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ferences for possessed people RAW novel - Chapter (237)
237화
그래서 다음 회차로 넘어갔을 때 리듬 게임이 뭐냐고도 물어봤다.
그런데 진리의 바이블은 알려줄 수 없다며 질문을 무효로 처리했다.
그래서 정공법을 알아내길 포기하고 그냥 힘으로 밀어붙이는 편법을 택해서 스스로를 갈고닦았다.
참고로 테실리드가 충분한 경지에 오르기 전까지는 밤독수리 길드 마스터, 플리겔 나이트가 목숨을 바쳐가며 그의 역할을 대신했었다.
노래가 격해짐에 따라 폭탄의 공세가 한층 더 격해졌다.
테실리드는 쉴 새 없이 오러 블레이드를 새로 갈음해 가며 폭렬의 씨앗들이 지상으로 강하하지 못하도록 했다.
퍼버버벙!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연쇄 폭발이 길게 일어나 시야에 화광을 수놓았다.
풍압이 테실리드의 은발을 마구 흐트러뜨렸다.
압도적인 화력이었으나, 폭발이 가라앉은 뒤 보인 것은 여전한 숫자의 폭탄들이었다.
테실리드가 안색을 굳혔다.
‘이미 평범한 오러 유저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아이는 되돌아가도록 하는 게…….’
그런데 그때,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나 먼저 갈게, 테리!”
“……?!”
아일렛이 그의 옆을 지나쳐 계단을 성큼성큼 올라가는 것이 아닌가.
“아, 아이……?”
어느새 아일렛은 테실리드에게 옆모습도 아닌 등을 보이고 있었다. 완벽한 추월이었다.
테실리드는 의념으로 오러 블레이드를 운용하길 멈추지 않으면서도 아일렛을 유심히 눈에 담았다.
어떻게? 어떻게 저게 가능하지?
혹시 무적의 신성 스킬 같은 것을 몸에 두르고 강제 돌파 중인가 싶었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그녀 역시 제게 허락된 오러 블레이드 일곱 자루로 열심히 폭탄을 처리하기 바쁜 것은 마찬가지였다.
던전의 규칙에 잘 따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었다. 이를 포착한 테실리드의 눈이 한계까지 커졌다.
‘오러 블레이드를…….’
새로 뽑아서 쓰고 있지 않다.
아일렛의 오러 블레이드들은 폭탄을 꿰뚫고도 소멸하지 않았다.
그것이 시사하는 바는 명확했다.
‘아이는 정공법을 알고 있어.’
눈앞에 모범답안이 있는 셈이었다. 그때부터 테실리드는 온 신경을 집중해 아일렛의 움직임을 눈에 담았다.
뛰어난 동체시력으로 얻어낸 정보를, 우수한 통찰력이 가공해 낸다.
“아.”
해답이 뇌리를 관통했다.
그러자 이제껏 보이지 않던 것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바로, 판정선.
현재 밟고 서 있는 계단으로부터 다섯 칸 앞쪽의 계단에 판정선이 있었다.
아일렛은 폭탄이 그 판정선에 닿는 찰나의 순간을 노려 오러 블레이드로 그것들을 해치웠다.
그렇게 하면 오러 블레이드가 소멸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일정 범위 내의 다른 폭탄들까지 함께 터졌다.
‘이거였어.’
깨달음을 얻은 테실리드의 검이 달라졌다.
아일렛과 똑같은 타이밍에 판정선에 닿는 폭탄들을 파괴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방법과 요령을 터득한 뒤로 테실리드는 단 한 번의 실수도 스스로에게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자 계단이 열리는 시간이 차츰차츰 빨라졌다.
짜릿한 속도감에 몰입이 강해진다.
덕분에 흥이 난 것일까? 어째선지 음악의 박자에 맞춰 타악기를 신명 나게 두드리는 느낌마저 들었다.
‘왠지 좀 재밌…… 아, 토벌전 중에 내가 무슨 생각을.’
테실리드는 황급히 정신을 가다듬고 진지한 성기사로 돌아왔다.
똑같이 규칙을 아는 상황이라면 가용하는 오러 블레이드의 개수가 많은 사람이 유리한 게 당연했다.
커버하는 영역을 좌우로 더 넓혀서, 그만큼 판정선에 닿는 폭탄을 많이 처리할 수 있으니까.
