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oneer Simon RAW novel - Chapter 123
출정준비 (1)
전쟁이 끝난 지 3년이 지나가자 로크 왕국의 상황은 오히려 좋아지기는커녕 나빠졌다. 그 이유는 막대한 전쟁배상금을 곡물로 납부하면서 곡물 가격이 상승하였기 때문이다.
왕실에서는 막대한 전쟁배상금을 충당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방도를 강구했지만 왕국 자체에서 빚을 내는 것밖에 방도가 없었다. 물론 왕국 자체도 전쟁배상금의 절반가량을 부담해야 했기에 재정이 빠듯한데 왕실에 빌려 주어야 하니 역시 재정 상태가 엉망이 되고 말았다.
반면 일부 영지는 곡물가격이 오르면서 오히려 상태가 좋아지는 곳도 생겼다. 그러나 대부분의 영지는 전쟁 전보다 늘어난 세금으로 인해 역시 상황이 좋지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전쟁 책임론이 대두되기 시작하면서 왕권문제에 대하여는 불문율처럼 관여하지 않는 대영지의 대영주들이 토르가 3세의 퇴위를 논하기 시작했고 심지어는 왕실의 책임마저 논하는 상황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거 상황이 이상하게 변하는데.’
사이먼은 로크 왕국의 왕도인 로칸시티의 외성에 있는 용병들이 모이는 술집에서 술을 마시면서 무슨 말들이 오고가는지 듣고 있었다.
용병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곧 내전이 발발할 분위기였다. 더구나 그 내전의 중심이 왕의 이복동생인 알렉산더라는 자가 존재하고 있었다.
그가 이미 몇몇 대영주와 연합하여 토르가 3세를 퇴위시키기 위한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다. 토르가 3세는 근위기사를 모으고 친위군을 총동원하고 있지만 절반가량의 친위군이 통제를 벗어나 중립을 선언한 상황으로 토르가 3세의 패배를 점치고 있었다.
‘문제는 알렉산더란 자의 성향이 반제국에 반왕국을 외치는 자라는 점인데 이렇게 되면 우리나 제국이나 모두 적으로 돌릴 가능성이 크고 전쟁이 다시 벌어질 수도 있는데.’
사이먼은 고작 강화가 된지 3년이 겨우 지나서 다시 전쟁이 벌어질 것 같아 불안했다.
‘설마 내가 전쟁터에 나가야 하는 사태가 벌어지지는 않겠지. 앞으로 2년 정도는 무사해야 할 것인데.’
사이먼이 개척영지를 받은 지 이제 2년이 조금 지난 상태였다. 아직 그가 빠지면 영지가 지탱이 되지 않았다. 물론 필요하다면 뒤로 철수를 하면 되지만 지금까지 이룬 것이 물거품이 될 수가 있었다. 그러니 뭔가 안전대책을 세워 놓을 필요가 있었다.
자신이 떠나도 영지가 안전해질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놓아야 했다. 물론 이렇게 하기 위해서 영지의 체계를 상당부분 변경해야 했다. 위험한 사냥터의 상황을 안정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었다. 자신이 3년 정도 전쟁터에 나가 있어도 아무 문제가 없도록 영지의 군사력을 최대한 빨리 확충해야 했다.
‘당장은 아니지만 로크왕국의 내전이 끝나면 전쟁이 다시 터질 수도 있다. 제발 내전이 길어져야 할 텐데.’
내전이 빨리 끝날수록 로크 왕국에서 발호할 확률이 높고 온전한 군사력이 동원될 수가 있었다.
‘대충 내전이 빨리 끝난다고 예상을 하면 2년 후면 전쟁이 구체화될 수 있겠군. 길어져서 상처가 크다면 제국이나 왕국이 먼저 침략을 할 수도 있다.’
내전이 길어지면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두 진영이 제국과 왕국에 원군을 요청하고 그 결과 두 나라에서 파병을 하여 대리전 양상으로 치달을 수도 있었다.
