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Returned 10,000 Years Later RAW novel - Chapter (97)
만 년 만에 귀환한 플레이어 98화
검황 천무진(2)
남궁진을 만난 뒤 일주일이 흘렀다.
그동안 강우는 내부의 마정을 키우는 일에 집중했다.
강우는 먹고, 마시고, 심지어 자는 순간까지 천룡심법을 운용했다.
내부의 마기를 제어하는 그의 능력은 이미 그 누구도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아득한 경지에 올라서 있었다.
그런 그가 모든 시간을 투자해서 심법을 운용하니 그 효과는 경악스러울 정도였다.
마정의 크기는 나날이 커졌고, 마정의 기운을 다루는 일에도 점점 익숙해져 갔다.
‘근데 대체 언제쯤 극마지체에 도달할 수 있는 거지.’
마정의 크기가 거의 주먹만 하게 커졌지만 아직 극마지체의 마지막 조건이 달성되지는 않았다.
‘언젠가는 달성하겠지.’
조급해한다고 바뀌는 일은 없었다.
할 수 있는 일에 전력을 쏟을 뿐이었다.
강우는 천룡심법을 계속해서 운용하며 상태창을 확인했다.
마기 스탯은 여전히 103.
심법을 운용한다고 해서 마기의 절대량이 늘어나지는 않았다.
‘마기가 없으니 당연한가.’
마력과 달리 마기는 자연적으로 얻는 것이 불가능했다.
대기 중에 마기가 가득 차 있는 지옥이라면 몰라도 지구에서 그냥 마기를 얻을 수는 없었다.
지금 마정의 크기가 커지고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강우의 전신에 퍼져 있는 마기들이 단전으로 응집되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것도 한계가 있을 텐데.’
전신의 퍼져 있는 마기가 모두 마정으로 변하면 더 이상 마정의 크기를 늘릴 수가 없었다.
아직 봉인이 완전히 풀리지 않은 만마전의 마기는 당연히 끌어 쓸 수 없었고, 마기 스탯이 100을 돌파한 이후로는 아무리 몬스터를 포식해도 스탯이 오르지 않았다.
‘결국 레벨 제한을 푸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나.’
레벨이 높아질수록 만마전의 봉인이 약해졌고, 자연스럽게 다룰 수 있는 마기의 양이 많아졌다.
랜덤이긴 하지만 레벨 업 보너스로 인한 스탯 상승도 기대해 볼 수 있었다.
‘제한을 푸는 방법을 알아야 풀지.’
극마지체의 마지막 조건은 단서라도 생겼지 레벨 제한은 그 단서조차 없었다.
일반적인 플레이어들이 레벨 제한을 풀었던 방법을 이것저것 시험해 봤지만 아무런 효과도 없었다.
차연주가 무슨 시스템의 저주를 받은 게 아니냐고 우스갯소리로 말했을 정도였다.
“저주라….”
지나가듯한 농담이었지만 생각해 볼만한 일이었다.
이수역 사건 때 김시훈은 마치 시스템창이 스스로의 의지를 가진 것처럼 자신에게 부탁했다고 말했다.
‘플레이어와 가이아 시스템이 어느 정도 연관이 있다면.’
지금 자신의 레벨 제한이 풀리지 않는 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
가이아 시스템이 손상되기 시작한 원인은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이었으니까.
‘일단은 마정을 키우는 것에 집중할 수밖에 없나.’
아직 그의 전신에 퍼져 있는 모든 마기가 마정으로 응축된 것은 아니었다.
당장 해결 방법이 없는 이상할 수 있는 일을 우선시하는 게 옳았다.
“형님, 휴식시간 끝났습니다.”
김시훈의 목소리가 들렸다.
생각에 잠겨 있던 강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섰다.
지금 그가 있는 곳은 수원에 위치한 S급 게이트.
전에 약속한 대로 김시훈 파티에게 버스를 태워주기 위해 게이트에 온 상황이었다.
“준비는 다 끝났어?”
“흐흐! 물론이오!”
“네, 충분히 쉬었어요.”
“으~ 조금 더 쉬고 싶었는데….”
태수와 설아, 은비가 각자 대답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옆에 찰싹 달라붙어 있던 에키드나가 옷자락을 당겼다.
“강우, 무슨 고민 있어?”
“아니. 그런 건 아냐.”
고민은 있지만 얘기한다고 해서 해결할 수 없는 고민이다.
