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 Life Returner RAW novel - Chapter 142
20 화
이수아. 신경아.
두 여자는 이곳으로 돌아오지 못했 다.
[지배 된 인간 여성이 파티에서 추방 되었습니다. ] [지배 된 인간 여성이 파티에서 추방 되었습니다. ]성일도 마지막 순간에 연달아 떠오 른 메시지를 봤을 것이다.
그랬기에 두 여자가 왜 돌아오지 못 했냐고 묻는 것 없이 조용한 것이었 다.
하지만 내가 파티장으로서 감행한 일이 아니었다.
시스템 자체적으로 걸러졌다.
성일로서는 내가 바클란 군왕과 겨 루던 광경에서도,두 여자가 함께 오 지 못한 상황에서도 생각할 게 많아 보였다.
“다시 갈순 없는 거여?”
“없지.”
그 말을 끝으로 우리는 별말이 없었 다.
긴 여정을 끝내고 돌아온 밤은 구슬 픈 울음소리들뿐이 었다.
여기는 15구역의 어느 버려진 마을. 그 소리들은 경계 면 너머에서 들려오 는 소리들로 몬스터들이 내는 소리였 다.
1막의 최종장은 여전히 진행 중이었 다.
와해된 군단의 졸개들이 전 구역으 로 흩어졌으며,1막 2장의 첨탑에서 기어 나왔던 것들 역시 아직까지 잔존 한 채 경계 면 너머의 어둠을 누비고
있었다.
이튿날.
몬스터들의 울음소리가 비명 소리로 변했다.
한 개 공격대가 경계 면 너머에서 전 투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윽고 그들은 피로 범벅된 도축장 의 배수구 같은 냄새를 동반하며 마을 로 들어왔다.
몬스터를 어지간히도 사냥해 왔던 것인지 악취가 심했다.
하지만 정작 그들은 우리를 향해 코 를 막았다.
“수작 걸지 말고 없는 사람 쳐. 서로
그편이 나을 거여.”
성일이 공격대에서 나온 사람을 향 해말했다.
사내는 성일과 나를 알아보지 못했 다.
우리를 알아본 사람은 공격대의 대 장이었다.
그리고 그 어린 녀석도 있었다.
강자성.
1막 1장의 보스 몬스터를 상대할 때 성일의 목숨을 구해 낸 녀석이다.
당시에 줬던 주의를 지키고 있는 것 인지,혹은 어떤 거래로 썼는지 녀석 의 손가락에선 풍사(風師)의 반지가
보이지 않았다.
“안녕하십니까. 천공 길드 방패 공 대,강주혁입니다. 두 분을 만나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뜻밖이었다.
‘여기서 보다니!’
전설,오딘과 그의 심복 권성일. 그리고 천공 길드 길드장이자 골드 공격대장이기도 했던 이수아와 크시 포스 군단과의 전투에서 막강한 능력 을 선보였던 신경아.
그들 넷이 갑자기 사라져 버린 건 반 년도 더 된 일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사라져 버렸던 것처 럼 갑자기 들어와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천공 길드 방패 공 대, 강주혁입니다. 두 분을 만나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주혁은 별 반응 없는 오딘과 약간 날 이 서 있는 성일을 향해 예의를 갖췄 다.
이들은 전설이다. 자취 하나 남기지 않고 사라졌어도,지난 반년간 꾸준히 회자되어 왔던 게 바로 이들 아니던 가.
돌아오는 길. 그래서 주혁의 얼굴은 굳어져 있었다.
사라지기 전까지 길드와 길드 본토 를 장악하고 있던 이수아가 복귀한다 면,재편성된 지배 구도에도 큰 변화 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두 남자뿐이었다. 이수아는 없었다.
이수아와 자매같이 굴었던 신경아도 마찬가지.
주혁은 의문을 품은 채 피에 쩔은 무 기와 방어구들을 손질하고 마석 배분 이 시작된,제 사람들에게로 돌아왔 다.
“저분이 정말 오딘 맞습니까?”
“왜. 아닌 것 같아?”
“솔직히 그렇습니다.”
진규가 대답했다.
과거 군단과의 전투에서 전사한 부 대장 자리를 그가 꿰찼다.
“나도 오딘의 능력을 직접 본 적은 없다. 객기 부리지 말고 믿어야지.”
“본 드래곤을 소환한다는 게 사실일 까요?”
“그것도 믿어야지. 접근을 꺼려 하니 애들한테 주의시켜.”
주혁과 진규는 먼 거리에서 오딘을 응시했다.
둘은 똑같은 생각이 었다.
냉담한 분위기가 몹시 싸늘하며 강 자다운 눈빛을 지니고 있는 건 맞지만 소문이 과했다.
혼자서 1막의 1장과 2장을 완료했 다, 본 드래곤을 소환한다,오딘의 불 과 벼락이 세상을 뒤덮었다 등.
오딘과 같은 무대를 보내 왔던 본토 출신들은 그렇게 떠벌려 댔다.
하지만 둘이 보기엔,오히 려 오딘의 심복인 권성일이란 남자 쪽이 더 강인 해 보였다.
멀리,성일이 꺼지라는 듯이 손을 까 닥인 시점에서 둘은 시선을 돌렸다.
“진규야. 애들한테 이수아 찾아 보라 고 해. 있다면 방에 있을 거다. 이수아 를 모르는 애들도 붙여. 여자만 찾으 면 되니까.”
“옛.”
이수아가 실종되기 전까지만 해도 200구역 전역에는 온갖 세력들이 난 립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크시포스 군단에 박살 났거나,박살 나기 전에 더 강한 세력 아래로 융합 됐다.
200구역 전역은 두 길드로만 양분되 었다.
남방의 12구역을 본토로 삼고 있는, 천공 길드.
북방의 109구역을 본토로 삼고 있 는,일성 길드.
각각 수천 명의 각성자들이 운집해 있으며 제도적 사회 조직으로서의 구 성도 실수를 통해 완성해 나가고 있었 다.
사실상 길드라기보다는 하나의 작은 국가나 다름없이 변한 것이 지난 반년 간의 일이었다.
이런 시국에 과거의 집권자였던 이 수아가 복귀하면?
단언컨대 주혁은 확신할 수 있었다.
이수아는 이제 불청객일 뿐이다.
천공 길드 전체뿐만 아니라 그녀가 만들었던,골드 공격대 내부에서도 마 석 은행에서도 상공회에서도 모두 말 이다.
누구도 그녀를 반기지 않는다.
어차피 오딘이야 길드 정치에 관심 이 없기로 유명했으며 권성일도 그 부 분에 있어서는 눈에 띄는 점이 크게 없었다.
그러나 이수아가 길드의 모든 권력 을 쥘 수 있었던 진짜 이유.
압도적인 힘이 그녀의 뒤에 있기 때 문이 었고,바로 저 젊은 사내였다.
‘음……
주혁은 바뀐 시스템에서 파생된 문 제보다도 이수아와 오딘이 더 큰 문제 라고 판단했다.
어떤 원인으로 시스템에 그런 수정 이 이뤄졌는지는 알 수 없다.
게임으로 치자면 대규모 패치였다. 능력을 계량화하는 방식이 전과는 판이해졌다.
그 부분은 기존의 등급제를 구체화
한 방식이기에 혼선이 야기되지는 않 는다.
각 종목들에 잠재되어 있던 위력을 명시하면서,가치를 둬야 할 종목과 아이템들이 분명해졌다.
그 부분도 도움이 되면 됐지 손해 볼 일은 없다.
하지만 문제는 레벨 시스템의 도입 이었다.
주혁이 그걸 체감한 건 본토에서 미 세한 변화의 움직임을 포착했을 때였 다.
대중들의 심리는 간혹 엉뚱할 때가 있다.
따지고 보면 바뀐 시스템은 전과 크 게 다르지 않았다.
몬스터를 사냥하거나 퀘스트를 완료 해서 얻은 포인트로 상자를 열어서 원 하는 능력을 상승시 킨다.
그런데 상자를 연다는 행위를 삭제 하고 가시적 인 레벨과 경험치를 도입.
각성자들 사이에서만 E급 각성자니 D급 각성자니 구분 짓고 있던 것을 시스템에서 아예 레벨 구간을 지정해 버리자 분위기가 변했다.
“어? 경험치 삼백만 올리면 레벨 업 이네?”
“공대 퀘스트에 한 번만 참여해도 최 소 4렙 업 아냐? 해 볼까?”
“나,1 레벨 업만 해도 실버 가네요 ?”
몬스터라면 똥오줌부터 지렸던 것들 이 잘도 떠들어 댔었다.
개중에는 서열 끝자락의 공대에 찾 아가 한 번 끼워 달라던 녀석도 보였 다.
문제는 그것들,안주해 버린 자들이 본토에서 맡고 있는 역할 때문이다.
안전을 보장해 주는 대신 귀찮거나 더러운 일들은 전부 그것들의 몫이었 다.
그것들의 몸값은 점점 낮아져 갔다. 본토에 유입되는 사람 수만큼 안주해 버린 자들의 비중도 늘어났기 때문이 었다.
그것들은 피라미드 저 밑바닥에서 두꺼운 하위 계층을 형성했으며 거기 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보이는 것들 은 소수에 불과했다.
그렇게 왕국의 신분 계급은 완전히 굳어져 있었다.
그건 북방의 일성 길드라고 해도 사 정이 다르지 않았다.
그들도 마석으로 경제를 일으키고 두 길드 간의 교역이 활발해졌으니까.
한데 시스템이 바뀌었다.
‘그 파장으로 안정된 왕국에 균열이 생기려 한다. 첫날 하루만으로 그런 분위기가 형성됐는데,날이 갈수록 가 속화되겠지.’
바로 그 점이 바뀐 시스템이 간직한 유일한 문제점이었다.
시스템이 안주해 버린 것들,신분 계 급상의 밑바닥,일종의 노예나 다름없 는 바로 그것들을 자극하고 있다.
레벨 업 해 보지 않을래? 실버는 가 야지. 좀 더노력하면 골드도 갈수 있 다?
라는 식으로…….
거기까지가 주혁이 오딘 일행과 조 우하기 전 신경 쓰고 있던 부분이었 다.
그렇지만 현재!
더 큰 문제와 당면했다.
원래는 지난 반년간 아무런 소식도 없던 자들이 었다.
지금껏 천공 길드 지휘부에서는 혹 시나 싶어서 북방의 왕국에도 그들의 소식을 물어 왔었지만,그들은 객사해 버린 듯사라졌었다.
‘한데 왜 이제야.’
밑바닥에서부터가 아니라 위에서부 터.
그렇게 왕국의 지배 구도와 체계를 뒤흔들 수 있는 자들이 출몰한 것이 다.
주혁의 표정은 점점 심각해질 수밖 에 없었다.
“자성아.”
주혁은 자성을 찾았다. 어리지만 심 지가 곧은 녀석이다.
어지간한 성인보다 걸출해서,시작 부터 방패 공대의 메인 힐러로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주혁이 자성에게 다가간 건
힐러가 필요해서가 아니었다.
육신은 멀쩡했다.
천공 왕국의 집권자 중 한 명으로서 머 릿속이 복잡한 게 문제였을 뿐.
“1막 1장에서 있었던 일. 다시 들어 보자.”
자성은 오딘에 관한 화제라면 눈동 자부터 빛냈던 녀석이다.
평소에는 벙어리처럼 말수가 없어도 그때만큼은 달랐다.
자성이 경외가 담긴 시선으로 멀리 있는 오딘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이 야기를 시작했다.
똑같았다.
불타는 망토와 허공을 찢어 대는 벼 락 등에 관한 이야기들.
다만 주혁은 영웅담이나 듣고자 했 던 게 아니었다.
‘1막 1장 때부터 최소 c급…… 플래 티넘 이상이었다는 건데. 다이아?’
주혁은 의도적으로 바뀐 시스템의 등급 구간을 상기 했다.
이제는 D급이니 C급이니 하는 것보 다는,골드니 플래티넘이니 하는 단어 에 익숙해져야 하니까.
“너도 이제는 계산할 수 있을 것 아 니냐.”
“당시 오딘의 사대 능력치 말이다. 아이템과 스킬을 제외하고.”
“오래된 일이에요.”
오래돼서 가물가물한 게 아니라 말 하기 싫은 거겠지,주혁은 그렇게 생 각했다.
하지만 본토 출신들이 대부분 그랬 다. 꼭 자성만 탓할 것도 없었다.
그래도 들어야 할 건 들었다. 대단한 아이템과 스킬이 오딘의 주력이었지, 그의 몸놀림은 전설 같은 영웅담에서 주가 되지 않았다.
주혁은 곁눈질로 멀리를 훔쳐보았 다.
다시 보아도 오딘 자체는 아이템 하 나 없이 맨몸이었다.
정작 그의 심복인 권성일이란 남자 는 위용 가득한 흉갑과 장신구들을 휘 감고 있지만.
‘음.’
무슨 사건을 관통해 왔는지는 알 수 없으나 저들도 굳은 핏물로 찌들어 있 었다.
‘아이템이 파괴됐나?’
아이템은 파괴된다. 강력한 공격에 노출되면 얼마든지.
만일 정말로 그런 거라면 희소식이 었다.
주혁은 최악을 가정해 봤다.
오딘을 뒷배로 이수아가 왕국의 정 치에 다시 복귀하고자 할 경우. 더 넘 어서 과거와 같은 권력을 요구하고 나 설 경우를 말이다.
그때는 오딘 일행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전쟁!
승리는 확실하다. 떠도는 소문이 모 두 사실이라고 해도,오딘이 라고 왕국 전체의 화력을 감당할 수는 없을 테니 까.
다만 오딘을 쓰러트리는 데 얼마나 많은 이들이 희생될까?
그런 후에도 북방의 왕국,일성 길드 에게 밀리지 않을수 있을까?
‘골 때리게 됐군. 단한명 때문에.’
주혁은 계속 생각했다.
오딘.
저 보스 몹은 몇 레벨일까, 마스터 구간?
공격력은 몇일까,일천 이상?
과연 얼마나 받아 낼 수 있을까, 10 여분?
