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 Life Returner RAW novel - Chapter 56
8 화
뉴욕의 투자 금융 그룹에 쌓여 있는 달러의 양이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치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현(現) 백악관은 임기 말 레임덕 상 황에 성추문 스캔들 그리고 낮은 지지 율로 정신이 없을 텐데도 나를 견제하 고 있다.
뉴욕 투자 금융 그룹의 51% 지분을
가진 실질적인 주인을 말이다.
조나단을 앞세우고 베일 뒤에 숨어 있는 나를.
“네 신상을 이미 파악하고 있는지도 몰라. 그렇다면 나와서 제대로 밝히라 는 뜻이겠지만,아니라면……
어제 조나단이 보였던 불퉁스러운 태도는 그냥 조크일 거라고만 생각했 었다.
그러나 진정 조나단이 말하고자 했 던 바는 그룹의 성공이 아니었다. 바 로 요 근래 시달려 왔던 백악관의 압 박이었던 모양이다.
그간 조나단은 스트레스가 엄청 났
을 것이다. 딱하게도.
“아니라면 청문회 준비를 해야겠지. 발제부터 확인해 보고. 염병.”
조나단이 핸드폰을 꺼냈다. 그가 몇 군데 전화를 돌린 끝에 말했다.
“이 자식들. 역시 그래. 발제 자체는 우리를 겨냥하고 있지 않아. 하지만 뻔하잖아. 나를 증인석에 올려서,어 떻게든 네 이름을 꺼내도록 유도할 테 지. 출석을 거부하겠어.”
그 뒤는 더 뻔하다.
예기치 못한 날,미 국세청(IRS)의 직원들이 들이닥쳐 그룹 내 모든 컴퓨 터 하드디스크와 장부를 싸들고 가겠
지.
이런 날을 대비해서 조세피난처에 유령 회사들을 겹겹이 쌓아 뒀다. 국 세청에서 우리 그룹의 구조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최소 3년은 걸릴 일.
하지만 역사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호황기가 아닌가.
이런 황금 시기에 그런 타격을 받기 엔 몹시 아깝다.
아까워.
“나에 대해서 궁금해하는 건 당연 해.”
뉴욕 그룹의 힘이 본인들의 통제할 수 있는 선을 넘어서기 시작했으니까.
그들이 연기금을 밀어 넣을 때와는 그룹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잠정 수 익금을 현금화시 키 면.
“내가 누군지 밝혀. 이번에는 고개 숙여 줄 수밖에.”
내가 말했다.
“네 신상만 궁금해하는 게 아닐 텐 데? 저들이 진정 궁금한 바는 아마
도.”
“내가 그간의 투자에 어디까지 개입 했냐는 것이겠지.”
“맞아. 저들은 둘러댄 대로 믿는 머 저리가 아니야. 아시아의 미성년자에 게 그만한 지분을 넘긴 이유를 짐작하
고도 남지.”
“괜찮아. 올해를 끝으로 나도 사회로 나올 테니까.”
어둡기만 했던 조나단의 얼굴이 순 간 밝아졌다. 그 때 조나단이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이 말했다.
“그런데 어쩌면……
“말해 봐.”
“러시아의 행정실장이 총리가 된 일 때문일 수도 있겠다 싶다. 썬,너는 그 가 총리로 선출될지도 알고 있었던 거 냐? 저번 주였어.”
벌써 시일이 그렇게 됐나.
“그자에게 연락 온적 있어?”
“아직. 이번 연말에 수익금을 정산해 주면 눈에 띄겠지.”
역사대로 연말이 될지,조금 앞당겨 질지.
어쨌든 러시아의 현 대통령이 사임 하고 나면 그가 대통령 대행에 올라선 다.
그때부터 그의 러시아 독재가 시작 되는 거다.
“계속 신경 써.”
“그러지.”
조나단이 숨을 깊게 내뱉었다.
후우.
“그건 그렇고 오늘 저녁 파티에,정
말 나는 안 부를 거냐?”
그는 화제를 돌리고 싶어 했다.
질리언이 러시아발 금융 전쟁에서 낸 수익금 중 일부는 내 병사 중 하나 에게 군자금으로 들어와 있었다. 병사의 이름은 주식회사 골드 랜드. 서류상의 본거지는 물론 영국령 맨 섬 이다.
