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ferences for possessed people RAW novel - Chapter (147)
147화
사실 지금 기사단 인원을 모집 중이긴 하다.
나는 짐짓 관심 없는 척 시큰둥하게 물었다.
“암살자를 뭐에 써?”
“은신과 잠입 기술이 얼마나 요긴한데요. 적지에 침투한 뒤 정보 빼낼 때 쓰시면 됩니다.”
“흠. 그것뿐?”
“아, 저는 제법 고급 인력이라서 척후와 추적에도 자신 있습니다. 밤독수리에서 배우기도 했고, 돌아가신 아버지가 사냥꾼이라서요. 타고났죠.”
“아직 좀 애매한데.”
“……이것까지는 안 까려고 했는데 별수 없군요. 계부 때문에 뒷골목에서 굴러먹으면서 밤독수리에 들어가기 전까지 사기, 도박, 소매치기도 다 마스터했습니다. 제가 열두 살 때 이미 그 바닥에서 최고 에이스였다니까요.”
“암살자의 품격은 어디 갔어?”
“암살자로 취직하는 것이 아니니까 잠시 잊어도 될 것 같습니다.”
다른 것보다 유연한 사고방식이 마음에 든다.
“확실히 그건 좀 경쟁력이 있는 능력이네.”
“……아이.”
준엄한 음성이 양쪽에서 나를 꾸짖듯 불렀다.
그 무렵 애쉬의 시선이 테실리드를 향했다.
“그러고 보니 퍼레이드 때 이 형님 얼굴도 봤네요. 누님 옆에 꼭 붙어 계시던데.”
“…….”
성기사와 암살자는 썩 사교가 이루어지기 좋은 조합은 아니었다.
하물며 테실리드의 이전 회차에서 애쉬는 암살 의뢰를 받고 그의 목숨을 노린 적이 있다.
그런 연유로 테실리드는 애쉬와 말을 섞고 싶지 않은 눈치였으나…….
“성검의 주인, 테실리드 아르젠트……입니다.”
그놈의 칠주선과 칠죄종의 규율이 뭔지, 존대까지 해가며 친절히 자기소개를 했다.
“반갑습니다, 테실리드 형님. 애쉬 나이트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
“면접 결과는 내일 알려줄게.”
“합격 아니었어요?”
“부단장하고도 상의해 봐야 해서.”
“부단장이면 테실리드 형님이요?”
“응.”
“흐음.”
애쉬는 테실리드의 관상을 보며 자신의 합격 가능성을 점쳐보는 듯했다.
아마 높지 않다는 걸 스스로도 알 터다.
나는 품에서 10골드짜리 금화 하나를 꺼내서 엄지로 튕겼다.
애쉬는 손바닥을 짝 마주치듯 그것을 잡아챘다.
“밥 먹고 다녀.”
면접비다.
“갚을게요, 누님.”
“됐어. 그보다 우린 여기에 볼일이 있으니까 넌 그만 가봐.”
“네에.”
애쉬는 질척대지 않고 뒤돌아서 타운하우스를 나갔다.
그의 기척이 완전히 멀어진 것을 거듭 확인한 뒤, 나는 테실리드의 팔을 내 팔꿈치로 툭 쳤다.
“우리도 이제 할 일 하러 가자.”
“그래.”
나와 테실리드는 타운하우스 건물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뒤뜰 깊숙한 곳으로 향했다.
밤이라 어두웠으므로 야명석을 밝히고 걸었다.
덩굴장미로 만들어진 터널을 쭉 따라갈 때였다. 아그네스가 물었다.
“최대한 기존 건축물을 살려서 건축 기간을 짧게 할 생각이거든요.”
리모델링 수준으로.
“어떤 걸 남겨두고 어떤 걸 부술지 제가 한번 확인해 둬야죠.”
“……라는 건 거짓말이고 사실은 중요한 목적이 따로 있답니다!”
