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Crime with Telekinesis RAW novel - Chapter 158
158화. 주……죽었나?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더니.’
사실 출처는 뻔하지 않은가.
미국.
분명 그쪽에서 정보를 흘린 것이다.
왜 그랬을까?
정보는 충분히 주었다.
죽은 CIA요원들, 자위대의 살인 및 방화, 비인도적인 뇌수술의 증거.
굳이 내가 잠입했다고 일본놈들에게 알려줄 필요가 없는 것이다.
‘설마 날 제거하려고 그런 건가?’
조지 크리크가 말해주긴 했었다.
상부에서 내 능력을 위험하다고 보고 있고, 견제할 수단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말이다.
‘그럴 수 있지.’
내가 저지른 일들이 워낙에 상식을 벗어났었으니까.
게다가 이번 사건은 이전과는 질적으로 달랐다.
여차하면 미국과 일본의 동맹이 깨지고, 무력충돌이 일어날 수도 있으니까.
그런 일을 내가 극단적으로 몰고 갔다고 생각한다면 통제가 안 된다고 판단할 수도 있는 것이다, 윗대가리라면.
‘그래도 이건 아니잖아.’
우리 서로 좋았는데!
주거니 받거니 돈독한 관계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내심 속이 쓰렸다.
내가 아니라 그들이 먼저 날 버렸다는 것이.
그리고 그 분노는 눈앞의 버러지들로 향했다.
-전부 일어서.
염력으로 신체를 제어해 벌떡 일어나게 만들었다.
-너, 넌 누구냐? 초능력자인가?
-그놈의 초능력자 소리 여러 번 듣네. 아가리 닥치고 얌전히 있어라. 네놈들에게는 물어볼 말도 없고, 듣고 싶은 말도 없으니까. 그냥 한 가지만 기억해.
나는 그들을 이동시켜 일렬로 죽 세웠다.
그리고 밖에 있던 놈들도 그 옆으로 서게 만들었다.
-오쿠타마의 산간마을. 니들에게는 그저 그런 작은 시골마을이었는지 모르지만, 그들에게는 거기가 세상 전부였을 거야. 삶의 터전이었고, 평생을 함께 보낸 이웃이 있고 가족이 있는 곳 말이야.
직접적인 명령은 쿠보타가 내렸다지만 그렇다고 이들에게 죄가 없는 건 아니다.
나는 여기 올 때부터 결심한 대로 이곳, 특수작전본부에 있는 모두를 몰살시키고 방화를 저지를 예정이었다.
-그러니 그냥 죽이진 않을 거다. 여기서 모가지 비트는 거야 쉽지만 그렇게 죽으면 명예롭게 죽는 거잖아, 안 그래?
자위대에 소속된 신분으로 적에게 죽으면 박수를 받기 마련이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현충원에 안장되거나 뭐 연금이나 보상금을 두둑이 받지 않을까.
자세히는 모르지만 군대를 운용하는 나라라면 어디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도, 도대체 우리에게 무슨 짓을 하려는 거냐?
쿠보타가 긴장한 표정으로 물었다.
역시 사람이 아닌 것들은 좋게 대해주면 한없이 기어오른다.
-싸대기로는 영 감이 안 오지?
염력으로 손끝, 발끝부터 쥐어짜기 시작했다.
근육과 뼈가 뿌지직 소리를 내며 비틀리고, 쿠보타가 턱을 덜덜 떨며 신음소리를 내었다.
“끄어어어……”
-혓바닥 뽑아버리기 전에 닥쳐.
“……!”
본보기를 보이니 분위기가 잡힌다.
나는 두려움이 가득 찬 놈들 한 명, 한 명의 눈을 천천히 바라보았다.
나까지 총 열한 명.
대부분 군인으로 구성된 자들이었다.
그에 반해 이곳 주둔지 전체 인원이 약 삼천 명 정도고, 특수작전본부만 오백 명 가량 된다.
’11대 500이라······’
본부 바깥의 병력은 신경 쓸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들은 지금 오고 있는 미군을 신경 써야 할 테니까.
-특수작전군 대가리가 너지?
철모로 콧대가 주저앉은 놈을 가리키며 텔레파시를 보냈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다시 물었다.
-여기 경보 같은 거 있나?
-……?
-이 안에 있는 군인들 다 몰려오게 할 수 있냐고 묻는 거다.
이해를 못 하는 표정이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들을 인질로 잡고 빠져나가는 게 아닌, 반대로 몰려오게 하라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긴 하니까.
-지, 진짜 경보를…… 울리라고?
-그렇게 하라니까.
-……
소우마는 코를 부여잡고 주춤주춤 집무책상으로 향했다.
그리고 책상 아래에 있던 버튼을 눌렀다.
-삐이이이이, 삐이이이이.
곧바로 비상사태를 알리는 듯한 경보신호가 울리기 시작했다.
아마도 시설 내 어디를 가더라도 이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었다.
-자, 여기 총도 받아.
-……?
내가 기관단총을 건네주자 황당한 표정까지 짓는다.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고 말이다.
-그리고 권총은······ 거기 늙은이가 좋겠군.
