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Returned 10,000 Years Later RAW novel - Chapter (40)
만 년 만에 귀환한 플레이어 41화
한 명 남네(1)
다음 날.
강우는 레드로즈 길드에서 받은 장비들을 모두 갖춰 입고 의정부로 향했다.
-덜컹덜컹.
‘이거 불편해서라도 차를 구해야겠군.’
의정부로 향하는 전철에 몸을 실은 강우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눈살을 찌푸렸다.
차연주가 몰고 다니는 10억짜리 외제차까지는 필요 없었지만 차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었다.
‘이번 일만 끝나면 바로 차부터 하나 뽑아달라고 해야겠어.’
기왕 차를 공짜로 받는 것 꽤나 값비싼 놈으로 뽑아달라고 할 생각을 하며 강우는 전철에서 내렸다.
“어디 보자….”
강우는 의정부에 있는 B급 게이트에 등장하는 몬스터를 인터넷으로 검색했다.
‘꽤나 등장하는 몬스터가 많군.’
B급 게이트라고 B급 몬스터만 등장하는 것이 아니었다.
D급부터 B급 정예몬스터까지 다양한 등급의 몬스터들이 의정부 B급 게이트에 등장하고 있었다.
‘대표 B급 몬스터는 미노타우르스라.’
A급 정예몬스터인 오우거에는 한 수 접어주지만 어디서 힘 하나로는 꿀리지 않는 B급 몬스터였다.
한 마리 한 마리가 C급 게이트에 등장하는 보스 몬스터급였으니 일반적으로 파티 단위가 아니면 사냥 자체를 하지 않는 몬스터.
‘뭐, 노리고 있는 건 그놈이 아니니까.’
강우가 노리고 있는 것은 미노타우르스가 아닌 그보다 훨씬 더 화려한 보상을 가지고 있을 지옥의 마물이었다.
-웅성웅성.
“응?”
의정부에 있는 B급 게이트 입구에 도착한 강우는 시장을 방불케 하는 소란에 눈살을 찌푸렸다.
“아니, 5명 이상이나 파티를 짰는데 왜 안 들여보내주는 겁니까?”
“여기까지 오는 데 얼마가 걸린 줄 알아요?”
게이트 입구에 모인 플레이어들은 입구 앞을 지키고 있는 군인들에게 언성을 높이고 있었다.
‘뭐지?’
플레이어만이 아니었다.
게이트의 입구에는 기자로 보이는 사람들도 카메라와 마이크를 들고 모여들어 있었다.
강우는 소란이 일어나고 있는 쪽으로 다가갔다.
“현재 변종 몬스터의 출현으로 게이트의 출입이 모두 통제되고 있습니다. 플레이어 여러분의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아니, 보스 몬스터도 아니고 변종 몬스터는 또 뭡니까?”
“몬스터의 정확한 정체에 대해서는 아직 전달사항이 내려온 것이 없습니다. 다만 벌써 변종 몬스터에게 당한 플레이어가 10명이나 나타났습니다. 플레이어 분들은 안전을 위해서라도 정확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출입하지 말아주세요.”
입구를 지키고 있는 군인의 단호한 목소리에 플레이어들은 움찔 몸을 떨었다.
‘변종 몬스터라.’
강우의 입에서 짧은 침음이 흘러나왔다.
그들이 무엇을 변종 몬스터라고 부르는지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벌써 마물이 게이트 내에서 활개치고 다니나보군.’
그렇지 않았다면 이렇게 갑작스럽게 입구까지 봉쇄해 가며 플레이어의 출입을 막지는 않았을 것이다.
‘과연 어떤 놈일까.’
일천부터 구천지옥까지 마물의 숫자는 악마 이상으로 많았다.
그중에는 대공을 위협할 수 있는 수준의 마물까지 존재할 정도였다.
하지만 마물의 대부분이 그들의 영역을 일부러 침범하지 않는 이상 덤벼들지 않았기 때문에 자주 대립을 했던 것은 아니었다.
“여, 열 명….”
“그, 그렇게나 죽었다고?”
“진짜 위험한 놈 아냐?”
벌써 10명의 플레이어가 죽었다는 말에 플레이어들 사이에 동요가 퍼졌다.
게이트 내 플레이어의 사망소식은 흔히 있는 일이었지만 B급 이상 게이트에 출입하는 플레이어는 그래도 평균 이상이었다.
그런 이가 열 명이나 죽는 경우는 확실히 드문 일이었다.