지금 나는 골드 랜드의 대표 이사인 에단이었다.
현직 모델들이 전문 플래너의 주도
아래 개업 파티를 빛내고 있었다.
뉴욕의 밤 시가지를 내려다보는 펜 트하우스에서 골드 랜드의 개업식이 열렸다. 그리고 이곳이 골드 랜드의 사무실이 될 거다.
1학기 동안 틈틈이 준비해 왔던 일이 다.
모든 준비가 끝나 있었기에 뉴욕에 들어온 지금이 적기였다.
플래너에게 다가가 그녀의 귀에 대 고 속삭였다.
“초대 손님들을 모아 주십시오. 먼저 들어가 있겠습니다.”
파티는 실외로 한정되어 있었다.
아무도 들어오지 못했던 실내 안으 로 한 사람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들은 파티 중간에 서로가 앞으로 동료로 일하게 될 걸 알게 되었어도, 그들의 보스가 누구인지는 알지 못했 다.
지금까지 그들에게 나는 파티를 채 워 주고 있는 남자 모델 중 한 명이었 을 거다.
하지만 실내로 들어오면서부터 내가 그들의 고용주임을 모를 수가 없었다.
나를 향하는 눈빛들이 다양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제가 여러분들을 모셨습니다. 에단입니다.”
이들은 모두 북미의 부동산 업계에 서 잔뼈가 굵은 자들이다.
이들이 해야 할 일은 당장은 하나.
북미 내 던전들이 봉인되어 있는 지 역을 매입하는 것이며.
그 작업이 끝난 후부터는 세계를 돌 며 똑같은 일을 하게 된다.
내 기억은 우리나라와 북미의 던전 들에 집중되어 있다. 그 외 지역의 던 전들은 A급 이상의,본 시대의 각성자 라면 누구나 알고 있었던 특급 지역 들.
매입이 가능한 지역이면 모조리 다 수중에 넣어 둬야할 것이다.
이 시절에는 같은 소속의 길드들끼 리 공략 차례를 두고 싸울 일도,타 길 드가 발견한 던전을 빼앗기 위해 음모 를 꾸밀 일도 없다.
이런 상황을 제대로 표현해 주는 단 어가 있다.
바로.
독점이라 한다.
사실 던전에서 그런 일이 많이 일어 나긴 한다.
스트레스가 극도로 쌓였을 때. 두려
움과 불안함에 찌들어 어찌할 바를 모 를 때.
남녀는 서로를 안으며 이를 잊고자 한다. 그러나 그것은 누누이 말해 왔 듯이 본인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일이 었다.
던전에서 그러한 행위는 욕구를 푸 는 게 아니라 일종의 발악이 었다.
어쨌든 뉴욕에서의 마지막 날들은 쌓였던 욕구를 해소하는 날들이 되었 다.
그제는 조나단이 붙여 줬던 고급 콜 걸,어제는 파티에서 만났던 여자 모 델.
하룻밤의 치정으로 끝나는 인연이라 는 걸 모르는 여자들이 아니었다. 모 델 같은 경우엔 GOL의 메신저 아이 디를 교환하는 정도가 끝.
개학을 이틀 앞두고 서울에 도착했 다.
〈어디야?〉
< 나,화성이지. 연락 많이 했었는데 닿 지 않더 라. 많이 바빴지 ?〉
〈여기로?〉
〈 두 시간 후쯤이면 도착할 거다.〉
공항의 택시를 잡아서 화성으로 향 했다.
철거 견적이 상당했기 때문인지,흉 물스러운 장벽은 그대로였다.
그래도 장벽 안으로 들어가면서부터 는 황무지 대신 자라고 있는 묘목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병동 앞뜰에는 잔디가 깔려 있었고 전보다 늘은 가로등의 불빛들이 기존 의 으스스했던 분위기를 상당히 걷어 낸 채였다.
우연희의 새로운 일터에 들어와 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녀는 벤치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
었다. 법인 경영인답게 정장 차림일 거라 예상했었으나 그녀는 통이 넓은 캐주얼 바지를 입고 있었다.
저 바지 하단,발목 쪽에 단검집이 장비되어 있을 거라곤 아무도 생각하 지 못할 것이다.
감히 누가 그럴 수 있겠는가.
이렇듯 순진한 얼굴로 올려다보는 여자가 항시 칼을 소지하고 있을 거라 니.