나는 가장 계급이 높은, 막료장으로 보이는 놈에게 총을 내밀었다.
그리고 그의 몸을 강제로 제어해 두 손으로 받아 들게 했다.
나는 소우마와 야마다를 중심으로 대원들을 배치하며 말했다.
-지금부터 제군들은 자위대가 자랑하는 특수작전군을 상대로 섬멸전을 시작한다.
내 말에 열 명 중 살아있는 놈들이 경악한 표정으로 눈을 부릅떴다.
-지, 지금 뭐라고?
소우마는 흔들리는 눈빛으로 되물었다.
-질문은 허용하지 않겠다.
-나보고 아군을 상대로 싸우라는 거냐! 차라리 죽여! 죽이라고!
기겁할 만한 거지.
자위대를 향해 총을 쏘는 순간부터 반역자가 되는 거니까.
군인으로서 명예가 땅바닥에 떨어지는 걸 너머 똥통에 빠지는 것.
그게 내가 원하는 거다.
-사, 살려주세요. 여기까지 협조 해드렸잖아요.
열 명의 대원들 중 신카쿠가 질질 짜며 사정했다.
-겁먹지 마라. 죽고자 하면 살고,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다.
-살려 주세요······ 흑흑.
-살고자 하면 죽는다고 했다.
-……
-우리 선조 중에는 13척의 배로 왜놈들 배 133척을 물리친 분도 계셨다. 11대 500? 이 정돈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열 배가 아니다.
당시 조선수군은 한 척당 배치되는 인원의 절반에도 못 미쳤고 훈련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하니까.
그에 반해 우리는 한 몸처럼 움직일 수 있지 않은가.
게다가 살아있는 전략병기인 나도 있고 말이다.
-작전개시.
나는 집무실 밖 복도로 대원들을 이동시켰다.
그때 마침 기관단총으로 무장한 군인들이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들은 대열을 맞추고 총구를 이쪽으로 겨누었다.
특수부대다운 신속한 움직임이었다.
-사격개시!
소우마와 야마다의 몸을 움직여 선제공격을 감행했다.
모름지기 싸움은 선빵필승이다.
-드르르륵!
-탕탕! 탕탕! 탕탕탕!
자신들의 상급자들이 거침없이 총을 쏘자 특수부대원들은 대응사격도 못하고 허둥지둥했다.
설마 쏠지는 몰랐던 것이었다.
나는 그 틈에 그들의 몸에 달린 수류탄 두세 개의 핀을 슬쩍 뽑았다.
-핑. 핑. 핑.
총소리에 묻혀 듣지 못한 모양이었다.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는 걸 보니.
그리고 5초 후,
-콰아앙! 콰앙! 콰앙!
육편이 사방으로 터져나가고, 가장 먼저 도착한 부대가 단번에 몰살당했다.
특임대라기엔 허무하기 이를 데 없는 죽음이었다.
-저벅, 저벅.
나는 입을 떡 벌리고 있는 대원들을 움직여 그곳으로 다가갔다.
“우웨엑!”
“크웩!”
상급자란 놈들이 구토를 시작했고, 나머지 인원들도 차마 눈을 뜨지 못하고 있었다.
사실 내가 봐도 사람이 산산조각난 건 처참한 광경이긴 했다.
하지만 이미 저지른 거 어쩔 수 없는 노릇 아니겠나.
-처처처척.
바닥에 뒹구는 총기를 모든 대원들의 손에 쥐어주고 수류탄과 연막탄을 전부 챙겼다.
현지보급.
필요하면 그때, 그때 보충할 생각이었다.
앞으로도 죽일 놈들은 많이 남았으니까.
-제군들 작은 승리에 만족하지 마라. 진짜 전투는 지금부터다.
***
특수작전군은 추풍낙엽처럼 쓸려나갔다.
공격을 못하는 이상 아무리 많이 모여 있어봐야 표적이나 다름없기 때문이었다.
결국 특임대의 대장들은 통로를 봉쇄하고 한 곳에 모여 논의를 시작했다.
“아무래도 협박을 당한 거 아니겠습니까?”
제 7 특임대의 대장이 한숨을 쉬며 의견을 말했다.
“아니요. 다른 분들은 몰라도 소우마 군장님은 죽었으면 죽었지 협박 때문에 아군을 향해 총을 쏠 분이 아니십니다.”
“그럼 그분들이 자의적으로 우리에게 총부리를 겨눴다고요?!”
다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자의적이라고 판단하기엔 그들의 지위가 너무 높았기 때문이었다.
“제가 자세히 봤는데 그분들에게 폭탄이 설치된 것도 아니었고, 아무도 뒤에서 총을 겨누고 있지 않았습니다.”
저격에 특화된 제 11 특임대의 대장이 자신이 본 인원에 대해 말을 이었다.
“그리고 상대는 카가와 총재님, 야마다 막료장님, 소우마 군장님, 군장 행정병, 쿠보타 대장, 아키라 부대장, 신풍의 대원 하나, 정보분석실 이등육위 둘, 사토 수석과 신카쿠 연구원. 이렇게 열한 명이었고 외부인사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럼 도대체 왜 이런 짓을 하는 걸까요?”