주혁은 끝까지 이수아를 볼 수 없었 다.
죽었는지 살았는지는 알 수 없다. 속단은 금물이었다. 돌발적으로 나 올 수 있는 시나리오에 대한 대책들을 한시 라도 빨리 마련해야 한다.
주혁은 천공 길드의 본토로 돌아가 는 길 내내 그 생각뿐이었다.
목적지 인근.
13구역의 유령 마을 하나로 진입했 을 때였다.
본토로 들어가기 위해 경유해야 했 던 마을이었는데 한 개 공격대가 야영 을 준비하고 있었다.
천공 길드의 10대 공격대는커녕,어 디에도 끼지 못할 허접한 집단이었다.
푸우우 –
주혁이 타고 있는 커다란 짐승이 콧 바람을 뿜으며 멈췄다. 주혁보다 앞선 쪽은 물론 뒤쪽의 행렬 또한 일순간 멈췄다.
“데리고 와 봐.”
주혁은 그렇게만 뇌까렸다.
“옛!”
그의 주변에 있던 공대원 중 한 명이 탈것과 함께 쓴살같이 뛰어나가 사내 한 명을 데리고 왔다.
야영을 치고 있던 공격대의 대장이 었다. 이름은 손일우.
주혁은 탈것에서 내리지 않은 채 손 일우를 내려다 보고 있었고,손일우는 긴장한 얼굴로 하문(下問)을 기다리 고 있었다.
손일우라고 모를 수가 없었기 때문 이었다.
천공 길드의 대표 문양.
그 번개가 관통하고 있는 공격대 문 장이 간단할수록 상위권의 공격대들 이다.
여기는 번개에 관통된 네모를 문장 으로 쓰고 있었다.
그건 천공 길드를 이끄는 10대 공격 대 중 하나,바로 방패 공대의 문장이 었다.
“손일우라 했나? 너희들은 길드 문 양뿐이군. 공격대 문장은 어디에 팔아 먹었지?”
주혁이 말했다.
“이번만 활동하고 해산할 거라서 따 로 만들지 않았습니다.”
손일우가 주혁의 눈치를 살폈다. 아니나 다를까.
서늘한 눈빛이 그의 동공을 꿰뚫며 들어왔다.
“불법이다.”
“이번만 활동하겠다는 건 뭔 말이 냐?”
“저 사람들과 거래를 했습니다.”
손일우는 그의 공격대원들에게로 시 선을 가져가며 사정을 이어서 설명했 다.
이해하기에 어렵지 않은 이야기였 다.
공격대 25인 중 20명이 의뢰자였고 손일우를 포함한 5인이 고용인 신분 이었다.
손일우 등은 의뢰자 20명에게 안전 한 사냥을 제공하여,일차로 마석을 받고 이차로 사냥 도중에 획득하는 드 랍 아이템과 마석에 관해서도 7할 이 상의 배분율을 보장받은 것이다.
주혁의 미간에 골이 패었다.
이렇게 될 것 같더라니.
노예나 다름없던 것들이 본토 밖으 로 나오고 있는 중이 다.
몇 푼 안 되는 마석을 십시일반 모 ᄋ >.
그때 주혁의 짜증 섞인 동공에서 붉 은빛이 번뜩였다.
[ 대상을 일부분 간파 했습니다. (스킬, 개안) ] [ 이름: 손일우 레벨: 172 (골드)체력: ??8 (+1) 근력: ??2 (+1)
민첩 : ‘?00 감각: ‘?00 경험치: 2009/2114 공격력: 36
특성(1) 스킬(2) 인장(0) 아이템(2) ]
공격 행위나 다름없는 일에,손일우 의 얼굴도 그때 꿈틀거 렸다.
하지만 그는 항변하지 못했다.
책잡히지 않았더 라도 방패 공대장을 상대로 반발하는 건 길드의 보호를 받 지 않겠다는 통보나 다름없으니 까.
한편 주혁은 손일우의 상태 창을 꿰 뚫어 보며 눈살을 구겼다.
능력치 자체만으로는 정규 공대에 들어갈 수 있을 만큼 준수한 수준이 다. 하지만 인장도 없고,아이템도 방 어막을 띄우지 못하는 저 등급 두 개 뿐인 녀석.
이런 녀석들은 뻔하다.
도박과 육욕에 깊이 빠져 버린 것들 이 꼭 이랬다.
항시 돈이 궁한 것들.
주혁이 뒤에 대고 뇌까렸다.
“전부 연행해.”
그때만큼은 손일우도 휘둥그레진 눈 으로 항변했다.
“연행이라니요? 문장 등록 안 한 것 때문에 연행이라고요?”
주혁은 단호했다.
“불법은 불법이다.”
12구역 천공 길드의 본토는 다섯 개 의 마을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에서 중앙마을,1막 2장의 중심 무대였던 곳이 왕국의 수도였다.
경계를 지키고 있던 사내 중 하나가 주혁을 보자마자 뛰어왔다.
“그렇지 않아도 사람을 보내려던 참 이었습니다. 천공 회의가 열렸습니다. 어 서 가 보시 죠. 공대장님 .”
길드 회관.
2층의 대회의실에서 대책을 의논하 고 있는 소리가 들려왔다. 거기에는 열에 조금 못 미치는 사람들이 둘러앉 아 있었다.
주혁이 짓고 있는 표정만큼이나 심 각한 분위기 였다.
자신의 자리를 찾아 앉는 주혁에게 로 시선이 일순간 모였다가 흩어졌다.
“……그래서 허가받은 공격대만 사 냥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 다고 누누이 말해 왔던 겁니다. 이 사 달이 일어나기 전에도 저는 여러분들 께 꾸준히 말해 왔었습니다. 하지만 몇몇 고매하신 분들께서 반대해 왔었 죠. 안 그렇습니까? 강 공대장님.”
크시포스 군단과의 전투는 승리로 끝났다.
잔병이 흩어지고 1막 2장의 몬스터 들까지 돌아다니는 본토 바깥은, 맞 다. 사냥터가 되 었다.
주혁도 줄곧 사냥터를 통제해야 한 다는 입장이었다.
주혁이 고개를 끄덕이자 여자의 말 이 계속 이어졌다.
“사냥터를 통제하고,신규 공격대 등 록세를 기존보다 20배는 더 올려 버 리면 됩니다. 그러면 깔끔해요. 아랫 것들이 본분을 망각할 일은 없게 되는 겁니다.”
“표현도 꼭…… 아랫것들이라니. 그 들도 우리의 길드원이다. 누가 들을까 무섭군.”
사내 하나가 바로 쏘아붙였다. 이 공 대장이라고 불리는 사내였다.
“스읍! 이 공대장님. 여기는 공석입 니다. 반말은 삼가해 주시죠. 어쨌든 요. 그냥 방치해 두었다가는 우리들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갑니다. 어떻게 만 들어 낸 안정입니까.”
“우리가 때론 얼굴 붉히고 서로 삿대 질해 왔어도,우리는 말입니다. 길드 전체의 위기에 당면했을 때만큼은 단 결해 왔었습니다. 일성 길드와의 국경 전에서도 그랬었고, 본토 태생들의 공 포증이 집단 발발했던 당시에도 우리 는 한마음 한뜻으로 위기를 극복했습 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확실히 말해
두겠는데,지금이 바로 그때입니다. 아랫것들이 본분을 잊으려 하고 있어 요. 이 공대장님.”
“부르지만 말고 말씀하시죠.”
“공감 못 하는 분은 한 분뿐입니다. 이 공대장님. 당신뿐이죠.”
사내는 좌중들을 훑어보고는 언성을 높였다.
“나는 찬성 못 하니까 그렇게 아십시 오들. 크시포스하고 일성하고 싸웠던 게 얼마나 됐다고 대중들을 통제하니 마니.”
“그게 잘못된 겁니다. 이 공대장님은 아직까지도 여기를 이전처럼 보고 있
어요. 이전 세계를 언제까지 달고 살 려고요? 그들은 대중이 아닙니다. 우 리의 보호를 받고 있는 백성이지.”
“그 사고 방식부터 글러 먹었어. 길 드원이야. 백성이 아니라. 씨발, 말이 통해야 뭔 말을 해 먹지. 결정 나면 통 보해. 따라는 줄 테니까. 내 표는 반대 로 계산 넣고.”
광!
사내가 양손으로 원탁을 때리듯 짚 고 일어섰다.
주혁 외에는 누구도 그를 붙잡지 않 았다. 주혁은 회의실을 나가려는 그의 등에 대고 한마디만 던졌을 뿐이었다.
“오딘을 만났습니다.”
일순간이었다. 회의장 전체에 끔찍 한공백이 내려앉았다.
숨소리 하나 나지 않았다.
부릅떠진 눈들뿐.
주혁에게 좌중의 시선들이 집중된 상태에서 사내 또한 자리에 앉았다.
주혁이 말했다.
“15구역,서쪽 마을에서였습니다. 이 수아와 신경아는 보지 못했고. 오딘과 권성 일뿐이 었습니 다.”
그게 사실이냐 따위의 반문은 나오 지 않았다.
다른 누구도 아닌 방패 공대의 강주 혁이 했던 말이기 때문이었다. 기적 공대 강기남과 최고 서열을 다투고 있 는 남자가 바로 강주혁 이다.
주혁은 마주치는 시선들마다 한 번 씩 고개를 끄덕여 보인 게 다였다.
“혼자오신겁니까?”
슬그머니 자리에 앉았던 사내가 처 음으로 말을 꺼냈다.
“설마하니 데리고 왔겠습니까. 지금 도 15구역에 있을 겁니다. 거기에 터 를 잡고 있더군요. 나눈 대화는 없었
습니다. 인사를 했지만 받아 주지 않 았습니다. 소문답게.”
오딘이 돌아왔다?
전임 길드장 이수아가 돌아왔다?
권성일도 신경아도 모두가?
좌중 일곱은 섣불리 입을 열 수 없었 다.
시스템의 변동으로 파생된 사안을 초월하는,난데없는 재앙이나 다를 바 없는 것이었다.
그들의 복귀는.
“……그들이 들어와선 안 됩니다.” 지금껏 사냥터를 통제하자던 의견에 반박하던 사내였다.
도리어 그가 좌중에서 제일 무거운 표정을 띠고 있었다.
사실 낯빛에 드러나 있는 감정의 정 도에만 차이가 있을 뿐이지,좌중 일 곱 모두는 한뜻이 었다.
포커페이스로 인해 속내를 알 수 없 기로 유명한 여자도 그때만큼은 집게 손가락으로 원탁을 치기 시 작했다.
툭.
툭툭….
좌중의 불안한 심리를 건드리는 소 리가 이어지던 갑자기.
여자가 입술을 뗐다.
“그래요. 오딘은 안 되죠.”
좌중 일곱의 눈빛들이 사정없이 오 갔다.
계산에 밝은 눈빛들,무엇이 우선인 지 아는 눈빛들이다. 주혁은 속으로 안도하며 말을 꺼냈다.
“막을 명분이 없습니다.”
아는 사람들은 안다.
천공 길드의 이름과 번개 문장이 어 디에서 발원되었는지 말이다.
이수아가 천공 길드를 창설했던 당 시에 길드명과 문장의 유래를 설명한 바는 없었지만,본토 태생의 사람들은 그것을 듣고 보자마자 모두 오딘에게 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했다.
한 사내가 주혁의 말을 이어 받았다.
“태조(太祖)나 다른 없는 양반이 오 딘이라는 사람이란 건 많이 들었습니 다만,지금의 천공 길드를 있게 한 건 우리들입니다. 그 양반도 그걸 부정해 서는 안될 겁니다.”
“맞습니다. 옛날의 천공 길드와 지금 의 천공 길드가 어디 같은 조직인가 요? 이름만 같을 뿐이지 차원이 달라 요. 차원이.”
그때.
끼이익 一
“오딘이 무서운 사람이긴 합니다.”
비교적 늙은 나이에 속하는 남자가 회의실 안으로 들어왔다.
골드 공대장,주판석.
그러나 그 직함보다도 마석 은행장 이라는 직함으로 더 많이 알려진 남자 였다.
그가 천공 길드에 행사하는 강력한 영향력은 바로 그 마석 은행에서 나왔 다.
1막 1장에서는 가장 큰 상점을 가졌 던 장사꾼이었다.
2장에서는 상공회의 핵심 인물이었 다.
그리고 지금.
1막 최종장이 끝나 가고 있는 무렵에 서는 마석 은행장,상공회장,골드 공 격대장 등 과거 이수아의 직함 중 상 당수를 꿰차고 있었다.
주판석이 끌끌거리며 자기 자리를 찾아 앉으며 말했다.
“제가 본토 태생이란 걸 모르는 분은 없을 겁니다. 그러니까 내 말을 믿으 세요. 오딘은 이 자리에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어요.”
“그건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는 소립 니다. 본토 태생들은 오딘이라면
주혁이 받아쳤다.
주판석이 그 말을 중간에 가로채며 말했다.
“강 공대장님.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 주세요. 오딘 본인은 움직이지 않겠지 만 제 사람을 보내 올 가능성은 높습 니다. 이수아라든지 권성일이라든지. 그게 오딘이 즐겨 쓰는 방법입니다. 좀 전에 태조라는 말이 들리던데 딱 그 짝이죠. 태상왕(太上王)같이 권력 위의 권력으로 군림하길 바라는. 끌 끌. 권력을 제대로 누릴 줄 아는 분이 시죠. 우리 같은 것들하곤 달라요. 달 라.”
주판석은 마지막으로 보탰다.
“명분은 있습니다. 오딘은 본토 태생 의 리더들을 죽여 왔지요. 내 보기에, 여러분들 중에서도 똑같이 목 잘릴 분 들이 여럿 보입니다. 크흠. 그러니까 표결에 붙일 사안은 아니라는 말씀입 니다.”
주혁은 기적 공대장 강기남과 눈빛 을 주고받았다.
주혁이 고개를 끄덕거리는 것으로 강기남의 굵직한 목소리가 나왔다.
