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Crime with Telekinesis RAW novel - Chapter 41
41화. 해외라인 쪽에 한번 알아봐야겠군
검은 화면에는 프로그램 언어가 주르륵 내려가고 있었다.
그러다 새로운 창이 뜨며 커서가 깜박거렸다.
“떴습니다.”
이준호는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역시 우리 이전무라니까. 잘했어.”
오현조는 그의 등을 팡팡 치며 씨익 웃었다.
그리고는 옆에 있는 김천수에게 말을 이었다.
“김상무. 네 말대로 됐네, 대단한데?”
“과찬이십니다.”
“아니야, 능력을 보였으니 칭찬을 받는 게 마땅하지.”
다크웹을 통하는 블룸의 살인청부의뢰.
김천수는 강신재가 그곳을 이용할 것이라 짐작했고, 방금 접선루트 과정에서 해킹으로 그 증거를 잡은 것이었다.
“근데 말이야. 매형, 아니 강신재가 그만한 돈이 있는 건 어떻게 알았어? 관련 계좌는 누나가 다 틀어막았고, 블랙뱅크 쪽도 체크하고 있었는데.”
“제가 그래도 저쪽에서 자금을 담당했었잖습니까. 보니까 매년 비는 돈이 생기더라고요. 그것도 현금으로.”
“그쪽 바닥이 원래 현금이 많이 돌기 때문에 중간에 삥땅도 하고 그러잖아?”
“제가 맡고 나서는 그런 게 일체 없도록 관리했었습니다. 그런데도 줄줄 새길래 날 잡아서 한 번 추적해봤죠.”
“그게 강신재 비자금이었다?”
“네, 알고 보니 최칠상과 손정만이 빼돌려서 모으고 있었습니다. 둘 중 한 명이라면 모르겠는데 오른팔과 왼팔이 함께 작업하고 있는 거 보니까 감이 왔죠. 아, 이건 강신재 호주머니 채우는 돈이구나 하고요. 그때부터는 모른 척 했었습니다.”
“그게 이렇게 또 카운터펀치로 날아가고 말이지.”
오현조는 입으로 쉭쉭 소리를 내며 잽을 연신 뻗어댔다.
그 장난 같은 모습에 김천수는 속으로 혀를 찼다.
‘이 새끼도 진짜 또라이라니까. 지 목숨 노리고 청부살인 의뢰가 들어갔는데 저러고 싶을까.’
오현조는 그런 김천수를 보며 가자미눈을 떴다.
“왜? 김상무, 혹시 쫄려?”
“쫄린다기보다는 걱정된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겁니다.”
“왜 걱정되는데? 누군지도 모르는 놈들이 내 모가지를 노릴 거라서?”
그의 물음에 김천수는 떨떠름하게 답했다.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그놈들 정체가 뭔지 모르니까요.”
“근데 말이야. 대한민국에 청부살인 브로커가 블룸이라는 거기만 있어?”
“그건 아닙니다.”
“그럼 거기 빼고 나머지 다 모아서 걔들한테 블룸이라는 놈들 죽이라고 청부하는 건 어때? 지들끼리는 그래도 아는 게 있을 거 아냐. 괜히 조직원들 움직여서 피 보는 것보다 그게 나을 거 같기도 하고. 돈X랄은 강신재보다 내가 더 잘하거든. 흐흐.”
김천수는 황당한 방법이라 생각했다.
그러려면 얼마나 많은 돈이 들 것이며 뒷감당이 가능할지도 의문이었다.
분명 많은 피가 흐를 테니.
‘잠깐만.’
그 순간, 김천수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청부업자 놈들을 상잔시키고, 그 배후로 오현조를 엮으면 내가 다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오현조만 없으면 오미진이 조직을 물려받게 될 것이 분명했다.
자신은 강신재를 배신하며 그녀의 신임을 얻었고, 오미진은 애초에 쇼핑에 미친 골빈년이라 조직의 운영에 관심이 없으니 괜찮은 시나리오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자신이 권한을 얻고 조직을 장악하면 오미진 따위는 손바닥 뒤집는 것보다 쉽게 죽일 수 있었다.
김천수는 그렇게 결정을 내리고 웃으며 오현조의 말을 받았다.
“역시 회장님이십니다. 전 배포가 작아서 그런지 그런 방법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김천수의 아부에 오현조는 입꼬리를 올리며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어허, 김상무. 아버지께서 아직 버젓이 살아계신데 회장은 아니지. 대표님이라고 부르라고.”
“아, 예. 대표님. 제가 실언을 했습니다.”
“아니야, 그럴 수 있지. 아직 어색할 거 아냐. 저쪽에서는 고리타분하게 형님, 큰 형님. 뭐 이러고 놀았을 테니까.”