그런 고민들을 굳이 주저리주저리 말할 필요는 없었다.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면 언제든 말해줘.”
강우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보다 슬슬 다시 시작하자.”
가볍게 몸을 풀었다.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폈다. 되도록 무리와 떨어져 있는 몬스터를 찾아야 했다.
‘저기 있군.’
강우의 시선에 수원 S급 게이트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몬스터, 자이언트 오우거 한 마리가 돌아다니는 것이 보였다.
몬스터에게 접근하며 침묵의 권능을 넓게 펼쳤다.
다른 오우거들의 어그로를 끌면 귀찮아졌다.
“에키드나.”
“응.”
에키드나가 앞으로 나섰다.
그녀는 자이언트 오우거를 향해 한 손을 뻗었다. 검은 마기가 피어오르며 8개의 낫이 만들어졌다.
-후웅! 후웅!
“크르르르!”
어지럽게 움직이는 낫들이 자이언트 오우거를 덮쳤다.
오우거는 크기에 맞지 않는 날렵한 움직임으로 공격을 피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복잡하게 곡선을 그리며 날아드는 검은 낫이 상처를 누적시켰다. 상처에서 피가 쏟아지며, 움직임이 둔해졌다.
“너희도 준비해.”
“예, 형님.”
김시훈은 엘 쿠에로 블레이드를 꺼내들며 긴장에 찬 표정을 지었다.
방금까지 호들갑을 떨던 태수도, 힘들다고 투정하던 은비도 표정을 굳혔다.
“크아아아아아!”
오우거의 괴성이 울려 퍼졌다.
‘조금 더.’
강우는 조금 더 오우거의 체력이 깎일 때까지 기다렸다.
김시훈 파티가 아슬아슬하게 상대할 수 있을 정도로 오우거를 약화시키는 것이 중요했다.
‘경험치만 얻어먹는 건 의미가 없으니까.’
김시훈 파티를 데리고 S급 게이트까지 온 이유는 막대한 경험치로 인한 빠른 성장만이 아니었다.
S급 몬스터라는, 지금 김시훈 파티로는 결코 상대할 수 없는 적과의 전투를 통해 실전 감각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려는 목적도 있었다.
‘이게 진짜 버스지.’
레벨만 높여서 강해지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
같은 검을 든 무인들 사이에서도 격의 차이가 있듯, 비슷한 스탯을 가지고 있는 플레이어들 사이에서도 격의 차이는 존재했다.
실전은 숫자 놀음이 아니다.
이건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유명한 격언이었다.
단순히 레벨과 스탯이 높다고 해서 전투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었다.
스탯은 비유하자면 운동을 통해 근육과 몸을 키우는 일이었다.
보디빌더가 격투가를 이기는 것이 아니듯, 단순히 몸집만 키워서는 큰 의미가 없었다.
강우의 경우 실전 경험이 이미 더 이상 쌓아도 의미 없는 수준까지 올라가 있기 때문에 단순하게 스탯만 올리는 것이 힘에 직결됐다.
하지만 김시훈 파티는 달랐다.
그들은 레벨을 올리는 것과 동시에 경험을 쌓아야 했다.
“크르르르르.”
자이언트 오우거의 몸이 비틀거렸다.
강우는 입을 열었다.
“시작해.”
“예!”
짧은 대답과 함께 김시훈과 강태수가 달려들었다.
한설아가 버프를 돌리며 최은비가 마법을 캐스팅했다.
“크어어어어!”
-쿠웅!
“크윽!”
자이언트 오우거는 거의 빈사 상태에 가까웠지만 전투는 치열했다.
애초에 자이언트 오우거는 지금 평균 레벨이 40대인 김시훈 파티가 감당할 수 있는 몬스터가 아니었다.
빈사 상태의 자이언트 오우거라도 상대할 수 있다는 것이 김시훈 파티가 가진 실력을 증명하고 있었다.
-쿠웅!
“허억! 허억!”
“확실히 자이언트 오우거는 강하군요.”
전투가 끝났다.
지쳐서 거친 숨을 몰아 내쉬는 태수와 달리 김시훈은 아직 여유가 있어보였다.
‘시훈이도 레벨에 비해서 말이 되지 않는 힘을 갖추고 있으니까.’
아마 전력을 다한다면 지친 자이언트 오우거 정도는 혼자서 상대할 수 있으리라.
그래도 명색이 실전 훈련이니만큼 다른 파티원도 전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힘을 적당히 조절하는 것이 센스가 나쁘지는 않았다.