“우리 전원의 뜻이 일치한 이상,표 결에 붙일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그것에 반박하고 나온 소리는 없었다.
“우리 천공 길드는 오딘 그룹을 거부 하는 것으로 결론짓겠습니 다.”
마지 막은 주혁 이 었다.
“지금부턴 그걸 전제로 대책을 강구 해 봅시다.”
최고의 시나리오는 우려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오딘이 따로 사람을 보내는 일도 없 고,오딘 본인도 길드 정치에 개입하 지 않는 경우 말이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희박했다.
권력은 중독이지 않은가. 마석 은행 장의 말마따나 태상왕처럼 권력 위의 권력으로 군림하길 즐겨 했던 자라니 말다했다.
다양한 시나리오와 그에 상응하는 대책들을 강구하는 동안 창밖이 어두 워지고 있었다.
주혁은 고심 끝에 결정을 내렸다.
“오딘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아래부 터의 균열도 그렇고 북방도 계속 경계 해야 합니다. 자원을 낭비하며 정체되 는 것보다는 차라리. 차라리 우리가 먼저 움직이는 게 이롭지 않겠습니 까.”
북방은 여기처럼 권력이 분산되어 있는 게 아니라 유일한 권력자에 의해 지배되고 있는 곳이었다.
더욱이 일성 길드장.
그 북방의 왕은 오딘이라는 큰 위기 를 맞닥트릴 이유도 없으니 그는 이 순간에도 라면 국물이나 들이키면서 조소를 짓고 있을 것이다.
오딘이 아무리 강해도 팀원이라고는 많아야 셋.
하지만 북방의 왕은 모든 각성자가 그자의 단일 명령을 따른다.
“일어나게 될 일을 계속 기다리고만 있느니,빨리 정리하는 게 맞다는 겁
니다. 여러분들도 다들 공감하고 있습 니다. 화근을 계속 남겨 두고 길드 일 을꾸려 갈순 없는 법입니다.”
오딘을 회유해 보겠다는 시나리오는 처음부터 있을 수 없었다.
소문의 오딘은 그런 남자였다.
주혁이 말을 섞어 보려 했던 당시에 도 소문대로의 느낌을 받았다.
그는 회유가 불가능한 남자다.
“우리에겐 명분도 있고 힘도 있습니 다. 본 드래곤이든 뭐든,애초부터 우 리에게 대적할 엄두도 나지 않게 만들 어 주자는 겁니다. 어설프게 자극하지 말고 할 거면 확실하게.”
“어느 선까지 말씀입니까?”
“2만 길드원 전원. 공격대가 없는 자 들까지도 전부 동원합시다.”
그렇게 오딘을 추방하는 거다. 북방으로.
상실감을 떨쳐 내기 위해서였는지, 지난밤 내내 인근의 경계 면 너머를 헤집고 다녔던 성일이었다.
미소가 돌아와 있었다.
멀리서 걸어오며 날 향해 씩 웃는데 그 뒤로는 뭔가를 감추고 있는 게 보 였다.
술냄새였다.
그가 찌부러진 팩을 흔들면서 내 앞 에 앉았다.
“뭘 찾아왔는지 보라고. 쐬주여. 쐬 주 ”
그러고는 건빵도 한 봉지 꺼내서 세 상을 다 가진 듯이 낄낄거 렸다.
그는 이 순간만을 기다려 온 듯했다. 소주 팩과 건빵 봉지에 굳어 있는 피 딱지들을 집게 손톱으로 긁으면서 소 중히 다뤘다.
“아주 깊이 처박혀 있더구만. 살 썩 는 시궁창 냄새 속에서도 찰나에 번뜩 이는 게,진짜배기여. 감각이 최고랑 께. 같이 빨 텨?”
“물론.”
우리는 건빵을 안주로 놓고 소주팩 을 번갈아 빨았다.
“경험치를 코딱지만큼이나 주던디. 이래서 어느 세월에 레벨 업 하련지 모르겄네. 지랄 맞은 썩은 것들이 지 금도 돌아다녀.”
지랄 맞은 썩은 것들이란 2장의 첨탑 몬스터를 일컫는 말이었다.
1막 1장도 최종장도 크시포스 군단 을 상대로 한 것이었지만 2장의 첨탑 만큼은 둠 엔테과스토와 관련된 영역 이었다.
해골 용을 얻기 위해 3년 이상 헤매
고 다녔던 ‘죽은 자들의 대지’,바로 거기가 주 무대였다.
전 세계의 각성자들은 던전 형식으 로 일부분만 체험해 봤을 테지만 나는 아니었다.
죽은 자들의 대지 중에서도 해골 용 의 서식지.
즉,한국만 한 지역에서 고군분투했 었다.
둠 엔테과스토를 숭배하는 집단으로 는 쥐새끼 바르바 군단이 있으나 그것 들은 거기에 존재하지도 않았다.
쥐새끼 바르바 군단의 본토 차원은 따로 존재하니까.
그럼 죽은 자들의 대지는 무엇일까?
이제 와서야 드는 생각이다.
둠 맨의 탄생이라는 퀘스트와 마주 하고 나서야 떠오른 것이다.
어쩌면 죽은 자들의 대지는 둠 엔테 과스토가 탄생한 차원일 수 있었다.
그렇다면 지구에서 둠 맨이 탄생한 다면 미래 지구는 죽은 자들의 대지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하지 않을 까.
이건 어디까지나 가정이다. 정말 그 렇게 진행된다면 퀘스트 둠 맨의 탄생 은,반드시 취소시켜야 할 퀘스트가 되는 것이다.
“원래도 술빨이 쨌었는디 각성자가 돼서 더 세져 버렸어. 간에 기별도 안 간단 말이여. 껍
큰 손으로 소주 팩을 잡아 뜯는 성일 의 모습에서 그가 띄웠다던 특성이 생 각났다.
“전에 떴다는 특성.”
“주먹 파괴자?”
“살펴보고 싶은데.”
“보면 되잖으.”
성일은 별 대수도 아니라는 듯이 대 꾸했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성일도 지난 반년간,바클란 본토를 관통해 왔다.
거기서 잘려 나간 성일의 팔다리만 으로도 바클란 몇 마리가 포식할 수 있을 정도였다.
전투뿐인 하루하루였고 적들은 최소 가 부대 규모였다.
성일이 애송이 수준에서 벗어났다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 육성은 끝났 다.
그런 그의 의중도 묻지도 않고 아무 때나 발가벗겨 놓을 순 없는 법이었 다. 육성시 켜 준 리 더 라고 해도.
[ 대상을 완벽하게 간파 했습니다. (스킬, 개안) ] [ 이름: 권성일 레벨: 351 付이아)체력: 410 (+10) 근력: 509 (+10)
민첩 : 400 감각: 456 경험치 : 47222 / 59971 공격력: 2170
물리 방어력: 10000/ 10000 마법 방어력 : 3000/ 3000 특성(1) 스킬(3) 인장(0) 아이템(1) ] [ 주먹 파괴자 (특성)
특성 등급: S
효과: 무기를 착용하지 않을 시의 기본 공격력이 상승합니다. 무기를 착용하지 않 아도 착용한 것과 동일한 계수가 적용됩
니다.
숙련도: LV.1 (2.5%) – 공격력 : 609 (+509) ] [ 크로노스의 흉갑 (아이 템)
아이템 레벨: 431
효과: 체력 + 1〇, 근력 + 1〇, 부상 재생 속도 중폭 상승 물리 방어력 : 10000/ 10000 마법 방어력: 3000/ 3000]
계속 띄워지는 창들을 날려 버리고 성일의 특성에 집중했다.
본 시대에서는 보지 못했던 특성. 하지만 S급 랭크가 붙을 만했다.
맨손으로도 A급 무기를 착용하고 있 는 것과 다름없는 판정인데,이는 숙 련도가 상승하면서 더욱 위력이 붙을 수밖에 없었다.
바클란 군단의 본토에서 살아 돌아 온 것에 대해 충분한 보상이라고 생각 했다.
“신의 이름이 달린 무기 하나를 번 셈이다. 무기를 따로 들지 않아도 되 니 남들보다 아이템 하나를 더 사용할 수도 있겠어. 매우 훌륭한 특성이다. 네 주력이 될 것 같군.”
성일이 피식 웃었다.
내가 회수해 간 아이템이 생각났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사람이 한길만 파면 어떻게든 먹고 살 수 있다 하잖어. 그 짝이 아니겄 어? 근디 누님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 지 거참 걱정되는구만. 언제까지 여기 있을 거여?”
“내일까지.”
“내일 마을로 들어가는 거지? 그럼 마석 좀 챙겨 두려고.”
성일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말은 그렇게 해도 이전의 먹을거리를 찾아 나서려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런 대박이 또 있을 거라고는 기대가 들지 않는 게 사실이었다.
어쨌거나 곧 성일이 경계 면 너머로 사라졌다.
두두둑. 툭!
성일은 우악스럽게 몬스터 대가리를 뜯었다.
거기까지는 소주 팩을 뜯었던 것과 다름없었지만,마지막 한 방울까지 핥 아 대던 헛바닥 대신 손아귀로 마석을 끄집어내는 것이 달랐다.
쿵쿵.
성일은 코를 계속 벌렁거리고 있었
다. 그런데 감각을 끌어올릴수록 선명 해지는 건 시궁창 같은 악취뿐이 었다.
지나치는 도중 발견한 시체.
그것은 사람의 시체였다.
성일은 부패가 상당히 진행된 남자 의 얼굴을 흙으로 덮어 주며.
“쐬주 봤으? 가르쳐 주면 한 잔 따라 줄게.”
혼자 묻고 혼자 입맛을 다셨다.
생각건대 마을에 쐬주가 남아 있다 치더라도 그 값이 얼마나 치솟아 있을 지는 너무나 뻔한 일이었다.
어쩌면 마을 거처에 남겨 두었던 마 석 전부를 사용해야 할 만큼 엄청난
시세가 형성되었을 수도 있었다.
그러니까 지난 밤에 쐬주를 찾은 건 대박 중에 대박이 맞았다.
몇 시간을 쏘다녔다.
마주치는 몬스터들은 발견한 족족 잡았다.
바클란 군단의 소 대가리들에 비하 면,이것들 털복승이들이나 걸어다니 는 시체들은 한입 거리도 되지 않았 다.
어둠과 악취뿐인 땅을 가로지르던 끝에 다른 경계 면까지 넘어왔다.
그리고 거기도 마찬가지로 버려진 마을.
그때도 성일의 코는 큼지막하게 벌 렁거렸지만 퀴퀴한 공기 냄새만 물씬 풍겨 오는 것이었다.
성일은 부서진 건물들 사이를 기웃 거렸다.
어둠이 펼쳐지는 너머 영역과 마을 을 구분 짓고 있는 경계 면이 감각을 크게 저하시키고 있지만,그럼에도 느 껴지는 게 있었다.
온갖 기척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나고 있었다.
성일은 그들이 나오게 될 방향 쪽의 건물 옥상에 걸터앉아 그들을 기다렸 다.
마침내 사람들이 성일이 주시하고 있는 경계 면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성일은 혀를 내둘렀다.
‘흐미.’
행렬이 끊기지 않고 계속 이어지는 것이 개미 떼처럼 드글드글했기 때문 이었다.
저하된 감각으로 느꼈을 때에도 족 히 수백은 넘을 거라 예상했었는데, 실제로 경계 면을 뚫고 나오는 수는 얼마 지나지 않아 예상치를 넘어서 버 렸다.
“전쟁 난 거여?”
성일이 멀리 외쳤다.
제일 선두에서 사람들을 이끌고 나 오던 남자를 향해서 였다.
그때도 경계 면에서 마을로 이어지 는 행렬에는 끊임이 없었다.
방패 공대장 강주혁뿐만 아니라 낯 익은 얼굴들이 많이 보였다.
바클란 본토에서 보낸 시간이 약 반 년.
그렇지 않아도 이수아 휘하에 있었 던 골드 공대와 마석 은행 등이 어떻 게 됐는지 궁금했던 차였는데,골드 공대의 문장을 박은 사람들도 선두에 있었다.
“형님!”
성일이 주판석을 발견한 시점에서 도로로 뛰어 내렸다.
그런데 분위기만이 아니었다. 주판 석과 강주혁은 물론이거니와 공대장 급 인사로 보이는 사람들 전부까지도 완벽한 무장 태세였다.
‘전쟁 난 게 분명하구만. 근디 언제 또 사람이 이렇게 불어났대.’
주판석을 만나게 되면 쐬주 시세를 물어보려고 했었지만 그럴 수 있는 분 위기가 아니었다.
그때 행렬이 멈췄다. 행렬의 선두에 서 몇 사람의 눈빛이 오가던 끝에 주 판석 이 탈것을 몰고 다가왔다.
주판석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게 누구야. 성일이 아냐? 살아 있 었어?”
“거참 인사 하고는 반갑지도 않수? 근디 저 짝이 말 안 했었수? 나 봤다 고.”
성일이 주판석의 어깨 너머,강주혁 을 턱 짓으로 가리 켰다.
“들었다면 바로 달려왔게.”
“그건 그렇고 형님,출세했네. 이젠 형님이 골드 공대장이요? 무장도 때 깔 번지르르 좋아 보이요. 반갑수. 형 님.”
성일이 큼지막한 손을 내밀었다.
그렇게 악수를 하며 다시 물었다.
“대체 몇 명이요? 뒤로도 쭉 깔려서 아직 멀은 거 같은디.”
“2만 조금 안 되네.”
성일의 아래턱이 쩍 벌어졌다.
“십 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는 하는 디,뭔 놈의 반년 만에 그렇게 불어났 디야.”
“이상하네. 갑자기 사라져 버리더니 뚱딴지 같은 소리를. 무슨 일 있었 어?”
“일이야 있었수.”
“무슨 일인데?”
“썩 좋은 일도 아닌디 뭘 꼬치꼬치.
그 야그는 담에 허고. 일은 이 짝보다 는 그 짝에 있는 것 같은디 전쟁 난 거 맞는 거요? 털복승이 군단 때문은 아 닌 것 같은디 어떤 새끼들이요?”