오현조는 비웃음이 섞인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근데 이제 김상무도 익숙해져야해. 앞으로는 주먹세계가 아니라 비즈니스 세계에서 자리 잡아야 할 테니까.”
“빠른 시일 내에 고치겠습니다. 많은 지도편달 부탁드립니다, 대표님.”
김천수는 허리를 구십도로 숙이며 오현조의 발바닥까지 핥을 기세를 보였다.
“거, 사람 참. 부담스러우니까 그만 고개 들어. 그리고 강신재랑 손정만은 김상무가 책임지고 잡아서 직접 모가지 따고. 배신자한테 죽으면 매형 얼굴이 볼만할 거야. 흐흐흐.”
“네, 지금 애들 풀어서 찾고 있으니 금방 잡을 수 있을 겁니다.”
“브로커들은 언제까지 모을 수 있겠어?”
“하루면 충분합니다.”
“좋아. 얼마가 들던 허락할 테니까 딱 두 가지만 가져와.”
오현조는 검지를 펴며 말했다.
“하나, 강신재와 손정만의 모가지.”
그리고 중지를 폈다.
“둘, 그놈들의 의뢰를 받아들인 블룸이라는 그 새끼들 모가지.”
김천수는 눈을 빛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
안가에 화재가 발생한 당일 저녁,
이한성은 의자에 기댄 채 입을 열었다.
“제이와 데이지, 코리우스, 포플러, 시클라멘, 크레오메, 메리골드는 행방이 묘연하고 장의사인 이씨도 소각차와 함께 사라졌다? 게다가 휴대폰에 심어둔 장치의 신호도?”
“네.”
“어디지? 혹시 근본 없는 놈들이 움직였나?”
근본이 없다는 말은 그가 무적자, 불법체류자 계열을 이를 때 쓰는 말이었다.
알(R)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알아보니 그쪽에서는 움직임이 없었습니다.”
“거기 말고는 없는데······ 진짜 아니야? 새로 충원된 놈들이면 움직임이 파악 안 될 거 아냐.”
“서버에 기록된 제이의 통신내역을 보면 코리우스 외 네 명은 따로 소집이 된 걸로 확인 되었습니다.”
“그럼 프로젝트 진행 중에 데이지와 이씨가 어떤 놈들에게 당했고, 그놈들을 잡으려고 다섯을 모았다는 말인가?”
“그렇게 생각하는 게 타당하다고 봅니다.”
“그럼 범인은 셋 이하로군. 근본 없는 놈들이 움직였다면 열 명 이상 움직여야 가능할 테니. 그쪽이 아니라면 어디지……”
“엘, 다른 신규 조직에서 움직인 건 아니겠습니까?”
“글쎄, 새로 생겼는지는 모르겠는데. 만일 그렇다고 한다면 안가를 태운 게 설명이 안 돼.”
안가를 습격할 수는 있어도 태우는 건 행동양식에 맞지 않았다.
그곳에 있는 장비 및 자금은 확보해서 사용하는 게 더 이득이니 말이다.
“일단 어떤 놈들인지 확인될 때까지 회사 문 닫자고. 케이에 이어 제이까지 노출됐으니 말이야.”
“블룸(BLOOM)의 일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쪽도 잠정휴업입니까?”
“양쪽 다 접으면 뭐 먹고 살려고?”
이한성은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일단 제이가 맡았던 프로젝트는 오(O)와 이(E)에게 이어받으라고 전달해. 그거 남박사 의뢰라서 이대로 접을 수도 없거든.”
“남박사님 의뢰면 저의 팀이 맡는 게 맞지 않겠습니까?”
“그쪽 일 아니고 개인적인 의뢰야. 그리고 자네 팀은 따로 맡을 일이 있고.”
그는 커피를 홀짝이며 최미연 건을 일단락 시키고 알의 팀이 맡을 일을 입에 올렸다.
“이번에 신규 의뢰가 들어왔어.”
“위에서 내려온 겁니까?”
“아니. 일반의뢰야. 타겟은 흑룡파 오현조, 오미진, 김천수. 세 명이고.”
타겟을 들은 알의 미간이 좁아졌다.
“김천수는 몰라도 오현조와 오미진이면 흑룡파 보스의 자식들이잖습니까. 건드려도 되는 겁니까?”
“괜찮아.”
“……?”
“의뢰인이 강신재거든. 그 인간, 밀려나더니 재밌는 생각을 하고 있더라고. 이참에 깡패새끼들 세력도 좀 줄이는 게 좋을 것 같아.”
“하긴 오현조 때문에 너무 커버리긴 했죠. 근데 강신재의 계획이 성공하면 그놈이 우리를 노리지 않겠습니까?”
“토사구팽 하려고 하겠지. 그러니까 기회 봐서 강신재도 처리하는 걸로 계획 잡아.”
