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Returned 10,000 Years Later RAW novel - Chapter (49)
만 년 만에 귀환한 플레이어 50화
판사님 저는 죄가 없습니다(1)
-부우웅.
“그래서, 그 에르노어 대륙이라는 데는 어떤 세계야?”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강우는 자신의 무릎 위에 앉은 에키드나에게 물었다.
처음에는 당연히 옆 좌석에 앉으라고 권했지만 그녀는 한사코 그의 무릎 위에 앉은 채 비키지 않았다.
‘뭐, 그렇게 방해되는 건 아니지만.’
사이즈가 워낙 작아진 탓에 방해된다는 느낌보다는 귀엽다는 느낌이 더 강했다.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강우의 질문에 에키드나는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지구인의 입장에서 ‘지구는 어떤 세계야?’라는 질문을 들은 것이나 마찬가지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음…. 그러니까 거기 있는 국가나, 사람들이 어떤 생활을 하는지 그런 것 말이야.”
[으응. 우선 가장 큰 국가는 아르난 제국이야. 그밖에도….]에키드나의 설명이 이어졌다.
그녀가 말하는 ‘에르노어 대륙’이라는 세계는 중세 배경 판타지에서 흔히 나오는 설정을 가진 이세계였다.
검과 마법을 사용하고, 요정과 몬스터, 드래곤이 존재하는 세계.
‘그럼 게이트의 몬스터들은 에르노어 대륙 쪽에서 온 건가?’
고블린, 트롤 등 게이트 안에 있는 일반적인 몬스터들은 지옥에서는 볼 수 없었던 괴물들이었다.
마기가 아닌, 마석의 힘으로 움직이는 괴물들.
헬하운드, 부에르 등의 마물들로 인해 상대적으로 일반 몬스터가 약하다는 편견이 생기기도 했지만 잘 생각해보면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애초에 부에르가 B급 게이트에 나타나서는 안 되는 마물이었다는 게 문제였지.’
만약 부에르가 A급 게이트에서만 나타났어도 그 정도로 큰 혼란이 빚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당장 S급 게이트 몬스터만 생각해도 일반 몬스터들이 약한 건 아니야.’
지옥의 마물이 아니라고 해서 무시할 수는 없다는 의미.
강우는 차의 핸들을 돌리며 말을 이었다.
“에키드나, 너에 대한 얘기도 해줘.”
[…나?]“응. 어떻게 살았는지, 어쩌다가 레이날드랑 엮이게 됐는지 그런 것들.”
[난… 아버지와 함께 쭉 살고 있었어. 그런데 어느 날 아버지가 날 두고 어딘가로 사라지셨어.]“사라졌다고?”
[응. 그 뒤로는 혼자서 레어에서 하루 종일 책을 읽으면서 생활했어. 그러다가 갑자기 누군가 레어 안으로 들어왔고….]“그게 레이날드였군.”
에키드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강우는 가볍게 혀를 차며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많이 외로웠겠군.”
[응…. 외로웠어.]에키드나는 침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강우는 사실 그녀가 느끼는 감정에 대해서 잘 이해하지는 못했다.
그는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잘 알지 못했으니까.
‘외롭지 않았던 적이 있어야 말이지.’
태어나서 줄곧 홀로 생활하다시피 해온 그는 외롭다는 감각 자체가 상당히 무뎌져 있었다.
“그래서, 소환은 어떻게 된 거야?”
[레이날드랑 싸우고 있던 도중 누군가가 날 부르는 기분이 느껴졌어. 그리고 갑자기 게이트가 나타났어.]“흠.”
소환이라는 것이 어떤 메커니즘으로 이뤄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그녀가 바라서 이뤄진 건 아닌 것 같았다.
“도착했어.”
에키드나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보니 어느새 그와 한설아가 함께 살고 있는 허름한 아파트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여기가 강우의 둥지….]“아니, 둥지라는 표현은 좀…. 정확하게 말하면 내 집도 아닌데.”
강우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중저가의 국산차들이 즐비한 주자창에서 강우의 차는 굉장히 튀어보였다.
‘아예 집도 새로 구할까.’
이제 와서 한설아와 그녀의 어머니, 김미정과 떨어져 살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집 자체가 허름하고 좁은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
슬슬 본격적으로 돈도 쌓이고 있는 만큼 더 넓고 큰 집으로 이사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었다.
‘되도록이면 레드로즈 길드가 있는 쪽으로 가는 편이 편하겠지.’
이제 차연주와는 완전한 동맹관계가 된 상태.
강우 자신도 꽤나 만족하고 있는 관계였고 앞으로 계속 동맹관계를 이어나갈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 그 근처로 집을 구하는 것이 편할 것 같았다.