“왜 도와주려고?”
“우리가 남도 아니고 당연한 거 아니 요. 새삼스럽긴 한디 나도 천공인이 요. 오늘 안에 끝낼 수 있는 거믄 얼마 든지 도와줄 수 있수.”
“기분 나쁘게 듣지는 말아. 자네 무 장이 왜 그렇게 빈약한가?”
“흐흐. 이거 한 개뿐이라도 형님보단 낫수다.”
성일이 흉갑을 탕탕 쳐 보이자 영롱
한 빛무리가 번뜩였다 사라졌다.
“그런데 왜 자네 혼자인가. 오딘께서 는 어디 계시고?”
“아따. 저 짝 입이 참 무거운가 보네 잉. 남자라면 그래야지. 암.”
이번에도 강주혁을 향해서였다. 성 일은 지난번에 냉담하게 반응했던 것 이 괜히 미안해져서,주혁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그때는 기분이 꾸리꾸리했다. 그렇 게나 간절히 바랐건만 결국 수아와 경 아는 칠마제 둠 아루쿠다의 손아귀에 서 벗어나질 못했으니까.
성일이 마저 말했다.
“오딘께선 건너편 마을에 계신디, 왜?”
“전임 길드장과동생분께선?”
“……이젠 전임 길드장인 거여? 쓰 잘데기 없는 야그는 그만허고 대답이 나 싸게 해 보쇼. 나도 도와줄까 말 까?”
“무엇이랑 붙는지는 알고?”
“그 나물에 그 밥인디 뭐가 대수라 고.”
“2만이나 움직여야 할 사안인데도? 보이지 않던 동안 무슨 일을 겪었던 거야? 자신감이 아주 대단해. 멋지네. 멋져.”
“일은 무슨. 남자가 자신감 빼면 시 체 아니요. 자신감 없는 순간부터 불 알도 쪼그라지니께,형님도 항상 긴장 하고 살아야 할 거요. 근디 왜 자꾸 말 을 돌린디야.”
“……오딘이 다음 마을에 있단 말이 지? 동생은 혼자고?”
오랜만에 만난 반가운 형님. 그래서 성일의 만면에는 줄곧 미소가 걸려 있 었다.
그러나 성일의 눈매가 꿈틀거렸을 때.
미소도 함께 부자연스럽게 일그러졌 다.
‘그랬던 거였나?’
성일은 흐흐 하고 어색함이 가득한 웃음을 흘겼다.
그러면서 성일은 주판석에게 어깨동 무를 하며 그의 뺨에 얼굴을 붙였다. 옆으로 주판석을 노려보는 성일의 눈 빛이 살벌하게 변했다.
화악!
“이봐 주씨. 아주 그냥 상종 못 할 인 간이었구만. 당신이 돈놀이로 문제 일 으키려 할 때마다 우리가 뭐랬어. 뭘 하려면 적어도 깜박이는 키고 들어오 라,혔어 안 혔어? 어디서 캄박이도 안 키고 흑 들어와.”
하지만 주판석은 안색 하나 변하지 않았다.
“끌끌…… 내 뒤가 안 보이시나.”
“개가 짓는 소리만 들리는디?”
“문제 일으키지 말란 소리야. 성일 이.”
“뭔 소리래. 문제는 너그 개잡놈의 새끼들이 일으키고 있구만. 아주 살 떨려 죽겄어. 쓰벌 것들,배은망덕도 유분수여.”
“문자도 쓸 줄 아시네. 그만하고 날 따라와 줘야겠네,동생. 오딘과 이야 기가 잘 풀리면 자네도 문제없을 테니 지레 겁먹을 건 없어.”
“겁? 겁이라고 혔어? 흐흐흐.”
“내 뒤에이만명이 있네.”
“근디 어찌라고. 내 뒤엔 오딘이 있 는디.”
“오딘? 동생 뒤에는 아무것도 안 보 이네만.”
“옛정 때문에 말해 주는 거여. 그 짝 말고,느그들 대가리들도 말고. 느그 들이 데리고 온 사람들 말이여. 후딱 돌아가. 오딘이 알기 전에.”
성일은 방패 공대가 운집해 있는 자 리에서 그 녀석을 발견했다.
자신의 목숨을 구해 줬으며 기철이 와 동년배인 어린 녀석,자성이. 무슨 일인지도 모르고 이 잡것들의 무리 속 에 합류된 게 분명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우리는 오딘과 싸울 생각이 없네.”
“없는 것들이 나를 죽이려 들어? 나 건들면 재미 없을 텐디.”
“오딘과 이야기가 잘되면 자네 신상 에는 문제없다니까 그러네. 얌전히 있 다가 문제 없이 풀려 나는 거야.”
“벌써 노망났나. 쓰벌아. 눈깔의 먹 물을 확 빼 버릴라. 내 갑빠 그만 쳐다 봐라잉
“이야기는 다 끝난 것 같은데. 성일 이. 아이템도 하나뿐이라니까 그거만 벗어 두면 되겠네. 나도 자네가 다치 는 건 보기 싫어. 우리 인연이 어디 보 통 인연인가.”
“어먼 사람들까지 피 보게 하지 말 어. 오딘을 그렇게 몰러? 너그들이 뭉 땡이 지었다고 오딘이 눈 깜짝할 것 같어 정말 그리 믿어?”
“끌끌.”
“병신 중에 상병신이구만. 대갈빡 좀 굴릴 줄 아는 것인 줄 알았더니…… 병신이었던 거였어?”
“오딘과 이야기 끝날 때까지만 얌전
히 있으면 돼. 여기에서. 우리 아가씨 들도 붙여 줄 테니까 노닥거 리고나 있 게나. 감시야 붙겠지만 신경 쓰이면 천막도 쳐 주지.”
“아이템 내놓고 떡이나 치고 있으란 건디. 쓰벌. 사나이 권성일,겁나게 쪽 팔리게 만드네.”
“성일이. 오딘은 여기 없네. 내가 시 키는 대로만 하게나.”
주판석은 성일이 제 목에 두른 팔을 치우기 위해 힘을 썼다.
그러나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는 포기하고 뒤쪽으로 수신호를 보냈다.
대화를 나누는 도중에 이미 몇 개 공 격대가 마을을 크게 돌아 퇴로를 막고 있었다.
두두두.
주판석의 골드 공격대와 위성 공격 대 일곱.
그렇게 199명의 각성자가 포위망의 첫 겹을 형성했다. 그 뒤로는 방패,기 적,특공 등의 공격대들이 몇 겹을 더 만들어 나갔다.
그들은 크시포스 군단과 많은 전투 를 치러 온 자들이다.
군열(軍列)을 갖추는 것쯤이야 이제 는기본이었다.
빠르게 수 겹의 포위망이 만들어졌 을 때,주판석을 제외한 십대 공대장 과 그들의 부공대장들이 포위망 깊숙 이 들어왔다.
그들이야말로 첫 겹의 포위망이자 천공 길드의 최고 전력.
성일은 그들을 둘러보았다. 도망칠 수 없다는 건 진즉 알았다.
몇 개 공격대들이 마을 외곽을 우회 하여 건너편 경계 면으로 향했을 때에 는 그저 정찰대인 줄로만 알았지만, 결국엔 제 퇴로를 막기 위해서 였었다.
아무리 빠르게 달려도 탈것을 탄 기 수들을 능가할 수는 없었다.
“못 보던 새끼들도 있구만! 라면 겁 나게 처드셨나 얼굴에 기름기 봐라.” 성일이 자신을 주시하는 시선들을 향해 외쳤다.
계속.
“오딘 앞에서도 이래라잉. 졸보 압삽 이 개등신처럼 뒤로 빠져서 도망칠 구 석만 살피지 말고! 너그들이 양심이란 게 쥐똥만큼이라도 남아 있다면. 꼭!” 그때 주판석이 혀를 찼다.
“이러면 동생만 크게 다쳐. 동생이 문제만 더 키우고 있어.”
“오딘하고 이야기를 한다고? 무슨 얘기.”
“별거 있나. 우리 땅에서 나가 달란 거지. 성일이,자네도 같이 가면 돼. 자네와 여기에서 있었던 일은 끝까지 비밀로 하지. 조용히 있다가 떠나.” “흣! 흐흐홋!”
“설마 자네 때문에 계속 친절을 베푼 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지랄 맞다. 지랄 맞어. 어찜 이렇게 사람이 악해질 수가 있나. 오딘이 너 그들에게 어떻게 해 줬는디.”
“……자네도 참 말을 안 들어 먹는 군. 진심 인가. 우리와 싸우겠다고?” “안 봤으면 모를까. 이대론 못 보내 지. 오딘에게 가려면 내 시체를 밟고
가야 할거여.”
그게 시작이었다.
“쓰벌것들아! 한판 붙어어엇!!”
찰나에 일어났다.
주판석이 순간 이동의 인장으로 성 일의 손아귀에서 벗어났을 때.
서로의 상태 창을 꿰뚫어 보던 시선 들이 교차했다.
[ 대상을 일부분 간파 했습니다. (스킬, 개안) ] [ 이름: 권성일 레벨: 3?1 (다이아)체력: ?10 (+10) 근력: ?09 (+10)
민첩 : ?00 감각: 456 경험치 : 4????/ 59971 공격력: 2???
물리 방어력 : 10000/ 10000 마법 방어력 : ?000/?000 특성(1) 스킬(3) 인장(0) 아이템(1) ]
‘엄청나군!’
강주혁은 경악했다. 300대 레벨,다 이아 등급은 권성 일이 아니 라 오딘쯤 되어야만 품고 있을 능력이라고 생각 해왔었다.
오딘의 심복이 351레벨이면 정작 오 딘은 몇 레벨이란 말인가.
오딘의 심복이 자그마치 2천대의 공 격력을 보유하고 있다면 오딘은?
미 친 듯이 쏟아져 나오는 광풍(狂風) 같다고 생각했다. 성일이 인장을 이용 해서 대 열로 들어온 주판석을 향해 몸 을 날리고 있었는데,형체가 실로 우 악스러 웠다.
찰나에 뇌리를 스쳐 댔던 생각들은 하나로 귀결되고 있었다.
꼭 나쁘다고만은 볼 수 없는 상황이 다.
10대 공대장과 부공대장.
그렇게 천공 최고의 전력들이 합을 맞춰 볼 수 있는 기회이지 않은가.
최악의 경우 오딘과 이 멤버로 대적 해야 했다.
어쨌거나 일단은 오딘의 심복을 쓰 러트려서,이야기가 끝나기 전까지는 없던 일로 가져가야 한다.
제 심복이 잡혀 있는 걸 알면 대화는 그때부터 결렬이니까.
아니, 심복의 목숨을 협상 카드로 쓸 수 있을까?
쏴악시
주혁은 성일의 뒤로 몸을 던졌다.
이미 주판석 쪽으로 충돌이 있었다.
전열이 흐트러졌기 때문에라도,자신 이 성일을 붙잡아 둬야 했다.
천공 최고의 탱커인 자신이 말이다. 상대의 능력치가 가공스럽기 짝이 없긴 하나 계산은 섰다.
공격력이 2천대.
자신의 물리 방어력은 15000대. 개안을 제외한 상대의 스킬 두 개는 자신 같이 탱커 계열이었다.
스킬은 위력이 될 게 없었다.
특성은 볼 수 없었으나 한 개뿐이고, 아이템이라고는 무기 없이 흉갑 하나 뿐이다.
그런데 무기도 없이 공격력이 2천 대
가 뜰 수 있는 것일까? 어떻게? 지금까지 파악한 바로는 근력,무기, 레벨 구간을 근거로 공격력이 계측됐 었다.
주혁은 생각했다.
성일을 잡고 나면 무기도 없이 2천 대의 공격력을 띄울 수 있었던 이유를 알아내고야 말겠다고.
광!
[ 스킬,충차를 시전 하였습니다. ]주혁은 방패로 전면을 가리며 성일 의 등에 충동했다.
흡사 산에 부딪친 듯 묵중한 무게감 이 충돌 지점부터 퍼져 나갔다.
그때 성일의 고개가 주혁에게로 돌 아갔다.
상대가 몬스터가 아닌 이상,어그로 를 끄는 스킬들은 무용지물이다.
주혁은 성일의 화를 돋우기 위해 도 발하는 말을 빠르게 내뱉었다.
“네 목을 따고 오딘의 목을 따 주 지!”
오딘의 충성스런 심복답게 즉각 반 응이 왔다. 주판석을 향하려던 그의 돌주먹이 자신의 방패를 향해 날아오 는 것이었다.
‘최소한 여섯 번은 충분히 버틴다. 그거면 돼!’
그 시간을 벌어 주는 것만으로도 저 것의 등 뒤에 딜러들의 공격이 작렬할 것이다.
쾅! 쾅! 광! 쾅! 쾅! 과아앙-
[ 2170의 물리 피해를 입었습니다. ] [2170의 물리 피해를 입었습니다. ] [2170의 물리 피해를 입었습니다. ] [2170의 물리 피해를 입었습니다. ] [ 물리 방어력 : 0 / 15020] [ 경고: 건국자의 방패에 강력한 피해가계속 되고 있습니다. ]
그 순간 주혁은 바뀐 시스템을 두고 했던,한 공대원과의 대화가 번뜩 떠 올랐다.
“공대장님. 공속이 나와 있지 않지만 민 첩과 연동됩니다. 실버와 골드 구간의 80 레벨 차이 나는 둘을 대상으로 시험해 본 결과,공격 속도에서 두 배의 차이가 있었 습니다. 50 공격력의 실버가 한 번의 공격 을 시도할 때,1〇〇 공격력의 골드는 두 번 이었습니다. 즉 50 대 100이 아니라,50 대 200이 되는 것입니다. ”
[ 경고: 건국자의 방패가 파괴되기 직전 입니다.]쾅! 쾅!
[ 건국자의 방패가 파괴 되 었습니 다. ]방패가 유리창처럼 깨져 버렸을 때. 그때를 비집고 들어온 거친 주먹이 주혁의 얼굴을 뭉개 버리고 이어서, 나머지 손이 그의 발목을 낚아채 올렸 다.
