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 Life Returner RAW novel - Chapter 64
19화
썩 크지 않은 체구답게 녀석은 약했 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폭력에 노출된 적도 거의 없어 보였다.
위협이 코앞에 닥쳤을 때에 녀석이 보인 반응이라곤 경찰을 찾는 소리만 내지르는 것이었다.
믹은 녀석에게 접근하자마자 팔로
녀석의 목을 감쌌다.
녀석은 목이 졸린 뒤 몇 초 만에 축 늘어졌다.
그랬던 것을 보면 저항에 필요한 인 장이나 스킬은 없을 가능성이 높았다.
승합차가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믹 은 뻗어 버린 녀석을 승합차에 밀어 넣은 다음,손을 탁탁 털면서 내게 돌 아왔다.
기 다렸다가 말했다.
“저자를 고양이 중 하나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벗겨서 전신사진 찍고 소지 품 일체 전부 다 가져오십시오. 사회 보장 카드,면허증 빠트리지 말고.”
믹이 놀란 눈으로 승합차가 있는 쪽 을 되돌아봤다.
잠시 후 확인한 사진 속.
녀석의 가슴은 매끈했다.
등에 타투가 있지만 인장과는 상관 이 없는 것이다. 녀석의 소지품들 또 한 시스템 메시지를 떠오르게 하는 건 없었다.
그럼에도 녀석을 사전 각성자 중 한 명이라 의심하는 이유는,내게 향했던 집착 어린 시선 때문이었다.
예컨대 그건 뜻밖에 조우한 동족을 쳐다보는 시선이었다.
녀석이 화장실로 나를 따라오기 직
전에 보였던 모습을 다시 떠올렸다.
우연희는 블랙잭에 푹 빠져 있어서 느끼지 못한 것 같은데,녀석은 나뿐 만이 아니라 우연희에게 보냈던 시선 도 강렬했다.
그랬다.
녀석은 막판에 나를 쫓아올지,우연 희를 지켜볼지 고민했었다.
F 등급 던전에서 길잡이의 역할은 몬스터 배치 상태를 파악하는 것에 그 친다.
하지만 은신할 수 있는 몬스터가 존 재하고 함정 등급이 높아지는 상위 던 전에서부터는,길잡이의 수준이 곧 공
락의 성패를 결정짓는 일이 잦았다.
내 역할군도 길잡이였다.
감각도 감각이지만,길잡이에게는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특성이 하나 있 었다.
‘추격자’가 그것이다.
몬스터와 함정을 사전에 감지할 수 있는 특성.
던전 안에서 뿐만 아니라 길드 간 암 투에서도 유용하게 사용되는데,다른 각성자들을 감지해 낼 수 있기 때문이 었다.
나는 최초 특성으로 역경자를 획득 하며 다시는 획득할 수 없게 되었지
만.
녀석은 최초 특성으로 추격자를 띄 웠을 것이다.
각성 보상이든,생활 퀘스트든.
믹 이 존 클락과 통화를 마쳤다.
그는 녀석의 소지품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은 신상 정보들을 술술 옮었 다.
“그리고 동부에서 패스트푸드 체인 점 사업을 크게 하고 있답니다.”
하긴 큰판에서 어슬렁거릴 수준이었 으니.
“호텔 명부에는 동행인으로 기록된 자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 다.”
휴가차 나온 것인가.
우리는 골목으로 들어갔다.
감시 카메라 따윈 없는 조잡한 골목 임을 다시 확인했다.
믹이 녀석을 제압했던 방법도,팔로 목을 감아 숨길을 막은 것뿐이 었다.
녀석에게는 외상이 따로 존재하지 않았다. 경찰이 개입할 수 있는 조건 이 충족되지 않는다.
“옷 다시 입히고 소지품도 처음대로 넣어 주십시오.”
면허중만 빼고.
녀석이 나를 찾을 방법은 카지노의 cctv 녹화 기록밖에 없는데,경찰은
수사에 착수하지 않을 것이고 카지노 에서도 녹화 기록을 제공하지 않을 거 란 말이다.
이대로 사라져도 문제될 게 없었다.
녀석을 조직 감시망에 두고 꾸준히 관찰한다면,녀석이 추격자 특성을 보 유한 사전 각성자란 사실 또한 곧 밝 혀질 일이었다.
맞다.
녀석이 돈이 궁핍한 처지였다면 조 직의 요원으로 영입.
다른 사전 각성자를 찾는 안테나로 쓰거나,상위 던전의 길잡이로 점찍어 놨을 것이다. 상위 던전의 난이도는
매우 높다.
