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ferences for possessed people RAW novel - Chapter (268)
268화
아그네스도 흐뭇해했다.
“귀찮은 일은 내가 다 알아서 할게. 일어나기만 해, 아이.”
“…….”
“이만 가봐야겠다. 저녁에 다시 올게. 좋은 꿈 꿔, 사랑하는 내 친구.”
그렇게 비안카가 내게 인사를 남기고 떠나갔을 때였다.[‘만상의 혼돈을 감시하는 눈동자’가 드디어 고백이라며 발작합니다.] [‘만상의 혼돈을 감시하는 눈동자’가 어서 눈을 감고 비안카의 꿈을 꾸기 위해 노력하라고 외칩니다!]‘눈은 이미 감고 있거든요……?’
그러나 자려고 노력할 틈은 없었다. 얼마 후 다음 사람이 들어왔다.
절도 있는 발걸음 소리만으로는 누구인지 짐작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내게는 아그네스가 있었다.
곧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아이, 내 동생…….”
‘린츠 오빠…….’
애틋한 부름에 맞춰 나도 프린츠를 부른 뒤 속으로 생각했다.
‘조금만 더 일찍 오지. 방금 비아 왔다 갔는데.’[‘만상의 혼돈을 감시하는 눈동자’가 고백 장면을 봤어야 했다며 고개를 격하게 끄덕입니다.]프린츠는 왕국 쪽 사람들의 소식을 짧게 들려주었다.
“빈체스터 왕실 사람들도 모두 네 쾌유를 바라고 있어. 그리고…….”
“…….”
“레이윈도.”
“…….”
그러더니 갑자기 화제가 엉뚱한 곳으로 샜다.
“솔직히 나는 성검의 주인보다는 레이윈을 응원했거든. 그런데 리트니엘 평원에서 성검의 주인이 그렇게까지 하는 걸 보고…… 이건 인정할 수밖에 없겠더라.”
“…….”
“보니까 레이윈도 단념한 것 같고……. 다음에 너 만나면 신성경 예하라고 깍듯하게 부르겠다고 하더라고. 레이윈이 갑자기 너한테 선 그어도 이해해 줘. 그거 다 실연의 상처야.”
“…….”
프린츠는 잠깐 들른 것이라며 금방 돌아갔다. 프린츠가 떠나고 나서 나는 한동안 고민에 빠졌다.
마왕화된 직후의 나는 내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기억이 전혀 없다.
그저 정신 방벽이 일시적으로 복구되었을 때 본 테실리드의 모습을 통해 대략적으로 상황을 짐작할 뿐이었다.
‘하긴 중상을 입으면서까지 내게 사탕을 먹여준 거니까.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 다들 감동할 만해.’[‘영혼을 심판하는 천칭’이 므흣하게 웃습니다.]아무튼 계속해서 병문안은 이어졌다.
“아일렛, 죽지 마.”
야, 멋대로 죽이지 마, 이페일.
“바보 같은 게…… 흡.”
우냐, 헤스티오?
“누님, 돌아오세요.”
막내야, 네가 그나마 멀쩡한 것 같구나. 형들 좀 챙기고 있어.
“언니……. 저 열심히 하고 있어요……. 그런데 언니의 빈자리가 너무 커요…….”
우리 힐데……. 이틀만 더 고생해…….
안쓰러운 마음에 로비를 좀 해보기로 했다.
‘언령님, 우리 힐데를 보우하사 8계위 각성시켜 주시면 안 될까요?’[‘세계를 구축하는 언령’이 때가 되면 어련히 승진시키겠다고 약속합니다.] [‘세계를 구축하는 언령’이 본신은 쪼잔하게 한 시대에 8계위 성인을 한 명만 내려주는 누구하고는 다르다고 말합니다.]‘역시! 감사합니다!’
은빛 성채의 동료들이 다녀간 후에는 사랑하는 부모님도 나를 보러 와주셨다.
“우리 딸……. 엄마가 너 여행 떠날 때 분명히 말했잖아. 위험해지겠다 싶으면 엄마랑 할아버지한테 오라고……. 그런데 위험하게 혼자 왜 그런 걸 해…….”
“…….”
“세상 같은 거 안 구해도 돼. 세상을 구해도 우리 딸이 없으면 무슨 소용이야……. 엄마는 우리 아이 없으면 못 살아……. 어서 일어나…….”
“엘테아…….”
아빠가 엄마를 토닥여 달래는 소리가 들려왔다.
10년 전 소금 사막 던전 이후 본 적 없었던 엄마의 약한 모습에 나는 피가 싹 식는 기분이 들었다.
‘엄마 가슴에 대못을 박다니! 이런 불효막심한 나! 어쩌면 좋아!’
자책하고 있는데 아빠의 음성이 들려왔다.
“아이.”
네, 아빠.
혼나는 기분으로 경청할 준비를 했다.
그런데 아빠는 이미 엄마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했다는 듯, 조금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요즘 사위가…… 테실리드 경이 잠도 제대로 안 자고 식사도 제대로 안 하고 있어.”
“…….”
“아빠가 테실리드 경에게 억지로라도 영양 포션하고 수면 포션을 먹게 해서 지금껏 버티고는 있는데……. 이러다 정말 큰일 나겠다 싶구나.”
“…….”
하아, 테실리드…….
널 정말 어쩌면 좋니.