메시지만큼은 그대로였다.
하지만 시이는 반전돼서 하늘과 땅 이 거꾸로 뒤집혔다.
“컥! 컥!”
연달아 이은 충격들에 정신이 없었 다.
풍압이 얼굴을 밀어붙이고 입안으로 비 릿한 피 맛이 퍼 져 댔다.
빠르게 스쳐 대는 광경마다 피가 튀 고 있었다.
지나간 이야기들도 함께.
“오딘에 대해서는 묻기도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권성일은…… 본토 태생들이 그러 더군요. 그의 인간 칼리버는 매우 강력하
다고요.”
“인간 칼리버?스킬이냐. ”
“아닙니다. 엑스 칼리버처럼 상대를 무 기로 쓴다고 해서그렇게부른답니다. ”
“언제적 이야기지?”
“2장초기입니다. ”
“그때는 그럴 수 있었겠지. 하지만 많은 시간이 흘렀다. 무기가 매우 중요 하지. ” “제 생각도 같습니다. 인간 칼리버는 다 시 볼 수 없을 겁니다. ”
다시 볼 수 없다고.
다시 볼 수 없다고!
다시 볼 수 없다고오오오?
“크어어어……
언제 어떻게 풀려났는지는 알 수 없 었다. 풍압이 더는 없고 눈앞은 뿌옜 다. 여러 사람들의 핏물이 눈가를 찔 러 들어오고 있었다.
주혁은 몇 개의 힐이 동시에 들어오 고 나서야 시야를 되찾았다.
오딘의 심복 손아귀에는 골드 공대 장 주판석과 기적 공대장 강기남의 발 목이 쥐어져 있었다.
축 늘어진 둘의 모습에서,그간 자신 의 모습이 어땠을지 상상이 갔다.
추해도 저런 추한 모습이 없었다.
자신도 저렇게 시체나 다름없는 꼴 로 한참 동안 무기로 사용됐을 터.
주혁은 이가 바득바득 갈렸다.
보아하니 권성일은 훈련용 허수아비 나 다름없는 신세 였다.
살기등등한 눈으로 주변을 노려보고 만 있을 뿐,선 자리에서 발끝 하나 움 직이질 못하는 상태였다.
‘고작 심복 하나 잡는 데……
십대 공대의 공대장과 부공대장으로 도 모자라 뒤에서까지도 지원이 있었 다.
포위망 몇 겹.
사방에서 뻗쳐 나와 오딘의 심복에 게 이어져 있는 스킬 전부는 속박 효 과가 있는 것들로,수십 가닥의 빛줄 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상황종료였다.
주혁은 주변에 떨어져 있는 제 무기 를 찾아서 집어 들었다.
그러고는 성일의 앞으로 걸어갔다. 가까이서 보니 주판석과 강기남은 시 체처럼 보이는 게 아니라,정말 시체 가되어 있었다.
강기 남만큼은 가슴에 구멍이 난 채.
“네 놈은…… 흐흐흐. 오딘 몫일 것 같아서. 네 놈이 데려왔잖어. 다.”
성일이 피를 한 바가지 쏟아 내며 눈 을 부릅떴다.
“크윽. 다구리 끝난 거 같은디, 뭐 혀……끝을 보자고. 끝내. 쓰벌 것.”
주혁은 대답 대신 깊은숨을 내쉬었 다.
다이아 구간의 위력인지,아니면 오 딘의 심복이 유별나게 전투 기술이 뛰 어났던 것인지.
다시 돌아본 주변은 북방 왕국과의 국경전을 방불케 할 만큼 엉망이 었다. 핏물은 당연하고 허리가 꺾이고 얼굴 이 함몰돼서 죽은 시체들도 상당했다.
그리고 그들은 일선의 포위망을 형 성했던 골드 공격대의 일원들이었다. 더욱 후방에서 지원했던 자신의 공격 대와 십대 공격대들은 온전했다.
다행이라면 다행.
그래도 천공 길드의 모든 공격대들 이 지켜보고 있는 상황에서 십대 공격 대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되었다.
‘죽여야겠군.’
체면을 조금이나마 회복하려면, 모 든 천공인들에게 위신을 잃지 않으려 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물론 성일을 죽이면 오딘과의 대화 는 하나 마나다.
잠깐 오딘의 눈을 속여서 북방으로 떠나는 걸로 귀결된다 쳐도,심복이 사라졌는데 그냥 돌아갈까.
결국엔 이 이야기가 오딘에게도 들 어가게 될 거고 오딘과는 자연히 충돌 하게 된다.
그럴 바에는 제대로 각 잡고 들어가 야 한다.
이 길 그대로 2만 병력 전원으로 오 딘을 친다.
북방과의 일이 걸리긴 하다만 최대 한 외교로 풀어 나갈 수밖에.
계산을 마친 주혁의 눈에서 살기가 일렁거렸다.
“……오딘에게 달려들 때는……꼭 선봉서라잉
“그럴 리가 있나. 다음번엔 아래 길 드원들도 전공을 세울 기회를 줘야 지.”
주혁이 속삭이듯 말했다.
“쓰벌 것.”
“억울해하진 마라. 우리들을 상대로 몇 사람이나 저승길 동무로 삼았잖은 가. 그건 대단한 일이지. 자부해도 돼. 그럼……죽어.”
그때 였다.
성일의 얼굴로 핏물이 쏟아졌다.
찌익.
그 다음에야 주혁의 목에 남겨진 실 선이 드러났다.
싹둑-!
주혁의 얼굴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성일이 눈을 깜박일 때마다 사람들의 대가리가 주인의 몸에서 기울어지고 있었다.
그러고는 일제히 핏물을 분수처럼 뿜어내는 것이었다.
“말했잖어…… 네 놈은 오딘 몫이라 고.”
성일이 주혁의 목이 잘려 뒹구는 얼 굴을 내려다보며 중얼거 렸다.
상태 창에 적시되지 않았을 뿐이다. 데비의 칼날은 바클란 군단들을 상 대해 오면서 더욱 위력적으로 변했다. 과거에는 일차원적인 궤도에 국한되 었던 반면에 지금은!
쉐에엑 一
일직선으로 쭉 뻗어 날아가,성일을 죽이려던 놈의 머리를 날려 버린 시점
에서 방향을 틀었다.
그러며 점점 커지는 원을 그려 가기 시작했다.
소용돌이의 궤적이었고 말했던 바 빠른 속도로 확장되고 있는 중이다.
칼날이 궤적을 그리며 지나간 자리 에서는 어김없이 비명이 솟구쳤다.
아직은 1막 최종장이다.
데비의 칼날을 그나마 한 번이라도 받아 낼 수 있는 수준은 기득권층의 공대장이나 부공대장 급 정도에 불과 했는데,그것들은 성일과의 전투에서 이미 방어 력을 상실한 상태였다.
그것들이 목 잘린 절단면에서 핏물
을 분수처럼 쁨어내며 넘어가고 있을 때.
일반 공대원,심지어 기득권층의 정 규 공대원들이라 할지라도 저열한 방 어막과 함께 목이 날아가기 시작했다.
피하려고 몸을 틀어 댔던 놈들은 목 이 아니라 상체가 큼지막하게 두 동강 났다.
이미 날려 보낸 데비의 칼날은 거둘 수 없다.
그럴 마음도 없고.
죽음의 물결이 포위망 앞쪽에서부터 파도를 치고 있는 것이다.
목 잃고 두 동강 난 시체들이 픽픽
넘어갈 때마다,다음 궤적 안에 들어 온 놈들도 어김없이 죽어 나갔다.
그러니 그 다음,그 다다음의 궤적 안에 포함되어 있는 놈들이라고 모를 수가 없었다. 곧 자신들의 차례란 걸 말이다.
“으아악!”
“비켜어어엇!”
사방은 금세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등을 돌리는 것들이 태반이 었다.
한편 칼날이 만들고 있는 것은 비단 궤적만이 아니었다.
칼날다운 날카로운 바람을 사정 없이 뻗쳤다.
내게도 그것들이 불어왔다.
이미 죽은 놈들의 피비린내와 곧 죽 을 놈들의 공포를 싣고.
잠시 후.
데비의 칼날이 사라졌는데도 비명 소리가 끊임 없었다.
흰자위를 뒤집어 까고는 벌벌 떠는 녀석들이 내는 소리들이었다.
그것들은 죽음의 물결이 멈춘 걸 깨 닫지 못했다.
마냥 겁에 질려서,눈앞의 광경에 압 도당해서.
그래서 제 입에서 무슨 소리가 나오 고 있는지도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으어어……으어어억!”
궤도에서 비껴 나간 녀석들이다. 온 갖 것들이 시체로 변해 쓰러졌던 그 공백을 몇몇 운 좋은 녀석들이 채우고 있는 것이다.
녀석들은 속박에 당해 버린 것처럼 선 채로 굳어 버 렸다.
그나마 몇 놈은 고개를 돌려 데비의 칼날이 사라진 지점 너머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마도 애원하고 있을 것이다.
자신들을 구해 달라고.
거기부터가 죽음의 물결이 멈춘 곳 으로 여전히 이놈들로 득실거 린다.
갑자기 시작됐다가 그렇게 멈춰 버 린 학살을 대하는 놈들의 반응은 내 예상에서 조금도 빗나가지 않았다.
소란이 었다.
군진을 갖추라고 더듬거리는 놈이 있는가 하면,어떻게든 제 뒤에 포진 해 있는 인간 벽을 뚫고 도망치려는 자들도 있었다.
한편 궤도권 안에서도 운 좋게 살아 남은 녀석들은 누구 하나 발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지뢰를 밟은 듯하다.
발을 떼는 즉시 죽음뿐이라고 여기 는 것 같았다.
공포에 질린 눈동자만 데굴데굴 굴 려 댔다.
고작 스킬 하나도 받아 내지 못할 거 면서 나를 도모하려 하다니.
내 그룹원을 죽이려 들다니.
너희들의 이 정도나 살아 있는 게 누 구 덕분인데.
나도 사람이다.
성일을 직접적으로 상대했던 놈들의 시체로 시선을 돌렸다.
내가 아는 문장도 있고 새롭게 추가
된 문장도 있다.
분명한 건 이것들 열 개의 공격대가 1막 최종장의 기득권층이란 거다.
수백 구의 시체를 중간에 둔 너머.
군진을 갖추라며 허둥대는 녀석들 태반이 이것들과 동일한 문장을 박고 있다.
본 시대의 시작의 장에서도 1막 최종 장은 한 개 세력으로 통일되는 구간이 었다.
시스템이 유도한 것도 있고,온갖 게 이트에서 쏟아져 나온 군단들을 상대 하다 보면 자연히 그렇게 됐었다.
그러니까 천공 길드가 1막 최종장을
통일했거 나 그 과정에 있는 중이 었다. 족히 다섯 자릿수의 각성자들을 대동 할 정도로 성장해 있는 걸 보면……. 어쨌거나 작금의 사달은 내게도 원 인이 없다고 할 수 없었다.
공격의 빌미를 줬지 않은가.
내게 대적해도 되겠다,싶게 만들어 줬다. 패착이라면 패착이랄 수 있겠 지.
그렇기 때문이다.
이 정도로 끝낼 순 없다!
이것들은 아직도 숫자를 믿고 있었 다.
지면을 박찼다.
“방패 공대는 내 지휘를 따라라!”
너머에서 그렇게 외치는 놈과 놈의 주변이 첫 타깃이었다.
첫 번째 포위 겹은 골드 공대와 그것 들의 위성 공대들이 주를 이뤘었는데 데비의 칼 한 방에 썰려 나갔고,놈과 주변은 두 번째 포위 겹의 시작쯤 됐 다.
“당장 군열을 갖…….!”
놈은 귀신을 본 듯한 얼굴로 칼부터 휘둘렀다. 그게 놈의 마지막이었다.
“으아아악!”
놈이 하늘이 무너져라 울부짖었다.
불타는 꼬리에 휘감긴 채로 허공에 서 발버둥 친다.
[ 염마왕의 길을 시전 하였습니다. ]곧바로 놈의 두 동공은 화염으로만 가득 찼다.
정확히는 제 공대원들을 집어삼키는 화염들로,몇 겹의 포위망을 일자로 가로지르며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라의 태양 검을 끄집어냈지만 놈의 목을 벨 것도 없이 끝났다.
꼬리를 푸는 즉시 화염에 씹어 먹힌 시체 한 구가 뚝 떨어졌다.
그렇게 전방은 불을 달고서 뛰어다 니는 것뿐이었다.
“살려 줘어어엇! 아아악! 힐! 히이이 이일!”
핏물은 화염보다 선명하지 못할 뿐 더러 열기도 낮았다.
라의 태양검을 휘두르며 놈들의 몸 을 벨 때마다 나는 것이라곤 피 냄새 뿐이다.
염마왕의 길을 시전했을 때 솟구쳤 던 화염들이 사그라들었을 순간에는 큼지막한 붉은 길이 자리했다.
이것들 전부를 가로질러 확 터져 있 다.
젓더미로 가득한 이 붉은 길은 나의 절대 영역.
가까운 경계 면 입구까지 이어져 놈 들의 퇴로가 차단되었다.
놈들이 내 안배로 인해 본 시대를 초 월하는 성장을 누리고 있는 것은 맞으 나,그래 봐야 1막 최종장밖에 오지 못한 것들이다.
빠져나가질 못해서 죽었다. 들어오 질 못해서 막혔다.
붉은 길 좌우의 경계가 어수선했다.
물론 놈들이 공포로 얼어붙어 있던 것만은 아니다.
길 좌우를 쭉 따라 대치되어 있는 것
들은 뒷걸음치기 바쁘나,허공과 놈들 의 사이사이에서는 공격이 시작되고 있었다.
속박 효과를 담은 빛무리들. 폭발 효 과를 품은 투사체들.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지는 각양각색의 기운들이었다. 미친 듯이 덮어 씌워지는 메시지들 도함께.
