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 Life Returner RAW novel - Chapter 161
2 화
브리핑 디테일이 수차례 다녀와 본 것처럼 섬세할지라도,실전은 다를 수 밖에 없다.
계집과 계집의 무리는 그 사실을 다 시 배우고 있었다. 사망자가 속출할 듯 그러지 않을 듯 아슬아슬한 전투가 계속됐었다.
“난 괜찮다.”
공대 힐러가 나를 힐끔 바라보고는 류이치 쪽으로 자리를 옮길 때,계집 이 다가왔다.
여기는 마루카 일족의 던전 안이다.
물,흙,핏물,정체불명의 유기물 등.
늪지대의 것과 흡사하게 뭉친 진흙 들이 계집의 얼굴 위로 범벅이었다.
계집이 제 얼굴을 쓸어내리자 한 움 큼의 진흙이 떨어져 나왔다.
그러고는 짠내뿐인 그것의 냄새를 킁킁 맡더니 우엑 하고 역한 표정을 지었다.
그 순간 피로 검게 물든 계집의 잇몸 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것들다 똥아냐?”
부상을 달고 있는 상태에서도 표정 만큼은 나쁘지 않았다.
개인 정비 시간을 틈타,내게 말을 붙여 오는 것을 봐도 나름대로 멘탈도 좋았다.
가날픈 목덜미나 또렷한 쇄골들에서 도 날카롭게 벼려진 칼날 같은 느낌을 풍겼다.
신 삼합회의 체제 안에서 굴욕적인 세월들을 보내서 그런 것이지, 이것들 역시 2막 2장까지 도달한 녀석들이란 거다.
“마루카 일족. 처음 아니 지?”
계집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물었다.
“운 좋은 줄알아.”
내가대답했다.
그때 계집은 희미한 미소와 함께 뒤 를 돌아보았다.
공대장 놈이 계집의 시선을 받아 고 개를 끄덕이는 게 보였다.
놈의 측근들도 마찬가지로,여차하 면 실력 행사에 나설 것 같은 움직임 이 시작되고 있었다.
진흙을 닦아 내던 무기들을 다시 움 켜쥐기 시작하고 두 녀석 같은 경우엔 퇴로 쪽으로 슬그머니 자리를 옮기는 것이었다.
이것들이 무슨 짓거리를 벌이려는지 너무도 뻔히 보였다.
다 잡은 물고기에 염장을 치려는 것 일 테지.
“권 상을 믿고 싶은데,사람 일이라 는 게 믿음만 가지고 갈 수는 없는 거 잖아. 흥분하지 말고 들어. 우리는 끝 까지 권 상을 감춰 줄 거야. 그러니 권 상도 우리에게 신의(信義)를 보여 주 었으면 좋겠어.”
던전 안은 바다 위 떠 있는 배와 같 다.
그 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오로지 선장과 선원들만 알 뿐,사람
을 죽여 놓고도 갑판에서 미끄러져 바 닷속으로 떨어졌다고 하면 그만인 세 상.
계집은 내가 그들의 충실한 새우잡 이 노예가 되길 바라고 있었다.
“닥치고. 바라는 거나 말해.”
“그것만큼은 짚고 넘어가야지. 앞으 로서로 오해 없이.”
“권 상은 경험치만 먹는 거야. 합의 본거다?”
활짝 웃는 미소 속에서 눈깔 두 개가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뭐해. 대답기다리고 있잖아.”
“그러지.”
비로소 나를 향해 있던 움직임들이 가라앉았다.
모두들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정비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계집은 내 앞에서 싱글벙 글한 미소로 계속 있었다.
마음대로 부려 먹을 수 있는 플래티 넘을,보면 볼수록 흡족하다는 기색이 었다.
“혹시 알아? 우리 공대가 대박 쳐서 협회 눈치 안 보고 살 날이 올지도? 어느 때고 희망을 잃지 마. 우리라고 신 삼합회에서 풀려날 줄 알았겠어?”
그런 자식들이 협회의 권고를 어겨? 퀘스트 아이템을 날름 잡숴?
나는 권기철이라는 캐릭터답게 한 마디만 뇌까려 주었다.
“닥쳐.”
던전의 대전 퀘스트를 맞닥트렸던 때였다.
아메바 같은 형상에 끊임없이 거품 을 뿜어내는 것이,여기 던전의 대전 퀘스트였다.
원형질 덩어리에 기분 나쁜 눈깔들
이 아무렇게나 박혀서 공대장 놈을 쳐 다보고 있었다.
그러던 것도 찰나,공대장 놈과 똑같 은 형태로 빠르게 변해 나갔다.
공대장 놈이 공격을 수없이 감행한 들,놈을 똑같이 복사해 내는 과정을 중단시키지 못했다.
딱 봐도 실패였다.
그것조차 막지 못했는데,앞으로의 분열 과정은 보나 마나였다.