“그놈들 다 죽이면 흑룡파가 사분오열될 텐데 그렇게 되면 나중에 그쪽 일이 드러났을 때 방패막이로 쓰지 못하잖습니까. 보스인 오만석도 치매인 상황이니 수습이 안 될 겁니다.”
“강신재 오른팔인 손정만이라고 있어. 그놈 머리가 잘 돌아간다니까 흑룡파가 지리멸렬하게 되도록 두진 않을 거야.”
이한성은 잠시 문 쪽을 주시하다 이내 입을 열었다.
바깥의 동태를 살피고 말해야 할 정도로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신화 쪽에 물건공급하는 건 어떻게 되고 있어?”
알은 짧게 한숨을 내쉬고 답했다.
“점점 요구조건이 까다로워지고 있어서 갈수록 맞춰주기 힘든 상황입니다.”
“조건이 구체적이라는 건 뭔가 성과가 나오고 있다는 건가?”
“조만간 새로운 타입의 각성제가 지급될 예정이라고 듣긴 했습니다.”
“그런 일회성 약물에 대해서 묻는 게 아니잖나.”
“자세히는 모르지만 일회성이 아니라서 새로운 타입이라고 얘기한 거 같습니다. 아시잖습니까, 보안 때문에 허락되는 정보가 적은 거.”
“이젠 좀 성과가 있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참, 케이의 시체에서는 뭐 좀 나온 게 없어?”
케이의 시체는 화장으로 위장한 후, 뒤로 빼돌려 신화로 넘긴 상황.
이한성은 기대감을 품고 물었다.
“아직 없다고 들었습니다. 추락사로 위장하고 시체를 방치한 걸 보면 아무것도 없는 거겠죠.”
“흐음······ 있을 거 같은데.”
“아무리 스컬이 군산복합체와 관련이 있더라도 그런 기술이 한낱 암살자에게 적용되었겠습니까.”
“왜, 우리도 이런 위장조직 만들어서 킬러들 대상으로 각성제 임상시험 하고 있잖아. 핵심기술은 몰라도 간단한 거 한, 두 개는 시술받았을 거야.”
“일단 세심하게 조사해보라고 전달해놓겠습니다. 그리고 말입니다.”
알은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그에게 자신의 의견을 물었다.
“혹시 제이의 일도 스컬의 암살자가 관련된 거 아닐까요? 케이와 함께 다녔으니 눈에 띄었을 거고, 그 때문에 제거되었는지도 모르잖습니까. 제이를 비롯해 다수를 상대할 실력도 있을 테고 말입니다.”
“스컬의 일원이라면 확실히 가능은 하겠지만······”
“걸리는 게 있습니까?”
“그가 그런 마음을 먹었다면 케이가 죽었던 거기서 제이도 함께 죽었을 거야. 나중에 죽일 이유가 없잖아.”
“……그것도 그렇네요.”
이한성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됐으니까 그쪽 일은 오와 이에게 맡기고 자네와 에스는 자네들이 맡은 일을 해. 알지? 다른 건 몰라도 청부업은 제대로 돌아가야 최악의 상황이 생겼을 때 그쪽 일이 가려져.”
한성글로벌이란 양지의 건실한 중소기업, 그리고 블룸이란 음지의 청부살인까지.
두 가지 모두 이중으로 위장하기 위한 장치인 것이었다.
“알겠습니다, 엘.”
알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이한성은 그를 올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알, 노파심에 얘기하는데. 조심해. 어딘지 모르지만 우릴 노리고 있는 건 확실한 거 같으니까.”
“걱정마십시오.”
“이 사람아, 어떻게 걱정을 안 해? 다른 놈들은 죽어도 대체가 가능하지만 자네와 에스는 안 되니까 그렇지.”
“하하하, 찾아보면 있을 겁니다.”
이한성은 듣기 싫다는 듯 나가라는 식으로 손을 휘저었다.
알이 집무실을 나선 후, 이한성은 새로운 커피를 내리며 생각했다.
제이의 팀을 전멸시킨 흉수에 대해서였다.
‘어딜까? 셋 이하, 거기에 무기고의 장비들을 욕심내지 않은 거 보면 외국에서 들어온 놈들인 거 같은데……’
아무래도 한국은 아직 총기를 구하기 어렵다.
구할 수 없는 건 아니지만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기 때문에 외국에서 구하는 것에 비할 수 없었다.
‘설마 해외에서 일 저지른 놈이 불체자가 되어 국내로 들어왔나?’
드물지만 간혹 있었다.
뛰어난 실력을 지니고도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홀로 움직이다 큰일을 저지르고 불법체류자로 흘러들어오는 경우가.
‘해외라인 쪽에 한번 알아봐야겠군.’
그는 자신이 헛발질을 하고 있다고는 생각지도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