‘설마 두 나라에서 그런 상황을 노리고 내전을 부추기는 것은 아니겠지? 왕국은 그렇게 해서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 없다. 그렇다면 제국이 문제인가?’
사이먼은 제국에서 뭔가 수작을 부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토르가 3세는 친제국파이기도 했다. 그런 토르가 3세가 궁지에 몰리면 제국에 원군을 요청할 수도 있었다.
‘설마 제국이 그런 잔인한 짓을 할까?’
하지만 사이먼은 그럴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제국에서 그럴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 보였다. 겉으로 협력을 하면서 뒤로 배신을 하여 반군을 지원하고 있을 수가 있었다. 궁지에 몰린 토르가 3세가 지원을 요청하면 제국군이 개입할 수도 있었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왕국군도 출전할 수밖에 없다. 제국군을 불러들이는 것은 강화조약을 위반한 것이기에 불가피한 선택이 될 것이다.’
제국군을 상대로 이기기 위해서는 강자가 필요했다. 사이먼이 출전하지 않으면 제국의 강자들을 감당하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더구나 제국의 군사가 2배 이내라면 어떻게든 감당을 할 수 있지만 3배 이상이면 사이먼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모든 역량을 다 발휘하지 않으면 전세를 뒤집기 어려울 수가 있고 5배 이상이라면 아무리 발악을 해도 패배할 수밖에 없었다.
여섯 개의 기지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자 사이먼은 해안가를 따라서 길을 내고 초소를 만들었다. 그렇게 하면서 몬스터가 문제가 되는 곳은 직접 머물면서 사냥을 했다. 그런 사이먼의 노력 덕분에 총 20여 개의 몬스터 사냥기지가 만들어졌다.
20개의 몬스터 사냥기지에는 A급 용병이 다섯 명 가량 상주하였고 B급도 10여 명 이상 있어 그들이 사냥하는 몬스터의 양은 엄청났다.
북쪽 해안을 따라 100여 km를 가자 마침내 바닷가가 남쪽으로 꺾어지기 시작했다.
지도로 보기에는 반도로 뻗어나간 부분이 좁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북쪽으로 전진한 결과 엄청난 동토의 대지가 펼쳐져 있었다. 사이먼이 빠르게 이동하여 5일의 시간 동안 걸어서야 얼음이 언 북쪽 바다에 도달했다.
그 지역은 워낙 날씨가 차가웠다. 중간에 텔레포트를 하여 복귀하였다가 낮에 이동했기에 그나마 탐사가 가능했다. 일반인이라면 탐사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 같았다.
바닷가에서 100여 km 북쪽으로 침엽수림이 펼쳐져 있지만 그 위로는 설원만 있었고 대략 1000km 정도 눈과 얼음만 있는 대지가 이어져 있었다.
바닷가에 접한 침엽수림에는 수도 없이 많은 몬스터가 있었다. 그렇기에 그곳을 통과하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은 아니었다.
중형 몬스터인 아이스트롤이 서너 마리씩 무리를 지어서 이동하고 있는데 그들을 사냥하기 위해서는 A급 용병 20여 명이 하나의 파티를 이루어야 희생이 없이 사냥이 가능했다. 물론 A급 10여 명으로 사냥이 가능하기도 했지만 그럴 경우 절반 정도는 희생을 각오해야 했다.
그곳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몬스터를 전부 몰살시켜야 했는데 그것이 쉽지가 않았다. 사이먼은 급한 것이 없기에 적당한 숫자만 사냥을 했다. 사실 그렇게 하여 각 마탑에 공평한 양을 판매하였는데 그렇게 벌어들이는 수입이 있기에 남쪽에서 영지개척을 할 수가 있었다.