아그네스를 놀려먹고는 웃고 있는데, 옆에서 헛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니 테실리드가 한 손을 입가에 댄 채 입꼬리에 힘을 주고 있었다.
“던전이요.”
“네. 여기에 인어 나오는 던전이 있거든요.”
“맞아요. 제 명의의 땅에 던전을 꼭꼭 숨겨놓고 산출물을 독식할 계획이랍니다.”
[‘세계를 구축하는 언령’이 당신의 영특함에 박수를 칩니다.]“진짜 똑똑하죠?”장미 터널이 끝나자 꽤 규모 있는 대리석 분수상이 눈앞에 나타났다.
석상은 아름다운 처녀가 품에 안은 항아리를 기울이는 모양새였다.
분수가 가동될 때는 항아리 안에서 물이 쏟아지는 형태이리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던전의 입구는 저 항아리 안에 있어요.”
나와 테실리드는 주저 없이 분수대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차례대로 한 명씩 항아리를 향해 도약했다.
쑤우욱.
빨려드는 느낌이 들며 시야가 이지러졌다가 펴졌다.[ 난이도 S급 던전 ‘대홍수의 바다’에 입장했습니다.]우르르릉. 콰앙.
뇌우가 쏟아지는 하늘 아래, 망망대해가 펼쳐져 있었다.
발밑은 파도로 출렁거렸다. 현재 나와 테실리드는 부서진 나무판자를 뗏목 삼아 딛고 있었다.
주변에는 각양각색의 부서진 배들과 그 잔해가 둥둥 떠 있었다. 이곳은 난파선들의 무덤이었다.
인벤토리에서 우비 두 벌을 꺼냈다. 하나는 테실리드에게 건네고 나머지 하나는 내가 입었다.
“자아, 그럼 배를 골라볼까?”
내 눈이 주변을 차근차근 훑었다.
시야에 비친 배들은 허름한 뗏목, 조각배, 해적선, 유람선 등 종류를 총망라했다.
개중에는 바다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형태도 있었다.
열심히 주변을 살피는데 테실리드가 넌지시 질문을 던졌다.
“생각해 둔 배가 있어?”
“저기요, 회귀자님. 동료 사이에 음흉하게 떠보지 맙시다.”
“음흉하다니.”
“답을 알면서 물어보니까 그런 소리 듣는 거야.”
테실리드는 혼나기라도 한 듯 조금 의기소침한 기색으로 시선을 피했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내가 뭘 알고 뭘 모르는지까지 너는 안다는 건가.”
이 와중에도 나에게 대한 정보를 수집하다니.
나는 나무판자로 노를 저어 뗏목을 이동시켰다.
하늘에서 천둥과 번개가 소란스럽게 구는 것에 비해 빗발은 굵지 않았고 바람도 잠잠한 편이었다. 덕분에 바다는 말을 잘 들었다.
나무판자 뗏목을 댄 곳은 초승달 모양의 곤돌라 옆이었다.
나와 테실리드는 그쪽으로 넘어갔다.
“그게 아니라요. 뒤집히지 않는 버프가 걸린 배라서요.”
“네.”
나는 캠핑이라도 하듯 곤돌라를 세팅했다.
배 중간 즈음에 기둥을 세우고 비를 막아줄 천막을 쳤다. 안쪽에는 야명석을 여러 개 달아서 조도도 확보했다.
제법 아늑한 느낌이 나는 공간이 완성된 것 같았다.
“테리, 다 됐어. 이 안으로 들어…….”
그때였다.
풍덩!
별안간 묵직한 것이 하늘에서 떨어지더니 곤돌라 옆 바다에 빠지는 소리가 났다.
화들짝 놀란 내가 천막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물었다.
“뭐가 떨어진 거야?”
“사람 같아.”
대답한 즉시 테실리드가 빠르게 옷을 벗기 시작했다.
‘헉!’[‘영혼을 심판하는 천칭’이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눈을 부릅뜹니다.]문득 스스로의 상태를 돌이켜보았다.