[ 상대가 당신을 간파하지 못했습니다. (스킬,개안) ] [ 상대가 당신을 간파하지 못했습니다. (스킬,개안) ]선은 자르고 구는 꼬리로 감쌌다. 내 상태 창을 꿰뚫어 보려는 시도 이상의 스킬들을 파훼하고,또 피하며 놈들 사이로 뛰어들었다.
베고 차고 내던졌다.
사방에는 잘린 팔과 대가리들이 핏 물과 함께 날아다녔다.
콰아아앙!
데비의 칼이 폭발의 변식을 담아 지 면을 강타했을 때였다.
그때 나는 허공으로 몸이 치솟은 상 태였다.
아래의 거대한 폭발이 놈들을 저승
으로 쓸고 가 버리는 광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놈들은 이러한 불바다를 경험해 본 적도 목격했던 적도 없었다.
1막 최종장까지 웨이브와 첨탑 그리 고 군단들을 상대해 오며 이 세상에 적응했다 자부하고 있었던 바들은,그 때 증발했을 것이다.
부서진 건물 파편들이 흙더미와 함 께 쏟아지고.
꾸준한 화염들이 거리 전반을 덮쳐 온갖 건물들로 옮겨붙었다.
세상이 불바다가 된 시점.
놈들은 전의를 상실했다.
십대 공격대고 아니고 할 것 없이, 도망치는 뒷모습들뿐이 었다.
오죽 급했으면 염마왕의 길로 차단 되어 버린 경계 면 쪽으로 도망치는 놈들도 있었다.
지휘하는 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적은 한 명이다! 한 명이다! 물러서지 마라! 물러서지 마라아앗! 공격해! 이 새 끼들아아악! 공격하라고오오 옷!”
그렇게 외쳤던 놈들도.
그러려고 시도했던 놈들도 전부 바 닥의 시체로 깔려 도망자들의 발에 계
속 짓밟히고 있었다.
신원을 확인할 수 없을 만큼 밟히고 또 밟혔다.
행여나 목숨이 붙어 있는 녀석이 있 었다면 그때 정말로 숨통이 끊겼을 것 이다.
나는 불바다 속의 유일한 악마였다. 적어도 이것들에게는 그래야 했다.
나와 마주친 것들은 둘 중에 하나였 다.
미친 듯이 더 도망치려 하거나,나를 본 자리에서 그대로 주저앉아 버리거 나.
그래도 살려 달라는 말만큼은 누구
나 같았는데,그것들의 생사는 그것들 의 문장에 달려 있었다.
지금까지는 권력의 배지처럼 달고 있었을 테지만.
나는 어 디에고 있을 수 있었다. 마을은 크지 않았다. 사방의 퇴로 중 하나는 염마왕의 길로 차단되어 있었 다. 놈들은 느렸다.
마을에서 벗어나려는 자는 그 즉시 죽음뿐이 라고 경 고했다.
경계 면으로 도망치려는 것들의 목
이 난데없이 출몰한 기운에 잘려 나가 고,그 몸뚱이를 벼락 줄기들이 휩쓸 고 지나가길 몇 차례.
“오딘!”
“오딘!”
“오디이이인. 살려 주세요!”
세 방향의 경계 면들은 무릎을 꿇고 있는 자들로 가득해졌다.
이윽고 돌아다니는 자들은 내 지시 에 의해 부상자들을 끄집어내는 자들 뿐이었다.
사망자들의 시체는 바닥에 버려진 채,부상자들만 소속 공격대의 품으로 돌려 보내졌다.
이만에 가까운 사람들이 한 공간 안 에 있지만 숨소리 하나 나오지 않았 다.
와르르록.
불탄 건물들이 무너지는 소리만 마 을 중앙에서 들려왔다.
그때 성일은 자성의 부축을 받고 있 었다.
유독 십대 공격대의 일원들이 특정 돼서 죽어 나가는 와중,그는 자성을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었던 모양이었 다.
과거 자신의 목숨을 살린 바 있었으 니까.
운 좋은 녀석들이 내 앞으로 불려 나 왔다.
십대 공격대의 문장을 박고 있으면 서도 아직까지 목숨이 붙어 있는 것들 말이다.
“주…… 주판석과 강주혁 그리고 강 기남이 주도한 일입니다. 저희들 은…… 저희들은……. ”
이놈 같은 경우엔 정말로 운이 좋았 다고 할 수 있었다.
십대 공대장이면서도 내가 당도하기 전에 이미 혼절 상태였다가,모든 상 황이 끝나 갔을 때쯤에야 정신이 든 놈이었다.
“그래서?”
“특,특히 강주혁은 아래에서의 균열 보다 위에서의 균열을 더욱 심각하게 여겼습니다. 오…… 오딘 님. 당신을 말입니다.”
“아래에서의 균열?”
놈은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내 호흡 한 번에 몸을 흠칫흠칫 떨어 댔 다.
내 시선이 미치는 곳마다 정적이 스 치고 지나가는 건 당연했다.
놈이 그러한 정적을 도무지 견딜 수 없는지,바들거리며 입술을 열었다.
“시,시스템이 수정된 후에…… 천공
회의가 열렸었습니다. 안건은 사냥터 통제와 신규 공격대의 등록세 상승으 로……
탁.
나는 바위를 가볍게 쳤다. 그것만으 로도 놈은 침을 삼켜 넘기며 고개를 조아렸다.
더 설명을 듣지 않더라도 알 것 같았 다.
어차피 일어나게 될 충돌이었다.
연희와 나. 그리고 성일과 둠 아루쿠 다의 수중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수아 와 신경아 모두.
실력의 고하와는 관계없이 바클란
군단의 본토에서 목숨을 걸었었다.
내가 모두를 이끌고 바클란 군단의 본토를 어떻게 관통해 왔는데?
그걸 소수의 몇 놈들이 작당해서 없 던 일로 하려 해?
나를 도모하려 했던 행위보다 그 일 에 더욱 분개를 느꼈다.
이것들은 모른다.
누군가 이것들을 변호할 사안이라고 는 하나밖에 없다.
시작의 장이 끝나고 나면 이것들의 국적 이 나와 같다는 것뿐.
나는 끈적끈적 달라붙는 더러운 기 분들이 보태져 마저 말을 내뱉었다.
내 앞에서 조아리고 있는 놈만 아니 라,운 좋게 생존해있는 것들 전부에 게.
“나를 설득해 봐라. 너희들을 죽이지 않아도 되는 이유가 만일 있다면.”
녀석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십대 공격대의 공대장과 부공대장급 인사들 중에서 자신 외에는 살아남은 사람이 없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는지, 줄곧 망설이던 끝에 입술을 떼기 시작 했다.
“2만 천공인을 통치하시려면 충성스 러운 수족이 필요하실 겁니다. 시켜만
주시면 뭐든 다하겠습니다. 목숨을 다 바쳐 모시겠습니다. 시작의 장이 끝난 후에도 변치 않겠습니다.”
삐씩,빠•지직 – !
허공을 비집고 나온 뇌력 줄기가 녀 석의 얼굴을 관통한 순간.
눈앞에서 살점이 튀겼다.
얼굴이 날아간 시체가 뒤로 넘어갔 다.
정령에게 반발한 녀석들은 이런 꼴 로 죽기 십상이었다.
하지만 지금, 녀석들의 생사를 주관 하고 있는 것은 정령이 아니라 바로 나였다.
“이유를 말하라 했더니 각오만 다지 는꼴이라니. 거기 너. 단발머리.”
단발머리가 고개를 숙인 채로 눈만 치켜 떴다.
이마에 굵직한 주름이 접혔고,두 눈 은 삶과 죽음 사이의 어딘가를 헤매고 있었다.
“저…… 전…… 천공 사정을 많이 알 고 있어요. 총무부를 감독하고 있,있 었습니다.”
나는 한쪽을 가리 켰다.
그게 무슨 뜻인지 금방 알아차린 단 발머리는 허겁지겁 기어갔다.
그러고는 양팔을 교차하여 가슴에
대는 것이 내게 감사를 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실상은 미친 듯이 뛰어 대 는 심장을 짓누르려는 행동일 것이다.
단발머리는 내게 감사를 표할 수 있 을 만큼의 여유가 없었다.
단발머리의 거친 숨소리가 들려오는 시각.
판결이 계속되던 중 한 녀석이 북방 을 언급했다.
“전 골드 공격대의 위성 공대를 운영 하고 있었습니다. 평,평소 모든 공격 대를 통틀어 저희들이 북방과의 교역 에서 제일 활발했습니다. 그러니까 저,저희들이. 아니 제가 북방의 사람
들을 잘 알고 있습니다. 북방과 대화 를 해야 할 때면 제가 자주 갔었습니 다.”
자신이 사절이 었다는 말이다.
남방과 북방.
그렇게 두 개 세력으로 양분되어 있 다는 것쯤은 자연히 알 수 있었다.
북방 세력의 모태는 신경아가 남겨 둔 세력일 가능성이 높았다.
최종장이 시작될 무렵에 이미 m개 가 넘는 구역으로 세를 높여 가던 중 이었으니까.
녀석의 말에 따르면, 북방 세력은 한 명의 권력자에 의해 지배되고 있는 곳
이었다.
미룰 것도 없었다.
“가서 전해라 내가 보잔다고. 오지 않으면 내가 갈 것이며 그때는 대화로 끝나지 않을 거라는 것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김윤철이라는 이 녀석에게 한 개 공 격대를 붙여서 보냈다.
북방의 왕을 자처하고 있다는 놈에 게.
윤철뿐만이 아니었다.
상민과 그의 공격대원들 또한 경계 면을 넘은 지 한참이 지날 동안 말이 없었다.
그들은 최선을 다했다.
지독한 공포뿐이 었던 살육의 현장에 서 한 발자국이라도 더 멀어지기 위해 서 말이다.
경계 면을 가로질렀다.
유령 마을 하나에 당도하고 나서야 처음으로 목소리가 나왔다.
“좀 쉬었다 갑시다.”
아직도 충격이 가시지 않은 목소리.
윤철이 그렇게 말하며 쉴 자리를 찾 아 주위를 두리번거 렸다.
“그럽시다.”
상민도 대꾸했다.
전 같았으면 윤철과 상민 사이에는 동석할 수 없는 신분상의 차이가 있었 다.
윤철은 골드 공격대의 위성 공대 하 나를 운영하고 있는,그러니까 십대 공격대의 일원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 이었다.
하지만 상민은 백대 공격대의 말석 쯤에나 간신히 들어가는 인사였다.
그런데 그런 것들이 뭐가 중요할까.
우물 안의 개구리였다는 말이 틀린 게 없었다.
천공 길드는 작디작은 우물에 불과 하였으며,그 안의 개구리들끼리만 누 구 울음소리가 더 큰지 겨루고 있었던 것이다.
진짜 세상은 우물 밖에 있었다.
문제는 거기에 머물던 거인을,그 끔 찍한 괴물을 건드린 것이 었는데.
참 많이도 깔려 죽었다.
‘천? 이천? 대체 얼마나 죽은 거 지……
윤철은 시체만 가득했던 불타는 거 리를 떠올리며 자리에 앉았다.
살육의 현장을 떠나온 지 세 시간. 윤철의 팔이 지금도 떨리고 있었다.
윤철의 옆으로 상민이 앉았다.
상민이 윤철에게 물병을 건네며 말 했다.
“최상민입니다.”
“김윤철입니다.”
“압니다. 김 공대장께선 절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과거 일은 죄송합니다.”
윤철은 사과부터 해야 했다.
왜냐하면 자신은 기억을 못 한다 해 도,상대만큼은 필시 좋은 일 때문에 기억하고 있는 게 아닐 것이기 때문이 었다.
길드의 일이란 게 그랬다.
특히 골드 공격대의 위성 공대로 많 은 돈과 물자를 다루고 있던 윤철로서 는 다른 공격대의 사람들과 얼굴을 붉 히는 일이 많았다.
얼굴을 붉히게 된 대상이 십대 공격 대의 일원이라면 말로써 끝났지만. 십 대 공격대가 아닌 자들에게는 말로만 끝나지 않았다.
윤철은 상민의 시선에 서린 불길한 기운을 감지했다.
“오늘은 좀 봐주셨으면 합니다. 저, 목숨 하나만 달랑 남았어요. 제게 돌 려줘야 할 빚이 있다면 나중에…… 나 중에 안 되겠습니까.”
“그렇죠. 오늘은 모두가 힘든 날입니 다. 하지만 지금껏 당신들이 우리들한 테 한 짓거리들은 그렇다 쳐도,오늘. 오늘 당신들 때문에 우리까지 전부 죽 을 뻔했습니다. 나와 내 공대원들까지 전부.”
그렇지 않아도 상민의 공대원들은 지시가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 다.
상민이 일어나며 윤철을 턱짓하자, 그의 공대원들이 일제히 몰려왔다.
퍽! 퍽! 퍽!
윤철은 구타당했다. 딱 죽지 않을 만 큼 맞았고 혼절했다.
그가 정신을 차린 건 이튿날,덜컹거 리는 짐칸 안에서였다.
“오딘 님께 감사하십시오.”
십대 공격대와 그들의 위성 공격대 들은 동반 몰락했다. 삼백여 명의 생 존자가 있긴 하다만,과거와 같은 위 상은 다시 없을 일.
그래서 오딘이 윤철에게 맡긴 일이 없었다면 어제 기회가 났을 때 죽여 놓았을 거 란 말이 었다.
그만큼이나 상민과 그의 공격대는 윤철에게 원한이 깊었다.
윤철은 계속 그들의 눈치를 봐야 했 다.
시일이 지났다.
윤철과 상민의 공격대는 간간이 출 몰하는 몬스터들을 해치우고 구역을 꾸준히 넘어왔다.
91구역부터 100구역까지 이어지는 국경이 목전.
각 구역당 십대 공격대의 위성 공대 하나씩이 주둔군으로 배치되어 있었 는데, 윤철은 상민의 공격대와 주둔군 인 방패 공대의 위성 공대 사이의 마 찰을 예상했다.
그래서 주둔군 몇이 무리를 지어 다 가왔을 때,그가 일행들을 대표해 나 섰다.
