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 Life Returner RAW novel - Chapter 293
5 화
되돌릴 수 없다.
천공에 엉켜 있는 둠 카오스의 힘이 다른 움직임을 보였다.
천공을 가득 채웠던 검은 색채들이 한 방향으로 응집되기 시작하는데,궁 극의 영역에서도 동일한 현상이었다. 그것은 둠 카오스가 현신(現身)을 갖 추는 징조다.
조슈아가 오르까에게 호신부를 넘겨 받은 후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일어 난 일이었다. 역시나 조슈아가 깊이 개입된 일.
“정말로 네놈이 앞당기고 말았다!”
오르까에게 뱉은 외침이었지만 실상 나 자신을 향한 자책과 같았다.
확신한다.
두 원흉 모두 아루쿠다와 내가 벌였 던 싸움에 개 입하려 했다.
그것들의 힘겨루기는 그러한 충돌에 서 시작되었으며 관성(慣性)처럼 지 금까지 이어져 왔었던 것이다.
싸움을 마치고 광분을 짓누른 후.
성일을 찾아 조슈아의 행방을 듣게 되었던 당시에는 이미,두 원흉 간의 힘겨루기가 절정으로 격해져 있는 상 태였었다.
그것들은 시간 역행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조슈아가 성일을 찾았던 시간대는 아루쿠다와의 싸움이 한창일 때였다.
그때로 돌아가면 올드 원이든 둠 카 오스든 어떤 놈이든지 간에,그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데 성공한 놈에 의해 서 상황이 최악으로 돌변하게 되어 있 었다.
이제는 두 놈 모두 내 죽음을 바라고 있지 않은가.
그것들이 통제할 수 없는 선까지 성 장해 버렸으니까.
오히려 그것들과 같은 영역 안에 도 달한 것이다.
그래서 최선은 늦지 않길 바라며 조 슈아를 찾는 것밖에 없었다.
하지만 나만큼이나 그 역시 내 눈에 띄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것 같 다.
정말로 성(星) 죽음의 대지 중 한 곳 에서 최후의 순간을 기다리며 오르까 를 조종하고 있었다면.
그를 찾을 방법은 전무했다.
있다면 단 한 가지.
이계에서만 찾을 게 아니라 본토에 서 오르까를 족쳤어야 했다. 그러면 호신부가 그의 손에 들어가는 일은 없 었을 것이다.
무심결에 시간 역행에 의존하고 있 었는지도 모른다. 그의 두 번째 행방 이 밝혀지는 시간대가 확보되기만을 말이다.
“앞당겼어……
그러니 그건 자책이었다.
이 와중에도 작금의 심정을 제대로 파악하려는 내 자신이 지긋지긋하다.
오래된 버릇들이 날 좀먹어 들어오는 듯했다.
전쟁은 둘째치고,이런 내가 일상으 로 복귀할 수나 있을까.
젠장. 젠장. 젠장!
[ 시간이 역행 됩니다. ]마지막 희망을 걸었다.
역행한 시간대는 오르까가 여기로 진입했을 무렵 이 었다.
시간이 되돌려졌어도,둠 카오스의 기운이 응집되는 현상은 그대로 진행 되고 있었다.
장소를 이동한 즉시 오르까의 기척 을 쫓아 움직였다.
녀석은 초주검에 이른 전과는 달리 멀쩡한 모습으로 던전에서 막 빠져나 왔다.
그러며 호신부를 움켜쥔 한 팔을 하 늘을 향해 들고 있었다.
조슈아가 나타나 그걸 가져가길 기 다리고 있는 것일 터였다.
내가 먼저 날아가 그것을 낚아챘다.
[둠카오스의 옛호신.부 (잡화)] [통장사본 (잡화)] [통장사본 (잡화)본토의 통장을 본떠 만들어진 잡화에 불 과합니다. 이 물건에서 어떤 특이점도 발 견할 수 없습니다.]
늦었다.
역시나 조슈아는 호신부를 사용한 것이었다.
악물(惡物)을 뒤집어써 버렸다.
나도 뻔히 보이는 것을,조슈아라고 그것이 어떤 악물인지 모를까.
클럽의 주요 가문 중 카르얀의 태생 으로 출발선부터 고등 교육을 밟아 온 그였다.
