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ferences for possessed people RAW novel - Chapter (346)
이벤트 외전 4화
퐁 소리와 함께 카드 네 장이 눈앞에 펼쳐졌다. 모두 기하학적인 악마 문양이 그려진 뒷면이었다.
“테리, 네가 뽑자.”
“내가?”
“응.”
“ㆍㆍㆍㆍㆍㆍ알았어.”
테실리드의 건전함을 믿고 맡겼더니.
[ 경고! 당신의 파트너가 29금 미션을 뽑았습니다!]– 고해성사실 안에서 ㆍㆍㆍㆍㆍㆍ해서ㆍㆍㆍㆍㆍㆍ을 ㆍㆍㆍㆍㆍㆍ하기.
“ㆍㆍㆍㆍㆍㆍ.”
“ㆍㆍㆍㆍㆍㆍ.”
정신이 날아갈 것 같은 내용이다. 테실리드는 오죽할까 싶어서 옆을 돌아보았다. 그는 차가운 벽 앞에 서서 이마를 박고 있었다.
“다시 뽑을 수 없어?”
“역시 보이는 것과 달리 4분의 1의 확률이 아니었구나. 하긴 흔한 가챠 시스템의 소비자 기만이지.”
[‘창조경제 관리자’가 헛기침을 합니다.]“아무튼 재뽑기 없어?”
“여기.”
마침 신성력으로 돈세탁을 하지 않고 남겨둔 악마의 금화가 있었다.
“테리, 다시 뽑아봐.”
“아니야ㆍㆍㆍㆍㆍㆍ. 지금 내 손은 삿된 것만 뽑을 것 같아ㆍㆍㆍㆍㆍㆍ.”
“충격이 크구나. 알았어. 내가 할게.”
[ 알림. 15금 미션을 뽑았습니다.]– 고해성사실 안에서 색욕과 관련된 악행을 자랑하기.
“아니.”
테실리드의 옷 소매를 잡아끌며 고해성사실의 나무 문을 열었다.
원래 각각 다른 문을 열고 들어가야 하지만 입구는 하나뿐이었고, 당연하지만 두 사람 사이를 나누는 격자무늬 파티션도 없었다.
좁은 데 같이 들어가서 밀착해 있으라는 의도가 아주 잘 느껴진다.
테실리드가 많이 불편해하는 것 같았으므로 빨리 해치우기로 했다.
“자, 테리. 어서 색욕의 죄를 범한 일을 고백해.”
“ㆍㆍㆍㆍㆍㆍ내가 고백해야 해?”
“내가 교황이잖아. 성사를 집전하는 쪽이 되어야 맞지.”
순명이 몸에 밴 성기사님에게 위계 서열은 완벽한 명분이 되어주었다.
“그, 렇긴 하지ㆍㆍㆍㆍㆍㆍ.”
뒤따라 붙은 고뇌 가득한 침음조차 매력적이다. 나는 속으로 웃음을 참았다.
조금만 놀려야지.
솔직히 테실리드에게 색욕과 관련해서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가 누구인가. 선천적으로 타고나길 신실한 성기사의 표본이자, 후천적으로도 ‘칠주선과 칠죄종의 규율’ 탓에 순결한 삶을 살 수밖에 없었던 사람이다.
‘우리 테리가 색욕이라니 가당치도 않지.’
정력적이고 공격적인 나날들을 보내고 있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건전한 부부 관계의 일환일 뿐이고.
[‘균형을 조율하는 독설가’가 남편에 대한 환상이 있는 것 같다며 혀를 쯧쯧 찹니다.] [‘만상의 혼돈을 감시하는 눈동자’가 당신의 눈에 들러붙은 콩깍지의 두께에 놀랍니다.] [‘영혼을 심판하는 천칭’이 흥미진진하게 캐러멜 팝콘을 씹습니다.]아무튼 적당히 테실리드를 놀려먹다가 역할을 바꿔줄 생각이었다. 그런데.
“사실.”
테실리드가 비장한 음성으로 운을 뗐다.
고해할 게 있다고?
화들짝 놀라는 내 눈에 그의 목울대가 크게 오르내리는 것이 보였다. 그는 시선을 피한 채로 고해를 시작했다.
