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182)
182화
5.
높은 성벽이 무너지는 건 정말 한순간이었다.
콰아아아아앙-.
라파엘의 몸에서 흘러나온 신기한 기계들이 몇 번 움직이더니, 곧 푸른색의 거대한 에너지 구체가 성벽으로 쏘아져 나갔다.
기껏해야 농구공만 한 크기의 구체.
그러나 그 구체가 요새의 성벽에 닿는 순간.
“……와.”
나도 모르게 입에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순간적으로 시야가 새하얀 빛으로 물들어 버릴 정도의 거대한 폭발.
어째서 라파엘이 본인 스스로를 화력 지원에 능하다고 했었는지 알 것 같았다.
요새에서 대기하고 있던 리치들이 급히 방어막을 생성하면서 폭발을 막아 보려고 했으나, 리치들의 마법으로는 그 압도적인 파괴력을 감당하지 못했다.
심지어 내 옆에서 성전을 준비 중이던 레오와 루나도 한마디씩 보탰다.
“저 세계에서 태어날걸. 성하, 우리가 여태까지 철퇴 들고 검 들고 싸웠던 이유가 도대체 뭘까요?”
“엄청난 힘입니다. 마법조차 우스워지는군요.”
그야말로 극한의 화력.
압도적인 힘이었다.
최 대표조차도 입을 떡 벌리면서 보았을 정도니까.
전술핵을 사용한다면 저런 모습일까?
“30프로짜리입니다. 이제 70프로 남았습니다.”
라파엘은 기세등등한 표정과 함께 손가락을 V 자로 폈다.
나는 그런 라파엘을 향해서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 드래곤 두 마리를 땅으로 떨궈 줄 수 있겠어요?”
“떨어뜨리기만 하면 됩니까?”
“네.”
“가능할 것 같습니다.”
물론 나도 신성력을 끌어 올려서 날개를 만들 수 있지만, 솔직히 공중전은 부담스럽다.
사람은 원래 발을 땅에 딛고 살아야 하는 생물이다.
변수도 많고. 이래저래 불편한 지점이 많다.
라파엘의 전투력이 강할 것이라고는 예상했는데, 과연 이레귤러는 이레귤러.
라파엘이라면 충분히 드래곤들을 지상으로 떨궈 줄 수 있을 것 같다.
“한 번이라도 떨궈 주면 됩니다. 저 새끼들이 내려오는 순간 다시는 날아오르지 못할 테니까요.”
“40프로쯤? 한 30프로 정도 여력이 생길 것 같네요. 남은 화력으로 떨거지들을 정리하는 데 집중하겠습니다.”
라파엘은 고개를 살짝 끄덕거리더니 곧 자신의 오른팔 ‘데이비드’를 조작했다.
잠시 후, ‘데이비드’의 모습이 병기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소형 입자포 준비.
……뽕맛 죽인다.
SF 영화 속에나 볼 법한 하이테크.
나도 저쪽 세계에 떨어졌으면 여러 가지 로망을 달성할 수 있었을 텐데, 하필이면 판타지 세계에 떨어져서 말이야.
“이따가 뵙겠습니다.”
라파엘은 씨익 웃으면서 그 소형 입자포를 가동시켰고.
우우우우우웅.
곧바로 입자포에서 튀어나온 에너지 덩어리가 드래곤들을 덮쳤다.
극도로 발달한 과학은 마법과 다름없다고 했던가?
그 말이 딱 맞다.
요새의 상공에 잠시나마 또 하나의 태양이 떠오른다.
수많은 게이트들을 단신으로 정리했다는 이야기에 걸맞게, 라파엘의 화력은 기대를 아득하게 뛰어넘었다.
허공에서 지상을 내려보기만 하던 드래곤 두 마리가 폭발에서 벗어나기 위해 빠르게 지상으로 하강했다.
마법으로 막기 힘들다는 걸 빠르게 간파한 것이다.
“가자.”
우리들은 그 모습을 보자마자 앞으로 달렸다.
“길을 뚫겠습니다.”
“다녀오세요!”
무너진 성벽 사이로 듀라한을 비롯한 수많은 언데드들이 뛰쳐나왔지만, 레오와 루나가 먼저 속력을 높이면서 길을 뚫는다.
그리고 그 뒤에서는 최 대표가 특유의 붉은색 마력을 내뿜으면서 언데드들을 무참히 박살 내기 시작했다.
파도처럼 밀려드는 언데드들의 거대한 군세.
그 한가운데로 길이 생겨난다.
나는 그 길을 달리며 전신에 신성력을 둘렀다.