말하자면 리듬 게임을 건반 7개로 하느냐 10개로 하느냐의 차이가 있었다.
덕분에 테실리드는 금세 아일렛을 따라잡을 수 있었다.
“아이, 나 왔어.”
“헉?”
아일렛이 식겁한 표정을 지었다.
“벌써 규칙을 알아채다니. 안 돼!”
“……같은 편인데 너무한걸.”
누가 보면 적인 줄 알겠다 싶은 반응이었다.
테실리드는 자신도 모르게 목을 울려 웃고 말았다.
왠지 호승심이 조금 자라났다. 기왕 이렇게 된 거, 그녀와의 내기에서 이겨 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아일렛과 테실리드는 경쟁적으로 노트 폭탄들을 처리하며 계단을 올랐다.
이쯤 되자 카발렌샤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노랫가락이 흐트러졌다.
어느덧 스무 계단 앞. 오러 유저의 시력으로 사색이 된 표정을 구별하기엔 충분한 거리다.
“…….”
테실리드의 눈빛이 달라졌다. 매끈한 눈동자 위로 이채가 한 바퀴 유영한다.
그 순간 그가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 의념을 전개했다. 그의 전력이 실린 오러 블레이드들이 전장을 쓸어버렸다.
콰아아아앙!
끊임없는 연쇄 폭발과 함께 그의 앞에 있는 계단이 모두 열렸다.
단숨에 정상에 오른 그가 손목을 한 차례 휘저으며 아일렛을 돌아보았다.
“내가 이긴 것 같아, 아이.”
우아한 지휘에 따라 오러 블레이드 한 자루가 카발렌샤에게로 날아간다.
그 순간 폭발의 역광 속에서 미소 짓는 미남자의 얼굴은 지독하게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아일렛이라고 가만히 있지만은 않았다.
“묵언 수행!”
주문이 영창되었다. 현재 카발렌샤는 아일렛의 스킬 사정권 안에 있었다.
아일렛의 침묵 스킬과 테실리드의 오러 블레이드가 카발렌샤를 타격했다.
비검이 목을 깊이 베서 성대의 기능을 앗아가고, 성광이 입을 틀어막는다.
거의 동시였다.
소리를 잃은 카발렌샤는 신음조차 흘리지 못한 채 비틀거렸다.
삐이이이-.
웅장한 피아노 연주가 끊기고 금관 나팔에서 비명 같은 고주파가 길게 뽑혀 나왔다.
정신없이 온 도시로 분출되던 폭탄들은 허공에 우뚝 정지했다.
마치 세상의 시간이 멈춘 듯했다.
……꿀꺽.
피라미드 계단 바깥에 있던 마도군과 성기사단이 밤하늘에 박제된 듯 멈춘 폭탄들을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보스가 있는 곳을 멀리서 지켜보는 이들의 얼굴에 긴장과 전율이 스친다.
그러나 정작 계단 정상의 분위기는 좀 달랐다.
“내가 먼저 했어.”
“내가 먼저 같은데.”
“아그네스, 판정 좀요.”
“공정하고 엄중하게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성녀님.”
사실 불필요한 훈계였다.
입으로는 티격태격해도 아일렛과 테실리드는 충실하게 검을 움직이고 있었으므로.
“웁……! 끄웁……!”
확성기가 꺼지자 카발렌샤의 꺽꺽거림이 날것 그대로 전해졌다.
애석하게도 아일렛과 테실리드의 동정을 사기에는 모자란 모습이었다.
수십 자루의 비검들이 카발렌샤의 주변을 점유했다.
“……!”
날카로운 흰 빛들이 망막을 찔렀다. 카발렌샤의 얼굴에 공포가 스쳤다.
‘아, 안 돼!’
강력한 던전의 규칙은 양날의 검이다. 적을 구속하는 한편 자신 역시 구속될 수 있다.
그녀의 눈앞에 선 두 인간은 규칙을 지켜 정상에 오른 자들이었다. 자격을 갖춘 이들에게 그녀는 공격을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
서로 성질이 다른 열 자루와 일곱 자루의 오러 블레이드.
그것들이 무력해진 마족을 단죄하고자 포화처럼 쏟아졌다.
쿠르릉! 콰광! 쾅! 콰아앙!
연이은 폭발이 카발렌샤를 집어삼켰다.