강한 몬스터가 많다는 소문이 나면서 용병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강한만큼 몬스터 사체의 가격도 비쌌고 그렇기에 용병들의 씀씀이도 컸다. 추운 지방에 있는 전진기지의 경기는 날씨와 달리 후끈하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사이먼은 대략 3km 정도의 거리마다 전진기지를 하나씩 새로 만들었다. 대략 한 달에 하나 정도 만들었다. 처음의 전진기지에는 약한 C급이 주를 이루었고 그 앞에 있는 전진기지에는 B급 용병이 자리 잡고 사냥을 했고 최전방에서는 A급 용병들이 주로 사냥을 했다.
이런 전진기지는 사이먼이 임명한 영지의 기사들이 기지장을 맡아서 관리를 했다. 기지 내부의 치안을 유지하지 않으면 오히려 기지 내에서 더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가 있기에 치안의 유지는 중요했다.
자칫 잘못하면 용병들이 기지의 주도권을 확보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가 있고 그렇게 되면 기껏 힘들게 기지를 만들고 남 좋은 일만 시킬 수가 있었다.
전진 기지의 경우에는 사이먼이 사냥을 하여 몬스터의 숫자를 통제하지 않으면 며칠도 가지 않고 무너질 수가 있지만 후방의 기지는 그렇게 하지 않아도 상관이 없었다. 그렇기에 그나마 사이먼이 관리할 수가 있었다.
이런 기지를 개척하면서 사이먼은 하급용병과 인부를 고용하여 구간별로 방벽을 건설하였다. 몬스터 토벌을 끝난 지역은 더 이상 몬스터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기지와 기지 사이에 목책작업을 하였다.
이렇게 하면 처음에는 몬스터가 많이 있지만 차츰 안전한 지역이 되었다. 전진기지가 앞에 여러 개가 존재하면 그 후방의 지역은 몬스터가 없는 숲이 되었다.
사이먼은 영지까지 찾아온 오렐리어스 후작을 만나야 했다.
“무슨 바람이 불어 이 오지까지 직접 왕림을 하셨습니까?”
사이먼은 그동안 서신으로 연락을 했지 실제 만나지 않았기에 오렐리어스 후작을 보면서 그렇게 물었다. 물론 그 이유를 대충 짐작하기에 그런 어조를 내비쳤다.
“영지에 내려간 이후에 한 번 왕도에 발걸음을 하지 않으니 영지개척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서 온 것일세.”
사이먼은 다른 용무가 있음에도 시치미를 떼고 말을 하는 오렐리어스 후작의 표정을 보면서 너무나 천연덕스러워 자신이 그 이유를 짐작하지 못한 상황이라면 진짜로 믿을 것 같았다.
“일단 오셨으니 변변치 않지만 영주관으로 가시지요.”
사이먼은 다른 영주의 영주관에 비해 초라한 규모인 자신의 영주관으로 안내를 했다. 사이먼의 영주관이 볼품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실제로 본 오렐리어스 후작은 약간 놀란 표정이 되었다. 사이먼이 수도에서 가지고 있던 저택보다도 규모마저 더 작았다.
사이먼의 성격이 겉치장에 별로 관심이 없다고 해도 젊은 사람이기에 다를 것으로 보였는데 그렇지가 않은 것 같았다. 이런 사이먼의 모습은 생활마저 그런 성향을 보일 것이기에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집안으로 들어가서도 너무나 단출한 실내 모습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마치 사제의 공간처럼 삭막했다.
“로크 왕국의 사정에 대하여 들은 것이 있는가?”
오렐리어스 후작은 자리에 앉자 바로 본론을 꺼내기로 했다. 굳이 빙빙 화제를 돌릴 이유가 없어 보였다.
“이곳에 들려오는 소식이야 소문 정도에 불과하죠. 무슨 일이 있습니까? 또 전쟁이라도 날 것 같습니까?”
사이먼은 금시초문인 것처럼 반문을 했다. 로크 왕국의 상황이 내전발발 직전이라는 것은 이틀 전에 로칸시티를 방문하여 확인한 상황이었다.