그러나 녀석은 이미 부자였다.
그게 고민하게 만든다.
돈보다 다른 게 필요하다.
언제나 그렇듯 평화로운 시절에는 폭력만 한 게 없다.
그리고 그 폭력은 녀석조차도 상상 할 수 없던 별세계의 폭력이어야 할 것이다.
객실 안.
“정신차렸어.”
우연희의 날선 목소리가 들렸다.
우연희는 멀찌감치 떨어져서 녀석을 노려보고 있었다.
오른손은 단검을 숨겨 둔 허벅다리 쪽에 둔 채였다.
녀석이 우연희에게 뭐라 말하려다가 내게로 시선을 돌렸다.
“너…… 경호원들 시켜서 나를 공격 했어. 무슨 짓을 한 거야.”
“본인이 자초했던 일 아닌가? 날 쫓 아오길래 강도짓하려는 줄 알았지. 알 아보니 그 정도까지 궁하진 않더군.”
“그야 당연한 거 아냐?”
녀석은 객실 내부를 두리번거렸다.
곧 여기가 억만장자들 중에서도 최고 억만장자들만 묵는 최상위 객실임을 깨달았는지,표정이 묘해졌다.
그때 우연희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 였다.
솨악-
그녀의 몸에서 검은 기운이 뿜어졌 다. 그것은 마치 녀석을 집어삼키둣 했다.
녀석의 몸이 크게 한 번 움찔했다. 녀석의 눈빛이 흐릿해졌다.
녀석이 자리에서 엉덩이를 뗐다. 그 러고는 몰입 상태에 들어간 우연희에 게 다가가,그녀의 얼굴을 빤히 바라
보았다.
아니,우연희가 제 얼굴을 빤히 바라 보고 있는 것이다.
나는 잼 바르는 용도로 쓰이는 나이 프를 전방에 던졌다.
보이는 대로만 말하자면,녀석은 그 걸로 제 팔을 긋기 시작했다.
일부러 날이 잘 서지 않은 걸로 골랐 다. 살갗이 짓이겨질 때마다 거친 통 중이 일게끔.
하지만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지 신 음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그쯤에서 테라스로 자리를 옮겼다. 서울에 비하면 비교적 춤지 않은 날씨
지만,고층인 만큼 더 강한 바람이 매 섭게 몰아치고 있었다.
그때 녀석도 따라왔다.
녀석은 테라스 끝 난간에 서서 아래 를 내려다보았다.
누구도 살아남지 못할 벼랑 끝이다. 나는 녀석의 얼굴에 대고 말했다.
“너 하나 자살로 처리하는 것,우리 에게는 아무것도 아니 다.”
녀석의 빵을 툭툭 쳐 준 후 거실로 돌아왔다.
그때 우연희가 몰입을 깨고 나왔다. 그녀가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기억을 읽을 수 없어. 그리고 간단
한 자해는 가능한데…… 자살…… 까 지는 안 될 거야. 그렇게 느꼈어. 이걸 로 될까?”
미안한 마음이 들 만큼,우연희는 괴 로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만하면 됐어. 녀석은 몰라.”
우리는 동시에 테라스 쪽으로 고개 를 돌렸다.
녀석이 벌벌 떨면서 객실 안으로 들 어온 건 그로부터 한참 후였다.
녀석은 말이 없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객실 출입구 쪽으 로 도망치는 것이었다.
그럴 것같더니만.
[ 속박의 메달을 사용 하였습니다. ] [대상: 레온]이번에는 내 목걸이에서 은빛의 기 운이 튕겨져 나갔다.
우연희도 반사적으로 몸을 던지고 있었다.
획-
소파를 훌쩍 넘으며 원피스 자락을 펄럭였다.
그녀는 잽싸게 꺼낸 짧은 칼로 녀석 의 목을 겨눴다.
“Easy, easy. (진정해,진정해).”
되려 우연희의 목소리가 불안하게 혼들렸다. 나는 우연희에게 눈짓을 보 냈다.
빠져 있어도 좋다는 신호였다.
녀석은 이미 속박에 걸렸다.
우연희가 빠진 자리를 내가 채웠다. 나는 녀석의 면허증을 꺼내 녀석의 눈 앞에 들이밀었다. 녀석의 동공이 크게 확장됐다.
“도망친다고 끝날 것 같아? 도망칠 수도 없겠지만.”
“설,설명할 수 있어.”
‘‘뭘 7”
“너를 미행했던 거.”
“아직도 글러 먹었군. 한 마디 한 마 디에 존경심을 담아.”
“당,당신을…… 미행했던 것 말입니 다.”