‘나중에 김시훈만을 위한 특별 코스도 마련해 줘야겠어.’
김시훈과 그 파티원들 사이에 명확한 차이가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
그의 진정한 성장을 위해서는 다른 무언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그럼 일단 재정비하고 바로 다음 사냥을 준비해.”
“후우! 알겠소!”
“태수 씨 이리 오세요.”
한설아가 태수에게 치유 마법을 사용했다.
“크르르르르!”
그때, 근처를 돌아다니던 자이언트 오우거 무리가 이쪽을 향해 접근하는 것이 보였다.
‘피 냄새를 맡은 건가.’
소리를 차단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던 모양.
강우는 마정의 기운을 끌어올렸다.
접근하는 자이언트 오우거는 셋.
자신이 나서지 않으면 처리할 수 없는 숫자였다.
“잠깐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강우는 몸을 돌렸다. 자이언트 오우거들이 흉포한 괴성을 흘렸다.
암극의 권능을 펼쳤다.
검은색 창이 만들어졌고, 잡았다.
마정의 기운이 흘러들어가 마치 검기를 쓴 것처럼 창을 덮었다.
-촤앙!
“크르르르?”
“응?”
맑은 쇳소리가 울려 퍼졌다.
한 줄기 빛살이 번쩍였다.
강우에게 접근하던 자이언트 오우거들의 몸이 일순 멈췄다.
그들의 몸에 가느다란 실선이 생겼다. 실선이 점차 벌어지며 피분수가 쏟아졌다.
세 마리의 자이언트 오우거들이 단 일격에 목숨을 잃었다.
강우는 한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느긋한 걸음으로 걸어오는 비쩍 마른 사내와 그 뒤를 따라오는 두 사람이 보였다.
한 명은 요염한 외모의 여인이었고 다른 한 명은 겁에 질린 표정을 한 청년이었다.
‘일격에 자이언트 오우거 세 마리라.’
강우의 눈이 가늘어졌다.
단 일격에 자이언트 오우거 셋을 잡는 것은 차연주도 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랭커 이상의 힘을 지니고 있다는 의미.
그런 강자들 중에 이렇게 직접 찾아올 만한 사람은 한 명뿐이었다.
검황 천무진.
중국 최강의 플레이어이자 8명의 월드 랭커 중 하나.
“진짜로 온 모양이네. 건방지다며 암살대라도 보내지 않을까 했는데.”
“자네가 그 검룡의 의형이로군. 전에 있었던 일에 대해서는 사과하지. 아… 중국어는 알아듣지 못하겠군.”
천무진은 옆에 서 있는 청년에게 눈치를 주었다.
청년은 긴장에 찬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처, 천무진 님께서는 이전에 있었던 일에 대해서 사과를….”
“그냥 중국어로 말해도 괜찮아.”
“응? 중국어를 할 수 있던 건가?”
통언의 권능을 통해 말을 하자 천무진이 물었다.
강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천무진은 다행이라는 듯 말을 이었다.
“그렇다면 얘기가 빠르지. 전에는 미안하게 됐다. 부하가 무례를 저질렀더군.”
“말로만 하는 사과는 누구나 할 수 있지.”
“하하하! 그렇군.”
천무진은 강우를 향해 깊게 허리를 숙였다.
그 모습에 주변이 경악했다.
“…….”
강우조차 이렇게 저자세로 나올 줄은 예상 못 했다는 듯 굳게 입을 다물었다.
검황 천무진.
중국을 최고의 권력자가 일개 개인에게 허리를 숙인 것이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고, 그가 가진 세력을 생각하면 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자네에게 무례를 저지른 문파원은 파문시켰다. 부하 관리를 못한 나의 책임이 크다.”
“뭐…. 그렇게까지 나온다면 사과를 받아들이지.”
어차피 남궁진을 통해 직접적인 피해를 받은 건 아니었다.
그에 대한 합당한 처벌이 이루어졌다면 굳이 더 분란을 키울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여긴 무슨 일이지?”
“검룡을 만나기 위해 왔다.”
“그건 들어서 알고 있어. 왜 시훈이를 이렇게까지 보려는 거지?”
“영상을 봤기 때문이지.”
“……?”
“검룡이 이수역이라고 했던가? 그곳에서 싸우는 영상을 봤다.”
“그래서?”
“확인해 보고 싶은 게 있다.”
천무진은 입가에 짙은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검룡이 대체 어떻게 무신의 무공을 익혔는지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