한편 병동은 그럭저럭 유지가 되고 있는 듯 보였다.
응급 병동이나 외과 수술이 따로 없 이 요양 시설에 가까운 까닭에,그 쪽
은 하루를 마치는 준비가 한창이었다.
“바쁜 거 아니었어?”
우연희가 물었다.
“궁금한 게 있지 않아?”
내가 되물었다.
그러자 우연희의 고개가 조용히 끄 덕여졌다. 우리는 자리를 옮겼다.
장벽 밖 주차장으로 이용되고 있는 공터. 거기에 우연희의 자가용이 있었 다.
주변에 사람 한 명 없고 이후로도 올 사람이 없어 보이지만,우리는 조금 더 외진 곳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우 연희가 시동을 끄자 주변은 완전히 어
둠에 휩싸였다.
저 너머,야산의 중턱을 밝히고 있는 병동의 조그마한 불빛들이 주변의 유 일한 빛이었다.
“그거,써본적 없지?”
내가 물었다.
우연희는 말이 되는 소리냐는 얼굴 로 화들짝 놀란 모습을 보였다.
정신계 최고의 딜링 스킬,이시스의 시선을 말하고 있는 거 였다.
“뭔지는 알 테고?”
“너무 위험해 보여. 이 역시,사람에 게도 쓸 수 있다는 거잖아.”
시스템이 선사한 기술들은 몬스터용
으로 한정되어 있지 않다. 그랬다면 역사는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세계의 주도권은 팔악팔선이 아닌 각 정부와 연합들에게 있었을 것이며 어쩌면 보다 나은 미래가 되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같은 각성자들에게는 끔찍한 세계일 것이다. 우리나라 군 당국이 내게 했던 짓만 봐도.
“그렇지?”
우연희는 이미 스킬 목록을 띄워 놓 았던 것 같다. 그녀의 시선이 허공과 나를 번갈아 훌었다.
나는 금강역사의 수호 장갑을 벗어
서 가지런히 내려놓았다. 우연희의 스 킬 등급으로는 이 장갑을 뚫을 수 없 기 때문이다
“시험해 봐. 과연 그런 건지.”
오랫동안 궁금했던 일이다.
정신 지배를 당한 몬스터나 각성자 들을 본 적은 있었어도 내가 직접 당 해 본 적은 없었다.
당해 본 자들의 표현에 따르면 마치 가위에 시달리는 느낌과 흡사하다고 했다.
상황이 인지가 되지만, 그 세상이 제 뜻대로 되지 않았다는 거다.
어떤 강력한 명령에 의해서.
“시험해 보자고.”
우연희는 어쩐지 괴로운 얼굴을 보 이며 망설이기 시작했다.
“우연희. 앞으로 써먹으려면 제대로 파악해 둬야 한다.”
비로소 우연희의 눈빛이 굳세졌다.
준비됐어?
우연희가 그렇게 물어 오는 눈빛에 대고,나 또한 고개를 끄덕 였다.
우연희의 몸에서 순간 검은 기운이 피어올랐다. 언제나 그렇듯 그것을 인 지했을 때는 이미 그 힘이 내게 쏟아 진 후였다.
화악!
풍문이 맞았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넓은 대해 위에서 내 몸에 꼭 맞 는 나룻배에 갇혀 있는 기분. 지극히 불쾌한 그 기분에 휩싸였다.
그러며 꿈과 현실의 어중간한 경계 에 걸쳐 있는 기분이기도 했다.
그렇게 몽롱하지만 주변을 인식하는 게 가능하긴 하다. 우연희의 괴로운 얼굴이 보인다. 그녀가 소리를 질렀 다.
나를 둘러싼 세계 전체를 깨부숴 버 릴 만큼,엄청난 소리로 변했다.
굉음이 나를 강타했다.
“악!”
우연희는 핸들에 얼굴을 파묻은 채 로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실패를 직감했다.
우연희의 스킬이 내게 통하지 않은 것이다.
“우연희! 괜찮아?”
막상 그렇게 묻긴 했지만 보이는 바 로는 전혀 아니었다.
우연희는 눈도 깜빡거리지 않았다. 핸들에 짓눌린 채로 부릅떠진 두 눈에 는,그녀가 견딜 수 없는 공포가 서려 있었다.
지금까지 던전을 잘 헤쳐 나왔던 그 녀 였는데도 말이다.
