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Returned 10,000 Years Later RAW novel - Chapter (385)
만 년 만에 귀환한 플레이어 386화
광휘의 신 (2)
“정말… 믿을 수가 없네요.”
레이라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강우를 바라보았다.
기본적으로 ‘신격’이라는 것은 타고나는 것이다.
아득한 과거 티탄이 신을 창조했을 때 만물을 보살피라 섭리를 거스를 수 있는 힘을 부여한 것.
그것이 바로 신격의 근원이었다.
물론, 마신 바울리와 같이 만물을 보살피는 것이 아닌 파멸과 종말로 이끌라며 신격을 부여한 티탄도 다수 존재했다.
하지만 결국 둘 다 티탄에게 부여받은 힘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신격을 얻은 것이 그 정도로 놀랄 일입니까?”
강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신격이라는 것이 얼마나 얻기 어려운 것인지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런 것 치고는 주변에 신격을 지닌 적들이 상당수 있었다.
심지어 그중 루시퍼처럼 신격이 없던 존재가 신격을 획득한 경우도 있었다.
“놀라운 일이죠. 화신이 되는 것 말고 자력으로 신격을 획득하는 경우는 정말 극히 드문 일인걸요.”
레이라가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 답했다.
강우는 흥미롭다는 듯 눈을 빛내며 물었다.
“극히 드문 일이라면 있기는 있다는 거네요?”
“…음. 있기는 했어요.”
레이라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신화 시절 이후 역사를 다 통틀어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지만요.”
레이라는 고개를 돌려 김시훈을 바라보았다.
“시훈 씨 안에 들어간 무신 천태황의 영혼도 그런 예외 중 하나였죠.”
“…그랬었습니까?”
김시훈 또한 처음 듣는 말인지 놀랍다는 듯 자신을 몸을 내려다보았다.
레이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상황이 좀 달라요.”
“상황이 다르다고요?”
“예. 무신 천태황은 천룡 태무극님의 제자였어요. 천룡이 직접 키운 인간이었으니, 신격을 획득했다고 해도 크게 이상하지는 않았죠.”
하지만.
“강우 씨는… 달라요.”
그녀가 아는 한, 강우는 그 누구에게도 길러지지 않았다.
홀로 싸웠고, 홀로 일어섰으며, 홀로 신격을 얻었다.
“이제까지 강우 씨 같은 경우는 단 한 명도 없었어요.”
아무것도 없는 밑바닥에서 홀로 일어선 존재는,
신화의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도 오강우 외에는 없었다.
물론 가이아의 축복이 있기는 했지만, 신의 축복만으로 신격을 획득할 수 없다는 것을 다른 누구보다 레이라 자신이 잘 알고 있었다.
“어쨌든 신격을 얻은 존재가 있긴 했다는 거네요.”
강우는 피식 웃었다.
그녀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홀로 일어섰다, 라.’
레이라가 한 말을 떠올렸다.
‘나는 홀로 일어선 건가?’
글쎄.
알 수 없었다.
그는 지옥에 처음 떨어졌을 때부터 포식의 권능이라는 힘을 지니고 있었으니까.
어떻게 생각해도 아무것도 없는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주어진 재능과 권능만으로 이 자리까지 올라선 것은 아니었다.
단언할 수 있었다.
자신을 제외한 그 누구도 자신과 같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왜냐하면, 그가 이룩한 것은 ‘고작’ 신격을 획득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신격보다 아득한 것.
검고 깊은, 무저갱의 바다를 속에 품었다.
제어하고, 지배했다.
그 무한한 바다 앞에서 신이란 존재는 얼마나 하찮던가.
심지어 그들을 창조했다는 거인조차 바다의 가장 깊은 곳에 갇혀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있다.
그가 다른 누군가의 힘으로 일어섰다고 하기엔, 이제까지 이룩한 것이 너무도 많았다.
“…형님.”
김시훈이 자신을 바라보았다.
아득하고, 서글픈 눈이다.
그것도 잠시.
김시훈은 정말 축하한다고 말하며 강우를 끌어안았다.
