까마귀의 인장을 인계하시겠습니까? ]역시였다.
취소하는 방법도 순간 일으켰던 육 감(츠感)의 일종이었다.
‘좋아! 인장도 전투 물자로 이용할 수 있겠군.’
준비는 끝났다.
예비군들이 각기 돌아다니며 사람들 의 보상 목록들을 받아 적어 왔다.
“모두 편히 앉아 주십시오.”
규범 이 사람들을 모아 놓고 말했다.
“지금부터 물자를 한자리에 모으고, 우리 군이 공평하게 관리하겠습니 다.”
맨몸으로 진입된 사람들은 당연히 아무렇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들 중에는 [세계 각성자 협회]라는 조직의 긴급 회견을 보고 부랴부랴 배낭을 꾸린 이들이 존재했 고.
그 이전에 현대 화력으로도 어쩔 수 없는 몬스터들의 광분을 보면서 생존 배낭을 준비해 뒀던 자들도 존재했다.
“잠깐만요.”
“앞으로 말씀하실 때에는 신분부터
밝혀 주십시오. 지역과 직업 그리고 나이와 성명.”
“부천에서 회사 다녔고요. 28세. 이 름은 조은실이에요.”
“예. 조은실 씨. 이제 말씀하셔도 됩 니다.”
“긴급 상황인 거 알겠고 우리 모두 협 력해야 한다는 것도 알겠어요. 물자 를 한자리에서 모아서 관리하는 게 장 기적인 측면에서도,안정적이란 걸 왜 모르겠어요. 하지만.”
여자가 시야 구석의 알림 창을 확인 하며 마저 말했다.
“남은 시간은 고작 해야 22시간이에
요. 그때까지 목이 마르시고 배가 고 프신 분께는 얼마든지 제 걸 나눠 드 릴 용의가 있어요. 하지만 군에서 모 든 걸 징발해 간다고요? 그게 합리적 인가요?”
처음에는 규범도 그럴 생각이 없었 다.
“여기를 1막 1장이라고 하고 있습니 다. 앞으로 더 있다는 소리입니다.”
“이번 일을 치르고 나서 다시 협조를 구해야 할 일이란 말이에요.”
“조은실 씨께서는 이번 일이 잘 끝난 다는 가정 하에 말씀하고 계신 겁니 다. 우리 군의 판단은 이렇습니다. 물
자라 함은 식량과 물뿐만이 아닌,여 러분들께서 지참하고 계신 모든 물자 를 지칭하는 겁니다. 그중에 전투 물 자로 이용될 수 있는 것들을 전투 인 력들에게 배정함으로써,여러분들의 생명과 안전을……
군의 판단이 아니라 당신의 판단이 잖아.
은실은 그런 눈빛으로 대꾸했다.
“그러니까 적어도. 식량과 물은지금 당장 징발할 필요가 없다는 거예요.”
은실은 자신과 같은 처지의 사람들 을 쳐다보았다.
다들 그녀에게 동조하며,똑같은 시
선으로 규범에게 항의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의 눈빛을 대하는 규범의 표정에는 조금의 변화도 없었 다.
“우리 군을 믿고 따라 주셔야만,이 위기를 다 같이 헤쳐 나갈 수 있습니 다.”
“제 말 아직 안 끝났어요. 납득할 만 한 설명도 듣지 못했고요.”
“그 건은 선 처리 후 다시 조율하는 시간을 가지기로 하겠습니다.”
“아,아니 !”
“조은실 씨. 비상 상황입니다. 어떤 상황인지 정말로 모르시는 겁니까. 우
리 군을 믿어 주십시오.”
은실은 억울한 목소리가 목 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그러나 더는 항변할 수 없는 것이, 강압적인 규범의 얼굴뿐만 아니라 그 의 뒤에 버티고 서 있는 예비군들 때 문이었다.
전투복을 입고 진입한 자들이 공통 된 유니폼으로 뭉쳤다.
그렇게 한 무리를 지어서 이 별세계 에서도 공권력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 다.
규범을 똑바로 쳐다보던 은실의 시 선이 천천히 힘을 잃었다.
은실은 입을 꽉 다문 얼굴로 자리에 앉았다.
“그럼 물자에 대해서 마저 말씀드리 겠습니다. 지금부터 우리 군은 여러 분들의 소중한 아이템과 인장 또한 인 계받아, 적재적소에 투입할 예정입니 다.”
술렁였다.
이번에는 맨몸으로 진입한 자들도 함께였다. 그래도 은실의 항변이 어떻 게 무너졌는지 바로 직전에 겪은 터 라,소리를 높이는 자는 나오지 않았 다.
규범은 차가운 시선으로 문제가 발
생할 수 있는 주요 요인들을 주시하면 서 계속 말했다.
“인장을 인계하는 방법은 시범을 보 이겠습니다. 모두 숙지하시고,통제에 따라 우리 군에 인장을 인계해 주십시 오.”
시범이 끝난 직후,규범이 예비군들 을 돌아보며 짧게 말했다.
입술로만 간단하게.
시작해.
전투복을 입은 자들이 앞으로 나오 며 사람들 사이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군홧발 소리가 착착! 은실은 그 소리 가 참 끔찍하게 들렸다.
차라리 몬스터들의 울음소리는 미디 어 매체로만 겪어서 어쩐지 현실감이 없었지만,당장 코앞에서 울려 퍼지는 군홧발 소리는 그녀의 가슴을 매 순간 철렁 이게 만들었다.
눈을 질끈 감은 그녀의 귓가로 두 사 람의 큰 목소리가 들어왔다.
“군인 양반! 어차피 이 칼,내가 쓸 거 같은디. 그냥 가지고 있으면 안 되 겄소?”
“다시 한 번 협조 부탁드립니다. 그 리고 현 시각부터 제 호칭을 저기요, 군인 양반 등이 아니라,소대장으로 통일합니다.”
몇 차례 큰소리가 나긴 했다. 그러나 결국엔 모든 사람들의 아이템과 인장 이, 규범의 지시하에 징발되던 순간이 었다.
“어?”
“뭐야!”
모두가 놀란 눈을 부릅떴다.
그들에게 공통적으로 떠오르는 메시 지가 있었다.
[ 퀘스트 ‘웨이브’가 완료 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