싱크로율 100%인 자세. 사실 나는 언령님이 아니라 천칭님의 신도였을지도 모른다는 삿된 생각을 1초씩이나 하고 말았다.
그 사이 제복 겉옷과 상의를 탈의한 테실리드가 예술적인 반라를 뽐내고는 물속으로 뛰어들었다.[‘영혼을 심판하는 천칭’이 장골을 보지 못해 아쉬워합니다.] [‘세계를 구축하는 언령’이 매너를 지키라고 버럭 합니다.]잠시 후, 테실리드가 물속에서 건져온 것은…….
“푸하! 형님, 감사합니다.”
“애쉬?”
돌려보냈던 애쉬가 지금 바닷물에 씻겨져서는 곤돌라에 올라타 있었다.
물을 다 토하길 기다렸다가 취조를 시작했다.
“애쉬, 설마 너 또 우리 뒤를 밟았어?”
“맹세코 절대 아닙니다.”
“그럼?”
“수로 옆을 지나가다가 던전 싱크에 휘말렸어요. 근데 이 안에서 또 뵐 줄이야. 운명을 느낄 것 같습니다, 누님.”
“하아…….”
그래, 던전 싱크가 꼭 지근거리에서 일어나라는 법은 없긴 하다.
수로와 분수대는 연결되어 있을 테니 연관성이 있기도 하고.
하여간 물 관련 던전은 유동성이 커서 탈이다.
아무튼 기가 막히고 골치 아픈 상황이긴 했다.
몰래 독식하려던 던전에 제삼자가 난입해 버리다니.
적당히 자원이 없는 척 속이고 출구 게이트로 내보내는 방법은 쓸 수 없다.
이 던전은 토벌 전까지는 인간이 출구 게이트에 접근하기가 불가능에 가깝다.
출구 게이트는 주로 지면에서 몇십 미터 떨어지지 않은 곳에 생성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현재 이곳은 모든 땅이 물에 깊이 잠겨버렸다.
물의 수위를 원래대로 돌리려면 보스를 잡아야만 하므로, 어쩔 수 없이 토벌까지 함께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이곳에 사는 인어의 존재를 들킬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애쉬를 바라보았다.
“이걸 뭐 죽여서 입막음할 수도 없고.”
“하하, 농담도.”
“농담으로 들려?”
“아뇨.”
눈치 빠르게 대답한 건 좋았는데 애쉬가 헛소리를 덧붙였다.
“역시 슬라임 던전에서부터 이어져 온 운명을 느낍니다.”
“뭐래.”
“이러나저러나 저는 누님의 첫 희생양이 될 운명이었던 거지요.”
“아, 그러니.”
“네. 사람 한 번 죽여본 적 없는 누님이 저 때문에 처음으로 손을 더럽힌다고 생각하니 나름 뜻깊습니다.”
“…….”
“……누님?”
내가 대답이 없자 양쪽에서 의아한 시선 두 쌍이 뺨으로 꽂힌다. 여기서 침묵이 길어지는 건 좋지 않았다.
“테리, 아무래도 얘, 우리가 거둬야 할 것 같은데.”
안 그래도 영입을 고민하던 상황이었다.
이참에 그냥 같은 편으로 만들어서 옆에 두면 비밀 엄수 면에서는 안심이 될 듯하다.
“…….”
테실리드는 입을 앙다물었다.
으음, 마음에 안 드는구나.
잠시 후 테실리드가 합리적인 이유를 들어 반대했다.
“신성경의 기사단이야. 용병이 낄 곳은 아니지 않나. 하물며 신앙심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암살자인데.”
“오늘부로 회개하고 신의 어린 양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누님, 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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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을 믿어?”
“응.”
“…….”
시스템이 증명해 줬는걸.
테실리드는 한숨을 쉬고는 물러섰다.
“알았어. 네가 그렇다면야.”
“감사합니다, 형님!”
그렇게 애쉬가 내 기사단에 합류했다.
빙의자를 위한 특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