“신격은 어떻게 얻게 되신 거예요?”
한설아가 다가오며 물었다.
“일단… 지금은 좀 정신이 없어서 나중에 자세하게 설명해 줄게.”
강우는 어느새 방에 가득 찬 파티원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광휘의 신이 된 지 10분도 채 지나지 않았다.
지금 당장은 신격이 지닌 힘이 궁금해서 다른 것을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아…. 예. 알겠어요, 강우 씨.”
한설아가 살짝 아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방 안에 있는 다른 파티원들도 뭔가 물어볼 것이 많은 듯 입을 달싹이고 있었지만, 이내 강우의 눈치를 살피며 몸을 돌렸다.
레이라가 몸을 돌리며 말했다.
“일단 가이아님에게 이 사실을 전해둘게요.”
그렇게 말하는 레이라의 표정은 몹시 밝았다.
이유야 어쨌든 강우가 광휘의 신이 된 것은 쌍수를 들고 반길 만한 일이었다.
파티의 전력에 다른 누구도 아닌 ‘신’이 더해진 거니까.
파리군주 루시퍼가 재림한 이후 암운이 짙게 내려앉은 에르노어 대륙 상황에 강우의 존재는 필시 한 줄기 빛이 되어줄 것이 분명했다.
“예. 부탁드리겠습니다.”
“휴우. 사실 아직도 믿기지 않네요.”
“하하. 신이라고 해도 아직 가이아님과 비교하면 하찮은 수준입니다.”
어느 정도는 사실이다.
단순히 신격만 놓고 비교한다면, 가이아의 한참 아래에 있었으니까.
“그건 아니에요.”
레이라가 밝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강우 씨처럼 후천적으로 신격을 획득한 경우, 시스템의 제약을 거의 받지 않는걸요. 그걸 생각하면 어쩌면 가이아 님보다 지금 강우 씨가 더 영향력이 클 수도 있어요.”
처음 듣는 정보였다.
강우는 눈을 날카롭게 빛냈다.
‘악의 성좌들이 시스템의 제약을 받지 않은 게 저런 이유에서였나?’
그것까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어쨌든 시스템의 제약을 받지 않는 다는 것은 강우로서는 반길만한 소식이었다.
괜히 신격을 얻었다고 마음껏 힘을 사용하지 못했다면 오히려 더 곤란했을 테니까.
-달칵.
문이 닫혔다.
강우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의자에 앉았다.
‘어디 그럼.’
크리스마스 선물 상자를 까보는 아이처럼, 눈을 빛내며 신성의 힘을 운용했다.
-우우웅.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 무형의 기운이 전신에 넓게 퍼졌다.
신성은 강우 안에 있는 막대한 마기와 자연스럽게 섞이기 시작했다.
‘오, 이건 좀 신기한데?’
마기와 마력, 성력과는 확연히 다르다.
기본적으로 마기와 마력, 성력은 서로 섞이지 않는다.
특히 마기와 성력의 경우는 더더욱.
하지만 신성은 아주 자연스럽게, 마치 처음부터 하나였던 것처럼 마기에 녹아들었다.
‘애초에 신성 자체만으로는 뭘 할 수가 없어.’
다른 기운과 달리 신성에는 물리적인 힘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없다.
마기, 마력, 성력.
이 세 가지 힘이 근본적으로 동일한 이유는 그 힘의 발현이 궁극적으로 물리력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마기로 권능을 사용하던, 마력으로 불과 얼음을 만들던, 성력으로 빛의 창을 만들던.
궁극적인 종착지는 물리력이다.
비유하자면 화약과 같다.
화약을 이용하여 총을 만들 건, 폭탄을 만들 건, 미사일을 만들 건.
활용하는 방식은 다르지만 물리적인 힘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같다.
정신 계열 마법과 관측에 특화된 권능도 있지만 결국 그것 또한 기운이 지닌 물리력을 다른 방향성으로 사용하는 것에 불과했다.
마기나 마력, 성력이 막대한 양이 응집되어 있으면 그 자체만으로 힘이 되는 것도 같은 이유였다.