“추격자 혹은 퀘스트 때문이겠지.” 녀석은 조금 더 확장된 눈으로 침을 꿀꺽 삼켜 넘겼다.
“멀쩡하게 잘 살아서 체인 사업까지 크게 연 것을 보면,네 능력을 긍정적 으로 받아들였던 모양이군. 그런데 그 게 끝이야. 너는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았어. 실망스럽기 짝이 없군. 지금 껏 살아남은 걸 행운으로 여겨야 할 거다.”
녀석이 머리를 굴리는 소리가 다 들 리는 듯했다.
“우리들끼리 살인을 요구하는 퀘스 트가 존재한다.”
아마도.
시작의 장에서도 있던 게,여기라고 없을 리가 없다.
한 시스템인 것을.
그때.
녀석만큼이나 놀란 눈을 하고 있는 우연희가 보였다.
“아,아닙니다. 그런 게 아닙니다. 그 런 건 듣도 보도 못 했습니다.”
“그걸 어떻게 믿지? 그리고 왜 그래
야 하지? 죽여 버리면 그만인데. 너 정도 치우는 건 아무런 문제 될 것 없 다. 사회의 룰에서도,우리 세계의 룰 에서도.”
소파로 되돌아왔다.
우연희는 살인 퀘스트에 큰 충격을 받았는지 녀석을 굉장한 시선으로 노 려보고 있었다. 지금까지 괴로워하던 표정이 싹 날아가 있었다.
속박 시간이 끝나기까지 정적이 홀 렸다.
녀석은 운신이 가능해진 시점에서 또 다시 출입구 쪽을 흘깃 쳐다봤다.
그러나 거기에는 이미 우연희가 지
키고 서 있었다.
작은 동양계 여성.
하지만 녀석에게는 우연희가 단지 그렇게만 보이지 않았던 것 같다.
녀석은 우연희와도 나와도 시선을 마주치지 못했다.
“……맞습니다. 추격자 특성 때문이 었습니다. 그것뿐이었습니다. 믿어 주 셔야 합니다.”
“그러니까 왜?”
“그,그러니까 당신의 그룹에…… 도 움이 될 겁니다. 제 능력이요.”
“다른그룹을본적이 있나?”
“있……
“거짓말 따윈 집어치우는 게 좋을 거 다. 저 친구는 사람의 정신세계를 들 여다보지. 겪어 봤잖아?”
녀석이 우연희를 쳐다봤다. 우연희 는 입을 앙다문 채 칼날을 늘어트리고 있었다.
느슨해 보이지만 금방이라도 뛰쳐나 갈 것 같은 기세가 품어져 있다.
“없습니다. 그룹을 본 적은 없지만, 각성자 개별로는 몇 번 본 적이 있었 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제가 운이 좋 았던 모양입니다.”
내 앞자리를 턱짓해 가리켰다. 녀석 이 거기에 앉았다.
“퀘스트는?”
“오 년 전에 한 번뿐이었습니 다.”
“그럼 그때 각성했겠군.”
“그렇습니다.”
녀석은 계속 떨고 있었다.
“읊어 봐. 첫 각성 이후부터 지금까 지.”
펜과 종이도 내밀었다.
[ 이름: 레온체력: F(9) 근력: F (11) 민첩: F (2) 감각: F (20)
누적 포인트 : 51
특성 (1)]
녀석은 대학 졸업 시즌에 각성했다.
각성 보상으로 얻은 박스에서 스킬 이 아닌 감각 수치를 띄웠고,이후 생 활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추격자 특성 을 획득했다.
허접한 능력치보다는, 이른 나이에 패스트푸드 체인 사업을 크게 일으켰 던 사업 수완이 오히려 능력이라 할 수 있었다.
머리가 영민하게 돌아가고 욕심이 큰 녀석이다.
이런 녀석들은 기회가 보이면 과감 하게 배팅하는 습성을 지녔다.
녀석이 배팅했다.
“그룹에 들어가고 싶습니다. 그룹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 다.”
일단 여기에서 빠져나가고 볼 일이 라 생각했을 수도 있고.
내가 들려주었던 이야기들에서 경각 심을 가졌을 수도 있고.
자신의 정체성을 깨달았을 수도 있 고.
내게서 자신에게 이익이 될 걸 찾았 을 수도 있고.
이유야 많다.
사람의 마음은 다양한 생각들이 얽 혀서 형성되는 거니까.
이런 녀석들을 시험해 볼 방법은 그 렇게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내가 말했다.
“진심으로 하는 소리겠지?”
“예.”
“그럼 네 재산과 사업을 그룹에 넘길 수도 있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