검광이 번뜩이고 굉음이 터질 때마다 먼지구름이 단계적으로 크기를 부풀렸다. 계단의 정상 높이가 점차 깎여 나갔다.
시야가 차단된 전장에서 보스전이 계속되었다.
한참의 시간이 흐르도록 외부에서 대기 중인 병력에게 화력 지원 신호는 떨어지지 않았다.
아일렛과 테실리드, 두 사람으로 충분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십여 분이 흘렀을 무렵이었다.
이전까지의 공격을 전부 합친 듯한 거대한 폭발이 지축을 뒤흔들었다.
콰아아아앙!
전장을 지켜보던 모두가 직감했다. 피날레였다.✠세르펜스를 쥔 손을 타고 짜릿한 타격감이 전달되었다. 검격이 정통으로 먹혀 들어갔을 때의 바로 그 느낌이었다.
앞으로 일격.
일격이면 카발렌샤의 숨통을 끊을 수 있을 터다.
그러나 날이 선 감각권에 카발렌샤의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아그네스의 다급한 부름이 신호가 되었다.
나와 테실리드가 동시에 각자의 검에 오러를 실었다. 세르펜스와 리브라가 각각 반원을 그리며 넓은 공간을 휘저었다.
휘이이이!
검풍이 일대의 먼지를 날려 버리며 시야가 깨끗하게 열렸다.
그리고 그 순간, 우리는 놀라운 광경을 목도하고 말았다.
테실리드와 아그네스가 당황하여 한마디씩 했다.
“버스트 게이트가…….”
스스스슷.
본래 피라미드 계단 아래쪽에 위치해 있었던 버스트 게이트가 지금 계단 정상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직감했다. 게이트가 만신창이가 된 카발렌샤를 직접 마중하러 온 것이 분명했다.
“…….”
카발렌샤가 우리 쪽을 돌아보았다. 핏발 선 눈이 마치 이대로 죽을 수 없다는 듯 악을 담고 있었다.
게이트가 블랙홀로 변했다. 검은 마계의 구멍이 강대한 인력을 펼쳤다.
카발렌샤뿐만 아니라 주변의 잔해들이 게이트로 함께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나와 테실리드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이!”
“응!”
다 잡은 카발렌샤를 놔줄 이유가 없었다.
나와 테실리드는 소용돌이 같은 돌풍 속으로 기꺼이 몸을 내맡겼다.
스르르륵!
몸이 공간을 넘었다.[ 난이도 SS급 던전 ‘고독한 오페라 극장’에 입장했습니다.]던전 안에 발을 들임과 동시에 거짓말처럼 주변이 잠잠해졌다.
펼쳐진 환경은 긴 일직선 복도였다.
바닥에는 붉은 카펫이 깔려 있고 벽에는 기괴한 모양의 청동 부조들이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어둡고 음침한 복도의 끝에는 새하얀 빛이 느릿하게 명멸하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우리더러 어서 오라고 손짓하는 듯했다. 아그네스도 확인해주었다.
나와 테실리드가 서로에게 눈짓하고 발걸음을 뗐다.
기척은 죽였지만 거의 뛰다시피 하는 빠른 걸음이었다.
통로의 끝에 도달하자 우리를 둘러싼 공간이 갑자기 확 넓어졌다.
붉은 휘장으로 장식된 화려한 오페라 극장이 우리를 맞이했다.
카발렌샤는 무대 정중앙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망가진 마리오네트처럼 그녀의 육신은 정상이 아니었다. 내버려 둬도 곧 숨이 넘어갈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카발렌샤는 뭐가 즐거운지 우리를 보며 씨익 기괴한 웃음을 지어 보인다.
“혼, 자, 죽을 순…… 없, 지!”
악에 받친 음성이 상한 성대를 긁고 나온 순간이었다.
촤르르륵!
커튼이 열리며 숨겨져 있던 장치가 드러났다.
아그네스의 말대로 그것은 그랜드 피아노였다. 그런데 뚜껑 틈으로 보이는 내부가 평범하지 않았다.
불붙지 않은 붉은 양초들이 가득 채워져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건 진짜 양초는 아니었다.
카발렌샤의 이명이 폭렬의 가왕이라는 점으로 미루어 바로 연상되는 물건이 있었다.
‘다이너마이트……!’
따다다단-! 따단-!
소름 끼치는 음계가 연주되었다.[ 경고. 자폭 코드가 입력되었습니다.]
빙의자를 위한 특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