화약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으면 가공 따위는 필요 없이 하나의 강력한 무기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
하지만 신성에는 그런 ‘물리력’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신성이 마기에 섞이는 순간.’
강우는 권능을 사용해 검붉은 창을 만들어냈다.
신성이 담긴 마기로 이루어진 창에는 숨 막힐 정도로 강대한 힘이 서려 있었다.
‘증폭제나 보조제 역할인가.’
강우는 흥미롭다는 듯 신성이 담긴 창을 가볍게 휘둘렀다.
그때, 생각지도 않던 효과가 나타났다.
‘응?’
딱히 의도하지 않아도 마기로 이루어진 창에 황금빛이 일렁이고 있었다.
아니, 단순히 황금빛만 흘러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뭐야.”
마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강우 자신조차 속을 정도로, 단 한 줌의 마기조차 창에서 흘러나오지 않고 있었다.
‘뭔데 이거.’
놀랍다는 듯 몸을 내려다보았다.
설마, 하는 생각에 엄지를 물어뜯었다.
위색의 권능을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그의 손가락에서는 선명한 ‘붉은’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허.”
강우는 헛웃음을 흘렸다.
‘이런 기능도 있는 건가.’
이제까지 액티브 스킬로 사용해오던 것이 패시브로 바뀐 느낌.
물론, 그가 마기를 숨기지 않겠다는 의지를 품자 곧바로 찬란한 황금빛이 사라지고 검은 어둠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역시.”
강우는 탄성을 흘렸다.
‘광휘의 신이 된 보람이 있네.’
신성이 섞인 것만으로 굳이 따로 권능을 쓸 필요도 없이 자연스럽게 황금빛이 쭉쭉 뿜어져 나가니 이보다 더 편할 수가 없었다.
[플레이어 오강우에게 ‘거짓의 신’의 신명을 부여합니다….]“어디 보자. 그래도 광휘의 신이 됐으니 좀 그럴듯한 기술이라도 만들어 볼까.”
턱을 만지며 고민에 잠겼다.
[시스템이 오류를 파악하고 있습니다.] [검출된 오류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플레이어 오강우의 신명은 ‘거짓의 신’입니다!]“아냐, 오히려 화려한 기술은 광휘의 신으로서의 격을 떨어트릴 수 있어.”
고민에 잠겼던 강우는 마음을 정한 듯 몸을 돌렸다.
[‘거짓의 신’입니다!!]“여기서는 오히려 자연스럽게, 은은한 느낌으로 힘을 흘리면서 가자.”
강우는 전신에서 은은하게 피어오르는 광휘를 몸에 두르며, 발걸음을 옮겼다.
획.
자꾸 눈 옆에서 거슬리는 푸른 창을 손을 휘저어 치웠다.
* * *
어둠이 내려앉은 공간.
얼굴을 가로지르는 흉측한 검상을 지닌 사내가 가부좌를 튼 채 앉아 있었다.
그는 두 눈을 감은 채, 생각에 잠겼다.
‘그 괴물.’
정체를 알 수 없는, 마해에서 태어난 것과도 같은 끔찍한 괴물.
그 괴물에 대해 떠올리는 것만으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하지만 그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그 괴물이 지닌 알 수 없는 힘만이 아니었다.
‘어떻게.’
놈은 ‘천룡검법’을 사용했는가.
자신의 제자를 제외하고는 가르친 적 없는 검술을, 그 괴물은 사용했다.
‘어설프긴 했어.’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한심한 완성도였다.
하지만.
‘분명 놈이 사용한 건 천룡검법이다.’
그것도 누군가에게 배우지 않고서는 펼칠 수 없을 정도의 완성도는 되었다.
“…….”
깊은 침묵이 내려앉았다.
고개를 돌려 멍한 눈빛의 소년에게 시선을 옮겼다.
“악몽의 성좌여.”
“응.”
소년이 답했다.
“놈의 주변에 천태황의 영혼을 지닌 존재가 있는지 확인해라.”
자신의 손으로 기르고,
자신으로 손으로 가르치고,
자신의 손으로 죽였던.
하나뿐인 제자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