“현재 반란이 일어나기 직전일세. 우리가 확인한 정보에 의하면 반란군의 배후에 제국의 끄나풀들이 있다는 보고이네.”
“그러면 제국이 현 국왕을 몰아내고 새로운 국왕을 세우려고 한단 말입니까?”
사이먼은 주어진 정보에 의한 추론을 하여 반문을 했다. 오렐리어스 후작은 사이먼의 태도에 바로 대답을 하지 않았다. 사이먼의 질문이 그가 기대한 것과 달랐기 때문이다. 너무나 정보가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가 생각하는 사이먼이라면 그런 질문을 하기보다 사전에 그런 정보는 파악할 것으로 보였는데 너무 깜깜했다.
“현재 반란을 일으키는 자들은 반외세 자주를 표방하고 있는 자들이 주축일세. 제국도 왕국도 모두 배척하고 로크 왕국의 독자적인 존립을 우선한다는 주의일세. 반면 지금의 국왕은 그 성향 자체가 친제국적인 면이 강하고 말일세. 그렇기에 현 국왕이 위기에 몰리면 제국에 구원을 요청할 것으로 보이네.”
“그럼 제국이 로크 왕국의 내정에 개입하기 위해 반란군을 충동질하여 현 상황을 조성한 것입니까?”
“원래 반란의 조짐이 있었는데 제국이 이런 반란을 이용한 것으로 보이네. 즉, 적당히 자신들에게 유리한 형태로 만든 것이라고 보이네. 제국이 로크 왕국의 일에 개입하는 것은 강화조약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네. 그것도 그 당사자인 현재의 국왕이 제국에 원군을 요청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네.”
오렐리어스 후작의 말에 사이먼은 그 때에야 이해를 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런 표정 속에 대수롭지 않다는 기색이 읽혀져서 사전에 정보를 접하고 있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가 있었다.
“왕국은 제국의 개입을 용납할 수가 없네. 물론 적당히 타협을 할 수도 있지만 제국이 대규모 파병을 한 상황에서 로크 왕국이나 제국이 타협을 선택할 것 같지가 않네.”
“결국 저번 전쟁에 버금가는, 또는 그 이상의 군사를 동원하여 전쟁을 한다는 것입니까?”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대하여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전쟁이 벌어질 것은 분명하네. 제국과 싸워서 이기거나 지거나 많은 변화가 불가피하네.”
“결국 저도 전쟁에 나가야 한다는 말이군요?”
“그렇다고 봐야 할 것이네. 전쟁이 나면 출전할 수도 있으니 그에 대하여 대책을 세워놓도록 하게.”
오렐리어스 후작의 말에 사이먼은 한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사이먼은 그렇게 말을 했지만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색이 아니었다. 사이먼에게 전쟁은 그리 대수로운 일이 아닌 것처럼 보여 답답한 기분이 들었다.
사이먼이 영지를 개척하는 동안 그의 행보를 여러 곳에서 주시하고 있었다. 그가 개인적인 무력은 뛰어나지만 영지개척은 실패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심지어 왕립마탑이나 태양의 마탑까지도 그가 너무나 무모하게 영지를 확장한다고 우려를 했다.
그러나 3년 차에 접어들면서 개척을 하는 대신에 몬스터 사냥에 주력하면서 그런 이야기가 쏙 들어갔다. 몬스터를 사냥하면서 인부를 동원하여 서쪽 산 아래에 방벽을 만들었다.
그곳에 방벽을 만들고 역시 여러 개의 사냥터를 운영했다. 낮은 등급의 용병이 이용할 수 있는 사냥터이기에 수련을 위한 용병들이 많이 모여들었다.
그 후에 북쪽으로 기지를 확장하면서 고위 용병이 몰려들면서 사냥하는 몬스터가 엄청나게 많아지면서 영지의 사정이 나아졌다. 사이먼과 그 휘하에 있는 기사들은 고위급 몬스터의 절반가량을 사냥하면서 보통의 영지가 벌어들인 소득의 배 이상을 벌어들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