“그 변종 몬스터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설명을 해주십쇼!”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플레이어들이 움츠러들자 기자들이 우르르 달려들어 마이크를 들이댔다.
“정확한 정체에 대해서는 전달받은 사항이 없습니다. 그저 사자를 닮은 외형에 다리가 다섯 개라는 점밖에…. 이제까지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던 몬스터입니다.”
입구를 지키고 있던 군인은 사방에서 몰려드는 기자들을 바라보며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사자를 닮은 외형에 다섯 개의 다리.’
가만히 얘기를 듣고 있던 강우의 눈이 반짝였다.
사자를 닮은 외형에 다섯 개의 다리를 가지고 있는 마물은 그가 알기로 하나밖에 없었다.
‘부에르.’
이천지옥에 서식하는 최강의 포식자 중 하나였다.
‘역시 이천지옥의 마물까지 나타나기 시작했군.’
높은 게이트에서 더 강력한 마물이 나타난다는 가설이 어느 정도 증명 된 셈이었다.
“부에르라….”
강우는 그 마물에 대해서 떠올리며 희생된 플레이어의 숫자를 다시 확인했다.
‘희생자가 열 명이라면 부에르가 게이트에 나타난 건 이틀 전이겠군.’
부에르에게는 다른 마물과는 다른 독특한 특성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하루에 다섯 마리의 먹잇감밖에 사냥하지 않는다는 것.
크기가 작든 크든 하루 딱 다섯 마리의 먹잇감만을 사냥하고 그 이후에는 먼저 공격을 하지 않는 이상 적대적으로 달려들지 않는 ‘만복’상태가 된다.
부에르에게 당한 플레이어의 숫자가 10명이라는 의미는 그가 이틀 전에 이 게이트에 나타났다는 것을 의미했다.
‘부에르라면 간단하지.’
지금 강우라면 정면에서 싸워도 부에르에게 지지 않을 자신이 있지만 굳이 어렵게 사냥할 필요가 없는 마물이었다.
그 근처를 돌아다니는 몬스터들을 적당히 다섯 마리 정도만 잡아 부에르에게 던져줘도 만복 상태에 들어간 부에르를 편하게 사냥할 수 있었다.
“가볼까.”
강우는 입구를 막고 있는 군인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전처럼 맹시의 권능을 사용해 몰래 게이트 입구로 들어갈 생각은 없었다.
‘이젠 그렇게 귀찮은 수고를 들일 필요가 없으니까.’
강우는 씨익 미소를 지으며 품속에서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다.
그는 전화번호부에 있는 이름 하나를 클릭했다.
[무슨 일이야?]이제는 좀 익숙해진 차연주의 목소리가 그의 귓가에 들려왔다.
“부탁할 게 좀 있어서 말이야.”
[부탁할 거?]“B급 게이트에 들어가고 싶은데, 정부가 출입을 통제 중이어서 말이지.”
“맞아.”
[그래서 나보고 그 게이트에 들어갈 수 있게 해달라고?]“너라면 할 수 있잖아? 정부 고위 관계자들하고 아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니까 말이야.”
[하아.]스마트폰 너머로 차연주의 깊은 한숨소리가 흘러들어왔다.
[꼭 거기를 들어가야겠어?]“중요한 일이야.”
[…….]짧은 침묵이 이어졌다.
차연주는 쯧 하고 혀를 차며 나지막이 말을 이었다.
[이 값은 비싸게 받을 거야.]“걱정하지 마. 받은 만큼은 확실하게 보답하니까.”
[예, 예. 그러시겠죠. 설마 그 변종 몬스터한테 죽지는 않겠지?]“그럴 사람이었다면 네가 이런 지원을 해줬을 리도 없겠지.”
[…….]아무 말 하지 않아도 차연주가 ‘재수 없는 새끼’라고 욕을 하고 있는 게 귓가에 들려오는 것 같았다.
[잠깐만 기다려 봐. 거기 입구 지키고 있는 군인 있지? 걔 좀 바꿔줘.]“알았어.”
강우는 기자들에게 둘러싸인 군인에게 다가가 전화기를 내밀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지금 플레이어의 출입을….”
“레드로즈 길드 차연주의 전화입니다.”
“…예?”
입구를 막고 있던 군인은 다급한 표정으로 그의 전화를 받아들였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기자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강우를 바라보았다.
“차연주…? 설마 그 차연주 말하는 거야?”
“누구지? 레드로즈 길드에 저런 사람이 있었어?”