‘나중에 PC방도 한 번 같이 가고.’
강우는 노발대발하며 얼굴을 붉힐 차연주의 모습을 떠올리며 피식 웃음을 흘렸다.
“가자.”
[응.]강우는 에키드나를 들어 안으며 집으로 향했다.
* * *
“꺄아아아아아악!!”
거실을 울리는 새된 비명.
“너무 귀여워요오오오!!”
한설아는 강우의 품속에서 날름 에키드나를 빼내어 거칠게 끌어안았다.
에키드나는 전신을 옥죄는 거대한 두 살덩이(?)의 압박에 날개를 파닥거리며 몸을 비틀었다.
[사, 살려줘, 강우…!]그녀는 애타는 목소리로 강우를 불렀다.
강우는 에키드나를 끌어안은 한설아의 모습을 바라보며 꿀꺽 침을 삼켰다.
‘부럽잖아.’
지금 그의 눈에는 에키드나가 행복에 겨운 비명을 지르고 있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고 있었다.
[가, 강우….]물론, 현실은 진짜로 괴로워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었지만.
“이름이 에키드나라고 했던가요? 하아…. 어쩜 이렇게 귀여울까아~”
“설마 이 정도로까지 거부감이 없을 줄은 예상 못 했네.”
“네? 이렇게 귀여운 소환수에게 왜 거부감을 가져요?”
한설아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강우는 피식 웃음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
“그래도 몬스터의 일종이잖아.”
“하지만 귀엽잖아요! 귀여운 건 정의라고요!”
한설아는 격한 반응을 보이며 에키드나를 한층 더 강하게 끌어안았다.
강우는 평소 점잖았던 한설아의 색다른 면모에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
[사, 살려….]“일단 에키드나가 힘들어하니까 좀 풀어줘.”
“아, 죄송해요. 저도 모르게 그만.”
그제야 한설아는 끌어안고 있던 에키드나를 풀어주었다.
에키드나는 그녀에게 풀려나자마자 날개를 파닥거리며 강우에게 달려들더니 그의 몸 뒤에 숨어 경계 어린 시선으로 한설아를 쏘아보았다.
‘몸집이 작아지면서 근력도 줄어든 것 같네.’
만약 에키드나가 본신의 근력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면 한설아의 근력으로 에키드나의 발버둥을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강우, 저 사람 무서워.]“뭐, 나쁜 의도를 가지고 한 건 아니니까 그렇게까지 경계하지 마.”
강우는 마치 어린아이처럼 자신의 뒤에 숨는 에키드나의 모습이 귀엽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 주었다.
경계심 어린 눈빛으로 한설아를 노려보고 있던 에키드나는 강우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가늘게 눈을 뜨며 그의 손에 머리를 비비기 시작했다.
‘역시 귀엽네.’
강우는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에키드나의 머리를 계속 쓰다듬었다.
지옥 생활로 인해 메말라 붙어 있던 감수성이 다시 되살아나는 듯한 감각이었다.
“설아, 너는 요즘 좀 어때? 사냥은 잘 돼가?”
“아! 네, 물론이에요. 레벨도 엄청 빨리 올라서 이제 곧 3차 각성을 하고 C급 게이트에 진출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다행이네.”
강우는 덤덤한 말투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성작이 비약적으로 빠른 것은 딱히 놀랍지는 않은 일이었다.
‘김시훈이 붙어 있을 테니까.’
SSS급 특성을 가진, 사기적인 재능의 플레이어.
그가 파티를 이끌고 있으니 비약적인 성장 속도는 이미 예약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애초에 태수나 설아도 재능이 나쁘지 않고.’
원거리 딜러로 있는 은비조차 일반적인 플레이어 기준에서는 꽤나 재능이 높은 축에 속했다.
그들이 가진 재능과 김시훈이라는 든든한 기폭제. 오히려 성장이 더딘 것이 이상하게 느껴질 조합이었다.
“이렇게 레벨이 빨리 오르다니… 저도 놀랐어요. 후훗. 모두 강우 씨 덕분이에요.”
“나는 별로 한 게 없는데.”
“무슨 소리에요. 처음에 강우 씨가 와서 해주신 지도가 얼마나 큰 도움이 됐는데요. 그리고… 애초에 강우 씨가 아니었다면 이런 생활은 꿈에도 못 꿨을 거예요.”
한설아는 살짝 달아오른 얼굴로 활짝 미소를 지었다.
강우는 그런 그녀의 미소가 꽤나 기분 좋게 느껴졌다.
‘사랑을 받고 싶다라.’
에키드나를 만나면서 떠올린 머나먼 과거의 기억이 다시 생각났다.