다들 숨을 죽이고 공대장 놈의 분투 를 지켜보고 있었다. 어느덧 공대장 놈은 자신과 꼭 닮은 것 네 개체에 둘 러싸였다.
공대장 놈의 상처는 계속 늘어 갔다. 방어막이야 여기까지 오면서 진즉에 다 깎여,기댈 구석이라곤 공대원들뿐 이었다.
공대장 놈의 입에서 퀘스트 실패 선 언이 떨어진 직후. 근접 공격자들이 전부 뛰어들면서 장내는 난장판이 되 었다.
대전 몬스터의 분열이 더욱 급속하 게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공대장 놈에게만 국한되지 않았다.
대전 몬스터의 분열체들은 뛰어든 녀석들을 금방 복사해 버렸다.
스킬과 아이템을 복사하지 못할 뿐,
분열체 자체의 힘과 빠르기는 공대 녀 석들에 못지않았다.
자신을 닮은 몬스터와 싸우는 건 역 겨운 일이다.
피부가 흘러내리는 혐오스런 모습을 마주하고서는 더더욱이 말이다.
상황이 정리된 때는 그로부터 한참 후였다.
진흙에 온 몸을 처박고 죽은 시신들 의 등짝만 여러 개였다.
[공격대 : 퀘스트 ‘끊임 없는 분열’에 실 패 하였습니다. ]나는 두 눈에 쌍심지를 켠 계집의 얼 굴에 대고 뇌까렸다.
“내가 경험했던 마루카 던전은 다른 장소였다.”
“지시는 왜 따르지 않았지?”
“원거리 진영을 보호해야 했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돌격 명령을 내린 거 냐. 날 원하는 대로 다루고 싶다면 제 대로 된 지시부터 내려.”
이미 결과가 분명했기 때문에 계집 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었다.
보초를 자처하며 이를 계집에게도 제안했다. 허락한 계집과 나란히 서서 맞은편 통로를 지 켜보면서 였다.
“지난 달,수도 도시에서 D급 마루 카 던전을 공략했었다.”
“들었어.”
역시나 계집도 그 일을 알고 있는 듯 했다.
“거기에 나도 있었다.”
계집의 새삼스럽게 놀란 눈이 깜박 여 댔다.
“구, 구라 치곤 심한데. 인간…… 칼 리버 님 공대에 있었다니.”
“말했지. 이런 빌어먹을 신세로 처박 히지 않았다면,너 같은 건 날 쳐다보 지도 못했어. 옛날 얘기는 그만두자. 생각할수록 개 같으니까.”
“그래서?”
계집뿐만 아니 었다.
공대장 놈도,놈만큼이나 다친 녀석 들의 시선도 내 쪽으로 쏠렸다.
“보스전에 도달했을 때쯤이면 몇이 나 살아 있겠냐. 이런 식으론 절대 불 가능해. 너희들은 이미 틀려먹었다는 거다.”
나는 혀를 차며 마저 말했다.
“하나 의문인 건 이런 애매한 전력으 로 왜 E급 던전에 도전하고 있냐는 거 다. 그것도 왜 마루카 일족의 던전을.” 시스템이 수정되기 전이라고 한다면 C급 각성자 셋에 D급 각성자 스물 둘
로 구성된 공대다.
그것만 놓고 보면 E급 던전에 도전 하기 에는 나쁘지 않은 구성 이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구(舊) 스킬 등급 즉 스킬 숙련도가 뒷받침됐을 때나 가 능한이야기!
시스템이 수정된 후의 각성자들은 스킬 숙련도가 본연의 레벨 구간보다 훨씬 뒤떨어진다.
스킬 개수부터도 8개를 꽉 채운 자들 이 드물다.
쉽게 말하자면 이런 것이다.
본 시대의 D급 구간 각성자와 현 시 대의 골드 구간 각성자를 똑같이 놓고
비교했을 때는 차이가 매우 커지고 만 다.
그래서 애매한 전력이란 거다.
사실상,피해 없이 안전하게 던전을 돌고 싶다면 이것들은 F급 던전으로 갔어 야 했다.
딱 그만한 수준.
그러나 E급 던전 중에서도 마루카 일족의 던전을 특정한 까닭이야,물론 공대장 놈이 몰래 진행하고 있는 퀘스 트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 던전을 기필코 공략하 고 싶다면. 말해 봐라. 너희 중에 나보 다 마루카 일족에 대해 잘 아는 자가
있을 것 같나? 여기 정보를 얼마나 주 고 샀는지는 몰라도.”
나는 내 머리를 툭툭 건드려 보이며 말을 이었다.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는 한참 미달 이다. 지휘권을 넘기라고 하진 않겠 다. 내 리딩에 귀를 기울이기만 해. 버 스 태워 줄 때 얌전히.”