내가 숙연히 듣고 있었던 그때였다. 돌연 엄마의 낭랑한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방금 얘 손끝 움찔한 거 맞지? 자기 남자친구 얘기하니까 반응하네?”
“……딸 키워봐야 소용없어.”
크흠.
아빠가 다시 어조를 진중하게 고치고는 말했다.
“아이, 네가 눈을 떠야 테실리드 경이 안 죽어. 그러니까 어서 일어나렴.”
이틀만요, 아빠. 이틀만 더 테실리드를 부탁드릴게요.
엄마 아빠가 방을 떠나자 아그네스가 툴툴댔다.
오러 유저의 청력은 우수하다. 귀를 기울이자 문 너머에서 가까워지는 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기척을 최대한 낮췄음에도 기사다운 절도를 잊지 않는 소리였다.
나도 바로 알아챘다.
테실리드가 오고 있었다.
방문이 열리고 인기척이 가까워졌다. 본래 방을 지키고 있던 시녀는 익숙한 일인지 그가 들어오자마자 바로 복도로 나갔다.
작은 가구가 바닥을 살짝 마찰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의자를 침대 맡에 끌어다 앉는 듯했다.
“아이.”
고작 의식을 차린 지 몇 시간 만에 나는 벌써 그를 그리워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귀에 감기는 중저음의 미성이 달았다.
더 들려줘, 더.
목소리 듣고 싶어.
나는 지금 그것밖에 못하니까.
테실리드는 기꺼이 내 부탁을 들어주었다.
“일어나, 아이.”
“…….”
“열흘이나 지났는데 왜…….”
“…….”
“왜 내게 돌아오지 않아.”
“…….”
“제발 일어나. 날 이런 세상에 혼자 두지 마…….”
그의 음성이 귀가 아니라 심장을 울리는 듯했다.
분명 청각 외의 감각은 다 빼앗겼을 텐데, 가슴 한구석에 먹먹한 통증이 일었다.
“잤습니다. 더 이상 잠이 오지 않아서…….”
말을 흐린 테실리드는 제게 불리한 주제를 빠르게 회피했다.
“그보다 아이는 어떻습니까? 제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차도를 보이지는 않았습니까?”
무성의한 대꾸에 나는 화들짝 놀랐다.
아니, 아그네스. 왜 그래요? 아까 봤잖아요. 테실리드 이름 듣고 저 손가락 까딱한 거. 그거 빨리 말해주세…….
“성녀님, 어째서…….”
“…….”
한 번만 더 절망하면 큰일 날 것 같은 얼굴.
그 말에 테실리드는 반박하지 않았다.
도대체 그는 지금 어떤 상태인 것일까.[‘세계를 구축하는 언령’이 큰일 나는 것이 아니라 큰일 내는 것이라고 구시렁거립니다.] [‘천기누설 감찰관’이 ‘세계를 구축하는 언령’의 입을 틀어막습니다.]아그네스와 테실리드의 대화는 그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기척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는 영령체와, 기척을 숨기는 데 능한 오러 마스터가 입을 다무니 방 안에 나 혼자 있는 듯했다.
빨리 이틀이 지났으면 좋겠다.✠잠이라도 자볼까 했지만 불가능했다. 열흘이나 자고 일어난 이상 몸뚱이는 몰라도 정신은 지나치게 또랑또랑했다.
무자극의 시간을 버텨내려면 소일거리가 필요했다.
마침 내게는 빙의자 서포트 시스템이 항상 함께하기에 할 수 있는 일이 여럿 있었다.[‘천기누설 감찰관’이 이 세계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가늠되지 않는다고 한숨을 쉽니다.] [‘세계를 구축하는 언령’이 역시 원작무새는 상상력이 부족하다고 비웃습니다.] [‘시련의 마천루 건축가’가 리드가 어떻게 나올지가 관건이라고 말합니다.] [‘균형을 조율하는 독설가’가 3,118개의 성흔을 흡수한 오밸 빙의자가 알아서 하지 않겠냐며 심드렁하게 대꾸합니다.]빙의 관리국 신들의 대화를 지켜보거나.[‘영혼을 심판하는 천칭’이 당신의 통합 서재에 있는 로판 소설들의 제목을 흐뭇하게 훑습니다.] [‘만상의 혼돈을 감시하는 눈동자’가 GL 소설의 종수가 이것밖에 안 되냐며 못마땅해합니다.]소설을 읽거나.[ ‘빙의자 전용 캐시샵’에 접속합니다.] [ 할로윈 시즌 기념 신규 상품 출시…….]쇼핑을 했다.
‘그래도 시간이 안 가네.’
결국 나는 지루함을 이기지 못하고 평소라면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기능을 불러들이고 말았다.[ ‘빙의자 커뮤니티 채팅’을 시작합니다.] [ 바르고 고운 우리말 사용으로 매너 있는 채팅 문화를 만들어갑시다.]접속하자마자 반겨주는 사람이 있었다.[마수요리사] : 킬힐 누님이다! 어서 오세요!
[하렘건설노동자] : 킬힐 옴? [성공한덕후] : 진짜? [힘을숨긴관종] : 대답 없는데? [힘을숨긴관종] : 관심 끌려고 구라침? [원작무새7] : 그건 너고.구경만 하려던 계획은 철회해야겠다.빙의자를 위한 특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