“문제는 왜가 아니라 여기서 어떻게 대응할지 그걸 정해야 합니다.”
결국 그들은 자체적인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상부에 연락을 취했다.
자위대의 수장인 통합막료장에게 현 상황을 보고한 것이었다.
그리고 내려온 지시는 그들의 피를 싸늘하게 식게 만들었다.
-전원 사살.
통합막료장은 미군과 관계된 외부상황을 그들에게 알려주었고, 제1공정단이 주둔지 방어를 하는 사이 세 가지 일을 처리하라고 명했다.
-특수작전본부에 잠입한 스파이 제거.
-타츠오 마사시를 이치가야 주둔지로 이송.
-특임대 신풍과 731부대 기밀문서 센다이 주둔지로 이송.
할 일은 많은데 시간이 촉박했다.
미군기지가 있는 요코타는 지척에 있었고, 그들이 당도하기 전에 모든 명령을 수행해야 했으니 말이다.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사살합시다.”
제 7 특임대장이 다시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전후사정을 확인하고 대응하다간 미군과 자위대의 충돌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게 무슨 말인지 모릅니까? 우리가 대응사격을 하는 순간 그분들은 반역자가 되는 겁니다.”
그들의 부하들은 신풍과 달랐다.
의지가 있는 사람이고, 판단이라는 걸 할 줄 알았다.
그러니 그저 시간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그들을 사살한다면 정신적인 충격은 물론 나중에라도 말이 나올 소지가 있었다.
그걸 피하려면 방법은 하나.
사정이 뭐든 그들을 국가반역죄를 저지른 범법자로 만드는 수밖에 없었다.
“이미 특임대 두 부대가 당했습니다! 협박 당했다고 그게 가능합니까? 분명 별도의 테러훈련을 받고 잠입한 타국의 스파이가 분명합니다.”
“그건…… 그렇습니다. 그 조합으로 특임대 두 부대를 전멸시키다니, 말이 안 되지요.”
말이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건 그들 자신인 걸 그 말을 내뱉은 특임대장도, 다른 이들도 알고 있었다.
그저 그렇게 믿으며 스스로를 납득시키는 것이었다.
사살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갑시다. 서둘러야 합니다.”
제 7 특임대장이 장내를 나서자 다른 특임대장들도 굳은 얼굴로 뒤를 따랐다.
현장에 도착한 그들은 곧바로 대원들에게 사살 명령을 내렸다.
대원들은 술렁거렸고, 그러는 사이 적들이 복도 끝에 나타났다.
“일제 사격!”
그들을 본 특임대장의 명령이 떨어졌지만 대원들은 여전히 망설이는 모습을 보였다.
오전까지만 해도 그들을 맞이하기 위해 왁싱을 했는데 이제 와서 사살하라니, 도저히 방아쇠를 당길 수가 없던 것이었다.
게다가 그때 반대편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 사격? 미쳤어?! 다들 총 안 내려놔! 명령이다, 총 내려!”
야마다 막료장이 사색이 된 얼굴로 소리쳤다.
그 옆에 있는 카가와 총재 역시 마찬가지였다.
“나 카가와 시게루야! 차기 총리라고, 이 새끼들아! 다 죽고 싶어?! 지금 누굴 쏘려는 거야!”
그들은 반협박에 가까운 어조로 특임대원들에게 고함을 질렀다.
하지만 아닌 자도 있었다.
“제 7 특임대! 사격해! 쏴! 전부 죽이라고!”
소우마 군장, 그만이 유일하게 사살을 종용한 것이었다.
그러자 대원들은 더 갈팡질팡했다.
아무리 특수부대원이라지만 지금의 상황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특수한 경우였다.
-타타탕! 타타타탕!
그 순간 상대측에서 먼저 발포를 시작했다.
죽어나가는 동료들이 또 다시 발생했고, 그제야 특임대원들의 눈이 뒤집혔다.
그들이 하는 말과 달리 공격에 거침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특임대장은 본능적으로 지금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피를 토하듯 소리쳤다.
“대응 사격! 사격해!”
-투다다다다! 타타타타탕!
참을 만큼 참았다는 걸 보여주려는 듯 특임대원들의 총알세례가 사정없이 쏟아졌다.
이왕 총질을 시작한 김에 단번에 전황을 끝내려는 것 같았다.
이성을 잃고 마구잡이로 갈겨댄 탓일까.
갑자기 천장에 있던 파이프가 터지며 수증기가 뿜어져 나왔고, 복도에 자욱하게 연기가 깔리기 시작했다.
“사격중지! 전 대원, 사격중지!”
특임대장의 명령이 떨어지자 팅팅거리는 탄피소리가 바닥에 떨어지며 총격이 멈췄다.
적막감이 감돌았고, 시야가 확보되지 않았지만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는 건 그 공간의 모두가 알 수 있었다.
“주……죽었나?”
그 순간 대원들은 들어서는 안 되는 말을 들었다는 듯 그 말을 내뱉은 대원을 일제히 쳐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