소란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군인과 차연주의 통화는 이어졌다.
입구를 지키던 군인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이곳저곳 더 전화를 해보더니 이내 깊은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오강우 씨에 대한 출입 승인이 허가되었습니다. 변종 몬스터 조사원 자격증을 가지고 게이트 내에 출입하시게 되며 변종 몬스터 토벌 시 변종 몬스터 정보를 정부 측에 공유해주셔야 하는 의무가 있습니다. 동의하시겠습니까?”
고작 몇 분 만에 떨어진 출입승인 허가에 강우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입가에 지었다.
“물론입니다. 국민들이 변종 몬스터의 출현으로 인해 불안에 떨지 않을 수 있도록 바로 조사에 착수하겠습니다.”
강우는 마음에도 없는 말을 청산유수처럼 내뱉었다.
“오오!”
“야! 빠, 빨리 사진 찍어!”
이슈의 냄새를 맡은 기자들이 강우를 향해 셔터를 누르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레드로즈 길드가 조사원 자격을 받았으니 당연히 우리도 들어갈 수 있겠지?”
기자들을 헤치며 여섯 명의 사람들이 나타났다.
남자 다섯, 여자 하나로 이루어진 그들은 강우를 아니꼽다는 듯이 노려보며 게이트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미르 길드의 강성수다!”
“최근 미르 길드에서 밀어주고 있다는 그 루키?”
“플레이어가 된 지 3개월이 지났다는데 벌써 B급 게이트까지 진출한 거야?”
꽤나 유명한 사람 하나가 섞여 있는지 그들을 본 사람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말총머리로 머리를 묶은 청년, 강성수가 강우를 향해 다가왔다.
“네가 최근 레드로즈 길드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놈이냐?”
그는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강우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그의 건방진 눈빛에 강우의 눈썹이 살짝 꿈틀거렸다.
“유니크 등급 장비까지 끼고 있는 걸 보니 확실하네.”
강우에게 다가온 강성수는 주변을 둘러보더니 피식 웃음을 흘렸다.
“뭐야? 넌 파티원도 안 데리고 다니는 거냐? 이거 레드로즈 길드의 지원이 고작 이 정도였어?”
강우의 입가가 살짝 일그러졌다.
강우는 억지미소를 지어보이며 말을 이었다.
“하하. 전 혼자서 활동하는 게 편해서 파티원 지원은 받지 않고 있습니다.”
“흥. 듣기로는 얼마 전까지 C급 게이트에 있었다고 들었는데…. 여기가 C급 게이트처럼 만만한 줄 아나보지?”
“…….”
강성수는 대체 어디서 그의 정보를 들은 건지 꽤나 자세하게 강우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차연주가 직접 움직여서 강우에게 지원을 약속한 만큼 빠르게 소문이 퍼져나간 것 같았다.
그는 일부러 그러는 것처럼 계속해서 강우에게 시비를 걸었다.
“딱 너 같은 놈들이 빨리 뒤지기 십상이지.”
“…….”
강우의 입가에 지어진 미소가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대놓고 시비를 걸어오는 강성수의 태도에 그의 인내심이 조금씩 깎여나가고 있었다.
“변종 몬스터를 잡아서 이름 좀 날려보고 싶은 것 같은데 말이야. 언제부터 4차 각성 따위가 그렇게 나대기 시작한 거지?”
‘성수야.’
“응? 뭐라고 말이라도 좀 해보는 게 어때?”
‘왜 그래, 성수야.’
“하하하! 뭐야, 벙어리라도 된 건가?”
‘그러다 너 죽어, 인마.’
강성수는 아무 말 하지 않고 있는 강우의 모습에 더욱 기세가 올랐는지 강우의 목에 팔을 두르며 말을 이었다.
“어때? 기왕 조사원이 된 거 우리 파티에 껴서 같이 게이트로 들어가지? 괜히 혼자 들어가서 개죽음 당하지 말고 말이야.”
“…….”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딱딱하게 표정을 굳히고 있던 강우는 활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까지 신경을 써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
강우는 강성수를 향해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같이 게이트로 들어가죠. 저도 사실 혼자 들어가기 좀 무서웠던 참이었습니다.”
강우는 사람 좋은 웃음을 흘리며 강성수의 파티원들을 둘러보았다.
부에르가 ‘만복’ 상태에 돌입하기 까지 필요한 먹잇감은 다섯.
‘한 명 남네.’
강우의 입가가 비틀어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