나는 우연희의 상체를 억지로 세웠 다, 그제야 두 눈이 깜박거리며 나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그녀가 떨리는 목 소리로 말했다.
“지……지옥이었어……
아아.
우연희는 내 기억의 한편을 보고 만 것이 틀림없었다.
인생사가 그렇다.
상태 창이 보이지 않을 뿐이지 누구 나 각자의 퀘스트를 이행하며 산다. 때로는 성공하고 때로는 실패하며 그 때그때의 퀘스트들을.
아래는 지난 4개월 간의 기록이다.
「임무 : 뉴욕과 맨 섬 그리고 런던의 투 자 그룹은 과열된 뉴욕 증시에서 완전히
탈출하라.
보상 : 5천억 달러.」
성공.
「임무 : 비즈니스 소프트웨어를 개발 하는 다국적 회사,프리딕트의 공격적 M&A 를 성사시켜라.
보상: 미래의 데이터베이스 시장 장악 확률 상승.」
성공.
「임무 : 조직들로 하여금 일악을 추살 하라.
보상: 세계의 위험 리스크 감소와 정의 실현.」
「임무: 사전 각성자 두 명과 이선을 관 찰하라.
보상: 위험 리스크 감소」
진행 중.
「임무: 기억하고 있는 북미의 모든 던 전 지역을 매입하라.
보상: 북미 지역의 미래 영향력 확대 및 독점 소유권 확보」
진행 중.
「임무: 기억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F급 던전 지역의 공사를 끝마쳐라.
보상: 시간절약」 성공.
겨울 방학이 시작됐을 때.
비로소 무거운 족쇄들을 끊어 낸 기 분이었다.
수면 시간을 채우는 쓰임새밖에 없 는 거기에,더는 다시 갈 일이 사라졌 다.
중등 교육이 완전히 끝나는 시점은 개학 후에 약 2주간의 출석을 마친 후 다. 하지만 그 시기에 출석하지 않는 다고해서 문제될 건 없었다. 졸업에 필요한 출석일수는 모두 채웠다.
밀레니엄 새천년의 2월에 고등학교 입학 원서가 아닌,검정고시 원서를 접수하는 것으로 정말 끝이다.
“해방이다.”
교문을 나서자 짜증 반 기쁨 반인 목 소리가 절로 나왔다.
한 동안 휑했던 빌딩은 새로운 임대 인들이 공실을 채웠고 축소되었던 대 민 은행의 외환 투자 부서도 옛 이상 의 규모를 되찾았다.
아직도 IMF 체제의 시절이긴 하나, 기존의 역사에 비하면 정상 궤도로 빠 르게 향하는 중이 다.
이런 들뜬 분위기에는 코스닥 닷컴
붐이 한 몫 차지하고 있다.
우편함 속에 오늘 자 일간지들이 빼 곡했다.
「코스닥 광풍(狂風). 거품 우려
일명 닷컴주. IT 업계가 많이 소속된 코 스닥 시장에 ‘거품 경보’가 떨어졌다. 주가 가 급등할 수록 투자자들이 투자 위험을 경계하기보다는 ‘더 오르니까 더 사자’는 일종의 투자 심리가 퍼지고 있다. 그러나 주가가 급락세로 돌아서면 뒤늦게 주식을 산 개인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떠안는 참 사가 우려된다.」
거품. 거품. 거품!
그놈의 거품 논란은 지겹지도 않은 지,몇 달 전부터 똑같은 논조의 기사 가 반복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지난주.
코스닥 시장이 조정 국면에 진입했 을 때는 일제히 즐거운 논조를 다뤘던 치들이 다.
드디어 거품이 꺼졌다는 둥.
코스닥 시장의 붕괴를 가져온 종목 이 역설적으로 그 동안 최선두에서 시 장을 이끌어온 ‘밝음 기술’이었다는 둥.
매도 물량이 수십만 주씩 쏟아져 거
의 한계에 도달했다는 둥.
시장에 공포스런 분위기를 자아냈던 게 바로 지난주였다.
그러나 그것도 단 며칠 만에 분위기 가 반전돼서 오늘까지도 모든 종목들 이 미친듯이 또 날뛰는 중이다.
이러다 몇 종목이 살짝 추락하면,거 품이 터져 버렸다고 일제히 떠들어 댈 거다.