계집이 공대장 놈과 시선을 주고받 은다음에서였다.
계집은 소리 없는 박수를 치며 웃었 다.
그보다 만족스러운 미소가 있을 순 없었다.
“얌전히?”
계집이 히히 거렸다. “그래. 얌전히.”
보스전을 앞둔 어느 날의 최종 정비 시간.
겨우 찾아낸 마른 땅에서의 안락감 으로 모두의 등이 땅에 딱 달라붙어 있었다.
내가 누워 있던 부근으로 류이치가 천막을 치기 시작했다. 상체를 일으키 자,가만히 누워만 있으라는 제스쳐가
있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나를 바라보는 다른 녀석들의 시선이 부쩍 바뀌어 버 린 것처럼 녀석도 그랬다.
그래서 더는 비아냥거리지 않고 공 손하게,고개만 살짝 숙이고 사라졌 다.
그런 다음에 계집이 들어왔다.
깨끗하게 씻은 몰골이었고 나신이었 다.
그 가슴과 아래를 가리고 있는 건 계 집의 두 팔이었다.
순간에 짓고 있는 계집의 미소는 음 란하다기 보다는 장난기가 다분했다.
오욕과 순결의 교차점 같다고 할까.
“권 상……
계집이 내 옆을 파고들면서 몸을 기 대왔다.
계집의 머리칼 속에서는 던전의 깐 내가 채 지워지지 않은 상태였지만, 피부에서만큼은 여체 특유의 향기가 났다.
“쫄지 마. 공대장이 허가한 거야. 이 런 보상이라도 있어야지.”
계집의 집게손가락이 내 배꼽에서 시작해 가슴으로 미끄러지듯이 올라 왔다.
“네가 우긴 게아니고?”
계집의 속눈썹엔 아직 물기가 있었 다.
계집은 몇 올씩 엉긴 젖은 속눈썹을 움찔거리며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거봐. 눈치 하나는 기가 막힌다니 까. 처음엔 당신이 돌대가리인 줄 알 았어. 그렇잖아. 뭘 믿고 그렇게 다 털 어놓나 했지.”
“어딜가도 똑같았다.”
“아니,당신은 어딜 가도 휘어잡을 자신이 있었던 거야. 별의별 새끼들을 다 겪어 봤지만 당신 같은 남자는 겪 지 못했어. 일성 군단장이나 되는 분 의 여자가 당신에게 빠졌던 이유를,
이젠 알 것 같아.”
계집의 살갗이 더 깊숙하게 무게를 실어 오기 시작했다.
또한 계집은 애교스런 미소를 짓도 록 갖은 애를 쓰고 있었다. 그렇게 하 지 않아도,외모 상으로는 나쁘지 않 은 계집인데.
나는 계집을 밀쳐 내며 말했다.
“내 골수까지 빨아먹겠다는 소리를 참 어렵게도 하는군.”
계집은 자존심 하나 상하지 않은 얼 굴로 다시 달라붙었다.
“레벨 속인 거 알고 있어. 최소 우리 보다는 위겠지. 상태 창 좀 봐도 될
까? 당신을 속속들이 알고 싶어졌어.” “얼마든지 응해 주지. 너희 둘의 것 도 똑같이 까발려 놓고 싶다면.” 계집은 내 눈을 바라보며 고개를 살 짝살짝 흔들었다. 그때 계집의 눈빛도 똑같이 흔들렸다.
“여기서 더 벗겨 놓고 싶은 거야? 애 그만 태우고 하고 싶은 대로 뭐든지 해 봐. 당신 말마따나 얼마든지…… 응해 줄게……
“부끄러운 척 말고,본론만.”
그러자 계집은 못 이기겠다는 눈빛 과 함께 내 목을 끌어안았다.
“……보스전에서도 최선을 다해 줄
거지?”
목소리를 확 죽인 따뜻한 숨결이 귓 가를 간지럽혔다.
“고작 그것 때문이었나.”
“역시,당신에게는 고작이지? 당신 말은 하나 틀린 게 없었어. 우리가 운 이 좋다는 말도.”
계집의 목소리는 한층 더 줄어들었 다. 내 귀에 계집의 입술이 직접적으 로 닿았다.
“왜 우리였어? 어딜 가도 같은 신세 라면 더 많은 경험치가 떨어지는 쪽이 낫지 않았어? 사쿠라 군단의 직할 같
“벽보가 눈에 띄더군.”
“그래서야. 당신 운발도 우리 못지않 다는 거,아직 모르지?”
“무슨 뜻으로 한 말이냐.”
“쉬잇一”
계집이 내 귓가에서 얼굴을 떼고는 입술만 천천히 움직 였다.
소리가 나지 않지만,발음 하나하나 를 분명히 알아먹을 수 있는 움직임이 었다.
히든 퀘스트가 있어. 보스전 다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