[액티브 스킬 신성한 돌진 Lv. Max>를 시전합니다!]새하얀 방어막이 내 앞에 생성된다.
그리고 그 방어막을 두른 채로 냅다 앞으로 달렸다.
요새의 중심부까지 도달하는 데 소요된 시간은 단 1분.
언데드들을 강제로 밀어 내면서 요새의 내부로 진입하자, 라파엘의 공격으로 인해 잠시 지상으로 내려온 드래곤 두 마리가 보였다.
점액질로 뒤덮인 몸 위로 드래곤 특유의 노란색 눈깔이 번뜩였다.
촤르르르르륵-.
예전에 내 몸에 상처를 입혔던 검은색 점액질들이 이번에도 촉수처럼 나를 향해 뻗어 온다.
그와 동시에 드래곤들의 아가리에서 불길한 신성력과 뒤섞인 마력이 모여들었다.
브레스의 전조.
콰우우우우우!
드래곤 두 마리가 포효하면서 브레스를 내질렀다. 도시 하나쯤은 박살 내고도 남을 화염이 나를 향해 쏟아졌지만, 나는 그 브레스를 피할 생각이 없었다.
“시원하네.”
보호막을 두른 채로 브레스를 가로질렀다.
오래간만에 만끽해 보는 드래곤 표 불가마 사우나.
에덴에서 마룡들을 상대하면서 이미 셀 수 없이 많이 경험했던 그 뜨거운 열기에 문득 에덴에서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그때도 그랬지.
이렇게 브레스를 정면 돌파 하고 난 다음,
“잡았다.”
부우우우우우욱.
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손으로 김치를 찢듯, 이렇게 드래곤의 날개를 찢어 버렸었지.
날개가 뜯겨 나간 드래곤의 입에서 끔찍한 비명 소리가 튀어나왔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다른 드래곤이 곧장 꼬리를 휘둘렀다.
검은색의 가시가 곳곳에 솟아난 드래곤의 꼬리가 내 몸을 후려치려 했지만, 나는 그 자리에서 선 채로 꼬리를 잡았다.
그리고 그 자세 그대로 크게 패대기를 치려는 순간,
-교황, 잡고 있어라.
콰지지지직-.
뒤에서 맹렬히 달려온 흑우가 자신의 뿔을 드래곤의 복부에 정확하게 찔러 넣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뿔 두 개가 복부에 박힌 모양새였으나, 효과는 그 이상이었다.
끄르르르르륵.
베스의 뿔에 복부가 꿰뚫린 드래곤이 거품을 물면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한 놈은 날개가 찢어지고.
한 놈은 소뿔에 꿰뚫리고.
방금 전까지만 해도 고고하게 공중에 떠 있었던 드래곤들이라기에는 너무나도 처참한 모습.
콰우우우우.
날개가 뜯겨 나간 드래곤이 다시 한번 포효를 내지르면서 발버둥 친다.
그러나 나는 녀석의 발악을 가만히 지켜봐 줄 생각은 없었다.
“꼬리 좀 빌릴게.”
그 녀석의 목을 다른 드래곤의 꼬리를 이용해서 둘둘 감아 버렸다.
군대에서 배운 매듭법을 요긴하게 사용해서 꼼꼼하게 말이다.
“작품명. 용용 죽겠지.”
-……네가 그러고도 교황이냐?
“뭐 어때? 멋있잖아.”
그래도 드래곤은 드래곤인 걸까?
파드드드득.
한쪽 날개만 남아 있던 놈이 마법을 이용해서 도주를 시도했다.
목에 다른 동족의 꼬리가 감겨 있음에도 불구하고 허공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힘이 아주 장사네.”
-게이트 너머로 도망치면 못 잡는다. 저걸 저렇게 내버려 둬도 되나?
빠른 속도로 상승하는 드래곤 두 마리.
정신을 잃은 동족의 꼬리를 감은 채로 도망가려는 모습이 처절하기까지 했다만, 나는 그 모습을 씨익 웃으면서 바라보았다.
“그래도 토비가 공들여 만든 무기도 한번 실험해 봐야지.”
퓨우우우우우.
뒤쪽에서 날아든 대여섯 개의 미사일이 드래곤의 몸체에 꽂혔다.
그리고 잠시 후.
콰아아아아아아앙!
다시 한번 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졌고, 게이트를 향해 상승하던 드래곤 둘이 힘없이 추락했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격추 성공.”
성능 확실하구만.
6.
드래곤은 처리했지만 언데드 군단은 여전히 건재했다.