그러다 또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올 라갈 테고.
바야흐로 전 국민이 주식 전문가인 시대. 하지만 누구도 그들을 나무랄 순 없다.
IMF로 무너진 가계를 소생시키고, 서울 변두리에 내 명의로 된 집 하나 구입하고자 하는 간절한 소망을 이룰 길이라곤 이 투전판밖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밝음 기술이 지난 두 달간 모두의 눈 앞에서 100배가 넘게 뛰었다.
단 두 달 만에.
100만 원을 집어넣었으면 1억.
1억을 집어넣었으면 100억.
여기서 더 오르겠지만 청산할 때가 됐다.
「계좌명:나선후」
계좌 가치 : 21,193,550,000 W」
하교 후는 장이 닫힌 시 간이 다.
보유 중인 모든 종목들을 내일 시장 가에 일괄 매도로 예약을 걸었다.
시장 참가자들의 비명 소리가 벌써 부터 들리는 듯하다.
누가 매물벽을 쌓아 놨냐고 인상 구 겨 대겠지만,지금까지 그래 왔듯 금 방 매물벽을 뚫고 상한가를 향해 달려 나갈 것이다.
어차피 내 명의의 진짜 계좌는 수익 적인 측면에서 큰 의미가 없었다.
아버지께서 맡기신 소중한 자금이라
는 것 외에는 크게
그날.
투자 시안을 작성하고 있던 중에 조 나단의 연락을 받았다.
〈연락 간거나 접근한자 없어?〉
〈무슨 연락.〉
< 이 자식들…… 약속을 어겼어. 미안하 다.〉
자괴감에 찌든 목소리였다. 불안감 이 엄습했다.
< 그것들이 포브스지에 네 신상을 홀렸 어. 실수라고 하지만 의도적이었지. 애초 부터 이럴 목적으로. 대체 그 자식들은 뭐 가 문제인 거야.〉
정말 모르는 거냐?
아시아 꼬맹이가 허락도 받지 않고, 본인들의 세계 안에 깊숙이 들어온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게 설쳐 댈 거면 그네들의 시선 이 미치는 장막 밖으로 나오라는 투 다.
부처님 손바닥 안에서 노는 원숭이 가 되라는 것인데,순간 말문이 막혔 다.
내가 고개 숙이고 신상을 제공했듯 그들도 한 발 양보해서 물러날 줄 알 았건만,저 백인들의 폐쇄적인 특성을 잊고 있었다. 월가인으로 있던 시절에 절실히 깨달았으면서도.
나는 주먹을 꽉 쥐며 말했다.
< 내 신분이 대외적으로 공개되는 일은
일어나선 안 돼. 벌여 놓은 일들이 많다. 알겠어?〉
가장 큰 이유는 우리 부모님 때문이 다.
두 분은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
그 이전에 두 분의 남은 평생을 경호 원들에게 둘러싸이게 할 수 없었다. 그건 겉만 화려할 뿐이지 결국엔 감옥 같은 삶이다.
며칠 전 아버지께서는 전일 은행의 임원으로 승진하셨다. 어머니께서는 아버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커튼집 에서 동네 아주머니들과 만담을 즐기
신다.
다른 가정보다 조금은 잘나가며 안 정된 삶.
그러한 우리 가족의 평온이 통째로 날아가게 되는 거다.
게다가 내게 집중된 세간의 관심은 나를 옭매여 댈 것이다.
시작의 날까지,금력을 쌓아 두는 것 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내 본연의 능력 치를 올려 두는 거다. 행동에 큰 제약 이 생겨 버린다면 모든 게 끝장 아닌 가.
빌어먹을.
괜찮다. 당황하지 마라.
맞받아쳐 주기에 시기가 나쁘지 않 다.
마침 연말이다.
뉴욕 증시에서 모든 자금을 빼며 연 말 결산이 끝났다. 런던과 뉴욕 그리 고 맨 섬은 성과금 잔치만 기다리며 내 지휘를 기다리는 중이다.
어차피 내 신분이 업계 상층에 들통 난 마당에 몸 사릴 것도 없었다.
< 러시아 국영 연기금. 일본 공적 연기 금……?〉
〈그건 차선이다.〉
〈그럼?〉
< 두 나라에서 보유 중인 미 국채를 최대 한 긁어 오겠어.〉
세계에는 미국에 위협적인 폭탄이
많이 존재한다. 미 정부에서 미친듯이 발행해 놓은 그네들의 국가 채권도 그 중의 하나.