사전 각성자로서 조인 집단을 통솔 해 오며 동시에 경영과 클럽 사업에도 손을 떼지 않았던 그.
여느 평범한 가장에 불과했던 성일 조차도 시작의 장을 관통하며 단련된 것은 능력뿐만이 아니었다. 하물며 조 슈아는 비록 2막 1장을 계기로 그의 세계가 무너지다시피 했다지만 이후 로 끊임없는 도전을 꺾어 왔을 사내란 말이다.
그가 살아왔을 삶을 떠올려 봤을 때, 비로소 나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조슈아는 본인의 계획에 종지부를 찍었다.
여기에서 내가 더 개입하는 것은 내 비열한 이기심에 불과하다.
그를 구제한다는 명분 따위로도 극 복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를 존중하지 않는 것이다.
그에 대한 모독이다.
“조슈아…… 네 계획을 승계하겠 다.”
그때 조나단이 오르까를 쫓아 진입 해 왔다. 그가 오르까를 죽일 듯이 노 려보며 말했다.
“배은망덕한 것이다. 본부를 난장판 으로 만들어 놓고 마리의 객실에 서……
하지만 그의 말은 도중에 끊겼다. 우 리는 같은 곳을 바라보았다.
조나단은 그간 내 충고를 이행해 왔 던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렇 게 즉각적으로 마나의 흐름을 읽어 낼 순 없었다.
방향은 북서쪽.
거기에서 밀려오는 힘이 지각을 쪼 개며 퍼지고 있었다.
충격파였다.
홱-!
조나단과 내가 먼저 뛰어올랐다. 오 르까는 한 박자 늦게 우리를 답습했 다.
우리가 서 있던 자리는 먼 지평선부 터 굉음을 달고 온 힘에 직격되었다. 거기는 벌써 이쪽과 저쪽으로 구분되 는 절벽으로 갈라져서 끝 모를 어둠만 드러내고 있었다.
조나단에게 본토로 돌아가는 게이트 룰 열어 주고 나서 눈짓으로만 말을 대신했다.
그는 미련을 남기지 않고 즉각 돌아 갔다.
이젠 우리 차례였다.
“들은 대로만 말하면 이랬수. 허튼짓 말 라 합디다. ”
“진정 본토가 안전하길 바란다면 지금껏 당신이 어떤 흉터를 얻어 왔는지 고심하 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입니다. 이 말 이 닿는다면 당신에게 도전할 기회를 주 지마십시오.”
그렇게 조슈아는 꾸준히 전달해 왔 었지 않은가.
그가 그려 온 또 완성 직전에 있는 그림에선 내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걸 해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그가 남기게 될 기회만 기다 리고 있을 게 아니라,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 지금 가능한 일들
I..
그중에 하나는 조슈아의 목숨에 관 한 것이다.
“만회할 기회를 주겠다,오르까. 따 라와라.”
[ 게이트 생성을 시전 하였습니다. ] [목표: 엘슬란드 앞바다.]충격파로 예상되는 근원지에서 멀리 벗어나 있음에도 불구하고.
엘슬란드에서부터 그린우드 대륙까 지 갈라놓을 힘이 터져 버렸으니,바 다라고 온전할 이유가 없었다.
엘슬란드의 대해(大海) 전체를 움켜 쥘 수 있는 거대한 손이 거기를 한 움 큼 움켜쥐었다가 뒤집어 버린 것만 같 았다.
바닷물이 머리에서 쏟아지고 있었 다. 반면에 엘슬란드 해안은 그들의 앞바다에서 일어나는 말세의 징조가 전혀 다른 세상의 일인 듯이 건재했 다.
성전의 탑의 비호가 미치고 있는 것 이었다.
어쨌거나 엘슬란드 대륙 인근에서 전투가 시작되 었다.
천공에 퍼져 있던 올드 원의 기운도 응집을 마친 상태였다. 올드 원 또한 현신을 갖추며 두 재앙이 현실로 도래 했다.
그것들이 공멸할 날을 고대해 왔다. 하지만 지금,조슈아의 계획에서도 둠 카오스가 받아들였을 거래에서도 그 런 시나리오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는 조슈아와 둠 카오스의 공 조가 성립되지 않으니까.