“나는 꽤 오래전부터 네가 욕심났었어.”
“응?”
“그러니까 프러포즈하기도 전의 일이야.”
“ㆍㆍㆍㆍㆍㆍ.”
“원래는 내게 그런, 욕구가 있다는 것도 몰랐는데ㆍㆍㆍㆍㆍㆍ 네 덕분에 알게 되었어.”
[‘영혼을 심판하는 천칭’이 당시에 불능 상태였냐며 기겁합니다.] [‘천기누설 감찰관’이 원래 원작은 아니었는데 튜토리얼에서 모든 것을 뒤튼 빙의자 탓이라고 성토합니다.] [‘세계를 구축하는 언령’이 덕분에 빌런에게 잡아먹히는 고구마 장면이 없어졌다며 속 시원해합니다.]나를 고도로 집중시키는 고백이 아닐 수 없다.
“좀 더 자세히 말씀해보시죠, 테실리드 형제님.”
“얼굴 좀 뒤로ㆍㆍㆍㆍㆍㆍ.”
“앗, 응.”
서로의 매력 3배 효과를 경계하기 위해 내외했다.
“처음은 제례복 탓인 줄 알았어. 맥추절 의식 때 네가 신성 강림을 쓰고 나를 오두막집으로 납치했던 일 기억해?”
“그걸 납치로 기억했구나. 응응, 아무튼 그래서?”
“나한테 너를 맡긴다면서 쓰러졌잖아.”
“그렇지. 신열병 때문에.”
“그때 나한테 왜 이러나 싶었어. 뭘 믿고 나한테 몸을 맡기는 건가, 혹시 이번 생은 착하게 살겠다고 결심한 나를 시험하는 건가. 그런 생각이 들어서.”
“어, 어머ㆍㆍㆍㆍㆍㆍ.”
“그래도 제례복 때문이었겠거니 하면서 잘 다스렸는데ㆍㆍㆍㆍㆍㆍ.”
[‘시련의 마천루 건축가’가 무엇을 다스렸는지 확실히 말해줬으면 좋겠다고 요구합니다.] [‘균형을 조율하는 독설가’가 취향대로 고르라며 보기를 줍니다.] [‘영혼을 심판하는 천칭’이 하반신이라니 너무 저돌적이라며 호들갑을 떱니다.]이제껏 시선을 살짝 비키고 있던 테실리드가 나를 정면으로 보았다.
“제례복 때문이 아니었다는 것을 금방 알게 되었어.”
왜일까. 내 목으로 마른침이 넘어갔다.
“인어의 동굴에서 네가 내게 세이브 포인트를 준 순간부터, 너를 바라는 게 다른 무엇 때문이 아니라 온전한 내 마음이라는 것을 알았어.”
“ㆍㆍㆍㆍㆍㆍ.”
“자각한 다음부터는 정말 네가 욕심 나서 견딜 수가 없었어. 나한테도 이런 게 있구나 싶었고ㆍㆍㆍㆍㆍㆍ.”
[‘시련의 마천루 건축가’가 자꾸 뭉뚱그리지 말고 똑바로 말하라고 답답해합니다.] [‘영혼을 심판하는 천칭’이 욕정이 확실하다며 광분합니다.] [‘세계를 구축하는 언령’이 시끄럽다며 신들을 쫓아냅니다.]메시지창이 조용해졌을 때였다.
“아일렛 로델라인.”
중저음이 귀뿐만 아니라 심장을 울린다. 모든 감각과 신경이 그에게 매혹당한 채로, 나는 그에 집중했다.
“나는 가끔 이런 가정을 해. 만약 네가 ‘칠주선과 칠죄종의 규율’의 면죄 대상이 아니었다면ㆍㆍㆍㆍㆍㆍ.”
“ㆍㆍㆍㆍㆍㆍ.”
“나는 음욕 때문에 진작 모든 신성력을 잃었을지도 몰라.”
나도 모르게 작게 숨을 들이켜야 했다.
색욕의 고해성사는 열렬한 사랑 고백처럼 느껴질 뿐이었다. 가슴께가 쿵쿵거렸다.