백악관에 떨어트릴 폭탄 값이 비싸 긴 하겠지만 내가 치러야 할 희생보다 는적을 것이다.
싸그리 모아서 한 번에 투하해 주마.
백악관의 지붕 위로.
< 정말 미안하다. 이렇게까지 크게 벌일 일이 아니었는데.〉
< 아니,예견된 일이었다. 한번은 치러야 할일이었어.〉
걸리는 건 하나뿐이다.
닷컴 붐이 아직 터지지 않은 지금, 미 정부가 금융 공격을 받는다면 닷컴 버블이 폭발함과 동시에 그 파장이 걷 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진다는 것. 물론 그 전에 백악관에서 항복을 선
언하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그래 봤자 그들이 잃는 것이라고 해 봐야 고작 내 신상을 공개하지 않겠다 는 분명한 약조뿐이다.
그들로서도 차마 예상하지 못했겠 지.
이따위 일 하나 때문에 금융 전쟁을 초래하게 될 거라고 말이다.
〈목표량은?〉
< 일단은 뉴욕 그룹의 순 재산 전부. 그 래도 물러서지 않는다면 맨 섬과 런던의 자금까지 다 끌어와야겠지만,거기까지 간 다면 사실상 전면전이다. 우리가 잃는 만
큼 저들도 잃게 되겠지. 아니,어쩌면 우리 는 딸지도 모르는 일이겠군. 부딪쳐 보면 알겠지.〉
한 세기를 주름잡았던 천재 금융인 들이 내 아래 모여 있다.
영국과 런던 그리고 맨 섬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전장을 확장시킨다면,미 당국으로서는 차라리 베트남전을 한 번 더 치르는 게 낫다는 생각마저 들 거다.
세기 말의 뼈저린 고통을 맛보며.
< 우선은 삼천억 달러라는 말이지?〉
삼천억 달러. 현 시절의 미 국방 예 社
갑자기 웃는 소리가 짧게 났다.
〈왜?〉
< 너하고 있으면 믿기지 않은 일투성이 라서. 우린 지금 정부를 공격하려는 거잖 아. 너 배알 꼴리면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타입 이 었냐?〉
< 동의? 먼저 걸고넘어진 건 저 새끼들 이야. 내가 저 새끼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얼마나…….〉
< 한다?〉
< 마음대로 때려 박아. 나도 무진장 보고 싶으니까.〉
사실 백악관을 압박하는 데 가장 쉬 운 방법이 있긴 하다.
미 당국과 유기적으로 맞물려 있는 곳,바로 일본을 공격하면 되니까.
그 경우엔 내가 알고 있던 역사는 송 두리째 사라지게 된다. 일본을 공격하 지 않는 건 그 때문이며 우리나라의
IMF 탈출은 또 다시 요원해지는 일이 다.
일본부터 일어날 환란이 제 2의 아시 아 금융 위기를 촉발시킬 것이다.
내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량은 전 세 계 유동 자금의 아주 조그마한 일부분 일 뿐이지만.
이렇게 대놓고 그 많은 개인 돈이 뭉 쳐 있는 사기 업은 뉴욕 그룹이 유일하 다. 런던과 맨 섬에 들어가 있는 자금 을 제외해도 말이다.
백악관에서 나를 부처님 손바닥 위 의 원숭이로 만들려는 이유도 그 때문 이다.
하지만 새끼들이 사람을 잘못 건드 렸다.
그러던 문득.
얼굴에 달아오른 열기가 강하게 느 껴 졌다.
나로 끝나는 문제면 오랜 고심을 했 겠지만 부모님의 삶까지 걸린 문제였 기 때문이었다. 이렇게까지 홍분해 버 린 건…….
신상 하나 까발리냐 마냐의 문제로, 전 세계의 금융 위기를 촉박할 수도 있는 전쟁을 계획하고 있다는 것 또한 실감이 들었다.
“후-”
숨을 길게 내뱉고 나서 말했다.
그게 최상의 시나리오.
조나단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그는 백악관이란 이름 앞에 압도당할 거다. 내가 직접 처리해야 할 일이다.
< 아니,미팅만 잡고 기다려. 나도 같이 가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