“나는 골드 공대 휘하,김윤철 공대 장이라 한다. 너희들 중에 내 얼굴을 아는 자가 있을 텐데? 그래 너. 낯이 익어.”
윤철이 사내 하나를 특정했다.
“옛! 교역 나오셨습니까?”
윤철은 대답 대신 주둔군의 대장을 급히 불러오라 지시했다.
주둔군의 대장이 빠릿하게 뛰어나왔 다.
윤철의 위상이 그보다 높아서가 아 니라,분위기가 이상하다는 보고를 받 았기 때문이었다.
대장이 보기에도 평소와는 달랐다.
짐칸에서는 교역품들 대신 말린 어 포 냄새만 나고 있었다.
골드 공격대의 위성 공대장이 대동 하고 온 사람들도 골드 쪽의 사람들이 아니었다.
본 적도 없었던 공대 문장.
무장 상태도 크게 눈여겨볼 게 없는 허접한 공격대였다.
크시포스 군단들과의 전투가 한창이 었던 몇 개월 전이었다면,저런 허접 한 공격대는 이 구역까지 당도할 수도 없었다.
“자네 공대원들은 어디에 두고 뭔 놈 의 떨거지들을 데려왔어? 무슨 지시
인지는 모르겠다만. 킥. 재수 옴 붙은 것 같은데. 아냐?”
대장이 낄낄거렸다.
그러던 것도 잠시,윤철의 대꾸 없는 심각한 표정에 대장의 얼굴에서도 웃 음이 지워져 나갔다.
곧 윤철의 입에서 충격적인 이야기 가 시작됐다.
단 일인에게 2만 병력의 천공 길드 전체가 굴복했다는 것이다.
대장은 도무지 믿기지가 않았다. 아 니 믿을 수가 없었다.
“정말…… 다 죽었나? 우리 강 공대 장님께서도?”
“제일 먼저 죽었다더군. 생존자 속에 없었던 것은 확실하지. 거기까지야. 우리 모두 도망치는 것만으로도 급급 했으니까.”
“어떻게 그런 일이. 이게 말이 된다 고 생각하나? 그걸 믿으라고? 강 공 대장님이 어떤 분이신더L 너희 수전노 와 다르신 분이다.”
“믿고 안 믿고는 알 바 아냐. 하여튼 우리를 도와야겠다. 제대로 잘 시간도 없이 달려왔거든. 북방의 본토까지 호 위를 부탁하지.”
“북방은 무슨 일로?”
“오딘께서 북방의 왕을 소환하셨다.
데려오라 하셨지. 큭큭. 불쌍한 놈. 죽 은 목숨인 거지. 응하든 응치 않든.”
“오딘께서는 또 이러셨습니다. 응하 시지 않는다면 오딘 님께서 직접 여기 로 오실 것이며,그때는 대화로 끝나 지 않을 거라 하셨습니다.”
콰앙!
위압적인 충격음이 울려 퍼졌다. 하 지만 윤철은 반사적으로 눈만 깜빡거 릴 뿐 겁을 먹는 기색이 조금도 없었 다.
그래도 여기는 적지의 중앙이다.
정도 이상으로 자극해서 애꿎은 목 숨이 날아가는 일은 없어야 했다.
그 혈겁에서 어떻게 살아남았는데?
북방의 왕이 노려보는 시선에,윤철 은 고개를 숙이며 덧붙였다.
“전언은 그것뿐이셨습니다. 저희들 도 오딘의 의중을 모릅니다. 양해해 주십시오.”
그때.
북방의 왕이 내리친 지점에서 충격 음이 한 번 더 일었다.
윤철이 몸만 움찔할 뿐 당황하는 기 색이 없던 시점이었다.
윤철을 노려보던 북방의 왕이 자리 에서 일어났다.
그때는 왕의 투구 안에서 일렁이던 기운이 갑자기 사라진 때였다.
눈과 코로 이어지는 T자 라인만 개 방되어 있는 투구였는데,왕은 투구를 벗으며 윤철에게 고개를 들으라고 말 했다.
지금껏 윤철이 북방의 왕을 대면한 적은 수차례 있었지만 왕의 얼굴을 직 접 본 건 지금이 처음이었다.
‘어? 이…… 이 사람.’
그 순간 윤철의 두 눈이 큼지막하게 커졌다.
너무 뜻밖이었다. 뒤통수를 세게 얻 어맞은 듯 머릿속이 얼얼했다.
북방의 왕은 한국인이라면 모를 수 가 없는 유명 인사였다.
일성 그룹과 관계 깊은 인물일 거라 는 소문은 있었지만,실제로는 그 이 상이었다.
북방의 왕국이 괜히 일성이라는 이 름을 달고 있는 게 아니었다.
괜히 길드 문장을 일성 그룹의 로고 그대로를 차용해서 쓰는 게 아니 었다.
일성 그룹의 젊은 총수,이태한!
누이였던 전임 여회장을 밀어내고 그룹을 장악한 인사.
그도 시작의 장에 존재했다.
재벌 그룹의 총수라 할지라도 시스 템의 부름을 거부할 수는 없었던 것이 다.
“김윤철. 부평에서 카페를 운영했던 걸로 알고 있다.”
“그,그걸 어떻게.”
“천공 길드만 스파이를 심어 놓았을 까 봐? 하하. 우리도 김윤철 씨 같은 사람들을 꾸준히 지켜봐 왔지. 봐, 봐.”
탁. 손가락을 튕기는 소리가 났다.
“여기는 영원하지 않아. 언제가 됐든 우리는 바깥으로 나가게 되어 있지.
그리고 나나 김윤철 씨 같이,1막에서 도약하는 데 성공한 이들 대다수가 이 대로 나가게 될 거라고 확신하고 있 다.”
“그…… 그렇긴 합니다만.”
“그런데 생각해 봤나? 바깥이라고 과연 안전할까? 나는 그렇지만 김윤 철 씨 같은 사람들은 아니야. 안타깝 게도 바깥은 계엄령이 선포된 상태거 든. 군부에 징집될 거야. 나라를 위해 헌신하는 건 좋은 일이겠다만,강압이 냐 자유 의지에 의해서냐는 차이가 크 지.”
윤철은 입안에 고인 침을 꿀꺽 삼켜
넘겼다.
“알겠지만 나 정도 되는 사람들은 국 가의 부름에 응하지 않을 수 있다. 내 게는 내 주변 사람들을 그렇게 만들어 줄 사회적 힘도 있지. 나를 도와주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야. 우리 일성 그룹 의 사주 중 한 명으로서,다가온 신세 계의 주역으로 세계 무대를 이끌어 가 게 될 거란 말이다. 그러니 말이야.”
“못,못 합니다. 안 됩니다. 안 돼요! 누굴 저승길에 끌고 가시려고.”
“무엇을?”
“오,오, 오딘을…… 겪지 못해서 그 런 말씀을 하실 수 있는 겁 니 다.”
윤철은 사색이 돼서 말을 이었다.
“십대 공대장들 전원이 목이 잘리거 나 얼굴이 터져 죽었습니다. 그 사람 한 명의 손아귀에 천 명,이천 명이 죽 어 나갔습니다. 믿기지 않아도 믿으셔 야 합니다. 내게 되도 않는 제안을 하 실거라면……
“하하하하! 뭔가 크게 착각하고 계시 군. 설마 오딘을 도모하겠어?”
“예?”
“남방의 소식을 가지고 온 건 네가 처음이 아니다. 먼저 도착한 사람이 있지. 김윤철 씨보다 더 높은 지위의, 오랫동안 나를 도와준 사람. ”
“그 사람이 누굽니까?”
“그 얘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어 쨌든 천공 길드에 입성하고 나면 나를 도와줬으면 하는군. 천공 길드의 십대 공대장과 위성 공대장들이 대다수 죽 은 마당에,김윤철 씨는 내게 큰 도움 이 될 거야.”
“무슨 말씀이신 건지 모르겠습니 다.”
“채비해. 오딘께 같이 가자고. 그래. 이 손으로 내 세력 전부를 오딘께 바 치지. 까짓것.”
윤철은 자신의 앞에 내밀어진 손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 이후에 날 도와주겠나? 그러면 오딘도 줄 수 없는 걸 약속하지. 여기 에서도,바깥에서도.”
머뭇거리는 윤철의 얼굴로 한마디 말이 더 쏟아졌다.
“오딘은 네게 조금도 관심 없겠지만, 난 아냐. 내게 충성을 바쳐라. 네 미래 와 네 가족들의 미래 전부. 나와 우리 일성 그룹이 보장해 주마.”
(10권끝)
태한은 오딘에게로 향하는 짐칸 안 에서 팔을 베고 누워 있었다.
혼자서 이만 명을 상대했을 뿐만 아 니라,남방의 권력층들을 일거에 도려 내 버린 괴수. 같은 사람의 능력이라 고는 볼 수 없는 괴수.
그 괴수의 아가리 속으로 끌려가다 시피 하고 있지만 태한은 괜찮았다.
이러나,저러나.
어떤 방향으로 치닫든 이득이 될 수 있었다.
97년 IMF 외환 위기 시절.
대현,대후마저도 부도를 맞이했는 데 일성 그룹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태한은 몬스터들이 차원을 비집고 들이닥친 날보다도,그래도 세계 경제 가 온전한 것보다도,독일 카르얀 그 룹의 총수 조슈아 폰 카르얀의 예고대 로 시작의 장이 펼쳐짐과 동시에 자신
도 여기에 진입하게 된 날보다도.
20여 년 전의 그 시기야말로 제일 인 상 깊었다.
돌이 켜 볼 때마다 그랬다.
자신의 인생에서 전환점이 된 시기 였다.
단언컨대 자신은 일성가(家)의 2녀 3남 중 막내로 태어나,일성의 왕권에 도전할자격이 없었다.
승계 구도가 분명했다.
덜떨어진 형들보다는 장녀였던 누 이.
출가외인이라는 여성의 한계를 극복 할 만큼 뛰어난 누이였다.
그러니 창업주였던 아버지는,97년 외환 위기 당시에 다른 형들 대신 누 이에게 일성 그룹을 완전히 승계해 버 린 것이었다.
“섭섭하냐?”
“큰 형님이 섭섭하시겠죠. 그런데 왜 누나에게 승계하신 거예요? 아버지, 아직 정정하시잖아요. ”
“전일 인베스트먼트. 코쟁이 자식
cr ”
“•…”대후 건으로 끝난 게 아니었어
요?”
“욕심이 배 밖까지 나온 놈들이다.
된통 당했어. 그것들에게 지배 지분이 넘어갔다. 네 누이에게 우리 쪽 지분 을 합쳐 두긴 했다만,코쟁이들에게 넘어간 것에는 훨씬 못 미칠 거다. ”
“누나가 어련히 잘 해결하겠죠. ”
“미꾸라지를 운반할 때 어떻게 하는 지 알아?”
“메기 한 마리를 넣어 두지. 그러면 잡아 먹히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치거 든. 긴장을조성하는 거다. 태한아. ”
“예. 아버지. ”
“내일부터 회장 비서실로 가라. 네 누이 곁에 있어.”
아버지의 착각이었는지 의도한 것인 지는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분명한 건,그것이 구태여 짓 누를 수밖에 없었던 야심을 점점 키우 게 된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었다.
그때부터 누이를 도왔다.
전일 인베스트먼트가 하루가 다르게 커져 가다가,종국에는 한국 경제를 집어삼킨 시기 였다.
그들이 마음대로 주주총회를 열고 높은 배당을 감행하는 일도 허다해졌 다.
재통령 박충식.
한국 경제의 그 흑막이,본가의 지배 지분을 빌미로 누이를 겁박할 때마다. 둘 사이에서 문제를 원만히 풀어 나 갔던 게 바로 자신이 었다. 표면상으로는 그랬다.
‘그랬었지.,
누이는 셈이 빠르고 영악했다.
자신의 속셈을 진즉 눈치했으면서도 그를 곁에 뒀다.
그리고는 전일 그룹의 창칼을 막는 방패로 사용했었다.
한시 한시가 목숨이 위태로운 날들 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목숨보다 더 가치
있는 ‘실장’의 지위에서 언제고 낙마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물론 누이도 똑같은 위기감을 언제 나 달고 살았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누이의 곁에 있으면서 속칭 ‘실’의 파워를 키워 나갔다.
재통령 박충식이 서식하는 전일 그 룹의 경제 이사실을 그대로 따오긴 했 다만 구조만 그들의 것을 차용한 게 아니었다.
누이만큼이나 영악한 전일 그룹의 경제 이사실이지 않은가.
그들은 모 그룹의 압도적인 금력으 로 채찍질을 가하고,아래로는 휘하
대후 그룹을 창구 삼아 공직자들에게 서슴없이 돈을 찔러줬다.
물론 그때도 지금도,자신에게 전일 그룹 같은 금력은 없다.
하지만 공직자들의 주머니를 채워 줄 돈 정도는 있었다.
한번 주면 계속 줘야 하고,많이 주 다 적게 주면 안 주는 것만 못하다.
재벌의 돈을 받는 걸 권력을 누리고 있는 증거라 여기는 정치인들에게는 더 많은 돈을 밀어 넣어야 한다.
돈을 아끼지 않았다.
필요하다면 사비로 충당하기까지 했 다.
일성가의 사장단을 포섭하는 것도, 전일 그룹의 주요 인사와 친목을 공고 히 하는 것도.
공직자와 정치인들에게 뇌물을 먹일 때처럼 은밀하게 수행했다.
그래도 현실은 안방인 회장 비서실 을 제외하고 나면 사방이 적이라 할 수 있었다.
곰은 재주가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번다고,전일 그룹에서는 반도체 사업 부와 스마트폰 사업부의 수익금을 쥐 어짜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고.
마찬가지로 전일에게서도 꾸준히 돈 을 먹어 온 정치인과 공직자들은 전일
의 압박으로부터 일성을 지켜 주지 못 했다.
한데 그게 무슨 상관이 었겠는가.