나는 드래곤의 두 마리의 목 부근에 박혀 있던 사람 머리만 한 보석 두 개를 뽑아낸 다음, 가볍게 손을 털었다.
일명 드래곤 하트.
드래곤이 마법을 사용하는 기관이자, 그들이 마법 생물이라고 불리게 만드는 핵심 기관인데, 이 드래곤 하트를 뽑아내니 드래곤들의 몸이 축 늘어졌다.
방금 뽑아낸 이 따끈따끈한 드래곤 하트는 내가 알고 있던 드래곤 하트와는 많이 달랐다.
일단 회색빛의 색깔부터가 그랬다.
내가 본 적도 없는 색깔.
마력이 미미하게 느껴지고는 있었으나, 가장 강력하게 느껴지는 건 그 불쾌한 신성력이었다.
드래곤 하트 내부에서 검은색 벌레같이 생긴 것이 꿈틀거리고 있기도 했고.
여러모로 혐오감을 자아내는 비주얼이었다.
-교황, 너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해. 내가 너를 너무 과소평가했던 것 같아.
베스가 앞다리로 바닥을 긁으면서 말했다.
“내가 강한 게 아니라 이놈들이 약했던 거야. 마룡보다 훨씬 약하네.”
드래곤의 장점 중 하나가 엄청난 마법 능력인데, 이 녀석들은 마법조차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의아하긴 했다만, 드래곤 하트의 상태를 보니 어쩔 수 없었던 선택이었던 것 같다.
신성력에 의해 오염되어 있는 드래곤 하트.
신성력이 무언가를 오염시키는 것부터가 말이 안 되지만, 그 말이 안 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나는 드래곤 하트를 바닥에 내려놓은 다음, 고개를 올려 붉은색 게이트를 쳐다보았다.
“이게 전부냐?”
게이트 너머의 눈이 꿈틀거렸다. 곧이어 내 머릿속에 녀석의 신탁이 울려 퍼졌다.
【사도들은 이미 길을 열었다. 네놈은 이겼으나, 결국 지게 될 것이다.】
“그게 무슨 개소리-.”
【머지않아 알게 될 것이다. 우리에게 도달해라. 우리를 위해 준비한 성대한 만찬이 되어라. 우리가 너를 기다리마.】
파지지지직-.
게이트가 흐릿해지기 시작했고.
파스스스슥.
내가 앞에 내려놓았던 드래곤 하트 두 개가 스스로 부서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눈앞에 새로운 메세지창이 떠올랐다.
[퀘스트 검은 날개>를 완료하셨습니다.] [퀘스트 보상이 정산됩니다.] [특수 능력치 격>이 해방됩니다!] [당신은 지구에서 처음으로 격>을 해방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시스템이 당신의 해방을 정식으로 승인합니다.] [DLC – 교황>이 자동으로 업데이트됩니다. 신격>에 도달하는 길이 열립니다.] [퀘스트 해방>이 시작됩니다. 신전으로 돌아가 당신의 주신으로부터 신격>과 관련된 정보를 입수하십시오. 관련 정보에 대한 접근이 승인되었습니다.]그동안 좀 잠잠했던 시스템 메시지들이 물밀듯이 몰려온다.
나는 눈살을 찌푸린 채로 그 메시지들을 확인했다.
단서라도 알려 줘야 뭘 해석하든 말든 하지.
그냥 이렇게 일방적으로 전달해 놓고, 리멘한테 가서 물어보라고 하면 어떻게 해?
하여간에 시스템, 이 불친절한 놈.
내가 그 메시지창을 들여다보면서 투덜거리고 있을 때쯤, 옆에 있던 베스가 고개를 살짝 기울이면서 말했다.
-어찌 된 영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너의 격이 갑자기 높아졌다. 신기한 일이군.
영물답게 내 변화를 한눈에 알아차리는 베스였다.
나조차도 나에게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가늠을 못 하고 있는데 말이다.
그래도 한 가지는 확실하다.
“일이 또 늘었네.”
지금까지와는 다른 스케일의 무언가가 시작되고 있다는 것.
저 메시지들이 앞으로 날 더 굴리겠다는 말로 들리는 것은 단순한 기분 탓일까?
“성하! 드래곤 다 처리하셨으면 빨리 오셔서 돕기나 하세요!”
저 멀리서 루나가 소리쳤고, 나는 그 목소리를 들으면서 한숨을 푹 내쉬었다.
“간다, 가.”
이놈이나 저놈이나 내가 편하게 있는 꼴은 못 본다니까?
그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나에게 더 큰 고생길이 열렸다는 것을.
그걸 알게 된 건 그로부터 불과 9시간 후였다.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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