조슈아는 섶을 지고 불에 들어갈 것 이며 그 악(惡)한 불은 비명 같은 괴
성과 함께 활활 타오르고 말 것이다. 거기까지가 조슈아가 그리고 있는 그 림일 터.
그래.
조슈아가 이리도 서두르지 않았다면 둠 카오스와 올드 원은 서로 싸움을 그치고 나 먼저 제거하려 들 수도 있 었다.
그런 공조가 쉬운 건 아니지만 꼭 불 가능한 것만도 아니다.
아랫것들을 꾸준히 숙청해 온 놈과 제 일신의 영광을 위하여 피조물 전체 에 파멸을 예정해 두었던 놈이 만나면 뭔들 못할까.
궁극의 영역에 진입했다. 두통 따윈 없이.
하늘에서부터 쏟아지던 바닷물은 정 지되었고 오르까의 신형 전체만 한눈 에 담겼다.
오르까도 궁극의 영역에서 매우 느 릿하게나마 움직임을 보일 수 있었는 데,해수면 위에 서 있을 수 있는 동작 이 이어지고 있었다.
조슈아를 구제할 수 있다면 그가 내 게 그랬듯이 나 역시 망설일 게 없다.
[ 시스템 관리자 오딘: 거부하지 마라. 네놈이 연명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자,내게 큰 공적을 남길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 회다.] [ 시스템 관리자 오딘: 이 일을 성공한다 면 네놈의 공로를 어떠한 무엇 이상으로 인정해 주겠다. 네놈이 독립을 열망하기 시작했다는 걸 알고 있다. 네놈을 네 일족 의 제왕으로도 만들어 주마. ] [ 시스템 관리자 오딘: 단,실패하거나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면 네놈과 네놈의 모든 사생아들을 도륙하고 또 도륙하여 영혼조차 남기지 않을 것이다.] [ 시스템 관리자 오딘: 그로도 화가 풀리 지 않는다면 공허의 지옥 속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은 바를 영원히 후회하며 살게 만들어 주겠다. ]
이건 의념의 일종이었다.
궁극의 영역에서도 오르까에게 바로 미친 그것은 녀석의 두 눈을 부릅뜨게 만들었다.
[ 시스템 관리자 오딘 : 저항하지 마라. 그 또한 결과는 죽음뿐이니. ]최소한 더 그레이트에 준하는 준비 가 갖춰져야 할 것이다.
창이 떴다.
각성자들과는 다른 구성.
아루쿠다에게는 60억 경험치 분의 마석들이 산재해 있었을 테지만,오르 까 녀석에게 들어 있는 마석은 한 개 뿐이다.
마음 같아선 녀석이 아니라 내가 직 접 들어가고 싶다. 또 그럴 수 없으니 녀석에게 가능한 힘을 모두 넣어 버리 고 싶다.
그러나 조슈아가 그리고 있는 그림 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은 아무리 높 게 잡아도 보통의 더 그레이트를 초과 할 수 없었다.
결전을 치르고 있는 올드 원과 둠 카 오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지 않으려면 말이다.
[ 시스템 관리자 오딘: 힘을 아꼈다가는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 명심해라. ]힘을 주입하면서 동시에 진행하였 다.
[ 오르까를 시스템 사용자로 등록합니다. ] 오르까는 저항하지 않았다. [ 오르까의 투구를 생성 하였습니다. ] [ 오르까의 흉갑을 생성 하였습니다. ] [ 오르까의 각반을 생성 하였습니다. ] [ 오르까의 신발을 생성 하였습니다. ] [ 오르까의 반지를 생성 하였습니다. ]내 손아귀에서 완성되자마자 녀석의 몸에 결착시켰다.
오르까는 부쩍 늘어나 버린 힘에 기 뻐할 수 없는 처지였다. 녀석부터가 그걸 인지하고 있는 것인지,두 눈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녀석 또한 사연 많은 삶을 살 아온 지성체 아니던가.
내게서 살아남으려면 무엇을 각오해 야 하는지 모를 수가 없는 것이다. 스스로를 다잡으려는 결단이 그 두 눈에서 전해져 왔다.
[ 시스템 관리자 오딘: 조슈아의 부활을 담고 돌아와라. 반드시. ]마지막이었다.
[ 사용자 오르까가 특성 ‘역경자’를 획득 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