그러나 테실리드는 계속해서 내 심장의 한계를 시험할 생각인 모양이었다.
“가장 힘들었을 때는 위브릴 섬에서였어.”
살짝 곡선을 그리는 눈매 속에서 눈빛이 깊어졌다. 그건 그날 우리가 함께 보았던 수평선을 그리는 눈이었다.
나 역시 선명하게 기억했다. 월장석을 곱게 갈아 만든 듯한 새하얀 백사장. 그리고 그 너머에서 웅장함을 겨루듯 펼쳐진 바다와 하늘. 그날 세계는 테실리드의 타고난 성품처럼 고귀할 정도로 짙푸른 빛깔이었다.
내 인생의 마지막까지 평생 아름답게 곱씹고 또 곱씹으며 행복했다고 말할 순간.
테실리드가 그때의 심경을 은밀히 고백한다. 조금 불온하게, 그렇지만 그래서 설레도록.
“당장 끌어안고, 입 맞추고 싶었어. 상상을 수도 없이 했어. 너무 닿고 싶었고 갖고 싶었어.”
“ㆍㆍㆍㆍㆍㆍ.”
“기사로, 신사로 있기가 힘들었어.”
“ㆍㆍㆍㆍㆍㆍ.”
아.
내 한 손이 저절로 입가를 향해 간다. 테실리드를 흉내 내어 마른세수를 하는 척 얼굴 반쪽을 가렸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내 심경은ㆍㆍㆍㆍㆍㆍ.
‘하, 미치겠네. 그냥 여기서 덮칠까. 어차피 내 남편인데 상관없지 않을까.’
[‘세계를 구축하는 언령’이 헛기침을 합니다.]‘아, 죄송합니다, 언령님. 남편의 의사를 존중하겠습니다. 아니, 근데 쟤가 먼저ㆍㆍㆍㆍㆍㆍ.’
[‘세계를 구축하는 언령’이 헛기침을 두 번 합니다.]‘넵.’
신께서 나를 진정시켜 주셨다.
스르륵.
투어 카드가 악마의 기운으로 붕 떠올랐다. 다시 손 위에 안착했을 때는 네 번째 스탬프가 찍혀 있었다.
“테리, 이제 나가자.”
“ㆍㆍㆍㆍㆍㆍ.”
“테리?”
고해성사실에서 나가려면 테실리드가 팔을 치워줘야 하는데 그는 그럴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뿐만 아니었다.
“하ㆍㆍㆍㆍㆍㆍ.”
내 귓가에 뱉어진 날숨에서 묘한 열기가 감돌았다.
고작 탄식 같은 숨결이 이렇게 자극적일 일인가. 순간 내 귓바퀴의 솜털이 바짝 일어서는 느낌이 당황스러웠다.
“저기, 테리?”
그제야 테실리드가 열에 달아오른 듯 붉은 입술로 중요한 사실을 고백해왔다.
“아까부터 참았는데ㆍㆍㆍㆍㆍㆍ 참아보려고 했는데ㆍㆍㆍㆍㆍㆍ. 미안해. 이제 정말, 안 되겠어.”
참았다고?
설마 아까 그 정염 버프가?
그에게 제대로 확인을 구할 틈은 없었다.
“이 무도함에 대한 벌은 나중에 받을게.”
아까까지만 해도 내외하듯 시선도 접촉도 피하려 했던 테실리드의 태도가 뒤집혔다.
그의 뜨거운 손이 내 뺨을 감싸고 시선을 자신에게 고정하도록 했다.
거리는 지척. 바다색 눈동자 위로 드리워진 하얀 속눈썹을 한 올 한 올 구별할 수 있을 정도였다.
섬세한 손끝이 내 뺨을 더듬었다. 묘하게 야릇한 감각에 나도 모르게 작게 입을 벌려 숨을 집어삼켰다. 이번에는 엄지가 아랫입술을 매만진다.
그러나 기대되는 행동은 실행에 옮기지 않는다.
“ㆍㆍㆍㆍㆍㆍ.”
“ㆍㆍㆍㆍㆍㆍ.”
그는 내가 조금씩 반응하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마치 내가 먼저 입맞춤을 조르기를 기다리듯이.