사랑을 갈구하던 꼬맹이였던 과거.
‘확실히 나쁜 기분은 아니네.’
누군가가 자신에게 이 정도로 선명한 호의를 보내준다는 것은 결코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강우는 가슴 한편이 묘하게 따듯해지는 감각을 느끼며 소파에 앉았다.
“아! 오늘 그럼 에키드나가 온 기념으로 축하 파티를 열어요. 후훗. 오늘은 제가 한 턱 쏠게요.”
“괜찮겠어?”
“최근에 시훈 씨, 태수 씨, 은비랑 같이 사냥하면서 꽤나 돈을 벌었거든요. 이 정도는 이제 가뿐해요.”
설아는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녀를 계속해서 괴롭혀오던 가난이라는 딱지가 조금은 헐거워진 표정.
‘그것보다 한태현과 엮이는 일이 없어졌다는 이유가 큰가.’
어찌됐든 그녀가 전에는 보여주지 않았던 밝은 미소를 지을 수 있게 됐다는 것은 사실이었다.
강우는 축하 파티를 열어준다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좋아, 그렇다면 역시 여기서는 김치찌….”
“김치찌개는 안 돼요.”
“어, 어째서….”
강우는 크게 상심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한설아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최근 들어 매일 김치찌개를 드셨잖아요.”
“그랬지.”
“…질리지도 않으세요?”
“질릴 리가 없잖아.”
김치찌개에 질리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확고한 의지가 담긴 강우의 눈빛에 한설아는 머리가 아프다는 듯이 이마를 짚었다.
“어쨌든, 오늘은 좀 더 고급스러운 음식을 먹어요.”
“고급스러운 음식?”
“후훗. 짜잔! 이걸 봐요 강우 씨!”
호들갑을 떨며 그녀가 내민 것은 황금색 딱지가 붙어 있는 팩이었다.
“한우라고요! 오늘 마트에서 싸게 팔아서 사왔어요!”
“한우….”
“오늘은 소고기 등심을 맛있게 구워먹어요~”
그녀는 싱글벙글 미소를 지으며 소고기가 들어 있는 팩을 주방으로 가져갔다.
강우는 어딘가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기왕이면 그걸 김치찌개에 넣….”
“그건 소고기에 대한 모독이에요. 알았죠, 강우 씨?”
“…네.”
박력 있는 그녀의 말에 강우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 * *
“슬슬 자볼까.”
소고기 파티를 즐겁게 즐긴 후, 강우는 피곤하다는 표정으로 침대에 누웠다.
그런 그의 침대 위로 에키드나가 날개를 파닥이며 날아왔다.
“맛있었어?”
[…황홀했어.]에키드나는 방금 먹었던 소고기의 맛을 떠올리며 부르르 몸을 떨었다.
강우는 피식 웃음을 흘리며 그녀의 몸을 들어 자신의 가슴 위에 올렸다.
“오늘은 피곤하니까 이만 자자.”
[알았어.]에키드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가슴 위에서 몸을 둥그렇게 말았다.
상처가 아직 완전히 낫지 않아 피곤했는지 에키드나는 곧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그러고 보니 에키드나가 인간으로 변신할 수 있었다면 이렇게 잘 수도 없었겠네.’
지금이야 몸집이 큰 도마뱀이라는 느낌이니 별 상관하지 않았지만 에키드나는 명백한 여성체였다.
만일 그녀가 인간으로 변신할 수 있었다면 지금 상황은 꽤나 복잡해졌을 것이다.
‘뭐, 이런 것도 나쁘지 않지.’
강우는 잠들어 있는 에키드나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눈을 감았다.
전신에 쌓여 있던 피로가 그를 깊은 잠으로 인도했다.
* * *
다음 날.
강우는 창문 사이로 흘러나오는 햇살에 눈을 떴다.
“…응?”
그때, 그는 자신의 몸을 짓누르고 있는 묘한 무게감을 느꼈다.
‘에키드나인가?’
그렇다고 하기엔 느껴지는 무게감이 꽤나 무거웠다. 못해도 30㎏는 될 것 같은 무게감.
강우는 자신의 가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칠흑 같은 흑발을 허리까지 기른 소녀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모습으로 그의 가슴에 머리를 기대고 잠들어 있었다.
“뭐야 이건.”
강우는 자신의 가슴 위에 머리를 기댄 채 잠들어 있는 소녀를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새액. 새액.”
소녀는 강우의 옷자락을 굳게 움켜쥔 채 세상모르게 자고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야.’
강우는 처음 보는 소녀가 자신의 몸 위에 올라타 잠을 자고 있는 아득한 상황에 딱딱하게 표정을 굳혔다.
‘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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