물론 처음 목적은 누이를 견제하고 종국에는 전일 그룹으로부터 일성의 지배 지분을 되찾아 오는 데 있긴 했 었다.
전일 게이트를 규탄하는 시위가 커 져 갈 때까지만 해도,시위 단체들을 지원했었다.
하지만 그날.
전일 그룹이 프랑스의 위대한 가문, 골드슈타인을 함락시켜 버린 날에 말 이다.
며칠간 밤잠을 못 이루는 전율에 휩 싸였다.
골드슈타인을 집 어삼키 다니 ?
제아무리 외국계라고 해도 모토를 한국에 두고 있는 그룹이 전일 아니던 가!
예컨대 전일 그룹은 샤를 그룹 같은 곳이었다.
샤를 그룹처럼 한국에서 부흥한 것 도 한국인이 창립주인 것도 아니었지 만,샤를 그룹이 한국 기업으로 인식 되고 있는 것처럼 전일 그룹도 그랬 다.
실제로 전일이란 이름은 한국에서만
사용됐었다.
그러니 그 전일이란 이름으로 한국 을 넘어서 프랑스까지 집어삼켜 버린 건,실로 엄청난 충격일 수밖에 없었 다.
대후의 창업주는 세계는 넓고 할 일 은 많다고 떠들어 대기만 했을 뿐 철 창 신세를 면치 못했다.
대현의 창업주는 후계 구도를 분명 히 하지 않아 기껏 일으켰던 왕국이 갈가리 찢겨 나갔다.
그리고 아버지인 일성의 창업주는 정작 정적이 될 자신을 누이 곁에 심 어 두고 일선에서 물러나 버렸다.
모두가 좁은 한반도에서 난리 법석 일 때.
그나마 반도체 사업부와 스마트폰 사업부가 세계 경제의 주역으로 성장 했다고 자화자찬하고 있을 때.
전일 그룹은 시장 한구석이 아니라 유럽 강대국 하나를 통째로 집어삼켰 던 것이다.
그날부터 였다.
전일 그룹에게서 일성의 지배 지분 을 되찾아 오겠다던,소용없는 짓은 그쳤다.
사생 결단.
비축한 모든 힘을 누이의 목을 치는
데 쏟아부었고 성공했다.
비록 지배 지분뿐만 아니라 일반 지 분들까지 전일 그룹의 창고에 들어가 있다 해도,회장실을 차지하고 앉아 최종 결정을 내리는 건 다름 아닌 자 신.
일성 그룹의 총수,이태한이다.
그래서였다.
오딘에게 가는 길이 이십 년 전 처 음,회장 비서실로 출근하던 날처럼 느껴졌다.
왜 겁을 먹겠는가.
도리어 당시보다 상황이 좋았다. 그 때처럼 맨손부터 시작할 것도 없다.
돌아가는 상황이야 진즉에 파악이 끝났다.
그러니 자신에게 충성을 바치고 있 는 사람들 전부와 함께 들어갔다가 내 부에서부터 때를 준비하는 거다.
최종장 초기,본시 열 개의 구역을 장악하고 있던 세력을 점거했던 것처 럼.
하지만!
‘제일 중요한 바는 오딘의 힘이 어디 까지 미칠 수 있냐는 것이지.’
그것부터 제대로.
“그리로 가면 우회하게 됩니다.”
“가는 것도 오는 것도 최대한 서둘렀 지 않았습니까. 시간은 충분해요. 북 방의 왕에게 참살의 현장을 보여 주는 것이 오딘 님께 꼭 나쁜 것만은 아닙 니다.”
“그자의 편의를 봐주는 건 그만두시 죠. 우리의 적이고, 오딘 님의 적입니 다.”
“참 답답하네요. 우회한다고 해 봐야 반나절 정도밖에 더 걸리지 않는 거리 고,북방의 왕도 참살의 현장을 보면 많은 걸 깨달을 겁니다.”
“더 깨달아서 뭣 하려고요. 이미 졸 아서 조용하지 않습니까.”
“모르세요? 저자 한마디면 북방 놈 들이 밀려옵니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자는 겁니다. 당신 말마따나 더 쫄게 만들어서,시도조차 하지 못 하게. 오딘 님께서도 그러려고 북방의 왕을 소환하신 겁니다.”
“……북방으로 돌아가지도 못할 것 같은데,뭐 일단은 알겠습니다. 경유 하죠.”
언성이 높아지고 있던 대화 소리가 그쯤에서 그쳤다.
이윽고 태한은 혈겁이 있었다는 장
소에 들를 수 있었다.
당시의 참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도로는 시꺼렇게 그을려서 핏물로 떡져 있었으며,유령 마을의 모든 건 물은 무너져 있었다.
제일 눈에 띄는 건 거대한 폭발이 있 었던 곳이었다.
태한은 운석구처럼 움푹 파인 곳의 정중앙으로 들어가서 주변을 둘러보 았다.
시작의 장이 시작되기 몇 시간 전.
상급 게이트에서 나타난 몬스터들에 게는 바깥의 화기가 통하지 않았었다.
이제야 알게 된 것인데 바로 방어막
때문이었다.
2장 첨탑의 보스 몬스터인 석상들도, 최종장의 부대장급 이상들부터도 방 어막을 두르고 나타났었다. 그리고 자 신도 수준급의 방어력을 보유하고 있 는 중이다.
추정컨대 바깥의 화기는 방어막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다.
하물며 오딘에게는?
온갖 고귀한 아이템으로 휘감고 있 는 데다가 초인적인 속도로 움직일 수 있는 오딘은,사실상 현대 화기로는 대적할 방법이 없는 인사였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태한도 군부를
상대로 해야 한다면 염려되는 바가 크 게 없었다.
결과적으로 각성자는 각성자들에 의 해 통제될 수밖에 없다.
군부가 통제할 수 있을까?
천만에.
브론즈,실버,골드. 그 정도 수준에 그친 녀석들은 가능할지 몰라도 그 이 상부터는 더 위의 각성자로 통제해야 한다.
그러한 각성자들을 확보해야 하는 게 군부의 입장이건만,현실적으로 불 가능할 것이다.
왜냐하면 세계 자본 세력들이 이를
가만히 두고 보지 않을 게 분명하기 때문.
세계 각성자 협회를 창설한 카르얀 그룹의 총수부터가 자본 세계의 사람 이었다.
확신하건대 각성자들은 민간의 자본 시장 안에서 맴돌게 되어 있다.
쑥쑥.
태한은 구덩이에서 나와 도로의 재 를 손으로 쓸어 냈다.
도로를 깨트리고 움푹 꺼트려 버린 발자국들.
그리고 그것이 스쳐 지나갈 때 남겨 진 도로의 상흔들은 마치 거미줄처럼
어디에나 이어져 있었다.
“호……
그저 이동한 것만으로도,그 속도에 의해 도로에 흔적이 남겨져 있는 것이 다.
얼마나 빠른 속도였을지 예상되지도 않았다.
골드 위성 공대장에게 들은 것처럼 정말로 잔영이란 게 보였을지도 몰랐 다.
일반적인 물리 공격은커녕 스킬들을 맞출 수 있기나 할까.
그렇다면 방어력을 계산할 필요조차 없는 인사다.
하물며 얼마나 강력한 공격들을 찰 나에 꽂아 넣을 수 있을까.
그렇다면 공격력을 계산할 필요조차 없는 인사다.
어떤 스킬과 특성을 보유했는지 갈 필요도 없이, 사대 능력치만으로도 여 기에서 절대자로 군림할 수 있는 인사 였다. 오딘은…….
‘이 정도까지였나? 핵폭탄이 생명을 가진 격이야. 이러니 상대가 안 될 수 밖에. 2만? 20만을 데려다 놓았어도 같은 결과였을 거다.’
오딘을 무너트리고자 한다면 한 가 지 방법밖에 없어 보였다.
그것이 환멸이든,체념이든,무관심 이든.
오딘 스스로 떠나가게 만드는 것.
하지만 과연 오딘에게 공작을 펴는 것이 일성의 미래에 이로울까?
아니다.
전 세계의 자본 시장을 볼 것까지도 없이 한국만 해도 한 개 자본 세력,전 일 그룹에 의해 장악되었고 이는 몇 세대가 흘러도 절대 깨지지 않을 철옹 성과 같았다.
그런데 걸어 다니는 핵폭탄 취급을 받을 자가 나타났다.
오딘이 돈으로 회유가 가능한 자라
면 전일 그룹,그 이상의 조나단 투자 금융 그룹 같은 초거대 자본 세력에 회유될 일이다.
한데 천공 길드의 십대 공대장들이 저질러 놓은 일을 보면 그럴 가능성은 적었다.
천공 길드의 십대 공대장들은 바보 가 아니다.
잔꾀 많고 영악하며 능구렁이 같은 거짓말쟁이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살 아남은 자들이다.
그들부터가 오딘을 회유하는 게 불 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그런 일 을 저질러 버렸을 터.
또한 시작의 장 초입부터 마석 경제 를 일으킨 것이나,최소한의 개입만으 로 암중에 천공 길드를 지배하고 있던 것이나,그가 카르얀 그룹의 인사일 것을 생각해 보면.
재리(財利)에 뛰어나고 정치에 민감 한 사람이란 걸 알 수 있다.
그런 자가 핵폭탄급의 무력을 지니 고 서울로 돌아간다.
아니,카르얀 그룹이 창립한 세계 각 성자 협회로.
세계 각성자 협회는 전 세계의 모든 시장과 정치권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 사하게 될 것이다.
카르얀 그룹에는 조나단 투자 금융 그룹과 견줄 수 있는 힘이 집약될 것 이다.
답은 거기에 있었다!
오딘과 카르얀 그룹이 자신의 일성 을 후원해 준다면.
그렇다면.
전일 그룹에 빼앗긴 일성의 지배 지 분을 되찾을 길이 열릴지도 몰랐다. 더 나아가 일성이 전일과 어깨를 나란 히 하는 날이 올지도 몰랐다.
실로 복잡한 자본 세계의 정치가 돌 아가겠지만…….
태한이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됐다. 이제 오딘을 뵈러 가자.”
직접 대면하고 나면 더욱 분명해질 것이다.
적은 경험치지만 시간을 죽이고 있 는 것보단 나았다.
남단의 구역 끝에서 사냥을 마치고 돌아왔다.
연희가 기다리고 있길 기대했건만, 내 거처에서 서성거리고 있는 녀석들 은 북방으로 보냈던 두 녀석이었다. 김윤철과 최상민.
스스로를 북방의 왕이라 자처했던 것은 길드 회관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 다했다.
김윤철이 보고를 끝내고 나간 뒤. 머뭇거리면서 남아 있던 최상민이 조심스레 입술을 열었다.
“김윤철과 북방의 관계가 심상치 않 습니다. 오는 내내 편의를 봐주는 데 신경 쓰고,밀담을 나누는 걸 목격한 것만도 수차례 였습니다.”
“알았다. 데려와.”
“김윤철을 말입니까?”
“북방의 왕이라는 녀석.”
잠시 후 북방의 왕이라는 것이 투구 로 얼굴을 가린 채 들어왔다.
“북방의 왕? 굉장한 이름을 쓰고 있 더군?”
“길드를 운영하기 위해선 그편이 편 했습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오딘. 저
녀석이 투구를 벗으려고 양손으로 그것을 움켜 쥐 었을 때.
내가 뇌까렸다.
“두 가지다. 마석 경제를 해치지 말 것. 사냥터를 통제하는 등으로 하위 구간 각성자들의 성장을 막으려 하지
말 것. 그 두 가지만 지키면 천공 길드 전부도 네 것이다.”
녀석은 조용했다.
생각도 못 했던 방향이었던지 그대 로 굳어 버려서 한참을 가만히 있었 다.
그러다 녀석이 투구를 벗었다. 익히 알고 있는 얼굴이 었다.
일성 그룹 총수,이태한.
혹시나 싶었는데 나와 같은 무대 안 에 있었다. 과거의 무대와 다른 무대 로 진입하게 된 이후로 녀석과 같은 무대에 속할 확률은 반반이 었다.
한국인들이 치렀던 1막의 무대는 세 개로 알려져 있었다.
십만 명씩 세 그룹.
전의 무대에서 녀석과 같이 시작하 지 않았으니,녀석은 이번 무대에 있 거나 남은 다른 무대 속에 있을 수밖 에 없던 것이었다.
“이…… 태한입니다. 일성 그룹에 서……에서……
녀석은 당혹한 기색이 가득한 표정 을 숨기지 못했다.
“그 두 가지를 어긴다면 십대 공대장 이란 것들의 전철을 고스란히 밟겠지.”
“이렇게까지 일으켜 두신 것을 제게 왜……
그런 소리가 종종 들리지만 사실은 다르다.
길드를 창립하고 지금의 토대를 만 든 건 이수아지 내가 아니다.
마석 경제를 일으켜 준 것만이 내가 개입해 둔부분.
물론 이수아가 길드를 세우고 손쉽 게 장악할 수 있었던 이유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길드 창립은 순전히 이 수아의 머리에서만 시작됐고 그녀의 혀와 손끝에서 이뤄졌다는 것이 진실
이었다.
나는 거기까지만 말하고 몸을 일으 켰다.
용무는 끝났다.
이로써 내가 속해 있는 무대는 하나 의 세력으로 통일되어,2막에서 큰 경 쟁력을 가지고 시작하게 될 것이다.
사전 각성자라고는 단 세 명밖에 없 는 우리나라인데 그나마도 한 명은 신 경아에게 죽임을 당했다.
거기다 천공 길드의 주력들이 나를 도모하려다 낙오당했고.
그러니 차후 각성자 세계에서 우리
나라가 밀려나지 않기 위해선 이렇게 라도 해 줘야겠지.
애증뿐인 나라라고 해도 모국은 모 국이지 않은가.
우리 가족과 우리 가족들이 사랑하 는 사람들이 살아가야 하는 나라 말이 다.
뜻밖의 상황에 눈을 깜박이는 것조 차 잊고 있는 녀석을 지나치며 마지막 으로 말했다.
“날 다시 만나게 되는 일이 없게 해 라. 이태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